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생각보다 많다 & 이 중 절반은 부자나라들 책임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 “푸드 마일” 배출량이 전체 푸드 시스템 배출량 중 5분의 1에 달하며, 이는 기존에 평가되던 것보다 많은 양이라고 합니다. 이 글은 카본브리프의 기사를 번역해 옮긴 것입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사 원문을 참고해주세요.

기사 원문 : “‘Food miles’ have larger climate impact than thought, study suggests”. 2022. 6. 20. Ayesha Tandon. The CarbonBrief.

관련 논문 : Li, M., Jia, N., Lenzen, M. et al. Global food-miles account for nearly 20% of total food-systems emissions. Nat Food (2022). https://doi.org/10.1038/s43016-022-00531-w

번역, 요약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전세계 먹거리 수송 시스템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한 연구가 저널 ‘네이처 푸드'(Li et al. 2022. Nature Food)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먹거리 자체 뿐만 아니라 비료, 기계와 가축 사료 등을 운송하는 과정도 포함시켜 먹거리 공급망 전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한 해 동안 전세계 먹거리 공급 과정(푸드 마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30억 톤CO2e(Carbon dioxide equivalent; 이산화탄소 환산톤)인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 양은 기존 추정치보다 3.5~7.5배 더 많은 양입니다.

푸드 마일 배출량은 주로 부자 나라들에 의해 높아진다고 연구자들은 말합니다. “소득이 높은 나라들”은 세계 인구의 12.5%를 차지하지만 세계 푸드 마일의 52%에 대해 책임이 있으며 푸드 마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46%를 만들어냅니다.

지역 먹거리의 장단점도 저자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국가간 운송을 멈출 경우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9%에 불과합니다. 한편 국외 먹거리가 차단될 경우에는 기후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먹거리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먹거리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지역 먹거리를 먹되 제철 산물을 먹고 육식을 줄이는 것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논문의 주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한 연구자의 말에 따르면, 이 논문은 “운송은 푸드 시스템에서 주요 배출원이 아니라는 기존 과학계의 주류 견해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 배출량이 과대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주의해서 분석”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푸드 마일 배출량’

전세계의 사람들을 먹이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어려운 일입니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거주 가능한 땅의 절반이 사용됩니다. 우리 인간이 발생시키는 전체 온실가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 “푸드 시스템”(음식을 생산하고 가공하고 운송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아울러 일컫는 말)에서 배출됩니다.

[그림 1] 먹거리 생산에 사용되는 땅의 비율. 2019년. (출처 : Our World in Data)

과거의 연구들에서는 먹거리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푸드 시스템의 다른 부문에 비해 비교적 적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 다수가 먹거리 공급 과정 전체의 배출량을 설명해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연구는 이러한 간극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완제품을 배나 차로 운송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비료, 기계와 가축 사료를 운송하는 과정도 포함하여 분석했습니다.

분석은 74개 지역에 대해, 화학제품과 기계 등 37개 경제 부문과 4개 운송 수단을 고려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multi-region input-output model”을 사용하여 전체 공급망에 대해 운송과 기타 요소들에 의해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였습니다. 이것을 일컬어 “푸드-시스템 마일”(food-system miles)이라고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a)는 “톤-킬로미터” 단위로 나타낸 푸드-시스템 마일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먹거리 1톤당 운송된 거리를 의미합니다. (b)는 푸드-마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c)는 해당 먹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입니다. 여기에는 토지이용 변화, 먹거리 생산, 수송(b 부문은 제외)과 소비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각 그래프는 육류(분홍색), 유제품(흰색) 등 먹거리와 제조 부문(남색)도 포함되어 부문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원 그래프 아래 막대 그래프는 각 부문별로 운송이 이루어지는 지역에 따라 “국내”(0의 왼쪽) 배출인지 “국외”(0의 오른쪽)배출인지 구분하여 표시되었습니다.

[그림 2] 푸드 시스템의 운송 부문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a) 푸드 마일. (b) 푸드-마일 배출량 . (c) 종류별 먹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회색: 채굴, 남색: 제조, 검정색: 화석연료, 노랑: 기타 먹거리, 베이지색: 곡식과 곡물가루, 연두색: 사탕무와 사탕수수, 녹색: 채소와 과일, 밝은 연두색: 대두, 흰색: 유제품, 파랑색: 생선, 분홍색: 육류. (*편집자 주 : 표에서 b의 값이 ‘b+c’ 값의 5분이 1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수치상 그렇지 않습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출처 : CarbonBrief. Source: Li et al, 2022)

이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세계 푸드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먹거리와 관련 장비들이 매년 총 22조 “톤-킬로미터”만큼 운송되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30억 톤CO2e이며, 이 양은 전체 푸드 시스템 배출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합니다.

운송 부문은 푸드 시스템에서 주요 배출원이 아니라는 과학계의 기존 주류 견해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결과를 이번 연구가 보여주었다고 울리히 크라이든바이스 박사(Leibniz Institute of Agricultural Engineering and Bio-economy 이 연구 참여자는 아니다)는 말합니다.

예를 들어 1년 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전체 푸드 시스템 배출량에서 운송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4.8%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냉동, 냉장에 대해서 별도로 다루고 있습니다. “콜드 체인”, 즉 운송되고 판매되는 과정에서 먹거리를 저온 상태로 유지하는 것으로, 이 과정은 전체 푸드 시스템 배출량에서 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전세계 푸드 공급망을 따라 운송되는 동안 발생하는 배출량을 조사하는 일은 푸드-마일 배출량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폴 베렌스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베렌스 박사는 라이덴대학교의 조교수이고, 그도 역시 이번 논문의 저자는 아닙니다. 이 연구는 “이런 분야에서 처음 이루어진 분석 평가”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육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축을 기르고 사료를 생산할 넓은 땅이 필요합니다. 예상대로 육류는 전체 푸드 시스템 온실가스 배출량 중 5분의 2에 대해서 책임이 있습니다. 다른 먹거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러나 육류를 운송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운송 배출량 중 4%에 불과합니다. 

반면 과일과 채소는 세계 푸드 마일의 5분의 1을 차지하지만 운송 배출량은 3분의 1이 넘습니다. 과일과 채소가 냉장, 냉동 상태로 운송되면서 에너지를 많이 쓰고 다른 먹거리들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이번 연구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세계 공급망

세계 푸드 시스템은 복잡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소비되는 붉은 색 육류를 생산하려면 지구의 거의 모든 대륙에서 중국으로 도달하는 생산 단계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아래 그림은 이러한 단계들을 보여줍니다. 기계, 제조, 가축 사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화학비료 등도 모두 포함됩니다. 동그라미 안의 숫자는 먹거리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고, 화살표 중간에 쓰여 있는 숫자는 푸드-마일 배출량입니다.

[그림 3] 사례 : 중국에서 소비되는 붉은 색 육류 공급망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동그라미 안의 숫자는 먹거리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화살표 중간에 쓰여 있는 숫자는 푸드-마일 배출량. 단위는 톤(t) 또는 킬로톤(kt) CO2e. (출처 : CarbonBrief. Source: Li et al, 2022.)

중국에서 소비되는 붉은 색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캐나다의 화학비료가 필요합니다. 캐나다의 화학비료는 차량을 통해 미국으로 운송되어 과일과 채소를 기르는 데 사용되고, 배를 이용해 브라질로 운송된 것은 대두를 기르는 데 사용됩니다. 이런 과일, 채소, 대두는 중국으로 운송되어 가축들의 사료로 사용됩니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되는 석탄은 (중국에서 식품을)제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며 제조 공장의 기계는 독일에서 수입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푸드-마일로 그려보면 전세계-공급망 네트워크가 됩니다. 논문 저자들은 이와 같은 분석을 위해 3천만 건이 넘는 직접 교역 연결들을 모델링 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a)는 세계 푸드-마일 배출량의 양방향(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흐름 중 상위 100개를 나타냅니다. (b)는 각국의 일인당 푸드-마일 배출량 중 상위 100개를 나타냅니다. 선의 굵기가 두꺼울수록 배출량이 큽니다.

[그림 4] 양방향 국제 푸드-마일 배출량 상위 100개. (a) 세계 푸드-마일 배출량의 양방향(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흐름 중 상위 100개. 단위: Mt CO2. (b) 각국의 일인당 푸드-마일 배출량 중 상위 100개. 단위: kgCO2e(출처 : CarbonBrief. Source: Li et al, 2022.)

이 그림을 보면 유럽과 중국같은 특정한 지역의 교역량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다른 지역은 교역량이 더 적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아프리카 지역의 나라들입니다.

이 연구는 푸드-마일 배출량을 부자 나라들이 높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일인당 GDP가 미화 25,000달러 이상인 고소득 국가들의 인구는 12.5%에 불과하지만 푸드 마일과 배출량으로는 거의 전세계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이 논문의 저자들은 분석했습니다.

한편 전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저소득 국가들, 즉 일인당 GDP가 미화 3,000달러 이하인 국가들은 세계 푸드 마일의 12%, 배출량의 20%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오세아니아, 유럽과 북미 같은 고소득 지역의 푸드 마일과 배출량은 다른 지역의 양을 합한 것보다 2.7~2.8배 더 많습니다.

이 논문의 주 저자인 시드니대학의 맹규 리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부자 나라들의 일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선택가능한 먹거리의 범위가 넓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자나라의 소비자들이 제철이 아닌 먹거리를 일년 내내 먹기 위해서는 자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수입해와야 합니다. 그러나 더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양이 더 적습니다.

한편 인구가 많고 면적이 넓은 나라들은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가장 많다는 것도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국내 배출량의 3분의 2가 중국, 인도, 미국 그리고 러시아에서 발생합니다.

지역 산물 사먹기

먹거리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쉬운 방법 중 하나로 지역에서 기른 먹거리를 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밝혀낸 바에 따르면 국제 운송이 운송 부문 배출량의 71%를 차지하지만 국내 운송으로 발생하는 배출량이 전반적으로 1.3배 더 높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국제 운송의 93%가 선박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선박 운송은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낮은 반면 국내 운송의 94%는 오염물질이 더 많이 발생하는 도로 운송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항공을 이용하는 “화물운송”은 0.25% 미만이라는 것도 이번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먹거리를 이용하면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부자 나라들에서 그렇습니다. 저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전세계가 완전히 국내산 먹거리로 전환할 경우 푸드 마일 배출량은 2억 7천만 톤CO2e 감소할 것입니다. 또한 이 중 2억 4천만 톤은 고소득 국가들에서 줄어드는 양이 될 것입니다.

지역 먹거리를 먹는 것이 여전히 먹거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유용한 방법인지 주 저자인 맹규 리 박사에게 카본브리프가 물었습니다. 이박사는 “먹거리 공급을 지역화하는 것은 여전히 배출량 감축을 위한 주요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박사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식물성 기반 식단으로 전환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이상적일 것입니다. 특히 잘 사는 나라들에서 그렇습니다.”

이 연구는 “운송 차량을 전기차나 철도로 바꾸고 먹거리 생산 시설을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고 폴 베렌스 박사(Leinden University)는 말합니다. 또한 베렌스 박사는 이 논문이 “새로운 방법으로 다양한 데이타 소스를 결합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크라이든바이스 박사는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이 논문의 저자들이 “푸드-마일 배출량을 과대평가하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결정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운송되는 먹거리의 양과 몇몇 수단에 의해 운송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실제보다 더 높게 평가되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연구에서는 국내 석탄 운송의 99.4%가 차량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미국에서는 석탄 운송의 70%가 철도를 이용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사 원문 보기 : “‘Food miles’ have larger climate impact than thought, study suggests”. 2022. 6. 20. Ayesha Tandon. The CarbonBrief.

관련 논문 보기 : Li, M., Jia, N., Lenzen, M. et al. Global food-miles account for nearly 20% of total food-systems emissions. Nat Food (2022). https://doi.org/10.1038/s43016-022-00531-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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