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원자문제: (6-55)식과 그림 6-2의 의미 [축약]
(* 이전에 썼던 글 "수소원자문제: (6-55)식과 그림 6-2의 의미"가 좀 장황한 것 같아서 중요한 부분만 골라 축약하여 올려 놓습니다.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209-216쪽에는 수소원자를 양자역학으로 풀어낸 결과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양자역학을 이용한 계산은 슈뢰딩거 방정식이라는 미분방정식을 풀어서 고유값으로서의 에너지를 구하고 그 에너지에 해당하는 고유함수로서 상태함수를 구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즉 $$\hat{H} \Psi = E \Psi$$에서 $\hat{H}$가 풀어야 할 문제로 주어지면, 그에 대한 풀이로 $E$와 $\Psi$를 구하는 것입니다.
수소원자 문제라는 것은 위치좌표가 3차원이면서 위치에너지가 거리에 반비례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수소원자라는 것이 양성자 하나로 이루어진
원자핵 주변에 전자가 있는 상황이므로 물체가 두 개 있는 것에 해당하지만, 적절한 수학적 조작으로 고정된 원자핵 주변에 전자가 하나 있는 문제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그 풀이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또 어렵지만도 않습니다. 조화진동문제의 경우처럼 이미 19세기의 수학자들이 관련된 미분방정식을 정리하고 모두 연구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현대물리학은 수학의 기존 성과에 크게 의존하며, 수학은 미래에 언제 어떻게 사용될지 몰라도 논리적이고 정합적인 것을 최대한 확보해 둡니다. 창고에 쌓여 있는 수학적 자원 내지 자산을 어떻게 가져와서 활용하는가 하는 능력이 현대물리학에서 핵심적인 역량이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상태함수가 $$\Psi_{n\ell m}(r, \theta, \varphi)=R_{n\ell}(r) Y_{\ell
m}(\theta, \varphi)$$와 같은 모양이 됨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212쪽의 (6-53)식입니다.
여하간 그 결과가 213쪽의 (6-55)식과 그림 (6-2)입니다. 이제 이 상태함수의 의미를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141쪽 중간 쯤에 나오는 다음 문장입니다.
"(4-3)식으로 도입된 상태에서 계수 $c_j$의 제곱 즉 $|c_j|^2$이 위치 $\xi_j$에 놓인 변별체 위에 사건을 유발하는 확률에 해당한다." |
꼼꼼하게 따져보면 조금 더 복잡하긴 하지만, 여하간 (6-55)식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c_j$입니다. 추상적으로 표현할 때에는 그냥 $c$라고 나타냈지만, 사실은 이와 같은 함수가 됩니다. 또 그냥 포괄하여 말할 때에는 $j$라는 무릎번호(아래첨자) 하나만 썼지만, 수소원자문제의 경우 문제를 풀면 $n$ 말고도 $\ell$이라는 무릎번호(아래첨자)가 있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조금 더 분명한 표현은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160쪽에 나오는 다음 표현입니다.
상태함수는 1차원 위치와 시각의 함수 $\Psi (x, t)$로 쓸 수 있다 이 때 $$|\Psi (x ,t)|^2 = \Psi^* (x, t) \Psi (x, t)$$는 대상이 $x$와 $t$를 중심에 둔 단위 공간, 단위 시간 안에서 대상이 표출될 확률을 나타낸다. |
익숙하지 않은 함수를 다루기는 불편하니까, 이를 곧이곧대로 그림으로 나타내면 그림 (6-2)가 됩니다.
이것을 울프람에서 보는 것이 편리합니다.
https://demonstrations.wolfram.com/HydrogenAtomRadialFunctions/
중간 쯤에 보면 $n$과 $\ell$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n=1$, $\ell=0$을 선택하면 215쪽 그림 (6-2)의 첫 번째 그림과 같은 모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오른쪽 그래프는 상태함수를 나타낸 것인데, 그 제곱을 계산한 왼쪽 그래프는 바로 변별체에 흔적을 남길 확률, 다시 말해 사건을 일으킬 확률을 보여줍니다.

(출처: https://demonstrations.wolfram.com/HydrogenAtomRadialFunctions/ )
그림 (6-2)의 그래프 여섯 개를 한꺼번에 그리면 어떻게 될까요? 전형적인 예가 아래의 그림입니다.

(그림 출처: chem.libretexts.org)
수소 원자의 오비탈을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사이트가 매우 유용합니다. 링크 들어가서 $n$와 $\ell$을 선택해 보면 전자의 사건야기성향 또는 존재표출성향이 시간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도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줍니다.
일반에 널리 알려진 원자의 모형은 보어의 원자모형입니다. 전형적인 그림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 출처: willowwoodlessons.weebly.com]
보어의 원자모형에서는 궤적이 원모양입니다. 이를 확장한 보어-조머펠트 모형에서는 궤적이 타원이 될 수 있습니다. 여하간 궤적은 $n=1, n=2, n=3, \cdots$와 같이 일정한 자연수로 규정된 것만 허용됩니다.
양자역학에서는 궤적이 없습니다. 대신 변별체를 두었을 때 흔적을 남길(즉 사건을 일으킬) 확률을 가지고 따지면, 보어의 원자모형과 유사하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전자의 존재가 표출될 성향이 함수로 표현됩니다. 이것을 양자화학에서는 '전자구름(electron cloud)'이라고 부릅니다. 궤적(orbit)은 아니지만 궤적 비스무레한 것(오비탈 orbital)이라는 이름도 붙여주었습니다.
보어-조머펠트의 원자모형에서는 각운동량 보존 때문에 전자의 궤적이 일정한 평면에 갇혀 있는 반면, 양자역학에서 계산한 원자모형에서는 구면 어디에나 흔적을 남길 수 있고 또 더 흔적을 남길 가능성(확률)이 높은 곳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수소원자 문제를 확장하여 모든 원소에 이 모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214-216쪽에 서술되어 있는 것처럼, 여러 가지 새로운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하간 주기율표에 등장하는 100여개의 원소의 성질을 연구하기에 이 모형이 매우 유용합니다.
다만 과학/공학적 응용을 위해 양자역학의 모형과 기법을 사용하는 것과 양자역학이 말해 주는 새로운 존재론을 탐구하는 것은 크게 다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사로잡고 있는 보어 원자모형, 즉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에 마치 태양계처럼 전자들이 궤도를 그리는 모형은 좀 강하게 말하자면 잘못된 모형이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부적절한 모형입니다.
초심자를 위해 대략의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저는 그런 단순화된 그림이 양자역학이 말해주는 새로운 존재론을 이해하는 데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양자역학의 수학적 형식체계를 이용하여 수소원자의 고유값 문제를 풀어서 상태함수 $\Psi_{n \ell m}(r, \theta, \varphi)$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이 함수의 제곱이 확률을 나타낸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야 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확률이 존재표출성향인지 아니면 사건야기성향인지 아니면 그냥 인식적 확률인지 등의 문제는 여전히 더 심화하여 논의할 탐구주제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궤도(orbit)가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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