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식물과 사람 모두에게 좋은 풍경

나무와 풀과 과실과 가축, 이 모두를 한 곳에서 키우고 기르는 방식을 실보페스춰라고 한다. silvo는 라틴어로 나무, pasture는 목초지를 말한다. 애그로-포리스트리(agro-forestry)라고도 하며 우리말로는 ‘혼농임업’으로 쓰고 있다. 환경문제와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이 방식을 시도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남부 포르투갈에서 실보페스춰는 역사가 깊고 특별히 ‘몬타두(Montado)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에서 유명한 코르크 나무 등을 밀도 낮게 심고 작물과 가축을 함께 기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몬타두는 포르투갈어로 떡갈나무 숲이라는 뜻이다.

포르투갈 협동조합 농장의 나무 그늘 아래 목초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물들 (Ricardo Lopes / The Guardian)

이 지역의 한 마을(Foros de Vale Firueira의 북쪽)에서 몬타두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 알프레도 쿤할(Alfredo Cunhal)을 소개한다. 그의 집안은 조상 대대로 이 지역에서 대규모 토지에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그는 집안의 땅 7천 헥타르(70 평방킬로미터, 약 2만평)를 관행농으로 지으며 관리해오다가 1990년 독립했다. 자신의 몫으로 600헥타르(6 평방킬로미터, 약 1,800평)을 받아 35명의 동료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산물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협동조합 마켓 Cooperative de Usuários do Freixo de Meio)

쿤할의 조상들은 넓은 땅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경작했고 가족들은 과로했고 땅은 오염되었다. 연중 아홉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기온이 섭씨 49도까지 올라가는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그는 ‘오아시스 스타일’을 만들고자 했다. 그의 시스템은 이런 것이다.

알프레도 쿤할. 자신의 농장에 몬타두 시스템을 도입했다.

“상상해보라. 40미터나 되는 호두나무가 있고, 그 아래로 나뭇잎이 쌓이고, 나무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물이 땅 속에 스며드는 그런 시스템. 코르크 참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오렌지와 레몬 그리고 올리브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그 나무들을 타고 오르는 포도나무들이 자란다. 과일과 열매는 돼지와 닭과 소같은 풀 뜯는 가축들 먹이로 쓰인다.

가축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체 생태계에서 정말 중요하다. 가축들과 나무들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돼지는 먹이를 소화해서 배설물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토양에 도움이 된다. 돼지들은 땅을 파고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 자연적인 영양 순환이 작동하는 것이다. 돼지들은 고기를 만들어내는 기계가 아니다, 자연의 친구다.

우리는 몇 년만에 무에서 풍요를 만들어낼 것이다. 닭을 기르고, 그 다음에는 돼지와 양, 그 다음에는 소를 기른다. 지금은 투자를 하는 중이지만 다음 세대에는 충분한 보상이 생길 것이다. 나는 학교에서 5년 동안 농업을 공부했지만 생태학이라는 단어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땅을 계속 소모하기만 하는 단작 농업만 배웠다. 가족들과 관행농으로 지은 농사는 많은 수확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만큼 투입한 것도 많았다. 탄소, 에너지, 화학물질이 들어갔고 효율적으로 농사를 짓지 못했다. 토양은 침식돼갔고 황폐해져갔다.”(쿤할)

그의 몬타두 시스템은 이제야 결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야생 수퇘지, 스라소니, 사슴들이 농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돼지, 소, 닭, 칠면조들이, 성장한 참나무와 올리브 나무와 새로 조성한 과수원 사이를 돌아다닌다. 지중해에서 나는 나무들과 과일과 열매 40여 종 중에서 거의 모든 종류가 이 농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몬타두 시스템에서는 다양한 동물과 식물이 공생한다.

그의 농장에서는 물도 길러낸다. 나무를 심으면 깊이 뿌리를 내려서 수분을 길어올리고 토양에 물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작물만 키우는 관행농부들은 대부분 이 복잡한 시스템을 거부한다. 다양성이 있어야 복원력과 안정성이 보장된다. 단작은 ‘생명의 종말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 농장에서 생산되는 수십 가지 과실과 채소, 축산을 기반으로 만들어내는 상품은 600가지가 넘는다.

“일반 농장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예전에는 코르크 참나무 농장으로 불렸다. 현재 참나무는 총매출의 5%밖에 되지 않는다. 4년 전에는 100%를 일반 마켓과 도매상에 유통을 맡겼지만, 이제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비율이 50% 넘는다. 육류, 빵, 올리브오일, 훈제 제품들 등.” (쿤할)

몬타두 시스템은 새로운 사회적 접근이기도 하다. 이렇게 크고 복잡한 농장시스템은 한 사람이 운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동체 전체가 함께 운영하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도 농장시스템의 일원이 되는 것이 그가 지향하는 바다. 그는 자신의 땅을 협동조합으로 넘길 계획을 하고 있다.

농장 사람들은 어떻게 경영할지 함께 논의한다.

“몬타두 시스템은 위험과 이득이 모두에게 분산되기 때문에 잘 작동하는 것이다. 모두가 충격에 함께 대비하고 같이 회복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다양성을 생산하는 것, 이것은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쿤할)

“나무와 작물과 동물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멋지다. 결과물을 이익으로만 계산해서는 안된다. 사회적, 생태적 이득이 얼마나 생겨났는지 봐야한다.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가정으로는 생산이 관행농에 비해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토지를 소모하지 않는 것까지 계산한다면 세 배까지도 볼 수 있다.” 이 농장으로 오기 전에 생물학에서 임학으로 전환한 리카르도 실바 Ricardo Silva의 말이다. 

월드 애크로포리스트리 센터의 과학정책자문인 패트릭 웜스 Patrick Worms는 과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쿤할이 자신의 농장 시스템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동물과 식물이 상호작용하도록 하기 위해 과학을 사용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브라질, 유럽, 스리랑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이러한 복합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생산성도 더 높고 기후 위기 대응 방안으로도 좋다는 것을 과학자도 정책결정자도 모두 알고 있지만 변화 속도는 느리고 규모도 적다.

나무와 관목과 풀과 동물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

“관행농을 하는 이웃들에 비해 우리 몬타두 시스템이 기후 위기에 더 저항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지역의 평균기온이 3도 더 높아진다면 다 소용없다. 극고온은 동물들에게 치명적이다. 토지는 사막이 될 것이다. 정말 걱정이다. 기후 위기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 여름 기후가 더 불규칙해지고 있고 기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쿤할)

쿤할은 최근 EU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 참여했다. 기후 위기에 대해 EU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2018년에 이 지역의 기온은 49도까지 올라갔다. 43도는 일상적이다. 2017~2018년에는 가뭄이 8개월간 이어졌다. 한번은 겨울에 2시간 동안 비가 100mm 내렸다.

쿤할은 계속 나무를 심고 동물들이 풀을 뜯게 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늘이 없는 땅은 필요없다. 농장은 공공재로 다루어져야 한다.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좋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싶다.”(쿤할)

*이 글은 2019년 7월 13일 가디언에 실린 다음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원문보기 : “Putting pigs in the shade: the radical farming system banking on trees”

2019년 7월 15일
황승미(녹색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