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의 정치학 – 제임스 글릭의 <인포메이션> 북리뷰

이 글은 책 <인포메이션: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제임스 글릭. 2011. 박래선, 김태훈 옮김. 김상욱 감수. 2017. 동아시아)이 발간되었을 당시인 2011년 의학저널 The Lancet에 실린 서평을 번역해 옮긴 것입니다. 비교적 짧고, 책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기보다는 정보라는 것이 가지는 사회, 정치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 가져와보았습니다. 이 책은 다음 주부터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인 “책새벽”에 읽을 예정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모임에 대한 공지글을 참고해주세요.

– 번역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The Politics of data”. Jack Stilgoe. 2011. The Lancet. Vol 378, Issue 9791. 2011. 8. 13. DOI:https://doi.org/10.1016/S0140-6736(11)61277-4

우리는 ‘그것’을 만질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청동, 철, 농업, 그리고 증기기관이 우리의 과거 세대를 결정했던 그런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결정짓는 혁신이다. 우리 시대는 정보 시대다. 그러나 이 시대는 우리 대부분보다 나이가 어리다. 아마도 가장 강력한 정보 회사(구글Google)는 여러분의 자녀들보다 더 나이가 적을 것이다.

정보 시대의 걸출한 과학저술가 제임스 글릭은 정보와의 관계를 빠르게 변화시켜가고 있는 인류의 이야기를 밀도 있고 장대하게 써냈다. 하지만 모든 것에 대한 책이 대체로 그렇듯이 이 책도 답보다는 질문이 더 많다.

[그림 1] 제임스 글릭(James Gleick. 1954-). (출처 : 위키백과)

글릭의 이야기는 1948년부터 시작된다. 이 해는 정보가 발명된 해다. 더 정확히 말해 정보가 저절로 생명을 얻었고, 나머지는 상황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책 <The Information: A History, a Theory, a Flood >에서 글릭은, 증가해가는 정보량을 얻고 바꾸고 분류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서 정보의 역사를 다시 서술한다.

마샬 매클루언(Marshall McLuhan. 1911-1980)에 의하면 인류는 수렵채집자로부터 정보채집자로 발전해왔다. 언어, 논리, 알파벳, 인쇄기, 인터넷 그리고 위키피디아 발명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즉각적인 경험을 전달하고 체계적으로 환경을 학습할 수 있게 해왔으며, 다른사람들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방대한 역사는 난삽하고 느리고 아날로그적이다.

[그림 2] 윌리엄 브래드퍼드 쇼클리(William Bradford Shockley. 1910-1989).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다. (출처 : 위키백과)

1948년에 두 가지가 발명되었다. 이것들은 둘이 결합될 경우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하고자 하는 구글의 꿈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비트(bits; 정보에서 원자 개념에 해당)와 트랜지스터(transisors; 실리콘 칩에서 벽돌에 해당)로 모든 종류의 정보를 디지털로 표현할 수 있다. 트랜지스터는 벨 연구소의 윌리엄 쇼클리가 발명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았다. 비트는 이 책의 중심 인물인 클로드 섀넌의 발명품이다.

[그림 3] 클로드 섀넌. (Claude Elwood Shannon. 1916-2001). 비트 개념을 만들었다. (출처 : 나무위키)

글릭은 서로 얽힌 두 가지 과학 프로젝트를 설명한다. 첫째는 정보의 본성(nature of information)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것이 컴퓨터 과학의 탄생을 이끌었다. 둘째는 사물들을 표준화하려는 시도이다. 표준화 되면 사물들이 과학으로 이해될 수 있고 정보로 바꿀 수 있게 된다. 글릭은 섀넌의 환상적인 그림을 다시 보여준다. 세로로 로그 스케일이 있고, 이를 따라가면서 디지털 정보를 개산(槪算; compute)한다.(a vertical logarithmic scale, along which he estimates the digital information) 그 정보는 타이핑된 한 페이지짜리 문서일 수도 있고, 축음기 판일 수도 있고, 한 시간짜리 테크니컬러(Technicolor; 상표명) 영화나 심지어 의회 도서관 전부일 수도 있고, 더 놀랍게는 “사람의 유전 정보”일 수도 있다.

이것이 1949년으로, DNA의 구조가 밝혀지기 한 해 전이었다. 섀넌의 수(Shannon number)는 약간 빗나가긴 했지만, 그의 노력으로 “정보적인 전환”(informational turn)이 예측되었다. 이 전환은 과학 전반에 퍼져 있고 현재의 우리는 디지털 정보에 친숙해져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영화나 사진이나 음원 모음이나 다이어리, 심지어 우리의 유전적 정보가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는다.

글릭의 이야기는 아주 상세하고 인물들의 이야기가 풍성하다. 과학이 데이터에 점점 더 의존하면서 항상 인간적일 수 있는 방법들을 보여준다. 맬컴 글래드웰(Malcomm Timothy Gladwell. 1963-. <아웃라이어>의 저자)의 독자에게는 익숙할 텐데, 모든 이야기를 비유담으로 돌려버리는 유혹을 저자는 거부한다. 글릭이 글을 전개하는 태도는 평정하다. 이는 저자가 정보의 확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보다는 확산 과정을 서술하는 것을 더 편안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보를 처리하고 퍼뜨리는 새로운 방법들은 항상 사회로 하여금 심각한 질문들에 맞서도록 해왔다. 혁신이 일어나면 이것이 우리의 개성, 사회, 산업으로 엮어진 구조가 찢어져 분리될 것이라는 예측이 늘 나온다. 글릭은 플라톤의 말을 인용한다. 플라톤은 글이 발명됨으로써 “글을 사용하려고 배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망각이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에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혁신으로 생기는 민주적인 이득 덕분에 그런 윤리적인 공황 상황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보아왔다.

그러나 현재는 심각하게 파괴적인 정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정보들을 다루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데이터(라틴어로 “주어진 것들”이라는 의미)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우리의 삶에서 점점 더 많은 측면들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 어느 누구도 컴퓨터화된 거래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수 없게 되었다. 금융시장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스스로 생명을 가지고 저절로 굴러가고 있다.

개인 유전체학 회사들은 이제, 대부분 이해할 수도 없고 대응할 수도 없는 미래의 질병 위험들을 설명하면서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유전체 데이터를 팔 수 있다. 보험 회사들은 우리 보험료를 높여 받기 위해 그런 정보들을 조만간 이용할지도 모른다.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는 이런 것들이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우리가 생각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개인정보 처리 약관을 고칠 것이고, 우리가 우리의 자손들에게 보여주기 꺼려하는 것들을 보존해 둘 것이다.

글릭은 정보 빈곤 상태에서부터 현재 풍요로운 정보 시대까지 인류의 장밋빛 여정을 보여 준다.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할 과제는 정보가 너무 많은 것이라고 글릭은 본다. 즉 우리는 이제 잡음(noise)으로부터 유용한 신호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정보의 홍수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의 정치적 문제들을 만들어 낸다. 무엇이 좋은 정보인가? 어떤 정보가 위험한가? 모든 정보는 동등한가? 여전히 전문가가 중요한가? 정보에 접근해도 되는 것은 누구인가? 정보는 권력일 수 있다. 그러나 정보는 지식도 지혜도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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