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좋은 집] 2. 따뜻하고 시원하며 숨쉬기 편한 집 – 물리적 쾌적성 (1) : 열적 쾌적성

최우석 (녹색아카데미/무위기술연구소)


파시브하우스, 또는 에너지효율 높은 건축물을 계획하고, 짓고, 검증하는 일에 발을 담근 지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아서 이룬 바는 미미하기 짝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구체적인 기술 영역에서 에너지전환의 한 몫을 맡아야 한다는 소명 의식만큼은 늘 날이 서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제가 그동안 공부하고 익혔던 바들을 닥닥 긁어모아서 책 한 권으로 묶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올해 녹색문명공부모임 2월 모임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이 참에 토막 연재글부터 써보려고 합니다. 2장에서는 제가 규정한 ‘좋은 집’의 한 요소인 물리적 쾌적성을 두 번에 걸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열적 쾌적성’에 대해 다루고, 다음 글에서는 ‘공기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리적 쾌적성

앞서 좋은 집의 최소 요건 중 하나를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며 일년 내내 숨쉬기 편한 집”, 즉 ‘물리적 쾌적성’을 갖춘 집이라 규정하였습니다. 이 점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몇 가지 갈래로 쾌적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관련된 요인이 어떤 성격의 것이냐 하는 점에 따라서 구분이 가능합니다. 우리 몸의 생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요소들이 그 요인이 되는 것들을 아울러 물리적 쾌적성이라고 분류합니다. 이와 달리 사는 사람의 마음에 따른 것들은 심리적 쾌적성이라고 나누어 보아야 할 겁니다. 또 주변의 사회적 상황에 따르게 되는 것은 사회적 쾌적성이라고 갈래지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심리적 쾌적성이나 사회적 쾌적성도 내 집이 편안하게 느껴지는지 아닌지에 중요하게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께서 직접 지어 돌아가실 때까지 사셨다는 서울 성북구의 심우장(尋牛莊)은 북향집이니 물리적으로 쾌적한 집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선총독부 꼴을 보며 살지 않겠다는 독립지사의 의지[1]는 물리적 쾌적성에 반하는 조건을 심리적 쾌적성을 만족하는 한 요소로 받아들이게 하였을 것입니다. 이웃 간에, 또는 동네나 지역 전체가 갈등과 분쟁에 휩싸여있다면 잘 지은 집에 산다 해도 알뜰살뜰 서로 챙겨주는 동네의 허름한 오두막보다 못할 수 있습니다. 집을 고를 때 입지를 신중하게 따지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사회적 요인입니다. 

그러나 심리적 쾌적성이나 사회적 쾌적성은 2차적인 요건일 뿐 내가 들어 앉아 생활을 하는 집의 편안함을 결정하는 1차적인 요건은 물리적 쾌적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이 주변의 물리적 요소들과 직접 맞닿는 몸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좋은 집의 최대치가 아닌 최소한을 생각한다면 물리적 쾌적성이 그 기반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집의 물리적 쾌적성에 관계된 요인 역시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살기 좋은 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야 한다는 점은 열 환경 요인으로 분류합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층간 소음과 같은 것은 소리 환경 요인입니다. 창이 없어 늘 어두침침한 골방이나 어디선가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 때문에 눈이 부신 집의 문제는 빛 환경 요인입니다. 늘 쿰쿰한 냄새가 난다거나 독성 물질이 상시적으로 호흡기를 공격하는 실내에서는 공기질 요인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물리적 쾌적성에 관계된 주요 요인을 열, 소리, 빛, 공기질, 네 가지로 집약하곤 합니다. 이 가운데에서 보다 중요한 것을 추린다면 열과 공기질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두 요인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대하고 결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소리 환경과 빛 환경 역시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차원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열 환경과 공기질입니다. 나아가 열 환경과 공기질이 악화되면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생명에 직결된 요인이므로 사람의 몸은 다른 무엇보다 주변의 열과 공기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작은 변화도 알아차릴 수 있고, 몸을 지키기 위해 즉각 불편하고 불쾌하다는 신호를 발생시킵니다. 물론 공기 가운데에는 사람의 몸이 전혀 감지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일산화탄소나 라돈과 같은 방사성 기체는 우리 몸의 건강과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만 그 농도를 우리 몸은 전혀 알아채지 못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몸은 열 환경과 공기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조금이라도 불리한 환경일 때는 곧바로 불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쾌적함의 최소 조건을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물리적 쾌적성 요인들 가운데 열 환경 요인에 따른 ‘열적 쾌적성(thermal comfort)’과 공기질 요인에 따른 ‘실내 공기질(indoor air quality; IAQ)’, 이 두 가지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림 2-1] 집의 쾌적성 갈래 그림

열적 쾌적성

[그림 2-2] 사람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는 여러 방식을 표현한 Edward Allen의 그림. 
물결선의 검정 화살표는 주변 사물을 향한 복사 손실, 하얀색 화살표는 공기를 통한 대류 손실, 작은 동그라미는 수증기 배출을 통한 대류 및 증발 손실을 나타내고 있다.[2]

항온동물인 사람은 몸 안의 대사로 인하여 몸에서 지속적으로 열이 나는데 일정하게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속도로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이때 속도가 중요합니다. 너무 빨리 열을 잃게 되면 인체는 춥다고 느끼게 되고, 너무 천천히 열을 잃는 경우에는 덥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신호 체계가 발달한 이유는 열을 잃는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몸 안에서 발생하는 열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열이 빠져나가면 체온이 점차 낮아져서 신체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열이 너무 적게 빠져나가거나 도리어 밖에서 열이 들어온다면 체온이 높아져서 역시 생명 유지에 문제가 생깁니다. 편안한 느낌이나 불쾌감은 우리 몸이 열을 잃는 속도에 대한 신호 체계입니다. 몸에서 발생하는 열과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열이 평형을 이룰 때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평형이 깨질 때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열을 밖으로 내보낼까요? 우리 몸은 다양한 방법으로 열을 내보냅니다. 호흡을 통해서 허파와 기도의 열 및 수증기를 공기에 실어 내보내고, 피부 근처의 공기 흐름에도 열을 전달합니다. 직접 주변으로 피부의 열을 뿜고, 피부의 땀구멍을 통해 수증기를 내보내기도 합니다. 이러고도 충분치 않으면 직접 물을 땀의 형태로 내보내서 피부 표면에서 증발을 일으킵니다. 이 다양한 방법들을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2-3] 열전달의 세 가지 경로인 복사(Radiation), 전도(Conduction), 대류(Convection) 개념도 [4] 

온도 차이가 나는 두 물체가 있을 때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열이 옮겨가는 것을 열전달(heat transfer)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경로가 있는데 복사와 대류, 전도가 그것입니다. 온도차가 나는 두 물체가 떨어져 있을 때 아무런 매개 없이 온도가 더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열이 직접 이동하는 것을 복사(radiation)라고 합니다. 모닥불 앞에 앉아 불을 쬐는 경우를 생각하면 됩니다. 온도차가 나는 두 물체가 떨어져 있을 때 공기나 물과 같이 흐르는 물질을 매개로 열이 이동하는 경우는 대류(convection)라 통칭합니다. 격렬하게 운동을 했을 때 머리와 몸에서 김이 나는 경우나 바람에 열을 식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온도차가 나는 두 물체가 직접 맞닿아서 열이 이동하는 경우는 전도(conduction)라 합니다. 방바닥이 차서 발이 시린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열을 빼앗아서 대류를 통한 열의 이동을 더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물이 수증기로 증발(vaporization)하면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는 데에 숨은열이 소모되어 주변의 열을 빼앗게 됩니다. 우리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는 데에는 이 세 가지 열의 이동 경로와 이를 부추기는 한 가지 방법이 모두 이용됩니다. 복사(피부→주변 물체), 대류(피부→주변 공기), 전도(피부→접촉물), 증발(호흡, 땀) 과정이 어우러져서 우리 몸의 열이 주변의 사물로 옮겨갑니다. [3]

열적 쾌적성 요인 – 열 환경 요인

[그림 2-4] 열적 쾌적성의 6가지 요인 가운데 열 환경 요인은 4가지이다. [7]

이렇게 여러 가지 경로로 우리의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열적 쾌적성을 결정하는 요인 역시 한 가지가 아닙니다. 열적 쾌적성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우리 몸의 활동과 걸치고 있는 옷, 그리고 주변의 열 환경 요인들로 구분되는데 그 중 주변의 열 환경 요인은 아래의 네 가지로 집약됩니다. [5][6]

  • 실내 기온
  • 주변 실내 표면의 온도 (복사 온도)
  • 몸 근처의 공기 속도
  • 습도

실내 기온이 우리가 덥거나 춥다고 느끼는 데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대류의 방식으로 주변의 공기는 우리 몸과 지속적으로 열교환을 하고 우리의 몸은 공기의 온도를 민감하게 느낍니다. 하지만 실내 공기 온도 이상으로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실내 공간의 표면 온도입니다. 이것은 우리 몸에서 전도의 방식으로도 열이 빠져나가고, 복사의 방식으로도 열이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과 맞닿은 표면(대부분 바닥)으로는 전도 열손실이 일어나고, 우리 몸과 마주보지만 떨어져 있는 표면(벽과 천장)으로는 복사 열손실이 일어납니다.

복사는 간단히 말해 온도 차이가 나는 두 물체가 중간에 방해물이 없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도가 높은 쪽에서 온도가 낮은 쪽으로 에너지, 달리 말해 열이 직접 (전자기파의 형태로) 흘러가는 현상입니다. 난방 장치가 대부분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는 열 복사 장치입니다. 난로나 라디에이터가 그러하고, 온돌 바닥이나 벽난로의 열기를 품은 벽체도 실내와 우리 몸을 향해 열을 내뿜습니다. 우리 체온보다 높은 온도를 가진 표면으로부터 우리 몸으로 열이 전해져오면 훈훈함을 느끼게 되죠. 반대로 우리 몸도 차가운 물체를 향해서 일종의 난방 장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체온보다 벽이나 창의 표면 온도가 낮다면 우리 몸이 벽과 창을 위한 난로 역할을 합니다. 온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면 적절한 속도로 열을 잃는 좋은 여건이 되겠지만 온도 차이가 상당할 경우에는 벽과 창을 마주보는 쪽의 목, 팔, 다리 등에선 서늘한, 더 심하면 싸늘한 느낌이 올 겁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사물이나 실내 공간의 표면 온도, 달리 말해 복사 온도가 우리 몸의 열손실에 크게 관여하기 때문에 열적 쾌적성과 관련해서는 대류 손실과 복사 손실을 모두 반영한 작용 온도를 고려하게 됩니다. 작용 온도(operative temperature)란 바람이 없을 때에는 기온과 (주변 표면의 평균) 복사 온도의 평균값인데 이것이 보통 실내에서 우리가 편안한지 추운지를 좌우하는 온도입니다. 겨울철 단열 성능이 그리 좋지 않은 통창 앞에서 사무를 보는 사람을 생각해 보죠. 실내 기온이 겨울철 적정 온도라고 하는 20℃일 때 창의 유리 표면 온도가 가정컨대 14℃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면 이 사람이 느낄 작용 온도는 17 ℃입니다. 몰래 책상 밑에 전기 난로를 켜지 않을 수가 없겠죠.

하지만 위의 경우 실제 작용 온도는 더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바로 웃풍 때문입니다. 실내에 바람이 불 때에는 작용 온도에 공기의 유속까지 반영하게 됩니다. 웃풍, 웃바람(draft)이라고 부르는 실내 공기 운동은 건물 외피의 틈을 통해서 새어들어오는 차가운 바깥 바람이 없더라도 생길 수가 있는데요, 실내 기온에 비해 표면 온도가 낮은 곳이 있을 때 공기의 대류 운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입니다. 실내 안쪽의 기온이 높더라도 창이나 문, 또는 외벽의 표면 온도가 낮으면 공기가 식어서 아래 쪽으로 가라앉았다가 바닥에 깔린 채로 방 안쪽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 공기 흐름의 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우리 피부가 공기의 운동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비교적 미미한 속도이더라도 실내 기온보다 낮은 온도의 공기 운동을 우리 몸은 웃바람으로 예민하게 감지합니다.

습도 역시 열적 쾌적성에 영향을 미치지만 다른 세 가지 요인에 비하면 민감하게 느끼는 요인은 아닙니다. 더울 때에는 습도의 영향이 크지만, 무덥지 않은 평균적인 기온 수준에서는 우리 몸이 습도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열적 쾌적성 면에서는 여름철의 후텁지근한 수준만 피하면 되기 때문에 공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량인 절대 습도를 주로 따집니다. 물론 습도는 열적 쾌적성에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므로 공기질을 생각할 때에는 상대 습도 범위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열적 쾌적성 범위

사람의 신체 활동과 옷입은 정도를 각 계절에 맞는 평균적인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열 환경 요인 네 가지가 어우러져서 열적 쾌적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다소 느슨하게는 90%, 엄격하게는 94~95% 정도의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범위를 열적 쾌적성 범위라고 합니다. [5][8][9] 가장 중요한 실내의 온도의 쾌적성 범위는 아래의 그래프와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림 2-5] 겨울철(a)과 여름철(b)의 실내 온도의 쾌적성 범위 [작용 온도(operative temperature) 기준] [6]

PPD는 불만족 비율(쾌적하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 기대값)을 말하는 값인데 쾌적성 국제 표준인 ISO 7730은 불만족 비율이 10% 이하인 범위를, 미국냉공조학회(ASHRAE)의 쾌적성 A등급은 불만족 비율이 6% 이하인 범위를 쾌적성 범위로 삼고 있습니다. 불만족 비율 6%는 이론상 최저값이므로 미국냉공조학회의 A등급보다 더 좋은 쾌적성 범위는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각 계절에 어울리는 평균적인 옷 걸침 상태와 실내 활동 상태를 가정할 경우 겨울철 약 19~21 ℃, 여름철 약 23~25 ℃ 범위의 실내 작용온도가 최상의 쾌적성 범위라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다음의 쾌적성 필요조건이 모두 만족되어야 합니다.

  • 공기가 너무 습하여 후텁지근한 수준까지 가면 안 되고,
  • 공기 흐름의 속도가 적절한 한도 이내여야 한다. 
  • 복사온도와 기온 사이의 차이가 작게 유지되어야 하고,
  • 여러 방면의 표면 복사온도의 차이(“복사온도 비대칭”) 또한 작아야 한다.
  • 실내 공기온도의 위아래 차이도 크지 않고,
  • 주거 공간 내 체감온도(작용온도) 차이 역시 작아야 한다.
[그림 2-6] 실내 열적 쾌적성 범위를 이루는 여섯 가지 사항 중 덜 민감한 습도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어찌보면 굉장히 당연한 말 같지만 여러 가지 온도 차이에 대해서 말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열적 쾌적성 연구의 선구자인 덴마크 학자 팡어(P. O. Fanger)는 “방 안의 온도가 고르지 않을수록,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기대값이 더 커진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5][9], 현대 실내 열적 쾌적성 이해의 기초가 된 그의 연구는 실내 온도의 ‘한결같음(uniformity)’이 쾌적성에 결정적이라는 점을 알려줍니다. 여기에 대한 정량적인 범위는 아래의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열적 쾌적성 요소요소별 쾌적성 범위
온도 차이 : 기온 – 표면복사온도≤ 3.5 ℃
온도 차이 : 실내 이곳 – 저곳 작용온도≤ 0.8 ℃
웃바람 (피부 근처 공기 운동)≤ 0.08 m/s
온도 차이 : 복사온도 – 복사온도≤ 5 ℃ (천장-바닥)
온도 차이 : 위 – 아래 기온≤ 2 ℃ (의자 앉은 사람 머리-발목 사이)
절대 습도수증기압 1910 Pa(이슬점 16.8 ℃) 이하
[표 2-1] 열적 쾌적성 요소들과 그 범위

우리 몸은 온도 비대칭을 민감하게 느낍니다. 몸 어디서는 열이 천천히 빠져나가고 다른 데에서는 열이 빨리 빠져나가는 불균형 상태를 좋지 않게 느낍니다. 이에 따라 우리 몸이 쾌적함을 느끼는 범위는 이러한 비대칭이 일정한 수준 이하로 유지되는 범위가 됩니다.

무엇보다 먼저 실내 공기온도와 벽이나 창 등 실내 표면의 온도, 달리 말해 복사온도의 차이가 크면 쾌적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기온과 복사온도의 평균으로 셈하는 작용온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벽이나 지붕이라면 실내 기온과의 차이가 1 ℃ 이상 벌어지지 않는 수준, 창이라면 그 차이가 3.5 ℃ 이내에서 유지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쾌적감을 느낍니다. 기온과 복사온도의 차이가 크면 실내 기온을 적정한 선으로 유지하더라도 외벽이나 창 쪽을 향한 몸의 부위가 겨울이면 시리고 여름이면 후끈하게 느껴질 겁니다.

기온과 복사온도 사이의 차이는 실내 온도 분포에 대한 영향으로 이어집니다. 실내 안쪽과 창쪽 사이, 거실과 방 사이, 거실과 화장실 사이 등 실내 이곳 저곳의 작용온도 차이가 0.8 ℃ 이상 차이가 나지 않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쾌적감을 느낍니다. 창과 벽이 차지 않은 집이라면 방 안쪽과 창쪽의 차이가 이 범위 안에 있을 수 있겠지만 창과 벽이 찬 집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난로, 벽난로와 같이 작은 범위만 난방을 하는 난방 장치를 쓰거나 실내 일부분만 냉방이 되는 집이라면 냉난방 장치 때문에 실내 작용온도가 고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기온과 복사온도 사이, 실내 곳곳의 작용온도 사이의 차이가 작다면 웃바람도 생기지 않게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초속 0.08m 이하 속도의 공기 운동은 느끼지 못합니다. 이 이하의 공기 유속에서는 웃바람을 느껴 쾌적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6% 미만이라고 합니다. 몇 년전부터 판매되고 있는 한 가전회사의 ‘무풍에어컨’은 “냉기류(Cold Draft)가 없는 0.15 m/s 이하의 바람을 무풍(Still Air)으로 정의”한다는 미국냉공조학회(ASHRAE) 기준에 따라 0.15 m/s 이하 속도의 바람으로 냉방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만 [10] 속도로만 보면 ‘무풍에어컨’의 바람의 절반 속도가 되어야 비로소 웃바람 없는 환경이 되는 셈입니다.

실내 여러 표면의 복사온도 사이의 온도 차이는 “복사온도 비대칭(radiant temperature asymmetry)”라고 합니다. 복사온도 간의 차이의 쾌적성 범위는 5 ℃ 이상 벌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기온과 복사온도 사이의 차이가 3.5℃ 이내에서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자연히 복사온도 비대칭 역시 3.5 ℃를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은 집에서는 방 안쪽의 벽 표면과 창 표면의 복사온도 차이가 꽤 크게 벌어질 수 있어 몸이 불균형을 느낄 겁니다. 바닥과 천장의 표면온도 사이에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위아래로도 비대칭이 생겨 쾌적하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바닥 난방을 하지 않는 경우 바닥은 차고 난방 열기가 위로 몰려서 천장 표면은 상대적으로 따뜻할 수가 있겠고, 반대로 바닥 난방을 하여 바닥은 따뜻하지만 지붕의 열 성능이 부실해서 천장 표면이 찬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요소들이 다 쾌적성 범위 안에 있다 해도 바닥 난방이 과해서 바닥과 천장의 복사온도 차이가 커지면 이 역시 편안한 여건을 해칠 것입니다.

실내 공기의 아래가 차고 위가 따뜻하면 공기가 위아래 대류 운동을 하지 않고 층이 질 수가 있습니다. 이를 기온의 “층짐(stratification)”이라 하는데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의 머리와 발목 사이의 기온차가 2 ℃를 넘어서지 말아야 기온 층짐으로 인한 불쾌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보통 창의 열 성능이 좋지 않을 때 실내 기온에 비해 창 표면의 복사온도가 낮으므로 창 앞의 공기가 열을 잃고 식어서 바닥 쪽에 깔리는 동시에 웃바람으로 방 안쪽으로 파고 듦으로써 기온 층짐이 생깁니다. 반대로 기온과 복사온도 사이의 차이가 쾌적성 범위 안에 있는 여건에서 기온의 위아래 차이도 쾌적성 범위 안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습도는 여름철에 무덥지 않을 절대 습도로 쾌적성 범위를 가늠하게 되는데 수증기압으로 보면 1910 Pa(파스칼) 또는 19.1 hPa(헥토파스칼) 이하, 이슬점으로 보면 16.8 ℃ 이하라고 규정합니다. 이를 우리가 흔히 접하는 상대습도로 바꾸어 보면 실내 기온 20 ℃일 때 약 82 % 이하, 24.3 ℃일 때에는 약 63% 이하가 됩니다. [11]

[그림 2-7] 실내 열적 쾌적성 범위를 이루는 여섯 가지 사항 중 덜 민감한 습도를 제외한 나머지 5개의 쾌적성 범위

열적 쾌적성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지금까지 다소 복잡하게 시원하고 따뜻한 집, 열적으로 쾌적한 집이 어떤 집인지 알아 보았습니다. 할 수 있는대로 줄여서 말해본다면 “열적으로 고요한 집” 정도로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온과 표면온도가 들쑥날쑥하고, 공기가 요동쳐서 열적으로 시끌벅적한 집이라면 쾌적한 집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열적으로 쾌적한 집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위의 열적 쾌적성 요소들과 그 범위를 짚어 볼 때 짐작하셨겠지만 집의 단열 성능을 높이면 열적 쾌적성은 자연스럽게 따라 향상됩니다. 다음과 같은 흐름에 따라 그렇게 됩니다. [5]

  • 단열을 향상시키면 (벽이건 지붕이건 바닥이건 어디건 상관없이) 외피에서 실내로부터 바깥으로 흐르는 열의 흐름이 줄어든다.
  • 따라서 실내 공간에서 외피의 안쪽 표면을 향한 열 흐름 또한 줄어든다.
  • 열 흐름이 더 작아질수록 온도가 떨어지는 정도도 더 작아진다.
  • 그 결과 실내 기온과 단열이 잘 된 외피의 안쪽 표면 사이, 또 실내의 여타 다른 표면과 외피의 안쪽 표면 사이의 온도 차이도 더 작아진다.

지붕과 벽, 그리고 바닥을 아주 충실한 수준으로 단열하고, 단열 성능이 아주 훌륭한 창과 문을 달면 대부분의 열적 쾌적성 필요조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입니다. 단열 수준이 훌륭한 집은 여러 가지 실내 온도 차이가 쾌적성 범위 안에서 유지되고, 이 때문에 웃바람도 없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나에게 좋은 집’을 위한 처방인 높은 수준의 단열이 ‘남에게 좋은 집’을 위한 처방이기도 하다는 점인데 이 이야기는 ‘에너지 생태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세히 드리겠습니다.


이상으로 ‘좋은 집’의 물리적 쾌적성을 이루는 한 가지 요소인 ‘열적 쾌적성’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또 한 가지 요소인 ‘공기질’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집의 열적 쾌적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그림 영상을 하나 소개합니다.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림이 훌륭하고 영어도 쉬워서 비교적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축자재회사 생-고방(Saint-Gobain)에서 자사의 건축 브랜드 Multi-Comfort House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실내 환경과 쾌적성 Indoor environment and well-being> 그림책과 영상 중 “열적 쾌적성” 영상 <https://youtu.be/BTdiimklSqo>

주석

[1] “일 총독부 꼴보기 싫다” 돌아앉은 집 ‘심우장’ 국가문화재로. <한겨레신문> 2019년 2월 12일자 기사.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81790.html (접속: 2022년 3월 3일) (→ 본문으로)

[2] Allen, E. How Buildings Work – The natural order of architecture, 3rd edi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p.17. figures 2.3. (→ 본문으로)

[3] 앞의 책, p.53. (→ 본문으로)

[4] 앞의 책. p.53. figures 8.1, 8.2, 8.3 (→ 본문으로)

[5] Thermal comfort parameters. Passipedia. (Last modified: 2020/08/13 21:18) https://passipedia.org/basics/building_physics_-_basics/thermal_comfort/thermal_comfort_parameters (→ 본문으로)

[6] Gonzalo, R. & Vallentin, R. Passive House Design: Planning and design of energy-efficient buildings. DETAIL Green Books. 2014. p.12. (→ 본문으로)

[7] Belimo 홈페이지. (열적 환경 요인 4가지 강조는 글쓴이) https://www.belimo.com/ch/en_GB/cesim-eu/comfort (접속: 2022년 3월 21일) (→ 본문으로)

[8] ISO 7730:2005(E). Ergonomics of the thermal environment — Analytical determination and interpretation of thermal comfort using calculation of the PMV and PPD indices and local thermal comfort criteria. ISO. Swiss, Geneva 2005. (→ 본문으로)

[9] Comfort Criteria According to International Standards Especially for use in Passive Houses. Passipedia. (Last modified: 2020/08/13 18:22) https://passipedia.org/phi_publications/pb_25/comfort_criteria_according_to_international_standards_especially_for_use_in_passive_houses (→ 본문으로)

[10] “삼성 무풍에어컨, 해외서도 ‘돌풍’. 삼성전자 뉴스룸 2021년 8월 2일자 기사. https://news.samsung.com/kr/삼성-무풍에어컨-해외서도-돌풍 (접속: 2022년 3월 24일) (→ 본문으로)

[11] PST사의 로트로닉 습도 계산기 계산 결과 https://www.processsensing.com/en-us/humidity-calculator/rotronic/ (접속: 2022년 3월 24일)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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