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7-1. 우주와 물질 : 역사지평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이야기’에서 나눈 대담 7-1를 녹취, 정리한 것입니다. 대담은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이야기” 7-1편에서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제6장.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우주와 물질” 중 역사 지평에서 다룬 이야기를 나눕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7-1. 우주와 물질 : 역사지평

  1. 이제 우주를 유람하는 단계: 우주와 물질, 변화의 원리
  2. 아인슈타인, 로렌츠, 에렌페스트의 만남
  3. 에렌페스트의 방문록
  4. 초기 우주론
  5. 우주의 팽창: 허블-르메트르 법칙
  6. 우주의 표준모형과 아인슈타인의 휴지통

1. 이제 우주를 유람하는 단계: 우주와 물질, 변화의 원리

최우석   이번 시간에는 ‘우주와 물질’ 이야기 중에서 시작 부분의 재미난 일화들을 중심으로 하겠습니다. 이 심우도 그림은 확인차 두신 거죠?

장회익   그렇지. 이게 심우 제6도인데, 낭만적이잖아요! 소를 구하고 길까지 들였어. 이제는 피리를 불면서 여행하는 거야.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우리가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이해를 한다면,  자 이제 이것을 가지고 펼쳐서 우주를 보자. 우주가 어떤 존재냐, 그리고 생명을 보자, 그 다음에는 나 자신을 보고 내 삶을 보자.

이런 것의 토대가 현재 이 길들여진 소이고, 지금 그 토대가 마련이 된 거예요. 이것을 즐기면서 이제는 피리를 불자, 그리고 우주를 유람하자, 이런 단계예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지금부터는 즐기는 단계야. 학문을 했으면 우리가 이렇게 놀라운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이제 그것으로 가는 출발이 되는 거예요.

[그림 1] 심우 제6도.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기우귀가, 騎牛歸家) (출처 : 책 p.292)

최우석   내용은 최고로 어려운데요? 저는 피리는 못 불 것 같습니다. (웃음)

장회익   그래서 우선 심학 제6도를 보면서 간단히 요약해보면, ‘변화의 원리’에서 역시 여전히 처음 상태에서 나중 상태로 가요. 그런데 우주 전체의 이번에는 시간도 공간도 변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 공간에서 나중 공간으로 공간 자체가 변하는 놀라운 일이 있죠.

(우주의) 처음을 우리가 빅뱅이라고 부르는데, 지금부터 약 138억 년 전에는 우주와 시공간이 없었다고 보는 게 제일 맞는 얘기예요. 빅뱅에서부터 우주가 생겨나서 팽창하기 시작하는데, [그림 2에서] a(t)는 시간에 따른 팽창계수를 나타내요. 단위 공간이 시간에 따라서 얼마만큼 늘어나고 있는가하는 건데, 이것이 수학적으로 시간의 함수로 표현된다는 것을 우리가 알게 됐어요.

[그림 2] 심학 6도. 우주와 물질이 ‘변화의 원리’ (그림: 장회익)

장회익   여기서 w라고 하는 것은 물질이 주로 있느냐 빛이 주로 있느냐하는 것을 나타내요. 지금은 두 가지 다 있으니까 두 가지 다 넣어야 되지만, 초기에는 빛이 기본이었고 지금은 물질이 더 주가 되죠. 식 a(t)=(t/to)2/(3+3w)에 w를 집어넣으면 시간의 함수로 우주 공간이 어떻게 변해 가는가 알 수 있어요.

여기서 재미난 것은, 이번에는 통계역학적인 관계를 쓰면 시간의 변화는 온도의 변화와 이런 관계 T/To=(t/to)-1/2가 있다는 것을 보일 수가 있어요. 이것은 5장 통계역학 부분을 할 때 생략하고 지나왔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 책에서도 읽을 수가 있어요. 우리 책에서도 이 식 T/To=(t/to)-1/2을 도출했죠.

그러면 시간에 따라서 온도가 얼마냐하는 것을 시간의 함수 T=(1.52×1010K)t-1/2로 알 수 있어요. 왜 여기서 온도를 강조했느냐? 통계역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대상이 어떻게 변해가느냐는 그것의 자유에너지에 달려있는데, 그 자유에너지가 결정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온도예요.

그래서 우주의 온도가 이렇게(T=(1.52×1010K)t-1/2에 따라서) 달라지면 거기에 맞춰서 우주의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얽혀서 다른 것으로 변하느냐 하는 이해의 바탕을 우리가 지금까지 마련했어요. 그러니 이것을 통해서 보면, 우주가 실제로 언제 어떤 것이 어떻게 변해 나와서 오늘 우리가 보는 우주, 우리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세계까지 연관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되죠.

이것은 참 즐거운 얘기지. 하! 우리 우주는 이런 것이구나 하고 이해하는 거예요. 다행인 것은 그 이해의 바탕이 되는 원리를 우리가 규명을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직까지 언급은 했지만 자세히 얘기하지 않은 것은 이 식(심학 6도 변화의 원리)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도출돼요.

아인슈타인의 4차원 시공간이 놀라운 것인데, 다시 이것이 휘어진다는 얘기를 했죠. 주변의 에너지와 운동량의 분포가 있으면 시공간이 휘어져요. 보통 물질 분포가 있으면 그렇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그 물질은 에너지와 운동량을 나타내요.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은) 우주 전체가 공간이 어떻게 팽창하느냐, 팽창하면서 온도가 어떻게 변화하느냐, 온도가 어떻게 변화하면 자유에너지가 어떻게 변하고, 자유에너지 변화의 가장 낮은 쪽으로 따라가다 보면 우주 내의 어떤 물질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져서 여기까지 왔는가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는 거죠.

2. 아인슈타인, 로렌츠, 에렌페스트의 만남

장회익   그래서 그 놀라운 이론 중에서 아주 중요한 한 부분이 일반상대성이론인데, 아인슈타인이 1915년경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고, 그리고 곧 이어서 1916년에 로렌츠(Hendrik Antoon Lorentz. 1853-1928)를 만나러 갔어요. 로렌츠는 당시 물리학계의 최고 원로이면서 아인슈타인이 가장 존경했던 사람이에요. 가서 뭘 했냐? 바로 그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토론을 한 거야.

그때까지만 해도 그 일반상대성이론이 우주의 이런 놀라운 시공간의 변화를 준 것을 미처 모를 때예요, 아인슈타인 자신도. 그리고 그 후에 곧 적용을 했죠. 로렌츠를 만난 것이 1916년이고 아인슈타인이 최초로 그런 작업(우주의 시공간 변화에 적용한 것)을 한 것이 1917년이에요.

그러면서 그 일반상대성이론 자체가 뭐냐 하는 것을 가장 궁금해 했던 사람 중의 하나가 당연히 로렌츠예요. ‘로렌츠변환’ 할 때 그 로렌츠가 이 로렌츠예요. 상대성이론에서도 많은 기여도 했고. 그런데 로렌츠는 고전물리학적인 세계관을 총정리 했고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당시 20세기 물리학 이전의 모든 물리학에 대한 가장 깊은 이해를 하고 있었던 사람이었죠. 그런데 이 사람이 아인슈타인이 만들어냈다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아인슈타인을 라이든 대학(네덜란드. Leiden University)으로 초청을 했어요.

아인슈타인도 사실은 라이든 대학으로 꼭 가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라이든 대학에서도 아인슈타인을 데려오려고 굉장히 애를 썼어요. ‘당신은 여기 와서 아무것도 안 해도 좋다, 우리 대학에서는 여기 라이든 대학에 아인슈타인이 있다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니까 제발 오기만 해 달라’, 이런 아주 파격적인 초청을 받았어요. 당연히 로렌츠가 아인슈타인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던 사람이었고, 아인슈타인 자신도 그런 대접을 받을만한 사람이었죠.

[그림 3] 라이든의 에렌페스트 집에서 그의 아들을 안고 있는 아인슈타인. 1920년. (출처: The MIT Press Reader)

그러나 그 당시에 아인슈타인은 좀 더 야심적으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더 하기 위해서 베를린으로 갔지만, 어쨌든 마음속에는 로렌츠와 그런 유리한 조건에 끌려서 라이든 대학에 가고 싶어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라이든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때 에렌페스트(Paul Ehrenfest. 1880-1934)라고 하는 아인슈타인과 절친한 거의 동년배 학자도 함께 로렌츠와 만났어요. 이 사람은 양자역학에서는 소위 에렌페스트 정리(Ehrenfest theorem)라고 해서 양자역학의 근사법칙, 말하자면 어떤 것의 기대치, 모든 물리량의 기대치를 취하면 그것이 곧 고전역학에 해당한다하는 이론을 최초로 얘기했어요.

당시에 아인슈타인과 로렌츠가 만날 때 에렌페스트가 같이 있었어요. 에렌페스트는 로렌츠와 아인슈타인을 동시에 깊이 존경했고 가까운 친구였어요. 성격도 온화한 그런 세 사람이 그때 같이 만난 거야. 그 만남에 대한 기록을 에렌페스트가 글로 남겼어요. 그 글은 읽을수록, 학문 세계에 이런 아름다운 장면이 있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글이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여기서 우리가 한번 읽고 지나가는 것도 좋겠어요.

3. 에렌페스트의 방문록

[그림 4] 라이든 대학 천문대, 1923년. 뒷줄-아인슈타인, 에렌페스트, 빌럼 더 시터르, 앞줄-에딩턴, 로렌츠. (출처: Wikimedia Commons)

1916년, 그러니까 그가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한 직후, 아인슈타인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 물리학자인 로렌츠 교수와 또 그가 가장 신뢰한 친구 에렌페스트 교수를 만나기 위해 네덜란드의 라이든 대학을 방문했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37세의 장년이었고, 로렌츠는 이미 예순을 넘어섰을 때였으나 학문적 관심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상태였다. 에렌페스트와 함께 아인슈타인은 로렌츠의 자택을 방문했는데, 당시 이들이 만나는 모습이 에렌페스트에 의해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포착되었다.

“늘 지켜온 방식대로 로렌츠는 우선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아인슈타인으로 하여금 따뜻하고 유쾌한 호의적 분위기에 휩싸이도록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천천히 로렌츠의 안락하고 간소한 서재로 올라갔다. 귀빈을 위한 아주 좋은 안락의자가 큰 연구용 테이블 옆 자리에 조심스럽게 놓여 있었다. 조용하고 또 어떠한 초조감도 일어나지 않도록 손님을 위해 담배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고 나서야 로렌츠는 조용히 중력장 내에서 빛이 굽는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관해 매우 세련된 질문을 해나갔다. 아인슈타인은 안락의자에 편안히 앉아 담배를 피우며 즐겁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인슈타인은 그의 논문에서 독자들에게 더 직접적이고 수월한 방법으로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 그가 극복해야만 했던 모든 커다란 문제점들을 로렌츠가 그의 논문을 검토함으로써 대가답게 재발견해 낸 데 대해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로렌츠가 말을 더 계속해나감에 따라 아인슈타인은 담배를 뿜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그의 안락의자에서 몸을 바로 세워가며 이야기에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가 말을 마쳤을 때, 아인슈타인은 로렌츠가 말하면서 종이 위에 보조적으로 기록한 수식들을 몸을 굽혀 들여다보았다. 담배는 이미 버렸고, 아인슈타인은 생각에 잠긴 채 자기 오른 쪽 귀를 덮고 있는 머리카락들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한편 로렌츠는 완전히 명상에 빠진 아인슈타인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우고 있었는데, 이는 마치 한 아버지가 특별히 사랑하는 아들에게 호두를 하나 내주고는 그 아들이 이것을 틀림없이 깨기는 깰 텐데 어떤 방법으로 깨는가를 열심히 지켜보는 바로 그런 태도였다.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나서 아인슈타인은 갑자기 머리를 번쩍 들더니, 즐거운 표정으로 “됐습니다!”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도 얼마 동안은 서로 말을 가로채어가며 몇 마디 주고받으며 부분적인 의견차이도 있었으나 이것은 곧 급속도로 해명되어나갔고, 급기야는 서로 간에 완전한 이해에 도달했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즐거운 눈으로 새 이론의 이 번쩍이는 보배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p.297-299.

장회익   학자라면 이런 장면을 한번 겪어보는 것이 꿈일 것 같아요. 나도 한 벌써 6-70년 학문을 했지만, 이런 장면을 가지지는 못했는데.(웃음) 그런 의미에서만 해도 아인슈타인과 로렌츠, 에렌페스트 세 사람은 참 학문을 정말 즐기는 사람들이었어요.

여기서 제일 마지막 구절이 가슴에 딱 꽂혀요. “이 번쩍이는 보배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큰 보배인지, 물론 당연히 보배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그 이후에 우리의 우주 이해를 보면 이런 놀라운 보배가 또 있을까 싶은 정도죠. 그런데 즐거운 눈으로 봤지만 사실은 그 중요성은 이 두 사람 내지 세 사람 사이에 아직은 완전히 납득이 됐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4. 초기 우주론

장회익   그 다음에 여기서부터 나오는 것은 이것을 통해서 결국은 우주가 팽창할 수 있었다는 것, 그 이론으로 어떻게 갔고 그 결과가 우주 이해에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 이런 것들이 관심거리가 되죠.

최우석   여기서 이 토론에서 얻어낸 게, 일반상대성이론은 이미 완성돼 있었는데 그것을 우주의 시간적인 변화에 적용하는 그런 거였나요?

장회익   여기서는 아직 그 단계까지 못 갔다는 거지. 그것을 할 수 있는, 보배로 말하면 원석이죠. 그 원석을 깨면 나오는데 그 직전, 이게 보배다 하는 이해에 머물렀다고 보는 거예요. 아까 얘기했지만 그 다음에 곧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이론을) 우주 전체에 적용시켰어요.

황승미   그 전에는 아니었나요? 우주와는 별도로 생각했나요?

장회익   그렇지. 여기서는 그냥 그 현상이 예를 들어서 태양 주변에서 빛이 휜다든가 그런 것을 그 후에 검증해서 아인슈타인이 일약 유명해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우주 공간이 팽창한다든가 그런 우주적인 함의는 아직은 덜 들어갔지.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우주 전체에 적용시키면 어떻게 될지 생각을 해봤고, 그 이론을 사실은 만들었어요.

[그림 5] 초기우주론

장회익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그 결과를 탁 보니까 우주 공간이 팽창할 가능성이 그 안에 보였던 거야. 그런데 그건 아인슈타인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어떻게 우주 공간이 팽창하느냐? 거기까지는 아인슈타인의 상상력으로도 못 따라갔던 거지. 그래서 결국 뭘 했냐? 그건 아니다, 우주가 팽창할 수는 없기 때문에, 팽창할 수 없다는 이론으로 만들기 위해서 특별한 항을 하나 집어넣었어요. 아주 간단한 수학적인 관계식이에요.

[그림 5]의 수식 Rmn-(1/2)Rgmn + Λgmn =(8πG/c4)Tmn 에서 빨간 색 항을 제외한 나머지가 바로 아인슈타인 공식이에요. 여기서 Tmn은 주변 공간에 분포된 에너지-운동량의 값이에요. 이것이 4차원인데 그 값은 4차원 텐서라는 것으로 표시가 돼요. 그러니까 보통 4차원 벡터는 4개의 성분만 가지면 되는데, 이 텐서라고 하는 것은 4차원 벡터에 다시 어떤 변화가 가능한가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4×4, 즉 16개의 성분을 가진 매트릭스 형태예요. 그것을 텐서라고 하죠.

왼쪽 항에 있는 Rmn-(1/2)Rgmn 텐서는 공간이 휘는 것을 나타내는 텐서예요. 그래서 이러한 에너지-운동량 분포 (8πG/c4)Tmn (오른쪽 항)가 있으면 공간이 Rmn-(1/2)Rgmn (왼쪽 항) 이렇게 휜다하는 것을 간단하게 나타낸 식이 이 식이에요.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는 우주가 팽창할 수가 있으니까, 이건 안 되겠다 해서 Λgmn를 하나 더 집어넣어서 람다항의 파라미터 Λ를 나머지와 맞춰서 이 식이 팽창하지 않는 우주를 서술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다른 것도 물론 기본적인 것이니까 현상에 맞게 여러가지 해보면서 만든 것이고 이 나머지만 가지고도 다른 현상을 다 설명하지만, 이 람다 Λ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모든 설명에 이것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 Λ가 있어도 다른 것들을 설명하는 데 불편이 없어요.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임의로 람다항 Λgmn을 집어넣은 것인데, 그 목적이 우주가 정지해있다는 것에 맞추기 위해서 넣어봤던 거지. 맞을 뻔 했는데.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n. 1888-1925)이라는 사람은 훨씬 더 젊고 아주 재능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원래 기상학자인데 수학, 물리학을 공부했고 특히 상대성이론에 대해서는 아까 얘기한 에렌페스트 강의도 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프리드만은 람다항 Λgmn없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그냥 고지식하게 풀어본 거예요.

그랬더니 우주가 팽창하는 결과가 나왔고, 팽창하고 있다고 그대로 발표를 한 거예요. 그때 아인슈타인이 알았는지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아인슈타인 자신도 (람다항없이 풀면 우주가 팽창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지만, 팽창할 수는 없지 않냐 해서 람다항을 집어넣었던 것인데. 프리드만은 그냥 있는 대로 풀었고 팽창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던 거예요.

5. 우주의 팽창: 허블-르메트르 법칙

장회익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그러고 나서 몇 년 후에 허블(Edwin Hubble. 1889-1953)이라는 사람과 또 몇 사람들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우주의 천체의 운동, 그 천체는 우리가 보통 보는 별의 운동이 아니고 은하 수준이에요. 은하는 별의 큰 무리죠(우리 은하에는 약 1천억~4천억 개의 별이 있다). 대개 은하는 그 정도에서 더 큰 것도 있고 적은 것도 있는데, 우리 은하 정도 되는 은하는 대개 표준 정도예요.

우리 태양계는 그 중에서 한 귀퉁이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한쪽이 많이 보이지. 그걸 우리가 은하수라고 불러요. 은하수 반대쪽은 별이 드문드문 보이지. 그러한 은하가 수없이 많은 거야. 이미 이 시기에 벌써 아주 좋은 망원경으로 관측을 했어요. 그리고 그것이 움직이는 속도도 관측했어요. 이것은 빛이 우리 쪽으로 오느냐 멀어지느냐 하는 데에 따라 관측되는 파장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활용한 거예요.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라고 해서, 자동차가 우리한테 접근할 때는 압축이 돼서 소리가 더 높이 들리고 멀어질 때는 파장이 길어져서 낮은 소리가 되는 걸 말해요. 빛도 마찬가지야. 빛을 내는 물체가 멀어지면 빛의 파장이 같은 파장의 것인데 더 긴 쪽으로 관측되는 거예요.

[그림 6] 도플러효과. 엔진이나 사이렌 소리가 차의 앞쪽에서는 파장이 압축돼서 높아지고 뒤쪽에서는 파장이 길어져서 낮아진다. 그림을 클릭하면 동영상이 실행됩니다. (출처 : wikipedia)

장회익   그런데 빛이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 그걸 어떻게 아느냐 하지만, 실제로 스펙트럼을 가지고 관측하면 모든 은하 안에 공통된 원자들이 있고, 이것들이 내는 빛의 독특한 패턴을 통해서 알 수 있어요. 수소원자만 생각해봐요. 라이만 시리즈(Lyman series)니 뭐니 해서 특정한 몇몇 파장들의 빛만 나오고 있어요. 다른 은하에도 수소원자는 다 있어요. 그러면 거기에 있는 수소원자들도 같은 패턴의 빛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의 세기는 멀어서 약하지만 그 패턴은 우리가 구분할 수 있거든.

그런데 멀리 있는 별들은 그 패턴 전체가 긴 파장 쪽으로 전부 이동을 하는 거야. 그것이 도플러효과라고 해서, 멀어지면서 빛이 오면 파장이 긴 쪽으로 바뀌어요. 그걸 당시에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관측을 해보니, 멀리 있는 은하 단위의 천체들이 다 멀어지고 있는 거야. 물론 특별한 경우에는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림 7] 변광성은 밝기와 밝기의 변화 주기가 일정해서 천체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표준으로 사용된다.(출처: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장회익   그런데 변광성(Variable star)을 이용해서 관측을 해보니, 더 멀리 있는 은하가 더 빨리 멀어지더라는 거야. 모든 방향으로. 그러면 우리가 원래는 여기 다 함께 있다가 한꺼번에 퍼진 건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더 멀리 있는 천체가 왜 더 빨리 멀어지느냐?

이걸 가만히 해석해보면 무슨 얘기가 되느냐? 그 천체들이 개별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들이 놓여있는 공간 자체가 팽창하면 멀리 있는 것일수록 더 빨리 멀어지고, 그 멀어지는 정도가 공간이 일정한 방식으로 모든 방향으로 팽창을 하면 그런 현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는 결론이 나온다하는 것을 유추했어요. 그래서 나온 것이 허블의 법칙, 요즘은 허블-르메트르 법칙이라고 부르죠.

뒤늦게 알고 보니, 르메트르가 오히려 같은 관측을 먼저 했는데, 허블이 워낙 유명해서 르메트르는 가려져 있었고 나중에 기여를 인정받아서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이름이 바뀌었죠. 프리드만이 (람다항 없는 아인슈타인 공식으로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밝혀낸지 한 10여 년 후인 1929년에 이 허블-르메트르 법칙이 나온 거예요.

그런데 아인슈타인도 허블-르메트르의 연구를 봤지. 실제로 공간이 팽창하고 있다! 그리고 프리드만은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을 이미 얘기를 했던 거야. 일단 한 발 놓친 거지. 사실 아인슈타인이 자기 공식에서 람다항만 안 넣었으면 우주가 팽창한다는 얘기를 했을 텐데.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후회를 했어요. 내 평생에 가장 큰 실수를 했다, 왜 람다항을 집어넣었냐! 그런 후회를 했다고 해요.(웃음)

6. 우주의 표준모형과 아인슈타인의 휴지통

장회익   그런데 얘기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야. 더 재미있어요.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 아인슈타인의 공식을 기반으로 해서 우주가 어떻게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데이타를 종합해서 지금 보고 있어요. 앞에서 얘기했지만, 우주의 첫 출발이 138억 년 전 오차범위 ±1억 년 내에서 우주가 시작됐다, 이런 식으로 얘기들이 굉장히 정교하게 나오고 있어요.

사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 안에 우리가 조정할 수 있는 파라미터들이 꽤 많이 있어요. 그 파라미터들을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데이터에 맞춰서 조정하는 건데, 기본 틀은 이 아인슈타인 공식이죠.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맞추려고 보니까 이 Λgmn 람다항이 필요한 거야. 이 람다항 안에 람다 값으로 적당한 값을 넣어야 실제로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의 모습이 가장 잘 서술이 돼요. 그래서 요즘은 이 람다항을 도로 집어넣어요.

물론 아인슈타인이 처음에 했던 값은 아니고, 실제 관측 현상에 가장 잘 맞게 람다항을 조정해서 만든 것을 ‘우주의 표준 모형’이라고 해요. 다시 람다항을 집어넣은 거예요.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것은 휴지통에 버린 것조차 유용하다!’고 사람들이 얘기하기도 해요. 아인슈타인이 람다항을 휴지통에 버렸는데 사람들이 다시 그걸 주워다가 쓴다 이거지. (웃음) 그런 얘기가 농담으로 나와요.

황승미   그런데 람다항을 곱셈이 아니라 덧셈을 했는데 어떻게 우주가 팽창하는 것으로 바뀌는지 조금 이해가 안 됩니다.

장회익   다른 항에서 나오는 일부 효과들을 람다항이 보정하도록 만들어 주는 거예요. 어쨌든 이 아인슈타인의 식에서부터 아까 우리가 얘기했던 우주가 시간에 따라서 어떻게 팽창하느냐하는 그 시간을 도출하는 것까지를 우리가 계산할 수가 있어요. 학생들이 계산을 직접 해봐도 좋아요. (웃음) 직접 해보면 굉장히 유익할 거예요. 나도 계산을 했는데, 그걸 버리기가 아까워서 그 구체적인 계산 과정 전체를 책 부록에 그대로 실었어요.

계산 과정이 복잡해보이지만, 논리가 복잡한 것은 없어. 4차원의 양들이기 때문에 계산에 복잡한 표현들이 많아요. 그걸 하나하나 컴퓨터에서 내가 찍어가면서 계산을 했는데, 그걸 그대로 책에 옮겨 넣었어요. 그 계산을 해보면 마지막 식이 나오는데, 중간에 어떤 근사를 하고 계산을 하는지 과정이 다 나와 있어요.

그 계산을 나도 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자신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그 중의 하나만 틀려도 영 다른 데로 가기 때문에 중간 중간 체크를 하라고 책에 실어놨어요. 한번 해보면 프리드만이 한 것, 아인슈타인이 한 것이 어떻게 나온다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일단 우주의 현상을 이해하는 가장 큰 틀, 즉 시간-공간이라고 하는 틀을 우리가 마련한 거예요.

(대담영상 7-1 녹취 끝.)


대담 : 장회익, 최우석, 황승미
영상 편집 : 최우석
녹취, 글 편집 : 황승미
전체 제작 :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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