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로쓰⟫는 어떤 책인가?

⟪디그로쓰⟫ 요르고스 칼리스 등 지음, 우석영/장석준 옮김. 산현재. 2021. (그림 출처 : Aladin)

이 글은 요르고스 칼리스 등이 쓴 책 ⟪디그로쓰⟫(2020)에 대한 서평 기사를 번역하여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서평을 쓴 매튜 D. 로즈Spiegel, Handelsblatt, manager magazin 등에 글을 쓰고 있는 탐사 저널리스트이며, 이 기사는 Brave New Europe에 실렸습니다. 기사 원문 보기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The Case for Degrowth by Giorgos Kallis, Susan Paulson, Giacomo D’Alisa, Federico Demaria” Book Review by Mathew D. Rose. 2020. 12. 3. Brave New Europe.


‘결사대'(Forlorn Hope)는 17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영국군에서 사용하던 용어입니다. 사망 위험이 매우 높은 군사작전에서 극도로 위험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선발된 군사 조직을 의미하는데, ‘Degrowth’, 탈성장*을 제안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탈성장 결사대는 인간의 본성과 특히 수십년 동안 이루어져온 대량소비 세뇌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편집자 주. 책 ⟪디그로쓰⟫ p.9에 ‘Degrowth’의 번역어 탈성장, 성장 지양, 적정 성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탈성장에 담긴 메시지는 ‘더 적은 것이 더 많다'(less is more)입니다. 경제 성장을 멈추고 대신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후 위기를 막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탈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본 궤도에 오르는 데 혹은 첫 발을 떼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립니다. 어떤 때는 맹공격을 피하기 위해 숨은 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나온 책 몇 권에서 이 주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경제 인류학자 제이슨 힉켈(Jason Hickel)이 쓴 ⟪Less is More: How Degrowth Will Save The World⟫, 아니트라 넬슨(Anitra Nelson)과 빈센트 리기(Vincent Liegey)가 쓴 ⟪Exploring Degrowth: A Critical Guide⟫ 등이 그런 책입니다.

[그림 2] ⟪Less is More: How degrowth will save the world⟫ Jason Hickel. 2021. (그림 출처 : Aladin)

Polity Books에서 출판하는 “Case for” 시리즈에서 ⟪디그로쓰⟫(The Case for Degrowth)가 나왔다는 것은 탈성장 시대가 도래했다는 징표입니다. 이 책은 배경을 폭넓게 설명하는 기본 입문서 입니다. 요르고스 칼리스는 생태경제학, 정치생태학자이고 수전 폴슨은 인류학자, 자코모 달리사는 정치생태학자이며 페데리코 데마리아는 사회-환경학자입니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탈성장’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탈성장(성장 지양)의 목표는 인간과 지구 시스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 ⟪디그로쓰⟫ p.12

기후변화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탈성장의 문제가 주로 경제적으로 앞선 나라들에서 이야기 된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상위 10%의 부자 나라들에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는 공급 측면의 문제이기도 하며,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탈성장이 언급됩니다.

저자들이 설명 하듯이, 탈성장은 경제와 사회를 물질주의와 소비주의로부터 이탈시키고 복지 쪽으로 방향을 바꾸자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 기능장애, 즉 환경 파괴와 사회 불평등을 만들어낸 책임은 바로 우리들 다수가 참여하고 있는 현재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복지는 발전된 경제사회에서 그냥 주어지는 게 더 이상 아닙니다.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나 조부모 세대들이 가졌던 생활 수준, 재정, 건강 보험같은 것을 얻을 희망조차 없습니다. 우리의 환경과 사회를 점점 더 많이 파괴하는 행위를 멈춰야 하며,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 책은 불가피해진 시스템 변화를 탐구합니다. 이 변화는 선택에 의해서 혹은 재난으로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적인 해결책은 아마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지만,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 변화는 대규모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잘 사는” 나라들에서 그렇습니다.

2장 ‘경제성장의 희생물’에서는 무한한 경제성장 신화의 정체를 폭로합니다. 무한 경제성장 신화는 영원히 증가하는 물질적인 부를 그리는 ‘그린 뉴딜’이라는 버전에도 적용됩니다. 그린 뉴딜은 무한 경제성장에 녹색 옷을 입혔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지구에 충분한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원을 쓰는만큼 비례해서 오염과 파괴가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저자들은 물질적으로 성장한다고 복지도 그만큼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GDP가 1퍼센트 높아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1% 당 복지 수준은 0.6% 높아집니다. 반대로 복지 수준을 높이려고 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GDP가 그만큼 높아져야 합니다.

[그림 3] ⟪Exploring Degrowth⟫ 아니트라 넬슨 외. 2020. (그림 출처 : Aladin)

이어지는 3장 ‘탈성장이라는 미래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 4장 ‘새길을 여는 사회 개혁’에서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에서 적용되고 있는 실제 해결책들을 소개합니다. 이런 사례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앞선 나라들에 치우쳐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흔치 않다는 것이고, 대부분 소수의 사람들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해결책은 범국가적인 혹은 초국가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하고 싶어하고 희생도 감내하고자 하지만, 어떤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자원은 필시 다른 곳에서 싼 값에 팔릴 것이고, 결국에는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더 큰 해를 남기게 될 것입니다. EU 국가들에서 일어나는 낙농제품 과잉 생산으로 일어나는 일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거시경제적 측면이 후반부에서 다루어집니다. 불행하게도 저자들은 재정 정책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제는 전면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이러한 전환을 위해 필요한 재정을 채권이나 더 높은 세금으로 마련해야한다는 정도만 얘기합니다.

논의는 그린 뉴딜로 옮겨갑니다. 앞장 서서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린 뉴딜과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을 결합하고, 보편적 기본 소득은 반대하고, 일자리는 보장하고, 그래서 전환에 동의하는 노동자들을 동원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최초의 뉴딜 정책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더 새로운 개념들을 설명하는 것이 이 책 같은 기본 입문서에는 좀 과해보이기는 합니다.

5장 ‘대중 조직화를 위한 전략’에서는 좀 더 실천적인 내용을 다룹니다. 저자들은 탈성장 개념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진보라는 도그마는 사람들에게 쏟아부어져 왔기 때문에, 탈성장은 더 많은 물질적인 재화와 같은 말로 받아들여집니다.

심지어 더 나은 교육같은 중요한 비물질적인 것을 획득하는 것도 물질적인 부로 가는 수단으로 비춰집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경제학자 스티브 킨(Steve Keen)이 옳을 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너무 늦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

아마 ‘탈성장’은 운동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할 경로를 그리는 데에는 중요한 수단이 되리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우리가 더 빨리 탈성장 할수록 더 낫습니다. ‘탈성장’에 대한 입문서가 필요하거나, 실제 탈성장 사례나 내용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기사 원문 보기 : “The Case for Degrowth by Giorgos Kallis, Susan Paulson, Giacomo D’Alisa, Federico Demaria” Book Review by Mathew D. Rose. 2020. 12. 3. Brave New Europe.

번역, 정리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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