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6-3. 통계역학 (3) : 통계역학의 활용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이야기’에서 나눈 대담 6-3를 녹취, 정리한 것입니다. 대담은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이야기” 6−3편에서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제5장.소를 길들이다: 통계역학’의 내용 정리 부분 중에서 자유에너지, 수소 원자 사례, 거시상태 변화의 원리 등을 다룹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6-3. 통계역학 (3) : 통계역학의 활용

  1. 에너지 고유상태의 정준분포
    1.1. 자유에너지
    1.2. 양자역학 + 통계역학
    1.3. 에너지 고유상태의 정준분포
  2. 수소 원자 내 전자들의 상태와 확률 계산
    2.1. 수소 원자 내의 전자들의 상태
    2.2. 수소 스펙트럼
  3. 대상 계와 주변 계, 자유에너지와 엔트로피
    3.1. 닫힌 계와 온생명, 열린 계와 개체생명
    3.2. 고립 계의 경계?
  4. 통계역학에서의 상태와 특성?
    4.1.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4.2. 통계역학적인 상태는 주로 에너지-운동량 상태를 쓴다
  5. 자유에너지의 중요성
  6. 생명현상과 통계역학

1. 에너지 고유상태의 정준분포

1.1. 자유에너지

장회익   이번에는 온도 이야기예요. 주변의 온도만 알면 자유에너지를 알 수 있고, 자유에너지를 알면 어떤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는가 하는 기본 원리를 알 수 있어요. 또 한 가지 굉장히 중요한 것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수소원자의 전자를 봅시다. 그 전자가 있을 수 있는 상태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가 있고, 양자역학적으로 풀면 훨씬 더 높은 첫 번째 들뜬 상태가 또 몇 개 있고, 그 다음에 또 그것보다 더 높은 상태가 있고, 이렇게 전자의 에너지 층이 여러 가지 있어요.

그건 원래 보어가 가정했던 보어모형에도 나오지만 그건 그저 가정이고, 양자역학을 통해서 풀면 있을 수 있는 상태들이 여러 가지 있어요. 스핀까지 고려하면 가장 낮은 것이 둘이고, 그 다음에 8개, 이런 식으로 상태들이 있어요.

이 전자가 원자 핵 안에서 있을 수 있는 상태는 양자역학이 얘기를 해주지만, 그 중에 어디에 있느냐는 양자역학이 얘기를 못 해줘. 양자역학은 그런 상황에 전자가 있다면 전자가 어디에 있을 수 있는지 말해주는 게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이지, 실제 이 전자는 여기에 있다라는 것을 양자역학이 말해줄 수는 없어요.

[그림 1] 보어의 원자 모형. 1921년. (출처 : wikipedia)

1.2. 양자역학 + 통계역학

최우석   초기 상태를 넣으면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있지 않나요?

장회익   초기 상태가 어딘지 측정을 해야 하는데, 원자 속에 있는 전자가 어느 에너지 상태에 있는지를 무슨 수로 재느냐는 거지.

황승미   재는 순간 위치가 달라져버리나요?

장회익   물론 원리적으로는 잴 수 있다고 치지. 그런데 지금 여기 수소 기체가 100억 개가 있다고 해봐요. 이 전체 원자 각각 안에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알아야 그것이 가지고 있는 거시상태니 하는 물질의 상태를 알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수소 원자 하나 안에 전자가 어디 있느냐를 우리가 알아내는 것도 엄청나게 어려운데, 전체의 상태를 아는 것은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죠.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야. 사건을 일으켜서 측정하고 관측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간단한 작업이 아니에요. 그러면 실제로는 쓸 수가 없지.

내가 십우도에서 얘기했지만, 거칠게 노는 소를 길들여야 쓰는데 길을 어떻게 들이느냐. 이게 바로 우리가 어떻게 알아서 실제로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예요. 가장 간단한 대표적인 것이 원자의 성질이에요. 양자역학 자체는 상태가 어떤 것이 가능하다는 것까지만 얘기하고 나머지는 측정하려면 해봐라, 재주껏 알아봐라, 그것으로 끝이에요. 그때 우리는 통계역학을 쓸 수 있어요.

1.3. 에너지 고유상태의 정준분포

장회익 그래서 통계적으로 이 전자가 바닥상태에 있을 확률이 얼마, 그 다음 더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을 확률이 얼마, 확률 계산을 통계역학을 통해서 할 수 있어요. 그 계산을 어떻게 하느냐? 주변 온도만 알면 된다, 주변 온도는? 재면 되죠. 이 방 안에 현재 온도에서 수소 원자가 하나 있다고 가정해봐요. 이 때에 이 전자는 어느 상태에 있겠냐? 온도 하나만 알면 확률적으로 알 수가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림 2]에서 $P_i$예요.

어느 상태에 있을 확률 $P_i$는 그 상태의 에너지($E_i$)를 온도($T$)로 나눈 것의 지수함수에 비례한다는 거예요. 여기서 $Z$는, 확률이 각 $i$마다 값이 다르니까 모든 확률을 다 합친 것이 $Z$예요. 그러니까 모든 $i$에 대한 $P_i$값을 다 더하면 1이 되도록 앞에 계수 $Z$값을 정해준 거예요.

[그림 2] 에너지 고유상태의 정준분포 (~ 표시는 좌우가 서로 비례한다는 뜻)

황승미   아, 전체 중의 부분이라는 뜻인가요? $e^{-E_i/kT}$는 부분, $Z$는 전체인가요?

장회익   그렇지. 전체 확률이 1이 되는데, $e^{-E_i/kT}$는 그 중의 얼마다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 일종의 비례상수 $\frac {1}{Z}$을 곱해준 거예요. $Z$는 전체이고 $e^{-E_i/kT}$는 그 중의 하나지.

이걸 알면 굉장히 편리해요. 그것이 [그림 2]처럼 간단하게 증명이 돼요. 책에 설명해놨어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p.278-279) $S$와 $W$의 관계는 $S=k$ $logW$니까 그걸 뒤집어서 지수함수로 만들면$W= e^{S/k}$가 돼요. 둘이 같은 식이지.

그런데 여기서 $S$를 알 수 있다는 거야. $E_i$가 0일 경우, 그러니까 수소 원자 내의 전자가 어떤 에너지 값을 가지지 않을 때의 내부에너지가 $U_0$예요. $U_0$는 원자를 포함하는 주변 전체의 총 에너지예요. 그런데 전자가 상태 $E_i$에 딱 놓이면 $E_i$만큼 전체 에너지가 줄어들어. 그래서 내부에너지는 $U_0 – E_i $가 되죠. 전자가 전체 에너지 중에서 $E_i$만큼 에너지를 잡아먹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U_0 – E_i $가 어떤 값이냐를 알 수가 있어. 그런데 $U_0$에 비해서 $E_i$는 아주 작아요. 왜냐하면 $U_0$는 공기 전체의 에너지이고 $E_i$는 전자 하나가 원자 하나 속에서 가지는 에너지라서 아주 작기 때문에, 이렇게 큰 값에서 작은 것을 뺄 때는 근사식을 이용해요.

[그림 2]에서, $\frac{\partial S}{\partial U} (-E_i)$는 단위에너지 변화당 엔트로피의 변화율에 $E_i$를 곱한 건데, 이것이 1차적인 근사예요. 근사치를 취할 때는 항상 테일러 전개를 써요.(부록 A.12. 책 p.592) 양자역학에서도 여러 번 나왔죠.

그런데 $\frac{\partial S}{\partial U} $이 바로 온도의 역수예요. 그래서 이 자리에 온도의 역수를 집어넣으면 $\frac{\partial S}{\partial U} (-E_i)$이 $\frac {-E_i}{T}$가 되고, 이렇게 되죠. $ S(U_0 – E_i) = S(U_0) + \frac{\partial S}{\partial U} (-E_i) + … = S(U_0) – \frac{Ei}{T} $

그러면 에너지 $-E_i$가 엔트로피에 주는 효과는 그것이 없을 때인 $S(U_0)$에서 $\frac{E_i}{T}$ 만큼 엔트로피를 낮추는 효과가 돼.

황승미   $\frac{\partial S}{\partial U}$를 그냥 $\frac{1}{T}$로 둔 건가요? 그러면 여기서 라운드 ∂는 어디로 갔나요? 그리고 ‘+ …’ 이하는 어떻게 되나요?

장회익   델타 ⊿나 라운드 ∂나 같은 것이고, ‘+ …’ 이하는 더 고차적인 건데 다 무시해도 돼요. 1차 근사인 $\frac{E_i}{T}$도 작은 값인데 2차 이하 근사들은 그보다 훨씬 더 작은 값이기 때문에 다 무시해도 돼요. 물론 더 정확하게 하려면 할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 이 정도 하면 충분한 거예요. 이 정도만 해도 굉장히 좋은 근사지.

그래서 $E_i$가 있음으로써, 그러니까 전자가 그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전체 엔트로피의 변화가 얼마만큼 줄어드느냐 하면, 전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 때($S(U_0)$)에 비해서 $\frac{E_i}{T}$ 만큼 낮추는 역할을 해요. 수소 원자가 $E_i$라는 에너지를 점유함으로써, 그만큼 줄어드는 거죠.

그러면 $S(U_0 – E_i)$에 해당하는 확률은 어떻게 되느냐? $W = e^(S/k) $니까 S에 $S(U_0) – \frac{E_i}{T}$를 대입하고 지수함수의 성질에 의해서 풀면 $W(U_0 – E_i ) = e^{S(U_0)/k} × e^{(-E_i)/kT}$이 돼요. 합으로 된 것을 지수함수로 바꾸면 곱이 되니까.

그래서 $W(U_0-E_i)$를 알 수 있어요. 미시상태의 수 $W$는 확률 $P$에 비례해요. 비례상수만 안 정했을 뿐이지. 그래서 $W(U_0 – E_i) = e^{S(U_0)/k} × e^{-E_i/kT}$에서 $e^{S(U_0)/k}$는 에너지와 관계없는 상수니까 제외해요. 결국 확률 $P$가 미시상태의 수 $W$에 비례한다는 얘기는 $e^{-E_i / kT}$ 값에 비례한다는 얘기가 돼요. (~ 표시는 좌우가 서로 비례한다는 뜻이다.)

단지 비례상수만 정하면 되는데, 비례상수는 모든 $i$에 대해서 확률 값 $P_i$를 다 합했을 때 1이 되도록 하는 값 $Z$를 구해서 역수를 넣어주면 돼요.

$Z = \sum_{i}^{} e^{-E_i / kT}$

Z는 일단 모르는 채로 모든 $P_i$의 합이 1이 되도록 해요.

$\sum_{i}^{} P_i = \frac{1}{Z} \sum_{i}^{} e^{-E_i / kT} = 1 $

그러면 1이 되기 위해서 $Z$는 얼마가 돼야 하느냐? 이 식에서 $Z$를 우변으로 보내면 

$\sum_{i}^{} e^{-E_i / kT} = Z$

가 되는 거예요. $Z$는 이런 관계에 의해서 구할 수 있어요. 

그래서 $P_i = \frac{1}{Z} e^{-E_i / kT}$ 이렇게 표시가 돼요. 이렇게 증명이 돼버렸지. 별거 없이 바로, $W$와 $S$의 관계 그리고 테일러 근사식으로 금방 증명이 되는 거예요. 에너지 고유 상태 $e^{-E_i / kT}$에 의해서 확률 $P_i$가 결정이 되지.

우리는 확률 $P_i$를 알고 싶은 거예요. Ei에 따라서 Pi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크냐 작으냐를 알 수 있는 거예요. Ei가 바닥상태에 있을 경우, 혹은 이것보다 하나 더 큰 에너지에 있을 경우, 각각의 경우에 확률의 차이가 나올 거예요.

황승미   $P$는 어떤 에너지 상태에 있을 확률이에요?

장회익   $P$는 확률이지. 전자가 가장 에너지 상태에 있을 확률, 또 더 높은 상태에 있을 확률, 그런 어떤 에너지 상태에 있을 확률을 에너지와 온도의 함수로 나타낸 것이 $P$예요. 여기서 우리가 꼭 알아야할 것은 온도뿐이에요. 온도야말로 제일 쉽게 잴 수 있는 거거든. 그러면 확률을 계산할 수가 있어요. 다음 페이지에 수소 원자 내 전자들의 상태를 가지고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은 게 있어요.

[영상 1] 에너지 고유상태의 정준분포 증명 과정

2. 수소원자 내 전자들의 상태와 확률 계산

2.1. 수소 원자 내의 전자들의 상태

[그림 3] 수소 원자 상태들의 점유 확률

장회익   수소 원자 내의 전자가 바닥상태($E_1$)와 첫 번째 들뜬상태($E_2$)에 존재할 확률비는 얼마냐? 이걸 한번 계산해볼 수 있어요.

[그림 3]에서 확률 $P_2$와 $P_1$의 비 $\frac{P_2}{P_1}$는 $e^{-E_2 / kT}$와 $e^{-E_1 / kT}$의 비가 돼요. 각각의 상수는 같으니까 상쇄되고 식 $\frac{e^{-E_2 / kT}}{e^{-E_1 / kT}}$은 지수함수의 성질 때문에 $e^{-(E_1 – E_1)/kT}$ 이렇게 되죠.

따라서 에너지 $E_2$, $E_1$의 값과 온도 $T$만 알면 $\frac{P_2}{P_1}$ 비를 알 수 있어요. 그런데 $E_2$, $E_1$은 실제로 양자역학적인 계산에 의하면 제일 낮은 게 $E_1= -13.6 eV$이고 그것보다 하나 높은 것은 $E_2 =-3.4 eV$예요. 원자 안에서는 일렉트론 볼트(eV)라는 단위를 많이 써요. 사실 $E_2$와 $E_1$은 10.2eV 정도의 에너지 갭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kT$는 얼마냐? 상온일 때의 온도와 볼츠만 상수를 집어넣어서 계산해보면, $\frac{1}{40} eV$에 해당해요. 그래서 $(E_2 – E_1)$값 $-10.2eV$와 $kT$의 값 $\frac{1}{40} eV$를 넣으면 $\frac{P2}{P1} = e^{-10.3/(1/40)} = e^{-408} $이 돼요. $e^{-408}$라는 값은 e값을 408번 곱한 것 분의 1이에요. e값이 2.7 조금 넘는데, 이걸 408번 곱하면 얼마가 되나? 천문학적인 숫자가 넘어. 엄청나게 많은 것 분의 1이에요.

그러니까 확률로 보면, 상온에서 이 전자가 가장 낮은 상태에 있을 확률과, 그것보다 하나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을 확률의 비는 천문학적 숫자 분의 1이야. 그러니까 상온에서는 거의 틀림없이 가장 낮은 상태, 즉 바닥상태에 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측정도 안 해보고 어디에 전자가 있는지 알아버린 거야.

이런 식으로 활용을 하는 거예요. 실제로 양자역학에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 외에는 측정하기가 불가능하지만, 이런 주변의 온도 하나만 알면 통계역학을 이용해서 어떤 상태에 있다하는 것을 거의 99.9999%의 확률로 알아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통계역학이 없었더라면, 양자역학 아무리 해봤자 실제로 써먹을 방법이 없어. 현재 상태가 뭔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통계역학과 양자역학을 이용하면 현재 상태를 아는 건, 너무 간단한 거야. 수소 원자 가령 1리터 속에 딱 집어놓고 온도계만 보면, 아! 어느 상태에 있겠구나, 다 바닥상태에 있겠구나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거예요. 그것뿐 아니라 다른 것도 다 마찬가지죠. 그래서 통계역학이 엔트로피, 그리고 엔트로피를 통해서 나온 온도 개념이 얼마나 유용하냐를 하는 것을 말해 줘요.

황승미   $E_2, E_1$값은 정해져 있는 거죠?

장회익   그것은 양자역학적으로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그렇게 밖에 안 되게끔 나와요.

황승미   그러면 영향을 미치는 건 온도 밖에 없는 거네요?

장회익   그렇지. 그러니까 온도 하나 딱 알면 어디에 있을 확률이 얼마다하는 걸 안다는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 이것은 확률이고, 어떤 이유로 외부에서 자극을 줘서 에너지 상태를 위로 올려버릴 수는 있지. 올려버리면 전자는 그 위에 있거나 떨어지거나 하는데, 그것이 또 외부의 영향을 받으면 미시상태들끼리 왔다갔다 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바닥상태에 있을 확률이 위에 있을 확률보다 워낙 크기 때문에 얼마 안 돼서 떨어져요. 그렇게 떨어지는 동안에 그 에너지 차이만큼 빛으로 나가요.

2.2. 수소 스펙트럼

장회익   그래서 수소 원자를 자극시키면 외부 자극 때문에 더 높은 데로 일시적으로 올라가는데, 이런 확률 때문에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을 때 보다 확률이 더 높은 쪽, 즉 바닥상태로 이동해요. 이동하면 에너지 차이만큼 빛으로 나가요.

그래서 어디서 이동하느냐에 따라서, 더 높은 데서 이동하면 그것보다 더 큰 진동수를 가진 빛이 나오고, 그것보다 낮으면 더 낮은 진동수 빛이 나오고. 그래서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이라고 해서 몇 가지 파장을 가진 것들만 나오지. 어느 상태에서 떨어졌나에 따라서 진동수가 달라요.

[그림 4] 수소 스펙트럼 계열. 수소 원자의 전자가 전이할 때 방출되는 스펙트럼의 파장과 진동수는 에너지 레벨에 따라 다르다. (출처: wikipedia)

장회익   처음에 자극을 안 주면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라가지 않죠. 떨어지는 이유는, 외부에서 전자를 막 때린다든가 자극을 줘서 일단 튀어오르게 만들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 자극을 안 주고 있어도 각각 떨어지면서 스펙트럼이 나와요. 이것이 수소 원자에서 나오는 라이만 시리즈 등 몇 가지 스펙트럼이 있게 되는 이유지요.

그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19세기 말에 우리가 알았던 거야. 왜 그렇게 되느냐 하는 것을 알 방법이 없었는데, 수소 원자를 계산하니까 그런 차이가 나오는 거예요. 그런 차이는 또 왜 나오냐? 자극을 받으면 이런 확률 때문에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서 돌아가는 동안 그 빛을 낸다, 이렇게 설명이 되는 거죠.

황승미   현상을 먼저 보고 원인을 나중에 알게 된 거네요?

장회익   그렇지. 처음에 그걸 봤을 때는 완전히 수수께끼였지. 이게 왜 그렇게 되느냐? 그런데 이런 설명은 양자역학이 나온 후의 얘기이고,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에 보어가 모형을 만들었어요. 어떤 이유 때문에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그런 궤도가 따로 있다하고 보어가 가정을 했어요. 

보어모형이라고, 양자역학 이전에 보어가 간단한 모형을 만들어서 설명했어요. 그런데 양자역학을 통해서 보어모형에 해당하는 에너지 레벨이 정확하게 계산이 되고, 통계역학을 통해서 이런 확률이 나오고, 그러면서 이런 현상이 설명되는 거죠.

최우석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은 둘이 마치 단짝같이, 양자역학이 나와서 통계역학은 상태의 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통계역학이 있어서 양자역학은 상태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고…

장회익   그 둘이 같이 가는 거야. 아주 재밌는 거지. 그러니까 양자역학이라는 소를 기껏 잡아놨는데 양자역학만 가지고는 조정을 못하는 거야. 그런데 통계역학이 나와서 길을 들여서 타고 갈 수 있게 된 거예요. 통계역학이 있어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거지.(웃음) 그 바탕은 양자역학이에요. 왜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이 다 필요하냐? 둘이 어떻게 결합해서 현상을 설명하느냐, 이런 얘기가 되는 거예요.

최우석   슈뢰딩거 방정식이 나올 무렵에 통계역학을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장회익   그렇지. 이건 벌써 엔트로피의 정의를 이렇게 하면 바로 나오니까. 엔트로피 정의를 볼츠만이 이미 해놨으니까 우리가 금방 아는 거죠.

황승미   볼츠만은 1906년에 돌아가셨고, 슈뢰딩거 방정식은 1926년에 나왔으니까…

장회익   슈뢰딩거는 볼츠만의 제자가 될뻔한 사람이니까. 자기 스승이 될뻔한 사람이 벌써 해놓은 거예요.

황승미   슈뢰딩거는 볼츠만도 공부했고, 그때 당시 스승님이 맥스웰을 공부하라고 해서 맥스웰도 공부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들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웃음)

3. 대상계와 주변계, 자유에너지와 엔트로피

최우석   자유에너지에서 온도만 주변 계의 온도이고, 나머지는 대상 계의 내부에너지, 대상 계의 엔트로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상 계의 온도는 전혀 의미가 없나요?

장회익   대상 계는 많은 경우에 주변 계와 열평형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자유에너지 속에 대상 계의 온도는 안 들어가. 실제로 그것도 생각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열평형일 때는 대상 계와 주변 계의 온도가 서로 같아져요. 그래서 그 자체의 온도를 쓴 것처럼 생각해도 같아졌을 경우에는 상관 없지. 그러나 엄격하게 얘기를 하면 주변 계의 온도이고, 대상 계 자체의 온도와는 무관하게 온도가 달라도 상관 없어.

최우석   엔트로피를 처음에 정의를 할 때 고립 계의 엔트로피를 정하는데, 대상은 항상 그 계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자유에너지의 정의로 가면서 대상 계와 고립 계 둘 다 보고, 대상 계의 뭔가를 알고자 할 때 배경 계의 온도를 이용하는 형식으로 구도가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생명을 설명하는 책들에서 엔트로피와 계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생명 중에는 닫힌 계가 없다, 다 열린 계다라고 하면서 열린 계 얘기를 한참 한다든가, 한편으로는 또 우주는 고립 계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주변과 그 계를 같이 본다는 느낌은 잘 못 받았습니다.

장회익   그러니까 다들 막연하게 설명을 하고 있는 거지. 엄격하게 알아야 돼요. 자유에너지라는 것은 주변의 모든 영향을 주변 계의 온도 하나로 딱 요약해서 그 영향을 놓고, 그 다음에는 대상 계 자체의 성격만 가지고 하는, 이런 간단한 방식을 쓰는 게 자유에너지 관점이에요. 그 자유에너지 관점을 가지고 모든 현상을 설명을 해야 바른 설명이 되는 거죠.

3.1. 닫힌 계와 온생명, 열린 계와 개체생명

장회익   그래서 열린 계 어쩌고 하는 것은 막연한 얘기야. 사실 열린 계라는 것은 밖에서 뭐가 오는지 그것도 미정으로 있으면, 그것의 성질을 알 수가 있나? 그래서 온생명은 닫힌 계예요. 온생명 안의 개체생명은 열린 계지. 열린 계는 온생명의 나머지와 관계를 맺는다, 이렇게 봐요. 일반적으로 개체생명만을 생명으로 보기때문에 나머지는 그냥 열린 계의 한 부분이라고들 봐요.

그래서 소위 열린 계라고 할 때에, 열린 바깥을 어떻게 보느냐, 바깥의 무엇을 보느냐 이것이 규명이 되지 않으면 무의미한 얘기가 돼. 열린 계니까 모든 걸 다 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대상 계의 성질을 안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져요. 열린 계 밖에서 다 하는데, 뭘 하는지 열린 계니까 제대로 서술 못하겠다 해버리면 사실 거의 아무것도 못 하는 거야.

지금 이 컵과 컵 안의 물을 대상 계로 보면, 이 대상 계는 열린 계인데 주변과의 관계는 맺고 있다는 뜻이지. 그런데 아주 중요한 이 대상 계의 변화의 방향을 알려면 주변의 온도 한 가지만 알면 된다는 거지. 그리고 온도와 컵의 에너지와 엔트로피를 알면, 그러면 이 컵 안의 물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알 수 있어요. 이 컵이 어디로 움직일 것인가 이런 얘기가 아니라,(웃음) 이 컵의 물이 얼음이 될 것인가 수증기가 될 것인가 이런 변화를 말해요.

3.2. 고립 계의 경계?

최우석   고립 계의 경계는 우주적인 수준까지 나가야 하나요?

장회익   뭐 그럴 필요는 없지. 지금 우리가 있는 방 하나 정도면 돼요. 우리가 이 방 안에서 이 컵 안의 물이 액체로 있을 거냐 고체로 있을 거냐 정도는 이 방안의 공기 정도의 상태만 알면 결정돼요. 기본적인 방의 온도만 생각하면 창문으로 오가는 온도 차이 정도의 영향은 무시할 수 있어요. 현실적으로 취할 때는 이 방이면 방, 전지구적으로 생각할 때는 지구 주변의 온도를 생각하면 돼요.

최우석   고립 계를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렇기는 한데, 그때는 물론 근사적인 거지. 아주 엄격하게 얘기한다면 우주를 다 포함해야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목적에 맞게 쓰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현실적이라 하더라도 지구와 우주 대부분의 현상들은 일단 주변의 온도와 관계가 있어요. 주변 온도를 항상 염두에 두고 변화를 봐야 하는데, 그때는 그냥 에너지가 아니라 자유에너지의 변화를 봐야 된다, 그것이 핵심적인 얘기지.

4. 통계역학에서의 상태와 특성?

4.1.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최우석   저는 선생님이 세우신 앎의 틀, 앎의 바탕 구도를 계속 염두에 두면서 보고 있는데, 양자역학 들어가면서부터 대상의 특성, 즉 ‘무엇이’에 해당하는 부분이 뭔지 계속 안개 같고 제일 헷갈립니다. 통계역학으로 오면서는 특성이 뭔지 모르겠고 상태도 무엇으로 규정되는지 명확치 않은 것 같습니다.

장회익   사실은 통계역학도 원자 하나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어요. [그림 3]의 경우는 수소 원자 하나를 대상으로 한 거예요. 그리고 원자들이 모인 경우도 대상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통계역학에서는 우리가 경험하면서 사는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거나 우리 일상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의 모든 것들이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대개는 아주 많은 원자로 구성된 계를 대상으로 삼는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면 그 대상의 특성은 역시 그 대상의 질량이라든가 또는 그 안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이 되겠죠. 그리고 그 대상의 상태는 그것을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 같은 것에 해당해요. 푼다면 여러 개로 구성된 대형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야 되겠지만. 해 하나하나를 다 푸느냐? 많은 경우에 그렇게 하지는 않고,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시상태를 우리가 규정할 때, 거시상태에 해당하는 미시상태가 몇 개가 되겠느냐 하는 것이 관심사예요. 더 구체적으로는 그 미시상태의 수를 계산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아요. 하나의 거시상태에서 또 다른 하나의 거시상태로 변할 때에, 여기의 미시상태 수를 A라고 하고 저기의 미시상태 수를 B라고 할 때에 A와 B의 비율이 얼마냐, 결국 그게 중요한 거예요.

아까 봤지만, 물로 있을 때의 미시상태의 수와 얼음으로 있을 때의 미시상태의 수의 비 같은 것, 그 정도가 중요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은 대개 온도를 알면 간접적으로 거기서부터 찾아낼 수가 있어요. 아까 물의 경우를 사례로 찾아봤죠. 그렇게 되면 어떤 비율로 어떤 것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이런 것을 알 수 있어요.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계산을 일일이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이론적인 연관은 이론적으로 이렇게 이렇게 관계된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거지, 처음부터 다 계산해야 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 외에는 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별로 필요하지도 않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상들이 모두 이런 원리를 바탕에 깔고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거예요. 표면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이 전부가 아니라 그 바탕에 이러한 활동들이 있어서 현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거예요.

4.2. 통계역학적인 상태는 주로 에너지-운동량 상태를 쓴다

최우석   양자역학적인 대상에서의 상태는 상태함수라는 것으로 딱 주어집니다. 그러면 통계역학적인 대상의 거시상태(개괄상태)는 그 계 자체의 에너지 상태, 이렇게 주어져야 되나요?

장회익   거시상태는 자체의 에너지가 한 중요한 변수가 되지요. 거시상태를 규정하는 다른 변수들 예컨대 체적이라든가 에너지 분포 등도 있어서 같은 에너지를 가졌더라도 이것들이 달라지면 다른 거시상태라고 말할 수 있어요. 편의상 다른 변수가 고정되었다고 본다면 에너지가 거시상태를 규정한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같은 에너지를 가지더라도 그 서로 다른 운동량 상태는 매우 많기 때문에 미시상태 즉 양자역학적 상태의 수는 엄청나게 많을 수 있지요. 같은 에너지를 가진 가능한 상태 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대개 서로 다른 에너지-운동량 상태를 계산해요. 에너지-운동량 상태를 계산하는 방법은, 에너지나 운동량이 특별한 값을 가지게 될 상태의 수를 찾는 거예요. 이론상으로는 이것 대신에 위치 상태 즉 위치의 값이 서로 다르게 될 상태의 수를 계산할 수도 있죠.

우리가 보통 상태함수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위치-시간의 상태함수를 많이 생각해요. 어느 위치에 있을 상태를 위치의 고유상태들로 구분할 수 있기는 한데, 그것보다는 에너지-운동량을 많이 써요. 에너지-운동량으로 보느냐 위치-시간으로 보느냐 하는 것은 항상 대등하기 때문에 상태의 수를 보통 계산할 때는, 즉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를 구할 때는 에너지와 운동량 상태, 에너지와 운동량이 서로 구분되는 상태가 무엇이며 몇 가지가 있느냐 그걸 보통 계산해요.

그래서 에너지와 운동량을 바탕으로 상태의 수를 따져요. [그림 3] 봤지만 에너지가 얼마냐에 따라서 확률이 다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에너지를 가진 상태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통계역학적으로 유용해요. 그래서 실제로 양자역학적인 상태를 통계역학에 쓰기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 운동량과 에너지 상태를 써요.

최우석   그러면 거시상태에서 그 규정들이 연속적으로 되는 건가요, 아니면 불연속적으로 되는 건가요?

장회익   원칙적으로는 불연속인데, 많을수록 그 갭이 아주 잘게 돼서 실제로는 거의 연속으로 가는 거지. 큰 상태로 가면 사실은 거의 연속적이에요. 수소 원자를 볼 때처럼 특별히 한두 개를 할 때에는 아주 불연속이 크지. 수소 원자 안에 있는 에너지 상태 갭은 보통 커요.

아까 얘기했지만 재미난 것은 결정체, 다이아몬드 같은 경우에 전자들이 가질 수 있는 상태 수가 다 나와요. 그런데 갭이 탁 있어서 점프하고 또 갭이 있고, 이런 묘한 성질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 갭 상태가 있을 때는 외부에서 어떤 자극을 주더라도 아래쪽의 전자가 위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거기에 영향을 못 줘요.

그래서 그 에너지 차이만큼보다 낮은 어떤 빛이 물질에 닿으면,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의 경우에 우리가 보기에는 그 단단한 다이아몬드를 빛이 휙휙 패스하는 거예요. 그런 양자역학적인 상태의 성질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와요. 그렇게 양자역학적으로 이해를 하는 거야.

예를 들어서 갭보다 큰 에너지를 가지는 어떤 자극을 주면 어떤 확률로 얼마만큼 상태가 변할 것이냐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는 통계역학적인 방법을 쓰는 거죠. 그래서 항상 현상 자체를 설명할 때는 통계역학적인 방법을 쓰고, 그 기본 바탕은 양자역학적인 상태를 써요.

그 이전에 고전역학으로는 다이아몬드에 있는 전자의 상태를 계산할 방법도 없고, 의미도 없어요. 양자역학이 들어가면서 그런 것들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현대과학에서 ‘물질을 이해한다’는 것은 물질의 양자역학적인 성질을 이해하는 거예요. 결정구조라든가 이런 것들은 물론 원자핵의 배치같은 것과 관계되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있는 전자들의 상태가 중요해요.

대부분의 전자들은 묶여 있어요. 원자핵 주변에 다 묶여 있어요. 아까 얘기했지만 이런 전자들은 바닥에 항상 묶여 있죠. 밖에 떠도는 비교적 자유로운 전자들이 외부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물질의 물리적인 성질이 거의 대부분 결정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색깔인지도 양자역학적으로 결정돼요. 빛을 받을 때 그 색깔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받아서 흡수해버리면 그 색깔의 보색에 해당하는 색깔이 밖으로 나가요. 가시광선은 백색인데 거기 부딪히고 나서 가령 황색이 될 경우에 우리는 그 물체가 노랗다고 얘기하죠. 다 양자역학적인 관계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에요.

5. 자유에너지의 중요

장회익   자유에너지의 중요성을 조금 더 얘기를 해야 돼요. 다음 챕터, 우주 얘기할 때 해도 되기는 하는데, 미리 조금 얘기해봅시다. 우주 내에 기본입자들이 있는데 이것이 왜 원자 핵을 이루고 있나? 왜 원자를 이루고 있나? 또 왜 어떨 때는 분자를 이루느냐? 이런 것들이 무슨 이유로 어떤 과정을 통해서 달라지느냐, 이런 얘기들이 다 통계역학과 양자역학으로 설명이 돼요. 이런 얘기는 시간관계상 우주 얘기할 때 함께 하면 되겠어요.

자유에너지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은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자유에너지 함수의 모양이 달라지니까, 그 대상은 가장 낮은 자유에너지 상태를 가지는 형태로 변해나가는 거예요. 그 온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더 정교한 결합을 가지는 것이, 자유에너지가 더 낮은 쪽이 돼요. 온도가 높을 때는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 자유에너지가 더 낮은 경우가 되고. 그래서 항상 자유에너지가 낮아지는 쪽으로 따라가다 보면 점점 우주가 식으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또는 정교한 물질들이 출현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어요. 하나는 자유에너지가 낮은 것이 있지만, 아까 얘기했지만 자유에너지가 낮아도 가운데 경계(문턱)로 막아주는 것이 있으면 갈 수가 없는 경우가 있죠. 그걸 점프해야 되는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든 인위적으로 낮춰주든가 무슨 이유 때문에 가는 루트가 설명이 돼야 돼요.

루트라는 것은 미시상태들끼리 서로 바뀔 수 있는 길이 열려야 되는 건데, 그 길이 쉽게 안 열리는 경우들이 있지. 그 길이 열리도록 하는 상황이 또 필요한 거야. 예를 들어서 원소들을 봅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소들이 90여 가지가 있죠. 그런데 우주 내에 기본입자들이 있는데 온도가 쭉 떨어진다고 해서 그 원소들이 하나씩 만들어지느냐? 그렇게 해서는 안 만들어져요.

왜냐하면 기본입자들이 가까이 접근하면, 접근하기 어려운 상당히 강한 반발을 먼저 받아요. 그래서 결합을 일단 해야 자유에너지가 낮아지는 상태가 되는데, 그 결합을 방해하는 문턱이 대단히 심해. 그래서 그 방해를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뭐냐? 큰 별에서 굉장한 압력을 받아서 꽉 자극을 줄 때에 비로소 문턱을 극복하고 결합이 돼요. 핵융합 반응이 별 속에서 일어나는 거야.

그래서 우리 태양에서는 헬륨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고, 태양 정도의 압력 가지고는 산소, 질소 이런 더 큰 원소는 못 만들어요. 태양에서는 그런 것들은 안 만들어져. 태양보다 훨씬 더 큰 별에서 압력을 더 가하면 헬륨끼리 결합해서 더 큰 원소로 가는데 그게 더 자유에너지가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또 더 압력이 강하면 그게 더 낮은 자유에너지 상태가 되니까 또 더 큰 원소로 결합하게 되죠. 그 상태가 자유에너지로 보면 상당히 안정적인 거예요. 그래서 그런 큰 원소들이 일단 만들어지면 별이 깨지더라도 원소들은 더 이상 깨지지 않고 몰려다니는 거지. 그래서 우리 지구에서 보는 다양한 원소들이 있는 거예요.

자유 공간에서 온도만 낮아진다고 해서 이런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강한 압력에 의해서 경계를 넘어서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큰 별을 통해서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이런 얘기들은 우주의 이해 속에서 다음 시간(제6장.우주와 물질)에 자세히 얘기를 해보죠.

최우석   열역학 제2법칙이나 엔트로피를 다루는 책자에서 흔히 나오는 얘기들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떤 고립 계는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방향으로 가게 돼있다고 하면서, 열죽음 이런 얘기를 합니다. 열이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으면 고른 쪽으로 가고, 지금 우주가 절대온도 0K에 가까운 값의 온도로 평균적으로 분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자유에너지를 논의하는 이 단계에서는 온도의 함수로 대상 계의 엔트로피가 달라지고, 그러니까 계의 온도와 열역학 법칙이 별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장회익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내가 얘기를 했죠. 그런데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관계가 주어지면 단위 에너지당 엔트로피가 얼마만큼씩 증가하는가 하는 2차적인 변화, 그것이 바로 온도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에너지가 높아지면, 즉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면 온도가 올라가죠. 그 얘기는, 일단 에너지를 많이 가지면 더 이상 에너지 증가에 대해서 엔트로피의 증가율은 적어진다는 얘기예요. 그 얘기가 뜨거워진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온도는 2차적인 거야. 에너지와 엔트로피가 1차적인 것이에요. 에너지가 있으면 엔트로피가 결정이 돼요. 그러면 온도는 어떻게 결정되느냐? 그것은 그 에너지 상황에서 다시 에너지가 증가할 때에 엔트로피의 변화 양상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을 봐야 돼요. 에너지가 클수록 그 다음부터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값이 작아져. 작아진다는 얘기는 그것이 바로 뜨거워진다는 얘기예요.

직관적으로 잘 안 들어오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어요. 차다는 얘기는 에너지가 조금만 들어와도 엔트로피가 크게 올라가려고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것과 접촉할 때 에너지를 조금만 받아도 엔트로피가 크게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면 에너지가 높은 데에서 낮은 쪽으로 에너지를 확 뽑아요. 에너지가 낮은 쪽으로 가면서 엔트로피가 전체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찬 것에 닿으면 우리가 쉽게 열을 뺏기는 거지. 왜냐하면 찬 데서는 에너지를 받음으로써 엔트로피가 많이 올라가니까. 차다는 것은 에너지를 조금만 받아도 엔트로피가 확 올라갈 수 있는 상태를 말해요. 냉도같은 거죠.

그렇다면 열죽음이란 것은 어떤거냐? 우주의 어느 시점에서 온도가 일정하게 되면 우주내의 모든 대상은 그 온도에 해당하는 자유에너지가 최소치가 되는 상태에 머물고 더 이상 아무 변화도 못 일어나는 상황이 된다는 거예요. 그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우주 전체의 온도라는 것은 우주의 팽창 혹은 수축과 관계되는 우주론적 현상이기 때문에 아직 우리가 잘 모르는 영역이고 또 그 때의 자유에너지 최소치라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함부로 죽음이라는 말로 비관할 일은 아니니까 너무 염려 안 해도 돼요.

최우석   통계역학 법칙은 동역학 법칙으로 환원이 되는 게 아니고 완전히 별개잖아요. 결국은 짝꿍같이 궁합이 잘 맞는 두 주머니를 차고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입자들 하나하나들이 갖는 것과 다른 국면에서 여러 개의 입자들이 함께 집합적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에 대한 법칙이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장회익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겠는데, 그것과는 조금 성격적으로 다른 거예요. 동역학에서는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자연계에 나타나는 현상은 이상하게도 서로 다른 미시상태들의 군들이 있어서, 그 군들의 외형적인 성질은 구분이 안 되는 형태로 많이 존재해요. 이렇게 미시상태는 다른데 거시상태로는 동일한 형태로 존재하는 모습에 대한 서술과 이해가 통계역학, 열역학 이런 거죠.

동역학은 그런 상태 하나하나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 그리고 그것의 성질이 어떠냐 하는 것을 얘기해주는 바탕에 있는 이론이에요. 그래서 자연계에 있는 현상들은 그 동역학적인 상태를 바탕으로 삼고, 그것들의 무리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성질을 외형적으로 보여줘요. 통계역학은 이제 그것들이 보여주는 무리들이 어떻게 변해나가느냐를 나타내요.

6. 생명현상과 통계역학

그리고 그 중에서 아주 흥미롭고 우리한테 정말 중요한 것은 관심사는, 확률적으로는 대단히 작지만 굉장히 정교한, 다시 말하면 그 무리 안에 있는 미시상태의 수는 작지만 현상적으로는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요.

아주 정교한 현상들이, 여기서 앞으로 크게 갈라지는 있어요(1차 질서와 2차 질서). 미시상태 수가 많아져서 거시상태 몇 가지로 뿔뿔이 갈라지고, 그리고 우연히 가장 낮은 것이 아닌 조금 덜 있음직하지만 어떤 이유 때문에 가장 낮은 쪽으로 가지 않는 그런 현상들이 우리 눈에 구분되는 대상들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그 중에서 아주 정교한 것으로 올라가는 쪽이 하나 있어요. 놀랄 만큼 더 정교해요. 그것이 형성되는 메카니즘이 있고, 또 그것이 계속 유지되는 메카니즘이 있어요. 이것이 생명현상에요. 그 생명현상은 바로 통계역학적인 것 중에서 미시상태 수는 작지만 거시상태로 독자적으로 있을 수 있는, 그래서 우연히 생기기는 굉장히 어려운, 굉장히 희귀한 현상인데 현실적으로는 나타나는 것들이에요. 그것이 우리한테 가장 중요한 생명을 이루는 것이고, 생명 자체예요.

이번에는 또 한번 놀라운 점프를 해야 돼. 무슨 점프냐하면, 2차 질서라고 내가 부르는 거예요. 정말 우리 상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보통 거시상태로는 확률적으로 너무 낮아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어떻게 출현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것이 어떤 놀라운 현상을 일으키느냐? 어떻게 이 세계가 있는 것이냐?

생명의 세계, 생명의 이해로 올라가는 거죠. 우주 내에는 그런 놀라운 것도 있다는 것, 이것을 이해해야 돼요. 생명 이해도 결국은 역시 동역학과 통계역학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다시 생명으로 가는 어떤 길이 있길래 그리로 가느냐, 그 길을 찾아서 그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해요.

최우석   혹시 우리 세계를 이루는 기본 구성입자들, 요소들에 대한 것이 동역학적인 법칙으로 다 서술이 된다고 하면, 통계역학적인 대상이 되는 것들은 그것부터 2차 질서라고 해야하는 것은 혹시 아닌가요?

장회익   그건 말을 붙이기 나름이겠지. 동역학적인 것을 1차 질서라고 하고 통계역학적인 것을 2차 질서라고 보자, 그것도 말이 되죠. 그런데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그런데 같은 통계역학적인 것 중에 또 전혀 다른 두 가지로 구분된다는 거예요.

1차 질서라고 하는 것은 무덤덤하지만, 그것도 꽤 높은 질서일 수는 있어요. 화성의 여러 가지 정교한 모습도 만들어질 수 있지. 요즘 우주여행을 하다보면 저 멀리 해왕성, 천왕성 이런 데에도 기기묘묘한 현상들이 있어요. 이런 것까지는 1차 질서예요.

그런 정도의 1차 질서도 신비하고 놀랍기는 한데, 그것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천문학적인 숫자 이상의 더 높은, 엔트로피 입장에서는 굉장히 낮지만 그러나 거시적인 형태로 유지가 되고 있는, 1차 질서와는 카테고리가 전혀 달라보이는 또 하나의 현상이 있다는 거예요. 이것을 나는 2차 질서로 보는 거지. 그 2차 질서를 이해하는 것이 생명 이해의 핵심이에요.

그리고 우리 책에서 그 다음에 나올 내용은, 그 생명 안에서 이번에는 주체라고 하는 것이 또 어떻게 나타나는가하는 거예요. 이것도 새롭게 이해해야할 또 하나의 점프죠. 그 다음에는 우리 삶의 세계, 나라는 것이 비로소 이해가 되는 단계로 가는 거예요. 거기까지 가자하는 것이, 우리가 여기서 시도하는 목표이고, 여기서 대충 이정표를 이 책에서 제시한 거예요.

최우석   통계역학 쪽에서부터 뭔가 세계가 더 고차화되는 것 같습니다.

장회익   당연히 그렇지. 그리고 거기서 다시 1차, 2차로 갈리죠. 같은 통계역학적인 것이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모든 것이 거의 다 통계역학적이에요. 그 중에서 우리 상식으로 얘기하면, 생명과 생명아닌 것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 1차, 2차 두 가지 질서가 어떻게 다른 메카니즘으로 연결이 되느냐, 그렇게 접근해야 생명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유지되나 이해할 수 있어요.

종래에는 그것도 다 다른 카테고리로,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걸로 다 나누어버렸죠. 중간 연관을 모르니까 각각 다른 얘기들을 했어요. 이제는 연결할 수 있게 됐다는 거지. 가장 기본적인 동역학적인 것에서부터 중간의 특별한 단절 없이 전체를 연결하는 거예요. 이것을 나는 ‘온전한 앎’이라고 불러요.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이도록 한 것이 온전한 앎이에요. 그 이해가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고 이 우주 안에 내가 산다는 것을 이해하는 기본 바탕이다라는 생각으로 이 주제를 보고 있는 거예요.

(대담영상 6 −3 녹취 끝.)

대담 : 장회익, 최우석, 황승미
영상 편집 : 최우석
녹취, 글 편집 : 황승미
전체 제작 :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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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자연사랑

    복잡하고 어려운 대담을 너무나 잘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게다가 수식이 많아서 무척 고생하셨을 것 같습니다. 사소한 오타 몇 개 말씀드립니다.

    [그림 3] 바로 밑에 나오는 “식 $\frac{e^{-E_2 / kT}}{\frac{E_1}{kT}}$은 지수함수의 성질 때문에 $e^{-(E_1 – E_2 )/kT}$이렇게 되죠.”는 “식 $\frac{e^{-E_2 / kT}}{e^{-E_1 / kT}}$ 은 지수함수의 성질 때문에 $e^{-(E_1 – E_2 )/kT}$이렇게 되죠.”가 되어야 합니다. $LaTeX$ 명령어는 \frac{e^{-E_2 / kT}}{e^{-E_1 / kT}}입니다. (그림 3은 제대로 되어 있습니다.)

    그보다 세 줄 밑에 있는 “사실 $E_1$와 $E_2$은 10.3eV 정도의 에너지 갭을 가지고 있어요.”는 “”사실 $E_1$과 $E_2$는 10.2eV 정도의 에너지 갭을 가지고 있어요.”가 되어야 합니다. 수소원자의 에너지 준위는 $E_n = -(13.6\mathrm{eV})\frac{1}{n^2}$이기 때문에, $E_2=-3.4\mathrm{eV}$라서, 두 에너지 값의 차이는 $13.6 – 3.4 = 10.2$가 됩니다. 이번에는 그림 3에 있는 $E_2$의 값이 틀려 있습니다.

  2. 자연사랑

    상온일 때 $kT=1/40 \ \mathrm{eV}$라는 것은 물리학자들은 항상 머리속에 넣어두고 있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볼츠만 상수가 $k=1.380 649\times 10^{-23}\ \mathrm{J}\cdot\mathrm{K}^{-1}$입니다. 에너지의 단위 줄(J)을 전자볼트 단위로 바꾸려면 전자의 전하량에 해당하는 값 $e=1.6\times 10^{-19}$을 나누어 주면 되기 때문에 볼츠만 상수는 대략 $k=8.6 \times 10^{-5} \ \mathrm{eV} \cdot \mathrm{K}^{-1}$가 됩니다.

    상온은 대개 섭씨 15도를 가리키기 때문에 켈빈(K) 단위로 쓰면 $T = 298 \ \mathrm{K}$이 됩니다.

    이 둘을 곱하면 $ kT = 8.6 \times 10^{-5} \times 298 = 2.56 \times 10^{-2} = 0.0256 \approx 1/40$을 얻습니다. 단위는 물론 전자볼트(eV)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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