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5. 양자역학 변화의 원리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이야기’에서 나눈 대담 5-5를 녹취, 정리한 것입니다. 대담은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이야기” 5-5편에서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중‘제4장 소를 얻다: 양자역학’의 내용 정리 부분 중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양자역학 전반에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모두 보기 링크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5. 양자역학 변화의 원리

  1. 슈뢰딩거 방정식
    1.1. 상태 함수가 만족할 조건 1
    1.2. 상태 함수가 만족할 조건 2
    1.3. 외부 물체가 대상에 주는 영향
    1.4. 몇몇 대표적 사례들
  2. 양자역학과 관련한 존재론적, 인식론적 질문들
    2.1. 실체와 실재
    2.2. 상태 변화와 외력
    2.3. 공리 4와 존재론, 인식론
    2.4. 양자역학과 통계역학

1. 슈뢰딩거 방정식

1.1. 상태 함수가 만족할 조건 1

장회익   슈뢰딩거 방정식은 상대성이론에서 나온 식을 활용해요(책 pp.221-224). 상대성이론의 식에서 운동량의 각 성분에 대한 제곱을 하면 $\sum_{\mu}^{} P_\mu^2 = P^2-\frac{E^2}{c^2}=-m_0^2c^2$ 이런 식이 나오는데, 슈뢰딩거 방정식은 이 식을 활용하는 거예요.(아래 식 참조)

여기서 두 가지 경우가 있죠. 정지질량 $m_0$이 0인 경우와 0이 아닌 경우. 정지질량이 0인 경우에는 식이 간단하게 $E=cp$가 돼요. 0이 아닌 경우에는 $m_0^2c^2$에 비해서 $p^2$이 워낙 작기 때문에 근사를 하면 $E$는 그림 1의 마지막 식처럼 표시가 돼요.

[그림 1] 상태 함수가 만족할 조건 1

그런데 $m_0$가 위치의 함수일 수가 있어요. 그럴 경우 위치의 함수로서 명시적으로 적으면 $E$ 안에 $V(x)$ 라고 하는 퍼텐셜 에너지를 담고 있을 수 있어요. 그러면 위치에 무관한 부분은 상수니까 에너지 기준점으로 보면 $m_0c^2$은 생각하지 않고, 에너지에 $V(x)$를 더 붙여서 $E=\frac{1}{2} \frac{p^2}{m}+V(x)$가 돼요. 이것을 일단 염두에 두고, 이 두 식에서 어떻게 슈뢰딩거방정식 또는 파동방정식이라는 것이 나오는지 살펴볼 수 있어요.

1.2. 상태 함수가 만족할 조건 2

[그림 2] 상태 함수가 만족할 조건 2
  • 정지질량이 0인 경우

장회익   먼저 정지질량이 0일 경우에는, $E=cp$ 식에서 각각의 항은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기대치에 해당해요. 그래서 에너지의 기대치는 $\left< E \right> = \left< \hbar \omega \right>$, 운동량의 기대치는 $\left< p \right> = \left< \hbar k\right>$이고, 여기에 식 (4-8), (4-9) (책 p.216)을 넣으면 $i \hbar \frac{\partial}{\partial t} = c(-i \hbar) \frac {\partial}{\partial x} \Psi(x,t)$이 돼요. 책에는 상세한 설명을 했어요.

이 식은 아주 간단한 미분방정식이에요. 이것은 좌변에서 시간으로 $\Psi(x,t)$를 미분한 것과 우변에서 $\Psi(x,t)$를 위치로 미분한 것이 같고 앞에 상수 $c$가 붙는 차이밖에 없다는 뜻이에요(부호는 반대). 그래서 그것을 만족하는 $\Psi(x,t)$를 구하면, $\Psi(x,t) = \sum_{n}^{} \chi_n e^{i(k_n x-\omega_n t)} $ 이런 지수함수, 파동함수의 결합이 돼요.

그리고 이 식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omega_n = c k_n$을 만족해야 돼. 여기서 $\omega_n$과 $k_n$값을 따로따로 아무렇게나 정해서는 안 되고, 필연적으로 $\omega_n = c k_n$ 이런 관계를 가져야 $\Psi(x,t) = \sum_{n}^{} \chi_n e^{i(k_n x-\omega_n t)}$ 이 방정식 $i \hbar \frac{\partial}{\partial t} \Psi(x,t)=c(-i \hbar) \frac {\partial}{\partial x}\Psi(x,t) $를 만족시켜요.

그리고 $\omega_n = c k_n$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frac{\omega_n}{k_n}$은 주기, 파장과 $\frac {\lambda_n}{T_n}$ 이런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파장을 주기로 나눈 것이 속도가 되고, 이것이 $c$가 돼야 해요.(그림 2). 그래서 정지질량이 0인 경우는 그 상태가, 광속으로밖에 갈 수 없다라는 것이 양자역학의 슈뢰딩거 방정식에서 나오는 거예요.

여러번 강조했는데, 여기까지는 $c$가 광속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시간과 공간의 단위를 맞추기 위해서 놓은 상수라고 뒀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까 그 상수가 이렇게 들어와 있어. 슈뢰딩거 방정식에 그 상수가 들어간 거예요. 이 식 $i \hbar \frac{\partial}{\partial t} \Psi(x,t)=c(-i \hbar) \frac {\partial}{\partial x}\Psi(x,t)$을 만족하려고 보니까 속도 $v$가 광속 $c$가 되게끔 된 거예요 그래서 우주의 시간-공간 구조가 그렇게 되면 질량이 없는 물체는 광속으로 달려야 된다하는 결과가 나와요. 빛은 질량이 없기 때문에 이 속도로밖에 움직일 수 없다는 거죠. 논리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지.

  • 정지질량이 0이 아닌 경우

장회익   그 다음에 정지질량이 0이 아니면, 이렇게 운동에너지 $E=\frac{1}{2} \frac{p^2}{m}$만 있는 경우($V(x)=0$인 경우)에서 에너지와 운동량 각각의 기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i\hbar \frac{\partial }{\partial t}\Psi(x,t)= -\frac{\hbar^2}{2m}\frac{\partial^2 }{\partial x^2}\Psi(x,t)$ 이 조건을 만족해야 돼요. 이 부분도 책에 조금 더 자세히 설명돼 있어요(책 p.223).

이 조건을 만족하는 해는 \Psi(x,t)= \sum_{n}^{} \chi_ne^{i(k_n x-\omega_n t)} 이런 것이 돼요. 이때는 $k_n$과 $\omega_n$ 사이의 관계가 $\omega_n=\frac{1}{2} \frac{\hbar k_n^2}{m}$의 관계를 만족하게 되어 정지질량이 0일 때와 좀 다르죠. 방정식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공간의 자유입자는 에너지 $\hbar \omega_n$이 운동에너지 $\frac{1}{2} \frac{(\hbar k_n)^2}{m}$과 같아지는 관계를 가지는 임의의 함수가 바로, 힘을 받지 않는 자유입자의 가능한 상태들이 돼요(그림 2에서 마지막 식). 그래서 자유입자는 $\Psi(x,t)= \sum_{n}^{} \chi_ne^{i(k_n x-\omega_n t)}$ 이런 형태의 양자역학적인 상태밖에 가질 수가 없어요. 

1.3. 외부 물체가 대상에 주는 영향

[그림 3] 외부 물체가 대상에 주는 영향
  • 사건 유발 능력이 없는 경우

장회익   우리 책에서는 질량 속에 퍼텐셜 에너지가 들어있다고 했는데, 한번 봅시다. 사건 유발 능력이 없는 퍼텐셜 에너지 $V(x)$ 형태로 주어진 경우예요. 우리 책에서는 이 질량 속에서 질량의 위치에 의존하는 성분을 이렇게 $V(x)$로 따로 떼어내놓았다고 했는데 마찬가지 얘기예요.

이런 경우에 $E=\frac{1}{2} \frac{p^2}{m}+V(x)$에서 각각의 항이 기대치가 되기 위해서는 $\Psi(x,t)$가 $i\hbar \frac{\partial }{\partial t}\Psi(x,t)= -\frac{\hbar^2}{2m}\frac{\partial^2 }{\partial x^2}\Psi(x,t)+V(x)\Psi(x,t)$ 이런 조건을 만족해야 돼요. 이것도 책에 설명이 나와 있어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이에요(책 p.225).

여기서 $V(x)$는 우리가 잘 아는 여러가지 고전역학에도 적용돼요. 단진자 운동의 경우에는 $V(x)=\frac{1}{2}Kx^2$ 퍼텐셜 에너지로 들어가면 되고, 수소원자의 원자핵에서부터 쿨롱의 힘을 받는 경우에 퍼텐셜 에너지를 집어 넣으면 수소원자 주변의 전자의 상태가 만족하는 방정식이 돼요. 그것이 대표적인 거죠(책 p.228)

1.4. 몇몇 대표적 사례들

[그림 4] 몇몇 대표적 사례들

그 다음에, 대표적인 사례들 몇 가지를 알 필요가 있어요. [그림 4]의 $H(x,p)=\frac{1}{2}\frac{p^2}{m}+V(x)$ 식에서 $H(x,p)$는 보통 해밀토니안이라고 부르는데, 에너지 $E$를 변수 $x$와 $p$의 함수 형태로 표시한 거지요. 이런 퍼텐셜 에너지 $V(x)$는 이 대상이 $f(x)=-\frac{d}{dx}V(x)$에 해당하는 힘 $f(x)$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조화진자는 퍼텐셜 에너지가 $V(x)=\frac{1}{2}Kx^2$ 이런 형태가 되지. 힘 자체는 $-Kx$인데 퍼텐셜 에너지로 하면 이렇게 돼요. 그래서 이런 경우에 $H(x,p)$를 슈뢰딩거 방정식 $i\hbar \frac{\partial }{\partial t}\Psi(x,t)=H(p,x)\Psi(x,t)$에 대입하고 풀어요. 푸는 과정이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풀면, 재밌는 것은 결과적으로 에너지가 $E_n=(n+ \frac{1}{2})\hbar \omega$ 이런 관계만 가질 수 있도록 나와요.

$\hbar \omega$가 보통 에너지 단위인데, 이것의 정수배($n$)를 가지게 되고, $n$이 0일 경우에는 $\hbar \omega$의 절반짜리도 돼. 예를 들어 제일 낮은 에너지는 $\hbar \omega$의 절반이 되고, 그 다음부터는 정수배로 껑충껑충 뛰어올라가요. 그래서 조화진자의 경우 에너지 형태가 이렇게 돼요(그림 4에서 마지막 식).

최우석   우리에게 와닿는 방식으로 말하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장회익   고전역학적으로는 진자가 어떤 에너지이든지 다 가질 수 있지. 정지할 수도 있고, 에너지가 여러가지 연속적으로 가질 수 있는데, 양자역학적에서 보면 에너지가 0이 될 수는 없어. $\hbar \omega$의 절반짜리가 제일 맨 밑바닥이고, 그 다음부터는 중간에 갭이 있어요. 그 다음에 $n=1$이 될 때까지는 그 중간 에너지는 못 가져. 그 다음에 $n=1, 2, 3, …$ 이렇게 에너지가 단계별로 가요. 그렇게 해서 에너지 값이 띄엄띄엄 떨어지는 값만 가질 수 있어요. 이게 고전역학에서는 전혀 없던 결과죠.

최우석   조화진자의 대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장회익   스프링 달린 조화진자가 그 대표적인 거예요. 그런데 그런 경우는 아주 거시적인 경우라서 이런 효과는 잘 안보이지. 간격이 작기 때문에. 그런데 분자 단위로 들어가면 분자 진동을 해요. 그런 것들은 이런 효과가 나요. 그런데 이 경우는 고정된 데 하나가 달려서 혼자 진동하는 경우고, 두 개가 서로 상호 진동을 하면 이체 문제(two-body problem)가 돼서 조금 더 복잡해요. 원자, 분자 단위로 내려가면 이런 현상이 많이 나오죠.

조화진자와 다른 퍼텐셜 에너지의 사례는 $V(r)=\frac{1}{4\pi\epsilon_0} \frac{e^2}{r}$ 이렇게 거리에 반비례하는 경우에요. 힘으로 따지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거예요. 원자핵이 있고 전자가 돈다고 하면, 전자가 원자핵에서 받는 힘이 바로 이것인데, 이 힘은 원자핵으로부터의 거리 제곱에 반비례하는 인력으로 작용해요. 그래서 마치 태양 주변의 행성이 있는 것처럼 그것과 수학적인 형식은 같아요. 상수만 다를 뿐이지.

[그림 5] 단순 조화 진동 (출처 : wikipedia)

장회익   고전역학적으로 얘기하면 케플러의 운동에 해당하는 운동을 해야되는데, 그런데 수소원자 안에 있는 전자는 그런 것 하고는 달라져요. (고전역학적으로는) 어떤 에너지도 다 가질 수 있는데, 여기서 계산해보면 에너지가 특별한 값만 가져요.

$E_n=-\frac{m}{2}(\frac{e^2}{4\pi \epsilon_0 \hbar})^2 \frac{1}{n^2}=-13.6eV \frac{1}{n^2}$            $(n = 1, 2, 3, …)$

여기서 $n$은 1, 2, 3… 정수만 가져요. $E_n$에서 $n=1$일 경우에는 $E_1$의 값은 $-13.6 eV$를 가져요($eV$는 일렉트론 볼트). 수소원자 안에 있는 전자가 가지는 가장 낮은 에너지 값이 이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n=2$일 때는 13.6eV의 1/4배, $n=3$일 때는 1/9배, $n=4$일 때는 1/16배… 이런 식으로 값이 점프해요. $n$이 커질수록 차이가 적어져서 에너지 간격이 좁아져요. 그래서 나중에 뒤로 가면 거의 연속적인 값이 돼요. $n=1$에서 2로 올라갈 때 점프하는 에너지 차이가 제일 커서 대략 10$eV$정도 돼요. 이런 식으로 수소원자 안의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값이 정해져요.

대개는 가장 낮은 에너지에 전자가 가있지만, 자극을 주면 $n=1$자리를 비워놓고 그것보다 높은 에너지 준위에 가있을 수도 있어요. 자극을 주면 $n$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또 더 높은 단위로 갈 수도 있어요. 그렇게 높이 올라가 있으면 불안정해져서 가장 낮은 에너지 쪽으로 떨어져요. 그러면 에너지 차이가 빛이 돼서 나가요. 그러면 수소원자를 자극하면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이 특별한 파장만 가지고 나오거든. 그 파장이 바로 이 에너지 차이에 의해서 나오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수소원자 속의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있어요(그림 6)

이런 정도가 가장 기본적인 양자역학의 활용 사례예요. 대략 이 정도 하면 양자역학에 대한 소개가 된 것 같아요. 나머지는 이제 책을 읽어서 더 공부를 하면 되겠어요.

[그림 6] 수소 스펙트럼 계열. 수소의 전자 전이와 그로 인한 파장. 그림에서 에너지 수준 간의 차이는 실제 스케일과 다르다. (출처 : 위키피디아)

2. 양자역학과 관련한 존재론적, 인식론적 질문들

2.1. 실체와 실재

최우석   앞에서 말씀하신 앎의 기본 구도로 인해서, 소위 철학적으로 생각을 해보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책 p.241 ‘해설 및 성찰’에서 보면, 슬릿 얘기를 하시면서 “상태함수는 거의 같은 세기를 지닌 두 가닥이 되어 두 슬릿을 통과하게 된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상태함수가 … 통과”한다고 표현하셨어요.

장회익   상태함수는 시간-공간의 함수니까 시간, 공간에 따라서 변하는 거지. 변하는 것을 통과한다고 말한 거예요. 상태함수가 변하는 거지.

최우석   위치와 운동량으로 상태를 얘기할 때는 위치와 운동량이 어떤 물리적 실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태함수는 수학적인 표현을 넘어서 그 자체가 어떤 이론적인 구성물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여기 표현은 마치 물리적인 실체처럼 표현을 하셨거든요.

장회익   실제로 그것 이외의 물리적 실체가 없는 거지. 그 대상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물리적인 실체는 상태함수예요. 그리고 그 상태함수가 대상이 사건을 야기시키는 성향을 나타내요. 성향을 가지는 상태함수가 시간-공간의 함수라는 것은, 예를 들어 슬릿이 있으면 상태함수가 그걸 지나가요. 시간-공간의 함수니까.

최우석   지난번에 닐스 보어의 얘기를 소개하시면서, 닐스 보어는 우리가 “How nature is”, 즉 자연이 어떻게 돼있는지는 우리가 얘기할 수 없고 다만 “What we can say about nature”, 즉 자연에 대해서 우리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만 얘기할 수 있다고 했고, 선생님께서는 그것을 비판을 하셨거든요. 그러면 선생님의 견해는 상태함수 자체가 “How nature is”에 해당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장회익   가장 가까운 거지. 

최우석   우리의 통념으로 보면 수학적으로 뭔가를 묘사하거나 서술했을 때, 그것은 어떤 특정하게 생긴 것을 마치 우리가 모델을 놓고 그림을 그리듯이 모델을 수학적으로 그렸다라는 느낌으로 얘기하지, 우리가 만든 수학적인 서술이 모델(실제 대상) 자체라고는 보통 생각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선생님은 함수가 자연의 투사물도 아니고 자연 그 자체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저희가 느끼기에는 그것이 우리가 자연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전부이다, 이렇게 보어의 말처럼 느껴지는데 그게 아니라는 말씀인 거죠?

장회익   자연의 존재 양상이 그렇다는 거지. 대상의 존재 양상이 바로 상태함수로 기술되는 존재 양상으로 있다, 그렇게 본다, 우리가 허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고, 자연의 모습이 있다면 그것에 제일 가까운 것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최우석   그렇다면 선생님의 생각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전부가 바로 그것이다가 아니라, 자연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말씀인 건가요?

장회익   그런 함축이 많죠. 그런데 그것이 ‘성향’이기 때문에, 예를 들면 변별체를 만나면 확률이 순간적으로 바뀐다, 이런 것이 결국은 자연이 그렇게 바뀐다 이렇게 볼 여지가 있죠. 그런데 여전히 그것은 성향이기 때문에, 성향이라는 것은 꼭 기계적으로 필연적으로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것과는 다른 면이 있어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양자역학적인 세계는 그런 성향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을 가졌다, 이렇게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봐요. 그래서 ‘우리는 본질은 모른다, 단지 이 정도만 얘기할 수 있다’는 것 보다는 좀 넘어서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최대한의 본질 자체에 가까운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도로 생각을 하는 것이 적절해요.

최우석   그러면 앎의 기본 구도에 따라서, 대상의 ‘특성’은 ‘무엇이’에 해당하는 서술이고, 대상의 ‘상태’는 ‘어떠하다’라고 하는 서술입니다. 우리의 존재 세계는 원자론에 입각하면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에는 기본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했을 때 그 기본입자가 질량과 어떤 힘을 받고 있는 특성에 대한 얘기라고 하면, 우리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그런 것들은 이런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데, 우리가 상태함수로 파악하게 되는 말하자면 상태함수대로 존재한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장회익   거기에 가까운 거지. 그 이상 다른 어떤 것은 우리가 말할 수 없어요. 우리가 대상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그 대상의 상태이고, 그 대상이 직접 움직인다는 것은 우리가 얘기하기 어려운 거예요. 고전적으로는 위치가 옮겨간다는 식으로 서술이 가능하죠. 그런데 대상이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적확한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성향이 움직여가는 거지. 성향을 가진 것이 움직여 가는 거예요. 그것을 우리가 자연의 대상이라고, 그렇게 보는 것이 큰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자연의 실상과는 차이가 많죠. 그만큼 우리가 자연에 대한 존재론적인 개념을 바꿔야 돼. 내가 여기서 이미 강조했지만 어떤 대상이 무엇을 점유하고 있다,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위치나 운동량을 가졌다라고 하는 것은 자연을 서술하는 데 부적절한 개념이에요. 그런 사건을 일으킬 성향을 가졌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더 적절해요. 성향을 나타내는 함수가 공간을 이동한다, 이건 이상할 게 없는 거지.

최우석   그리고 또 한 가지 질문은 4장 ‘내용정리’ 맨 끝부분(p.236)에서 공리 4와 관련해 설명하시면서 “이는 곧 이런 상태함수들이 물리적 ‘실재’의 한 양상임은 맞지만 그렇다고 물리적 ‘실체’를 가진 것은 아님을 말해준다”라고 하셨어요. 여기서 실재와 실체라는 논쟁적인 표현을 쓰셨거든요. 이건 무슨 말씀인가요?

장회익   실체는, 정말 어떤 물건이 구체적으로 있어서 그것이 어떻게 간다하는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이고, 실재는 자연에 있는 양상을 그것이 어떤 양상이든간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물리적 실재라고 생각하는 거죠. 상태함수라는 것은 물리적 실재임은 틀림없는데, 실체라고 하면 구체적인 어떤 물질 덩어리의 모습이 연상이 되기 때문에 그것을 좀 구분해서 표현해본 거예요.

최우석   그러면 이런 말도 가능할까요? 실재는 물리적 실재와 정보적 실재가 있다, 이렇게도 얘기할 수 있나요? 가령 우리가 뭔가 측정을 해서 정보를 얻는다고 할 때, 선생님 말씀을 듣다보면 사건 자체가 정보는 아니고, 하지만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대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사건이 물리 세계에 존재론적인 한 영역에 있는 그 무엇이라면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인식론적으로 정보를 취합해서 그 정보를 가지고 자연 세계를 인식하고 파악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럴 때 의문이, 정보들은 실재하느냐? 정보적으로는 실재하지만 물리적으로는 실재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해봤거든요.

장회익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정보적으로 실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죠.

최우석   그렇다면 상태함수는, 아까 질문의 반복이기는 하지만, 저의 개념으로 생각해보면 정보적 실재 아니냐라고 선생님께 묻고 싶었는데, 선생님은 그게 아니고 물리적 실재다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장회익   왜냐하면 우리가 아느냐 모르느냐와 물리적 실재는 직접 관계가 없는 거야. 변별체와의 관계 속에서만 실재로 존재하고, 정보는 변별체부터 우리한테 오는 부분이에요. (대상 자체가) 어떻게 됐든 간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게 보면 그 대상 자체는 존재론적으로 변별체까지만 관계를 하고, 우리가 정보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어떤 표식이 변별체에 나타난 이후에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아느냐하는 것은 정보적인 부분이죠.

그것은 우리의 인식론적인 부분이에요. 정보적인 부분을 통해서 우리가 앎을 가지고 앎을 통해서 그에 해당하는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은 우리 영역이고, 대상이 어떻게 존재하는가하는 것은 대상과 변별체와의 관계까지만이에요. 그 부분은 존재론적인 영역이라고 봐요. 단 양쪽을 매개하는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 변별체라는 묘한 것이에요. 변별체가 사건을 일으키는 부분이에요. 그 사건을 우리가 정보적으로 보는 것이고, 대상과 변별체 사이에는 물리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거죠. 그런 차이라고 보면 돼요.

최우석   변별체라는 것을 개념으로 보면 뭔가 대단히 특수한 것처럼 보입니다. 혹시 우리가 관심을 두는 대상 이외의 모든 존재물이 변별체가 될 수 있나요?

장회익   꼭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변별체가 될 조건을 우리가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어요. 물체들 가운데는 사건을 발생시키지 않고 상호작용하는 것들이 있어요. 아까 V(x)라고 하는 퍼텐셜 에너지같은 것들은 변별체가 아니야. 상호작용을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우리에게 변별체로 나타나지 않아요.

그래서 어떤 두 입자가 만날 때 하나가 변별체 노릇을 하고 하나가 대상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고 둘 다가 하나의 대상이 돼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그 자체가 변별체가 아니고 제 3의 변별체를 통해서만 그걸 볼 수가 있어요. 어떤 것이 변별체가 될 조건, 자격이 뭐냐하는 것은 우리가 더 규명해야봐야할 문제죠.

변별체는 적어도 어떤 흔적이 나와서 그 흔적이 우리에게 정보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최소 여건을 가진 존재예요. 예를 들어서 원자핵이 있고 전자가 돌고 있는데, 여기서 원자핵이나 전자가 변별체냐? 둘 다 변별체가 아니에요. 그걸 보려면 제 3의 존재가 필요해요. 제 3의 존재를 통해서 원자핵과 전자를 볼 수 있다, 적어도 빛을 통해서 본다든가, 그것 없이는 우리가 직접 알 수는 없는 거예요.

그래서 변별체가 아니면서 대상과 작용하는 것들이 있지. 그것은 합쳐서 큰 대상이 되는 그런 거예요. 그것이 여기서는 퍼텐셜 에너지 이런 것으로 표현되기도 해요. 여기서 자세히 논하지는 않았지만 두 개 이상의 입자로 구성된 경우, 어느 하나가 변별체가 되느냐? 보통 그렇지는 않아요. 변별체는 그것보다 월등하게 커서 서로 부딪혔을 때 표식이 나타나야 돼. 먼지를 예로 들면, 먼지는 원자보다 월등히 커서 변별체 노릇을 하지만, 원자 정도는 대개 변별체가 안 되죠. 이것이 인식론적으로 존재론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점인데 변별체의 자격, 구성 이런 것들은 별도로 깊이 살펴봐야 돼요.

2.2. 상태 변화와 외력

최우석   또 한 가지 질문은, 지난 시간에 자연 세계에 있는 힘, 보편적인 상호작용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고전역학적으로 보면 대상의 상태는 대상이 받고 있는 힘에 의해서 변화의 원리에 따라 대상의 상태가 변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대상은 외력에 의해서만 상태가 변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태가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도 이해를 해봤습니다.

장회익   그러니까 자유입자는 정의상 외력이 없는 입자예요. 자유입자는 시간에 따라서 상태가 변하고 있지.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라서.

최우석   고전역학적으로는 보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나요? 힘을 받지 않는 이상 상태가 변하지 않는다?!

장회익   아니지. 위치가 달라지죠. 위치가 상태의 중요한 한 요소예요.

최우석   그러면 운동량의 변화는 외력에 의해서만 변한다고 할 수 있나요?

장회익   그렇지.

최우석   그러면 양자역학적으로도 외력에 의해서만 운동량이 변한다고 할 수 있나요? 아니면 …

장회익   그런데 아까 얘기했지만 퍼텐셜 에너지 V(x)가 없으면 자유입자이고, 자유입자의 상태함수가 아까 본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가 되는데 이것은 운동량 고유함수들의 결합으로 표시되요. 그런데 그 결합을 나타내는 계수들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상수이기에 운동량은 변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V(x)가 있으면 그렇게 말할 수 없지. 그런데 거기서 V(x)는 좀 특별한 거야. 이체 문제가 아니고, 어느 하나가 월등하게 커서 큰 쪽은 아예 상태변화를 생각할 필요가 없고 영향은 작은 쪽에서만 받을 경우에 V(x)를 써요.

이 경우에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퍼텐셜 에너지의 일부라고 봐서, 그건 단일 대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 퍼텐셜 에너지가 변별체 노릇을 하는 게 아니야. 그냥 그 안에서 존재할 뿐이지. 변별체는 그런 것 외에 대상을 직접 만나서 변별체에 의해서 사건이 야기되는 거예요. 퍼텐셜 에너지는 사건을 야기하는 종류의 상호작용이 아니에요.

상호작용을 크게 둘로 나누면 사건을 야기시킬 수 있는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 그것의 한 부분이 변별체가 돼요. 그렇지 않고 수소원자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상호작용하는 것은 사건을 야기시키는 경우가 아니에요.그냥 그런 상태로 존재할 뿐이에요.

최우석   흔히 양자역학적으로는 원자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전자가 궤도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양자역학의 아주 초기단계에 잠깐 나왔을 뿐이고 일종의 전자 구름을 이룬다는 문헌이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상태함수를 말하는 건가요?

[그림 7] 수소 원자에서 에너지 준위별 전자의 파동함수 (출처: wikipedia)

장회익   그것이 상태함수죠. 말하자면 성향이 공간에 퍼져 있으니까 구름이라고 표현을 하죠. 사실 전자가 구름처럼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성향이 퍼져 있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는 거예요.

최우석   오해같은 것들을 다 걷어내려면 그런 또 다른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비유들을 다 걷어내고 본질적인 것들만 남겨서 얘기해야 하는데, 그래서 선생님이 성향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신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러니까 비교적 단순한 몇 가지 존재론적인 개념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걷어내고, 남은 것들로만 설명이 되느냐 그걸 봐야돼요. 지금까지 나온 얘기로 그런 것들이 설명되는 거예요.

아직 여기서 깊이 논의하지는 않은 것은, 여러 입자가 모여서 서로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루고 있을 때 어떻게 되느냐? 거기가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일단 이 단계에서는 고려하지 않았죠. 간단히 그 개요만 이야기하자면, 한 입자를 기준으로 할 때 다른 입자들은 여기에 힘을 미치는 주변여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다른 입자들의 전하는 그들 상태함수가 말해주는 형태의 전자구름처럼 퍼져서 기준 입자에 힘을 미친다고 볼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기준입자에 미치는 퍼텐셜 에너지 V(x) 에 해당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전자들이 원자핵 주변에 전자구름처럼 존재한다는 말 안에는 한 가상적인 기준입자가 접근할 경우 이들이 이러한 형태로 퍼져 힘을 미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있다고 보면 돼요.

2.3. 공리 4와 존재론, 인식론

최우석   ‘공리4’를 보면 우리의 직관과는 상당히 다른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미시 세계로 우리가 들어갔더니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되는 관측 결과들이 있었고, 이러한 앎의 틀과 공리체계를 세워서 보니 잘 설명이 되더라 이런 것이지, 왜 그러한가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장회익   우리가 어떤 대상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려면 인식론적인 요구사항이 있어요. 인식론적인 요구사항이란, 우리가 어떤 것을 어떻게 볼 수 있느냐, 무엇까지 볼 수 있느냐와 매치가 돼야 돼요. 추상적인 대상이 어떻다,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얘기는 아무리 갖다 붙여봐야 소용없지.

그래서 그걸 다 만드는 것은 좋은데, 결국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느냐하는 것과 접합이 돼야 돼. 그 접합점이 결국은 변별체라는 거예요. 변별체는 사건을 기록할 수 있는 존재예요. 우리는 그 사건 기록은 볼 수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극단으로 나아가면, 우리 감각의 가장 끝까지 나아가면 우리에게 마주치는 바로 그 부분이 변별체라고 보면 돼요.

변별체에 최초로 뭔가 와서 마주친다하는 감각의 끝, 그것을 변별체라고 보는 거죠. 우리 손이 직접 느끼는 것이 아니지만, 우리가 정보적으로 알 수 있는 루트가 연결되는 거예요. 그것은 있어야 되는 거야. 그게 없으면 우리가 알 수가 없어요.

변별체를 놓고 봤을 때 이것이 어떻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변별체에 뭔가 사건을 야기시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느냐 하는 거죠. 사건을 야기시키는데, 이것이 1아니면 0으로만 야기시키면 고전역학적인 개념밖에 안 되죠. 그런데 1과 0 아닌 확률을 가지는 다른 성향까지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면 지금 내가 얘기한 공리 4가 존재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성향이 0과 1 사이에서 더 넓은 성향으로 가려면 그 성향을 우리가 파악하는, 그 성향과 관련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식이 뭐냐? 변별체에서는 Yes 아니면 No밖에 없어요. 사건이냐 아니냐. 사건이면 1, 아니면 0. 그런데 성향은 0에서 1까지 연속적인 확률을 가져요. 그럴 때 변별체에 딱 닿았으면 성향 중에서 1에 해당한다고 봐야 되고, 안 닿았으면 0이라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지. 그걸 그냥 인정한 것이 공리 4예요.

그러니까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변별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인식론적인 루트가 성향과 만나는 가장 자연스러운 연결방법이 공리4밖에 없어요. 존재론과 인식론을 결합한 거예요. 그리고 그 존재론이 성향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공리4가 성립할 수 밖에 없어요.

2.4. 양자역학과 통계역학

최우석   양자역학이 성립하면서 고전역학을 대체하는 보편적인 자연 세계의 질서가 그려졌다고 할까요, 그렇게 됐는데요. 현실적으로 이것이 유용하게 필요한 분야는 원자 이하의 아주 작은 것들을 파악하는 분야일 것이고, 아까 공리 3처럼 우리의 일상 세계는 기대치를 가지고 고전역학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자연 세계에 대해서 뭔가 얘기를 하고자 한다면, 말하자면 인식론적 존재론적으로 뭔가 얘기를 하려면 양자역학이 더 보편적인 논리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아야 아원자 세계에서부터 우리 일상 세계에 이르기까지 더 통합적으로 볼 수 있고 양자역학을 의식하지 않는 얘기를 해서는 뭔가 빈 구석이 있는 말이 된다고 봐야할까요?

장회익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지.

최우석   저는 사실은 당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이런 데에 제일 관심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이 세계는 어떠한 세계이며 우리는 거기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고 그러한 존재로서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가야하는가, 이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에는 양자역학을 도외시하면 안 된다는 것 같은데, 너무 어려워요.(웃음)

장회익   그런데, 지금 이것만 가지고는 많은 것이 직접 설명이 안 되죠. 내가 이렇게 움직이는데 이걸 양자역학적으로 어떻게 이해를 하겠나? 그런데 그 다음에 바로 따라나오는 것이, 역사적으로는 더 앞섰지만 바로 통계역학이에요. 사실은 그 대상이 하나 혹은 두 개의 입자 이런 식으로 우주 내에 있는 게 아니고, 굉장히 많은 것들이 서로 연결돼서 존재하게 돼요. 그런데 여기에 양자역학 하나하나를 적용해서 계산을 한다, 그것은 이론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전혀 가망이 없는 얘기예요.

그래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통계역학이라는 것을 써서 현실적으로 훨씬 더 의미있는 얘기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통계역학의 바탕이 양자역학이 돼야 돼.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하고, 거기에 통계역학이라는 사고방식을 써서 우리의 경험 세계에서 나타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생명까지 연결해서 이해하고 내 몸까지 이해하는, 거기까지 가야 양자역학을 통해서 우리가 세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다는 애기를 할 수 있죠.

그래서 우리가 필수적으로 생각해야할 부분이 통계역학이에요. 그것이 바로 다음 5장에 나오죠. 여기까지는 개념들 중에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있어.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아직 나오지 않았죠. 동역학에는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없어요.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들어오고 온도라는 개념이 들어와야 그 다음에 질서, 정교성, 이런 것들이 나와요. 그 바탕에는 양자역학이 먼저 깔려있어야 통계역학의 이런 개념들이 설명이 돼.

황승미   그러면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에는 뉴턴역학으로 통계역학을 한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러니까 아주 단순한 경우, 예를 들어서 하나하나가 완전히 자유입자로 구성된 이상기체에 대해서 했어요. 대개 기체 분자들은 근사적으로 자유입자에 가까우니까, 기체에 대한 통계역학이 있었어요. 원래는 열역학법칙이 먼저 나왔어요. 보일, 샤를의 법칙 이런 것들을 들어봤을텐데, 그것들을 고전역학을 바탕으로 해서 통계역학적으로 설명할 수가 있어요. 거기까지지.

그런데 그것보다 더 복잡한 것을 알려면 양자역학이 깔려야 돼요. 예를 들어서 금속은 왜 그렇게 전류가 잘 통하나, 불연체는 왜 그렇게 전류가 안 통하나. 어떤 것은 빛이 투명하게 통과하고 어떤 것은 전혀 통과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뭐냐. 양자역학을 통해서 이런 것을 알 수 있어요. 다이아몬드는 어떻게 투명한가 이런 것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거의 모든 현상을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의 결합을 통해서 이해를 해요.

화학 변화도 양자역학적이에요. 원자간의 결합과 분리, 이런 것들도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을 함께 써야 그것이 서술이 되지, 통계역학을 빼면 극히 한정된 것밖에 알 수가 없어요. 왜 변화가 이 방향으로 일어나는가, 왜 저 방향으로 일어나는가, 온도에 따라서 어떻게 변하나.

온도라는 개념은 엔트로피 개념을 통해서만 얘기할 수 있고, 엔트로피는 통계역학을 구성하는 바탕 개념이에요. 통계역학을 이용해서 엔트로피, 온도, 자유에너지를 이해할 수 있어요. 자유에너지에 의해서 어떤 정교한 현상들이 가능해지느냐, 생명이 어떻게 가능해지느냐, 그런 것들과 다 연결이 돼서 이해한다고 보면 돼요.

그래서 뒤에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우주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왔는가하는 것을 통계역학과 동역학을 통해서 대충 얘기하고, 그 다음에 생명, 인간 이런 식으로 나아가게 되죠.

최우석   최근에 본 영상이 하나 있는데요. 큰 원자인가본데 원자가 결합했다 분리했다 하는 것을 영상으로 최초로 찍었다는 논문이 있고 그것을 소개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영상이었습니다. 원자를 현미경으로건 뭐건 ‘본다’라고 하는 게 선생님 이론과는 배치가 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회익   배치될 것이 없지. 예를 들어서 어떤 전자 빔이 있어요. 그걸 전자현미경으로 본다고 할 때, 전자현미경이 없었으면 전자 빔이 그냥 단순하게 진행할텐데 현미경이 있는 경우에 다르게 나갔다고 하면 그 차이를 통해서 대상이 가지고 있는 공간적인 분포를 역산해서 구성하면, 그것을 두고 ‘봤다’라고 할 수 있죠.

최우석   그런데 그게 전자가 원자를 계속 때린다든가 이런 일이 생기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은 상태가 계속 변할 것 같은데요?

장회익   그렇지. 그런 것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써야 되겠지. 되도록이면 영향을 덜 주면서 그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 그런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되겠지. 측정이라는 것이 그래서 매우 섬세하고 어려운 작업이에요. 상호작용을 안하면 측정이 안 되고 상호작용을 해야되는데 하면 측정에 영향을 받고.

황승미   4장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측정을 하려면 외부 에너지 출입이 반드시 따라오기 때문에 에너지 출입 없이는 측정을 할 수 없다(책 p.231).

장회익   그렇지. 그래서 말하자면 엄격한, 완전히 영향을 미치지 않는 측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최대한 영향을 적게 주면서 정보만 얻는 실험이 어려워요. 아주 미약하게라도 예스-노만 판단하면 되니까, 그래서 가장 미약한 방법으로 예스-노를 판단하고 대상에는 영향을 적게 주고 정보만 얻는 이것이 어려운 부분이죠.

그 중에서 측정은 측정이지만 그런 영향을 거의 안 가지게 되는 것이 빈-사건을 활용하는 방법이에요. 아까 얘기했지만 슬릿만 뚫어놓고 나머지에 영향이 없다는 것만 확인하면 그러면 그 슬릿을 통과해갔다는 것이 된다. 그러면 그 슬릿을 통해서 갔다는 것이 측정이 되는 셈이에요. 그런 것이 빈-사건을 이용한 관측 방법이죠.

끝.


대담 : 장회익, 최우석, 황승미
영상 편집 : 최우석
녹취, 그림 글 편집 : 황승미
전체 제작 :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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