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3-3. 고전역학의 바탕 구도와 그 요소들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이야기’에서 나눈 대담 3-3을 정리한 것입니다. 대담은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모두 보기 링크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3-3. 고전역학의 바탕 구도와 그 요소들

  1. 고전역학의 바탕 구도와 그 요소들
    1.1. 고전역학 바탕 구도의 요소들은 어떻게 정해진 것인가?
  2. 고전역학의 바탕 구도로 본 여러가지 운동
    2.1. 지구상에서의 낙하 운동
    2.2. 용수철에 달린 물체의 운동
    2.3. 2차원 포물선 운동
    2.4. 고전역학에 속하는 분야, 그렇지 않은 분야
    2.5. 자연계의 힘들
    2.6. 나는 어떻게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나?
    2.7. 말과 마차의 역설

1. 고전역학의 바탕 구도와 그 요소들

최우석 이번 대담은 고전역학의 내용정리 부분입니다. 앞 대담(3-2)에 이어서 조금 더 다루고, 책에 있는 몇 가지 운동에 대해서 앎의 바탕 구도에 따라 이해하는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1]은 선생님께서 수식으로 책에 쓰신 내용을 제가 정성적인 언어로 표현해본 것입니다. 대상의 특성을 질량과 그 대상이 받고 있는 힘으로 규정을 하고, 상태를 위치와 운동량으로 규정을 하고, 변화의 원리는 ‘운동량의 시간적 변화율이 이 물체가 받고 있는 힘과 같다’고 규정을 했습니다. 앞 대담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뉴턴의 제2법칙의 내용과 같다, 이런 식으로 틀 안에 자리를 매겼습니다.

[그림 1] 심학 제2도에서 수식으로 표현된 것을 서술로 바꾸어본 도식.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점은 이렇게 정리해보았습니다. 변화의 원리 자체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미래를 알고자 하는 대상별로 대상의 특성에 해당하는 질량과 힘을 파악해 내고, 그 대상의 현재 상태에 대한 위치와 운동량만 파악해서 이미 주어져 있는 변화의 원리에 집어넣기만 하면 나중의 상태는 저절로 나온다라고 하는 일종의 ‘앎의 기계’ 같은 것, 필요한 것들만 얻어서 집어넣으면 원하는 시점의 것이 나와버리는 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질량과 그것이 받고 있는 힘으로 대상들을 정리해 낼 수만 있다면, 그리고 처음의 위치와 운동량만 측정할 수만 있다면 모를 것이 없다, 만세 후와 만고의 일을 다 알 수 있다, 그런 구도로 이해를 했습니다. 변화의 원리 자리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그림 2]가 됩니다.

[그림 2] 수식으로 나타낸 고전역학의 변화의 원리.

1.1. 고전역학 바탕 구도의 요소들은 어떻게 정해진 것인가?

최우석 그런데 여기에서 여쭤보고 싶은 것은 이렇습니다. 대상의 특성을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질량과 받고 있는 힘으로 규정하고 상태 규정을 위치와 운동량으로 규정하는 것, 그리고 변화의 원리가 이렇게 되어 있는데요. 여기에서 이 틀을 그대로 두고 특성과 상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위치와 운동량이 아니라 다른 것은 없을까하고 여러가지 것들을 검토한 끝에 이렇게 나왔다고 할 수 있는 것 일까요? 아니면 이런 것이 너무나 자명하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장회익 결국 그 두 가지 모두라고 볼 수 있겠죠. 이렇게 하면(그림 2. 변화의 원리) 아주 보편적으로 많은 경우에 이 틀을 쓸 수 있어요. 그런데 다른 경우에, 예를 들어서 운동량 대신에 속도를 써서 나중의 속도가 어떻게 되느냐 그렇게 할 수도 있기는 있어요. 보통은 그렇게 많이 하지. 속도를 가지고 하면 질량에 가속도를 곱한 것이 힘이다, 그렇게도 쓰기는 하는데 이것이(운동량을 쓰는 방식) 더 보편적이에요. 왜냐하면 원래 속도만 가지고서는 운동의 양을 얘기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요. 운동량이 운동의 크기를 더 잘 대변하는 면이 있어요. 또 양자역학에 가서도 운동량에 대한 구도가 제일 기본에 깔려요. 그래서 처음부터 이렇게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할까, 기본이다 이렇게 보면 돼요.

최우석 그러면 고전역학에서는 필요에 따라서 상태를 위치와 운동량으로 하기도 하고 위치와 속도로 하기도 하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었는데, 그 뒤에 양자역학이나 다른 이론들까지 고찰한 결과 다시 되짚어와서 위치와 운동량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해서 이렇게 정리가 된 건가요?

장회익 그렇게 해도 되고.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보면 바로 운동량을 썼거든. ⟪프린키피아⟫에서는 운동량의 변화를 본 거예요.

최우석 아, 그렇군요. 제가 책을 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처음에 볼 때는 변화의 원리가 상황마다 달리 주어지고 특성은 고정돼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들여다 보면 볼수록 변화의 원리는 어떤 것에서나 동일하게 운동량의 변화이고, 상태도 대상마다 달라지기는 하지만 항상 위치와 운동량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가변적인 부분인데 거의 동일하게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장회익 그래서 보편적이라고 하는 거예요.

최우석 대상마다 가장 다른 것은 질량과 힘이더라고요.

장회익 그렇지. 이 과정에서는 안 변하지만 무엇을 놓고 하느냐에 따라서 대상의 특성이 규정돼야 돼.

최우석 그렇다면 대상의 특성에는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거의 만물들 제각각이 올 수 있고, 변화의 원리의 표현은 변하지 않고 내용만 바뀌는 식으로 된다는 것이군요.

2. 고전역학의 바탕 구도로 본 여러가지 운동

최우석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운동’에 대해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낙하 운동, 용수철에 달린 물체의 운동, 2차원 포물선 운동 세 가지를 특징적으로 설명하셨고, 케플러 법칙 유도는 각자 해보라고 하셨습니다(웃음). 그리고 또 하나는 도르래에 달린 바나나와 원숭이 사례가 있었는데요. 원숭이가 도르래를 뛰어 올라가면 바나나를 잡을 수 있겠느냐 하고 숙제를 내주셨는데요. 선생님께서 다룬 운동들을 다 풀어보진 못하지만 하나하나 짚어보기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2.1. 지구상에서의 낙하 운동

최우석 낙하운동을 처음 설명한 것은 갈릴레오인가요?

장회익 중력의 가속도가 질량과는 무관하게 일정하다, 그것을 얘기한 것이 갈릴레오죠. 질량과 상관없이 중력 가속도는 같다. 그런데 식을 보면(그림 3) 질량이 관계 있지 않느냐 할 수 있는데, 좌변에 보면 힘이 있어서 힘이 질량과 또 관계가 있어요. 이 힘은 질량이 클수록 비례해서 크니까 힘과 질량이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중력 가속도는 모든 물체의 질량과 무관하게 같다, 그것을 갈릴레오가 발견한 거죠.

최우석 [그림 3]에서, 지구상에서 낙하운동을 하는 물체는 질량이 얼마이고 낙하운동에 해당하는 지구 중력의 힘을 받고 있고, 처음 높이는 h이고, 떨어뜨리기 전이니까 운동량은 0, 이렇게 초기의 정보들을 넣으면, [그림 4]와 같은 방식으로 정리가 됩니다.

[그림 3] 지구상에서의 낙하운동
[그림 4] 지구상에서 낙하운동하는 물체의 특성, 처음과 나중 상태, 변화의 원리

[그림 4]에서 변화의 원리 $\frac { d }{ dt } p=-mg$를 보면, 운동량의 변화율은 힘이라는 변화의 원리(그림 2. $\frac { d }{ dt } p=F$) 안에 힘 대신 $-mg$를 집어넣고 쭉 풀면, 나중의 상태의 위치는 $h-\frac { g{ t }^{ 2 } }{ 2 }$, 운동량은 시간의 함수 $-mgt$로 나오는 것으로 정리가 됩니다.

푸는 과정까지 여기서 하기는 좀 어렵습니다만, 대상의 특성인 질량 $m$과 힘 $F=-mg$를 정하면 나중상태가 이렇게 딱 알맞게 식으로 나온다는 게 좀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변화의 원리도 힘에 따라서 그때그때 형태들은 달라지되 본질적으로는 ‘운동량의 변화율은 $F$이다’의 변주라는 점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2.2. 용수철에 달린 물체의 운동

최우석 낙하 운동에서는 저도 따라가면서 풀 수 있었는데, 용수철 운동은 저한테는 좀 어려웠습니다.

장회익 그건 미적분중에서도 삼각함수의 미적분을 써야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조금 생소하게 느낄 수 있죠.(⟪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권말 부록 A.4, A.9, A.11 참조)

*편집자 주 : 삼각함수의 몇 가지 성질삼각함수의 미분에 대해 링크(자연철학게시판의 그림노트)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책의 부록에 있는 내용 일부를 정리한 것입니다.

최우석 용수철에 달린 물체에 대한 힘처럼 우리가 접하는 굉장히 많은 것들에 대한 힘들이 이런 식으로 정리가 다 되어 있나요?

장회익 다 돼있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살펴야되는 거지. 그런데 이 용수철 운동이 용수철에만 작용하는 게 아니고, 많은 경우가 있어요. 탄성이라고 하는데, 탄성을 가진 것은 대개 얼마나 변화시키느냐에 비례해서 힘이 미쳐요. 적어도 거리가 작을 때는 일차적으로 그래요.

여기서는 용수철을 예로 들었지만 많은 경우가 있어요. 분자 간의 진동같은 것도 이것이 평형 위치에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변화가 적을 때는(벽으로부터의 거리가 작을 때는) 다 이런 식으로 돼요. 분자들 간의 열운동이 전파되고 소리가 전파되고 이런 모든 것들이 대단히 많기 때문에, 용수철 운동은 아주 표준적인 사례 중의 하나예요. 물체와 물체 사이에 상호작용을 하는데, 거리에 따라서 달라지는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거리의 변화가 작을 때는 이렇게 적용이 돼요.

[그림 5] 용수철에 달린 물체의 운동

황승미 식 $F=-Kx$도 정의인가요?

장회익 힘이 저렇게 간다는 것은 우리가 확인해볼 수 있는 거지. 용수철을 당겨보면, 두 배로 당기면 두 배로 힘을 느껴요. 당긴 거리에 비례하니까. 용수철에 공이 매여있는데 1만큼 당기면 힘이 얼마, 2만큼 당기면 힘이 얼마 이렇게 나와요.

그런데 왜 -(마이너스)가 붙었나 하면 당기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힘이 미치니까 마이너스가 들어가야 돼요. 그리고 비례상수 $K$는 용수철에 따라서 값이 다르지. 뻑뻑한 용수철도 있고 좀 연한 용수철이 있잖아요. 두 용수철의 비례상수 $K$값이 다른 거예요. 그래서 어떤 용수철은 $K$값이 얼마다 하는 것까지 잡아내서 힘을 계산해낼 수 있는 거예요.

황승미 보통 용수철을 잡아당기면 처음에는 잘 잡아당겨지다가 나중에는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림 5]의 식은 1차식이라서, 저는 왠지 1차식이 아니라 2차식 정도 돼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장회익 내가 앞에서 얘기하기를, 용수철을 당긴 거리가 작을 때는 저 식이 잘 맞고, 많이 가면 저 식이 잘 안 맞아요. 그래서 벽 근처에서 조금 움직일 때는 잘 맞는데 많이 가면 용수철이 끊어져버리기도 해요. 그러면 거기에 대한 수정을 해줘야 돼요.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서 뒤에 넣어서 더 맞게 계산을 할 수 있지.

최우석 아… 그러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우리가 다룰 수 있는 힘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많겠네요.

장회익 그렇지. 사실은 공과 바닥 사이에 마찰력이 또 있어요. 움직이면 못 가게 하는 마찰력이 있어서 사실은 그 마찰력도 이 식에 집어넣어야 돼. $-Kx$뒤에 -(마이너스) 하고 더 넣어주면 돼요. 마찰력은 대개 속도에 비례해요. 속도에 비례하는 항을 하나 더 집어넣으면 이제 식이 더 복잡해지지.

그래도 풀 수는 있어. 수학적으로 답이 딱 안 떨어지더라도 컴퓨터에 넣으면 몇 초에는 어디에 있고 운동량은 얼마고 하는 게 다 풀어내니까 그러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현실적으로는 여러가지 더 해야되는데, 여기서는 가장 간단한 일차적인 근사의 기본은 대개 이렇게 돼요.

최우석 이렇게 가장 간단하고 확실히 알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놓고, 마찰력도 고려해보고 뭐도 고려해보고…

장회익 그렇지. 더 복잡한 것은 여기에다가 (필요한 힘의 항을) 더 집어넣어야지. 용수철 운동은 답이 수학적으로 삼각함수 모양으로 딱 떨어지니까 재미있는 거야.

[그림 6] 용수철에 달린 물체의 운동의 변화의 원리

최우석 여기서(그림 6) 저는 풀기가 어려웠습니다. 변화의 원리가 이렇게 막 변하니까…

장회익 $m$과 $F=-Kx$를 변화의 원리 식에 집어넣으면 [그림 6]처럼 돼요. $\frac { { d }^{ 2 } }{ d{ t }^{ 2 } } x(t)=-{ \omega }^{ 2 }x(t)$식의 의미가 뭐냐? $x(t)$라는 함수가 답이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x(t)$는 어떤 성격을 만족하느냐 하면, 시간을 두번 미분한 것이, 그 자체 $x(t)$에 $-{ \omega }^{ 2 }$이라고 하는 상수 하나를 곱한 것과 같아지는 그런 관계를 만족하는 $x(t)$이다, 그게 뭐냐, 찾아라하고 식을 주는 거야. 그러면 수학자들이 계산해서 아, 이거다하고 답을 내놓는 거예요.

최우석 그게 이런 사인, 코사인 함수로 나타나게 된다는 뜻이군요. 그런데 위치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운동량까지도 그렇게 되죠?

장회익 시간의 함수로 위치를 찾으면($Acos\omega t$), 그것의 일차 미분($-\omega Asin\omega t$)이 속도 아니에요? 속도가 시간의 함수로 나오지. 거기에 질량을 곱하면 운동량($-m\omega Asin\omega t$)이거든. 그러니까 운동량이 그림6처럼 이렇게 나오지.





최우석 사인 함수, 코사인 함수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출렁출렁하는 함수인 거죠?

장회익 그렇지. 저기 지금 출렁출렁 대고 있어요. 끝에 가면 잠깐 서니까 운동량도 0이 됐다가 가운데 가면 최대값이 됐다가 반대로 또 섰다가, 이렇게 운동량이 변해요. 위치는 벽에서 멀리 갈 때가 커요. 그러니까 위치와 운동량의 위상이 반대에요. $cos \omega t$가 1일 때는 $sin \omega t$가 0, 즉, 위치가 가장 멀 때는 운동량은 0, 위치가 0일 때는 운동량이 최대예요.

최우석 그러면 여기에 마찰력같은 것을 다 고려하면 위치와 운동량은 변함없이 사인, 코사인 운동을 하는데 점점 진폭이 작아져서 0으로 수렴하게 되는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러니까 시간에 따라서 $A$값(진폭, 변화의 정도)이 줄어들어요. 용수철이 처음에는 멀리 갔다가 점점 줄어들어서 결국에는 멈춰버려. 수학적으로 표현이 그래요. 정확한 답을 이렇게 수학적으로 준다는 게 놀라운 거죠.

최우석 구체적으로 우리가 실제로 만나는 형상과 정확하게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용수철에 달렸건 떨어지건 그런 운동을 이렇게 수식으로 나타내고 그것으로 미래까지 알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참 놀라운 일인 것 같습니다.

장회익 그렇지, 그게 놀랍다는 거야.

2.3. 2차원 포물선 운동

최우석 여기까지는 한 방향과 그 반대 방향만 있었는데, 이제 2차원 포물선 운동에서는 두 개의 차원을 다룹니다. 여기서는 힘이 방향마다 다르게 설정이 되더라고요. 아래 방향으로는 중력을 받고, 수평 방향의 힘도 따로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힘이 없지만, 처음부터 속도를 가지고 있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밀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 7] 2차원 포물선 운동

장회익 던졌다고 생각하면 돼요. 공을 수평방향으로 던졌고 처음 속도가 ${ v }_{ 0 }$다, 이렇게 되는 거지.

최우석 손에서 딱 떠났을 때 그 순간이네요.

장회익 그렇지.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까지는 손이 힘을 주니까 그건 복잡해. 손에서 벗어났을 때는 힘이 없지. 그저 처음 속도만 가지고 나가는 거예요. 그게 지금 바로 ${ v }_{ 0 }$라는 속도로 저쪽으로 던졌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최우석 그러면 이 두 방향의 힘을 함께 고려하면, 즉 합성을 하면 대각선이 아니라 포물선이 나온다는 뜻인가요?

장회익 힘 자체는 중력 밖에 없어요. 수평 방향의 힘은 0이니까. 수평 방향, 즉 x방향으로는 일정하게(${ v }_{ 0 }$의 속도로) 가고 있어요. 수직 방향, y방향으로는 (가속도를 가지고) 내려가니까 두 방향이 합쳐지면 포물선 모양을 그리면서 내려가게 되죠.

[그림 8] 2차원 포물선 운동에서 변화의 원리

최우석 그것을 앎의 구도에 집어넣으면 상태도 차원별로 각각, 변화의 원리도 차원별로 각각, 힘도 각각 나오더라고요.(그림 8)

장회익 (차원별 각 성분을) 합성하면 포물선 궤도가 나와요. 시간을 소거하고, x 위치값과 y 위치값의 관계를 보면 그 궤도의 모양이 나오죠. 같은 시간에 x가 여기일 때 y는 어디냐 하고 찍어나가면 궤도가 나와요. 우리 눈에 보이는 건 그 궤도지. 포물선으로 공이 나가서 떨어져요 .

x와 y의 관계를 보려니까. x와 y가 각각 시간의 함수로 나와 있거든(그림 8에서 나중 상태). 같은 시간 t일 때 x와 y가 어떻게 물리느냐를 잡으면 그 순간의 위치들이 나와요. 그 순간의 위치들을 찍으면 그것이 우리 눈에 보이는 궤도가 되는 거야.

최우석 3차원 포물선 운동이라는 것도 있나요?

장회익 (여기서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 2차원 이상으로 가려면 옆에서 또 다른 힘이 있어야 돼요. (공을 던지는 운동에서는) 던지는 방향과 중력 두 방향으로 형성된 평면 외에는 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2차원으로 충분해.

최우석 그 말씀은, 방향이 달라졌을 경우에는 축을 바꿔서 그 평면에 맞추면 되니까 2차원 운동으로 충분히 계산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인 거죠?

장회익 그렇지. 힘 방향은 중력 방향 하나밖에 없고 던지는 방향이 또 하나 있는데, 던지는 방향과 중력 방향을 x와 y로 잡으면 그것만 가지고 돼요. 그런데 기왕에 x와 y 평면을 잡아 놓고는 던지기를 다른 데(다른 평면에서) 던지면 그건 3차원으로 봐야 되는데, 그건 불필요한 수고지. 처음부터 좌표를 던지는 방향으로 잡아 놓으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좌표를 하나 더 놨기 때문에 하나를 더 계산해야되게 된 거죠. 일반적으로는 3차원인 것은 맞아요.

황승미 그러면 구불구불 가는 운동은 3차원으로 보아야 할까요?

장회익 그렇지. 만약에 중력말고 옆으로 당기는 힘이 있고 던지기는 그 힘과 다른 방향으로 던졌어, 그러면 두 힘을 합한 힘을 받으면서 중력도 함께 받을 것이기 때문에 구불구불 (3차원으로) 떨어지겠지.

최우석 야구할 때 옆에서 바람이 불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장회익 그렇지.

황승미 변화구 같은 게 3차원 운동 아닌가요?

장회익 그런데 야구에서는 공을 돌리기 때문에(좀 다르다). 공은 점이라고 표현할 수가 없어요. 크기가 있어서, 공기의 마찰을 받는 것이 방향에 따라서 달라져. 그 마찰력때문에 공이 휘어요. 변화구는 공을 돌려서 공기의 마찰력을 이용하는 거예요.

[그림 9] 고전역학의 변화의 원리 – 요약

최우석 종합하면 선생님께서 심학 제2도에 표현하신 내용이 됩니다(그림 9). 처음 상태도 $i$=1, 2, 3 (x, y, z 축)에 대해서 세 가지, 나중 상태도 $i$=1, 2, 3에 대해서 세 가지, 변화의 원리도 $i$=1, 2, 3에 대해서 세 가지. 이 그림 하나로 고전역학이 다 서술이 되고 있습니다.

장회익 요약을 한 셈이지. 상호작용해서 양쪽을 같이 고려하는 것(작용-반작용)은 여기서 생각 안 했어요. 사실 그것까지 생각해야 되지만. 하나의 물체에 힘을 미치는 상대 물체는 또 어떻게 움직이느냐, 그건 여기서 고려 안 했어요.

2.4. 고전역학에 속하는 분야, 그렇지 않은 분야

최우석 그런데 앞서서 제가 고전역학이 무엇인지 여쭤봤는데, 또 한 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교양물리학, 물리학 I, II같은 책의 목차를 보면, 힘은 앞쪽에 한 챕터 정도에 불과하고, 열도 나오고 전기자기도 나오고 굉장히 많은 것들이 나오는데요. 그런 내용이 결과적으로 이 구도에 포괄되는 내용인가요?

장회익 전압을 가지고 있는 대상일 경우에 전기장이 어떻게 걸리고 자기장이 어떻게 걸리느냐에 따라서 받는 힘이 결정이 돼요. 그러면 그 힘이 주어졌다고 치면 바로 그 힘을 가지고 전하를 띤 물체의 운동이 나오지. 그래서 이것(그림 9. 변화의 원리)과 연결이 돼요.

특히 전기자기에서 관심사는 전기장과 자기장과의 관계가 또 어떠냐, 여기서 말하는 힘에 속하는 부분의 모습이 복잡해지는 거예요.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영향을 미쳐서, 전기장에 변화가 있으면 자기장이 생기고, 자기장에 변화가 있으면 전기장이 생기고. 전기장과 자기장이 어떻게 되느냐를 중심으로 볼 때, 그것을 따로 떼내서 전자기학이라고 하는 거예요. 여기서 힘에 해당하는 것이 전기자기력일 경우에 모습이 어떻게 되느냐,그렇게 보면 바로 이 구도에 해당하는 거예요.

최우석 아, 그러면 심학 제2도가 고전역학의 일반적인 앎의 바탕구도인데, 있을 수 있는 힘들 각각에 대한 탐구가 여러가지 영역들에서 펼쳐질 수가 있군요?

장회익 그렇지. 특히 자연계의 아주 대표적인 중요한 기본적인 힘 중의 하나가 전기자기력이에요. 그것은 전기자기장의 관계를 통해서 나타나는 거야. 그런데 전기자기장이라는 것은 상당히 복잡해. 그래서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또 새로운 법칙으로 만들어요. 그래서 그것까지 다 포괄한,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전하를 띤 입자는 이 관계(그림 9. 변화의 원리)에 의해서 움직이지. 이 식과 관계되지만, 전기자기장에 대해서만 따로 다루는 것을 전자기학이라고까지 이름을 붙여서 만든 거예요. 이 식과 분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 다음에 아까 열, 온도 이런 것들을 다루는 것은 통계역학이에요. 동역학이 아니라, 통계역학에 의해서 열과 온도를 설명해내요. 본래는 열역학이라고 했는데, 일단은 이것(그림 9, 고전역학의 변화의 원리)과 별 관계없이 그 안의 현상적인 규칙성을 먼저 발견한 것이 열역학이에요. 통계역학은 이 고전역학의 구도를 바탕으로 통계적인 방법을 써서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거기에(고전역학적 구도에) 연결하면 그 현상이 다 설명이 돼. 그래서 열현상도 이 고전역학적 구도를 바탕으로 통계적인 방법을 써서 설명하는 구조를 가지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일반물리에서는 그렇게까지 연결은 못하고, 이건 역학, 이것은 열과 온도, 전기자기, 다 떼내서 얘기하는데, 사실 그 바탕은 다 (고전역학적 변화의 원리와) 연결이 되는 거예요.

2.5. 자연계의 힘들

최우석 그러면 뉴턴이 한 것 중에 제일 유명한 것이 힘 $F$중에 만유인력인데 이것을 발견했다고 해야할까요, 발명했다고 해야할까요?

장회익 뭐라고 말하느냐에 따라서 다를텐데, 그런 수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면 발명이지. 뉴턴이 그 식을 만든 것이니까 ‘발명’이죠. 그렇다고 해서 없는 것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고, (이미) 있는 것에 대해서 가장 적절한 것을 찾아서 만들었다하는 의미에서 보면 ‘발견’도 될 수 있죠. 물론 나중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가면 또 다른 것이라고 보지만, 일단은 그렇죠.

최우석 그러면 힘 $F$에 대한 연구가 깊어져서, 만유인력은 지구상의 중력이나 행성 사이의 궤도 운동이나 하나의 힘이다, 하나의 힘이 나타내는 다른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까 용수철 운동이나 여러가지 현상 속에서 맞닥뜨리고 설명해야하는 힘은 많은데, 힘에 대한 연구가 되면 될 수록 그것이 사실은 이 힘이었다, 중력이 사실은 알고 봤더니 만유인력이었다, 이런 식으로 몇 가지로 압축이 되어 가는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래서 사실은 용수철의 힘이라든가 마찰력이라든가 여러가지 힘들은 근본적으로 따지면 물질들 사이에 서로 주고 받는 힘이에요.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용수철이라고 한다면 그 쇠의 분자들 간의 힘이에요. 용수철의 쇠 분자들 사이에 어떻게 그런 힘이 나타나느냐 하면, 전기자기적 힘이 중첩이 돼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거예요.

중력을 제외하고, 지구상에 나타나는 온갖 종류의 복잡한 힘들은 그 근원을 따지면 우리 눈에 보이는 힘의 99% 이상이 전기자기 현상이에요. 전기자기 현상으로 물질 사이의 관계가 나타나고, 그 물질들 사이에 그런 관계가 있기 때문에 탄성으로 나타나요. 그래서 기본을 따지면 전기자기력이에요.

그 다음에 또 다른 힘은 없느냐. 사실은 알고 보면 두 가지가 더 있어요. 원자 핵을 구성하는 것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어요. 이것들이 어떻게 묶여서 원자 핵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기자기력으로 묶여 있는 게 아니야. 다른 어떤 종류의 힘이 또 있어요. 이것을 핵력이라고도 하는데, 핵력에 해당하는 것에는 또 두 가지가 있어요. 서로 아주 강하게 당기는 힘, 또 상당히 느슨하게 당기지만 상당히 묘한 효과를 주는 힘으로 구분이 돼요. 그래서 하나는 강한상호작용, 다른 하나는 약한상호작용이라고 해요. 이 힘들은 중력과는 기원이 달라요. 그래서 총 네 가지 힘이 있다고 해요. 중력, 전기자기력, 약한상호작용, 강한상호작용. 그래서 기본은 그 넷 뿐이다, 나머지는 그것들이 결합해서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이해를 해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전기자기력과 약한상호작용이 본래는 같은 힘이야. 같은 힘인데 우주의 어떤 조건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 거예요. 아주 높은 온도에 올라가면 이 둘이 합쳐져서 같은 것이 돼요. 그래서 사실은 그 힘들이 네 개씩이나 있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하나가 아니겠느냐, 그러다가 이것이 어떤 여건에 따라서 달라지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해왔고, 그 힘을 찾으려고 노력을 해요.

그 중 하나가 통일장이론이에요. 중력장과 전기자기장이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 아니겠느냐하고 살피는 것이 아인슈타인이 시도했던 통일장이론이에요. 또 요즘 주로 입자물리학자들이 하는 대통합이론(Grand Unified Theory)이라는 게 있어요. 약한상호작용과 강한상호작용, 전자기적 상호작용 셋을 합치자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아직 별로 성공을 못 했어요.

현재 전자기적 상호작용과 약한상호작용을 합친 것은 성공을 했어요. 그건 아주 수학적으로도 깨끗하게 돼요. 그건 성공을 했는데, 강한상호작용까지 합치려고 하는 것은 지금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 절반 정도의 성공? 좋은 모델은 나오지만 아직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어요.

사실 그에 앞서서, 우리가 여기서 깊이 다룬 건 아니지만 전기력과 자기력을 처음에는 다른 것으로 봤어요. 자석이 당기는 것은 자기력이고 전기는 전류가 만드는 것인데, 이 둘이 사실은 같다는 것이 우리가 나중에 다룰 상대성이론에 의해서 확인이 돼요.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우리가 보는 관측 좌표, 즉 움직이는 관측 좌표에 따라서 전기장이 자기장으로 자기장이 전기장으로 전환이 되죠.

그런데 본래 그 관계는 그 전에 이미 알기는 알았어요. 자기장을 시간에 따라서 변화시키면 전기장이 나오고, 전기장을 어떻게 만들면 자기장이 나온다는, 서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근본적으로 이 둘이 같은 힘이라는 것은 상대성이론에 의해서 완전히 확인이 됐어요. 상대성이론은 그 힘들 중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이 기본적으로 하나이고, 우리가 좌표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전기장으로도 보이고 자기장으로도 보이는 이런 성격이라는 것이 확인이 됐어요.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거기다 욕심을 하나 더 내서, 그렇다면 중력도 같이 합할 수 있지 않을까 시도를 했는데 성공을 못 했어요, 아직까지도. 그리고 반대로 약한상호작용과 강한상호작용을 그 후에 찾아냈어요. 원자에서 핵과 전자가 도는 힘에는 전기력밖에 없어요. 그런데 원자 핵 속에 있는 또는 원자 핵을 뚫고 들어가면서 받는 힘 이런 것들은 다른 종류의 힘이에요. 그래서 약한상호작용과 강한상호작용이 따로 있고, 그 중에 약한상호작용은 일종의 전기적인 상호작용으로 지금 정리가 된 상황이에요.

그건 그것대로 연구를 해나가야 돼요. 그걸 연구해가는 것이, 힘 $F$가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관계가 되느냐를 보는 부분이에요. 그 속에 전자기학도 들어가고 기본입자물리학도 들어가요. 거기서 중요한 부분이 그 힘들의 관계를 찾는 거예요. 어떤 입자는 (힘의) 작용을 받고 있고 어떤 것은 안 받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구성입자들을 구분해내죠.

어떤 입자들은 무슨 힘만 받고, 어떤 입자들은 무슨 힘을 안 받고. 예를 들어서 전하를 띤 것은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받는데, 전하를 안 띤 것은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안 받는다, 이런 식으로 구분을 하죠. 입자와 상호작용이 어떠하냐하는 것을 입자물리학이라고 해서, 따로 깊이 연구가 되고 있어요.

최우석 다른 줄 알았던 힘들이 같은 것으로 밝혀질 때는 짜릿한 희열같은 게 생기겠네요.

2.6. 나는 어떻게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나?

장회익 공부가 제대로 됐나 안 됐나 내가 확인을 해야 될 것 같은데(웃음), 내가 아주 쉬운 기본적인 문제를 내겠어요. 우리가 가만히 있을 때는 운동량이 0이야. 걸어가면 운동량이 생기죠. 그렇다면 여기서 운동량의 변화가 생기려면 힘이 있어야되는데, 걸어갈 때 무슨 힘이 나한테 운동량을 준 거예요? 내가 무슨 힘으로 걷느냐 이거지.

황승미 바닥의 마찰력이요? 전에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신 것 같은데…(웃음)

최우석 지구가 나를 미는 힘으로 가는 것 아닌가요? 나는 지구를 밀고… 

장회익 그게 맞는 얘기에요. 그걸 우리가 보통 내 힘으로 간다고 하는데 그러면 0점. 그런데 내가 지구를 어떻게 미나. 가만히 서 있으면 지구의 힘을 받는데, 그 힘 가지고는 안 되잖아. 아래 위는 돼요. 내가 위에 있다가 떨어질 수도 있고 껑충 뛰어오를 수도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갈 수 있느냐 이거지. 그 힘(중력)은 앞(이나 뒤)으로는 안 주는데 그건 어떻게 가능하냐 이거야.

황승미 전에 선생님께서 질문하신 적이 있는데, 지구와 작용반작용으로 가는 거라고 설명해주신 것으로 기억합니다.(웃음)

장회익 거기까지는 맞았는데 어떻게 해서 그것이 작용반작용이 되느냐 이거지.(웃음) 뒤로 내가 밀잖아. 신발을 신고 뒤로 슬쩍 미는 거예요. 그런데 마찰이 있기 때문에 내가 뒤로 밀면 지구는 내 발을 앞으로 미는 거야. 내가 똑바로 서서 지구 중심으로 아무리 힘을 줘도 앞으로는 못 걸어. 걸어가려면 뒤로 밀어야돼요.

내 발바닥이 미는데 미끌어져 버리면 못 걸어. 반들반들한 얼음 위에서는 잘 못 걸어요. 왜냐하면 미끄러우면 뒤로 밀 방법이 없는 거야. 미끄러우면 꼼짝도 못해요. 왜냐하면 얼음판은 뒤로 밀 수 없기 때문에 발만 뒤로 밀려가버리지 앞으로 갈 수가 없는 거예요. 아주 이상적인 얼음판 위에서는 앞으로 못 가. 그래도 약간이나마 앞으로 갈 수 있는 이유는 신발의 바닥과 얼음의 분자들이 약간 겹쳐져서 밀려고 할 때 안 밀리게 해주는 게 있어요. 이것을 이용해서 밀어버리면 그 힘으로 약간 앞으로 갈 수 있어요.

황승미 아… 앞으로 갈 때 뒤로 미는 힘이 있어야 앞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인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거는 9개월 된 아기도 알아. 그걸 알기 때문에 그걸 이용해서 걷는 거야.(웃음) 걷는 게 바로 그거야. 발바닥을 뒤로 밀면서 걷는 거예요. 우리는 본능적으로 벌써 알고 그것을 활용하는데, 이론적으로는 이제야 안 거야. 일생 모르고 끝나는 사람도 많아요.

최우석 이 상황에서는(그림 9) 내가 지구를 뒤로 민 것은 앞의 상황으로 생략돼있고, 반작용으로 지구가 나를 미는 힘을 내가 받는 것만 얘기하고 있는 것이군요?

장회익 그렇지. 그러면 어떻게 되나? 지구도 뒤로 약간 가속을 받아요. 내가 뒤로 밀면 나는 약간 앞으로 가고 지구는 뒤로 약간 가고, 합쳐서 운동량이 0이 돼요. 왜냐하면 처음에 운동량이 0이었으니까 나중에 합해도 0이에요. 내가 받은 운동량만큼 지구는 뒤로 그 운동량을 받는 게 되죠.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걷는 게, 감히 지구를 뒤로 밀면서 가는 거야.(웃음)

황승미 운동량은 0이고, 걸어가니까 위치는 바뀌는 건가요?

최우석 그게 아니라, 이 상황에서는(그림 9) 내가 지구에게 운동량을 준 것은 안 나오고, 여기서는 지구가 나에게 주는 것만 나오는 거죠.

황승미 아, 절반만…

장회익 그러니까 왜냐하면 나 하나만을 대상으로 하고, 내가 받는 힘만 생각하는 거니까(그림 9).

황승미 선생님, 그러면 거기서 마찰력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마찰력이 운동량이에요?

장회익 이게(그림 9에서 ${ F }_{ i }$) 마찰력이야. 그 마찰력 ${ F }_{ i }$에 의해서 운동량의 변화가 오는 거야. 힘이라고 하는 것은 운동량에 변화를 주는 것 아닌가?! 그 마찰력에 의해서 내 몸의 운동량의 변화를 얻어서 움직이는 거라는 거지.

황승미 마찰력이 작용반작용하는 그 힘인가요?

장회익 지구에서 보면 내가 지구를 밀어야 지구가 나를 미니까, 나는 지구의 반작용을 받아서 내가 움직이는 것이고 내가 미친 작용은 지구가 뒤로 도는 것이고. 지구를 뒤로 돌리면서 나는 앞으로 가는 거예요.

최우석 그러면 지구가 미는 힘 $F$는 수학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나요?

장회익 그건 근사적이지. 마찰력은 표면의 면적에 눌러주는 압력에 비례해서 나와요. 그걸로 계산할 수 있지.

최우석 그러면 내가 지구에 가하는 게 마찰력인가요?

장회익 그 마찰력을 이용해서 지구를 미는 거야. 마찰력이라고 하는 것은 두 면이 만났을 때 뒤로 미칠 수 있는 힘이 마찰력이야. 수직이 미치는 것은 마찰력이 아니고, 뒤로(수평 방향으로) 가게 하는 힘이 마찰력이야. 마찰력이 없으면 뒤로 휙 미끌어져. 미끌어진다는 것은 마찰력이 없다는 뜻이고, 아주 미끄럽다는 것은 마찰력이 0이라는 뜻이에요. 덜 미끄럽다는 것은 이미 마찰력이 있는데, 그 마찰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느냐? 뒤로 밀어주는 힘이 내 몸을 움직일 만큼의 힘이 되면 내가 앞으로 갈 수 있고, 마찰력이 그것보다 약하면 미끄러워서 거의 못 가고, 아주 매끄러우면 전혀 못 가요. 그런 상황이죠.

황승미 저 식(그림 9에서 변화의 원리)은 내 몸이 만들어내는 운동량인가요?

장회익 내 몸의 운동량이지. 내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처음에는 내 몸의 운동량이 0이니까 운동량이 없다가, 움직이니까 운동량이 생겼죠. 그건 외부에서 힘을 받아야 돼요. 그 힘이 뭐냐? 내가 사실은 땅을 뒤로 밀어서 땅이 나를 앞으로 미는 그 힘을 가지고 앞으로 가는 거예요. 사실은 내가 만들기는 하지, 뒤로 미는 건 나니까. 하지만 힘 자체는 지구가 나를 밀어주는 힘이에요.

황승미 지구가 주는 운동량을 계산하려면 더 복잡한가요?

최우석 그 경우에는 나와 지구를 놓고, 그 둘 사이의 어떤 점을 설정해서 그 점에서의 운동량은 안 변하는데 양쪽으로 쪼개면…

장회익 그렇지. 합친 운동량은 0이에요. 왜냐하면 지금 현재 나도 안 움직이고 지구도 안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지구와 나의 운동량의 합은 0이죠. 그런데 내가 움직일 때는 내가 앞으로 가는 운동량을 가졌어. 그러면 합쳐서 0이 되어야 하니까 지구는 반대쪽으로 운동량을 그만큼 받아요. 그러면 지구는 반대쪽으로 조금 돈다는 얘기야. 나때문에 운동량을 가지게 되니까. 내가 감히 지구를 돌리면서 가는 거야. 그렇게 재밌는 사실을 모르고 우리가 걷는 거야. 걷는 거 하나에 얼마나 재밌는 물리학이 담겨있느냐 이거지.

황승미 선생님께서 쉽게 설명해주셨는데, 우리가 얘기하면서 뭔가 더 복잡하게 만든 것 같아요. (웃음)

2.7. 말과 마차의 역설

장회익 “말과 마차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어요. 말이 마차를 당겨서 간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말이 마차를 당기면 마차는 말을 당기게 되는데, 그러면 서로 당기는 힘이 똑같애. 처음에는 둘 다 정지해 있었고. 말이 마차를 당기는 만큼 마차도 말을 당기기때문에 힘이 똑같은데, 그런데 왜 말과 마차는 앞으로 가느냐 이거야? 그래서 패러독스지.

황승미 그게 마찰력때문에 가는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말이 끄는 힘이 아니라, 말의 발이 땅을 뒤로 밀어주면 지구가 말과 마차 시스템을 마찰력으로 밀어주는 것 때문에 앞으로 가는 거지. 말이 마차를 당기는 그 힘으로 가는 게 아니야. 그런데 우리는 말이 마차를 당겨서 간다, 그렇게 생각하기 쉽죠.

사실은 그 힘은 말의 발이 지구를 밀고 지구가 말과 마차에게 주는 마찰력에 의해서 운동량의 변화를 주기 때문에 앞으로 가는 거예요. 걷는 사례와 똑같은 얘기야. 금방 낸 문제를 응용한 문젠데…(웃음). 말과 마차를 하나로 보면 걷는 사례와 똑같은 얘기에요.

마차를 대상으로 하면 마차는 두 가지 힘을 받아요. (1)바퀴에 작용하는 마찰력과 (2)말이 당기는 힘. 말을 기준으로 하면 말도 두 가지 힘을 받아요. (1)말이 땅에서 받는 마찰력과 (2)마차가 뒤에서 당기는 힘. 두 힘보다 땅에서 받는 마찰력이 더 커서 앞으로 가는 거죠.

말과 마차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면, 말과 마차가 연결된 것은 아무 역할을 안 하고 말과 마차를 합쳐서 그것의 운동량을 마찰력이 제공해주는 거예요. 어쨌든 그렇게 보면 ‘말과 마차의 역설’도 이해가 되는 거예요. 여러가지에 다 적용을 해보면 고전역학의 변화의 원리가(그림 9) 의미하는 바를 몸으로 좀 느끼게 되는 거예요.

최우석 그러면 우주선을 쏘아올릴 때, 우주선이 제트엔진의 추진력으로 대기를 포함한 지구시스템을 밀어내는 만큼 우주선이 달아나서 지구로부터 탈출하게 되는 건가요?

장회익 지구시스템을 밀어내는 것은 없어요. 우주선은 지구시스템을 밀어내면서 올라가는 게 아니야. 우주선은 자기 몸에 있는 분자 일부를 이용해서 뒤로 운동량을 줘, 그러면 그것의 반작용으로 위로 가는 거지. 작용반작용으로 보면 그래요.

운동량보존 법칙으로 보면 현재(출발 전) 운동량이 0이야. 그런데 뒤로 내미는 기체를 이용해서 운동량을 지구 쪽으로 주니까 우주선에 반대 운동량이 있어야 합이 0으로 계속 유지될 거 아니에요? 운동량보존 법칙에 의해서 아래쪽으로 운동량을 주면 그것만큼 위로 가는 거죠. 그리고 대기 중에 물론 공기도 있지만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물론 마찰을 미치니까 대기 중에 기체 입자들을 극복하고 지구를 탈출하기는 해야 되지. 대기가 아무 것도 없고 진공이라도 위로 올라가는 거예요.

최우석 우주선은 지구시스템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뿜어내는 것과 우주선 사이의 운동량이…

장회익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는 진공상태 속에서도 그것으로(우주선이 뿜어내는 것으로) 가속이 되는 거지.

최우석 그러면 우주선을 아무리 많이 쏘아도 지구의 궤도에는 전혀 영향이 없겠네요?

장회익 그런 셈이지. 왜냐하면 처음 운동량은 0이니까. 배기가스는 지구로 떨어지고 우주선은 우주로 올라갔으니까 배기가스만큼 지구가 더 받기는 하지. 그러나 두 운동량을 합치면 0이죠. 이렇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거예요.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3-3’ 끝.

대담 : 장회익, 최우석, 황승미
영상 편집 : 최우석
녹취, 그림, 편집 : 황승미
전체 제작 : 녹색아카데미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3-3 대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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