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1.양자역학의 역사지평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이야기’에서 나눈 대담 5-1를 정리한 것입니다. 대담은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모두 보기 링크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1.양자역학의 역사지평

  1. 1.1900년 막스 플랑크의 흑체복사 연구
  2. 190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연구
  3. 1913년 닐스 보어의 수소 원자 모형
    3.1.원자핵 등의 발견?
    3.2.러더포드 모형
    3.3.보어 모형
  4. 1924년 Louis de Broglie의 입자의 파동설
  5. 1925년 취리히 대학의 한 세미나실 이야기
  6. 1926년 슈뢰딩거의 슈뢰딩거방정식 제안
  7. 1925년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 제안
  8. 1926년 데이비슨과 저머, 1927년 톰슨과 라이드
  9. 1927년 보른의 파동 함수의 확률적 해석
  10. 1927년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 제안
  11. 1927년 솔베이 국제회의 5차 회의

1. 1900년 막스 플랑크의 흑체 복사 연구

황승미 오늘은 4장 양자역학 첫 시간입니다. 2017년에 녹색아카데미에서 스위스 취리히, 베른 등 아인슈타인의 발자취를 따라서 여행을 했었는데 그 얘기를 선생님 책에 써주셨습니다. 아래 사진(그림 1)의 건물은 취리히대학 건물인데 슈뢰딩거, 아인슈타인 등이 강의를 했던 곳입니다. 선생님께서 양자역학과 관련해서 슈뢰딩거에 대한 얘기를 여행 당시에 현장에서 해주셨습니다.

[그림 1] 스위스 취리히대학 철학학부 건물(Rämistrasse 69, 8001 Zürich, 스위스). 이 강의실에서 아인슈타인, 드바이, 막스 폰 라우에, 헤스, 슈뢰딩거 등이 강의와 연구를 했다. 강의실 앞 표지판에 각 인물의 이름과 시기가 적혀 있다. (사진 : 녹색아카데미)

장회익 몇 년 전에 우리가 이 자리를 방문했는데, 여기 갈 때까지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곳을 찾았어요. 이 자리가 무슨 자리냐하면, 슈뢰딩거가 슈뢰딩거방정식을 만들어서 최초로 발표했던 그 건물이에요. 그래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그 앞의 얘기가 좀 필요해요. 양자역학은 20세기 학문이에요. 1900년이 19세기인가 20세기인가? 거기가 좀 애매한데 양자역학의 역사도 약간 애매해요. 1900년에 막스 플랑크(Max Planck, 1858-1947)가 흑체 복사 분포 곡선이라고, 흑체라는 뜨거운 물체에서 방출되는 빛의 세기가 파장별로 어떻게 분포되고 있는지 설명하려고 연구하고 있었어요.

[그림 2] 막스 플랑크. 1910년. (출처 : gettyimages)

물체를 뜨겁게 달구면 빛이 나는데, 그 빛의 색깔이 온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은 우리가 대개 알죠. 그런데 그 빛의 파장별로 얼마만큼의 강도로 빛이 나온다하는 것을 실험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요. 당시에 그게 왜 필요했냐? 최초로 전등, 즉 전류를 흘려서 빛을 내는 것을 발명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얼마만한 온도를 주면 어떤 빛이 나오는가에 관심들이 있었어요. 밝은 가시광선을 우리는 갖기를 원하죠.

왜 어떤 파장의 빛이 얼마만큼 나오는지 그 이유를 물리학자들은 이론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 당시에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인 바탕은 돼 있다고 생각했어요. 전자기 이론, 통계역학 이론도 나왔기 때문에 그 둘을 결합하면 그 곡선이 설명이 돼야하는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만족스러운 설명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렇게 고민하던 끝에 막스 플랑크가 과감한 가정을 하나 했죠. 흑체 복사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빛의 진동수 $\nu$에 보편상수 $h$를 곱한 값이 비례한다는 가정이이에요.

$E=nh\nu \quad (n=0,1,2\dots )\quad \nu =\frac { \omega }{ 2\pi }$

$h=6.626\times { 10 }^{ -34 }J\cdot s$

$\nu$ : 진동수. 단위 시간 동안 파동이 진동하는 횟수.

$\omega$ : 각진동수 혹은 각속도. 단위 시간 동안 파동이 진행한 거리(rad/sec)

빛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은 진동수가 다르다는 의미죠. 이 진동수 값 $\nu$에 어떤 상수 $h$를 곱한 값의 정수배 $n$에 해당하는 에너지만 내뿜는다라는 가정 하나를 집어넣으면 설명이 잘 되는 거예요. 그런데 왜 이 상수를 집어넣으면 설명이 잘 되는지 당시에는 전혀 파악할 수 없었어요.

막스 플랑크는, 이건 우연일 뿐이고 뭔가 잘못됐을 것이다, 임시변통으로 설명이 되기는 했지만 이것이 아닌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의 원리에서 도출되는 어떤 것으로 설명을 해야 완전히 설명이 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플랑크는 자신이 만든 이론을 10년 동안이나 신뢰하지 않았고, 틀린 곳을 발견하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그런데 플랑크의 노력의 의미는 틀린 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데 있어요. 이 가정이 틀릴 수가 없다는 거예요. 알고 보면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거예요. 에너지가 $h\nu$이다라는 것이 자연의 기본 특성인데, 이것을 발견해 놓고, 이게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는 거예요.

[그림 3] 흑체복사 곡선. 파랑, 녹색, 빨강 곡선은 실제로 관측한 실험 결과이고, 검정 서는 이론에 따른 곡선으로 실제와 맞지 않다. 플랑크는 플랑크상수를 도입함으로서 실험 결과에 맞는 이론을 만들 수 있었다.(출처: wikipedia)

장회익실험 결과에 맞는 이론을 만들려면 기존의 이론 가지고는 영 맞지를 않았어요. 그런데 플랑크의 가정을 집어넣으면 실험 결과에 아주 잘 맞는 곡선이 나왔던 거예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보면 에너지가 $h$와 관계가 있다는 것인데, 결국 $h\nu$가 바로 에너지야.$h\nu$가 에너지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오는 게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최우석 흑체 복사라는 것이, 까맣게 생긴 물체를 달궈서 복사가 어떻게 되는지 열 감지나 이런 걸 통해서 찾아내는 그런 건가요?

장회익 완전히 검은 물체는 가장 이상적으로 빛을 흡수하고 방출해요. 그래서 흑체라고 특별히 이름을 붙였지만, 금속같은 물체를 달구면, 흑체의 경우와 비슷한 곡선이 나와요. 흑체라고 하는 것은 전문적인 표현이고, 뜨거운 물체에서 나오는 빛의 분포, 그렇게 이해하면 돼요.

2. 190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연구

[그림 4] 양자역학의 역사

황승미 제가 읽은 양자역학의 역사 이야기를 짧게 요약해보겠습니다. 슈뢰딩거가 1925년에 슈뢰딩거방정식을 만들어내기 25년 전부터의 이야기가 플랑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플랑크가 흑체복사 연구를 하는데 실제 실험과 이론이 맞지 않아서 플랑크상수를 도입했더니 딱 맞았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한편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에 대한 논문을 써내게 됩니다. 그 내용은, 빛이라는 것은 방출할 때만 $h\nu$라는 에너지 덩어리 단위로 나가는 게 아니라 흡수할 때도 $h\nu$ 덩어리로 흡수하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막스 플랑크는 자신의 이론을 아인슈타인이 개선시킨 게 아니라 더 이상하고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광전효과는 금속이 빛을 받으면 전자가 튀어나가는 효과를 말한다.

장회익 플랑크는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이론을 확장시켰다고 좋아하기는 커녕, 자기 이론도 잘못 간 것 같은데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더 잘못 갔다고 우려를 했죠.

3. 1913년 닐스보어의 수소 원자 모형

황승미 이제1913년이 되면 닐스 보어가 가장 간단한 원소인 수소를 가지고 원자 모형 이론을 만듭니다.

장회익 보어의 원자모형에서는 전자의 각운동량 $L=n \hslash$이 일정한 값을 가지는데, 그때도 플랑크 상수 $h$가 들어가요. 각운동량은 $h$의 정수배만을 가진다는 뜻이에요. 보어가 모형을 만들면서 그런 가정을 해버린 거죠.

*$\hslash$는 디락-플랑크 상수, ‘에이치 바’로 읽는다. $\hslash=\frac{h}{2\pi}$

$U(r)=-\frac { 1 }{ 4\pi { \varepsilon }_{ 0 } } \frac { { e }^{ 2 } }{ r }$

$L=n\hbar \equiv \frac { nh }{ 2\pi } \quad (L=mvr)\quad (n=1,2,3,\dots )$

$E=-\frac { m{ e }^{ 4 } }{ 8{ { \varepsilon }_{ 0 } }^{ 2 }{ h }^{ 2 } } \frac { 1 }{ { n }^{ 2 } } \quad (n=1,2,3,\dots )$

$h\nu ={ E }_{ i }-{ E }_{ f }$

황승미 전자가 그런 각운동량을 가진다는 뜻인가요?

장회익 수소 원자에서는 전자가 하나 돌고 있죠. 각운동량은 운동량에 (핵에서 전자까지의) 거리를 곱한 것이에요. 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각운동량은 $\hslash$의 정수배 이외의 것은 가질 수 없는데, 당시에 왜 그런지는 몰랐어요. 그런 각운동량을 가진 전자가 가지는 에너지는 $E=-\frac { m{ e }^{ 4 } }{ 8{ { \varepsilon }_{ 0 } }^{ 2 }{ h }^{ 2 } } \frac { 1 }{ { n }^{ 2 } } \quad (n=1,2,3,\dots )$ 이렇게 계산이 돼요.

그 수소 원자를 자극하면 빛이 나와요. 높은 에너지 $E_{i}$에 있다가 낮은 에너지 $E_{f}$로 바뀌면서 나오는 에너지 차이가 빛으로 나오는데, 그 빛의 에너지가 바로 $h\nu=E_{i}-E_{f}$ 이렇게 된다, 이런 것을 모형이론이라고 해요. 아직 양자역학이라는 체계적인 학문이 나오기 전이니까, 이런 가정 $L=n\hslash$을 하면 이것 $h\nu=E_{i}-E_{f}$이 설명이 돼.

이런 사실들은 이론이 나오기 전에 이미 측정이 돼있던 거예요. 수소 원자를 자극할 때 나오는 빛을 봤더니 이런 특별한 파장의 빛만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그 관측한 결과와 보어가 얘기했던 에너지 차이($E_{i}-E_{f}$)값이 딱 맞아 떨어져.

그래서 이것을 닐스 보어의 수소 원자 모형이라고 해요. 여기서 플랑크의 이론이나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보어의 수소 원자 모형에서 공통되는 것이 모두 플랑크 상수가 들어간다는 사실이에요. 이상한 가정이지만 그것을 넣으면 다 설명이 되고, 플랑크상수를 넣지 않으면 다 설명이 안 돼요. 그 다음에는 드 브로이가 기여하는 부분이 나오죠.

3.1.원자핵 등의 발견?

최우석 원자핵이나 전자와 관련된 발견들은 이것보다 앞서나요? ?

장회익 거의 이 무렵이에요. 원자의 구조, 원자가 있다는 것은 거의 많은 사람들이 신빙하고 있었고, 물론 안 믿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원자에서 전자가 튀어나온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19세기 말경에 전자도 검출이 됐어요. 원자 안에 양성을 가진 부분이 있고 음성을 가진 전자가 뒤섞여있다는 것까지는 알았어요. 자극을 하면 가끔 전자가 튀어나와요. 그건 알았는데, 이게 어떻게 연결이 되는 지가 처음에는 오리무중이었죠.

3.2. 러더포드 모형

장회익 보어의 스승격인 러더포드라는 분이 있어요. 지금으로 치면 보어가 포스트닥터 비슷하게 러더포드한테 공부를 하러 갔었어요. 그 러더포드가 원자 속이 어떻게 돼있는지 알기 위해서 알파 입자(alpha particle)라고 하는 단단한 입자를 때려본 거야. 처음에는 뒤섞여 있다고 일단 생각을 하죠. 그렇게 뒤섞여 있다면 알파 입자가 대략 통과를 하게 될 텐데 이상하게 되돌아오는 것도 있고 옆으로 튕겨나가는 것도 있고.

그런데 왜 알파입자가 수소 원자를 맞고 되돌아오느냐? 알파입자는 +전하인데, 원자 가운데 진짜 +전하만 가진 단단한 묶음이 하나 있어서 그것을 탁 맞으면 튕겨 나오고 그걸 안 맞으면 통과한다고 해야 이게 설명이 된다는 거지.

그래서 원자에는 핵이 가운데에 있고 전자들이 밖에서 돈다고 보는 모형을 보어 이전에 러더포드가 얘기했어요. 이것이 원자의 러더포드 모형이에요. 이 모형이 원자 핵을 발견했다라고도 말할 수 있죠.

*러더포드 모형과 보어 모형에 대해서는 녹색아카데미 웹사이트의 칼럼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보어 원자 모형의 탄생 1913

3.3. 보어 모형

장회익 원자들 중에서 전자 하나 도는 게 제일 간단해요. 왜냐하면 전자가 여러 개면 전자들끼리 서로 상호작용을 해서 복잡하니까 전자 하나 짜리를 제대로 설명해내면 다른 것도 설명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해서 수소 원자를 본 거예요.

그래서 보어는 앞서 말한 그런 가정을 해야 설명이 된다는 거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자에 자극을 주면 왜 이런 특정한 에너지($h\nu$)의 빛만 나오는가 하는 거예요. 이것을 설명하려니까 보어의 가정이 필요한 거예요.

[그림 5] 보어의 원자 모형 (출처 : wikipedia)

전자는 특별한 궤도에만 있고, 궤도에 따라서 에너지가 다르고, 낮은 에너지 궤도에서 높은 에너지 궤도로 전자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 때, 두 궤도 사이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만큼의 빛이 나온다, 이렇게 된 거예요. 그렇게 하면 $h\nu=E_{i}-E_{f}$ 이것이 설명이 돼요.

그 전에 이미 다른 연구자들이 수소에서 나오는 스펙트럼이 어떤 파장을 가진다, 어떤 진동수를 가진 것이 나온다는 것을 찾아낸 실험 결과들이 이미 있었어요. 거기에 맞도록 보어가 만들었고, 이것을 보어의 원자 모형이라고 해요. 이런 가정에 따라서 결과가 나온 것 뿐이야. 그 이상은 깊은 이론이 없어요.

플랑크상수라는 것을 하나 넣었더니 많은 것이 설명이 되더라는 거예요. 고전역학이나 기존의 전자기학이나 그런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보어의 가정을 반드시 집어넣어야만 설명이 되는 이런 상황이 된 거죠.

4. 1924년 Louis de Broglie의 입자의 파동설

장회익 그 다음에 루이 드 브로이(Louis de Broglie 1892-1987)라는 사람이 있어요. 프랑스 귀족이야. 성도 하나 큰 거 가지고 있고, 1차대전에 참전도 했어요. 귀족은 군대 가야 되니까 종군했다가 돌아와서는 일 안 해도 되니까 공부나 하자, 그래서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에 가서 물리학을 한번 해보자 해서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그때까지 알려지기로는 빛은 파동성을 가지고 있고, 아인슈타인이 볼 때는 빛이 에너지 덩어리로 때리는 그런 입자적 성질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전자라든가 알맹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파동성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빛은 파동이라고 알려져있는데 입자성도 가지는 것을 보니까 입자도 파동성을 가지고 있지 않겠나하는 것을 드 브로이가 생각해본 거예요.

상대성 이론에서 이런 식 ${ p }^{ 2 }-\frac { { E }^{ 2 } }{ { c }^{ 2 } } =-{ (mc) }^{ 2 }$을 얻었었는데, 여기서 에너지에 $h\nu$를 집어넣고, 빛의 경우는 질량이 0이니까 $m=0$을 넣으면, 이렇게 $p=\frac { h }{ \lambda }$ 파장의 역수가 운동량과 관계 있다는 결론이 나와요. 그렇다면 입자의 경우도 거꾸로 해보면 $\lambda =\frac { h }{ p }$라는 관계가 나오지. 따라서 운동량 $p$를 가지는 입자는 파장이 $\lambda$가 되지 않겠나 하는 아이디어를 드 브로이가 제시했어요. 그렇게 박사학위 논문을 썼어요.

$\lambda =\frac { h }{ p }$

${ p }^{ 2 }-\frac { { E }^{ 2 } }{ { c }^{ 2 } } =-{ (mc) }^{ 2 }$

$if\quad m=0,\quad p=\frac { E }{ c } =\frac { h\nu }{ \nu \lambda } =\frac { h }{ \lambda }$

그런데 심사하는 소르본대학 교수들이 보니까, 이게 근거가 없거든. 근거가 약한 거죠.박사학위를 주기가 망설여지는데, 한편으로는 이 이론이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거야. 그래서 꾀를 낸 것이,  아인슈타인에게 보내 보자 한 거예요. 1924년이면 아인슈타인의 위상이 하늘 꼭대기까지 가 있을 때예요. 우리 학생이 이런 논문을 하나 썼는데 선생님이 검토 좀 해주십시요 하고 보냈는데, 아인슈타인이 탁 보더니 거대한 비밀의 장막 한 귀퉁이를 들어올린 것에 해당합니다 하고 써준 거예요.

그래서 이 논문이 갑자기 일약 유명해진 거지.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빛의 이중성이에요. 빛은 파동인데 입자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번에는 파동의 성질도 가지고 있겠다하는 아이디어가 나온 거예요.

5. 1925년 취리히대학의 한 세미나실 이야기

장회익 아인슈타인이 드 브로이의 논문을 굉장히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소문이 유럽에 좍 나게 됐죠. 그러자 이 논문을 좀 읽고 우리가 이해해보자 하면서 유럽의 주요 대학 교수들이 관심을 가졌어요. 그 중에 하나가 조금 전에 사진으로 봤던 취리히 공과대학과 취리히대학이 아마 1~2주에 한번씩 합동 세미나를 했어요. 거기서 누가 한번 드 브로이의 논문을 읽고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제안이 들어왔고, 이렇게 해서 드바이 교수가 당시 중진 이론물리학 교수여서 의뢰를 받게 됐어요.

그런데 드바이교수가 읽어보니까 이해가 안 되는 거지. 그래서 후배 신임교수인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1887-1961)한테, 당신이 이거 좀 해보라고 떠넘겼는데 슈뢰딩거한테도 생소한 거예요. 사실 이런 식의 이론 체계는 잘 없어요. 아이디어 차원이지. 그런데 슈뢰딩거도 이미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기는 했어요.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독립적으로 비슷한 것을 생각하다가 만 것이 있는데, 그것하고 연결을 해서 발표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세미나에서 이렇게 된다는 이유를 댄 거예요. 그 일이 1925년 12월에 가진 세미나 발표였어요.

[그림 6] 에르빈 슈뢰딩거. 1933년. (출처 : wikipedia)

6. 1926년 슈뢰딩거의 슈뢰딩거방정식 제안

장회익 그런데 발표를 다 듣고 나더니 드바이 교수가 하는 말이, 도대체 그거 방정식이 없지 않냐, 이게 어떤 방정식으로 되느냐하고 핀잔을 줬죠. 그래서 슈뢰딩거가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다시 이론을 정리해서 방정식을 하나 찾은 거예요. 두 주 후엔가 다시 발표하면서 “이번에는 방정식을 들고 나왔습니다” 선언을 하고 방정식을 제시한 것이 1926년이에요.

슈뢰딩거방정식은 양자역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방정식이에요. 고전역학으로 치면 뉴턴의 운동방정식이에요. 말하자면 변화의 원리가 뒤집힌 거지.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기본 변화의 원리를 획기적으로 바꾼 거예요. 그렇게 바꾼 방정식이 바로 슈뢰딩거방정식이에요. 이 방정식이 나옴으로써 양자역학의 기본틀이 잡혔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그 방정식을 발표한 순간이, 내가 여기에 묘사한 것처럼 소의 고삐를 잡아끄는 장면에 해당한다, 이렇게 본 거예요.

7. 1925년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 제안

장회익 여기서 한 가지 빠트리면 안되는 것이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용적으로는 근본적으로 슈뢰딩거방정식과 같은 거예요. 수소 원자에 대한 보어의 모형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하이젠베르크가 전혀 다른 행렬역학을 만들었던 거예요.

근본적으로는 같은데, 수학적인 방식이 다르죠. 하이젠베르크의 행렬 방식이 슈뢰딩거방정식(미분방정식)보다 조금 접근하기 어려워서 덜 알려졌지. 처음에는 둘이 다른 줄 알았어. 그러다가 후에 보니까 표현이 다를 뿐이지 내용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실은 두 사람이 동시에 찾아냈다고 얘기해도 좋아요.

최우석 나중에 보니 다른 줄 알았던 두 방정식이 같더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 잘 상상이 안 갑니다.

장회익 둘이 수학적인 표현은 전혀 다르지만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은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이에요. 꼭 그것만 설명하려고 한 이론은 아니지만. 서로 전혀 다른 데 결과가 같게 나오기도 하지만, 이 둘이 같다는 것의 의미는 수학적인 표현을 바꾸면 같아진다는 거예요.

황승미 의미만 같은 게 아니라 수학적으로도 동일한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행렬은 수학적 표현 방식의 하나에요. 슈뢰딩거방정식을 띄엄띄엄한 행렬 형태로 바꾸면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으로 가고 그게 확인이 된 거지. 그게 사실은 같은 건데 전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출발했던 거예요. 사실 양자역학을 슈뢰딩거 혼자 했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요. 앞의 많은 사람들이 다 중요한 기여를 했고, 하이젠베르크도 굉장히 중요한 기여를 했어요.

8. 1926년 데이비슨과 저머, 1927년 톰슨과 라이드

장회익 여기서 재밌는 것은 1926년에 드 브로이의 이론이 실험적으로 확인이 됐다는 거예요. 데이비슨과 저머(Davisson-Germer experiment), 또 후에 톰슨과 라이드 이런 사람들이 처음부터 양자역학 실험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에요. 얇은 니켈 막에 전자를 때리면 전자가 어떻게 투과해나가는지를 보는 실험을 했는데, 감지 스크린에 이상한 무늬가 생기는 거야.

파장에 약간의 변화가 있어서 간섭을 일으키지 않으면 무늬가 생길 수가 없어요. 무늬가 생겨서 처음에는 실험이 잘못된 줄 알았어. 이상한 게 들어와서 생겼나보다하고 없애려고 아무리 해도 없어지지 않아. 나중에 계산해보니까, 이러한 파장을 가지고 통과하면 그런 무늬가 간섭을 통해서 나오게 돼있었던 거예요.

이 실험이 드 브로이의 가설에 대한 실험적인 증명이 돼서, 이 사람들은 얼떨결에 노벨상을 받았죠. 실험에 실패한 줄 알고 고민하다가 다시 해석해보니까 결국 노벨상이야.(웃음) 양자역학의 역사에 기여했던 이 사람들도 다 노벨상 받은 사람들이지만.

9. 1927년 보른의 파동함수의 확률적 해석

장회익 문제는, 슈뢰딩거방정식에서 나오는 주인공 𝚿(psi; 프사이)라고 하는 함수가 있어요. 그걸 적당히 해석해서 현상을 설명하는데, 그 함수의 정체가 뭐냐? 막스 보른(Max Born)은 그것이 파동함수의 확률적인 해석이라고 했어요. 어떤 대상이 ‘어느 위치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위치에 있을 확률이 얼마다’를 나타낸다는 거예요.

황승미 슈뢰딩거는 자신의 방정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몰랐나요? 그후의 분들이 계속 해석하고 발전시킨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슈뢰딩거는 잘 몰랐지. 확률적인 해석은 보른이 했고, 슈뢰딩거도 여러가지 설명을 많이 했지만, 확률이다 아니다 하는 설명은 1925년 당시에 딱 꼬집어서 하지는 않았어요.

10. 1927년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 제안

장회익 그 다음에 하이젠베르크가 또 한 가지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이, 불확정성원리라고 하는 거예요. 고전역학에서는 입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면 위치와 운동량이 꼭 필요해요. 운동량의 변화로 위치를 확인하고 그러기 때문에 위치와 운동량을 독립적으로 알아야 돼요. 그걸 알아야 나중의 위치와 운동량을 알 수 있어요.

하이젠베르크가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니까,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고 하면 운동량이 결정이 안 돼. 운동량을 정확하게 알려면 위치가 결정이 안 되고. 그래서 이 둘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아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서, 그 한계를 부등식으로 얘기를 해준 것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예요.

이것은 고전역학에 굉장히 큰 타격이지. 왜냐하면 둘을 정확히 알아야 미래 예측을 하는데, 하나를 알면 다른 하나를 알 수가 없고, 다른 하나를 알려면 또 이쪽을 알 수가 없는 그런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양자역학에 이런 역사가 있어요.

11. 1927년 솔베이 국제회의 5차 회의

장회익 슈뢰딩거방정식이 나오고 얼마 안됐을 무렵 벨기에 브뤼셀에서 솔베이 국제회의(제5차)가 열렸어요. 정식 회의 이름은 ‘전자와 광자’(Electron and Photons)였는데, 도대체 양자역학이란 것이 뭐냐 하는 것이 주제였어요. 양자역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해서 당시 유럽의 최일급 학자들만 싹 뽑아다가 돈이 좀 있는 사업가가 전체 돈을 내서 브뤼셀에 모여서 회의를 했어요.

[그림 7] 솔베이 국제회의 제5차 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 1927년. (출처: wikipedia

장회익1911년부터 시작됐는데 1927년 제5차 회의가 제일 유명하죠. 29명이 참석했는데 그 중 17명이 노벨상을 받았다고 돼 있어요. 20세기 초에 가장 열띤 물리학의 발전이 이루어질 때 그 중심에 서있던 대가들을 거의 모아놓은 거예요.

이 사람들이 모여서 양자역학이 도대체 뭐냐 열띤 논의를 했어요. 그런데 그 논의가 아직도 끝이 안 났지. 지금 현재 양자역학의 주류 해석은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이에요. 보어의 연구소가 코펜하겐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붙여서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했죠.

그런데 내 입장과는 좀 달라요. 우리 책에 있는 내용과도 좀 다르죠. 어쨌든 주류가 그러한데 거기에 제일 반대했던 사람이 아인슈타인이었어요. 못마땅해 했고 슈뢰딩거도 아인슈타인과 호흡이 좀 맞았던 쪽이죠.

이것이 역사인데, 역사 얘기는 이 정도로 그치고. 그런데 도대체 여기까지의 결론이 뭐냐, 이거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방정식은 맞춰보면 설명은 되지만 그러나 아직도 알쏭달쏭하다는 입장이 이때까지 얘기라고 볼 수 있어요.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1’ 끝.

대담 : 장회익, 최우석, 황승미
영상 편집 : 최우석
녹취, 그림, 글 편집 : 황승미
전체 제작 : 녹색아카데미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채널

유튜브 대담영상 녹취록 목록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목록 (유튜브 대담영상 녹취록 2차 편집본)

자연철학 세미나 녹취록 목록

녹취록 전체 목록 : 대담영상 & 세미나

자연철학이야기 카툰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


댓글이나 의견은 녹색아카데미 페이스북 그룹트위터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과 공부모임 게시판에서 댓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