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4-3. 상대성이론의 내용정리 2 : 시간공간 2차원으로 줄여서 4차원 이해하기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이야기’에서 장회익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대담은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이야기” 4-3편⟪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제3장 소를 보다: 상대성이론’ 중 내용정리 부분을 다룹니다. 시간과 공간이 대등한 두 개의 축을 이루는 2차원 평면 공간을 가지고 시공간 4차원 이해를 시도합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모두 보기 링크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4-3. 상대성이론의 내용정리 2 : 시간공간 2차원으로 줄여서 4차원 이해하기

  1. 시간과 공간이 2차원을 이룬다는 것에 대해서
    1.1. 벽에 걸쳐진 한 사다리에서 본 다른 사다리의 기울기?
    1.2. 2차원 시간-공간?
    1.3. 상수는 단위를 맞춰주기 위한 것?
    1.4. 시공간을 4차원으로 보기로 하고 복소수 공간을 채택해서 시간을 허수 축에 놓으니 잘 맞더라?
    1.5. 복소수 공간의 시공간 4차원은 ‘실재’인가?
    1.6. 도리어 시공간 4차원 이론으로 복소수의 실재성이 드러난 것?
  2. 4차원 시공간에서의 상대 속도 문제
    2.1. 시간과 공간이 2차원을 이룰 때 상대방의 속도는 어떻게 보이는가?
    2.2. 상수 c의 값은 어떻게 찾아내나?
    2.3. 이론이 먼저 나오고 상수값이 나중에 밝혀진 역사적 사례가 있나?

1. 시간과 공간이 2차원을 이룬다는 것에 대해서

최우석 2차원에서 어떻게 시간-공간 차원을 이루는가 살펴보기 위해서 삼각함수의 뺄셈정리를 다룬 부분이 있습니다.

장회익 그런데 그걸 여기서 우리가 길게 할 건 없고, 중고등학교 수학에서도 나오니까 [그림 1] 정도만 얘기를 하고 넘어가지. 이게 왜 이렇게 된다하는 것을 지금 여기서 길게 얘기하는 것은 지금 자리의 성격에 맞지 않고, 이런 것이 있다하는 것만 확인하고 넘어가면 돼요.

탄젠트(tan) 가법정리를 우리가 직접 곧 활용하기 때문에 이 내용을 회상시킨다는 의미에서 적어본 거죠. 사인함수와 코사인함수의 뺄셈정리(*자연철학 그림노트 참조)는 쉽게 증명이 돼요. 그러면 탄젠트의 뺄셈정리도 사인과 코사인의 비라는 탄젠트의 정의에 의해서 나와요. 삼각함수를 조금 공부한 사람이면 쉽게 알 수 있고, 우리 책의 부록(A.4)에 자세히 나오니까 잊어버린 사람은 확인해보면 되겠어요.

[그림 1] tan 가법정리

1.1. 벽에 걸쳐진 한 사다리에서 본 다른 사다리의 기울기?

최우석 [그림 2]에세, 벽에 두 개의 사다리를 놓았을 때 아래쪽 사다리를 기준으로 위쪽 사다리를 보는 것에 대해서 책에서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림 2] 사다리의 기울기 계산

장회익 이 그림은, OP가 땅이고 AP가 단단한 벽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여기서 사선은 사다리예요. OB라는 사다리는 $\beta$라는 기울기로 걸려 있고, OA 사다리는 좀 더 급하게 $\alpha$라는 기울기로 걸려 있어요. 이 두 사다리의 기울기가 다르죠. 기울기는 $\alpha, \beta$처럼 각으로 나타낼 수도 있지만, 그 각에 대한 밑변과 높이의 비가 얼마나 되느냐로도 나타낼 수 있어요. 즉 tan $\alpha$와 tan $\beta$가 이 두 사다리의 기울기를 나타내요. tan $\alpha$는 $\frac { AP }{ OP }$, tan $\beta$는 $\frac { BP }{ OP }$.

최우석 원래 탄젠트가 기울기를 나타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가요?

장회익 뭐, 결국은 그런 거예요. 그래서 두 사다리의 기울기가 tan $\alpha$와 tan $\beta$라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여기서 재미난 문제는, OB를 땅이라고 가정하는 경우예요. OP나 OB나 2차원 평면에서는 대등해요. 실제로 물리적인 세계에서는 중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OP를 바닥 평면이라고 하지만, 시공간 안에서는 중력은 빼놓고 보는 거야. 그래서 OP와 OB는 대등하니까 반드시 OP를 기준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느냐하는 거예요.

OB를 기준으로 기울기를 얘기하면, OB 자체의 기울기는 0이죠. 오히려 땅 OP가 -$\beta$만큼 아래쪽으로 기울었다고 보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관심은 OB를 기준으로 했을 때 OA라는 사다리의 기울기가 얼마냐 하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보면 될까?

최우석 각으로 보면 $\alpha-\beta$각입니다.

장회익 각 $\alpha-\beta$의 탄젠트 값이란 말이야. tan ($\alpha-\beta$)가 OB를 기준으로 했을 때 OA의 기울기죠. 그래서 점 B에서 OA로 수직으로 선을 올리면 점 C에서 만나고, tan $(\alpha-\beta)$는 $\frac{CB}{OB}$가 돼요. 너무 당연한 얘기야.

그런데 조금 전에 우리가 탄젠트의 뺄셈정리를 왜 확인했느냐? 우리가 알고 있는 tan $\alpha$와 tan $\beta$로 tan $(\alpha-\beta)$가 어떻게 표시되는지, 그 관계가 탄젠트 뺄셈정리에 나와 있어요. 땅 OP에 대한 사다리 OA와 OB 각각의 기울기 값이 있으니까, 그 값을 알면 OB에 대한 OA의 상대적인 기울기 ${ { D }_{ A } }’$를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이 공식을 알면 아주 편리하게 ${ { D }_{ A } }’$를 구할 수 있어요(그림 2). 

상대속도를 나타낼 때도 이것과 똑같이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4차원일 때, 말하자면 거리와 시간이 4차원으로서 서로 대등할 때 바로 이 방법(그림 2)으로 상대속도를 구할 수 있어요.

1.2. 2차원 시간-공간?

[그림 3] 2차원 공간(평면)이란?

최우석 [그림 3]에서는, 가로축과 세로축이 모두 길이(공간 단위)인 우리가 흔히 아는 2차원 공간인데, 시간도 공간 차원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그림인가요?

장회익 이 내용이 핵심이에요. 시간과 공간은 사실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죠. 다른데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것은, 시간에다가 허수 $i$를 곱하는 거예요. 앞에서 언급했지만 가우스 평면에는 실수 축과 허수 축이 있죠. 그런데 이 두 축은 $i$를 하나 곱한 차이가 있어요.

실수 축의 길이를 $a$라고 하고 세로 허수 축을 $b$라고 할 때는, 그냥 $b$가 아니라 $ib$가 돼. 그래서 $ib$를 그냥 실수와 같이 취급하자 이거지. 예를 들어서 $ib$를 $\beta$로 놔봐요. 그러면 가로 실수 축은 $a$가 되고 세로 허수 축은 $\beta$가 되는데, 여기서 $\beta$를 실수처럼 취급하면 $\alpha$와 $\beta$가 완전히 대등한 두 개의 축이 돼요.

이런 의미에서 보면 2차원이 되는데 $a$와 $b$는 정확히 2차원은 아니지, $i$가 붙어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 $i$가 붙은 것까지 감안해서 보면 완전히 2차원이에요.

[그림 4] 2차원 시간-공간 ($x, \tau \equiv kt$)

시간과 공간이 그냥 똑같이 4차원이 되는 게 아니에요. 시간 축에는 $i$가 들어있어요. $k$속에는 $i$가 들어있어(그림 4). $i$가 들어있는 어떤 상수를 곱해서 $\tau$(타우)라고 놓으면 $x$와 $\tau$둘 사이는 대등하다 이거지. 그래서 𝝬와 𝝩(타우 대문자) 이 공간은 완전히 2차원이에요.

$t$와 $x$사이에는 $k$만큼의 차이가 있죠. 그 차이가 뭐냐, 우리가 시간과 공간이 다르다하는 것이 $k$속에 들어있고, $t$에 적당한 $k$값을 집어넣어서 $\tau \equiv kt$이렇게 정의할 때에 ($\equiv$은 ‘정의한다’는 의미) $x$와 $\tau$는 대등하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 관계를 볼 수 있다, 그렇게 보자, 하는 입장이에요.

가로축은 여전히 시간 축이에요. 왜냐하면 $\tau$를 알면, 즉 $k$는 보편상수니까 $\tau \equiv kt$의 관계가 저절로 나와요. 가로축은 시간 축으로 보고 세로축은 공간 축이니까, 이러한 의미에서 𝝬와 𝝩(타우) 둘은 2차원 시공간을 이룬다는 얘기가 돼요.

1.3. 상수는 단위를 맞춰주기 위한 것?

최우석 이 문제를 제가 조금 생각해봤는데요. 단위를 맞춘다는 것, 그러니까 거리의 단위 혹은 길이의 단위로 맞춘다고 하면, 시간에 속도를 곱하면 거리가 나옵니다. 단위시간 동안 간 거리(거리/시간)가 속도이고, 속도에 시간을 곱하면 분자와 분모의 시간 단위가 소거돼서 거리만 남습니다.

그러니까 속도를 곱해주면 시간의 단위가 거리의 단위로 바뀌어지는데, 그때 상수를 곱해서 그 단위를 맞춰 준다는 것까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약간 벗어나는 질문인데, 물리학에 보면 상수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상수가 곱해진다, 상수가 앞에 붙어 다닌다하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상수라는 것은 이 경우처럼 단위를 맞춰주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것인가요?

장회익 그런 성격이 많죠. 지금 이 경우가 그래요. 그럼 여기서 $k$가 뭐냐, 두 가지 성격을 나타내요. 하나는 허수 축의 의미예요. $t$는 허수 축에 해당하기 때문에 $k$에 $i$가 반드시 들어가야 돼요. 다시 말해서 시간 축은 수학적으로 볼 때 실수 축이 아니라 허수 축이에요.

허수 축이 시간에 해당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놀라운 발견이지. 그러니까 실수 축이 공간상의 거리를 나타낸다고 하면, 수학적으로 맞춰보니까 허수 축이 바로 시간 축에 해당하더라는 거야. 그래서 수학적으로 표시하려면 $i$를 하나 곱해줘야 되는데, 그래서 $k$속에는 $i$가 들어가야 돼요.

그 다음에 또 한가지는, 지금 지적해주었듯이 우리가 처음부터 시간의 단위는 초(second)같은 것으로 임의로 정했고, 또 공간은 미터같은 것으로 따로 정했어요. 서로 관계가 전혀 없이 우리가 임의로 만들어놓은 것을 이미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게(그림 4)이 2차원이라면, 가로 축과 세로 축의 단위가 서로 맞아야 돼. 그래서 예를 들어서 거리의 단위로 맞추려고 한다면 $t$에 어떤 상수 하나를 곱해야 거리의 단위가 같아지느냐? 그 상수를 $c$라고 두자. 그래서 $k$는 $ic$가 돼.

$c$는 단위를 맞춰주기 위해서 넣은 것이고, $i$는 허수 축에 대응한다는 의미예요. 그래서 $ic$를 $k$라고 놓으면 완전히 4차원이 돼요. 그래서 $\tau$를 $ict$로 놓으면, 이때 $\tau$는 $x, y, z$와 완전히 대등한 것이 돼요. 시간 $t$자체는 $ic$만큼 차이가 나는,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시공간 2차원에서시간은복소수 2차원허수축에대응

최우석 여기서 상수를 곱해준다는 것의 의미는 첫째, 단위를 맞춰주기 위해서다, 즉 우리가 기존에 시간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을 거리와 다름이 없는 것으로 가정하기 위해서 혹은 그렇게 이해하기 위해서 수학적으로도 단위를 맞춰주기 위한 기술적인 이유이고, 둘째는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같은 성격의 것이라고 놓았을 때 수학적으로 이미 마련된 것 중에 복소수라고 하는 일단의 질서가 잘 맞아들어가기 때문에 시간이라고 하는 것을 허수 축에 관련된 것에 부여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의미로 정리하면 될까요?

장회익 그렇지. 그래서 $i$와 $c$가 $k$로 되는 거예요. 이것이 참 놀라운 발견이에요. 거리(공간 단위)끼리 만들어지는 3차원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시간은 전혀 달라요. 그런데 그 시간이 놀랍게도 허수 축에 딱 들어가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신이 우주의 시간, 공간을 창조하셨다면 묘하게 수학의 실수 축과 허수 축에 매치가 되도록 만들었다, 이런 얘기야.

1.4. 시공간을 4차원으로 보기로 하고 복소수 공간을 채택해서 시간을 허수 축에 놓으니 잘 맞더라?

최우석 아인슈타인이 한 것처럼 상대성이론을 밝혀가는 과정은 복잡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처음부터 4차원이라고 가정하고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공간을 3차원으로 보고 시간을 또 다른 1차원이라고 생각하는 기존의 생각에 불만을 가지고 누군가가 나는 달리 보고 싶다, 나는 4차원으로 가정해 보련다 하고서는 일단 수학적으로는 생각 안하고 단위만 맞춰서 모든 차원이 거리의 단위를 가지도록 만들어 본다고 해보면요.

우리가 경험하는 물리 세계와 가장 잘 맞는 몇 가지 현상들과 가정들을 맞춰보니 시공간이 4차원을 이룬다는 것은 수학적으로 시간을 허수 축에 놓는 복소수 공간과 매칭을 시키는 것이 우리 현상을 4차원으로 보는 것과 제일 잘 맞더라, 그래서 나는 복소수 공간을 채택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시간에 곱하는 상수에 허수의 성격을 부여하겠다, 이렇게 볼 수 있을까요?

장회익 그렇지. 120년 정도 전에 그런 생각을 했으면 놀라운 거지. 아인슈타인보다 앞서는 거예요. (웃음) 그런데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없어요. 할 수 있는 생각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없어. 아인슈타인이 다른 방법으로, 아까 잠깐 언급했지만 엉뚱한 가정 두 가지(책 p.170 참조)를 통해서 결과적으로는 거기에 해당하는 것을 만들어놓았고, 민코프스키가 보니까 아, 이게 4차원이다! 하고 차후에 알아낸 거죠.

그런데 본래는 4차원이라 생각하고 할 수 있어요. 아주 뛰어난, 아인슈타인을 능가하는 천재적인 사람이 있었다면, 시간-공간이라는 것이 가지는 어떤 특별한 관계 구조가 있을 것 아니냐 하고 생각했을 수 있어요. 공간이 3차원이라는 건 뭐 인정하고, 시간도 거기에 또 하나의 차원이 돼서 4차원이 되면 더 재밌겠는데 그냥은 아무리 해도 안 되니까.

허수와 실수의 차이가 $i$만큼 있는 가우스 2차원이 있으니 그걸로 하면 실수에서 나타나지 않는 것은 허수로 해결이 돼요. 그러면 나머지 한 문제는, 기왕에 만든 시간 단위와 기왕에 만든 거리 단위를 매칭하자, 매칭시키는 상수를 $c$라고 놓자, 그렇게 하면 딱 끝나는 거예요.

1.5. 복소수 공간의 시공간 4차원은 ‘실재’인가?

최우석 조금 질문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지만, 저한테는 중요한 질문이라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이 책에 보면 가우스 전후로 복소수를 개발하던 시기에 수학자들이 허수를 ‘imaginary number’라고 했을 정도로, 허수는 수학에서 나온 개념이기는 하지만 실재와 매칭을 시킬 수 있는 성격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상상 속의 숫자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상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수학 안에서는 뭐 그러자라고 용인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실재 세계와 가장 잘 매칭이 되는 수학적인 개념과 질서 체계를 매칭시켰을 때, 시공간 4차원과 소위 ‘imaginary number’라는 허수를 포함하는 복소수 체계가 잘 매칭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면 심지어 수학 안에서도 real이 아닌 imaginary라는 이름을 가진 수를 동원했는데, 그러면 4차원이라고 우리가 이해한 물리 세계의 실재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장회익 그러니까 이제는 ‘imaginary’라는 말을 빼야지. 허수를 만들었던 그때는 허수 축이 어떤 물리적인 것에도 대응이 안 됐고 수학적으로만 의미가 있었어요. 왜냐하면 제곱을 해서 -1이 되는 숫자가 있느냐, 봤더니 허수 축밖에 없는 거야. 수학적으로는 있어야되는데, 실제로는 그 허수 축을 연결시킬 방법이 없어. 이것은 수학적으로 상상은 할 수 있지만 현실 세계와는 무관하다고 해서 허수 imaginary number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게 바로 시간이더라는 거야. 이게 얼마나 놀라운 일이야. 실수 축이 거리, 공간이라고 치면 허수 축이 바로 시간이에요. 시간은 현실 세계에 있는 건데 왜 imaginary냐? 그래서 지금은 말하자면 물리를 통해서 허수가 ‘허’수가 아닌 게 됐지. 또 하나의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는 수가 됐어요. 그런데 실수를 공간 축이라고 할 때 그 허수의 물리가 시간 축이라는 거예요. 얼마나 재밌는 거야. 그런 것이 물리학을 통해서 이루어진 거예요.

1.6. 도리어 시공간 4차원 이론으로 복소수의 실재성이 드러난 것?

최우석 그러면 이제 역으로 복소수의 실재성이 4차원 시공간 개념과 설명으로 거기에 수학적인 것에 다시 의미 부여가 된 거네요? 그것이 imaginary가 아니다?!

장회익 그렇지. 그런데 사실 양자역학에서도 많이 써요. 그래서 이제는 정말 허수라고 하는 것을, 아무 의미도 없는 상상 속에서 나온 수학이라고 안 봐요. 그러니까 참 재밌는 것이, 우리가 상상으로 만들어놓은 그것이 어떻게 현실에 맞는냐? 항상 과학자들이 감탄하는 거예요. 자연은 참 오묘하다는 얘기가 그런 데서 나오는 얘기죠.

최우석 흔히 뭐 없었으면 어쩔뻔 했냐 이런 말이 있는데, 복소수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싶습니다. (웃음)

장회익 그런데 참 재밌는 것은, 수학이 앞서요. 참 재밌죠. 물론 같이 가는 수도 있고 물리를 하다가 만드는 수도 있지만.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 1777-1855)가 이미 18, 19세기에 했는데 20세기에 와서 비로소 아, 이게 허수가 ‘허’수가 아니다, 이렇게 된 거죠.

2. 4차원 시공간에서의 상대 속도 문제

2.1. 시간과 공간이 2차원을 이룰 때 상대방의 속도는 어떻게 보이는가?

최우석 이제 다룰 문제는 우리가 기존에 아는 상대속도의 문제가 어떻게 달리 풀리느냐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두 개의 예를 들고 있는데요. 하나는 일상 세계에서의 문제(그림 5)를 예로 드셨고, 또 하나는 우주 스케일의 사건을 예로 드셨습니다(그림 6).

[그림 5] 상대속도의 문제 : 예 1
[그림 6] 상대속도의 문제 : 예 2

최우석 첫 번째 것은(그림 5)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늘 경험하는 사건입니다. 추월선에서 100km로 가는 차가 있고 주행선으로는 60km로 가는 차가 있다고 할 때, 톨게이트에서 둘을 보면 하나는 100km로 가고 하나는 60km로 가는 것으로 보일 겁니다. 그런데 주행선에서 가는 차가 추월선에서 앞질러 가는 차를 보면 그 차의 속도가 얼마로 보일 것인가 하는 일상 세계에서 경험하는 문제입니다.

두 번째 문제(그림 6)는 조금 더 심각하게, 광속의 90%의 속도로 가는 두 개의 우주선이 마주 보면서 날아가는 경우입니다. 나는 (등속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가고 있는지 모르고 우리 우주선은 그냥 서있다고 느낀다고 할 때 저쪽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저 우주선의 속도는 얼마로 보이겠는가? 반대로는 또 어떻게 되는가? 그런 문제입니다.

이 두 가지 문제가 기존의 3+1차원에서 풀면 어떻게 풀리고, 4차원에서는 어떻게 풀리는가를 선생님께서 설명을 하셨습니다.

[그림 7] 풀이 1 : 1+1 차원 (x, t)

최우석 먼저 일상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 문제를 먼저 보겠습니다. 그림 7은 시공간 1+1차원 그림입니다. 여기서 세로축은 공간을 나타내는 한 차원이고(3+1차원에서 공간을 나타내는 3개의 차원을 하나로 축소시켜 단순화 한 것), 가로축은 시간을 나타내는 한 차원입니다. 60km로 뒤따라가는 차 B에서 100km로 가는 차 A를 본 속도는 A선과 B선의 차이(t 지점의 빨강색 세로선)만큼일 뿐이다, 이렇게 되나요? 

장회익 A와 B는 처음에 출발할 때는 같은 위치 O에 있었어요. 시간이 $t$만큼 경과하는 동안 빨강색 세로선만큼 멀어졌죠. 그러면 시간 $t$일 때 B가 봤을 때 A의 속도는 빨강색 세로선만큼의 거리를 시간 $t$로 나눈 것, 즉 $\frac { x-{ x }_{ 0 } }{ t }$라고 우리는 생각하죠.

장회익 예를 들어 $t$가 1시간이라고 보면, 즉 두 차가 출발한지 한 시간이 지났다고 한다면 A는 100km, B는 60km만큼의 거리를 갔을 것이므로 거리 차이 $x-{ x }_{ 0 }$는 40km가 돼요. 따라서 B에서는 A가 $\frac { 40km }{ 1hr }$, 즉 시속 40킬로미터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는 생각이 아주 당연한 것 같지.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당연하다, 틀림없다, 전혀 흠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흠을 잡아보자 이거지. 이제 4차원(1+1차원이 아니라 시공간 2차원)으로 보면 어떻게 되나?

[그림 8] 풀이 2 : 2차원

최우석 멈춰 있는 사람에게는 B는 60km로 가는 차, A는 100km로 가는 차로 보입니다(그림 8). 그런데 더 느리게 가는 차 B가 자신은 움직이는지 모르고 정지해있다고 착각하고 앞의 차 A를 보았을 때는 어떻게 보이느냐하는 문제가 됩니다.

앞에서 1+1차원에서는 정지해있는 관측자가 보는 것이나 차 B에서 보는 것이나 동일한데, 2차원에서는 (거리와 시간이) 동등한 차원이기 때문에 B가 기준축이 되어 파악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B에서 본 앞 차 A의 속도는 $\frac { x-{ x }_{ 0 } }{ \tau }$가 아니라 $\frac { x’ }{ \tau ‘ }$로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됩니다.

장회익 그러니까 시간과 공간 2차원에서 $x$와 $\tau$가 대등하다, 그러니까 지금 𝝩축과 B축이 완전히 대등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B축을 기준으로 속도를 생각하는 것과, 𝝩축에서 속도를 생각하는 것을 똑같은 방식으로 해야 돼요. B축을 기준으로 한다면 $\tau’$에서 수직으로 올라간 거리($x’$)를 계산해야 돼요. B가 차를 타고 간 시간 $\tau’$동안 A가 간 거리 $x’$를 봐야된다는 거죠.

그렇게 보면 B에서 본 A의 속도는 B와 A의 사이각 $\alpha-\beta$에 대한 탄젠트 값, tan($\alpha-\beta$) = $\frac { x’ }{ \tau ‘ }$가 된다 이거야. 따라서 앞에서 본 사다리의 기울기 관계와 똑같아요. 2차원일 경우에는 사다리 기울기 계산법과 같아야 돼요.

이렇게 보면, 아까 했던 1+1차원의 계산은 억지지. 실제로는 시간이 $\tau’$만큼 갔는데 $\tau$만큼 간 걸로 생각을 하고, 거리는 $x’$가 아니라 $x-{ x }_{ 0 }$만큼 간 걸로 잘못 생각을 했어. 시간이라는 것은 일정하게 흐르기 때문에 모든 시간은 𝝩축을 기준으로 해야한다고 딱 못을 박아놨던 거예요. 그러니까 X 좌표축을 떠나지 않고 본 거지.

그런데 B축과 𝝩축이 대등하니까 서로 대등한 자격으로 보고 똑같은 방식으로 보면, 아까 했던 사다리 방식(그림 2)으로 해야 돼요. 그러니까 4차원(여기서는 공간 3차원을 하나의 차원으로 단순화시켜서 시공간 2차원으로 보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주세요)으로 보게 되면 사다리 계산법을 써야 돼요.

반면에 여전히 시간 축이 공간 축(3차원)과 독립이다 하면 X-𝝩좌표축을 벗어나서 좌표축을 돌리는 것은 무의미한 거예요. 이 경우에는 자동차가 움직일 뿐이지 좌표축을 돌린 게 아니야. 좌표축은 여전히 𝝩로 하고 이 𝝩축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니까 거리 차이가 $x-{ x }_{ 0 }$가 나오게 되는 거야. 그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상식적으로 (1+1차원으로) 생각했던 거예요.

그런데 시간-공간 2차원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되느냐. 결과가 이렇게 나오죠(그림 8). 여기에 왜 $k$가 들어갔나 하면, $t$를 써야하기 때문에, tan$\alpha$를 계산하면서 $\tau$대신에 $kt$를 넣어서 그래요($\tau \equiv kt$이므로).

최우석 그림 8의 풀이에서 식을 $t$에 대해서 고쳐준 이유는, 우리가 아는 시간과 관련된 숫자는 $t$밖에 없어서 그런가요?

장회익 그렇지. 형식적으로는 $\tau \equiv kt$이렇게 대등한 관계이지만, 현실의 시간은 $t$로 보는 거니까 바꾸려면 $k$만큼 보정을 해줘야 돼. 그래서 다 계산을 하면 마지막에 ${ k }^{ 2 }$이 붙어나와요(그림 8). 그런데, 아까 얘기했지만 $k=ic$인데, $i$는 허수 축에 해당한다는 뜻이고 $c$는 단위때문에 들어간다고 했죠. 따라서 ${ k }^{ 2 }$은 ${ (ic) }^{ 2 }$이고 ${ (i) }^{ 2 }$은 -1이니까 ${ k }^{ 2 }=-{ c }^{ 2 }$이 돼요. 그래서 마지막에 $\frac { v-u }{ 1-\frac { vu }{ { c }^{ 2 } } }$이 나오는데, 이게 굉장히 재밌는 식이에요. 기존에는 분자에 있는 $v-u$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분모에 $1-\frac { vu }{ { c }^{ 2 } }$가 붙어나오는 거야! 이게 얼마나 신기하냐!

[그림 9] 상대속도 음미

장회익 그래서 두 가지 답이 다 나와요. $v’=v-u$는 우리가 4차원 생각하지 않고, 시간은 독립적이고 공간도 시간과 무관하다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쓰면 나오는 식이에요.

반면에 시간과 공간이 대등한 2차원을 이룬다고 생각하면 사다리 공식에 해당하는 값 $\frac { v-u }{ 1-\frac { vu }{ { c }^{ 2 } } }$이 나오죠. 그러면 아까 시속 100km와 60km짜리 자동차의 경우에는 차이가 없어요. 왜냐하면 분모 $1-\frac { vu }{ { c }^{ 2 } }$에서 $v, u$에 100km/h, 60km/h 넣어봤자 $c$가 워낙 크기 때문에 $\frac { 100\times 60 }{ { c }^{ 2 } }$의 값은 거의 0이 돼요. 그래서 분모가 1이 되니까 결과적으로 $v’=v-u$이렇게 돼버리지. 우리 상식에는 맞는 거야.

[그림 6-다시] 상대속도의 문제 : 예 2

장회익 그런데 로켓의 경우(그림 9, 그림 6)는 땅에서 봤을 때의 속도는 둘 다 0.9$c$이지만, 속도 $u$인 로켓을 기준으로 하면 분자 $v-u$는 0.9$c$-(-0.9$c$)=1.8$c$가 되고, 분모 ${ 1-\frac { vu }{ { c }^{ 2 } } }$는 $1-\frac { 0.9c\times (-0.9c) }{ { c }^{ 2 } }$=1+0.81=1.81이 돼요. 1.8을 1.81로 나누면 1보다 작게 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계산해보면 $v’=\frac{1.8c}{1.81}\doteqdot$0.9945$c$가 돼서, 광속에 아주 가깝기는 해도 여전히 광속보다는 작아요.

그러니까 거의 광속에 가까운 것 두 개가 마주 보고 왔는데도 상대속도는 광속보다 작아요. 그러면 0.99$c$로 해보면 어떻게 되느냐? 그러면 광속을 넘을 거 아니냐? 해보면 또 안 넘어요. 소수점 아래에 9가 아무리 여러 개 있어도 광속을 안 넘어. 이 방법으로 할 때 아무리 빠른 것끼리 해봐도 광속을 넘어가지 않는다는 희한한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더 재밌는 게 바로 이건데, $v$와 $u$중에서 $v$자체를 $c$라고 두는 경우예요. 만약에 상대편이 $c$의 속도로 나를 향해서 오고 나($u$)는 광속의 90%로 가고 있거나 혹은 내가 광속의 99%, 즉 0.99$c$의 속도로 빛을 따라가면서 빛을 보자,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어떤 방법을 써도 $u$에 무관하게 $v’$는 무조건 $c$가 돼. 금방 계산이 되죠.

그러니까 둘 중에 하나 즉 $v$가 광속 $c$이고, $u$는 광속만 아니면 돼요. $u$가 $c$가 되면 $\frac { 0 }{ 0 }$이 돼서 이 식으로 결정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제외해요. 거의 $c$, 즉 0.99999…해서 9가 100개가 되더라도 $u$는 상쇄가 돼서 $v’$는 $c$가 돼요.

이 이야기가 바로 아인슈타인이 가정한 거예요. 광속도는 아무리 빨리 가도, 어디서 봐도 항상 $c$다, 이 터무니 없는 가정이 이 식 $\frac { v-u }{ 1-\frac { vu }{ { c }^{ 2 } } }$으로 증명되는 거예요. 이 식이 나오기 전에, 증명되기 전에 아인슈타인의 가정을 믿어라, 하면 못 믿죠. 왜냐하면 우리는 $v’=v-u$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이에요.

2.2. 상수 c의 값은 어떻게 찾아내나?

황승미 지금까지 수식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c$가 광속이라고 생각 안 해도 이 식이 다 나오는 건가요?

장회익 물론이지.

황승미 그런데 $c$가 광속인지 어떻게 알았어요? (웃음)

장회익 결국 여기서 $c$의 값은 자연이 말해주는 거야. 우리가 $c$를 그렇게 놨죠. 그런데 우리가 놓고 싶은대로 놓은 게 아니고, 우리가 과거에 시간 단위와 공간 단위를 정해 놓고 자연한테 묻는 거지.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시간과 공간 단위가 같아지려면 우리가 놓은 그 단위 상에서 그 값을 어떤 값으로 놓아야 그 값이 현실 세계와 맞게 되느냐?

황승미 계산으로 광속이 나온 건가요? 실험을 해서 구하나요?

장회익 자연한테 물어보는 거야. 자연만이 대답하는 거예요. 자연에서 측정을 해보면… ‘실험’이라는 말을 내가 피하려고 하는 건데. (웃음) 빛을 재든 무엇을 재든, 그것이 자연에서 무엇에 해당되는 것인지 우리가 찾아내면 그 값이 우리가 알고 있는 광속이에요.

황승미 그러면 아인슈타인은 광속을 일단 가정으로 놓은 것이고, 실제로 스스로 측정을 해보거나 그러지는 않은 건가요?

장회익 그 당시에 벌써 광속은 많은 사람들이 측정을 했지. 그런데 이 이론 속에서는 그 광속과는 무관하게, 자연계의 모든 것을 살펴보니 이 $c$값은 우리가 알고 있는 광속에 해당하는 것을 집어넣을 때 자연에 맞더라, 이렇게 보면 돼요, 논리적으로. 빛과 관계없이 $c$를 다른 방식으로 찾아도 돼요. 어떻게 찾든 간에 찾아보면, 자연은 이것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c$값에 해당하는 것으로 연결이 되더라, 이렇게 보면 돼요.

2.3. 이론이 먼저 나오고 상수값이 나중에 밝혀진 역사적 사례가 있나?

최우석 여기에서 보면 논리적인 과정은 역사적으로 달랐는데, 실제로 이러이러해서 상수 얼마를 가진 이런 것으로 자연이 서술될 수 있다, 상수 값은 관측 결과에 의해서 정해지겠지만 이러한 상수가 있어야한다는 이론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 관측이나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서 상수값이 결정된 그런 사례도 있나요?

장회익 역사적으로는 잘 없지. 역사적으로는 그걸 다 모르고 상수를 놓기 마련이에요. 이론적으로 체계화해서 다시 그 관점에서 보면 지금 이 경우처럼 딱 맞죠. 실제로 그게 뭐냐하고 나중에 매칭하는 형식을 취하게 돼요.

최우석 선생님 책(p.169)에 보면 “여기서 $c$라는 상수는 빛이라고 하는 어떤 특정 실체의 속도를 나타내는 값이라기보다 시간과 공간을 별개의 물리량으로 보고 각각 독립적으로 단위를 정했기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조정치에 해당한다.”라고 쓰셨어요.

그 다음에 이어서 또 재미있는 얘기가 있는데, “만일 시간과 공간이 4차원 물리량의 서로 다른 성분들임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들 단위를 통일했을 것이고, 따라서 상수 $c$는 당연히 1이라는 값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쓰셨거든요.

이게 잘 상상이 안되는데, 만일 알았더라면 거리의 단위와 시간의 단위가 하나의 단위로 통일됐을 때 상수 $c$라는 것이 불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c$라는 30만 km/s의 상수 값이 붙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리 알았다면 그런 불필요한 상수가 없는 단위로 통일했을 것이다, 이런 얘기인데요. 그러면 지금이라도 역사적인 잔재들을 싹 걷어내고 물리학을 다시 쓰는 게 가능한가요?

장회익 그렇지. 입자물리학에서는 $c$를 아예 1로 놔버려.

최우석 그러면 거리 단위는 어떻게 돼요? 차이가 엄청나게 클 것 같은데…

장회익 같은 단위를 쓰는 거야. 100억 분의 1을 무엇으로 한다, 이렇게 하면 되죠. 중간치는 얼마든지 정할 수 있으니까. km와 m는 근본적으로 다른 게 아니지. 1000m는 너무 기니까 1km로 놓자, 이런 식으로 조정하면 되는 거지. 그냥 통일하면 돼요. 우리한테는 좀 불편하지만. 우리는 1초라는 것이 아주 작은 시간인데, 빛은 워낙 멀리 가니까.

초를 시간과 거리의 단위로 통일한다면 시간 단위로는 우리한테는 편리하지만 공간 단위로는 빛이 1초 동안 가는 거리 30만 km를 기본 단위로 삼아야 돼요. 그러니까 좀 불편하지. 그렇지만 그건 그냥 편리, 불편의 문제이고, 우리 일상에 맞도록 억 분의 1을 무엇으로 정하고 조 분의 1을 얼마로 정하고, 이런 식으로 조정해서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최우석 이 질문도 조금 벗어나는 질문인 것 같기는 한데, 역사적으로 잘 몰랐기 때문에 지금 불필요한 것들이 덧붙은 게 많다는 말씀을 선생님께서 종종 해주시는데요. 가령 전류의 부호도 사실은 전자의 흐름과 거꾸로 되어 있다는 말씀도 하셨고, 여기서는 광속도 사실은 알고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인데 역사적으로 이렇게 됐다, 볼츠만 상수도 그렇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물리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두 모여서 과거의 잔재들을 싹 다 걷어내고 물리학을 깔끔하게 새로 정리하는 그런 작업을 가상적으로라도 해볼 수 있나요?

장회익 그렇죠. 그런데 지금까지 워낙 벌여놓은 게 많아서 정리하기가 좀 힘들지.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해놓으면 훨씬 깔끔해요. 많은 상수들을 제거할 수 있죠. 곧 얘기하겠지만, 양자역학의 플랑크 상수 $h$, 그것도 (정리하면) 필요없어, 그냥 1로 놓으면 돼. 볼츠만 상수도 필요 없어요.

몰랐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들이 많이 있어요. 왜 이런 상수값이 되느냐하는 것은 나중에 알고 보면, 우리가 몰랐기 때문에 같은 것인데도 서로 다른 단위로 정해놓고 하다가 나중에 매치시켜 놓고 보니까 단위를 조정해줘야되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들이 중요한 상수들 중에 많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해가 깊어질수록 상수가 줄어들죠. 다 연결되니까. 연결이 안 됐으면 다 따로따로 지만, 연결이 돼서 하나가 되면, 예를 들어 통일이 되면 두 나라의 화폐 단위를 따로 쓸 필요가 없지. 그것과 비슷한 거예요.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4-3’ 끝.

장회익선생님 강의자료 : 상대성이론과 4차원 시공간


대담 : 장회익, 최우석, 황승미
영상 편집 : 최우석
녹취, 그림, 편집 : 황승미
전체 제작 :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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