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멸종은 여섯 번째 지구 시스템 대붕괴의 결과일 뿐이다

이 글은 가디언지의 환경 칼럼니스트 조지 몽비오의 칼럼으로, 어제(2023. 12. 13) 폐막한 COP28(제18회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 열리기 전에 쓴 글을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긴급한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엄청난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인 것 같지만, 대멸종이 아니라 ‘지구 시스템 대붕괴’라고 해야하며 대멸종은 그 결과 혹은 징후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지구시스템이 새로운 평형상태로 옮겨가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장회익선생님의 온생명론으로 표현해보자면, 새로운 ‘바탕질서’가 만들어지고 있고 그 결과 기존의 바탕질서에 적합하게 진화해온 생물종들이 급격하게 변하는 새로운 조건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규모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 ‘대멸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P28은 결국 ‘화석연료의 퇴출’이 아닌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 탄소 포집과 저장, 원자력, 무탄소/저탄소 기술이용 등 매우 걱정되는 내용들이 합의 되면서 끝났습니다. 선주민들, 기후정의 단체들은 이번 회의 결과를 두고 ‘business as usual’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문 보기 : “The ‘flickering’ of Earth systems is warning us: act now, or see our already degraded paradise lost.” George Monbiot. 2023. 10. 31. The Guardian.
(이 글은 가독성을 위해 의역을 많이 하였으니, 정확한 내용은 링크로 가셔서 원문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번역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지구 시스템, 즉 우리의 행성 시스템이 새로운 평형상태로 기울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상태는 지구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생명체들에게 대단히 불리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환경 위기가 급작스럽게 가속되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우리가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이 말도 완곡한 표현입니다. 우리가 대멸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현생대 이전에 다섯 번의 대재앙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가장 눈에 띄는 표식이(딱딱한 부위를 가진 생물들이 진화했으므로) 바위에서 나온 화석들에서 볼 수 있는 생물들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생물들이 사라진 것은 훨씬 더 큰 어떤 재앙의 결과일 뿐입니다. 대멸종은 지구 시스템 붕괴(Earth systems collapse)의 결과입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2억 5,200백만 년 전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때는 지구 생물종의 90%가 사라졌습니다. 이때 지구 기온은 치솟았고, 지구 전체의 물 순환은 거의 멈췄고, 토양은 땅에서 쓸려나갔고, 사막은 더 넓게 퍼져나갔으며, 바다는 급격하게 탈산소화되고 산성화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지구 시스템은 당시 생물종 대부분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새로운 상태로 바뀌었습니다.

우리와 우리 정부들이 급격하고 극적인 행동을 당장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은 여섯 번째 지구시스템 대붕괴가 될 것입니다.

여러 지구 시스템들이 불안정하며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시스템 이론가들은 지구 시스템이 꺼져자고(flickering) 있다고 말합니다. 올해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늦여름 북극의 해빙이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이르면 2030년대에 북극의 얼음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 때문에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반구에 극한 기상 사건들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영상 1] 제트스트림이란 무엇이며, 날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출처 : Met Office)


남극에서는 올해 여름 동안 남쪽 지역의 해빙이 극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녹았습니다. 이후 이상하게도 남극 겨울 동안 해빙이 다시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상태 변화가 빠르게 가속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때문에 해빙 위에 놓여있는 담수로 된 빙붕까지 단계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전세계 해수면을 높이는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얼음이 녹으면 남반구 바다의 해류 순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해류 속도가 약 30% 감소했습니다. 해류 속도가 떨어지면 열 순환을 방해하고 해수 내 산소 농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북반구에도 비슷한 영향을 주는데,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대서양 해수 순환 속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그림 1] 전지구 해빙 변화 1979-2023. (출처 : Zack Lebe. 기후과학자)

아마존에 대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중대한 전환이 임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조들”이라고 부르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숲 파괴와 기후 붕괴가 결합되면 아마존 유역의 강우 순환을 차단할 수 있으며, 이는 열대우림을 사바나같은 곳으로 빠르게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열대 습지와 북극권 영구 동토 이탄지대의 거대한 탄소 저장고에서도 메탄, 이산화탄소 그리고 아산화질소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임계점에 접근해가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탄소 저장고들입니다. 그러나 전형적인 자체-가속 되먹임(self-acceleratiing feedback)을 통해 이들 중 몇몇 지역은 현재 엄청난 온실가스 발생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7월은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달로 기록되었습니다. 9월 기온은 이전 기록을 0.5°C나 경신했습니다. 작년에는 이러한 기후 붕괴가 어떻게 사회 붕괴를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50년 내에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사하라에서 현재 가장 더운 곳 만큼 더운 곳에서 살게 될 수도 있으며, 이들 지역 중 상당수는 이미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지역들입니다. 더 우려스러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번 세기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 경우 발생가능한 결과들 중 하나는 성층권 구름층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지표면 온도가 약 8°C도 정도 상승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발생했던 지구 시스템 대붕괴를 통해, 이러한 붕괴가 어떻게 생물종들을 사라지게 했는지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구 생물종들 중 48%의 개체군 크기가 감소하고 있으며 단지 3%의 종들만 개체군 크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야생생물의 경우에는 이 수치보다 더 심각해서 멸종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만약 생물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지구 시스템 붕괴의 징후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미 빌린 시간 위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전지구 생물종들 중 48%의 개체군의 크기가 감소하고 있다. 증가하고 있는 종은 단 3%에 불과하다.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 곤충 71,000종 조사. (출처 : Finn et al, 2023. 데이타 : IUCN Red List (www.iucnredlist.org))

반드시 이렇게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이렇게 되게 해야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부들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로 한계를 향해 가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기업들을 위해 지구를 버리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12월 11일) 수낙 총리는 새로운 북해 석유, 가스 면허 27개를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처럼 한다면 단 6년 만에 탄소 예산(50%의 확률로 지구 기온상승폭을 1.5°C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소진할 것이라고 합니다. 화석연료를 땅 속에 그대로 두도록 하는 긴급 결정만이 이 임계 온도값 초과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매시간이 “만약 … 이라면”의 순간입니다. 나중 어느 때보다 바로 지금이 붕괴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의 시대가 암울하기는 하지만, 미래 세대가 되돌아보았을 때는 아마 황금기로 보일 것입니다. 야생생물의 황금기, 온화한 날씨와 안정성이 있었던 황금기, 풍요로웠던 황금기, 뭔가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황금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우리의 생명 세계는 예전에 비하면 회색빛이 드리워져 있지만, 그래도 미래에 비해 본다면 활력 넘치는 낙원입니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뭔가 하지) 않는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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