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카툰 – 인류세, 감춰진 동물들과 사람들


동물들을 담은 사진에세이 <Hidden: Animals in the Anthropocene> (인류세 시대, 감춰진 동물들)가 지난 해 연말에 나왔습니다. 자연이 아니라 음식과 의류, 연구와 놀이 등에 쓰이는 동물들을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으로 기르고 포획하고, 도살하고 처리가공하는 과정들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사진집입니다(링크된 기사에 보기 힘들 수 있는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전세계를 대상으로 40명의 사진작가들이 신체적인 위험과 정신적인 고통을 안고 농장과 공장 등 동물들이 유린되는 현장을 담은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반려동물이나 자연 다큐멘터리 외에는 동물들을 볼 기회가 별로 없지요. 기업들은 숨기고 부인하기 위해서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동물들을 도시와 대중들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고, 우리는 우리가 ‘이용’하는 동물들이 상품으로 되기 이전의 상태에 대해서 굳이 알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Hidden의 사진작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어둡고 가장 심적으로 견디기 힘든 장소로 들어갔다. 이들이 포착해 기록한 이미지들은 동물들에게 우리가 가하고 있는 용서받지 못할 행위들이 어떤 것인지 뼈아프게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앞으로의 변화를 인도하는 표지가 될 것이다.”

– Hidden 서문 중에서. 호아킨 피닉스. 영화배우, 비건 동물권 옹호자.

숨겨지는 것은 동물만이 아닙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라질 소 농장에서는 십여 년 전부터 노예노동이 문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수도도 화장실도 벽도 없는 헛간같은 집에서 하루에 8파운드(한화 약 12,000원)를 받으며 노예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지금도 있습니다. 노예상태에서 구조되는 노동자들이 매년 줄고 있다고 하지만, 그 감소 이유가 조사 자체가 축소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마저 있습니다.

최근 브라질의 조사기관에서 나온 보고서를 통해 세계 최대 고기 유통업체 중 하나인 JBS와 브라질 기업들, 도축장들이 노예 노동을 통해 고기를 생산하고 유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JBS는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 착취와 노예 노동, 숲 파괴와 연관된 농장과 연결된 건 아닌지 의심과 비난을 받아 왔으며,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JBS는 불법적인 숲 파괴를 통해 생산된 고기는 취급하지 않겠다고 10년 전에 약속을 했지만, 자사가 판매하는 고기들이 어디서 오는지 알지 못하는 게 아닌가 계속 의심 받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소의 생산지 바꿔치기(cattle laundering)도 횡행하고 있어 기업도 정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이지리아는 몇 년 째 소 이목민들간의, 또 이들과 농민들간의 갈등과 분쟁이 심각합니다. 카메룬과 니제르, 부르키나 파소와 차드 등에서 소를 키우는 이목민들은 더 좋은 기후와 목초를 찾아 이동하는데 나이지리아가 바로 그 길목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분쟁에는 보코 하람과 같은 테러리스트 집단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기르는 소 개체수 증가도 원인입니다. 1981년에 920만 마리였던 것이 최근에는 2천 만 마리가 되었습니다. 소가 늘어나 방목지가 부족한 데, 나이지리아의 인구마저 늘어 도시 면적이 증가하면서 방목지로 사용할 수 있는 땅까지 부족해졌습니다. 나이지리아의 인구는 약 2억 명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후위기입니다.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 대부분은 사막화와 가뭄이 심각합니다. 남쪽 해안 지역은 연간 강수량이 3,500mm인데 북부 지역은 600mm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북부 지역에서 소를 기르던 소규모 이목민들은 건기만 되면 물과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게 되고 다른 나라 이목민들까지 겹치면서 분쟁과 갈등은 점점 더 심해져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분쟁과 갈등을 부추긴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역사상 최초의 기후갈등’이 수단 다르푸르에서 발생했다고 확언한다. … 다르푸르는 북부의 삭막한 사막으로부터 남부의 아열대 환경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 2003년 전쟁이 벌어져 3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기 오래전부터 이미 수단 북부 사헬 지역에서는 사하라사막이 1년에 1마일씩 남하하고 있었고 연강수량이 15~30퍼센트나 줄어든 상태였다.”

조효제. 2020. <탄소 사회의 종말>. p.264.

지난 기사에서 소개한 <탄소 사회의 종말>에서 가져온 구절입니다. 폭우, 폭설, 폭염, 태풍과 산불같은 대형 이상기후들은 기후위기와 연결되어 크게 관심을 받습니다. 이와 달리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고기 생산을 위한 숲 파괴, 노예 노동은 눈길조차 끌기 어려운 것 같아 이번 주의 기후위기 기사로 소개해보았습니다.

글, 그림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참고자료
(링크된 기사에 보기 힘들 수 있는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 제목을 “우리시대, 감춰진 동물들과 사람들”에서 “인류세, 감춰진 동물들과 사람들”로 바꾸었습니다. 2021. 1. 23.
* 댓글이나 의견은 녹색아카데미 페이스북 그룹트위터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과 공부모임 게시판에서 댓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 녹색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