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3-2. 고전역학의 질문과 개념들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이야기’에서 나눈 대담 3-2을 정리한 것입니다. 대담은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모두 보기 링크


  1. ‘역학’은 무엇이고, 그 중 ‘고전역학’은 무엇인가?
  2. 뉴턴, 또는 고전역학의 질문은 무엇인가?
  3. 고전역학은 ‘자연의 변화’를 ‘운동’으로 이해하는가?
  4. 고전역학은 어떤 개념들을 가지고 자연을 이해하려 했나?
    4.1. 고전역학의 개념들 1 – 질량
    4.2. 고전역학의 개념들 2 – 위치와 운동량
    4.3. 고전역학의 개념들 3 – 속도, 운동량, 가속도
    4.4. 고전역학의 개념들 4 – 힘
  5. 데카르트의 세 규칙과 뉴턴의 운동 법칙, 고전역학의 바탕 구도 비교해 보기

1. ‘역학’은 무엇이고, 그 중 ‘고전역학’은 무엇인가?

최우석 본격적으로 고전역학에 대해서 말씀을 여쭤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1장 ‘내용정리’에서 정리하신 것을 다루기 전에 주변적인 것에서부터 안으로 모아 들어가듯이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아주 상식적인 것인데요. ‘역학’이라는 게 뭔지, 그 중에서 ‘고전역학’이 뭔지, 입에 올리기는 자주 올리는데 제가 역학이 뭔지 알고 얘기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장회익 ‘역학’(mechanics)이라고도 하고 ‘동역학’(dynamics)라고도 해요.

최우석 동역학이 역학 아래에 들어가나요?

장회익 뭐, 꼭 그렇지도 않고 둘이 거의 동의어 가깝게 쓰이는데, 동역학에 대비되는 것으로 ‘통계역학’이 있어요. 통계역학과 동역학 모두, 현재 상태를 알 때 미래 상태를 어떻게 알아내느냐 하는, 앎의 기본 구도에 맞는 학문이라고 보면 되죠. 양자역학까지가 동역학이에요.

통계역학은 통계적인 방법 특히 엔트로피를 써서 미래의 변화를 보기 때문에 (동역학과) 성격이 조금 달라요. 통계역학과 동역학 그 둘 다를 역학이라고 해요. 역학은 현재 상태에서 미래 상태를 변화의 법칙을 통해서 알아내는 기본 구도예요. 우리가 첫 장에서 얘기한 여헌의 기본 구도를 가지는 것이 말하자면 크게 보면 역학이라고 근대 학문에서 얘기하는 거지.

고전역학은 양자역학 이전의 역학이에요. 양자역학과 뉴턴의 역학이 크게 달라져요. 양자역학 이전의 뉴턴의 역학을 고전역학이라고 하고, 양자역학은 새 역학이지만 그렇게 말하지는 않고 그냥 양자역학이라고 하죠. 고전역학은 양자역학에 대비되는 개념이에요.

그 중간에 상대성이론이 있는데 ‘상대론적 역학’이라는 말이 또 나와요. 상대성이론은 시간, 공간을 어떻게 취급하느냐, 4차원 시간˙공간을 취급해서 서술하면 상대론적 역학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상대성이론에?) 다 관여가 되죠.

최우석 다이나믹스(동역학)라는 것은 운동을 다루는 학문, 이렇게 보면 되나요?

장회익 결국 그런 의미가 강하죠. 그런데 운동이라는 개념이 양자역학에 가면 뉘앙스가 조금 달라지기 때문에 꼭 그렇게 운동이라고 하는 걸로 얘기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최우석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면 동역학이 정역학에 대비되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완전히 다른 거죠?

장회익 정역학이라고 하는 것은 힘 간의 관계, 힘의 균형 이것만 다루니까, 학문적으로 정역학이 독립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움직임 없이 힘만 있는 단계에서 힘들 간에 어떻게 균형을 이루느냐 그런 거니까, 대단한 학문 카테고리에 들지는 않아요.

최우석 정역학도 물리학의 영역에 들어가기는 하나요?

장회익 요즘은 그런 말을 별로 안 쓰지.

최우석 구조공학이나 건축공학, 이런 쪽에서 쓰는 것 같은데요.

장회익 그렇죠. 그런 데서는 힘이 어떻게 서로 맞물려 있는가, 그런데 그것이 오래 맞물려 있으면 틀이 깨질 수 있으니까, 그런 건축 물리나 토목 쪽에서 쓰고 있죠.

최우석 그러면 역학(mechanics)은 자연 세계의 이치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얘기해도 될까요?

장회익 큰 카테고리가 그거지. 거기서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여헌의 틀이 있잖아. 그 틀에 맞는, 그 틀에 담기는 내용이라고 보면 돼요. 그런데 처음부터 그런 틀을 가지고 사람들이 사용한 것은 아닌데, 지금 우리가 정리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2. 뉴턴, 또는 고전역학의 질문은 무엇인가?

최우석 조금 더 가서, 뉴턴의 질문일 수도 있고 뉴턴 이후부터 양자역학 이전까지 그 분야를 했다는 여러 사람들의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고전역학을 대표 한다든가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이라고 하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사과는 왜 떨어지는가가 양자역학까지는 몰라도 고전역학 시대의 그 학문 분야의 발상과 태동과 의문, 이것을 다 대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것은 한 가지의 극단적인 사례이고 만물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이런 것이 하나의 질문이라면 질문일까요?

장회익 후자 쪽이 조금 더 가까울 거예요. 벌써 얘기를 했지만, 좀 구체화시키면 현재 상태를 우리가 알 수 있다,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 상태가 미래에는 어떻게 가겠느냐에 대한 합당한 답을 주는 틀이(주요한 질문이)라고 보면 되지. 그런데 그것을 자꾸 간과해요. 사실 그런 표현을 잘 안쓰고 있거든. 그런데 나는 틀을 좀 강조하고 있지. 왜냐하면 모든 것이 그 틀에 담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그 틀에서 생각하자고 강조하고 있는 거예요.

최우석 자연세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현재를 내가 확인할 수 있고, 그렇다면 미래는 그것이 어떻게 가느냐, 거기에 대한 합리적인 관계를 찾자는 거지.

최우석 그러면, 지금 여러 분야에서 미래 예측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표적인 예가 기상학 쪽인데, 대기의 상태를 보면서 내일의 날씨, 모레의 날씨를 예측하는데, 기상학이 역학의 한 분야라고는 안 하잖아요?

장회익 왜, 기상 역학이라고도 하지.

최우석 그러면 적어도 인간의 운명, 사회의 무엇, 이런 데 국한하지 않고 자연 세계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것을 고전역학 혹은 동역학의 큰 질문이라고 보아도 될까요?

장회익 그렇지. 고전역학은 그때의 뉴턴의 방식으로 해서 결과를 내는 것이 고전역학이고, 양자역학은 나중에 나온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 거죠.

3. 고전역학은 ‘자연의 변화’를 ‘운동’으로 이해하는가?

최우석 고전역학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피상적인 인상은, 적어도 고전역학은 자연의 변화라고 하는 것을 여러가지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운동, 모션, 이런 것에 국한해서 혹은 그것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이해하려고 했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이게 맞나요?

장회익 그러니까 거기서 기본 개념이 ‘상태’ 개념이에요.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상태’ 개념의 핵심이에요. 어떤 대상이 있을 때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이느냐, 그 운동의 양을 취급해요. 지금 운동 얘기를 했는데, 운동량이 그 핵심 개념이에요. 위치와 운동량이 현재 이러하면 미래에는 어떻게 되겠느냐 하는 것. 물론 (현재 상태에서 나중 상태까지) 중간 과정을 다 거치겠죠. 중간에 이 시간에는 어떤가, 그 다음 시간에는 어떤가. 그런 의미에서 맞는 거죠. 운동에 관한 거예요. 위치와 운동량이 기본 핵심 개념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것들을 다 설명하는 거예요.

최우석 만약에 별이나 행성을 본다, 혹은 포탄의 궤적을 추적한다, 아니면 무엇이 먼저 떨어지고 무엇이 나중에 떨어지느냐, 이런 문제들에서는 거기 운동 말고 다른 뭐가 있느냐, 없다는 게 분명해지는데요. 조금 더 넓혀서 자연의 만물들에는 색깔도 있고 질감도 있고 여러가지 속성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운동을 주제로 삼았다고 하면 데카르트처럼 우리가 가장 이해하기 좋은 간단하고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을 그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하다 하다 보니까 운동만 알면 나머지는 다 알아지더라하는 것인가요?

장회익 우선은 첫 번째죠. 역사적으로는 그 출발점이 그것이라도 알자 그렇게 갔겠지만, 그 감춰진 밑바탕에는 그것을 알면 다 안다는 생각이 또 깔려 있는 거예요. 거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색감으로 나타나고 질감으로 나타나지만, 그런 것들을 다 따지고 보면 대상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의 운동, 상태를 알면 그것들의 결합에 의해서 다 설명이 되는 거다, 나머지는 2차적인 것이다, 가장 1차적인 것은 바로 운동이다, 이런 생각이 깔려 있었죠.

물론 지금도 예를 들어서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색깔이고 뭐고 모든 것들을 다 설명을 해내는데 양자역학이라는 틀 안에서 설명을 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그것만 알면 나머지는 거기서부터 유도되는 형식으로 설명 가능하다, 이런 생각이 많이 깔려있어요.

최우석 원자 혹은 작은 미세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 아이디어가 있고, 작은 원자와 같은 것들의 운동으로 큰 규모에서 나타나는 운동이 설명이 된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고 여길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주로 다루는 것이 포탄, 돌멩이, 행성 이런 수준이었을 때는 운동으로 다른 것들을 다 알 수 있다는 발상이…

장회익 거기까지 현재 우리가 알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암묵적인 전제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거기 뒤에 소개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라플라스가 뉴턴의 이론을 가지고 현재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의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법칙을 써서 계산을 하면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모든 것을 구성하고 있는 것의 위치와 운동량의 결합으로 결국 모든 것의 성격이 설명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전제를 깔면 그걸로 되는 거예요.

그것이 우리가 알아야할 핵심인데, 하나의 대상에 대해서는 간단하지만 서로 상호작용하는 여러 개가 있으면 그만큼 복잡해지기는 하죠. 복잡해지지만 그것은 복잡한 것을 다룰 수 있는 계산 능력이 있으면 할 수 있는 테크니컬한 문제다 이거죠. 이런 전제를 명시적으로는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깔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을 알면 다 안다, 해서 그것을 기본으로 삼는 거예요.

최우석 라플라스의 시대에는 원자론이 있었나요?

장회익 별로 있지는 않았고, 부분부분 그렇게 생각했죠.

최우석 그런데도 운동으로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건가요? 라플라스도 참 대단한 사람이네요.

장회익 그런데 그 얘기 나오기 150년 전에 벌써 여헌이 이미 라플라스와 비슷한 얘기를 했잖아. (웃음) 오히려 라플라스는 뉴턴의 이론을 보고 그 얘기를 했죠.

4. 고전역학은 어떤 개념들을 가지고 자연을 이해하려 했나?

최우석 그러면 이제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고 가장 단순한 것부터 시작한다는 방법에 입각해서 학자들이 운동을 다루고자 했을 때, 그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들을 무기 삼아서 도전했을 것 같은데요. 그것을 위해서 새로 고안해냈거나 그 전에 정치하지 못했던 개념들을 정비해서 만들어내고자 했던 중요한 개념들에 대해서 조금 짚어봤으면 좋겠습니다.

4.1. 고전역학의 개념들 1 – 질량

황승미 저는 무게와 질량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회익 아주 단순히 얘기하면 같은 것이라고 보면 돼요. 어떤 대상이 있다고 할 때, 그러니까 예를 들어 연필이 있을 때 색깔도 있고 크기도 있고, 연필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할 것들이 많단 말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것 하나 추려내서 공통된 걸 따지면 질량이라고 하는 것 딱 하나를 뽑아낼 수 있어요.

질량은 어느 것이나 다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질량이라는 게 추상적이지 않냐? 그런데 무게는 우리가 다 알아요. 무게라고 하는 것 자체가 뭐냐 하면, 연필이 질량을 가지고 있어서 지구가 당기는 힘의 정도를 무게라고 부르는 거야. 무거운 것을 들려면 힘이 들죠.

황승미 그러면 질량은 무게를 통해서 아는 건가요?

장회익 실제로 우리는 무게를 재면 질량을 저절로 알게 되는 거죠.

황승미 저는 질량을 따로 잴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생각했거든요.

장회익 물론 다른 방법이 있기는 있지만, 그러나 제일 쉬운 것은 무게를 재는 거죠. 질량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질량이 있으면 무게가 나오게 돼. g(중력가속도)라는 상수만 곱하면 그게 바로 무게거든. 질량과 무게가 지구상에서는 서로 비례해요.

무게라는 것은 지구 표면에서의 얘기에요. 달에 가면 똑같은 것을 가지고 가도 무게가 달라져. 연필이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질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연필의 무게는 연필이 지구상에 있기 때문에 나오는 거예요. 달에 가면 달이 당기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무게는 가벼워져.

무게는 무엇이 당기느냐에 따라서 결정이 되는데, 지구상에서는 무게가 곧 질량이에요. 무엇이나 다 같은 가속도로 지구가 당기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무게와 질량은 같아요. 그러나 질량은 이 연필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무게는 이것이 가지고 있는 질량 때문에 지구가 당기는 힘의 정도예요.

황승미 그러면 질량의 값을 몰랐던 거네요? 중력가속도를 찾아내서 그걸 이용 해서 질량을 찾아내는 것인가요?

장회익 질량은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것이니까, 연필이 질량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를 해요. 그런데 그 질량은 여기에 있으나 우주에 있으나 달에 가나 변하지 않아요. 그래야 연필이 가지고 있는 어떤 특성을 나타낼 수 있어요. 그런데 지구상에서는 그것이 무게로 나타나는 거지. 왜냐하면 지구가 당기는 힘은 우리가 느끼니까. 그 힘을 느끼는 것이 무게예요.

그런데 보통 우리는 무게를 연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나의 체중이라고 하면 지구가 나를 당기는 힘이라고 생각 안 하고, 내 몸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그 체중은 무게거든. 그 무게가 질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중력가속도 g로만 나누면 내 질량이 나오는 거지.

황승미 그러면 중력가속도가 전혀 없으면 질량을 알 수가 없겠네요?

장회익 알기가 어렵죠. 어렵지만, 또 한 가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가속을 시켜보면 돼요. 같은 힘을 줬을 때 빨리 가속되면 질량이 작은 것이고, 무거우면 같은 힘을 줘도 속도가 많이 커지지 않지. 그러면 질량이 큰 거예요. 그렇게 해서도 알 수 있어요.

4.2. 고전역학의 개념들 2 – 위치와 운동량

장회익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게 바로, 모든 것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것을 어떻게 잡아내느냐 하는 거예요. 또 한 가지는 위치가 있다 이거야. 물질세계에서는 모든 것에 위치가 있어요. 그리고 운동량이 있어요. 질량은 이미 가지고 있어요. 물질이 어디에 있든 질량은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물질의 ‘상태’라는 개념이 있어요. 연필이 같은 질량을 가지지만 여기에 있을 수도 있고 저기에 있을 수도 있고, 저기 가만히 있을 수도 있고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어요 . 이것을 다 구분해내는 상태가 위치와 운동량이지.

같은 질량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위치와 운동량은 변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대상에 대해서 어느 시점에 어디에서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느냐를 직접 관측해서 알 수가 있으니까, 이 대상이 여기에 있다는 것은 분명한 거야, 그런데 한 시간 후에 이 대상이 어디에 가 있을 거냐, 그건 계산해봐야 아는 거지. 이런 식으로 하는 거예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많은 것들, 노트도 있고 책도 있고 연필도 있단 말이야. 이 많은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전부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려 들면 한이 없으니까, 그것들이 다 가지고 있는 중요한 핵심적인 공통적인 것을 가지고 그것이 어떻게 되느냐를 알고, 그 나머지는 그것과 연결해서 또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작업을 해요. 아까 얘기했지만,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이 위치와 운동량이에요.

아까 색깔 얘기를 했는데, 지금 빨간색 공이 있고 파란색 공이 있다고 해봐요. 빨간 공과 파란 공의 색깔이, 내가 던질 때 아무런 차이를 안 주죠. 빨갛다, 파랗다 하는 것은 이 본질적인 것(운동)에 직접 관여는 안 해. 그것도 물론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이유때문에 빨갛고 파랗다하는 것은 또 별도로 할 문제지만.

여기서 그러한 변두리의 것들을 다 제외하고 가장 핵심적인 것만 따지면, 기본적인 것은 모든 것이 가지고 있는 질량과 어떤 힘을 받느냐에요. 그 두 가지만 있으면 그 다음에는 그것의 위치와 운동량에 대해서, 현재 상태를 알면 과거와 미래도 알 수 있다 이것이 핵심이죠. 그것을 딱 잡아낸 것이 고전역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기본 아이디어라고 할까, 고전역학의 정수라고 할까. 그것을 딱 찾아서 할 수 있게 만든 거예요.

4.3. 고전역학의 개념들 3 – 속도, 운동량, 가속도

최우석 속도나 가속도 개념은 갈릴레오가 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나요?

장회익 그거야 갈릴레오 이전에도 속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빠르다 느리다는 어린애도 다 아는 거니까.

최우석 수학적으로 정의를 갈릴레이가 했나요?

장회익 속도는 위치가 같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변하느냐를 가지고, 거리와 시간의 함수로 속도를 연결 지을 수가 있죠. 그런데 그것을 수식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은 누가 제일 처음으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갈릴레오 또는 그 이전에 있었던 거예요. 가속도는 속도 자체가 변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런데 사실은 운동량 개념을 좀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이미 데카르트, 뉴턴 이때 이미 운동량을 생각했죠. 운동의 크기가 무엇이냐? 운동을 우리가 논하는데, 운동을 크기로 나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빨리 가는 것이 운동이 크다는 것은 분명해. 가만히 있으면 운동이 없는 것이고. 그러니까 운동량은 속도에 비례하는 거예요.

그런데 연필이 빨리 가는 것과 책이 빨리 가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의 운동이 더 크냐? 누가 생각해도 무거운 책의 운동이 더 크다 이거지. 무슨 차이가 있나? 책의 질량이 더 크다 이거야. 그래서 질량을 곱하는 거예요. 그래서 속도(v)와 질량(m)을 곱한 것을 운동량(p)이라고 놓으면, 그러면 우리가 생각하는 운동의 크기를 제일 잘 나타내는 어떤 양이 돼요. 그래서 운동량이 기본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 가속도(a)는 무엇이냐. 단위 시간 동안 속도가 얼마나 변하느냐예요. 운동량은 속도에 질량을 곱한 것이기 때문에, 운동량의 변화율(dp/dt)은 가속도에 질량을 곱한 것이 돼요.

최우석 속도나 가속도나 운동량은 그 자체로 상당히 자명한 그런 상식적인 데에서 출발했는데…

장회익 정의라고 보면 되겠죠. 분명히 해야 되니까 대상이 가지고 있는 위치도 정의하는 거죠. 어디에 대상이 있다 하는 것은 거의 자명하기는 하지만 정의해요. 그리고 속도는, 우리가 시간을 안다고 치면 시간과의 관계를 통해서 속도를 나타낼 수 있어요.

또 질량은 대상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질량을 속도에 곱해준 것을 운동량이라고 일단은 정의를 하는 거예요. 뒤에 가면 달리 정의할 수도 있어요. 우선 고전역학에서는 그냥 그렇게 정의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렇게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운동의 크기에 맞는 정의가 되는 거죠.

4.4. 고전역학의 개념들 4 – 힘

최우석 질량, 운동량, 속도, 가속도, 위치, 이런 것 말고 또 고전역학에서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는 것이 있을까요?

장회익 힘이라는 게 있는데, 사실은 데카르트는 힘이라는 개념은 구체화하지 않았어요. 운동량의 변화, 운동량은 서로 전해지는 것, 어떤 대상이 움직이려면 다른 대상의 운동량을 받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힘과 직접적인 관련없이 생각을 했어요.

뉴턴은 중간에 힘이라는 매개를 하나 집어넣은 거지. 그래서 힘을 매개로 해요. 특히 지구 중력을 직접 운동량으로 나타내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떨어지는 것은 중력이라는 힘이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힘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본 거죠.

최우석 힘 내지는 F를 처음 자연철학적인 설명으로 끌고 들어온 것은 뉴턴인가요?

장회익 그렇다고 봐야되겠지. 적어도 현대적인 의미의 힘은 그래요. 그런데 힘이라는 것을 몰랐던 게 아니야. 힘들다, 근육의 힘, 힘이 세다, 이런 게 다 힘이거든. 그 전부터 다 우리가 쓰던 거예요. 힘이 있어야 들어올린다, 이런 것도 다 맞기는 맞아요. 뉴턴적인 힘이 있어야 운동량에 변화를 주니까. 그런 것도 어렴풋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힘이 개념적으로 구체화된 것은 뉴턴에 와서 힘이라는 것을 집어넣으면서죠.

데카르트까지는 힘이라는 것이 너무 막연해서, 학문적으로 다루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을 해서 그것을 빼고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특히 뉴턴은 지구의 중력을 힘의 수학적인 표현으로 정확하게 했기 때문에, 그래서 힘을 수학적으로 서술할 수 있어서 가능했죠.

그런데 꼭 그런 중력만 있는 것은 아니고, 용수철을 늘일 때 이것도 힘이에요. 용수철을 내가 한 쪽으로 당기면 당기는 쪽으로 힘이 미쳐요. 이것은 중력과는 다른 힘이지. 힘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가 있어요. 그리고 조금 더 나가면 힘이라고 하는 것은 두 물체 사이에 주고 받는 거예요. 혼자서 가만히 있는데 힘을 받는다는 것은 없어요.

(어떤 물체가) 혼자 있는데, 내가 어디로 날아가고 싶다고 해서 내 힘으로 휙 간다, 그건 잘못된 힘의 개념이에요. 우리는 내 힘으로 걸어간다고 하지만, 뉴턴 역학에 따르면 내 힘으로 걸어갈 수가 없어. 나는 힘을 받아야 움직이니까. 그 힘이 거기서 크게 갈라져요.

최우석 힘을 낸다가 아니고요?

장회익 그렇지. 그렇게 우리는 상식적으로 내 속에 힘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 내가 내는 힘은 내 속에 있는 생체 에너지를 내가 쓰는 것이지, 힘이 아니에요. 힘이라고 헛갈리면 안 돼요. 에너지도 힘과 관련이 있지만.

뉴턴의 힘은 에너지와는 다른 거예요. 어떤 대상을 움직이게 해주는 것, 말하자면 운동량에 변화를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힘이라고 한다, 이렇게 봐도 돼요. 그러니까 운동량의 변화율이 힘이다(책 p.113), 이것이 기본 원리야. 그게 힘의 정의라고도 볼 수 있고 법칙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힘이 객관적으로 있다고 하면 거기(식)에 넣어야 되니까 법칙이 돼요. 그런데 힘이라는 것을 우리가 모른다고 한다면, 바로 그렇게 할 수 있는(운동을 일으키는) 것이 힘인데 그렇다면 그런 힘들이 어떤 게 있느냐, 중력이 그렇다, 이런 식으로 거꾸로 갈 수도 있죠.

최우석 영어로 ‘힘을 받는다’라는 표현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선생님께서 ‘힘을 받는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영어권 사람들은 어떻게 비슷하게 얘기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회익 그러니까 힘은, 자기가 자기를 움직이는 능력은 없어요. 반드시 밖에서 오기 때문에 외력이라고 하지. 외력, external force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죠.

황승미 force를 수동태로 쓸 것 같은데요?

장회익 그렇지, 수동태로 써도 되지. External force가 있어야 돼요. 그런데 외력이 있으려면 무엇인가가 힘을 가해줘야 하는데, 힘을 주는 대상은 또 어떠냐? 힘을 주는 것은 그 힘을 받는 대상으로부터 또 반대로 동일한 힘을 받게 돼요. 이것을 뉴턴의 제3법칙이라고 해요. 힘 하나는 작용이라고 해서 작용을 하는 힘이 있으면, 반작용은 그 힘을 작용시켜주는 물체가 도로 받게 되는 힘을 말해요. 하나(A)가 다른 하나(B)를 당겨주면 A는 혼자 가만히 있으면서 B를 당겨가는 게 아니고, A도 또 힘을 받아서 B 쪽으로 당겨 온다 이거야.

그런데 지구같이 큰 것이 있고 상대(C)가 작으면 이번에는 지구가 당기는 힘에 의해서 C가 지구로 가고 지구는 가만히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그런 게 아니고 지구와 C가 똑같은 힘을 (서로) 받는 거야. C가 지구에 의해서 받는 힘만큼 지구도 C에 의해서 힘을 받는 거야. 그런데 왜 지구는 가만히 있냐? 질량이 워낙 크니까 같은 힘을 받아도 가속도는 아주 작아. 그래서 지구의 움직임이 감지가 안 되는 거야. 그래서 일차적인 근사는 그냥 지구는 가만히 있고 C만 힘을 받는 거예요.

이런 경우는 특별한 예이고, 사실은 같이 힘을 받죠. 예를 들어서 태양과 지구를 봐요. 태양이 더 크니까 지구 혼자만 태양의 힘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태양도 지구에 의해서 힘을 받아요.

최우석 벗어나는 질문이기는 한데, 만화같은 데서도 많이 나오는 얘기인데요. 흔히 상상하기를 사람들이 동시에 뛰어 올랐다가 꽝 내려오면 지구가 조금 충격을 받나, 이런 생각들을 종종 하잖아요? 그런 것이 계산이 됩니까?

장회익 그렇지, 그럼.

최우석 그러면 만약에 전세계 사람들이 퍼져 있지 않고 어느날 지구 어느 장소에 다 모여서 한꺼번에 쾅 땅을 울린다고 하면 지구의 궤도가 살짝 비껴 간다든가 그런 게 가능할까요?

장회익 그런데 사실 펄쩍 뛸 때 내려올 때 지구도 동일한 힘을 받아요. 지구에 있던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데서 오는 외력(거대한 운석이나 소행성같은)을 받는다면 영향을 받겠죠.

5. 데카르트의 세 규칙과 뉴턴의 운동 법칙, 고전역학의 바탕 구도 비교해 보기

최우석 이 책은 지금 역사적으로 있었던 여러가지 주요한 혁명적인 과학 이론, 자연에 대한 이해들을 장현광으로부터 얻은 앎의 바탕 구도라는 것으로 잘 맞추어서 앎들을 재정리하고 가다듬어서 이해한다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물리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뉴턴의 3법칙부터 시작을 하는데요. 선생님께서는 그런 게 있다라는 얘기는 간단히 하셨지만 아예 안 다루셨습니다.

그런데 안 다루어도 우리가 그 본질은 너무도 잘 알 수 있다라는 게 선생님의 입장인 것 같은데, 그래도 배우는 사람들은 조금 아쉬우니까 굳이 여기에 가져왔습니다. 데카르트가 세운 세 개의 규칙과 뉴턴의 세 가지 운동 법칙, 그리고 그것을 앎의 바탕 구도로 맞춘 것이 어떻게 정리한 것인지 한번 이해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인용 1]은 데카르트의 자연의 세 규칙입니다.

데카르트의 자연의 세 규칙

“첫째, 물질의 각 개별 부분들은 다른 것들과의 충돌이 이것의 상태를 강제하지 않는 한, 항상 동일한 상태를 유지한다.

둘째, 한 물체가 다른 것을 밀 때, 이것이 같은 양의 자신의 운동을 동시에 잃지 않는 한, 다른 것에 운동을 전해줄 수 없다.

셋째, 한 물체가 움직일 때, 이것의 각 부분은 개별적으로 항상 직선을 따라 움직인다.”

– 인용 1.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p.97.

뉴턴의 운동 법칙

“운동 제1법칙 : 모든 물체는 바깥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정지해 있거나 또는 직선 상의 등속 운동을 유지한다.

운동 제2법칙 : 물체의 운동 변화는 가해지는 힘(motive force)에 비례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가해지는 힘의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운동 제3법칙 : 모든 작용에는 항상 동일한 크기의 반작용이 있다. 즉 두 물체가 서로에게 가하는 작용은 그 크기가 같고 방향은 반대이다.”

– 인용 2. 안상현, 『뉴턴의 프린키피아』동아시아, 2015, p.281.

인용 2는 뉴턴의 운동 법칙입니다. 선생님의 책에는 없어서 다른 데서 찾아왔습니다. 그 다음에 선생님께서는 그러한 뉴턴의 고전역학 내용을 앎의 바탕 구도(그림 1)에 맞추어서 정리를 하셨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그림 2).

[그림 1] 심학 1도. 앎의 바탕구도

최우석 [그림 2]에서 ‘무엇이’를 특성으로, ‘어떠하다’를 상태로 나누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대상의 특성은 얼마만큼의 질량을 가지고 얼마만큼의 힘을 받고 있는가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주어(무엇이)에 해당하는 특성입니다.

[그림 2] 심학 제2도. 고전역학

최우석 상태로 보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게 처음의 위치와 처음의 운동량이라고 한다면, 변화의 원리라는 것이 적용 됐을 때 나중 위치와 나중 운동량을 알게 되는 틀에 맞게 짜인 구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바탕 구도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변화의 원리는 무엇이냐, 운동량의 시간적 변화율이 이 물체가 받는 힘과 같다,라고 하는 뉴턴의 제2법칙 그것이 변화의 원리이다,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이 내용을 수식으로 쓰면 [그림 3]이 됩니다.

[그림 3] 심학 제2도. 고전역학의 변화의 원리

최우석 이들의 관계를 제가 만들어봤는데(그림 4) 이 그림을 검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책에 쓰신 내용에 따르면, 데카르트의 1규칙과 3규칙의 합성이 뉴턴의 1법칙에 해당하고, 데카르트의 2규칙에는 뉴턴의 2법칙과 3법칙에서 말하는 내용이 녹아 있다고 하셨습니다. 결국은 데카르트는 뉴턴이 말하고 있는 것을 다 말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2법칙에 대한 얘기는 조금 약하고, 1법칙과 3법칙으로 다 나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 4] 데카르트-뉴턴-고전역학 바탕 구도 비교

장회익 데카르트도 뉴턴의 2법칙과 비슷한 얘기를 하기는 했는데, 단 힘 F를 안 썼죠.  F대신에 어떤 것(A)이 주는 운동량을 다른 것(B)이 받을 수 있다, 즉 운동량은 서로 주고 받아야지 혼자서 새로 운동이 생길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힘 F라는 것은 둘이 서로 작용하는 힘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거든. 사실은 2법칙을 운동량보존 법칙이라고 해요. 

그런데 3법칙은 힘이 작용과 반작용으로 서로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운동량보존 법칙이 나오는 거예요. 뉴턴의 2법칙과 3법칙이 결합돼서 데카르트의 2규칙이 나오게 되어 있어. 왜냐하면 A가 받는 힘도 알아야하고 B가 받는 힘도 알아야 A가 B에 가할 때의 운동량이 같다는 것이 나와요. 그래서 2법칙과 3법칙을 합하면 데카르트의 2규칙이 나와요.

그런데 데카르트는 F를 명시적으로 안 썼어. 뉴턴의 2법칙과 3법칙은 모두 F에 관한 것인데, 그것을 생략하면 데카르트의 2규칙이 돼요. 결국은 힘만 빼면 데카르트의 규칙에 다 나와 있는 거지. 

최우석 데카르트의 세 가지 규칙은 F를 다루지 않았다는 것만 빼면 내용상으로 뉴턴의 세 가지 운동 법칙과 완전히 대등하다라고 볼 수 있는 거네요.

장회익 그렇지. 그리고 뉴턴의 제1법칙에서는 ‘힘이 없으면’이라는 가정을 했는데, 데카르트는 ‘외부에서 충돌이 없으면’이라고 했어요. 데카르트는 힘을 충돌로 본 거예요. 충돌은 결국 A가 B에 가한 것이거든. 충돌이 없으면 안 변한다는 것이 데카르트의 1규칙이에요. 그러니까 힘 하나만 빼면 이미 데카르트가 해 놓은 거예요.

최우석 그러면 뉴턴이 싹 다 발명했다기 보다는, 그 앞의 혁신가들의 업적을 종합하고 정치하게 만들고, 거기에 힘이라고 하는 것을 넣고,

장회익 그리고 중력, 힘의 표현을 각 대상의 질량에 비례하고 서로 떨어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그런 힘이다하고 구체적인 힘의 표현을 넣었다는 것, 그게 중요한 거죠.

최우석 제가 평소에 선생님께 말씀 듣기로, 뉴턴은 세 가지 법칙으로 얘기를 했지만 사실 제1법칙은 제2법칙의 특수한 한 형태이기 때문에 굳이 있을 필요가 없다, 사족에 불과하다고 하신 걸로 기억합니다.

장회익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최우석 그래서 뉴턴의 법칙 중에서는 2법칙이 제일 중요하고, 고전역학의 바탕 구도는 운동량의 변화율이 힘이라는 것을 변화의 원리로 두는 것으로 재정리를 하셨다고 보았습니다.

장회익 그리고 3법칙이라는 것은 그 힘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에요. 어떤 대상이 받는 힘은 어차피 외부에서 작용하는 거니까 어떤 힘이라도 되는데, 그럴 때 힘을 가하는 대상은 어떻게 되느냐하는 것은 2법칙 안에 안 들어가있어요. 힘을 나한테 가했던 대상은 어떤 영향을 받느냐, 나 때문에 다시 또 힘을 받게 되는데 그 부분은 2법칙에는 표현이 안 돼 있지. 힘을 받는 것 하나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지구상에서 중력을 받거나 용수철에서 힘을 받는 것도 다 힘 하나로 표시가 돼요. 지구상에서는 지구와 중력을 받는 대상과의 관계인데, 지구는 워낙 크니까 고정되어 있다고 보면 지구상의 대상은 혼자 힘을 받는 것처럼 돼. 그래서 2법칙 하나면 돼요.

용수철의 경우에는 벽과 용수철에 달린 물체 사이의 관계예요. 용수철에 달려 있는 물체와 벽 사이의 상호작용인데, 벽도 지구에 붙어 있기 때문에 안 움직여요. 그래서 물체 혼자서 힘을 받는 것 처럼 보여요. 그런 종류의 힘들이 많아서 그냥 뉴턴의 2법칙으로 쓰는 거예요.

실제로 둘을 같이 생각하려면 반대쪽에서는 어떤 힘을 받는지 봐야하는데, 그것을 제3법칙이 암시하고 있는 거지. 3법칙의 내용까지 2법칙에 넣으면 식이 틀려져요. 작용과 반작용을 합치면 힘이 없어지는데 어떻게 움직이느냐? 그건 말이 안 되는 거니까.

최우석 그러면 구체적으로 계산을 할 때에는 둘 간의 상호작용을 계산할 때와 힘을 받는 한쪽에만 국한해서 계산할 때가 서로 세부적인 계산이 달라지나요?

장회익 지구처럼 커서 안 움직이는 것이 있을 때는 지구같은 것의 움직임은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지구상의 작은 물체와 상호작용할 때 어차피 지구는 안 움직이니까. 그러니까 지구상의 물체의 움직임만 보면 돼요. 또 용수철에 달린 물체의 경우에도 벽의 움직임은 미약하게나마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거의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냥 없는 것으로 처리해요.

그런데 비슷한 것들이 둘이 있는 경우는 달라요. 예를 들어서 태양과 지구가 그래요. 그것도 사실은 태양이 워낙 커요. 그래서 태양은 그냥 거기 가만히 있고 지구는 태양이 주는 힘을 받아서 어떻게 움직이느냐, 이것이 1차적인 근사예요.

그런데 사실은 태양도 좀 움직여. ‘1:무한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실제로는 지구로부터 태양이 받는 힘도 같이 계산해야 하는데 그게 복잡해요. 이런 것을 ‘이체문제’라고 그래. ‘이체문제’를 다룰 때는 또 묘한 방법이 있어요. 변수를 새로 정의하기를, 상대적인 거리를 새로운 변수로 놓고 둘을 합친 질량 중심의 위치를 또 변수로 놔요. 그렇게 하면 질량 중심의 위치는 거의 안 변하고 상대적인 거리만 변하게 돼요.

이 상대적인 것만 가지고 보면, 이것은 또 상대적인 힘에 의해서 상대적인 거리가 변하는 것으로 수학적으로 약간의 트릭을 써서 살짝 바꿔 놓을 수 있어요. 그러면 하나를 계산하고 그런 다음에 실제 지구의 운동, 태양의 운동을 구하려면 다시 처음의 변수를 다시 바꾸어서 지구의 변수, 태양의 위치의 변수로 환산하면 각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나와요. 그래서 상대적인 거리에 대해서만 풀면 다시 계산해서 각각의 운동을 알 수가 있어요.

그런데 지구, 태양의 경우에는 이렇게 계산을 해도 별 차이가 없어요. 태양이 워낙 크고 지구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질량 중심이 태양의 중심이라고 봐도 크게 안 틀리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결과는 똑같애. 상대적인 거리가 태양과 지구의 거리와 거의 같으니까. 그래서 두 개 이상이 있을 때는 그런 식으로 해야돼요.

그리고 그 중에 대개의 경우에 하나가 월등히 크면 그것을 고정시켜 놓고 대개는 생각하죠. 그렇게 하면 뉴턴 2법칙의 식 하나만 가지고 되는 거에요. 그때는 3법칙이 필요가 없는 거지. 그런데 데카르트는 말한 ‘운동량을 주고 받는 것’은, 힘을 받는다는 것이 실제로 뭐가 와서 땅 때려서 받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때는 충돌을 주고 받는 대상 둘의 힘이 비슷하거든. 그러니까 결국 암묵적으로 반대방향으로 힘을 받아서 뉴턴식으로 말하면 작용, 반작용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뉴턴의 2법칙과 3법칙에서 힘을 소거해버리고 운동량의 관계만 만들면 데카르트의 2규칙이 맞는 거예요. 운동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운동량은 변하지 않고, A가 잃는 만큼의 운동량을 B가 받았다고 하면 돼요. 데카르트가 이미 밝혔죠.

최우석 운동량보존 법칙은 지금도 활용이 되는 것인가요?

장회익 그럼, 물론이지. 그러니까 사실은 반 이상 데카르트가 해 놓은 거예요. 그런데 데카르트를 물리학자가 아니라고들 하는데 데카르트는 굉장한 물리학자예요.

황승미 고등학교 때 그렇게 배운 기억이 없어요. 철학자라고 배우고, 수학자나 물리학자로는 들어본 적이 전혀 없어요. 수학자인지 그때는 전혀 몰랐어요.

장회익 주로 철학자로만 배우지. 그런데 서양에서는 의례히 데카르트 좌표계(Cartesian coordinate system)라고 하죠.

황승미 운동량보존의 법칙에 대한 질문인데요. 데카르트의 2규칙에서 ‘운동을 전해줄 수 없다’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회익 B가 운동이 없이 가만히 있어요. 지금은 운동량이 없어요. 그런데 B가 갑자기 움직이게 됐다고 해봐요. 뭔가(A)가 와서 B에 운동량을 준 거예요. 운동량을 줄 때 A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운동량을 잃은 만큼만 B에 주는 거예요.

황승미 운동을 전해준다는 것은 A가 가지고 있는 운동량이 B에 전해지면 B의 속도로 나타난다는 뜻인가요?

장회익 A는 운동량을 잃는 거지. 속도가 아니라 운동량으로만 생각해도 돼요. 예를 들어서 동그란 당구공(B)이 하나 있다고 해봐요. 그리고 똑같은 당구공(A)이 하나 더 있어서 B로 굴러와서 딱 때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A는 가만히 서 있고 B만 굴러가요. 즉 A의 운동을 B가 그대로 받아요. 완전 탄성체면 그렇게 돼요.

B는 운동을 안 하다가 A가 와서 때리면 그 운동을 받아서 A의 운동을 그대로 하게 되는 거예요. A는 운동을 준 것이고 B는 운동을 받은 거예요. A는 B에 준 만큼 잃어버린 거야. 데카르트의 2규칙에 써 있는 것처럼 잃지 않으면 줄 수 없어요. 데카르트의 규칙에서는 운동과 운동량을 같은 의미로 쓰고 있어요. 운동량이라고 해야 더 맞아요.

A가 운동량을 가지고 왔는데 B에 운동량을 100% 전해줬어. 완전 탄성체면 운동량을 100% 전해줘요. 그러면 B는 A가 하던 운동을 하고 A는 그 자리에 딱 서요. 이거 해보면 아주 재밌어.

황승미 그런 것을 운동을 주고 받는 것이라고 하는 거군요.

최우석 데카르트의 3규칙에서는 ‘직선으로’ 움직인다는 얘기가 있고 뉴턴의 3법칙에도 ‘방향’ 얘기가 나오는데, 선생님의 앎의 구도에서 방향 얘기를 굳이 안 하신 것은 위치와 운동량이 3차원 벡터라서인가요?

[그림 5] 고전역학의 변화의 원리 (3차원)

장회익 [그림 5]를 보면 수식에 i가 있어요. i가 1~3까지 셋이에요. 이게 전부 각 차원마다 직선으로 가는 것을 의미해요. 그런데 방향이 바뀌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2개의 차원이 있을 때 그 둘의 관계를 말해요.

뒤에 어디 예가 나오는데, 지금 지구상에 무거운 물체를 놓으면 직선으로 떨어지죠. 그런데 옆으로 작용하는 힘이 있으면 지구 중심으로 향하는 직선의 힘과 옆으로 작용하는 직선의 힘이 합쳐져서 힘의 작용하는 방향이 (사선으로) 바뀌어서 나타나요.

이렇게 방향이 바뀐다는 것은 2차원 이상의 현상이에요. 1차원으로 보면 전부 다 직선인데, (2차원 혹은 3차원 방향) 각각을 합쳐서 궤도를 보면 방향이 바뀌어서 나타나요. 방향이 바뀐다는 것은 이미 2차원 또는 그 이상을 말해요. 그래서 그런 이유로 벡터로 표시되는 거예요. 2개 이상의 성분을 가지면 방향 변화가 나오는 거예요.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3-2’ 끝.

대담 : 장회익, 최우석, 황승미
영상 편집 : 최우석
녹취, 그림, 편집 : 황승미
전체 제작 : 녹색아카데미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3-2 대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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