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그린뉴딜 그리고 현대화폐이론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써 그린뉴딜이, 그린뉴딜에 대한 재원 마련의 수단으로 현대화폐이론이 거론되는 일이 많아 이 세 가지를 함께 정리했다. 참고한 자료는 글 말미에 표시했다.
(사진 : 2019년 2월 민주당 의원들이 주 의회 의사당 앞에서 그린뉴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wikipedia)


2019년 7월 10일
요약 정리 : 황승미(녹색아카데미)

현대화폐이론

“뉴딜”은 1932년 루스벨트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면서 등장했다. 그는 미국 사람들을 위한 뉴딜(“a new deal for the American people”)을 약속했고,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지 않고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정책을 펼쳤다.

정부가 경제에 개입을 하려면 정부의 돈, 즉 세금이 든다. 주류 경제이론에 따르면 ‘정부지출은 세금수입을 넘어설 수 없다.’ 현대화폐이론은 바로 이 주류 경제이론의 가장 근본적인 뿌리에 반대한다. 현대의 화폐는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 수단이 아니라 세금을 걷기 위해 정부가 사용하는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다.

진보 정치인들은 주로 정부 지출을 늘여 큰 정부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최근 들어 그 수단으로 현대화폐이론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대선 후보로 나왔던 버니 샌더스, 현재 뉴욕시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그리고 영국의 노동당 대표인 제러미 코빈 등이 들고 나오면서 현대화폐이론은 더 유명해졌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교육과 의료 등 복지정책을 펼치려면 많은 돈이 드는데 그 재정을 정부가 화폐를 발행해서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법정 통화를 ‘무한정’ 발행할 수 있기때문에 파산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지출을 축소하면 민간 부문에서 적자가 더 늘어날 뿐이다, 정부는 필요하면 돈을 찍어내고 시중에 돈이 너무 많으면 세금을 통해 거둬들여서 제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논리가 너무 단순한 건 아닌가?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하나? 일본과 미국 정부는 실제로 경기 침체를 양적완화*로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은 없었다. 미국은 2008년 직후, 지난 100년 동안 연방준비은행이 공급했던 달러보다 두 배 더 많은 금액을 2년 사이에 풀었지만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인 화폐이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양적완화 :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이용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여 시중의 돈 흐름을 늘리는 정책. https://ko.wikipedia.org)

정부는 재정적자와 세금 낭비 걱정을 할 것이 아니라 정부 지출을 늘려 완전고용을 이루어야 하며 그것이 곧 경기를 살리는 길이라고 현대화폐이론은 주장한다. 이 이론은 물가불안을 피하면서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영역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직접 예시한다. 민간부문이 잘 하는 영역은 가능한 피하고, 시장이 해내기 어려운 완전고용 문제는 정부가 지출을 늘려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최종 고용자’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늘려야한다는 주장은 케인지언 경제학자들도 해왔다. 그러나 현대화폐이론 진영은 ‘세입과 세출이 균형을 이뤄야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케인지언 경제학자들과 차이가 있다. ‘화폐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뿌리가 다르다.(2), (3), (4)

기후변화와 그린뉴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 증가하고(2019년 5월 12일 기준 415.26ppm) 대형 기후재난이 매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정부들은 문제 해결의 방향을 규제와 금지로 삼는 경우가 많다.

뉴욕시는 기후동원법(기후변화 대응 자원 동원법)을 중대형빌딩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뉴욕시의 중대형 빌딩은 시의 온실가스 배출량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유리 건물을 지을 수 없고 앞으로 배출량도 크게 줄여야 한다(면적 2,300평방미터 이상 건물은 2040년까지 40%, 2050년까지 80%를 줄여야한다.)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벌금을 내야하고 그 금액은 연간 수백만 달러이다.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2019년 4월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강력한 시민 저항이 있었고, ‘멸종 저항’ 행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자연사박물관을 점거했으며, 의회는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2주 이상 시위가 이어졌고, 의회는 비상사태 발의안을 선포했다. 그 결과로 영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고, 장관들은 6개월 내에 더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런던시는 대기오염 초저배출구역 제도를 도입했다. 배출가스 초과차량이 런던 중심부 혼잡구역에 진입하려면 공해세(1일 2만원)를 내야하고, 위반하면 과태료가 150만원이다. 이 혼잡구역의 면적은 서울 사대문 안보다 넓고, 2021년까지 런던 전지역으로 초저배출구역이 확대될 예정이다.

내연기관 차량을 운행금지 시키는 시점도 각 나라에서 발표되고 있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 인도와 독일은 2030년,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 판매, 등록 금지를 결정했거나 곧 법제화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미국 민주당의 진보정치 진영에서 내세우는 그린뉴딜 정책은 접근의 방향이 다른 신선한 접근이다. 여기에는 오바마 정부의 성공이라는 역사가 있다. 오바마대통령은 당선 직후 ‘미국 경기회복 및 재투자 법’에 서명하고 경기부양책으로 약 8천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중 녹색산업 투자액은 12%, 즉 941억 달러였다. 이 자금은 에너지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분야, 수처리와 쓰레기 처리 분야에 투자되었다.

미국 민주당은 2019년 2월 그린뉴딜결의안(하원결의안 109)을 제출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순 제로(net zero)’를 목표로 하며,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일자리 창출, 경제적 안정, 차별 금지와 형평성’ 추구를 내용으로 한다.

미국의 민주당은 대선에서 트럼프와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확실한 정책을 기후변화, 에너지, 복지, 일자리 분야에서 찾고 있다. 트럼프는 파리협정을 탈퇴하고,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하고, 석탄발전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완화했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과 역행하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강도 높은 기후 재난을 겪고 있는 미국인 상당수는 실제로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있으며,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90%이상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서로 협조하고 협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민주당이 그리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에는 최소 4.6조 달러가 필요하다. 이 재원은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의 100%를 생산하고,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전기차와 고속철도를 도입하고,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효율화하고, 농업부문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하다. 이 재원을 세금을 걷어서(최상위 소득계층에 최고세율 70%의 소득세 부과) 그리고 현대화폐이론을 통해서 마련하자고 민주당의 진보진영에서 주장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차기 대선으로 선출될 대통령의 임기에 맞춰 해당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그린뉴딜위원회를 구성하여 법률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대선이 진행되는 동안 이와 관련된 의제가 계속 등장할 것이고 지속적으로 토론될 것이다.(1), (2)

2019년 2월 민주당 의원들이 주 의회 의사당 앞에서 그린뉴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wikipedia)

우리나라의 그린뉴딜

2009년 이명박전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뉴딜사업 추진방안’을 내놓았는데 그 핵심 내용은 4대강 살리기, 녹색교통망 확충, 우수유출시설과 중소댐 그리고 에코리버 조성이었다. 녹색뉴딜사업 예산 총 50조 원 중에서 4대강 정비를 위한 토목공사에 투입된 금액이 32조였다.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0% 줄일 것을 약속했으나 이후 이루어진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는 석탄발전이 대규모로 추가되었다. 반면 오바마 정부는 재임기간 동안 석탄발전 비율을 30%(2016년)로 감소시켰고(2008년 48%), 화석연료 연소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11% 감소시킴으로써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만들어갔다.

매년 열리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가 이번 12월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고 모든 나라에 의무사항을 부과하는 파리협정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행될 예정이다. 현재 한국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2.4배 증가한 상태다. 2018년 당시 파리협정에서 한국은, 2015년 6억 9천만 톤 수준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 1,600만 톤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17년 추정치로 보면 오히려 늘어 7억 3천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10년 전 당시에는 그린뉴딜 정책이 녹색산업이나 일자리, 경제 성장과 맞물려 제안된 면이 있었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훨씬 심각해진 지금은 온실가스 감축이 그린뉴딜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또한 에너지가 매우 농축되어 있는 화석연료, 원자력발전이 아니라 분산되어 있고 에너지 밀도가 낮은 재생가능에너지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력, 즉 새로운 일자리와 치밀한 정책이 그러한 새로운 사회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