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논쟁과 기후과학 : 기후 회의론과 기후 부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에 대응할 것인가?


다음 글은 김백민 교수(부경대학교 환경해양대학)의 책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중 4장과 5장 일부의 내용을 저자의 동의를 구하여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소중한 글을 공유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김백민교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서문에 따르면 이 책이 던지고 답하는 세 가지 큰 질문은 첫 번째, 인류가 영향을 미치기 전 지구의 기후는 어떠했는가, 두 번째,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구 온도를 얼마나 상승시키고 있는지 정말로 잘 이해하고 있는가, 세 번째, 97% 이상의 과학자들이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지구가 뜨거워진 데 인류의 책임이 크다고 동의하는데도 왜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 3%의 논리는 정말 비과학적이고 귀 기울 필요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중요한 메시지가 있는 것인가입니다.

1, 2장에서는 지구의 기후과학을 매우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3, 4장에서는 우리 인류가 정말 지구온난화의 범인인지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5장은 몇 가지 기후변화 스캔들을 사례로, 기후회의론자들이 기후과학을 어떻게 공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6장은 미래의 기후 예측에 대해, 7장은 우리는 결국 답을 찾을 것이며, 화석연료 없이 인류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오늘 이곳에 소개하는 글은 5장과 4장 일부로,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문제 중 세 번째에 해당됩니다. 기후 회의론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기후위기를 주장하고 문제 해결을 외치는 과학자와 활동가들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이 매우 자세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루고 있는 사례는 너무나 유명한 마이클 만의 하키 스틱 곡선이 만들어진 과정,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과 영국 BBC의 기후부정 다큐멘터리, 그리고 기후회의론자가 된 뛰어난 기후과학자의 이야기입니다. 기후위기는 너무나 심각하고 위급한 일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과학적인 근거를 더욱 튼튼히 하고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편집자


중세 온난기 이야기와 ‘하키 스틱 곡선’ 조작설

우리나라가 88올림픽으로 들떠 있던 1988년, 유엔은 기후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nel on Climate Change)를 설립했습니다. IPCC가 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지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기후변화에 관련된 다양한 과학 연구를 평가하고 전 세계 정책 입안자에게 기후변화 과학의 의미, 미래 위험, 적응, 저감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1차 보고서에서 IPCC는 다음 [그림 1]의 그래프로 과거 1000년간 지구 온도 변화를 요약했습니 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그래프에서는 지금보다 더 따뜻한 시기가 과거 1000년 사이에 존재 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중세(900-1400년)에 중세 온난기로 불리는 매우 따뜻한 시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또 이 보고서에서는 이후 기온이 내려가 소빙하기라 불리는 시기가 1500년과 1700년 사이에 존재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반면 1900년 이후, 즉 산업혁명 이후의 온도 상승은 상당히 미미한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이게 사실일까요?

[그림 1] IPCC 1차 보고서에 수록된 지구 온도 변화 추이(800년~현재) (출처 : 김백민, 2021, p.207) *기후과학이 발달하면서 위 그래프는 유럽에 국한된 것임이 확인되었다. 당시 연구자들은 이 데이타가 전 지구에 대한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했었어야 했다.

이 그림은 정말 수상합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세로축에 온도값이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실 9-13세기 유럽이 따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기후가 지속되었다고 많은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위의) 그림을 그린 사람은 당시 기후학 연구로 명망이 높은 휴버트 램(Hubert Lamb)입니다. 그는 중세 온난기와 소빙하기의 존재를 연구해 왔습니다.

1982년 그는 ‘중세 온난기의 저평가에 관하여’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이 연구에서 잉글랜드 중부의 역사적 문서와 온도 기록을 일반화해 북대서양 지역의 중세 온난기를 제안했습니다. 일종의 개념도 같은 것이었지요. IPCC 1차 보고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이 보고서를 작성한 과학자들도 중세 온난화 그래프가 전 지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경 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그래프는 훗날 악의적인 회의론자들이 수많은 글과 웹 사이트에서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도 상승을 평가절하하는 데 인용되었습니다.

중세 온난기에 전 지구의 평균온도가 지금보다 더 높았는지 알아내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습 니다. 만약 중세 온난기가 지금보다 더웠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온다면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에 미친 영향이 자연스럽게 평가절하되기 때문입니다. 중세 온난기의 전 지구적인 기후 기록을 복원하는 데는 빙하 코어나 해저 퇴적물을 이용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기후를 좀 더 촘촘하게 복원해야 했고, 이를 위해 나무의 나이테로 지역 기후의 변화를 추적하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마이클 만(Michael Mann)은 1998년에 공동 저자인 레이먼드 브레들리와 말콤 휴 등과 함께 수명이 매우 긴 소나무의 나이테를 비롯해 홍해의 산호초, 빙핵 등 전 세계 곳곳의 천연 온도계를 분석해 거기서 발견한 기후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1999년에 이들은 나이테 자료에 산호, 빙하 코어 등의 자료를 추가해 지난 1000년 동안의 지구 온도를 복원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완성된 그래프는 1000년 전 높았던 기온이 조금씩 하강하다가 100년 전부터 치솟는 양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이 그래프에서는 중세 온난기가 지금보다 결코 따뜻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림 2] 마이클 만의 논문에 실린 과거 1000년간 그래프는 2001년 IPCC 3차 보고서에서 채택되었고, 이는 ‘하키 스틱 커브’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림 출처 : 김백민, 2021, p.204)

하키 스틱 커브가 유명해진 것은 IPCC 3차 보고서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당시 의장이던 존 휴턴 경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 그래프로 소개하면서부터입니다. 이때부터 IPCC와 마이클 만의 하키 스틱 커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IPCC 1차 보고서에서 제시한 관점은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존재하지만 그 영향력이 점진적이고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IPCC가 3차 보고서에서는 10년 만에 갑자기 자세를 바꾼 것입니다. 하키스틱 커브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나이테를 이용해 지구 온도를 추정하는 것은 정확도가 얼마나 높은 방법이었을까요? 사실 나무의 나이테를 이용해 지구 온도를 추정한다는 것은 매우 큰 불확실성을 내포한 방법입니다. 먼저, 나무마다 생육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1년 동안 생성되는 나이테의 간격은 나무마다 다릅니다. 더군다나 전 지구 평균온도를 추정할 때 전 세계에 흩어진 나무를 이용한다면 웬만큼 많은 나무를 수집하지 않고는 의미 있는 추정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던 마이클 만은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이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주성분 분석이라는 통계분석을 도입했습니다.

훗날 밝혀진 사실이지만 마이클 만은 단순 착오라고 하기에는 의도적으로 여겨질 만한 실수를 몇 가지 하게 됩니다. 자료에 포함된 노이즈를 걸러낼 때는 다양한 나무의 특징을 골고루 반영해야 하는데 그는 미국 시에라 네바다 지역의 특정 나무에 지나친 가중치를 주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회의주의자들이 공격할 여지를 스스로 제공한 것입니다.

[그림 3] 마이클 만의 하키 스틱 커브를 빗대어 ‘만(Mann)이 만든 온난화’라고 풍자하는 그림. (출처 : 김백민, 2021, p.205)

하키 스틱을 비판하는 인물 중 핵심은 은퇴한 광산 경영인 스티븐 매킨타이어와 캐나다 켈프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로스 맥컬트릭이었습니다. 이들은 2002년 만에게 하키 스틱 그래프를 그릴 때 사용한 원자료와 통계분석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마이클 만은 끝까지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마이클 만이 계산할 때 사용한 컴퓨터 코드를 겨우 입수했고, 그 코드를 분석하던 중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이 논쟁은 미국 정부의 정치 세력 간 논쟁에 이용되었고, 급기야 미국 의회의 요청으로 국가연구회 주관으로 양측 주장을 검증하고 진위 여부를 가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가장 뛰어 난 기후 통계학자 제럴드 노스는 2006년에 최종 결론을 낸 보고서를 출판합니다. 노스 보고서는 마이클 만의 손을 들어주죠. 분명 마이클 만의 계산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것이 본질적인 하키 스틱 커브의 모양을 손상시키지는 않는다는 조금은 뜨뜻미지근한 결론이었습니다.

노스 보고서가 출판된 이후에도 논쟁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특히 회의론자들은 마이클 만의 고의적 자료 가공에 대한 의혹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훗날 마이클 만은 이 문제로 법정 공방 까지 하게 됩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하키 스틱 커브가 진짜인지 스스로 확인해보고자 연구에 매진했으며, 20개가 넘는 과거 2000년간의 복원 기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7년 출판된 IPCC 4차 보고서에는 이들 중 14개의 1000년이 넘는 과거에 대한 기록이 수록되었고, 이 기록은 마이클 만의 복원이 대체로 옳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2009년 12월부터 북반구 전체를 강타한 강추위는 한달이 넘었는데도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회의론자들은 또다시 근거 없는 빙하기 진입론 등 음모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더구나 2009년 11월 세계를 놀라게 한 ‘기후 게이트’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음모론 공방을 불타오르게 했습니다.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의 필 존스 기후 연구 센터 소장이 IPCC 연구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토의와 논쟁을 억누르기 위해 자료를 숨기고 조작한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림 4] 폭로된 메일의 일부. 메일의 ‘Mike’s nature trick’, ‘hide the decline~’ 같은 일부 문구가 큰 문제가 되었다. (그림 출처 : 김백민, 2021, p.221)

문제가 된 메일 내용을 번역해보았습니다. 누가 읽어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이메일에는 마이클 만(마이크)이 나이테로 복원한 온도 기록을 조작했음을 암시하는 듯한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마이클 만이 나이테로 지구의 온도를 복원해보니 이상하게도 1960년 이후에는 실제와 다르게 지구 온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고민하던 마이클 만은 결국 이를 감추기 위해 1960년 이후 그래프에서는 나이테로 복원된 기록을 지우고 실제 관측소에서 온도계로 측정한 온도만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하면 1960년에서 나이테 그래프와 실측 온도 그래프에 불연속적인 부분이 눈에 띄게 되는데 ‘Mike’s nature trick’ 이라고 쓰여 있는 부분은 부드럽게 이어주기 위해 마이클 만이 자료를 살짝 고친 걸로 보입니다.

사실 과거 온도 기록이나 이산화탄소 기록을 보여줄 때, 과거 고기후 자료와 현대의 실측 자료 간 불일치는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며, 이 부분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것은 조작이라기 보다는 기교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 듯 여겨지긴 합니다. 다만, 문제가 있는 나이테 자료를 의도적으로 감추려 했다면 이를 조작으로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하키 스틱 그래프’는 IPCC 3차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해 2013년 보고서에까지 나오면서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배출한 온실기체가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임을 확증하는 증거로 널리 사용 되어왔습니다. 그래서 이 그래프가 조작되었다는 논란은 파장이 매우 컸습니다. 더군다나 2007년 발표한 4차 보고서는 조심스러운 기존 입장과는 달리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임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이런 공로로 IPCC의 라젠드라 파차우리 의장은 앨 고어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기후 게이트는 이 같은 IPCC 보고서의 위엄을 한번에 뒤집어 놓을 만큼 위력이 컸습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인 중 절반 이상이 인간이 지구온난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지난 2000년의 온도 변화에 관련해 전 지구에 흩어져 있는 과거 기후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구의 온도를 정확하게 복원하기 위해 만든 Pages 2k의 활약입니 다. 이 자발적인 연구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기후학자들은 8개 대륙과 전 세계 해양에 흩어진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공동 활용할 것을 서약한 동료들과 함께 과거 2000년간의 지구 기온을 최대한 정확하게 복원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신뢰할 만한 지구 온도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5] 고기후를 연구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함께 복원한 과거 2000년간 지구 온도 그래프 (PAGES 2k에서 제공. 2017년 출판 결과에 기반함.) (출처 : 김백민, 2021, p.210)

위의 그래프(그림 5)는 Pages 2k에서 제공한 과거 2000년 동안의 지구 온도 그래프입니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모든 논문 그림과 자료, 자료를 분석한 컴퓨터 코드를 웹상에서 공유해 연구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그래프도 여러분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컴퓨터에서 자료와 코드를 다운받아 그대로 그려볼 수 있습니다. 세상이 매우 투명해졌지요. 이 데이터는 중세 온난기가 전 지구적 현상이 아닌 유럽에서 일어난 지역적 현상임을 암시합니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후 전 세계를 돌며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했는데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앨 고어는 이 다큐멘터리로 곤궁에 처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학교 에 책으로 펴낸 <불편한 진실>을 교재로 배포하려다 일부 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었습니다.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불편한 진실>이 수많은 과학자가 검증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음은 인정하나 아홉 가지 사실에 대해서는 과학적 증거가 더 필요함을 적시했습니다. 사실 법원은 이를 ‘과학적 오류’라고까지 표현하지 않았으나 수많은 언론은 ‘<불편한 진실>에 포함된 아홉 가지 과학적 오류’라고 표현함으로써 대중을 크게 현혹했습니다. <불편한 진실> 중에서 문제가 된 아홉 가지 내용 중 제가 생각하기에도 문제가 있는 내용을 꼽으면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대서양으로 이동하는 걸프 해류가 온난화 때문에 멈출 수 있다.” : IPCC 보고서 어디에도 해류가 멈춘다는 표현은 없습니다. 해류의 속도가 느려질 수는 있지만 미래에 움직임이 중단될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2.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가까운 미래에’ 바다 수면이 20피트(약 6m) 이상 높아질 것이며 그린란드와 북극 서부는 잠길 것이다.” : IPCC는 가장 극단적인 온난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 해도 100년 후 해수면이 1m 정도 상승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해수면이 5~6m 이상 상승할 일은 없으며 이는 과학적 내용을 과장한 것입니다.
  3.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지구온난화 때문에 발생했다.” : 여러 기상재해 중 특히 허리케인이나 태풍 같은 경우 과학자들의 생각이 엇갈립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 하고 어떤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실제로 허리케인의 경우 지구온난화에 따라 더 강력해진다는 뚜렷한 시그널은 찾기 어렵습니다.

재판부는 <불편한 진실>을 학교에서 교재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다만 교재로 사용할 때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언급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불편한 진실>의 문제점은 전형적인 환경과학 서적에서도 나타나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강조 하려다 일부 주장에서 논리적 비약을 한다는 것입니다.

지구온난화 문제에서는 심증은 있지만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례가 그렇습니다. 지구온난화가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기상재해를 증가시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확실한 연구 결과에 근거하지 않고 모든 사례를 지구온난화와 연결짓는 자세는 대중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악의적인 회의론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이러한 허점을 찾기 위해 오늘도 사냥에 나서고 있을 것입니다.

다큐멘터리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The Great Warming Swindle)>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The Great Warming Swindle)>은 2007년 BBC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이듬해인 2008년 방송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기후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환경받았지만, 영화 비평가들은 이 영화가 데이터를 오용하고 조작했으며, 오래된 연구에 의존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사용했으며, IPCC의 입장을 잘못 표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 다큐멘터리는 영국 방송 심의 단체의 제재를 받았고, 몇 가지 내용을 수정하기에 이르렀습니 다. 그러나 수정한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왜곡된 정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러분도 꼭 한번 보기 바랍니다. 단,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다음에 말입니다.

이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날조되었거나, 당시에는 과학자들도 조금 헷갈리던 부분이 10여 년 사이에 과학의 발달로 정리되었습니다. 많은 사실을 왜곡해 일일이 지면에 소개하기 어렵지만, 심하게 왜곡된 몇 가지 내용 위주로 팩트 체크를 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이슈인 중세 온난기와 소빙하기의 존재입니다.

[그림 6] BBC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 다큐멘터리의 장면 재구성. 과거 1000년간 지구의 온도 변화 추이를 보여주고 있으나, 앞에서 제시한 PAGES 2k 최신 결과는 이 그림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했다. (출처 : 김백민, 2021, p.231)

위의 그림이 왜 잘못되었는지 반복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유럽의 과거 온도 변화와 전 지구 평균온도의 변화 추이는 매우 달랐다는 사실을 최근 연구 결과가 뒷받침합 니다. Pages 2k가 최근 발표한 전 지구 평균온도 그림은 확실히 하키 스틱이라 불러도 될만큼 매끈했다는 사실을 떠올려주세요.

두 번째는 1940~1970년 온도 하락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산화탄소 증가가 온도 상승의 원인이라면 왜 이 시기에는 온도가 하락했겠느냐는 논리입니다. 이 시기 온도 하락을 설명하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고, 이 책에서는 4장에서 지나친 경제활동이 불러일으킨 대기오염으로 인한 햇빛 차단과 바다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빙하기 이야기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온도 증가의 원인이 아니라는 논리를 제시하기 위해 빙하기 데이터를 가져옵니다. 그림처럼 빙하시대의 일부 구간을 확대한 그래프를 제시하면서, 온도가 변하면 이산화탄소 양이 변하는 것이 입증되었으니 현재의 이산화탄소 양 증가도 지구의 온도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궤변을 펼칩니다.

[그림 7] BBC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 다큐멘터리의 장면 재구성. 빙하 코어 자료로 분석된 지구 온도와 이산화탄소 변화 추이(과거 약 24만 년 전부터 23만 7500년 전까지). 빙하기에 지구 온도가 이산화탄소보다 먼저 증가했기에 산업혁명 이후에도 이산화탄소 증가가 지구 온도 증가의 원인이 아니라 반대로 지구 온도 증가가 이산화탄소 증가의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이산화 탄소가 증가한 주원인은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 때문임이 명백히 밝혀졌다. (출처 : 김백민, 2021, p.232)

이 논리는 아주 쉽게 깨집니다. 이제 과학이 발전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4장에서 대기 중에 증가하는 이산화탄소 대부분이 화석 연료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편집자 주 – 이 부분은 기후변화 논쟁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해당 책의 내용 발췌 부분을 바로 다음 절에 추가하였습니다.)

지구 온도 증가는 당연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킵니다. 바다가 뜨거워지면 바닷속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올라오니까요. 이 부분도 2장(김백민, 2021)에서 설명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앨 고어가 <불편한 진실>에서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고, 이 다큐멘터리는 그걸 철저히 이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앨 고어는 <불편한 진실>에서 과거 빙하시대 80만 년의 온도와 이산화탄소 커브를 보여주면서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온도가 증가하는 이 놀라운 관계를 보십시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잘못된 것입니다. 빙하시대에 이산화탄소 양은 지구 온도에 따라 수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의론자들은 굉장히 예민합니다. 여러분은 체리 따 먹기(cherry picking)라는 영어 표현을 아나요? 여러 사실 중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해 전체적 맥락을 전혀 다른 사실로 바꿔버리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악의적 의도를 지닌 회의론자들은 체리나무에서 많고 많은 체리 중 상한 체리 하나를 골라내고 이를 근거로 전체 체리나무가 상했다고 일반화하는 데 달인입니다. 앨 고어가 무지해서든 아니면 대중에게 이산화탄소의 놀라운 온도 조절 능력을 과장해서 강조하려 했든 이렇게 잘못 된 설명을 하면, 악의적인 회의론자들은 이 설명 하나로 전체 기후과학의 틀을 흔들려고 합니다. 인류세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이고 강력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삽시간에 퍼져나갑니다. 저는 이것이 많은 미국인이 아직도 기후변화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는 결정적인 단서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 때문임을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기가 막힌 단서는 바닷속 산호의 탄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다루기 어려운 무거운 13C보다 가벼운 12C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식물이 죽고 땅속에 묻히면 더 이상 광합성도, 호흡도 하지 않으면서 체내에 축적된 12C는 그대로 보존됩니다. 화석연료는 결국 고대식물이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열과 압력을 받아 생성된 탄소 덩어리이므로 이 화석연료를 지속적으로 태우면 태울수록 대기 중 무거운 탄소인 13C의 비율도 떨어집니다. [그림 8]의 그래프는 바로 이 점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림 8] 산호에서 나온 탄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 지구상에 존재하는 일반적인(표준적인) 물질은 13C가 1.1%, 12C가 98.9%로 구성되어 있다. 대기가 화석연료에서 기원한 탄소를 많이 포함하면 많이 포함할수록 그 공기는 13C의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12C의 비율이 높아진다. 이 그래프는 y축인 δ13C(‰)는 표준물질의 동위원소비(1.1/98.9)에 대한 산호의 탄소 동위원소비(13C/12C) 변화량을 천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변화량이 매우 작기 때문에 천분율을 사용한다. 해석은, δ13C(‰)가 0보다 작으면 표준물질보다 산호 화석의 탄소 동위원소비(13C/12C) 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무거운 탄소인 13C를 적게 포함한다 는 의미이다. 출처: Wei et al.(2009) 수정. (출처 : 김백민, 2021, p.138)

얕은 바다에 사는 산호의 뼈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1년에 약 1cm씩 성장하며 수많은 과거 기후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산호의 뼈는 탄산칼슘(CaCO3)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 포함된 탄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은 후 산호가 다시 흡수한 것으로, 이를 분석하면 과거 대기에 무거운 탄소와 가벼운 탄소가 어떤 비율로 존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무거운 탄소인 13C의 비율이 산업혁명 이후 서서히 줄어들다가 대가속이 시작된 1960년대 이후 급격히 줄어 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산활동이나 바다가 배출하는 탄소는 동위원소의 비율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는 인간 활동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의 원인임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단서입니다.

2007년 이탈리나 남부에서 개최된 한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BBC 다큐 멘터리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에는 지구온난화의 진실을 호도하는 가짜 정보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말이 안 되는 엉터리 정보는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가 화석연료 사용이 아닌 지구 온도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입니다.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콜라에서 탄산이 빠져나오듯 바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빠져나온 결 과라는 것입니다. 즉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단지 지구 온도가 높아짐에 다른 자연스러운 결과 라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은 아주 간단히 거짓임이 드러납니다. 오히려 바닷속에서 측정한 탄소량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라 지구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양 산성화라고 합니다.

녹아드는 탄산의 양이 늘어날수록 바다는 산성화되는 데, 두말할 것 없이 바닷물의 산성화는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아주 중요한 이슈로 부각했습니다. 따라서 이는 명백히 거짓말이며 대기 중 동위원소 비율의 급격한 감소는 화석연료 사용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의 원인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뛰어난 대기과학자가 기후위기 회의론자가 될 수 있는 이유 – 기후 민감도와 리처드 린젠

지구상에는 다양한 증폭작용과 그와는 반대로 온도를 하강시키는 프로세스가 복잡하게 혼재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온난화 증폭작용이 미래에 얼마나 강하게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밖의 일입니다. 실제로 저를 포함하여 많은 기후학자들이 아침에 커피 한잔하고 시작하는 과학 활동의 핵심은 결국 지구의 증폭작용이 얼마나 강한지 파악하는 일인 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도 이 자연의 증폭작용을 얼마나 정교하게 컴퓨터 코드로 구현 해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전 세계 과학자와 정치인이 모여 기후변화 협의체인 IPCC를 만들고, 과학적 역량을 집중해 풀어내려고 하는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지구의 성격 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기후학자들은 기후 민감도 문제라고 정의합니다. 표준 기후 민감도 문제는 ‘이산화탄소가 2배 증가하면 지구 온도는 몇 도 상승할까’라는 매우 간단한 문 제입니다. 그러나 이를 추정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IPCC에서는 수많은 과학자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수년에 한 번씩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2013년 발간된 5차 보고서에서는 산업혁명 이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인 280ppm보다 2배, 즉 560ppm이 되면 대기 온도가 3°C 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불확실성이 매우 큰 추정임을 인정하며, 추정 범위로 1.5〜4.5°C를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주목 해야 할 것은 범위입니다. 1.5°C일 수도 있고 4.5°C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추정의 범위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추정치 평균이 약 3°C인데 불확실성 범위가 3°C나 된다는 것은 사실상 우리가 기후 민감도에 대해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이 추정치는 수많은 기후 모델의 결과와 관측 자료 분석을 종합한 것입니다. 각각의 기후 모델에는 지구의 증폭작용이 코딩되어 있습니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말입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주로 관측에 근거한 민감도 추정치를 신뢰하여 이 기후 민감도가 낮다고 보고 있으며,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모델이 제시하는 민감도 추정치를 신뢰하여 지구의 기후 민감도가 높다고 생각 합니다.
*편집자 주 : IPCC 6차 보고서에는 기후민감도 범위를 5차의 1.5〜4.5°C에서 2.0〜4.0°C로 줄였습니다.

사실 지구 온도가 온실기체 증가로 얼마나 상승하는지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림 9]를 보십시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꾸준히 증가시킬 때 현존하는 여러 기후 모델이 어떻게 미래 온도 증가를 예상하는지 나타내는 그림입니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 이 모델들은 모두 동일한 인간 활동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인류의 영향은 모든 시뮬레이션에서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그림 9] IPCC 5차 보고서에 참여한 모델들의 온실기체 증가 시나리오(RCP4.5)에 따른 과거 재현 (회색선)과 미래 예측 결과(파란선). 미래 예측은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출처: IPCC 5차 보고서. (그림 출처 : 김백민, 2021, p.236)

어떻습니까? 동일한 시나리오에도 이렇게 다양한 결과가 나옵니다. 이러한 예측의 다양성은 무엇 때문에 생길까요? 우선 바다의 변덕스러운 변동이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4장(김백민, 2021)에서 설명한 수십 년 주기로 나타나는 바다의 변동은 인간이 예측하기 어려운 추세로 기온을 출렁거리게 합니다. 우리는 이 변동을 예측할 능력이 부족하고, 컴퓨터 모델 역시 제각각으로 기온 커브에 변화를 줍니다. 우리는 이를 자연 변동성이라고 하는데 이는 온실기체에 대한 미래 반응을 해석하기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자연 변동성의 역할은 그림 속 넓은 변동 폭의 일부분에만 해당됩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델의 불확실성입니다. 모델은 사람이 자연의 양상을 관찰하고, 이를 컴퓨터 언어로 코딩한 코드 덩어리일 뿐입니다. 모델에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호작용이 어떻게 작동할지 미리 코딩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우리는 지구상 기후 요소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고, 이는 모델을 이용한 미래 예측에 큰 불확실성을 더해줍니다. 바로 이 모델들 간 큰 불확실성이 자연의 성격에 대한 과학자들의 제각각 다른 생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회의론자를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뜨거워질지 잘 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고 지구가 그리 까칠하지 않아서 온도 증가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더러 있습니다. 점점 더 숫자가 줄어들어 소수이긴 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후 민감도를 대부분의 과학자보다 낮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철저히 자신의 과학과 신념에 기반한 회의주의자는 과학을 건전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들을 합리적 회의주의자라 고 명명하겠습니다. 당연히 과학계는 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합니다.

비율로 따지면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최근 이 추세는 더 일방적 으로 흘러가고 있어 지금 학계에서는 100명 중 3명 정도 꼴로 지구의 민감도가 낮다고 생각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학자가 존 크리스티, 로이 스펜서, 리처드 린젠입니다. 저는 이들이 합리적 회의주의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들의 강연이나 책을 살펴보면 다소 과격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나름의 과학적 논리로 철저히 무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리처드 린젠(Richard Lindzen)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리처드 린젠은 1983년 MIT 교수가 된 후 2013년 은퇴할 때까지 기상학계에 빛나는 업적을 남긴 뛰어난 과학자입니다. 그는 물리학과 응용수학을 전공한 자신의 장점을 살려 대기과학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거의 모든 현상의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고 가다듬는 데 학문적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리하여 퇴임할 때까지 200여 편이 넘는 논문을 작성했으며, 그의 많은 논문이 기상학 발전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이랬던 그가 왜 회의주의자로 전향했을까요?

그는 2001년 홍채 이론을 도입하면서 기후 민감도, 즉 이산화탄소가 산업혁명 이후 2배가 되더라도 온도 상승이 1°C 정도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린젠은 당시 IPCC 3차 보고서의 주 저자였는데 그가 바라보는 미래와 IPCC가 예상하는 미래가 매우 달랐습니다.

IPCC 3차 보고서의 경우 기후 민감도는 약 3°C, 즉 3°C 상승을 예상하고 불확실성 범위는 1.7~4.5°C로 제시했습니다. 린젠이 회의주의자로 돌아선 건 이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도 기후 민감도가 1°C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100%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과학자로서 자신의 이론에 대한 신념이었습니다. 사실 과학은 이런 신념을 가진 과학자들 덕에 발전해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신념은 도저히 IPCC와는 양립하기 어려운 듯했습니다.

그의 대표적 이론인 홍채 이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오면 눈의 동공이 작아져 빛 흡수를 줄여주는 것처럼, 자연도 지구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받아 온도가 상승하면 권운(상층운)의 양을 줄여 더 많은 에너지가 구름에 흡수되지 않고 바로 우주로 나가게 해준다고 주장합니다. 즉 권운이 조리개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림 10] 높은 구름과 낮은 구름의 상반된 역할을 설명하는 그림. (출처 : 김백민, 2021, p.239)

린젠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름에 하층운(낮은 구름)과 상층운(높은 구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하층운은 햇빛을 반사하는 데 특화된 능력이 있는 반면, 온실효과의 효율은 매우 떨어집니다. 얼핏 생각하면 구름이 낮게 쫙 깔려서 담요처럼 지구를 덮어주면 희끗희끗한 상층운보다 훨씬 큰 온실효과를 발휘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온도입니다. 하층운은 온도가 지면과 비슷하기 때문에 구름에 흡수되어 재방출될 때와 지면에서 바로 밖으로 빠져나갈 때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대신 햇빛을 잘 반사하기 때문에 지구가 흡수하는 에너지 양을 감소시킵니다. 따라서 하층운이 많을수록 햇빛 반사로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상층운은 어떨까요? 반대 특징을 지닙니다. 상층운은 좋은 담요와 같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온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에너지를 상층운이 일단 흡수하고 재방출할 때 자신의 온도로 플랑크 복사를 하는데, 이때 온도가 지면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더 적은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지구가 방출하는 에너지 중 많은 양을 대기 중에 가두는 역할을 하죠. 정리하면 하층운은 온도 상승 방해, 상층운은 온도 상승 증폭의 역할을 합니다.

다시 린젠의 홍채 이론으로 돌아가볼까요? 린젠의 생각을 간단히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지구는 온도가 상승하면 마치 조리개가 닫히듯 온실효과가 매우 큰 상층의 구름 양을 크게 줄여주는 방식으로 온도 상승을 억제할테니까요.”

린젠의 생각이 이해되나요? 2001년에 홍채 이론이 담긴 논문이 처음 출판된 지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린젠과 그의 동료들은 여전히 이 생각이 옳다고 믿고 있고, 학계에서는 여전히 그들의 생각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기후변화 예측에 있어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나 이해가 아직 많이 부족한 이슈가 바로 구름에 대한 것입니다.

미래 지구 온도의 상승폭은 구름이 좌지우지한다고 봐도 된다는 뜻입니다. 지구가 까칠한지 아니면 유순한지 결정하는 핵심이 온난화에 따라 상층운이 많이 생길지 하층운이 많이 생길지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린젠은 바로 이 부분에서 주류 과학자들과 생각이 달랐던 것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민감도를 무려 5°C 이상으로 추정하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주로 최신 기후 모델들을 사용한 연구 결과라서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높은 민감도의 원인은 역시 구름에 있었습니다. 이들 모델은 미래로 갈수록 햇빛을 반사하여 증폭작용을 줄여주는 하층운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의 미래는 지구가 구름을 어디에 만들어낼지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요? 비판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출판된 논문에서는 이들 고민감도 모델을 관측 자료로 검증해본 결과 실제보다 너무 빠르게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과학의 발전 속도로 볼 때 이 이슈는 향후 10년 이내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비합리적 회의론자들입니다. 다른 말로는 기후변화 거부론자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어떠한 합리적인 생각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새로운 증거가 아무리 넘쳐난다고 해도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생각만 강요할 뿐입니다. 합리적 회의론자는 건전한 과학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고, 비합리적 회의론자는 건전한 과학의 발전을 방해합니다. 회의론자를 구별해서 바라봐야 할 중요한 이유입니다.


요약 정리 : 박용국 (녹색아카데미)

위 글은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김백민, 2021) 중 4, 5장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저자의 동의를 구하고 이곳에 소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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