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붕괴 일으킬 석유 메이저들의 카본 밤 프로젝트


석유가스 메이저 기업들이 초 대규모 화석연료 채굴 프로젝트를 다수 추진하고 있고 절반 이상 진행된 것도 10개가 넘는다는 사실이 영국 가디언지의 탐사 취재로 밝혀졌습니다. 가디언지는 2021년 COP26 이후 수 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를 5월 11일 이후 연속 기사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가디언지의 다음 기사 중 프로젝트의 규모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한 것입니다.

“Revealed: the ‘carbon bombs’ set to trigger catastrophic climate breakdown” by Damian Carrington and Matthew Taylor. 2022. 5. 11. The Guardian.


세계 최대 화석연료 기업들이 조용히 “carbon bomb“이라 불리는 석유가스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오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카본 밤은 단일 프로젝트로 이산화탄소 발생량 10억 톤(1 GtCo2) 이상인 채굴 프로젝트를 일컫습니다. 이들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세계가 합의한 지구 기온 상승 한계를 넘어 지구온난화가 심각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화석연료 메이저 기업들은 지구 가열화를 막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 반하는 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엑손모빌, 쉘, BP와 쉐브론 등 거대기업들은 지난 30년 동안 2조 달러 수익을 거둬갔습니다. 최근 석유가가 상승하자 BP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돈 찍어내는 기계”(cash machine)라고 표현했습니다.

가디언지가 지난 수 개월 동안 탐사 취재한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화석연료 기업의 확장 단기 계획에는 새로운 석유가스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프로젝트가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양은 현재 중국의 배출량 기준으로 10년 치에 해당한다.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배출량이 가장 큰 나라이다.
  • 이 계획에는 카본 밤 규모의 프로젝트 195개가 포함된다. 카본 밤은 각 프로젝트 전생애 동안 최소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초거대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들 프로젝트가 전생애 동안 발생시키는 총 이산화탄소 양은 현재 전세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의 18년 치에 해당한다. 이들 중 60%에서는 이미 채굴을 시작했다.
  • 가장 큰 12개 석유 기업들이 새로운 석유, 가스 채굴을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쓰게 될 돈은 매일 약 1천 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 사업으로 채굴되는 석유와 가스는 지구 평균 기온을 2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 사용 되지 못할 수 있다.
  • 중동과 러시아는 미래 석유와 가스 생산과 연관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화석연료 사업 확장 규모와 카본 밤 규모로 보면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가 가장 크다. 이들 나라들은 일인당 화석연료 보조금도 가장 많다.
  • 2020년 기준, 1인당 디젤과 가솔린 보조금 : 사우디 아라비아 1천 달러 이상, 미국 644달러,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약 500달러, 한국은 9위로 200달러 이상, 독일 약 200달러.
  • 2020년 기준, 1인당 화석연료 보조금 : 사우디 아라비아 4,550 달러, 러시아 3,560 달러, 미국 2천 달러, 이란 1,815 달러, 오스트레일리아 1,730달러, 캐나다 1,690 달러, 중국 약 1,500 달러.

코드 레드

세계의 과학자들은 지구가 큰 곤경에 처해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IPCC 보고서(제6차 기후평가보고서 워킹그룹 I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는)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미래의 지구가 살만한 곳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세계의 화석연료 저장고 대부분은 그것이 태워질 경우 파국적인 지구 가열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최소한 2011년부터 경고해왔습니다.

보수적이라고 인식되고 있는 세계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도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리가 2050년까지 넷 제로(탄소 순배출 제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석유, 가스, 석탄 채굴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또한 지구 평균기온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땅 속에 그대로 머물러야 할 화석연료 비율은 석유와 석탄의 경우 60%, 석탄의 경우 90%로 높아졌다는 사실이 최근 과학적인 분석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1.5도 한계를 넘어 화석연료가 대규모로 개발되고 있다고 UN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다“는 지난 4월 발간된 IPCC 보고서(제6차 기후평가보고서 워킹그룹 III 보고서)의 내용에 충격을 받은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행동에 있어 말과 행동이 다른 기업과 정부들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와 가스 가격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채굴 사업과 수십 년은 존속할 화석연료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 전쟁이 화석연료로 얻을 수 있는 이득때문에 이용되고 있으며 “고탄소 미래 사회”에 우리를 묶어두고 있다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비판했습니다.

확장 계획 : 1,920억 배럴

엑손모빌과 가스프롬(Gazprom; 러시아의 반국영 다국적 에너지 기업)같은 석유가스 회사들의 확장 단기 계획은 엄청납니다. 가디언의 조사에 의하면 향후 7여 년 내에 총 생산량 1,920억 배럴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석유와 가스 생산을 시작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온실가스는 현재 중국 배출량 기준으로 10년치에 해당합니다. 1,920억 배럴 중 절반 이상인 1,160억 배럴에 대해서는 이미 투자금이 확보된 상태입니다.

석유가스 확장 단기 계획에 의해 개발될 석유와 가스 중 3분의 1은 “비전통적”이고 더 위험한 곳에서 채굴됩니다. 이들 사업은 프랙킹(fracking)과 매우 깊은 바다에서 채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훨씬 더 위험합니다.

석유가스 메이저가 개발 계획 중인 1,920억 배럴의 화석연료 중 석유와 가스 비율은 50:50입니다. 이들을 태울 경우 발생하게 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730억 톤(73 GtCo2)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스 채굴 과정에서는 메탄이 발생하는데 메탄은 강력한 온실가스로 이산화탄소보다 열을 86배 더 많이 가두며 20년 이상 동안 온실 효과를 냅니다. 여기에 더해 공급되는 동안 2.3%가 새나가면서 이산화탄소 기준 970억 톤(97 GtCo2)의 온실가스가 대기로 들어가 기후변화를 더욱 가속시킵니다.

[그림 1] 거대 석유가스 기업들이 향후 7년 내에 사업을 시작할 계획인 석유, 가스 채굴 규모와 방식. 이들 기업은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과 국제적 기후 협정에도 불구하고 “카본 밤”이라 불리는 대규모 화석연료 채굴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카타르 에너지(전 카타르 피트롤리엄), 가스프롬, 사우디 아람코, 엑손모빌, 페트로브라스, 투르크멘가스, 토탈에너지스, 쉐브론, 쉘, BP. 단위 : 십억 배럴. (출처 : The Guardian. 소스 : Urgewald)

우어게발트(Urgewald. 온실가스 배출 석유회사 연구 그룹. 1992년 설립)의 조사에 따르면 석유가스 개발사업 확장 기업들은 국영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카타르 에너지와 러시아의 가스프롬 그리고 사우디 아람코가 상위 1~3위를 차지합니다. 가스프롬의 석유가스 프로젝트 확장 계획 중 절반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북극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하여 장기적으로 변동 가능성은 있습니다.

엑손모빌, 토탈에너지스, 쉐브론, 쉘 그리고 BP는 모두 개발 규모 상위 10위권 내에 있습니다. 미국 석유가스 메이저 회사들의 전체 프로젝트 중 비전통적이고 위험한 석유, 가스 생산 프로젝트는 약 70%에 달합니다. 반면 유럽 회사들의 경우 프랙킹이나 매우 깊은 바다에서의 석유가스 개발 비율은 30~60%입니다.

“대부분의 석유, 가스 기업들은 기존에 해오던 대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이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거나 책임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세계 각 나라의 정부들이 기업들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부들도 기업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우어게발트의 닐스 바르취(Nils Bartsch)는 말합니다.

[그림 2] 나라별 카본 밤 규모의 석유가스 개발 사업. 단위 : 수 십억 배럴. (출처 : The Guardian)

재정이 확보된 1,16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 중 3분의 2는 중동, 러시아, 미국에 위치해 있습니다(Rystad energy). 오스트레일리아는 34억 배럴로 유럽보다 더 많습니다. 가디언이 우어게발트와 함께 최근 3년 간의 석유가스 개발 투자규모(평균) 규모를 분석해본 결과 상위 4위를 차지한 곳이 쉘과 중국의 석유가스기업인 페트로차이나(PetroChina; 중국석유천연가스주식회사), 차이나 해상 중국해양석유총공사(China National Offshore Oil Corporation)과 중국석유화공(Sinopec; 시노펙)이었습니다.

상위 10개 개발회사 중 7개 회사는 자사의 확장 프로젝트 중 절반 이상을 프랙킹과 수심이 매우 깊은 북극권 해양, 타르샌드 개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카본 밤 프로젝트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6,460억 톤

카본 밤'(Carbon bomb)은 대규모 화석연료 프로젝트나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발생원을 지칭하는 용어로 지난 십 년 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전생애 동안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최소 10억 톤 이상인 프로젝트’로 명확하게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그림 3] 국가별 카본 밤 프로젝트에 의해 발생될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모. 단위 : GtCO2. (출처 : The Guardian. Kjell Kühne, 2022)

이들 카본 밤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하게 될 이산화탄소 양은 6,460억 톤(646 GtCO2)에 달합니다. 전세계의 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0억 톤(37 GtCO2. 2019년 기준)이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탄소 예산은 5천억 톤(500 GtCO2)입니다. 게다가 이들 카본 밤 프로젝트 중 60%는 이미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림 4] 카본 밤 프로젝트로부터 배출될 이산화탄소 양은 6,460억 톤(646 GtCo2)에 달하며, 이는 지구온난화 수준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탄소 예산보다 훨씬 크다. (출처 : The Guardian)

번역, 요약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기사 원문 보기 : “Revealed: the ‘carbon bombs’ set to trigger catastrophic climate breakdown” by Damian Carrington and Matthew Taylor. 2022. 5. 11. The Guardian.

관련 기사 : 가디언지 사설  “The Guardian view on carbon bombs: governments must say no” Editorial. 2022. 5. 12. The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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