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석 (녹색아카데미/무위기술연구소)
“기후위기 시대의 좋은 집”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제가 공부하고 익혔던 바들을 정리해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제 속이 차 있지 않아서 속을 채우느라 글의 진척이 너무 느려 죄송합니다. ‘좋은 집’의 한 요소인 물리적 쾌적성 가운데 ‘열적 쾌적성’을 지난 번 다룬 데 이어서 ‘실내 공기질’을 다룰 차례입니다. 정리를 하다 보니 지나치게 길어져서 쪼개어서 실으려 합니다.
한동안 공기질은 우리 관심사가 아니었다가 요즈음에 와서 관심이 꽤나 높아진 것 같습니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는 어쩌면 미세먼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신문 기사를 찾아보니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이 2014년 약 40만대 규모에서 2019년 350만대 규모(1조원)까지 성장했다고 하는군요 [1]. 2019년 말 코로나19 세계 유행이 시작되면서 미세먼지 문제는 다소 관심 밖으로 벗어났지만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서 전염되는 탓에 또 다른 차원에서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심사는 이어졌습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주로 각 가정의 공기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코로나19는 학교와 직장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간의 공기질에 경각심을 갖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관심이 커지면 인식과 이해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물론 두더지 때리기 놀이처럼 문제 하나 불거질 때마다 그 문제 틀어막기에 골몰하다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형편에 갇힐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지 않으려면 종합적인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좋은 공기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공기질을 해치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두루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좋은 공기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좋은 공기질
실내 공기의 질은 건강(health)과 쾌적성(comfort), 그리고 생활의 질(well-being)에 두루 영향을 미칩니다. 실내 공기질이 좋지 못하면 직장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학교에서는 학습 능률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기며 심한 경우에는 새집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 같은 질환도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나라들의 실내 공기질 문제는 훨씬 심각합니다. 배기 시설 없이 난방과 요리를 위해서 실내에서 석탄이나 나무, 숯, 말린 똥, 짚 같은 것들을 태우는 탓에 실내 공기질이 극도로 나쁩니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질병과 죽음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2]. 우리가 겪는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실내 공기질 문제가 극단적으로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점만큼은 기억해두기로 하죠.
그렇다면 실내 공기의 질이 좋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요? 흔히 공기질과 관련된 여러 규정들은 건강에 해롭거나 사람들이 불쾌하게 느끼는 오염물질을 열거하고 이 각각이 기준값을 넘지 않는 상태를 좋은 공기질로 전제합니다 [3]. 맞는 규정이지만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집’을 이해하고자 하고, 그러한 ‘좋은 집’이 보장해야 할 물리적 쾌적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공기질을 나쁘게 하는 물질들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를 집과 관련하여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할 겁니다. 이런 까닭에 파시브하우스 연구소의 설립자이자 파시브하우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이스트(Wolfgang Feist)의 견해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이스트는 실내 공기의 질이 좋다는 것은 아래와 같은 상태를 뜻한다고 정의합니다 [4].
- 해로운 물질이 없고,
- 사람들에게 불쾌하게 느껴지거나 지장을 초래하는 물질 또한 없으며,
- 건축물에 손상을 주는 성분이 없는 상태
첫 번째 항은 주로 건강에 관계하는 실내 공기 오염물질들을 말하고, 두 번째 항은 대표적으로 냄새를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습기를 말하는 것이고요. 다시 말해 실내 공기질이 좋다는 것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실내 공기 오염물질이 적고, 집 안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으며, 실내 습도가 적당한 범위 내로 조절되는 상태라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정의에 입각해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실내 공기 오염물질들을 그 역할과 발생 방식에 따라 분류를 해보면 아래 <그림 1>과 같은 갈래 그림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 바탕해서 실내 공기질을 해치는 오염물질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로운 오염물질’까지만 다루어 보려 합니다.
해로운 오염물질들
실내 공기 중 해로운 오염물질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나는지에 따라서 <그림 1>과 같이 몇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먼저 큼직하게 실내에서 발생하는 것과 밖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겁니다. 실내에서 생겨나는 것은 생겨나지 못하게 하거나 내보내야 하고, 밖에서 들어오는 것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들어왔다면 내보내야 합니다. 실내에서 나오는 것들은 다시 일상적으로 늘 나오는 것, 그리고 특수한 조건이 마련되면 생겨나는 것으로 나눌 수 있고, 밖에서 들어오는 것은 건물의 작은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것과 자연스럽게 바깥 공기에 섞여 들어오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발생 방식에 따라서 실내 공기 중의 해로운 오염물질들을 알아보겠습니다.
해로운 오염물질 : 집 안에서 늘 나오는 것
집의 안쪽을 이루는 건축 자재, 마감재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해로운 물질이 지속적으로 나옵니다. 또 가구와 여러 가지 세간에서도 어떤 자재를 썼는가에 따라서 해로운 물질이 나오는데 대표적인 것이 폼알데하이드입니다. 또 다양한 휘발성유기화합물질들도 나옵니다.
폼알데하이드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 HCHO)는 접착제의 성분 중 하나로 실내에서는 목재를 가공한 건축 자재와 가구에서 주로 나오고 담배 연기와 기타 세간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폼알데하이드가 일정량 이상 있으면 즉각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는데 눈, 코, 목을 자극하고 기침, 설사, 어지러움, 구토를 일으킵니다. 길게 노출되면 피부질환, 정서적 불안정, 기억력 상실, 정신집중의 곤란 등도 겪을 수 있다고 하고 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질낮은 합판을 많이 쓴 공간에 들어갔을 때 눈이 시겁고 머리 아픈 경험을 했다면 폼알데하이드의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해도 좋을 겁니다.
나무로 집을 짓건, 콘크리트로 집을 짓건 내부 공간을 만들 때에 합판, OSB, 마루 등 목재를 가공한 자재들이 많이 쓰이고 가구와 여러 물건들도 목재를 접착한 자재들로 흔히 만들기 때문에 폼알데하이드가 전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만 실내에 나무로 된 자재와 가구를 쓴다면 가급적 원목으로 된 것을 쓰고, 가공제품은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최소인 제품을 골라 써서 기본 방출량을 할 수 있는대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5]. 한 번 건물 내부 마감을 하고 나면 쉽게 뜯어낼 수 없고, 가구 역시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미 짓고 난 뒤, 내부 마감을 끝내고 난 뒤라면 폼알데하이드 농도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지속적인 환기 뿐입니다.
휘발성유기화합물
휘발성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은 끓는 점이 낮아서 쉽게 기체로 날아가 흩어지는 액체나 기체 유기화합물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여기에 속하는 물질 상당수가 동물과 식물에 직간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물질이거나 대기 중에 오존을 생성해서 해를 입힐 수 있는 물질입니다. 독성이 아주 강한 물질들도 많습니다 [6][7].
휘발성유기화합물 역시 실내의 여러 물건과 물품들에서 나오는 실내 유발 유해물질입니다. 페인트와 락카, 페인트 제거 용품, 청소용품, 살충제, 여러 건축 자재와 가구들, 복사기와 프린터 같은 사무기기들, 수정액과 감압지(carbonless copy paper), 풀과 접착제를 포함한 공예 재료들, 네임펜, 그리고 사진 용품 등에서 나옵니다. 또 염소 처리한 수돗물, 보관 중인 휘발유, 과열된 식용유 등에서도 몇몇 종류가 나옵니다 [2]. 휘발성유기화합물 역시 나오지 않은 물건들만 택하기 어렵고 상당히 다양한 데에서 나오므로 지속적인 환기가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입니다.
해로운 오염물질 : 집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것
건물 기초 쪽으로 공기가 새어들어오지 못하게 기밀 시공을 하지 않으면 건물 바닥이나 기초 주변의 미세한 틈을 통해서 땅에서 나오는 유해 기체가 새어 들어옵니다. 라돈이 바로 그것입니다.
라돈
라돈(Radon: Rn)은 건물 아래 암반층이나 일부 건축 자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라듐이 방사성 붕괴를 할 때 나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성 기체입니다 [2]. 지구의 암석과 토양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우라늄(238U)과 토륨(232Th)이 방사성 붕괴(알파 붕괴)를 하면 라듐(226Ra)이 생기는데 다시 라듐이 방사성 붕괴(알파 붕괴)를 함으로써 라돈(222Rn)이 생성됩니다. 미량이더라도 우라늄은 지각이나 해수에 널리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라돈 역시 어디서나 암석과 흙 속에 흔히 존재합니다. 사람이 자연적으로 노출되는 자연 방사선의 절반 이상이 라돈에 의한 것입니다. 이처럼 주로 암석과 흙 속에서 라듐이 붕괴해 만들어진 라돈 기체는 건물의 바닥과 기초 가까운 벽의 미세한 틈을 통해 실내로 새어들어 옵니다. 물론 실내에 아예 흙이 드러나 있는 곳, 가령 실내 정원 같은 데가 있으면 실내에 라돈이 있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새어들어 온 뒤에는 무거운 기체라서 실내 아래 쪽에 쌓입니다 [8].
라돈은 숨을 통해서 몸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 피폭을 일으켜서 폐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몸 안에서 라돈이 방사성 붕괴를 하면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알파입자가 튀어나와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고, 이 때 생성되는 폴로늄 또한 방사성 붕괴를 하여 또 한 차례 알파입자를 내보내는 것입니다.
라돈은 우선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건물의 기밀을 철저하는 게 하는 것이 일차적인 예방책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라돈의 농도는 0이 되기 어려우므로 지속적인 환기야말로 라돈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라 할 것입니다.
해로운 오염물질 : 바깥 공기에 섞여 들어오는 것
실내에서도 생성될 수 있지만 주로 환기를 할 때 바깥 공기에 섞여서 실내로 들어오는 오염물질도 있습니다. 바깥 공기가 오염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물질들이 더 많을 겁니다. 환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바깥 공기에 섞여들어오는 오염물질은 환기를 할 때 필터를 이용해서 걸러주는 방식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미세먼지
최근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졌습니다. 입자의 크기가 10μm 이하인 PM10 (Particulate Matter 10) 미세먼지나 더 미세하여 2.5 μm 이하인 PM2.5 초미세먼지는 콧털과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허파의 폐포까지 바로 들어가서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겁니다. 덕분에 최근에는 실내에서 공기를 필터 처리하는 공기청청기를 구입하는 집들이 아주 크게 늘었습니다. 물론 실내에서도 미세먼지는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요리 과정에서 생긴다고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미세먼지는 바깥에서 들어오므로 지역의 공기질이 미세먼지 문제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미세먼지는 대기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다른 물질과 반응하여 만들어진 덩어리(황산염, 질산염 등)와 화석연료를 태우며 나오는 탄소류와 검댕, 그리고 흙먼지에서 생기는 광물 등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먼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세먼지는 애초부터 고체 상태의 먼지로 나오는 1차적 발생(흙먼지, 소금, 꽃가루, 매연, 배기가스, 소각장 연기, 건설현장과 공장 등에서 나오는 날림먼지, 가루성분 등)과 가스로 나온 물질(휘발성유기화합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이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미세먼지가 되는 2차적 발생(2차 유기입자, 질산암모늄, 황산암모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화학반응에 의한 2차 생성 비중이 PM2.5의 약 2/3를 차지합니다 [9].
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아 우리 몸 속 깊숙히 들어오는데 노출이 많으면 가래와 기침이 잦아지고 나아가 각 기관에서 염증을 일으킵니다. 기도에 염증이 생기면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폐렴이 생길 수도 있고, 미세먼지 농도와 폐암 발생률도 관계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3년 10월 미세먼지를 석면, 벤젠 등이 속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폐를 거쳐서 혈관에 침투할 수도 있는데 이 때에는 혈관 손상, 협심증, 뇌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9].
집 안의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를 이용하면 매우 높은 수준까지 필터로 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로 환기를 할 때 바깥 공기에 섞여들어오기 때문에 기계식 환기 장치에 미세먼지를 거를 수 있는 필터를 달아 집으로 들어오기 전에 거르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해로운 오염물질 : 집 안에서 조건 따라 생기는 것
공기 어디에나 곰팡이 포자는 있습니다. 하지만 곰팡이는 조건이 맞을 때만 피어나 자랍니다. 실내에서 곰팡이가 피고 자랄 수 있는 여건은 건축물리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실내 어딘가에 물방울이 맺혀서 눅눅하고 축축한 환경이 조성되거나 적어도 상대습도가 80% 이상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곰팡이가 피고 그로 인해 곰팡이 포자가 날리게 됩니다. 어떤 때에 곰팡이가 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지는 뒤에 살펴보고 아래에는 해로운 오염물질 가운데 하나로서 곰팡이를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곰팡이
곰팡이(mold) 중에는 독성이 있는 종류들이 있지만(곰팡이 독; mycotoxin) 대부분의 경우 호흡을 통해서 곰팡이 독에 위험한 수준까지 노출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합니다. 독소가 균사체(fungal body)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포자 안에는 있더라도 농도가 낮아 문제를 일으킬 만큼의 양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곰팡이가 피어 생기는 주된 위험은 실내 공기에 퍼진 포자 세포벽의 알레르기 유발 성질에서 옵니다. 이보다 더 문제인 것은 곰팡이가 이미 심각한 호흡기 질환인 천식을 가진 사람의 병증을 더 중한 단계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 곰팡이 알레르기는 여러 가지 증상도 일으킵니다. 눈의 충혈과 눈물, 기침, 두통이나 편두통, 호흡 곤란, 두드러기, 피로, 코막힘, 잦은 재채기 등입니다 [10].
곰팡이는 습하면 핍니다. 종이와 나무, 건식 벽체 등 섬유질 자재가 습기를 먹었다가 48시간 이내에 마르지 않으면 곰팡이가 증식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포자를 공기 중에 퍼트릴 수 있습니다 [2]. 일반적으로 곰팡이가 피고 자라려면 액체로 된 물의 막이 필요하지만 액체로 된 물이 아니라 모관결합수(capillary-bound water; 모세관 벽에 흡착된 매우 얇은 층의 수분)만 있어도 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질의 아주 작은 빈 공간인 모세관에 ‘모세관서림(capillary condensation)’이 생기면 그 작은 구멍 안쪽 벽의 표면에 막을 이룬 모세관 물을 이용해서 곰팡이가 피어나고 자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가는 구멍이 많은 자재(나무, 종이 등)의 표면 상대습도가 약 80%만 되어도 마련되므로 방 전체가 아니라 어디 일부분만 표면 상대습도가 80%에 이르면 그 부위에서 곰팡이가 핀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공기 중의 곰팡이 포자를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내에 곰팡이가 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습도를 낮게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건축물리를 고려해야 합니다. 왜냐면 방 안의 상대습도가 예를 들어 50% 이하로 낮더라도 벽이나 천정 어딘가 차가운 표면의 상대습도는 80%를 훌쩍 넘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환기와 더불어 실내 표면 온도가 낮은 데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준의 건물 외피 단열이 필요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습도를 다루는 대목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해로운 오염물질 : 집 안에서 불 피울 때 나오는 것
앞서 형편이 좋지 못한 나라에서는 실내에서 난방하고 조리할 때 나오는 유해물질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많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우리도 그렇게 먼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한국의 전통적 온돌 구조는 실외(개방된 부엌의 아궁이)에서 불을 지펴 난방과 요리를 합니다. 이를 개량한 연탄 난방 및 조리 구조 역시 방 밖에서 불을 지폈습니다. 하지만 연소가 일어나는 공간과 방 사이에 틈이 있을 때면 유독한 기체가 새어 들어와 사람이 중독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습니다. 방과 사무실, 교실 안에서 직접 난로불을 지피기도 했습니다. 연통을 통해서 배기가스가 바깥으로 나가게 되어 있지만 실내로도 적잖이 새어나왔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난방을 위한 실내 연소는 드문 일이 되었지만 조리를 위한 실내 연소는 여전히 일상입니다.
연료를 태워 조리를 하는 경우에는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2), 이산화황(SO2) 등의 유해물질이 나옵니다. 물론 석탄이나 짚 같은 고체 연료를 태울 때보다 LPG, LNG 등 기체 연료를 쓰면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황이 훨씬 덜 발생하기는 합니다. 미세먼지는 연료의 연소와 요리 연기(cooking fume) 양 쪽에서 모두 생겨납니다. 특히 굽기, 튀기기, 볶기를 할 때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요리 연기에서 다양한 휘발성유기화합물도 많이 나오는데 벤조피렌과 같은 독성이 강한 방향족물질(PAHs)도 포함됩니다 [11].
음식물을 조리하면서 나오는 오염물질들은 실내에서 조리를 하는 이상 불가피합니다. 집 뿐만 아니라 식당의 주방과 같은 곳에서 환기설비 없이 오랜 시간 요리를 하게 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직접 불을 내는 연소형 기구에서 인덕션 렌지와 같은 전기 기구로 가열 기구를 바꾸게 되면 연료의 연소에서 나오는 유독 기체의 발생은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실내 연소와 실내 조리를 할 때에는 적극적인 환기가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림 1>에서 분류한 실내 공기 오염물질들 가운데 ‘해로운 오염물질’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나머지 ‘불쾌한 오염물질’과 ‘건물 손상 물질’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어떻게 실내 공기의 질을 좋게 유지할지 환기를 중심으로 그 방법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주석
[1] “돌아온 ‘미세먼지’, 공기청정기 시작 회복 시그널?”. 매일일보 2022년 2월 13일자 기사.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897725>. 2022년 6월 6일 접속. (→ 본문으로 돌아가기)
[2] “Indoor Air Quality”, 영문 Wikipedia 기사. <https://en.wikipedia.org/wiki/Indoor_air_quality>. 2022년 5월 11일 접속. (→ 본문으로 돌아가기)
[3]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은 “오염물질”을 ‘실내공간의 공기오염의 원인이 되는 가스와 떠다니는 입자상물질 등’이라고 정의하고(제2조3항), <시행규칙> [별표 1]에 다음의 17개 물질을 오염물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PM-10), 이산화탄소(CO2; Carbon Dioxide),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 총부유세균(TAB; Total Airborne Bacteria), 일산화탄소(CO; Carbon Monoxide), 이산화질소(NO2; Nitrogen dioxide), 라돈(Rn; Radon),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Volatile Organic Compounds), 석면(Asbestos), 오존(O3; Ozone), 초미세먼지(PM-2.5), 곰팡이(Mold), 벤젠(Benzene), 톨루엔(Toluene), 에틸벤젠(Ethylbenzene), 자일렌(Xylene), 스티렌(Styrene)
[실내공기질 관리법] <https://www.law.go.kr/법령/실내공기질관리법> 2022년 6월 7일 접속.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 <https://www.law.go.kr/법령/실내공기질관리법시행규칙> 2022년 6월 7일 접속.
(→ 본문으로 돌아가기)
[4] Feist, Wolfgang. “Consequences for home ventilation” in Protocol Volume 23 of the Working Group on Cost-Effective Passive Houses, Passive House Institute, Darmstadt, 2003, pp.63-84.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42215122_Indoor_Air_Quality_Consequences_for_Home_Ventilation> 2022년 6월 7일 접속. (→ 본문으로 돌아가기)
[5] 목재로 만든 자재 가운데 접착제를 쓰는 집성재, 합판, 파티클보드, 섬유판, 배향성 스트랜드보드(OSB), 목질바닥재는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을 검사하여 등급을 표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폼알데하이드 방출량 기준 등급은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E1 등급까지 실내에 사용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유럽은 우리의 SE0와 E0 등급에 해당하는 수준까지만, 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SE0 등급에 해당하는 수준까지만 실내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보통합판의 폼알데하이드 방출량 품질기준]
품질기준 | 폼알데하이드 방출량 |
SE0 |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시험에서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평균 0.3mg/l 이하, 최대 0.4mg/l 이하일 것 |
E0 |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시험에서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평균 0.5mg/l 이하, 최대 0.7mg/l 이하일 것 |
E1 |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시험에서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평균1.5mg/l 이하, 최대 2.1mg/l 이하일 것 |
E2 (실내사용금지) |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시험에서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평균5.0mg/l 이하, 최대 7.0mg/l 이하일 것 |
* 1. SE0 :‘Super E zero’로 불리우며, 폼알데하이드 방출량(Formaldehyde emission)이 최고 낮은 수준(완전무취급) 으로 실내공기질 관리 측면에서 최고 적합한 실내용 목질 판상제품으로 사용 가능.
2. E0 :‘E zero’로 불리우며,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낮은 수준(무취급)으로 실내공기질 관리 측면에서 적합한 실 내용 목질판상제품으로 사용 가능.
3. E1 :‘E one’으로 불리우며,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보통인 수준(일반)으로 실내공기질 관리 측면에서 보통의 실 내용 목질판상제품으로 사용 가능.
4. E2(실내사용금지) :‘E two 실내사용금지’ 또는 ‘E two Do not use indoors’로 불리우며, E2 grade는 보통 이상 수준(등외)의 폼알데하이드 방출로 장기 실내사용시 건강저해의 위험성이 있어 실내공기질 관리 측면에서 실내 용 목질판상제품 사용으로 부적합.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 (국립산림과학원고시 제2020-3호) < https://www.law.go.kr/행정규칙/목재제품의규격과품질기준/(2020-3,20201230)> 2022년 6월 7일 접속. (→ 본문으로 돌아가기)
[6] “휘발성유기화합물질 설명”. <환경부 수도권대기환경청> 홈페이지 기사. <http://www.me.go.kr/mamo/web/index.do?menuId=10006> 2022년 6월 7일 접속. (→ 본문으로 돌아가기)
[7] <휘발성유기화합물 지정 고시> (환경부고시 제2015-181호)는 관리대상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종류를 37가지를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오염물질” 가운데에 폼알데하이드는 물론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 스티렌도 독성이 강한 휘발성유기화합물입니다. <https://www.law.go.kr/행정규칙/휘발성유기화합물지정고시/(2015-181,20150911)> 2022년 6월 7일 접속. (→ 본문으로 돌아가기)
[8] “생활 속의 라돈”.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기사.<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3490> 2022년 6월 7일 접속. (→ 본문으로 돌아가기)
[9] 환경부. 『바로 알면 보인다. 미세먼지, 도대체 뭘까?』. 환경부, 2016.<http://www.me.go.kr/home/file/readDownloadFile.do?fileId=127372&fileSeq=1&openYn=Y> <https://terms.naver.com/list.naver?cid=58590&categoryId=58590&page=2> 2022년 6월 8일 접속. (→ 본문으로 돌아가기)
[10] “Mold”, 영문 Wikipedia 기사. <https://en.wikipedia.org/wiki/Mold>. 2022년 6월 8일 접속. (→ 본문으로 돌아가기)
[11] 김성철. “주방에서의 조리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 『공기청정기술』, 29(1), 2016년 3월호. pp.12-18. 환경부. (→ 본문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