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2. 양자역학 : 겹실틈(이중슬릿)과 양자역학의 문제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이야기’에서 나눈 대담 5-2를 정리한 것입니다. 대담은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이야기” 5-2편에서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중 ‘제4장 소를 얻다: 양자역학’ 중 역사 지평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중 슬릿 실험으로부터 촉발된 양자역학의 해석 문제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장회익의 양자역학 이해의 핵심만 미리 짚어봅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모두 보기 링크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2. 양자역학 : 겹실틈(이중슬릿)과 양자역학의 문제

  1. 겹실틈(이중 슬릿) 실험
    1.1. 이중 슬릿 실험: 간섭 무늬의 해석 : 입자의 파동성?
    1.2. 간섭 무늬 없는 경우의 해석 – 입자의 입자성?
    1.3. 관찰자 효과?
    1.4. 닐스 보어의 해석
    1.5. 아인슈타인의 보어 해석 비판
    1.6. 양자역학의 문제에 대한 장회익의 새 해석
  2. 장회익의 양자역학 이해 핵심 미리 짚어보기
    2.1. 파동도 아니고 입자도 아니다, 상태일 뿐이다; 상태의 의미는 ‘사건 야기 성향’이다.
    2.2. ‘사건 야기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 파동함수다.
    2.3. 상태함수는 성향을 나타내는 수학적 표현이다.
    2.4. 상태함수가 나타내는 것은 존재물이 변별체에 사건을 야기할 성향
    2.5. ’점유’가 아니라 ‘성향’

1. 겹실틈(이중슬릿) 실험

실험 1. 두 개의 실틈을 모두 여는 경우 : 간섭무늬

장회익 이중슬릿 실험에서 무엇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지 볼 필요가 있어요. 이 실험 하나만 제대로 해석하면 양자역학을 거의 다 이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뭐가 이상하냐 그 얘기를 잠깐 하고, 결과적으로 우리 책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이해하면 양자역학 공부가 끝나는 거예요. 물리학자 이외에 이 정도 이해하면 철학자로서는 제대로 이해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1.1. 이중슬릿 실험 : 간섭무늬의 해석 – 입자의 파동성?

[그림 1] 실험1. 두 개의 실틈(slit)을 모두 여는 경우 : 간섭 무늬

장회익  여기 광원이 있어서 여기서 빛이 나갈 수도 있고 전자나 아니면 훨씬 더 큰 원자 덩어리가 날아갈 수도 있어요. 광원에서 출발해서 슬릿 두 개를 통과해서 스크린에 비치는데, 스크린의 위치에 따라서 이런 모양(그림 1)으로 분포가 돼요. 어떤 위치에서는 많이 찍히고 또 그 옆에는 전혀 안 오고, 또 그 다음에는 이렇게 피크가 오고 또 옆에는 없어.

그러니까 여러 개를 때리는 거지. 예를 들어 (전자) 1000개를 때렸다고 할 때 각 위치에 쌓이는 모습이 이런 식으로 스크린에 나타나요.(그림 1)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느냐? 이것(전자, 원자 덩어리 등)이 파동이라는 거야. 슬릿 A를 지나가는 파동과 슬릿 B를 지나가는 파동이 약간 거리 차이가 있어요.(책 p.240) 스크린 위치([그림 1]의 오른쪽)에 따라서 거리가 약간씩 달라지기 때문에, 슬릿 A와 B를 지나가는 파동의 위상에 차이가 생겨요.

확률에 비례한다고 했으니까, 같은 위상끼리 만나는 자리에서는 나타날 확률이 커서 이렇게 피크가 나타나요. 위상이 반대가 되면, 그러니까 하나가 +이고 하나가 -이면 0이 돼요. 그러면 이렇게 스크린에 안 찍혀서 0이 돼요. 그래서 위치에 따라서 위상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패턴(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이 나타나는 모양)을 보이게 된다하는 설명이 돼요.(그림 2, 3)

[그림 2] 이중슬릿 실험. 스크린에 맨 오른쪽 그림(front view)과 같은 패턴이 나타난다.

황승미  이 그래프([그림 1]의 오르쪽 그림)가 의미하는 게, 높은 데는 많이 찍히고 0인 곳은 안 찍힌다는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세로축의 위치에 따라 그 분포가 달라져요. 지금 1000개를 때렸다고 할 때, 가운데 제일 많이 찍힌 피크 지점에서는 예를 들어서 300개가 와서 쌓였고 옆에는 훨씬 적게 한 150개가 쌓였고, 세로축 의 위치에 따라 쌓이는 곳 안 쌓이는 곳이 생겨요.

황승미  그러니까 피크인 곳은 제일 많이 찍혀서 스크린에서 가장 어둡게 보이고 안 찍힌 데는 하얗게 보이게 되는 그런 거죠?

장회익  그렇지. 그걸 나타내는 거지. 파동이라면 이렇게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빛이 이렇게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해요. 사실 빛이 이렇게 된다는 것은 1800년대에 이미 알았어요. 원래 토머스 영(Thomas Young. 1773-1829))이라는 사람이 빛으로 해봤더니 이렇게 패턴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 빛이 파동이라는 것을 알아낸 거예요.

그런데 전자도 이렇게 된다하는 것이 양자역학, 그러니까 드 브로이의 파장 이론이에요. 이 실험이 드 브로이의 이론을 증명한 실험은 아니고, 앞서 말한 실험들(데이비슨 & 저머 등)이 이런 사실을 보여줬죠.(‘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1’ 참조)

[그림 3] 토노무라박사의 이중슬릿 실험. 전자의 갯수 : (a)11개, (b)200개, (c)6,000개, (d)40,000개, (e)140,000개 (출처: wikipedia)

1.2. 간섭무늬 없는 경우의 해석 – 입자의 입자성?

실험 2. 하나의 실틈을 막고 다른 하나의 실틈만 여는 경우 : 간섭무늬 X

장회익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슬릿 하나를 막아버리는 경우예요. (그림 1에서) B를 막아버리면 슬릿 A를 통과하는 것 밖에 없지. 그러면 간섭을 일으킬 방법이 없으니까 가장 높은 피크 하나만 생겨요.

그런 다음에 또 슬릿 A를 막고 슬릿 B를 열면 스크린상의 다른 위치에 피크 하나만 생겨요. 하나씩 막으면 이렇게 피크가 하나씩 생기는 모양을 만들어낸다는 거예요. 이것도 뭐 입자라서 그렇게 갔다 해석하는데, 어쨌든 그것도 이해가 돼요. 어려울 게 하나도 없어요.

실험 3. 두 개 실틈 모두 열고 어느 쪽으로 통과했는지 관측하는 경우 : 간섭 무늬 X

장회익  문제는 어디에 있냐? 슬릿 두 개를 다 열어놓고, 어디로 지나갔나 슬릿 옆에서 관측을 해요. 통과는 시키면서 어느 쪽 슬릿으로 갔는지 관측하는 장치, 쉽게 말해서 ‘본다’-실제로 보기는 어렵지만-는 가정을 해보면 어느 쪽 슬릿으로 갔는지 확인할 수 있지. 확인을 해보면 슬릿 두 개를 다 열었는데도 불구하고 간섭 패턴이 나오지 않고 피크 두 개만 나온다 이거야.(그림 4)

[그림 4] 이중슬릿 실험 – 관측할 경우

황승미  여기서 항상 헷갈리고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본다는 것이 아무런 터치를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나요? 우리가 관측을 하려면 교란을 시킬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장회익  그 교란이 워낙 약해서 실제로 틈을 통과하는 데는 영향을 안 미칠 정도로 할 수 있어요.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그런데 아무리 약해도 일단 관측만 하면 슬릿을 두 개 다 열어놓아도 간섭 패턴이 나타나지 않고 피크 두 개만 나타나는 거야. 관측했다는 차이 하나때문에 피크 둘만 남는 거예요. 이게 신기하다는 거지.

탄소 원자 60개 짜리(풀러렌; fullerene) 큰 덩어리가 있는데 이렇게 큰 걸로 해도 간섭 패턴이 나타나는 것으로 실험 결과가 나와요. 빛이라든가 작은 전자 하나 뿐만 아니라 C60같은 큰 입자로 해도 동일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림 5] C60(풀러렌)으로 이중슬릿 실험을 해도 간섭 패턴이 나타난다.

1.3. 관찰자 효과?

장회익 그림 6은 ‘본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이렇게 나타낸 거예요. 보면 왼쪽처럼 되는데 안 보면 오른쪽처럼 패턴이 생긴다는 거예요. 그림 7은 이런 효과를 장난스럽게 ‘양자 스키어’라고 해서 나타낸 거예요. 볼 때는 한 쪽으로만 가고, 안 볼 때는 양쪽으로 다 가고.

[그림 6] 관찰자 효과 : 볼 때와 보지 않을 때?
[그림 7] 관찰자 효과를 나타낸 ‘양자 스키어’ (출처: Antimatter)

1.4. 닐스 보어의 해석

[그림 8] 닐스 보어의 해석

장회익  그래서 닐스 보어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양자 세계라고 하는 것은 없다, 단지 추상적인 양자역학적 서술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서술은 할 수 있지만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그 자체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물리학에서 자연이 어떻게 돼있는가(how nature is)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단지 자연에 대해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하는 것만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닐스 보어의 철학이라고 흔히들 얘기해요.

그러니까, 자연 안의 것은 우리가 알 수 없고, 단지 우리는 밖에서 서술한다, 우리는 자연을 이렇게밖에 얘기할 수 없다고 했어요. 말하자면 자연 그 자체가 왜 그렇게 되는지 그 본질적인 메카니즘은 우리가 알 길이 없다는 입장이에요.

1.5. 아인슈타인의 보어 해석 비판

장회익  이걸 아인슈타인은 대단히 싫어했어요. 아인슈타인은 이렇게(그림 9) 썼어요. 하이젠베르크와 보어가 단짝이고, 이들을 두고 ‘진정제 철학’이라고 했죠. 솔베이회의 바로 다음 해에 쓴 편지에서 이렇게 썼어요. 그래서 이때부터 갈라진 거야. 솔베이회의에서도 아인슈타인과 보어 두 사람이 굉장히 토론을 많이 했어요.

[그림 9] 아인슈타인의 해석

1.6. 양자역학의 문제에 대한 장회익의 새 해석

장회익  이제 정리를 좀 합시다. 여기까지가 양자역학의 문제예요. 그래서 양자역학의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야 이해가 되느냐. 특히 조금 전에 본 이중슬릿 문제, 본다는 게 뭔데 보면 행동을 달리한다, 안 보면 또 이렇다, 이렇게 이상스러운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느냐 이것이 남은 과제예요.

그 과제에 대해서 내 의견을 서술한 것이 우리 책에 있는 내용이에요. 이 이론은 굉장히 깔끔해. 그래서 아까 얘기했듯이, 보면 이렇고 안 보면 이렇다 이런 이상한 소리를 싹 없앨 거예요. 없애고, 완전히 기본적인 몇 가지 가정을 통해서 깔끔하게 이해하도록 해놓은 거예요. 책(4장)의 ‘내용정리’만 읽으면 이해를 할 수 있고, 그걸 이해하면 양자역학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죠. 그 얘기는 다음 시간에 합시다.

2. 장회익의 양자역학 이해 : 핵심 미리 짚어보기

황승미  한 가지만 더 여쭤보면, ‘역사지평’ 말미에 파동함수를 얘기를 하십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이 파동방정식 형태를 띤 파동함수로 나왔는데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사람들이 몰랐다, 그런데 모양은 파동함수인데 파동이 아니고, 보른은 확률이라고 얘기했는데 이것도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통계적인 의미의 확률도 아니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이게 뭐냐, 이것은 그 대상의 상태를 나타내는 상태함수이다, 존재물이 어떤 상태에 있을지를 규정해주는 그런 함수이고 방정식이다, 어떻게 구하느냐, 이렇게 구한다, 그리고 앞에서 나왔던 위치와 시간 그리고 이미 알고 있었던 각진동수와 각파동수로 에너지와 운동량을 구하면 어려운 얘기 안 해도 다 정리를 할 수가 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저는 이해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중슬릿은 아직 잘 모르겠는데, 쏜 전자가 실제로 파동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발견될 수 있는 상태, 그 상태에 놓일 수 있는 확률(확률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될 것 같은데), 전자가 그 자리에 나타나는 것을 그 파동함수가 보여주는 것이지 파동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아닌 건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2.1. 파동도 아니고 입자도 아니다, 상태일 뿐이다; 상태의 의미는 ‘사건 야기 성향’이다.

장회익  그러니까 파동이라는 실체, 입자라는 실체로 보면 안 된다는 거예요. 파동도 아니고 입자도 아니다, 상태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파동이면서 입자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보어의 입장도 그거예요. 그런데 파동도 아니고 입자도 아니고 상태일 뿐이에요.

그 대상이 대표하는 것은 상태인데, 상태의 의미를 굳이 얘기하자면 위치가 얼마냐 운동량이 얼마냐를 잴 수 있는 변별체에 어떤 사건을 일으키느냐 하는, ‘사건 야기 성향’이라는 거예요. 상태함수의 성격은 사건을 야기시킬 수 있는 성향일 뿐이지, 이것이 어느 에너지를 가지고 있거나 파동이거나 입자이거나 심지어는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말은 적용되지 않아요.

2.2. ‘사건 야기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 파동함수다.

장회익  단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 그것을 대표하는 것이 파동함수다, 이렇게 해석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기존에는 대상(예를 들어 컵)이 어디에 있고 얼마만한 운동량을 가지고 있다라고 보았어요. 예를 들어, 움직이면 운동량이 얼마고 가만히 있으면 운동량이 0이다, 그리고 이 자리(위치)에 있다, 이런 것을 상식으로 생각했던 거죠.

(컵과 같이)큰 대상에서는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작은 전자라든가 원자에서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이제 좀 넓혀야 돼요. 컵이 여기 있다는 얘기는 뭐냐, 이 자리에 컵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을 갖다댈 때 여기에 어떤 증거가 나타나야 돼. 변별체가 컵에 와서 닿으면, 내 손을 변별체라고 했을 때 손에 감각이 오지. 그 감각을 줄 수 있는 성격을 이 컵이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또 운동량에 대해서도, 운동량을 감지할 수 있는 변별체를 갖다댈 때 그 운동량을 줄 수 있는 성향, 운동량에 해당하는 감각을 야기(사건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는데)시킬 수 있는 성향을 컵이 가지고 있다 이거죠. 그러니까 이런 경우는 어떤 경우냐. 컵이 없는 공간은 (손에 컵이 감각을 줄 수 있는) 성향이 0이죠.

컵이 있는 자리에 손을 갖다댈 때만 성향이 나타나요. 그러니까 이 성향은 컵이 있는 자리에서는 확률적으로 1이고 나머지 공간에서는 0이다! 파동함수는 모든 위치에 대한 함수인데, 컵이 있는 곳에서만 성향이 1이고 나머지 공간에서는 0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컵이 여기에 있다’라는 말에 해당하는 거예요.

‘여기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몰라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여기에 직접 손을 대보면 컵이 있는 곳에서는 감지가 되고 다른 데서는 감지가 안 돼. 감지가 되면 ‘컵이 여기에 있다’고 우리가 얘기하는 거예요. 결국 성향의 일부인데, 특별한 성향이에요. 왜냐하면 항상 컵에 갖다 대면 1, 나머지는 다 0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다른 데서는 확률이 0이고 여기서만 1이니까 컵이 여기에 있다’라는 말과 동일한 거예요.

그런데 만약에 이것이 확률적으로 되어 있다면, 여기 컵이 없는 자리에 갖다 댔을 때 감지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거야. 컵이 있는 자리에도 감지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 이러한 것이 성향의 의미지. 성향이, 여기는 10%의 확률로 나타나고 다른 곳에는 30%, 또 다른 곳에는 50%… 이런 것도 가능해.

2.3. 상태함수는 성향을 나타내는 수학적 표현이다.

장회익  그것도 결국은 성향인데, 상태함수가 그 성향을 나타내는 수학적 표현이라는 거예요. 양자역학에서 재밌는 것은, 성향이 어디에서는 1이고 나머지에서는 0이다 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예요. 만약에 컵에 손을 댔는데 감지가 됐어, 감지가 안될 확률도 있었지만 감지가 됐다고 하면 그 순간에 그 위치에서 성향은 1이고 나머지는 0이 돼버려.

그런데 가만히 둬도 성향은 변하거든.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라서 성향이 변해요. 그 다음에는(측정 이후에는) 어떻게 성향이 변하는가 확률로 알 수가 있는데, 계속해서 1 아니면 0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1도 아니고 0도 아닌 것으로 가요.

다시 또 해보면 1이거나 0이에요. 한 위치에서 감지가 됐으면 이 순간에 상태함수가 1로 바뀐 것이고, 컵 바로 옆에까지 갖다 댔는데 감지가 안됐으면 이 위치에서의 성향은 0으로 가버리는 거야. 그것을 이벤트(사건)라고 해요. 그러니까 컵에 갖다 댔을 때 감지가 돼서 느껴지면 사건이 생긴 것이고, 갖다 댔는데 아무 기별이 없어, 그러면 컵이 없는 거야. 즉 null event, 공사건(빈-사건. 책 p.235)이에요.

그런데 공사건도 의미가 있어요. 왜냐하면 공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어떤 위치에 대해서 확률로 상태가 나타날 뿐인데, 감지가 안 된 것으로 확인이 되면(공사건이 일어나면) 상태가 0이에요. 그런데 바로 그 위치에서만 0이고 다른 위치에서는 확률이 퍼져 있을 수도 있고 안 퍼져 있을 수도 있어요.

황승미  그런데 모든 존재물에 대해서 그런 게 아니라 컵처럼 큰 것이나 그렇고 전자같이 작은 것들은…

장회익  모든 존재물에 대해서 그렇다는 거지. 사실 컵과 같이 큰 것은 거의 확실하게 여기에는 있고 저기에는 없는 거야. 그래서 고전역학에서 ‘이 컵의 위치는 여기다, 이 컵은 이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컵이 실제로 여기에 있고 다른 위치에는 없으니까 그런 거예요.

그런데 전자는 그렇지 않다는 거지. (전자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이고 또 어느 순간에 특정 위치를 차지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확률로만, 그러니까 상태함수로 퍼져요. 그러면 항상 변별체를 갖다 대봐야 알지. 여기에 있을 지 모르니까, 변별체를 갖다 대서 감지가 되면 확률 1이 되고 나머지는 다 0이지.

황승미  상태의 성향은 이러하나 있고 없고는 1 아니면 0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장회익  변별이 되는 순간(컵에 손이 닿는 순간)에만 1이고, 그 다음에는 손을 대지 않아도 확률이 변해. 변하니까 또 다시 확률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변별이 안 됐으면(컵과 손이 닿지 않았으면) 그 위치에서는 0이고 나머지 위치에서는 어떤지 모르지.

2.4. 상태함수가 나타내는 것은 존재물이 변별체에 사건을 야기할 성향

장회익  그래서 상태함수가 나타내는 것은 어떤 대상이 변별체에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 ‘사건 야기 성향’이라고 규정하는 거예요. 사건이 야기되면 그 순간에는 그 위치에서 상태함수가 1이 되고 나머지 위치에서는 순간적으로 0이 돼요. 그 다음에, 해당 위치에서 감지가 안됐으면 그 위치의 값만 0이고 그 위치를 제외한 나머지에서는 값을 몰라요.

[그림 1] 실험1. 두 개의 실틈(slit)을 모두 여는 경우 : 간섭 무늬

장회익 아까 이중슬릿 실험처럼(그림 1) 두 갈래만 있는 경우를 다시 봅시다. B에서 감지가 되면 B에서는 1이고 A에서는 0이니까 B를 지나간 것이 스크린에 가서 찍혀요. 만일 B에서 감지가 안 됐어, 그러면 B로 안 지나간 것이 확실해, 그러면 A로 간 것이 1이야. 그래서 A로 지나간 것이 스크린에 가서 찍혀요. 그러니까 스크린에 두 줄로 나오지.

그런데 B에 변별체를 갖다 대지 않으면 각각 확률 2분의 1로 통과하게 돼요. B에서 보느냐 안 보느냐 하는 것은, B 옆에 변별체를 대느냐 안 대느냐의 의미예요. B에 변별체를 대면 사건이 발생하죠.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알게 되는 거예요. 눈으로 보는 게 아니고, B에 어떤 변화가 있으면 우리가 알게 돼요.

그러니까 슬릿 하나에 변별체를 대면 B가 1이든가 A가 1이든가 둘 중의 하나로만 갈 수밖에 없지. 그러니까 스크린에 두 줄로만 나타나는 거예요. 만약에 변별체를 대지 않으면 변별이 안 되니까 상태가 둘로 나뉜 채로 통과해서 간섭을 일으키고 스크린에 파동 패턴을 나타내게 되는 거예요.

바로 이것이 핵심이야. 상태라고 하는 것은 상태함수로 표시되는데 그것의 의미는 뭐냐? 변별체가 어느 위치에 있을 때 그 변별체에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이 얼마냐하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변별체를 갖다 대서 사건이 발생했으면 그 순간에 그 위치에서는 1이고, 발생 안했으면 그 순간 그 위치에서 확률이 0, 간단하잖아?! (웃음)

2.5. ‘점유’가 아니라 ‘성향’

장회익  그전까지는 대상이 위치나 운동량을 가졌다하는 점유 개념이었는데 그것을 성향 개념으로 바꾸는 거야. 점유 개념은 1아니면 0이야, 둘 밖에 없어. 성향은 확률로 퍼져 있어. 단 확인할 때만 1이나 0으로 됐다가, 그리고 다시 나머지는 시간에 따라서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서 퍼지는 거예요. 그것까지예요. 그것만 딱 하면 다 이해할 수 있어요. 

황승미  상태함수 수식을 따라가려고 하니, 지도(map)가 좀 필요해서 미리 여쭤봤습니다.(웃음)

장회익  그게 중요한 거예요. 전체적인 맥락을 머리에 넣고 다시 읽어보면 훨씬 이해가 잘 될 거예요.

최우석  양자역학의 ‘역사지평’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다음 시간에는 본격적으로…

장회익  사실은 양자역학 거의 끝까지 다 한 셈이에요. 이중슬릿 실험은 3장 마지막에 ‘해설 및 성찰’에서 설명하는 내용이에요. 그러니까 벌써 전체를 한번 훑어본 셈이에요. 이렇게 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내용을 읽었을 때 이해가 되지. 뒤쪽 얘기를 모르면 앞쪽 얘기가 이해가 안 돼. 대략적인 이해를 하고 다시 봐야 더 정확한 이해가 되니까, 다음번에는 더 구체적인 얘기를 하겠지만 오늘 중요한 얘기를 한 셈이에요.

끝.


장회익선생님 강의자료. 제4장. 양자역학

(위의 링크나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담 : 장회익, 최우석, 황승미
영상 편집 : 최우석
녹취, 글﹒그림 편집 : 황승미
전체 제작 :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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