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3. 양자역학의 ‘상태’와 ‘측정’에 대하여 : ‘성향’과 ‘변별체’ 이해하기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이야기’에서 나눈 대담 5-3를 정리한 것입니다. 대담은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이야기” 5-3편에서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중 ‘제4장 소를 얻다: 양자역학’의 내용 정리로 들어갑니다. 양자역학의 상태 개념과 사건야기 성향, 양자역학의 측정 문제를 다루면서 변별체와 사건 및 빈-사건이 상태 전환을 야기하는 변화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모두 보기 링크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3. 양자역의 ‘상태’와 ‘측정’에 대하여 : ‘성향’과 ‘변별체’ 이해하기

  1. 양자역학의 ‘상태’?
    1.1. 고전역학의 ‘상태’ 규정과 양자역학의 ‘상태’ 규정?
    1.2.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기본적인 사고의 틀 차이 : 점유 vs 성향?
    1.3. 상태함수의 내용 : 변별체와 사건, 그리고 사건야기 성향?
    1.4. 성향? 확률? 성향과 확률의 관계?
    1.5. 양자역학의 미래 (상태) 예측 과정?
    1.6.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는 상태함수인 Ψ?
    1.7. 사건을 야기시킬 가능성, 또는 확률이 아니라 성향이라고 한 것은 상태함수가 복소수이기 때문?
  2. 양자역학의 ‘측정’ 문제 – 두 가지 변화의 원리, 그리고 변별체의 역할
    2.1. 양자역학에서는 측정을 해서 상태를 곧바로 알 수 없는 건가?
    2.2. 겹실틈(이중 슬릿) 실험 해석 – 변별체와 사건 야기 성향
    2.3. 사건과 위치 측정은 어떤 관계?
    2.4.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변화의 원리 비교?
    2.5. 측정의 개념?
    2.6. 변별체, 존재론적인 영역과 인식론적인 영역을 잇는 다리?
    2.7. 슈뢰딩거의 고양이 문제?
    2.8. 변별체로 가득찬 세계에서의 미래 예측?

1. 양자역학의 ‘상태’?

1.1. 고전역학의 ‘상태’ 규정과 양자역학의 ‘상태’ 규정?

황승미   지난 시간에는 양자역학의 ‘역사지평’을 했고 이중슬릿 실험 얘기도 잠깐 했습니다. 역사지평 부분은 슈뢰딩거 방정식, 파동함수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 들어가기 전에 그 전사, 즉 1900 ~ 1925년까지의 이야기를 선생님께서 해주셨습니다. 플랑크 상수가 나오게 된 얘기,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드 브로이의 박사논문이 나왔고 그 논문을 사람들이 공부하면서 방정식이 필요하게 돼서 슈뢰딩거가 방정식을 만들어내게 됐다, 그것이 파동함수인데 그 파동함수가 뭐냐를 ‘내용정리’에서 다루게 됩니다. 내용정리에서 처음 나오는 내용이 ‘상태함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림 1] 양자역학에서는 ‘상태함수’로 존재물의 상태를 규정한다.

장회익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될 핵심은 고전역학에서 상태를 어떻게 규정했나, 양자역학에서의 규정은 고전역학과 어떻게 다른가예요. 고전역학은 전에 다 공부를 했으니까 이제는 잊어버려도 돼.(웃음) 하지만 항상 고전역학을 염두에 두고 그것과 어떻게 달라지나 살펴야 돼요. 고전역학에서는 상태를 어떻게 규정했죠?

최우석, 황승미 : 위치와 운동량!

장회익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해줬는데, 바로 그거죠.(웃음) 여기에 어떤 대상이 있다고 하면 이것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다 하는 것을 이것의 상태라고 해요. 그러한 위치와 운동량이 시간에 따라서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을 알려고 하면 대상의 처음 위치는 어디다하고 재보고, 그 다음에 현재 어떻게 움직인다 하는 것도 어떤 방식으로 확인해서 알아내는 거예요.

그런데 양자역학은 위치의 값, 운동량의 값을 이 대상의 상태로 규정하고 미래의 그 값을 찾자는 것이 아니예요. 이 대상의 상태가 위치, 운동량의 함수예요. 그러니까 위치라는 것을 지정하려면 공간 전체가 필요해요. 위치는 그 공간의 한 점이 위치인데, 공간 중의 한 점에 있다고 하는 대신에 공간의 함수로서 각 위치에 이 대상이 있을 확률이 얼마냐하고 얘기를 한다고 우선 머리 속으로 한번 생각해봐요. 정확하게 그 확률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태라는 것이 공간 전체의 함수로 규정된다는 거예요. 어느 위치에서 이 상태의 값이 얼마, 또 어느 위치에서는 상태의 값이 얼마, 그런데 그것조차도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복소수로 표시되는 게 특징이기는 해요.

1.2.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기본적인 사고의 틀 차이 : 점유 vs 성향?

장회익   그런데 그것을 생각하려면 지난 시간에 잠깐 얘기했듯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사고의 틀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를 이해해야 돼요. 고전역학에서 어떤 대상이 있다고 할 때는, 이 대상이 위치를 점유하고 어떤 운동량 값을 가지는 존재로 봤어요. 대상이 점유한 내용을 상태로 규정했죠. 점유라는 개념이 우리한테 잘 들어오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이 점유라는 개념을 더 확대시켜야 된다는 거죠. 어떠한 것을 하려고 하는 ‘성향’을 가졌다는 거예요. 그 성향이라는 것은 조금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어떤 대상이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을 가졌다, 즉 사건 야기 성향이라는 개념이에요. 그 ‘사건 야기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 상태함수예요.

슈뢰딩거 방정식에서 $\psi$(프사이)라고 쓴 것이 바로 어떤 대상이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이 얼마냐하는 것을 나타내는 상태함수예요. 그런데 이 함수를 파동함수라고도 하고 파동이라고도 봤는데, 그 수학적인 형태가 파동 모양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파동함수라고도 얘기하고, 후에는 상태함수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어요.

1.3. 상태함수의 내용 : 변별체와 사건, 그리고 사건 야기 성향?

변별체

장회익   그 상태함수의 내용이 뭐냐? 어디에서 어떤 값을 가지고 있다는 개념은 너무 좁아. 그것을 확대시켜야 돼요. 어떻게 확대시키느냐? 이 대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 위치를 탐색하는 ‘변별체’라는 물체를 놓아요. 대상 자체는 안 보여.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변별체라는 것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 그것을 봐서 아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펜이 지금 여기에 있다는 얘기는, 좀 더 인식론적으로 의미 있는 표현을 하자면, 펜에 손이라는 변별체를 갖다 댈 때 여기서 손에 뭐가 부딪히는 것을 느낀다 이거야. 부딪힌다는 것을 손이 느끼면 그러면 펜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아는 거야. 대상 자체가 여기 있는 것은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펜이 여기에 있다는 것은 추상적이지.

대상이 여기에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느냐? 그것을 안다는 것을 소위 ‘잰다’고 하죠. 위치를 잰다는 것을 측정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것이 변별체를 갖다 대서 그 대상이 변별체에 어떤 자극을 주고, 변별체에 자극을 주는 것을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예요.

사건

장회익 그래서 그것을 ‘사건’이라는 좀 더 일반적인 표현을 써요. 사건을 일으킨다! 대상에 딱 부딪히는 것은 하나의 사건인데, 그 사건은 변별체에 어떤 흔적을 주는 거예요. 우리는 그 흔적을 볼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말하자면 측정장치를 갖다 댔을 때 측정장치에 어떤 흔적이 나타나면 이 대상이 여기에 있었다하고 우리가 아는 거죠.

그래서 사실은 고전역학에서 ‘어떤 대상이 여기 있다’하는 말도, 어떻게 해서 알게 됐느냐까지 같이 얘기하면 이런 얘기예요. 거기에다가 이 대상을 확인할 수 있는 변별체를 갖다 댔을 때 변별체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하면, 그 위치에 있는 변별체에 사건을 줬으니 이 대상이 거기에 있었다, 이렇게 해석하는 거예요. 이것이 바로 ‘어떤 대상이 여기 있다’고 하는 말이 실질적으로 지니는 의미인데, 말의 의미를 이렇게 구체화시켜 규정하는 것을 ‘조작적 정의’라고 해요.

운동량의 경우도, 운동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갖다 댔을 때 그 운동량에 해당하는 사건을 일으키면 이 대상은 그만큼의 운동량을 가졌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어떤 운동량과 위치를 가졌다는 것은 이미 추상적인 것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운동량이나 위치를 나타낼 수 있는 변별체 상에 이 대상이 어떤 사건을 야기시키느냐에 따라서 알게 돼요.

고전역학의점유개념 : 사건야기확률 1 또는 0

장회익   (점유 개념은)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있다 없다 둘 중의 하나라고 한다면 사건을 야기시킬 확률이 1또는 0 밖에 없죠. 있으면 사건을 야기시킬 확률이 1이고 없으면 0이고 그 둘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고전역학에서 위치와 운동량을 가졌다는 얘기는 어떤 대상에 변별체를 갖다놨을 때 사건을 야기시킬 확률이 1 아니면 0이다, 즉 1이면 여기에 있다는 것이고, 0이면 없다는 거지. 0이면 어디 다른 데 있겠죠. 여기가 0이면 다른 곳에서 1로 나타난다, 결국 그 얘기거든.

그런데 이 대상이 꼭 이런 성향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을 0에서 1까지 가질 수 있다고 한다면 이런 방식으로(고전역학적으로) 서술할 수가 없지. 어떤 대상에 변별체를 갖다 댔을 때 사건을 확률 1로 야기시키거나 아니면 확률 0으로 아무 사건도 일으키지 않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는 그런 성질을 가졌다면 상관없어요. 고전역학에서는 그렇게 본 거야. 어떤 대상이든지 간에 변별체를 갖다 대면 확률 1, 즉 거기에 있다는 것으로 사건을 야기시키거나, 확률 0으로 아무 일도 야기시키지 않거나 성질을 둘 중 하나밖에 안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고전역학에서는 한 거야.

우리가 어디에 있다, 어떤 위치를 점유하고 있고 어떤 운동량을 가졌다 하는 것은 그 성향을 1 아니면 0으로 가지는 그런 성격을 가졌다는 것을 이미 전제해요. 그런데 대상이 처음부터 그렇게 해야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야. 우리 경험에 의해서 돌이 여기에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지, 그 외에는 다른 게 없어요. 이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에 다 연장해서 보려고 했던 거죠. 그것을 ‘상태’로 규정하고 이 상태가 미래에는 어떻게 되느냐 이것을 서술하려고 한 것이 고전역학이에요.

양자역학의 ‘성향’ 개념 : 사건 야기 확률 0~1까지 연속적

장회익   그렇다면 양자역학에서는 고전역학과 무엇이 달라졌느냐. 상태는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인데, 그 성향은 사건을 야기시킬 확률을 0~1까지 연속적으로 여러가지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이때 성향이라는 말을 쓰는 거지. 사실 있다 없다만 한다면 굳이 성향이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어요. 성향이라는 말이 폭이 더 넓으니까 있다 없다만 있는 경우에도 쓸 수는 있어요. 확률 1 혹은 0의 성향을 가졌다, 이렇게 말하면 돼요.

그런데 어떤 위치에서 확률 1도 아니고 0도 아닌, 확률 0.8의 값을 가질 수도 있어요. 그러면 고전역학적인 방법으로는 서술이 안돼. 그러면 확률 0.8인 것까지 이 상태에 집어넣어서 서술하려면, 이 위치에서 확률이 0.8이니까 다른 위치에서도 확률 값이 있어야 돼죠.

공간 전체의 모든 점에 대해 확률을 가지고 있다

장회익   그래서 공간 전체의 모든 점에 대해서 확률을 가지고 있어요. 만약에 한 대상이 위치를 가지고 있다면, 그 위치에서만 존재하고 있고(확률이 1) 다른 위치에서는 0이니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한 대상이 어떤 성향을 가졌다고 한다면 이 위치에서는 확률 0.8이지만 다른 위치에서는 확률 0.1, 또 다른 위치에서는 0.001… 이렇게 모든 위치에 대해서 규정이 돼야 돼요. 그래서 그것을 함수로 나타낼 필요가 있지.

우선 복잡하니까 운동량은 빼고 위치가 어디에 있는가만 얘기해봅시다. 어느 위치에 있을 성향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죠. 어느 위치에 있는 변별체에 (어떤 존재물이)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은 확률 1이 아니라 확률 0.5일 수도 있고, 확률 0.1일 수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어요.

여러 점들 마다의 확률(성향) 값을 하나로 나타내려면 공간의 함수가 되어야 한다

장회익   그래서 공간 전체에서 그 성향의 값이 다 다르니까, 그래서 그 성향 값 전체를 하나로 나타내려면 공간의 함수가 돼야지. 각 위치에서의 성향이 얼마냐를 나타내는 함수.

위치의 함수 $\psi$(프사이)라고 하는 것은, 그 위치 x에서 변별체에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이 얼마냐 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것이 한 존재물이 가지고 있는 기본 성질이기 때문에 ‘상태’라고 규정하는 거예요. 상태라는 개념을 넓히는 거죠.

1.4. 성향? 확률? 성향과 확률의 관계?

황승미   그러면 전체 공간 안의 모든 점에 어떤 존재물이 사건을 야기시킬 수 있는 성향이 다 다른 것을 나타낸 것이 복소함수인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런데 그게 실수가 아니라 복소수예요. 허수부도 있고 실수부도 있어요. 성향 값 자체가 복소수예요. 확률은 복소수가 아니에요. 성향을 나타내는 복소수 값의 절대치 제곱을 한 것이 확률이에요.

확률은 실수에요. 절대치의 제곱을 해서 나오는 거니까 실수예요. 그런데 성향은 그 자체가 복소수로 되어 있어요. 우리가 복소수로 서술할 수 있고, 성향 둘이 만나도 복소수로 만나서 결합이 돼요. 그래서 그 위치에서 확률을 계산하라고 하면 (최종적인) 성향을 절대치 제곱해서 구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면 그 위치에서 사건을 야기시킬 확률이 얼마다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1.5. 양자역학의미래 (상태) 예측과정?

현재의 사건 야기 성향을 가지고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미래의 사건 야기 성향을 알 수 있다

장회익   현 시점에 대상의 상태가 얼마인지 알았다고 했을 때, 즉 각 위치에서 어떤 존재물이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이 얼마인지 정해졌을 경우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성향이 달라져. 즉 변별체가 없는 빈 공간 안에서는 상태함수가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라서 변해요.

그러면 다른 시간에서는 성향이 어떻게 되느냐? 현재 성향이 나왔다고 하면, 그 현재 성향을 초기조건으로 놓고 슈뢰딩거 방정식을 시간에 따라서 풀어서 다른 시간에서의 값을 찾으면, 예를 들어 10초 후에는 어느 위치에서의 성향이 어떻게 된다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어요.

그게 무슨 얘기냐 하면, 그때(10초 후에) 그 위치에 어떤 변별체를 놓으면 이 존재물이 이 위치에 사건을 야기시킬 확률이 얼마인가를 계산해서 알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예측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미래를 예측한다는 말도 돼요. 미래에 어느 공간상에, 즉 우리가 원하는 어느 자리에 변별체를 놨을 때 한 존재물이 그 시각 그 위치에서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이 얼마다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는 거예요. 이것이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서 미래 예측을 하는 것의 기본이죠.

슈뢰딩거 방정식은 시간에 따라서 이 성향이 어떻게 변해가느냐 하는 수학적, 물리적인 기본 방정식을 제시한 것이에요. ‘그것을 푼다’는 것은 현 시점의 상태를 알면 미래 시점에서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 즉 미래의 시점에서 각 위치에서 사건을 야기시킬 확률이 얼마다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되는 거죠.

1.6.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는 상태함수인 Ψ?

슈뢰딩거 방정식은 시간으로 미분한 것이 공간으로 미분한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관계식을준다

황승미   그런데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라고 써놓으신 것도 함수던데요?

장회익   그러니까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함수를 알아내야지. 현재 미분방정식만으로는 아직 상태함수를 몰라요. 예를 들어서 시간으로 미분하고 공간으로 미분을 하면 이러이러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슈뢰딩거 방정식이에요. 이것만으로 미래 시점의 $\psi$(프사이) 함수 자체를 아는 것이 아니라, $\psi$함수가 만족할 조건을 주는 거예요. 해는 찾아야 돼요.

슈뢰딩거 방정식은 그 함수를 시간으로 미분한 것이 공간으로 미분한 것과 어떻게 연결된다하는 관계식을 주는 것이에요. 해를 구한다는 것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의 함수 $\psi$ 자체는 얼마인지 그것을 찾아야 그 시간의 $\psi$를 알아낼 수 있어요. 우리는 $\psi$를 알아야 예측이 되는 거야. $\psi$ 함수가 만족할 조건만 가지고는 예측을 못하잖아.

황승미   슈뢰딩거 방정식은 그 조건을 말해주는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래서 미분방정식이야. 우리가 아직은 모르는데, 그것을 시간으로 미분한 것이 그것을 공간으로 미분한 것과 어떻게 관련되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 슈뢰딩거 방정식의 수학적 내용이거든. 그것을 만족하는 함수다 하는 것만 알려주는 거야. 그러면 그 함수가 뭐냐? 그것을 찾는 것을 해를 찾는다 또는 방정식을 푼다고 하는 거예요.

초기 상태 함수를 알면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서 원하는 시점의 상태 함수를 알 수 있다

장회익   그런데 그건 처음에 어떠냐하는 것을 미리 알아야 정확한 함수값이 나와요. 왜냐하면 미분한 것 끼리의 관계이기 때문에, 초기 위치를 알아야 돼요. 속도나 각속도를 안다 하더라도 처음 위치를 모르면 미래의 위치를 알 수 없어요. 처음 위치를 알아야 나중 위치를 아는 것처럼, 처음 상태(함수)를 알고 그 조건에 집어 넣어야 미래의 상태함수를 구할 수 있지. 상태함수를 구하는 것이 미래 예측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황승미   그러면 뒤에서 선생님께서 정지질량이 0인 경우와 0이 아닌 경우를 보시는데, 그런 것이 일종의 초기조건인가요?

장회익   그건 초기조건이 아니라, 대상의 특성이지. 이것이 질량을 가진 것이다 아니다 하는 것은 우리가 취급하는 대상이 빛이냐 질량을 가진 입자냐 하는 것에 관한 얘기예요. 초기조건이란, 주어진 대상이 현재 어디 있느냐에 해당하는 말이예요. 현재의 상태 곧 현재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은 변별체를 통해서 알아내요.

그렇게 해서 현재 시간 t=0에서 이 위치에 틀림없이 있었다고 한다면, 다른 위치에서는 모두 (확률이) 0이고 이 위치에서만 0이 아니에요, 이렇게 시간 t=0에서의 상태함수가 정해지는데 이것이 초기조건이예요.  그러면 그것이 그 다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또 달라지는데, 이 달라진 함수를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알아내야 돼요.

그래서 측정을 안 하고는 알 수 없어요. 머리 속에서 나오는 게 아니지. 현재 상태를 측정을 하고, 그 다음에 슈뢰딩거 방정식에 넣으면 미래의 것이 나온다,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1.7. 사건을 야기시킬 가능성, 또는 확률이 아니라 성향이라고 한 것은 상태함수가 복소수이기 때문?

최우석   사건을 야기시킬 가능성, 또는 확률이 아니라 ‘성향’이라고 한 이유는 그것이 복소수이고 절대값을 제곱해야 확률이 나오기 때문인가요?

장회익   그렇지. 보통 확률이라고 하는데, 상태함수는 확률이 아니에요. 상태함수는 확률도 포함하면서 더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성향’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상태함수를 알면, 그 상태함수의 절대치 제곱을 해서 확률이 되는 거죠.

2. 양자역학의 ‘측정’ 문제 – 두 가지 변화의 원리, 그리고 변별체의 역할

2.1. 양자역학에서는 측정을 해서 상태를 곧바로 알 수 없는 건가?

최우석   방금 말씀하신 것으로 보면, 고전역학에서는 상태를 측정해서 대상의 위치와 운동량을 직접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측정한 것을 가지고 상태를 알 수는 없는 건가요?

장회익   고전역학에서도 대상의 위치와 운동량을 측정한다고 해서 상태를 직접 바로 아는 것이 아니라 초기 상태만 아는 거예요. 양자역학에서도 위치를 측정한다고 할 경우, 만약 그 위치에 있다면 그 위치에서는 사건 야기 성향이 확률 1로 있다고 하는 상태가 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초기 상태 값을 아는 거야.

최우석   그러면 측정한 것을 가지고 계산을 해서 상태함수를 얻어내는 건가요?

장회익   측정해서 나온 결과를 수학적으로 표현을 하지. 그러니까 델타 함수, 뭐 그렇게 돼요. 그 위치에서의 확률은 1이고 나머지는 다 0인 그런 상태예요. 그러면 그때 그 위치에서의 초기 상태는, 그 위치에서는 1이고 나머지는 다 0인 그런 상태에서 출발해서, (그 후에는)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라서 변해요. 변할 때에는 값이 반드시 1이나 0으로만 변하는 게 아니에요. 고전역학에서는 그렇게 보는 거지만, 여기서는 각 위치마다 성향 값을 가지고 퍼져요. 그래서 공간의 함수로 넓게 퍼지게 되죠.

그러면 다시 어느 위치에서 측정을 해보면 그 결과는 확률로밖에 안 나와요. 퍼졌기 때문에. 그러면 어느 위치에서 틀림없이 대상이 있었다 하면 확률이 1이 돼버리고 나머지 위치에서는 다 순간적으로 0이 돼죠. 그리고 또 거기서 시간이 지나면 또 바뀌고.

그런데 측정했는데 확률이 0이 나왔어, 즉 갖다 댔는데 이 위치에서 관측이 안 됐어요. 그 성분은 0이야. 거기는 없었다 이거지. 나머지 위치에서는 성향이 쭉 퍼져 있는데, 어느 위치에서 갖다 댔더니 변별체에 아무 기별이 없어, 그러면 그 위치에서의 성향은 0이야. 나머지 위치에서는 살아 있죠. 나머지 위치에서의 성향은 좀 커졌지. 왜냐하면 0이 나온 위치에서 가졌을 확률만큼 다른 위치에서 나눠 가졌으니까.

그래서 측정이 안 됐다면 안 된대로 상태를 다시 설정해야 돼요. 변별체를 댔을 때 결과는 Yes나 No밖에 없어요. 사건이거나 공사건이거나 둘 밖에 없어. 그러면 사건이라면 그 특정 위치에서만 1, 나머지 위치에서는 모두 0이에요. 공사건일 경우라면 특정 위치에서만 0, 나머지는 0보다 크고 1 이하의 값을 가져요.

2.2. 겹실틈(이중슬릿) 실험 해석 – 변별체와 사건 야기 성향

[그림 2] 이중 슬릿 실험 – 첫 번째, 두 번째 벽에서도 사건 혹은 공사건이 일어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벽에서는 공사건을, 슬릿 a와 b 또는 c에서 사건을 일으킨 입자들만 스크린에 도달한다.

장회익   대표적인 사례가, 상태가 두 가지로 갈라지는 경우가 있어요. 이중 슬릿 실험을 먼저 생각해봐요. 그러면 이해가 빨라요.

첫 번째 벽에서 상태함수가 있는데, 사실 모든 위치에 상태함수가 다 있어요(슬릿 a에만 사건이 야기될 성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벽에도 모두 성향이 있다). 그런데 벽으로 막아놓으면 슬릿 a로만 상태함수가 통과하게 되거든. a로 통과했다고 한다면 벽에서는 모두 공사건이야. 여기서 벽도 다 변별체라고 보면 돼요. 벽에서 아무 흔적이 없었다면, 상태함수는 첫 번째 벽을 지나면서 슬릿 a를 통과해서 한 가닥만 남은 거예요.

처음에 첫 번째 벽으로 여러 가닥이 가죠. 왜냐하면 공간에 (확률이)쭉 퍼져 있기 때문에. 그런데 슬릿 a를 통과해서 한 가닥만 갔다는 것은, 변별체인 벽에서 아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해요. 벽에서 사건이 일어났으면 어떻게 되느냐, 그걸로 끝이야, 슬릿 a에서는 0이야. 벽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면 슬릿 a로 못 지나가.

벽에서 사건이 일어났으면 대상이 거기서 잡혀먹은 거예요. 슬릿 a를 통과했다는 얘기는 벽에서 하나도 잡혀먹지 않았다, 벽이라는 변별체에서는 전부 공사건만 일어났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거예요. 그러면 여러 개 중에 한 가닥만 가죠.

황승미   이 실험은 그러면 첫 번째 슬릿 a를 통과한 존재물에 대해서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거네요?

장회익   그렇지. 슬릿 a가 있는 벽 이전에는 어떤지 우리가 모르죠. 이 앞에서는 어떻게 됐는지 우리가 모르니까. 그러니까 일단 여러 군데 다 확률이 있다고 봐요. 확률이 있어서 우연히 이 변별체(슬릿 a가 있는 벽)에서 확률이 1이 아니지만 확률 0.1이라 하더라도 사건이 일어날 수는 있는 거예요. 만약 사건이 일어났으면 벽에 잡혀 먹은 거야. 벽에서 잡혀먹고 나면 슬릿 a로 통과하는 건 없어.

실제로 여기에 100개를 쪼인다고 할 때 사실 99개는 다 벽에 부칮치지. 그러면 통과를 못 해요. 우연히도 벽 어느 곳에서도 사건이 안 일어났어, 그러면 우리는 슬릿 a를 통과해서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첫 번째 벽부터 당장 그걸(사건, 공사건 개념) 쓰는 거예요. 벽이 다 변별체야.

이제 첫 번째 벽과 두 번째 벽 사이에는 변별체가 없죠. 슬릿 a를 통과해서 두 번째 벽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라서 (확률이) 퍼져요. 확률이 퍼져서 두 번째 벽으로 가는데, 여기서도 슈뢰딩거 방정식 때문에 확률이 퍼져 있죠.

이제 두 번째 벽에서는 슬릿이 둘이야. 이제 재밌는 상황이 벌어져요. 벽이 있는 부분에서 모두 공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돼? 벽에서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고, 슬릿 b나 c로 통과하는 두 가닥만 살아남은 거야. 그런데 확률 얼마로 살아남았느냐? 대칭이기 때문에 확률 50%씩으로 살아남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만약 슬릿 c 옆에 변별체를 갖다 댔다고 할 경우에, 그러면 이 변별체에서는 사건을 일으키거나 안 일으키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어. 슬릿 c에서 사건을 일으켰으면 b에서는 0이 되고, c에서 잡아먹힌 거지. 그런데 측정 장치 중에는 아주 특별한 게 있어요. 자기는 지나갔다는 확인만 하고 실질적으로 운동에는 영향을 안주는 측정장치가 있어요. 사실 그게 이상적인 측정장치죠. 이런 측정장치를 설치했을 때, c로 지났다는 것만 사건으로 표시가 됐다고 한다면, c로 지나갔다는 의미이고 b에서는 0이죠. 왜냐하면 c로 지나갔으면 사건이 1로 바뀌었으니까 b에서는 자동으로 0이야. 그러면 c 한 가닥으로 가는 거예요.

그러면 c에 변별체를 안 갖다 대면 어떻게 되느냐. 두 가닥이 그대로 가는 거예요. 두 번째 벽을 지나면 다시 세 번째 벽까지 또 확률이 퍼지면서 가요. 그러면 c와 d에서 퍼져서 온 것의 합이 세 번째 벽에 도달해서, 그 합이 이 벽의 모든 위치에 대한 상태함수 분포가 되죠. 그러면 각 위치에서의 상태함수의 절대치 제곱을 하면 각 위치에 떨어질 확률 값들이 다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c-d와 b-d의 거리가 달라지면 (빛 혹은 자유입자가) 파동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책 p.241 참조), 파동이 높은 쪽끼리 합쳐지면 확률이 커지고(보강 간섭이 일어나고) 높은 쪽과 낮은 쪽이 합쳐지면 확률이 0이 되지(소멸된다). 찍힌 흔적이 없는 데가 그렇게 해서 안 떨어진 곳이지. 파동의 파장과 슬릿간의 거리, 슬릿과 스크린의 거리에 따라서 스크린에 어떻게 찍힐지 이런 패턴은 다 계산으로 나와요. 이것을 이해하면 양자역학의 핵심적인 것을 우리가 이해하는 거예요.

[그림 3] 양자역학에 대한 잘못된 이해 : 이중 슬릿 실험에서 결과로 나오는 패턴은 변별체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황승미   이중 슬릿이나 슈뢰딩거 고양이를 다루는 다른 과학사책들을 보면 좀 혼란스러워요.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존재물이 변별체에 사건을 일으킬 성향이라는 것은 확률의 형태를 띤 복소함수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변별체와 사건을 일으킨 사실 자체는 0에서 1까지의 확률이 아니라 사건이냐 공사건이냐 둘 중 하나잖아요? 최종 결과는 1아니면 0이고, 확률은 0에서 1까지의 실수이고… 

장회익   성향 자체는 복소수고, 확률은 0에서 1까지의 실수예요.

황승미   아, 네. 성향은 복소수이고 확률은 실수! 그런데 확률이 0에서 1까지인데 일반적으로 헷갈려 하는 부분을 보면, 실제로 나타나는 현상 예를 들어 고양이가 살아 있느냐 죽어 있느냐 하는 것 자체를 0~1까지의 실수로 생각해서 생기는 혼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장회익   우리는 아직 고양이까지 안 갔으니까 고양이 얘기는 하지 말고, 여기 이중슬릿 가지고 얘기를 하자고. (웃음) 

황승미   (웃음) 네, 그러니까 일반 과학책들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확률은 0에서 1까지인데 실제로 사건이 발생하는 사건 자체도 0에서 1까지의 실수로 봐서 생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최우석   지금 내가 볼 때 혼동하고 있는 것 같은데, 찍히냐 안 찍히냐는 상태(함수)로부터 얻어내는 것이고 사건은 상태(함수)로부터 얻어내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사건이 뭡니까, 선생님? (웃음)

2.3. 사건과 위치 측정은 어떤 관계?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 자체는 복소함수이고, 확률은 0 ~1까지의 실수이다

장회익   사건은 이런 거예요. 어느 위치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그 의미는, 그 위치에 변별체를 갖다 놨을 때 그 대상과 위치가 상호작용을 해서 어떤 것이 여기 있었다하는 것이 확인되는 결과가 우리 눈에 보일 수 있는 어떤 변화로 변별체에 나타나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 어떤 것이 있다 없다라는 말을 하게 되는 거죠. 관측장치상에 나타나는 어떤 결과, 그게 ’사건’이야.

최우석   상태함수로부터 알게 된 위치와 같은 것이 사건이 될 수 있나요?

장회익   상태함수에서는 성향만 얘기해줄 뿐이에요. 성향이라는 것은 이런 거예요.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데, 확률이 예를 들어서 0.7이라고 하면 그러한 상태가 이 변별체와 만날 때 (10번 만났다고 하면) 일곱 번은 사건을 일으키고 세 번은 안 일으킨다는 얘기야.

동일한 상태함수가 같은 변별체를 여러 번 만날 때, 상태함수가 단 한번 만나면 결과는 0이거나 1 밖에 없죠. 이때는 확률도 얘기할 수 없어요. 그런데 (확률이 0.7이라면) 똑같은 것을 10번 반복했을 때 그 중에 일곱 번은 사건을 일으키고 변화를 줘서 대상이 여기에 있었다하는 표시를 하는 거지. 이런 것을 사건이라고 해요.

그런데 그 중 세 번은 사건을 안 일으켜. 확률이 0.7이니까. 그러면 그건 공사건, 영어로 null-event예요. 공사건이란 그 지점에 그 성분이 0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거예요. 그러면 그 다음 순간부터는 대상의 상태가 또 달라지죠. 그 지점의 값은 0이고 나머지 지점은 전체 합이 1이 되도록 0부터 1까지의 값으로 확률이 바뀌는 거예요.

이중슬릿 실험 그림을 다시 봅시다. 슬릿 c에 변별체를 놓느냐 안 놓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져요. 변별체를 놨는데 변별체에 아무 표시가 없으면 변별체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 아니냐 할 수 있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변별체를 놨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으면 슬릿 b가 확률 1이 되고 슬릿 c에서는 확률이 0이라는 거예요.

[그림 4] 이중 슬릿 실험 – c에 변별체를 놓은 경우.

장회익 그러니까 변별체를 놓지 않았을 때는 슬릿 b와 c에서 확률이 각각 0.5, 0.5예요. 그래서 둘이 대등하게 퍼져가다가 만나서 세 번째 스크린 상의 각 위치의 상태가 결정되는 거예요. 그런데 c에 변별체를 놓았을 경우, 변별체에 아무 기별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 의미는 c에서의 확률이 0이 되고 b에서는 1이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b로 지나간 것 밖에 남지를 않는 거지.

기별이 왔다면 c에서의 확률이 1이야. b에서의 확률은 자동으로 0이 되죠. c로 지나간 것만 세 번째 스크린으로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변별체에 기별이 오느냐 안 오느냐에 무관하게, c에 변별체를 놓느냐 안 놓느냐에 따라서 (스크린에 찍히는 패턴의) 결과는 달라지는 거지.

변별체가 있나 없나에 따라서 달라져요. 변별체가 있으면 c 위치에서의 확률이 1아니면 0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c에서 변별체에 흔적을 남겼으면 두 번째 벽의 나머지 위치에서는 확률이 0이 되고 c에서는 1이 돼서 c를 통과해서 가게 되는 거예요.

2.4.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변화의 원리 비교?

대상의 특성

최우석   고전역학에서의 기본 구도와 비교를 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전역학에서는 대상의 특성을 서술할 때 질량 $m$을 가지고 있고 외력 $F$를 받고 있다고 규정을 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지금 현재 어떠하다라고 하는 것은, 좌표계상에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고 그 위치에서 얼마만큼의 운동량($p$)을 가지고 있느냐, 즉 방향성을 가진 속도와 질량의 곱으로 표시가 됩니다($p=mv$). 그것이 얼마만큼의 시간 후에 어떤 상태, 즉 어떤 위치와 운동량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는 ‘운동량의 변화율과 힘이 같다’라는 변화의 원리에 의해서 정확하게 예측이 된다는 것이 고전역학의 구도입니다.

그런데 양자역학으로 오면 일단 상태를 위치와 운동량으로 직접 규정할 수가 없고 상태함수로 상태를 규정해야 하고, 현재의 상태가 있다고 할 때 슈뢰딩거 방정식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원리를 적용하면 미래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상태함수를 통해서 위치건 운동량이건 알아낼 수 있다, 이런 구도 아닙니까? 그때 특성도 마찬가지로 질량 얼마를 가지고 외력 얼마를 가지고 있다, 이런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요. 그런 특성은 슈뢰딩거 방정식 속에 들어가 있어요. 슈뢰딩거 방정식이 바로 그 역할을 하는 거예요. 외력을 얼마를 받고 있고 질량이 얼마이고, 그런 것들이 슈뢰딩거 방정식 안에 다 포함되어 있어요. 그런데 측정은 아직 거기서 나오지를 않지.

변화의 원리

최우석   앞에서는 운동량의 변화율과 대상이 받고 있는 힘이 같다라는 것이 변화의 원리였는데, 여기서는 운동량이 없어졌기 때문에…

장회익   여기서 내가 중요한 부분을 하나 빠트렸어요. 내가 위치측정 만으로 초기 상태가 결정된다고 했는데, 그러면 이 상태 속에 운동량은 들어있지 않은 게 아니냐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이 상태함수에는 위치 뿐 아니라 운동량에 관한 내용이 함께 들어있어요. 이 함수의 푸리에 변환이 바로 운동량에 대한 사건발생 성향을 나타내는 거예요.

예를 들어 특정한 위치를 나타내는 상태는 모든 운동량 발생 성향이 균일하다는 의미를 그 안에 담고 있어요. 그래서 양자역학에서는 위치 또는 운동량 가운데 하나만 측정해도 완전한 초기 상태가 되는 거예요. 따라서 운동량이없어진 것이 아니라 슈뢰딩거 방정식은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시한 거예요.

고전역학에서 뉴턴의 운동방정식에 해당하는 것이 슈뢰딩거 방정식이에요. 상태함수에 대해서 그걸 적용하는 거니까. 예를 들어서 슬릿 a를 지난 존재물이 슬릿 b, c에 오면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가하는 것을, 바로 고전역학에서 뉴턴의 운동방정식에 의해서 어떻게 달라졌는가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해서 보는 거예요.

측정의 문제(변별체의 역할)?

장회익   그런데 측정이라는 것을 할 때, 고전역학에서는 (사건 야기) 성향이 1아니면 0이에요.그러면 여기 이중 슬릿 실험을 고전역학을 가지고 따져보면 어떻게 되느냐? 슬릿 a를 통과한 것이 고전역학에서는 상태가 펼쳐지지 않고 한 줄씩으로 밖에 안 가요. 왜냐하면 전부 위치를 가지고 가기 때문에, 즉 성향이 전부 1 아니면 0이기 때문이에요. 0인 것은 다 빼고 성향이 1인 것만 가지고 가면 한 줄기 밖에 없어.

만약에 입자가 b로 지나간다고 할 때 슬릿 b에 변별체를 놓으면, b를 지나갔다는 것이 당연히 확인이 될 거예요. 그런데 변별체를 놨는데 확인이 안 됐다 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왜냐하면 틀림없이 b에 있었으니까. 고전역학에서는 b에서 입자가 없다는 얘기는 불필요해요. 지나갔으니까 1밖에 될 수 없지.

그런데 이 경우에 c에서는 무조건 0일 수 밖에 없죠. b로 갔으니까 c에서는 0이에요. 고전역학에서는 변별체가 하는 역할이 없어요. 단지 어디로 지나가는지 몰랐을 때 확인하는 용도지. 변별체가 독립적으로 하는 역할은 없어. 만약에 이론이 맞다면 측정할 필요가 없어요. 고전역학에서는 그렇게 되는 거예요. 고전역학에서 측정을 하는 이유는 몰라서 하는 게 아니라 계산이 잘못됐는지 확인하거나 계산 안 해보고 알고 싶다거나 할 때 하는 거죠.

양자역학에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계산을 완전히 했더라도 성향일 뿐이기 때문에, 슬릿에 변별체를 갖다놓았을 때 통과하는 것의 확률이 1인 특별한 성향일 경우에는 고전역학에서와 마찬가지예요. 있으면 1, 없으면 0인데, 양자역학에서도 그런 특별한 경우가 있다는 거예요. 측정하는 순간에는 그렇게 될 수 있죠.

그런데 성향이 0.5라면 변별체를 갖다 댔을 경우 확률 0.5로 변별이 되거나 안 되거나 둘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지. 변별이 됐다면 슬릿 b로 갔다는 얘기이고 확률은 순간 1로 바뀌어요. 변별이 되기 전에는 슬릿 b와 c로 확률 2분의 1로 가다가, 슬릿 b에서 Yes가 되면 c에서는 0이 되고 b를 통해서 하나만 남아서 가는 거예요.

상태 전환 : 측정하는 순간 상태가 바뀐다 / 양자역학에서는 상태가 바뀌는 방법이 두 가지

장회익   측정하는 순간 상태 자체가 바뀌는 거야. 이것을 상태 전환이라고 해요. 그런데 고전역학에서는 상태 전환이 필요없어요. 왜냐하면 예측과 측정 결과가 무조건 같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양자역학에서는 상태가 바뀌는 방법이 두 가지예요. 운동방정식에 의해서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 더 있어요. 심학십도 4도에 보면 내가 두 줄을 썼죠. 한 줄이 더 있어요.(책 p.238)

[그림 5] 양자역학에서 변화의 원리 (책 p.238)

장회익   $\sum _{ i }^{  }{ { c }_{ i }{ \Psi  }_{ i } }$ 이것이 $\sum _{ i }^{  }{ { c\prime  }_{ i }{ \Psi  }_{ i } }$ 이렇게 바뀌어. 어떨 때 이렇게 바뀌느냐? 변별체와 상호작용을 했느냐에 따라서 달라져요. 예를 들어 어떤 특정한 j라는 위치에서 변별체가 확인이 됐다고 한다면, $C_{j}$만 남고 나머지는 다 0으로 바뀐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C’$이 j 하나에서만 남고 나머지에서는 다 0이 된다는 뜻이에요.

만약에 j에서 공사건이었다면, 즉 측정이 안됐다면, j만 제외한 나머지를 합쳐서 확률이 1이 되도록 $\sum _{ i }^{  }{ { c\prime  }_{ i }{ \Psi  }_{ i } }$이 바뀌어요. 여기서 $\sum _{ i }^{  }{ { c }_{ i }{ \Psi  }_{ i } } $이 $\sum _{ i }^{  }{ { c\prime  }_{ i }{ \Psi  }_{ i } }$로 바뀌는 것은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서 바뀌는 것과 다른 방식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독립적으로 두 줄로 써놓은 거예요.

최우석   그렇다면 대상의 상태에 인위적으로 변화를 주고자 할 때, 고전역학적이라고 하면 외력을 가해서 $F$에 변화를 줘서 상태를 바꿀 수 있는데,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외력을 가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만 어떤 변별체를 통해서 상태 전환을 일으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되나요?

사건과 빈-사건 모두 상태전환을 일으킨다.

장회익   그렇지. 양자역학에서는 변별체와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그런데 고전역학에서도 변별체와의 관계를 통해서 측정은 할 수 있지만, 이론 자체가 변별체와의 관계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에요.

양자역학에서는 상태가 바로 변별체와의 상호작용때문에 결정되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것은, 사건을 야기한다는 것은 직접적인 상호작용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있다는 얘기지. 그래서 상태가 바뀐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쉬워요. 그런데 (이중 슬릿 실험에서는) 사건을 야기시키지 않았는데도 상태가 바뀌는 거야. 왜냐하면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니까.

말하자면 사건을 야기시켰다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는 거예요. 나머지 위치에 대해서는 모두 0이고 해당 위치에서는 순간 1이 돼요. 그런데 변별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는 거예요. 그것도 확인이야.

예를 들어서, 우리가 언제 어디서 만나자하고 친구와 약속을 했다고 해봐요. 그래서 만났으면 만난 건데, 갔는데 못 만났을 경우가 있어요. 약속 장소에 갔는데 못 만났을 경우와 내가 안 가서 못 만난 경우는 달라요. 안 갔으면 친구가 왔을 수도 있고 안 왔을 수도 있어요. 내가 안 가봤으니까 모르는 거지.

그런데 내가 가서 지키고 있는데 안 나타났다고 한다면, 안 나타났지만 그 친구가 올 확률 계산은 달라져야 돼요. 확률이 0으로 확인되는 거죠. 내가 못 만났지만 그 친구가 오게 될 성향은 0, 즉 안 올 성향으로 달라진 거지. 그것과 마찬가지야.

양자역학에서는 변별체라는 것과 상호작용해서 어떤 흔적을 나타내서 변화를 주는 것도 중요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이것은 확인이 안 됐다는 것 자체도 중요한 거야.

빈-사건(null-event)의 중요성

장회익   아까 이중 슬릿 실험을 다시 봅시다. 공사건이 생각보다 많이 쓰여요. 첫 번째 벽에서 슬릿 a로 지나갈 경우에, 슬릿 a를 제외한 나머지 벽에서는 모두 공사건이라고 했어요. 다시 말해서 이 벽을 안 보면 슬릿 a로 지나갔는지 우리가 몰라요. 그런데 벽을 보니까 아무 사건이 안 일어났어, 그러면 a로 지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벽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면 슬릿 a로 안 지나갔다는 것을 또 아는 거야!

그러니까 공사건이 의외로 많이 쓰이는 거예요. 두 번째 벽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슬릿 b, c를 제외하고는 다 공사건이기 때문에 두 슬릿으로 지나갔다는 것을 아는 거예요. 그 말을 안 하고 넘어가고 있지만, 사실은 그래요.

실제로 첫 번째 벽에 부딪혀서 끝나는 경우, 두 번째 벽에 부딪혀서 끝나는 경우가 수없이 많죠. 그러면 그건 무효야. 다시 또 (빛이나 자유입자를) 쏘는 실험을 해서, 첫 번째 벽과 두 번째 벽의 슬릿 둘 다를 통과하는 것만 세 번째 벽에서 보는 거죠.

여기서 첫 번째나 두 번째 벽에 부딪혀서 사건을 일으키는 것들은 이 실험에서는 쓸모가 없지. 100개를 쏜다고 마지막 스크린까지 다 가는 게 아니라, 99개는 벽에 부딪히고 1개 정도가 세 번째 벽까지 가는 거예요. 세 번째에 도달하는 것은 중간에 공사건을 일으키고 온 것들을 잡은 거예요. 공사건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거지.

2.5. 측정의 개념?

측정은 변별체에 흔적이 남거나 안 남거나 하는 것에 관계될 뿐

최우석   사건 자체가 측정은 아닌 거죠?

장회익   측정에 의해서 사건이 나타나는 거지.

최우석   우리가 몰라도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장회익   측정도 마찬가지지. 측정도 그 장치를 설치해놓고 내가 안 봤어도 이 대상의 입장에서는 측정이 된 거야. 왜냐하면 흔적을 남겼으니까. 우리가 주관적으로 어떻게 보는가와는 별개의 문제예요.

장회익   단지 변별체에 흔적이 남았는가 여부에 따라서 이런 관계를 나타낼 뿐이지, 그 외에 누가 봤다 안 봤다는 것은 이 대상의 입장에서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사람이 보는가 안 보는가에 따라서 상태가 달라진다는 것은 잘못된 이해

[그림 3 – 다시] 양자역학에 대한 잘못된 이해 : 이중 슬릿 실험에서 결과로 나오는 패턴은 변별체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장회익   이게(그림 3) 바로 잘못됐다는 거지. 이런 것이 우리에게 굉장히 잘못된 이미지를 주는 거예요. 사람이 봐야 이렇게 되고 사람이 안 보면 이렇다 하는 이미지를 주고 있어. 그래서 우리가 보느냐 안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것은 잘못된 얘기예요. 그런데 이런 잘못된 얘기가 굉장히 많이 퍼져있어요.

양자역학에 대한 대표적인 잘못된 인식이에요. 우리가 봤다 안 봤다에 따라서 어떻게 이렇게 달라지느냐, 이상하다 이렇게들 얘기하는데, 그것이 아니에요. 이것은 변별체를 설치해 놓고 우리가 아무도 안 봐도 상관없어요. 변별체가 있나 없나에 따라서 스크린에 나타나는 결과가 달라질 뿐이에요.

2.6. 변별체, 존재론적인 영역과 인식론적인 영역을 잇는 다리?

변별체, 존재론적인 존재이면서 우리에겐 인식론의 출발점

최우석   굳이 여기에 존재론적인 영역과 인식론적인 영역을 들이대면, 변별체를 통한 사건 혹은 공사건은 존재론적인 영역의 무엇이고, 사건으로부터 어떠했구나 하는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인식론적인 영역의 얘기라고 보면 될까요?

장회익   그렇지. 그런데 거기서 변별체라는 것이 존재론적인 영역과 인식론적인 영역의 중간에 다리를 놓아주는 거예요. 존재론적인 영역에서 변별체까지, 그리고 변별체에서 인식론적인 영역까지. 변별체는 존재론적인 존재이면서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인식론의 출발이야. 우리는 변별체까지 밖에 못봐.

최우석   우리가 안 봤을 때는 인식론적으로는 별 유효한 것이 없지 않나요?

장회익   그렇지. 그러나 현실은 그대로 가요. 변별체만 있으면 현실은 그대로 가는데, 우리가 보느냐 안 보느냐에 따라서 입자의 상태가 달라지는 게 아니야. 변별체까지만(변별돼서 흔적을 남기는 부분까지만) 우리의 인식이 미치고 그 이전의 것은 우리와 상관이 없어요. 입자 사정이지 우리 사정이 아니라는 거야. 그렇게 딱 구분을 해야돼.

그래서 이 그림은 마치 우리가 인식을 해야 이렇게 된다, 이런 잘못된 이미지를 줘요. 처음에 이렇게 믿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여기서 중요한 구분을 해야돼요. 변별체가 중간에서 교통정리를 해주는 거야.

변별체는 존재론적인 역할과 인식론적인 역할,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장회익   우리는 변별체에서부터 볼 수 있어요. 변별체 이전은 볼 수가 없어. 변별체는 혼자서 두 가지 역할을 하는 거야. 존재론적인 역할과 그것을 건너면 인식론적인 역할! 그 중간 관문에 서 있는 존재지. 그런데 그것을 우리가 분명히 의식을 못했기 때문에 이런 혼란이 있는 거예요. 보냐 안 보냐, 이게 양자역학에서 가장 많이 얘기되는 혼란 거리예요.

2.7. 슈뢰딩거의 고양이 문제?

장회익   아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슈뢰딩거 고양이 얘기를 한번 해봐요. (웃음) 너무 간단한 거야. 슈뢰딩거 고양이 문제에서는 변별체 문제를 생각 안하고 있어요. 내가 문을 열고 봤을 때 고양이가 살았나 죽었나, 말하자면 바로 이런 얘기예요(그림 3).

확률이 두 개가 있는데, 우리가 보면 이거 아니면 이거다 이런 식이에요. 우리가 안 봤으니까 고양이가 독약을 먹고 나서도 우리가 보기 전까지는  결정이 안 됐다는 거야. 고양이 상태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우리가 볼 때 결정이 된다고 보는 거예요. 우리가 보기 전에는 그 고양이 생사는 말 못한다하고 말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 것이 슈뢰딩거예요. 슈뢰딩거가 그렇다고 주장을 한 게 아니라.

변별체, 대상과 관계해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

황승미  그러면 고양이 상자에서 변별체는 뭔가요?

장회익   그러니까 이제 보자고. 변별체라고 하는 것은 대상과 상호작용해서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것이 변별체예요. 그러면 고양이 주변에 공기도 있죠. 물론 고양이 자체도 굉장히 복잡하지만 간단히 고양이와 주변 공기만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해도 고양이는 이미 다른 상태로 간 거예요. 계속해서 다른 상태로 가고 있는 거야. 그러니 사람이 문을 열 때까지 양자역학이 (상태가 결정되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야.(웃음)

변별체는 무수히 많고 사건과 빈-사건은 끊임없이 계속 일어난다

장회익아까 얘기했지만 여기서도 공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거야. 사건도 계속 일어나고 있고. 그래서 주변에 변별체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수없이 많아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이나 현미경에 보이는 정도는 다 변별체 노릇을 해요.

황승미   그러면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세계 자체가 다 변별체로 가득 차 있고 변별체와 존재물들이 계속 상호작용하면서 세상을 만들어내는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변별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현미경이든 뭐든 최대한 써서 대상이 있었다 없었다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결과가 거기에 찍힐 수 있으면 다 변별체예요.

그런데 우리가 측정을 목적으로 한다면 우리한테 더 분명하게 더 확실한 변별체를 갖다 대야 하고 그것을 측정장치의 일부로서 당연히 쓰지만, 실질적으로 대상 입자의 경우에는 측정장치 같은 변별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와 만나서 사건을 일으키는 모든 것이 변별체예요.

슈뢰딩거 고양이가 사람이 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전혀 아니예요. 그걸 잘못 파악하고 이해를 못했기 때문에 그것이 자꾸 증폭되고 있어요. 원래 슈뢰딩거가 그 얘기를 한 이유는, 말도 안 된다는 의미에서 그 얘기를 한 거예요.

당시에 양자역학에 대해서 오해가 많으니까, 우리가 보면 이렇고 안 보면 저렇게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 슈뢰딩거가 고양이 사례를 든 거예요. 만약에 고양이가 있는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우리가 문을 열 때까지 결정이 안 되는 거란 말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다하고 슈뢰딩거는 얘기했는데, 슈뢰딩거가 그런 주장을 한 것처럼 오히려 이상하게 거꾸로 이야기가 만들어진 거예요.

그렇지만 슈뢰딩거가 변별체를 분명히 지적한 것은 아니에요. 대안을 내놓지는 않았어. 그저 문제만 제기했지. 그러니까 문제만 얘기했기 때문에 답이 없으니까, 지금도 슈뢰딩거가 그런 얘기를 한 것처럼 잘못된 얘기를 떠드는 사람들이 항간에 대단히 많아요.

2.8. 변별체로 가득찬 세계에서의 미래 예측?

최우석   존재물 주변에 분포하고 있는 또 다른 모든 존재물들이 변별체가 될 수 있고 그것이 대상의 상태 전환을 야기할 수 있다면, 우리가 어떤 존재물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할 때 주변의 다른 변별체 후보들을 싹 다 제거할 정도로 통제가 안 되면 얼마든지 상태 전환이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에 미래를 알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래서 양자역학 실험을 하려면 완전히 깨끗하게 다 제거를 해야돼. 그리고 나서 실험을 해야 돼요. 다른 것들이 있으면 영향을 미치지.

최우석   그런데 우리의 세계는 그렇게 통제된 상황은 없다시피한데, 그럼에도 유의미한 미래 예측이 가능한가요?

장회익   그래서 우리가 다음 시간에 공부할 내용이 바로 통계역학이에요!(웃음) 통계역학은 계속 상태 전환이 되는 것을 이미 다 인정하고 그리고 우리가 알 수 있는 게 뭐냐 이렇게 가는 거예요. 그게 없으면 지금 그렇게 거의 랜덤하게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하느냐. 통계역학으로 하는 거예요.

또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여기 대상이 하나 있다고 해봐요. 양자역학적으로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이 대상이 이 순간에 분명히 여기 있었다 하는 데서 출발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성향이 공간으로 쭉 퍼져요. 여러 갈래로 계속해서 퍼져요.

그러면 이게 가면 갈수록 계속 퍼져야지, 이것이 외줄로 간다, 즉 입자가 공간에서 한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지게 돼요. 성향이 퍼지니까.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똑바로 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심지어 기본입자들도 상당히 똑바로 가요. 그러면 이거 어떻게 된 거냐? 이게 굉장히 재밌는 거야.

주변에 먼지가 많으면 고전역학적으로 움직인다

장회익   주변에 먼지가 많으면 고전역학적으로 움직여. 왜냐하면 똑바로 가는 것의 확률이 제일 크고 약간 벗어나는 경우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작아.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기본입자의 경우 확률이 퍼지기는 해도 똑바로 가는 경우의 확률이 가장 커요. 그리고 옆으로는 상당히 작아요.

그러면 확률 값이 작은 것은 변별체와 만나면 거의 다 0으로 되고, 확률적으로 똑바로 가는 것만 남아요. 혹시 여기서 확률이 0.01인데도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죠. 그럴 경우에는 거기서 멈춰 버려. 그건 아주 특별한 경우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확률이 워낙 작고, 0.001 정도는 항상 거의 0으로 금방 금방 바뀌어요.

그래서 결국 남는 것은 똑바로 가는 것이에요. 똑바로 가는 것 외의 것들은 계속해서 0이 되고, 결국 똑바로 가는 하나만 남아서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 입자가 궤도를 따라가는 것과 실제로 비슷해지는데, 그것은 어떨 때 그러냐 하면, 주변에 먼지라든가 불순물이 많을 때 그래요. 그렇게 되면 고전역학적인 자취로 가요.

황승미   주변이 깨끗하면 기본입자의 활동 여지가 더 커져서 마음대로 다니는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럴 때 양자역학적인 효과가 더 많고, 다른 것들이 많으면 고전적으로 뉴턴역학에 가깝게 가게 되는 거지.

황승미   아까 이중 슬릿 실험에서 변별체가 가로막으면 검은 띠가 여러 개가 아니라 한 개 두 개만 생기는 것과 똑같은 거네요?

장회익   그렇지. 그것하고도 비슷한 거지. 바로 그거나 마찬가지예요. 이게 아주 재밌는 거예요.(웃음) 그런데 엄청나게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3’ 끝.


장회익선생님 강의자료. 제4장. 양자역학

(위의 링크나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담 : 장회익, 최우석, 황승미
영상 편집 : 최우석
녹취, 그림 글 편집 : 황승미
전체 제작 :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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