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림 화장실, 되살림 텃밭 정원, 되살림 도시

녹색문명공부모임 5, 6월 책 <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폴 호컨)를 읽으면서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되살림 화장실, 되살림 텃밭과 정원이 한 개인을 넘어 회사나 주택 단지, 더 크게는 한 도시 규모에서도 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닐까해서 가볍게 써보았습니다.

이 책 ’10장. 행동+연결’에는 개인, 회사, 정부 등 각 주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목록으로 만들어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 중에서 ‘한 주택 보유자의 펀치 리스트’에는 열펌프 설치, 화석연료 사용 중단,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바꾸기, 재생가능한 전력원으로 전환, 연간 의류 구입 예산 계획, 퇴비화 시설 마련, 비행기 여행을 줄이고, 비행기 여행을 할 경우 탄소 상쇄권 구입, 불필요한 물건은 기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목록은 참고용으로 제시된 하나의 사례입니다. 각자 이미 하고 있는 것도 있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있고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겠습니다. 목록의 내용은 대체로 에너지원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고, 화석연료와 물건을 덜 쓰거나 안 쓰는 방식입니다. 이런 펀치 리스트에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화장실 부문일 것 같습니다. 화장실 시스템을 생태적으로 바꾼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그런지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위 그림은 시골 주택에서 해볼 수 있는 생태화장실, 생태 텃밭 사례이고 저를 포함한 2인 가족이 10년 동안 해오고 있는 방식입니다. 이 시스템 운영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녹색아카데미의 기사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2.내 똥이 검은 흙 되어 밭에 들어가다”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생태 변기를 사용하려면 어려운 점도 있고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불편한 점은 생각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위의 링크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생태 변기에서 오줌은 관을 통해 집 밖에 있는 통에 모이고 똥은 변기 안에 있는 통에 얌전히(!) 모이게 되는데요. 그래서 가족 수나 생활 패턴에 따라서 짧게는 한 달, 길면 두 달에 한번씩 비워줘야 합니다. 이 일이 가장 불편하죠.

모인 오줌은 물로 희석해서 텃밭에 웃거름으로 주고, 똥은 거름통에서 1~2년 묵혀서 봄 작물을 심기 전에 텃밭에 거름으로 줍니다. 오줌을 희석하는 물은 상수를 쓸 수도 있지만 하수도 가능합니다. 생태 변기를 쓰면 하수에 똥오줌이 섞이지 않기 때문에 생활하수를 텃밭에 재사용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주방과 욕실에서 화학세제는 쓰면 안 되고 비누와 소다를 사용합니다.

도시의 주택에서 한 가구가 홀로 이런 시스템을 쓰기 어려운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 중의 하나가 냄새일 겁니다. 제품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변기에서 냄새를 뽑아내야 하거든요. 생태 변기 중에는 변기 안의 똥을 얼리거나 태우는 방식도 있는데 이런 유형은 에너지가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도시에서 생태 변기 시스템을 쓸 수 없을까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의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를 리모델링 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시공도 어렵겠지만 새로 짓는 경우에는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세식 화장실을 쓰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한 군데 모으기 위해서 똥오줌이 흘러갈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오줌은 흘러갈 수 있지만 똥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쓰레기나 오염물 처리의 기본은 처리할 물질을 따로 모으는 것이고 이 일이 첫 번째 해야할 일입니다. 그런데 수세식 화장실은 따로 나오는 똥과 오줌을 같이 섞고 이것을 다시 물에 흘려보내기 때문에 분리하는 일을 또 해야 합니다.

다세대 주택에 생태 화장실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줌은 별도의 관을 통해 쉽게 모을 수 있습니다. 맨 위 그림에 나오는 생태 변기도 아주 간단한 구조를 통해 똥과오줌을 분리시켜줍니다. 똥이 문제인데요. 관을 통해 모으려면 유지 관리가 꽤 힘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압력을 이용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 같은데, 기차 화장실에서는 이미 쓰고 있지요. 압력으로 슉~ 빨아들이는 화장실 시스템이 개발되기 전에는 쓰레기 버리러 가듯이 이렇게(⬇︎) 직접 들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냄새가 문제인데요. 맨 위 그림의 생태 변기에는 냄새를 빨아들이는 관이 변기 위쪽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수세식화장실과 달리 볼일을 볼 때도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에도 열회수 환기 시스템이 많이 설치되고 있는데요. 그런 식으로 화장실의 냄새도 관을 통해 모으고 필터 등을 이용해 제거하는 중앙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생태 화장실’이 한 회사 혹은 한 주택단지나 아파트, 한 도시의 펀치 리스트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시 텃밭, 기후위기 시대의 물 문제, 이러한 시스템을 관리하는 일자리와도 연결이 될 수 있을 테고요. 생태 변기 개발, 건물의 생태화장실 시스템, 냄새 제거 시스템도 개발하고 관리해야될 거고요. 변기를 비우고 세척하는 기계를 만들어내는 기술도 그리 어렵지 않게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기를 넣으면 기계가 알아서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비우고 자동 세척해서 통만 다시 뱉어내는 거죠.

사실 개인은 기계 앞에서 통이 세척돼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을 것 같네요. 최소한 한 단지 내에는 변기 규격이 동일 할테니 채워진 통을 코인 넣듯이 기계에 넣으면 새 통을 내주는 방식이면 될 겁니다. 최소한의 관리 인원은 있어야겠죠. 만들어진 거름은 단지 내 도시 텃밭에 쓸 수도 있고 판매해서 수익금은 단지 유지관리비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생태 화장실, 생태 텃밭과 정원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주택 단지 내에 텃밭, 생태 변기 교체 공간, 최소 2년 분량의 똥거름 보관 공간, 오줌은 1-2 주일 지나면 쓸 수 있으니 최소 2주 이상 분량의 오줌거름 보관 공간, 냄새제거 시스템 관리 공간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실 현재 아파트 단지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공간 확보는 문제가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스템은 주민들에게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환경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한 가정에서 쓰는 물의 절반은 욕실에서, 그 중의 또 절반은 수세식 화장실에서 사용됩니다. 즉 집에서 쓰는 물의 4분의 1이 똥오줌을 흘러가게 하는 데 사용된다는 뜻입니다. 기후위기가 더 심각해지면, 혹은 이미 물 위기와 상하수 위생 문제로 고통 받는 곳에서 이런 생태 화장실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주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똥오줌을 발생원에서 원천적으로 분리시키면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아주 큽니다. 강과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을 수 있고 매우 효율적으로 거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질산 비료, 인산 비료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것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질소 비료는 많은 에너지, 주로 석탄을 이용해 공기 중의 질소로부터 합성하고 인산 비료는 주로 인광석으로부터 얻습니다.

특히 인광석은 전 세계 매장량의 80%가 모로코를 포함한 서부 사하라 지역에 몰려 있고 당연히 유한한 자원입니다. 영국 런던의 템즈강 관리국에서는 하수와 도축폐기물에서 인산을 추출해 인산 비료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미 물에 쓸려나간 똥과 오줌을 다시 걸러 비료를 만드는 것보다 발생원에서 그냥 가져다 비료를 만드는 편이 훨씬 더 간편할 것 같습니다만, 이미 만들어진 도시 시스템이 있으니 단순 비교는 어렵겠습니다. 현재 우리의 시스템이 무엇을 어떻게 낭비하고 문제를 어렵게 하고 있는지는 분명해보입니다.

글, 그림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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