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을 위한 개념비평] 그것은 제로에너지건축물이 아니다

최우석 (녹색아카데미/파시브기술연구소)


에너지전환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가운데에는 ‘개념’도 있습니다. 우리는 개념을 기초로 세계와 자신을 이해하기 때문에 개념을 잘 정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잘 알려진 의미 있는 개념을 가져와서 알맹이는 버리고 권위만 취하려다가 개념을 통째로 망가뜨려버리는 일이 잦습니다. 분식 회계에 비견할만한 개념 분식(粉飾), 쉬운 말로 ‘개념 분칠’이 그것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전환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할텐데 분칠된 개념들을 찾아 고발하는 ‘개념비평’ 역시 긴요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에너지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개념들을 찾아 비평하는 노력을 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제로에너지건축물’ 개념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숫자 0에 대한 새로운 이론

숫자 0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0은 하나가 아니다. 다섯 개의 등급이 있다고 한다. 

가계의 재정을 생각해보자. 수입과 지출을 따져서 흑자는 못보더라도 최소한 적자를 0으로 만들고 싶다. 지출하는 만큼의 수입을 얻으면 적자는 0이 된다. 수입이 지출 대비 100%나 그 이상인 경우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것이 바로 0이다. 다른 0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새 이론에서 이것은 1등급 0이다. 다른 0도 있다는 것이다. 지출의 80% 수준까지 수입을 거두면  -20%만큼 적자가 나지만 이것도 0이라고 본다. 다만 2등급 0이다. -40% 수준까지는 3등급 0, -60% 수준까지는 4등급 0, -80% 수준까지는 5등급 0이다. 이것이 0의 5등급 이론이다. 적자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은 경우 이 이론을 적용한 뒤에 지출의 20%까지만 수입을 만들면 적자 제로를 선언할 수 있다. 빚을 낸 후 원금의 20%까지만 갚고 이 이론을 적용하면 빚도 0이 된다.

세상의 모든 적자 가정과 빚꾸러기들에게 찬란한 빛을 주는 이 이론은 대한민국의 국토교통부에서 나왔다.

국토교통부 제로에너지건축 정책은 ‘탄소중립 하는 척하기’

지난 연말인 2021년 12월 23일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1]. 2050 탄소중립선언,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등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건물과 교통 분야 등의 계획이 담겨있는데 이 가운데 건물 분야에서는 공동주택의 제로에너지건축 조기 의무화가 주목할 만한 내용입니다. 기존의 계획에 따르면 2020년부터 1,000 m² 이상의 공공 건축물 의무화가 시작된 데에 이어 1,000 m² 이상의 민간건물은 2025년부터, 500 m² 이상의 민간건물은 2030년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공동주택에는 이를 더 빨리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조치로 공공분양·임대는 2023년부터, 민간분양·임대(30세대 이상)는 2024년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짓게 됩니다.

적지 않은 건축계 인사들이 제로에너지건축 조기 의무화 정책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나름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억지로나마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향하고 이를 위해서 정책을 수정한 일은 그 자체로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제로에너지건축 정책에 도저히 박수는 칠 수가 없습니다. 잘못 끼운 첫단추를 돌아보지 않는 한 여전히 ‘탄소중립 하는 척하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토교통부는 잘못된 개념 위에 성을 쌓고 있습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이란? 상식 대 대한민국의 법령

‘제로에너지건축물’이란 어떤 건축물을 가리키는 개념일까요?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에너지가 전혀 들지 않는 건축물이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상식적인 이해죠. 학술적인 정의 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제로에너지’를 어떻게 셈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들어가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직관적으로는 명쾌한 듯 하지만 실제로는 꽤나 모호한 개념입니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범위에서 제로에너지건축물의 개념 정의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것이지 소위 ‘제로’에 대한 이해까지 모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법률에 정의된 바는 어떠할까요?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2]의 제2조(정의) 4항에서 아래와 같이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이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을 말한다. (2016. 1. 19. 일부개정시 신설, 2017. 1. 20. 시행)

재미있게도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정의에는 ‘제로’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뜻하는 바를 한정하기 어려운 ‘최소화’라는 규정만 있어서 사실상 융통성의 범위가 정해져있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국제적인 규정과 달리 재생가능에너지만이 아닌 ‘신에너지’까지 에너지 소요량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신재생에너지법이라고 줄여 부르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탓이니 별도로 따져보아야겠죠.

왜 이렇게 정의를 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등급” 때문입니다.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2]의 제17조(건축물의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및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한 국토교통부고시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및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기준>[3]은 아래의 표와 같이 제로에너지건축물을 다섯 개의 등급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에너지자립률’은 ‘단위면적당 1차에너지소비량’ 대비 ‘단위면적당 1차에너생산량’의 비율을 말합니다[4]. 에너지자립률 규정을 이루는 하위 개념의 정의로 들어가면 따질 것들이 많지만 상식선에서 건물에서 쓰는 에너지소비량 대비 건물이 직간접적으로 얻어낸 재생가능에너지생산량의 비율로 이해해도 일단 지금 논의 맥락에서는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이 인증등급의 내용은 글 맨 앞의 ‘숫자 0에 대한 새 이론’이라고 적어본 바와 다르지 않습니다. 자립률이 20%만 되어도 제로에너지건축물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약간만(20% 이상)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을 하면 최대 80%까지의 에너지소비량을 화석연료와 핵발전 전력으로 채워도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예 없으면 모르되 조금이라도 건물 몫의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설비가 달렸거나 확보되면 제로에너지건축물로 보는 셈입니다. 이런 손쉬운 허울을 위해서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은 거의 한계가 없을 만큼 융통성이 큰 정의를 도입했다 보입니다.

국토교통부의 인증등급 가운데에서 제로에너지건축물에 대한 상식에 부합하는 것은 1등급 뿐입니다. 그런데도 에너지자립률이 20% 이상인 건물까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주는 제도를 만든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건설업계가 하고 싶지 않은 제로에너지건축을 실질적으로는 먼 훗날의 일로 미뤄두되 뭐라도 하고 있는 양 하는 척만하기 위함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고 있었으니 굉장히 성공적인 ‘척하기’였다 할 수 있겠습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현황 – 에너지자립률 100% 이상은 6%, 80% 이상까지 셈해도 단 10%

인증제도가 시행된 뒤 어떤 건축물들이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인증을 받았는지 보면 이 개념과 제도가 어째서 ‘하는 척하기’에 지나지 않는지 잘 드러납니다. 제도가 시행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현황을 아래의 표 및 그림들과 같이 분석해 보았습니다[5][6].

상식적인 제로에너지건축물에 해당하는 1등급의 비중은 6%에 지나지 않고, 거기에 근접하는 2등급까지 합해도 10% 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면 5등급은 60%, 4등급은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11개 인증 건물의 등급별 평균 에너지자립률은 1등급이 125%, 2등급 83%, 3등급 69%, 4등급 48%, 5등급 29%였고, 전체 평균 에너지자립률은 44%에 그쳤습니다. 에너지자립률이 사실상 50%에 미치지 못하는 건물이 소위 인증 받은 ‘제로에너지건축물’의 83%를 이룬다는 사실은 현재의 개념 및 제도가 눈속임이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제도에서는 인허가 단계에서 서류만으로 예비인증을 받을 수 있고, 준공 시점에서는 준공 서류에 더하여 현장평가를 거쳐 본인증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건물을 짓기 전의 예비인증 현황까지 들여다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제도 시행 이후 2021년까지 제로에너지건축물 예비인증을 받은 1580개 가운데 5등급이 68% (평균 에너지자립률 28.5%), 4등급이 20.9% (평균 에너지자립률 47.4%)로 실질적으로 에너지자립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건물의 비중이 89%에 달합니다[7].

이러한 현황이 말해주는 바는 당연하겠지만 현재의 인증제도는 상식에 부합하는 제로에너지건축으로 사람들을 이끌지 못하고 제로에너지건축물의 허울만 뒤집어 쓰는 데로 건축주와 설계사, 시공사를 유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인증에 비해 월등히 숫자가 많은 예비인증 건물 가운데 1등급은 전체의 2%에 그쳤고, 2등급까지 합해도 4%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약간의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 확보로 용적률 등 제로에너지건축물 혜택만 받아가려 할 뿐입니다. 제도가 탄소중립의 기반이 되기보다 합법적인 눈속임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글의 주제에서 다소 벗어나지만 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도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예비인증을 받은 건물까지 포함하여 모두 셈해보면 1641개의 건축물이 2021년까지 예비인증 및 본인증을 받았습니다[8][9]. 이중 2021년까지 예비인증만 받은 건물은 1530개이고, 본인증을 받은 건물은 111개입니다. 예비인증 및 본인증 건물 총 1641개 가운데 본인증을 받은 건물은 7%에 불과하고 예비인증만 받은 건물이 자그마치 93%에 달합니다.

왜 예비인증과 본인증 사이에 이토록 큰 차이가 나는지는 앞으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습니다. 법규에 따르면 예비인증을 받은 경우는 본인증을 받아야 합니다[10]. 그러나 2017년부터 지금까지 매해 예비인증만 받은 건물이 상당한 것으로 보아 본인증 의사가 없는 건물들이 매우 많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물론 급격히 숫자가 늘어난 2020년 이후의 예비인증 건물들은 지금보다는 많이 본인증을 받을 거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2020년부터 1,000 m² 이상 공공 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이 의무화되었기 때문에 이 건물들은 예비인증에서 멈추기 어려우리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만약 본인증을 받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면 현재의 경향이 지속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인허가시의 계획도면과 서류로 검증받는 예비인증에 그치게 되면 건축물이 준공되어도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설비는 아예 설치하지 않거나 확보하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특히 건물과 한몸이 되는 건축물 일체형 햇빛발전설비(BIPV)가 아니라 대지에 별도로 설치하기로 한 발전 설비나 건축물이나 해당 대지 밖의 다른 곳에 설치·확보하기로 계획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설비는 계획에 그치기 쉽습니다. 따라서 준공도면과 현장점검으로 검증받는 본인증을 받지 않는 건물에 제로에너지건축물에 약속된 혜택이 주어져서는 안 됩니다. 예비인증은 계획 검토일 뿐 인증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의 인증제도에서는 예비인증만으로 중요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11].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으로 받을 수 있는 7가지 혜택[12] 가운데 예비인증으로 받을 수 있는 ‘용적률 등 건축기준 완화 혜택’과 ‘기반시설 기부채납률 경감 혜택’은 이익이 아주 큰 중요한 혜택입니다. 규정상으로는 제도적, 재정적 혜택을 받는 경우 본인증까지 받아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위에서 살펴본 본인증과 예비인증 사이의 큰 차이는 실제 제도 운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개념도 소중한 자원이다

화석연료에서 얻은 에너지 및 핵발전에서 얻은 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고 재생가능에너지원에서 얻은 에너지만으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전적으로 모두 감당한다는 온전한 의미의 제로에너지건축물을 만든다는 것은 아주 어렵고 높은 수준의 과제입니다. 이 때문에 대차대조표상의 0을 의미하는 ‘넷제로에너지건축물’ (Net Zero Energy Building; NZEB)이라는 개념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의미를 확장하기도 하고, 의무화하기 너무 높은 목표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서 ‘거의제로에너지건축물’ 또는 ‘준제로에너지건축물’ (nearly Zero Energy Building; nZEB)이라는 보다 융통성있는 개념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유럽연합은 가입국 전체에 걸쳐 2021년부터 모든 건축물을 준제로에너지건축물(nZEB)로 짓기로 하고 있죠[13].

이러한 해외의 논의에서 눈여겨 볼 대목 한 가지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의 개념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마구 뜻을 넓혀 가기보다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NZEB, nZEB 등의 새 개념, 보완 개념을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유럽연합의 준제로에너지건축물 개념의 경우 나라마다 준비 정도에 맞게 알아서 그 정의를 내리도록 아주 폭넓게 울타리를 열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로에너지건축물 개념 만큼은 상식선을 넘어서지 않도록 아껴두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현행 법령과 고시 상 제로에너지건축물 개념의 문제점은 편의에 맞춰 뜻을 너무 넓게 벌려두어 실상 별 의미가 없는 개념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 안에는 “‘30년까지 대형건물(예: 연면적 1천 m² 이상)에 제로에너지건축 3등급(에너지 자립률 60% 이상) 적용, ‘50년까지 전 건물 1등급화(2050 시나리오)”라는 단계적 목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14]. 지금의 제로에너지건축물 5개의 등급제가 매우 부족한 잠정적 단계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에너지자급률이 바닥 수준만 아니면 모두 제로에너지건축물이라고 인증을 주고 있는데 2030년이나 2050년에 가서 제로에너지건축물 개념의 뜻을 바꿀 수 있을까요? 기왕의 인증을 회수하기라도 할 건가요? 이미 대한민국 정부와 국토교통부, 그리고 건설업계는 패시브하우스와 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개념을 제 멋대로 씀으로써 망가뜨린 전례가 있는데 제로에너지건축물 개념 역시 마찬가지로 무력화되고 있는 중입니다.

지식의 기반이자 결실이기도 한 개념은 우리의 사고가 모두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새로운 사고와 이해를  위한 아주 소중한 자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주 한정된 의미로 잘 다듬어진 개념은 정교한 사고와 대화의 기반이 되는 반면 의미가 한정되지 못하는 개념은 사고와 논의를 소모적인 방향으로 이끕니다. 이미 한정된 의미를 갖고 있거나 충분히 좁혀질 수 있는 개념을 권위만 취하고자 멋대로 소비해버리는 행위는 소중한 비물질적 자원을 망치는 바입니다. 한국의 제로에너지건축물 개념 역시 멋대로 쓰이다 폐기될 운명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당장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의 기준을 높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현행의 기준과 혜택을 모두 그대로 두고 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되 중요한 개념의 의미가 흐트러지지 않게 운용할 수 있고,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겠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가령,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정의를 현 인증등급의 1등급으로 한정시키고, 준제로에너지건축물 개념을 도입하여 현 2등급 내지는 3등급까지의 기준을 적용시킬 수 있을 겁니다.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설비가 설치된 건축물을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개념으로 ‘건물 발전소’, ‘발전하는 건물’ 등의 개념을 도입한 뒤 에너지 자급률에 따른 혜택을 현재 기준대로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은 모든 신축 건물을 에너지 자급률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는 건물’로 짓는 것을 의무화하고, 2030년 이후에는 준제로에너지건축을 의무화한 뒤, 2050년부터는 드디어 제로에너지건축을 의무화하는 식으로 단계별 정책 목표를 정할 수 있습니다.

조삼모사처럼 들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중요한 개념의 의미를 잘 지키는 정책과 개념을 희생시켜 면피를 하고 시늉만 하는 정책의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적어도 현행 제로에너지건축물 정의와 인증제도는 기후위기 시대를 헤쳐나갈 힘이 되기보다는 기후악당 국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나쁜 정책의 생생한 증거라며 다른 나라의 비난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은 말과 달리 제로에너지건축물이 아니니까요.

주석

[1] “‘제로에너지건축 의무 조기화’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 <머니투데이>. 2021년 12월 23일자 기사.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122217485233336 (→ 본문으로)

[2]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법률 제18344호, 2021. 7. 27., 일부개정] https://www.law.go.kr/법령/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 (→ 본문으로)

[3]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및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기준>. [시행 2020. 8. 13.] [국토교통부고시 제2020-574호, 2020. 8. 13., 일부개정] [산업통상자원부고시 제2020-133호, 2020. 8. 13., 일부개정] https://www.law.go.kr/행정규칙/(국토교통부)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및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기준/ (→ 본문으로)

[4]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및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기준>. [별표 1의 2]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기준. (→ 본문으로)

[5] 발표논문 김지영 외(2021)에서는 2017년부터 2021년 4월까지의 인증 현황을 집계해 분석을 한 바 있다. 이를 참고하여 2021년 말일까지의 현황을 집계, 분석하였다. 김지영·권주현·오준걸(2021).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기준과 현황 분석”. <2021년도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논문집>, 제21권 제1호 (통권 41호), pp.50-51. (→ 본문으로)

[6]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시스템 웹사이트. https://zeb.energy.or.kr (2022년 1월 4일 접속) (→ 본문으로)

[7]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제로에너지건축물 예비인증을 받은 건물의 현황은 아래의 표와 같이 집계된다. (→ 본문으로)

[8]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제로에너지건축물 본인증 및 예비인증을 받은 건물의 현황은 아래와 같이 집계된다. (→ 본문으로)

[9] 예비인증을 받은 후 본인증까지 받았거나 어떤 이유인지 해를 달리해 예비인증을 두 번 받은 건물이 있는데 둘 중 하나의 기록을 삭제하지 않은 중복 등재 건물 50개를 파악해서 제외한 결과입니다. (→ 본문으로)

[10] “예비인증을 받은 건축주등은 본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예비인증을 받아 제도적ㆍ재정적 지원을 받은 건축주등은 예비인증 등급 이상의 본인증을 받아야 한다.”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및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에 관한 규칙>. [시행 2021. 8. 23.] [국토교통부령 제878호, 2021. 8. 23., 일부개정] [산업통상자원부령 제430호, 2021. 8. 23., 일부개정] https://www.law.go.kr/법령/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및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에관한규칙 (→ 본문으로)

[11]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시스템 웹사이트>인증제도>개요>인센티브 페이지. https://zeb.energy.or.kr/BC/BC03/BC03_05_003.do (2022년 1월 4일 접속) (→ 본문으로)

[12]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인센티브 안내서>. 한국에너지공단. 2020. https://zeb.energy.or.kr/BC/BC04/BC04_01_001_view.do?no=398# (2022년 1월 4일 접속) (→ 본문으로)

[13] https://energy.ec.europa.eu/topics/energy-efficiency/energy-efficient-buildings/nearly-zero-energy-buildings_en (2022년 1월 4일 접속)) (→ 본문으로)

[14]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 국토교통부 2021년 12월 23일 보도자료 별첨자료. http://www.molit.go.kr/USR/NEWS/m_71/dtl.jsp?lcmspage=1&id=95086352 (2022년 1월 4일 접속)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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