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4-2. 상대성이론의 내용정리 1 : 좌표계와 차원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이야기’에서 나눈 대담 4-2을 정리한 것입니다. 대담은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모두 보기 링크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4-2. 상대성이론의 내용정리 1 : 좌표계와 차원

  1. 삼각함수는 2차원 공간의 성격?
  2. 두 축의 성격이 다르면 2차원이 아닌가?
    2.1. 상대성원리
    2.2. 삼각함수는 2차원 공간에서 성립하는 관계다
  3. 좌표계의 의미는 무엇?
  4. 시간이 길어지고 짧아지고 한다는 것의 의미? 2차원 평면에서 생각해보기
  5. 좌표계, 데카르트 이전과 이후?
  6. 수학의 평면, 공간 vs 물리 세계의 평면, 공간?
  7. 우리의 경험과 잘 맞는 수학적 질서를 찾아내서 그것으로 물리 세계를 이해?

최우석 지난 시간에는 상대성이론의 역사지평 얘기를 나눴습니다. 오늘은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도대체 상대성이론이 어떤 것인지 이론이 생긴 모양도 구경을 해보고, 그 이론이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지난번에 했던 얘기에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의 얘기를 조금만 정리를 해보면, 책 3장의 역사지평 부분의 내용을 가지고 아인슈타인이 어떠한 배경에서 어떻게 이러한 일을 해왔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와 연관 지어서 선생님의 교육철학에 대한 얘기도 해주셨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성장하게 되고, 지적인 성장을 위해서 어떠한 환경이나 여건 조성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어떤 문제 의식에서 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영감을 얻었고, 그래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접근을 했고, 그것을 통해서 전기자기학에서 상대성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을 했고, 거기에 큰 두 가지 가정을 했습니다. 사실은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사리에 맞지 않는 가정이기는 한데 그 가정을 딱 걸어놓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을 두들겨 맞춰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낸 그런 역사적인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상대성이론에 이르는 길에는 ‘아인슈타인의 길’과 ‘4차원의 길’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아인슈타인의 길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억지스러울 수 있는 가정을 전제로 한 길이다, 사실은 그 가정은 결론으로 도출될 수 있을 법한 것인데 그것을 전제로 걸어놓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문제를 돌파해갔다고 하셨어요.

반면에 민코프스키는 아인슈타인이 한 것은 바로 4차원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그럼으로써 그 뒤에 오는 사람들은 명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두 가정없이 우리가 접하는 물리 세계가 시공간 4차원으로 되어 있다고 하는 것을 명확히 하면 그런 가정도 결론으로 얻어지고 이해가 훨씬 더 쉽고 깔끔하다, 이렇게 선생님께서 이해하신 바를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은, 그러면 대체 시공간이 4차원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4차원이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하는 문제,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그렇게 해서 앎의 바탕 구도라고 하는 것이 상대성이론을 통해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고전역학은 어떻게 달라졌고, 그 뒤에 가면 일반상대성이론이라는 것까지 나오는데 그런 것은 대체 무엇을 달리 보게 만들었는지, 그런 얘기들을 경우에 따라서는 수식도 보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시간까지는 제가 질문 목록을 만들어와서 여쭤가면서 진행을 했는데요. 이번 시간부터는 선생님께서 강의용으로 만드신 화면자료(이 글의 첨부파일 참조)와 책을 따라가면서 제가 이해가지 않는 것들을 계속 여쭤보고 선생님께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해가겠습니다.

1. 삼각함수는 2차원 공간의 성격?

최우석 제일 처음을 삼각함수로 시작하셨는데요. ‘삼각함수는 2차원 공간의 성격이다’라는 얘기는 왜 하신 건지 맥락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림 1] 삼각함수는 2차원 공간의 성격이다.

장회익 삼각함수는 중학교나 요즘은 고등학교에서 배우죠? 그러면서 차원 얘기는 전혀 안 하고 있지. 당연히 있는 걸로 생각해. 그런데 사실은 삼각함수는 2차원에서만 성립해요. 2차원 평면일 때만 성립하는 것인데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거지. 사실 삼각함수를 통해서 2차원이 무엇이다 하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어요.

2차원이라고 하는 것은, 이 모든 방향이 대등한 거예요. 삼각형을 돌려서 그려도(그림 1에서 B면이 위쪽에 오도록 돌려도 왼쪽으로 오도록 돌려도) 삼각함수의 관계는 마찬가지예요. 그것이 바로 2차원의 성질을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 2차원에 대한 말을 전혀 안 하고 있지만.

장회익 만약에 구면에 삼각형을 그리면 삼각함수의 관계가 그대로 성립하지 않아.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이 180도인데, 구면에 그려 놓으면 180도가 안돼요. 달라지지. 무조건 삼각함수는 이런 것이다하고 진리처럼 얘기하는데, 삼각함수는 2차원 평면의 성격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가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요.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성립한다, 그것도 2차원의 성질이에요. 2차원 평면 상에서 성립하는 것이지 구면에 있거나, 또는 가로 축과 세로 축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면 성립하지 않죠. 그러니까 면적이라고 하는 것도 2차원에서 있는 거지. 가로와 세로 양쪽이 대등한 2차원인 거예요.

예를 들어서 가로 축에 위치를 그리고 세로 축에 온도를 해놓으면, 위치에 따라서 온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나타낼 수 있는데, 거기서는 면적이라는 것은 무의미하지. 그러니까 가로 축과 세로 축의 차원이 같을 때 면적도 나와요. 그래프를 한 면에 그린다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에요.

2. 두 축의 성격이 다르면 2차원이 아닌가?

최우석 그렇지 않아도 여쭤보고 싶었던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요즘 많이 보는 그래프라고 하면, 대부분 아래쪽은 시간 축이고 세로 축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수치가 들어가는데요. 가령 날짜에 따라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나오기도 하고 경제성장률, 인구 변동 이런 것들을 그래프로 많이 그립니다. 여기에는 항상 두 축이 있죠. 시간축과 뭔가 나타내고자 하는 지표. 이런 것을 사회과학에서는 상관관계를 본다고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2차원이 아닌가요?

장회익 상관관계라기보다는 시간에 따른 변화라고 할 수 있겠고, 그것은 2차원이 아니지. 가로 축과 세로 축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거야. 그런 것은 2차원이 아니죠. 가로 축이 시간이고 세로 축이 경제성장률이면 거기서는 삼각함수 관계의 의미가 없어지는 거지. 가로와 세로 축이 같은 것을 나타낼 때 의미가 있어요. 그것이 2차원에서 핵심적이에요.

최우석 그러면 이렇게 이해하면 될까요? 가로 축과 세로 축 값의 성격이 다를 때는 2차원이 안 되고, 예를 들어서 가로 축도 길이고 세로 축도 길이라면 2차원이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런데 뒤에 가면 나오지만 4차원은 시간이 우리가 아는 시간이 아니라 길이처럼 (공간이) 되어서 4차원이 된다는 말씀인가요?

장회익 그렇지. 시간과 거리가 같은 내용이라는 뜻이에요. 엄격하게 같은 게 아니라 $i$가 하나 붙는 차이는 있어요. 시간을 $t$라고 할 때 $i$까지 합쳐서 $it$를 $x, y, z$와 같은 것으로 보면 완전한 4차원이 돼요.

2차원에서 생각해봐도 돼. 공간 차원은 그냥 하나의 축으로만 따지자 이거지. 왜냐하면 복잡하니까. 그럴 때에 공간과 시간이 합쳐서 2차원이 돼야 되는 거야. 그런데 한쪽은 시간이고 한쪽은 공간인데 그게 어떻게 2차원이 되느냐? 그런데 그것이 된다는 거예요. 이게 상대성이론에서 핵심적인 거지. 그렇기 때문에 2차원이 뭔가를 먼저 정확하게 파악을 해야 상대성이론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거예요.

최우석 2차원이 되려면 일단 축이 둘 이상 있어야 되고…

장회익 축이 둘 이상 있어야 되고, 그 축들이 대등하다!

최우석 대등하다는 것은 둘 다 길이일 경우에 둘 다 미터를 쓴다든가 해서 단위도 같아야 하고, 하여튼 두 축이 다른 것을 말하면 안 된다?

장회익 그렇지. 그래서 그 평면 안에서는 방향도 같아. 그 (축들이 만드는 공간) 안에서는 어느 방향이나 대등해요. 대표적으로 우리가 운동장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실제 현실의 운동장은 해가 어느 쪽에 있고 건물이 어디 있고 이런 조건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제외하고 완전히 이상적인 운동장이 있다고 할 때에, 그 모든 방향이 대등하다는 거지. 그래서 축구장을 하나 만들 때 이렇게 ▭ 선을 그어 놓고 해도 되고, 거기서 45도 틀어서 선을 그어서 축구를 해도 경기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햇빛 방향이 달라진다고 불평은 할 수 있지만 그건 우연히 태양이 거기에 있었을 뿐이지.

2.1. 상대성원리

장회익

이것이 2차원이야. 왜냐하면 방향에 따라서 자연 법칙이 전혀 달라지지 않아요. 내가 공을 저리로 던지는데, 다른 쪽으로 던져도 그대로 가요. 이것이 자연 법칙이 모든 방향에 대해서 대등하다는 의미예요.

이것이 아주 일반적인 상대성원리예요. 상대성원리라고 하는 것은 어느 방향의 축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방향의 축이 대등한 거예요. 자연법칙이 대등하기 때문에 모든 방향이 대등하다고 말하는 것이지, 우리가 마음으로 대등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의미해요. 자연 법칙이 그렇게(대등하게) 해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여기 앉아서 내가 우석씨한테 사과 하나를 던져주려면 이렇게 던지면 되는데, 우석씨가 다른 쪽에 앉아 있어도 내가 똑같은 방식으로 던져 주면 받게 된다고. 그러니까 방향에 따라서 아무런 차이가 없어. 그걸 우리가 몸으로 느끼지, 왜냐하면 2차원이니까. 그런 성격을 가지는 공간이에요.

2.2. 삼각함수는 2차원 공간에서 성립하는 관계다

장회익 그런데 삼각함수는 바로 그 공간(2차원 공간)에서 성립하는 관계예요. 그걸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심지어는 이런 말(삼각함수는 2차원 공간에서 성립하는 관계)을 내가 어느 책에서도 읽어본 적이 없어. 내가 만들어서 오늘 처음 얘기하는 거예요.(웃음)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삼각함수는 성립하는 거다, 그것만 알지 어디서 성립한다는 것 조차 모르고 쓰고 있어요.

최우석 그러면 뒤집어서, 2차원 공간이란 삼각함수가 적용되는 공간을 말한다, 혹은 피타고라스 정리가 적용되는 공간이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까요?

장회익 뭐 꼭 그렇다기 보다는, 어쨌든 의미상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삼각함수는 이것들(각과 변) 사이의 관계거든. 삼각형이 어느 방향으로 놓이든 각과 변 사이의 관계는 같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바로 그런 얘기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4차원으로 가려면 바로 그 관계를 이해해야 되는데, 세 개냐 네 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둘(공간과 시간)이 중요해. 공간 차원과 시간 차원이 어떻게 합쳐서 대등한 2차원이 되느냐, 그것이 핵심이죠.


[그림 2] 2차원 공간(평면)이란?

최우석 [그림 2]의 그래프에서도 마찬가지로 삼각함수가 성립하고 피타고라스 정리가 성립하는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말씀하시는 거죠?

장회익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파란 좌표 축을 취해서 녹색 점의 위치를 얘기해도, 빨간 좌표 축으로 녹색 점의 위치를 얘기해도 상관이 없는 거죠. 2차원이기 때문에.

단,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파란 축으로 봤을 때 녹색 점의 $x$값 $y$값과, 빨간 축을 중심으로 봤을 때 녹색 점의 $x’$값 $y’$값은 달라요. 이것이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지. 2차원일 경우 하나의 점의 위치를 나타내려면 2개의 수치가 필요한데, 그 2개의 수치 자체는 좌표 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값 자체는 달라지는 거예요.

최우석 파란 $XY$축을 기준으로 하면 좌표 값이 $x$와 $y$지만, 빨간 $X’Y’$축을 기준으로 하면 동일한 녹색 점이 $x’$와 $y’$로 바뀐다는 말씀이시죠?

장회익 그렇지. 그리고 이것을 알면 이 좌표 축이 몇 도 돌았느냐에 따라서 $x’$값과 $y’$ 값이 어떻게 달라진다 하는 것도 금방 알 수 있지. 이 평면에서는 삼각함수가 성립하니까 삼각함수를 통해서 알 수 있어요.

최우석 그러면 만약에 여기에 두 점이 있다고 하면 한 축을 기준으로 해서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재건 또 다른 축을 기준으로 해서 두 점 간의 거리를 재건 계산 상의 과정은 다르지만 결과로 나오는 길이는 같다?!

장회익 그렇지.

3. 좌표계의 의미는 무엇?

최우석 그런데 축을 이렇게 바꾼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장회익 어디를 기준으로 하느냐예요. 왜냐하면 막연해요. 이 점을 어떤 숫자로 나타내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그러니까 이 기준에서 어디까지의 길이가 얼마다 하는 것을 말해줘야 하니까, 수치적으로 나타내려면 반드시 기준이 필요해요. 그것을 수학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좌표계예요.

실제로 이 방 안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나타내려면 이쪽 벽에서 얼마 저쪽 벽에서 얼마 떨어져 있다고 표현해야 돼요. 벽이 어디에 있다는 것은 이미 안다고 치고. 그렇게 하면 벽의 상황을 아는 사람은 내 위치가 어디인지 알게 되지. 좌표계도 그것과 마찬가지예요. 벽이 좌표 축에 해당하고, 그 안에서 내가 놓인 자리가 되는 거죠. 벽이 아니라 또 다르게(책꽂이라든가) 축을 삼으면 내 위치 값이 달라지겠죠.

최우석 지난 시간에 상대성의 의미가 뭔지 여쭤봤을 때, 기준 축 설정에 자유가 있다, 기준 축 설정에 대해 상대적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요. 그러면 어떤 물리 공간 혹은 우주 공간 내에 이 테이블이 있다고 할 때의 상황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 이 테이블이 이쪽 사람을 기준으로 봤을 때 테이블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또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때 테이블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그런 건 달라질 수 있지만, 이 테이블이 이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디를 기준으로 봐도 모두 동일하다라는 의미인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 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어느 방향으로 얼마 떨어져 있고, 우석씨를 기준으로 봤을 때 어느 방향으로 얼마 떨어져 있다, 이렇게 했을 때 그 값들은 달라지지. 그러나 테이블이 여기 이렇게 있다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죠. 좌표계라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얘기하고 있느냐, 그것을 서로 약속해야 대상이 어디에 있는지 서로 이해가 되는 거예요.

좌표계는 이러이러한 것이 서로 약속이 됐다, 이런 의미예요. 우리가 어디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런 약속을 공유해야 어떤 위치가 어디라는 것이 의미 있게 전달되는 거예요. 우리가 기준을 달리 하게 되면 수치 값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고 그것은 문제가 아니예요. 2차원 이상에서는 반드시 2개 이상의 값으로 나타내니까 그 값은 달라지기 마련이지. 달라지는 건 하나도 이상하지 않죠.

4. 시간이 길어지고 짧아지고 한다는 것의 의미? 2차원 평면에서 생각해보기

장회익 그래서 미리 얘기하지만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이 길어졌다 짧아졌다 한다 이거야. 굉장히 이상하게 들리지. 그런데 가령 예를 들어서 $x$가 거리고 $y$가 시간이라고 할 때(그림 2에서) 좌표 방향을 틀면 거리도 그만큼 달라지고 시간의 값도 달라지는데 그게 당연한 거예요.

파란색 좌표 축을 기준으로 하느냐 빨간색 좌표 축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시간의 간격이 다르다, 이거야! 왜냐하면 2차원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우리 기준에 따르면 시간은 절대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더구나 공간이나 위치의 방향과 시간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보니까 두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이 길어졌다 짧아졌다하는 것은 굉장히 이상하게 들려요.

이것은 바로 시간이 더 큰 공간의 한 축이다 하는 것을 우리가 전혀 의식을 안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시간이 공간의 한 축이라는 생각을 일단 하게 되면, 여기서 보듯이 $x, y$의 값이 달라지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시간의 값과 거리의 값이 달라진다,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2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시간이 좌표 축에 의해서 달라진다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데 공간 좌표만 틀어가지고는 시간이 안 변해. 시간과 공간을 함께 가지고 있는 평면에서 방향을 틀어야 시간 간격이 달라지지. 공간 축이 바뀐다고 해서 시간이 달라질 필요는 없어요.

그러면 한 축이 공간이고 한 축이 시간일 때 방향이 다르다는 것(파란색 축과 빨간색 축 처럼 축이 달라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속도가 다르다는 거지. $Y$축이 시간이고 $X$축이 거리라고 할 때, 빨간색 축은 속도를 의미하는 방향이에요.

$Y$축을 시간이라고 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치가 가만히 있는 경우를 나타내는 것이 파란색 $Y$축이에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위치가 자꾸 달라졌다, 즉 가고 있다는 게 빨간색 $Y$축이에요. $Y’$축을 기준으로 한다는 얘기는 $Y$축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움직이고 있는 좌표 축이라는 뜻이에요 .

[그림 2]에서 보다시피, 시간 간격이 처음에는 $O$에서 $y$까지(파란 축에서)인데, 움직이고 있는 좌표 축에서는(빨간 축) $O$에서 $y’$만큼으로 바뀌어야 되는 거예요. 그것 뿐이에요. 그게 핵심이야. 상대성이론이 바로 그것 위에서 서는 거예요. 4차원이라고 하는 것은 쉽게 얘기하면 그런 얘기에 해당하는 거예요.

5. 좌표계, 데카르트 이전과 이후?

최우석 좌표, 좌표계라고 하는 것으로 우리가 뭔가를 생각하게 된 것이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됐다고 고전역학 부분에서 짚었는데요. 그 전에는 사실 어렴풋하게는 했을지 몰라도, 명확하게 숫자를 가지고 좌표계로 위치를 나타내고 그것을 가지고 속도를 구하는 건 없었는데, 데카르트의 좌표계라는 것을 가지고 우리가 물리 세계를 풀어내게 되면서 이런 평면의 문제도 나오고 좌표계 사이에서 서로 상대에 대해서 움직이거나 정지하거나 하는 문제도 나오게 된 건가요?

장회익 그렇죠. 수학적으로 명료하게 이렇게 나타낸 것은 데카르트인데, 사실은 데카르트 전에도 지도같은 게 다 있었어요. 그러면 우리가 지도를 어떻게 보느냐? 대개 남쪽을 아래쪽으로 하고 북쪽을 위쪽으로 하는데, 암묵적으로 이렇게 전제를 하고 지도를 그려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지도에서 명시적으로는 잘 말을 안하고 서로 암묵적으로 약속을 해요. 좌표계를 암묵적으로 약속해버렸고, 그 다음에 거기에다가 그린 거죠.

그런데 그걸 거꾸로 이해한 사람들도 있어요. 옛날 지도 중에는 남쪽을 위로 하고 북쪽이 아래로 가게 한 지도도 있어. 남북을 바꾼 거예요. 그런데 그걸 명시적으로 안 하면 그런 지도를 봤을 때 혼란이 오죠. 이건 말 안 해도 서로 아는 것이다 하는 것으로 넘어가기 십상이었어요. 그런데 데카르트 이후에는 이런 것을 딱 좌표계다 하고 준 거죠.

우리가 지도상에서 위치를 나타내려면, 우리나라에서 예를 들어서 천안이 어디 있다, 대전이 어디 있다, 대구가 어디 있다 얘기하려면 뭔가 기준을 놓고 해야 되죠. 그런데 그냥 좌표계를 쓰기 전에는 대충 상식적으로 서로 이해를 한 거죠. 요즘에도 약도를 그릴 때 동서남북도 없이 대충 그려주면 알아보기가 어렵단 말이야. 좌표계를 안 줬으니까. 그런 거예요.


[그림 3] ‘타뷸라 로게리아나’(1154). 지리학자 무하마드 알-이드리시가 약 15년에 걸쳐 제작하였다. 현재의 지도와 달리 남쪽이 위로 향한 지도이다.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가 지도의 중앙에 오도록 하기 위해 이 지도처럼 남쪽을 위로 제작했다고 한다. 왼쪽 상단에 ‘sila’라고 표기된 섬들이 신라로 추정되는 곳이다. (출처 : wikipedia. 고해상도 이미지를 보시려면 링크 참조.)

6. 수학의 평면, 공간 vs 물리 세계의 평면, 공간?

최우석 3장 내용정리의 두 번째 페이지(p.162)를 보면 가우스 평면, 복소수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가 아는 실수는 하나의 직선 상에 실수 모두를 다 나타낼 수 있는데, 복소수는 허수 축과 실수 축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지는 가우스 평면, 또는 복소수 평면, 복소 평면에서 나타낼 수 있다,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뒤에 가면 우리가 시공간 4차원으로 인식하는데 이 복소수라고 하는 공간에 매칭이 된다고 나옵니다. 여기서 가우스 평면이라고도 얘기하고 복소수 공간이라고도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앞에서는 ‘삼각함수는 2차원 공간의 성격이다’라고도 말씀하셨는데요.

수학에서 나오는 평면, 공간이라는 개념과 현실에서 쓰는 개념들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물리학에서는 실재 세계를 다룬다든가 물리 세계를 다룬다든가 우리가 세계 안에 있는 뭔가를 다루는 조심스러운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도 공간이고 수학에서도 공간이라는 말을 쓰고, 우리의 일상적인 세계에서도 평면이 있고 수학에서도 평면을 얘기하는데 그게 같은 것이라고 봐야하나요, 다르게 봐야하나요?

장회익 그것이 재미난 것인데. 지금 여기 물리 공간은 현실의 실물 공간이라고 봐도 되죠. 그런데 이것은 현실에 있는 것이지만, 수학적인 공간은 사실 현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관념에서 만들어낸 구조예요. 실수라는 것도 우리 관념에서 만들어낸 거지. 정수 1, 2, 3, 4, …에서 보듯이 (수들 사이의) 간격이 같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수학적인 수치를 양적으로 표시를 하기 위해서는 그 수치를 체험해야 양적으로 표시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 수학적인 것과 실제 세계를 연결시키는 거예요.

수학적인 것과 세계를 연결시킨다는 것은 예를 들어서, 테이블의 위치를 나타낼 때 수학적으로 1, 2, 3, 4, …에 해당하는 것을 각각 물리적인 위치에 1, 2, 3, 4, … 이렇게 동일하게 찍어내는 거지. 좌표 기준 축, 2차원 중에서도 예를 들어서 한쪽 축을 실수에 매치를 시킬 수 있는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어요. 어디까지를 1로 보느냐 이거야. 수학은 그냥 1, 2, 3, 4, … 뿐이고 실제로 거리가 있는데, 어디가 1이냐?

그래서 단위가 필요한 거예요. 단위라고 하는 것은, 예를 들어서 1cm는 이만한 거리를 1로 잡자는 의미예요. 그렇게 단위를 정하면 수학적으로 딱 연결이 되지. 그래서 우리가 물리적인 세계를 나타내기 위해서 수학적인 공간을 매치시키는 거예요. 관념적으로 만든 거지.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단위를 정해주죠. 단위를 정해줘서 수학에서 1이라고 하는 거리에 해당하는 것은 물리학에서 얼마만한 걸 얘기한다, 그것을 만국공통으로 약속을 한 거죠.

1미터가 얼마만한 길이다, 국제적으로 약속을 해서 프랑스 파리에 국제 원기가 있어요. 이것을 기준으로 거리와 수학에서 나오는 그 숫자에 대해서 기본으로 삼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 단위를 가지고 현실의 물리적인 세계와 연결하려면 반드시 단위가 필요한 거야. 거리면 거리의 단위, 시간이면 시간의 단위.

실제로 거리와 시간으로 4차원이 되려면 거리와 시간의 단위가 같아야 되는데 우리는 같은 줄은 꿈도 꿀 수 없었지. 그래서 거리 1cm와는 아무 관계없이 1초라는 것을 우리가 이미 따로 정했어요. 그것은 완전히 시간의 단위예요. 시간과 공간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 보고 단위까지 다른 것으로 딱 정했지. 4차원에 가서 시간과 공간이 같다고 하려면, 단위도 연결을 해야 돼요. 그 문제는 뒤에 나오는데 그것도 아주 재밌는 문제야.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2차원은 숫자가 직각으로 연결된 두 개의 실수 공간, 3차원은 높이까지 해서 세 개의 실수 축을 기준 축으로 연결해서 표시하죠. 그렇게 하면 3차원에서는 어떤 위치가 세 개의 숫자로 공간 상에 나타나죠.

7. 우리의 경험과 잘 맞는 수학적 질서를 찾아내서 그것으로 물리 세계를 이해?

최우석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세계를 이해하는 것을, 인식상의 수학에서 비롯된 숫자의 체계 혹은 수학에서 비롯된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는 평면같은 것처럼 수학적인 개념에 올려 띄워서 그 안에 펼쳐 놓는다는 식으로 사고를 진행해 나갈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장회익 그렇지. 수학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여기(실제 물리 세계에)에 갖다 연결하면 수학적인 질서를 만족해요. 삼각함수(그림 2)도 수학적인 것인데 실제 공간이 이러한 관계를 만족 하지. 그래서 수학이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면 물리 공간에서 실제로 성립한다는 거예요.

최우석 그러면 우리가 경험 세계에서 접하는 것들 중에 그것들을 매칭을 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우리 인식 상의 체계 혹은 질서 중에서 수학적인 것에서 유래된 것, 예를 들어 수학의 2차원 공간이 우리의 평면 공간과 잘 맞는다고 하면 평면을 수학 2차원을 가지고 생각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그런 얘기군요?

장회익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삼각함수, 피타고라스 정리예요. 이게 완전히 수학인데 가져다가 실제로 그려보면 맞는 거야. 굉장히 재밌는 거지. 우리가 자연을 인식하는데, 그냥 내 눈에 보이는대로 해서는 안 되거든. 오히려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추상적인 내용이지만, 수학적인 것을 실제 세계에 매치시켜서 이해하고 또 물리적인 세계도 거기에 잘 맞는 거예요.

그것은 우리가 그냥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어. 왜 수학적인 관념체계와 실제 세계가 잘 맞느냐? 이건 또 굳이 따지자면 굉장히 어려운 철학적인 문제가 될 수 있죠. 그건 보통 수학으로 해보니까 잘 맞더라,하고 가는 거지. 그런데 안 맞을 수가 있죠. 그럴 때는 이게 맞는 거냐 안맞는 거냐를 따져야 돼. 그러니까 수학에서는 4차원을 마음대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죠. 그런데 실제 물리공간에 그 4차원이 맞느냐? 그건 따져야지.

3차원까지는 잘 맞아요. 그것도 우리가 사실 따져봐야 되지. 그전에 우리가 처음에 얘기할 때 동양에서 여헌 선생은 2차원(평면)과 1차원(높이)을 별개로 봤다고 얘기했죠. 그런데 3차원으로 놓고 보면 평면과 높이를 달리 놓고 봤을 때와 영 사정이 달라지는 거죠. 그러면 어느 게 맞느냐하는 것은 자연 질서에 어느 것이 더 잘 부합이 되느냐로 결정될 수 밖에 없어요.

수학적인 차원같은 것은 머리 속에서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현실 세계도 그러냐 하는 것은 직접 살펴서 확인해야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뉴턴 이래, 3차원으로 봐야 우리 실제 세계에 가장 잘 맞는다고 하면 중력으로 떨어지는 힘은 어떻게 볼 거냐, 그것은 공간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외부에서 그런 영향을 줘서 그런 것이지 그 공간의 성질은 아니다, 이렇게 본 거죠.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4-2’ 끝.

장회익선생님 강의자료 : 상대성이론과 4차원 시공간


대담 : 장회익, 최우석, 황승미
영상 편집 : 최우석
녹취, 그림, 편집 : 황승미
전체 제작 :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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