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6-1. 통계역학(1) : 엔트로피,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이야기’에서 나눈 대담 6-1를 녹취, 정리한 것입니다. 대담은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이야기” 6-1편에서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중’제5장.소를 길들이다: 통계역학’의 내용 정리 부분 중에서 엔트로피,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등의 내용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6-1. 통계역학(1) : 엔트로피,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1. 엔트로피와 온도
    1.1. 클라우지우스는 온도를 안다고 가정하고 엔트로피를 정의했다
    1.2.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 정의 10년 후 나온 볼츠만의 식
    1.3. 온도는 왜 그렇게 늦게 이해하게 되었나?
  2.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2.1. 통계역학에서 상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두 가지 상태 :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2.2. ‘양자역학적인 상태’의 수?
    2.3. 윷놀이로 미시상태와 거시상태를 이해해보자
  3. 엔트로피의 정의
    3.1. 미시상태의 수, 거시상태 & 엔트로피
    3.2. 엔트로피의 정의식
    3.3. 미시상태와 거시상태의 사례 : 소금물
    3.4. 미시상태의 수 W와 logW
  4. 에너지와 엔트로피
    4.1.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관계
    4.2. 온도의 정의
    4.3. 고립계에서 에너지 총량은 보존, 엔트로피는 증가할 수 있다
    4.4. 한 대상의 실제 엔트로피는 가장 큰 최종 엔트로피만 생각하면 된다?
    4.5. 볼츠만의 식 vs 클라우지우스의 식
    4.6. 자연을 이해하는 순서와 방식
  5. 통계역학과 원자론 & 양자역학

1. 엔트로피와 온도

1.1. 클라우지우스는 온도를 안다고 가정하고 엔트로피를 정의했다

장회익   클라우지우스는 취리히대학의 첫 물리학 교수였어요. 2017년도에 우리가 거기 갔었는데 취리히대학 바로 밑의 거리 이름이 ‘클라우지우스 슈트라세’예요.(웃음) 엔트로피를 처음 얘기한 사람이 클라우지우스(Rudolf Clausius, 1822-1888)죠.

클라우지우스가 엔트로피를 처음 정의할 때는 열이라고 하는 개념을 우리가 안다고 가정했어요. 열이란 뭐다, 에너지의 일종이다, 그렇게 클라우지우스는 온도라는 걸 안다고 생각했어요. 뜨겁고 찬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온도를 아는 건데 온도를 모를 수가 없지. 그런데 그때 절대온도(Absolute Zero, William Thomson, 1st Baron Kelvin) 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절대온도라는 것은 후에는 너무 명확하게 정의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약간 애매했어요. 온도를 어떻게 측정하느냐? 온도를 측정하는 도구가 온도계인데, 수은 온도계가 온도를 나타내느냐? 그것은 하나의 방식일 뿐이에요. 우리가 많이 쓰기는 하지만.

실용적으로는 수은 온도계를 많이 쓰지만 학문적으로는 이상기체 온도계를 써요. 이상기체가 온도에 따라서 부피와 압력이 달라지는데, 이상기체를 가지고 해보면 절대온도 이하로 내려가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혀요. 그래서 절대온도라는 것이 나왔어요.

그런데 클라우지우스가 사방으로 머리를 굴리다보니까 열의 이동을 절대온도로 나눈 어떤 물리량을 하나의 새로운 물리량으로 정의하면 굉장히 묘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하는 것을 찾아냈어요. 어떤 성질이냐? 그 물리량이 항상 커지는 쪽으로만 바뀌더라는 거야.

그래서 그것을 새로운 어떤 물리량으로 정의했어요. 단위 열 $dQ$라고 해서 어떤 작은 열의 이동이 있다고 할 때 그것을 절대온도로 나눈 것이 $dS$, 즉 $S$라는 어떤 물리량의 작은 단위 변화와 같다, 즉 $dS= \frac{dQ}{T}$. 이렇게 정의하면 $S$라는 물리량이 상당히 흥미로운 성질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고 거기에 엔트로피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림 1] 심학 제5도. 통계역학 변화의 원리

1.2.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 정의 10년 후 나온 볼츠만의 식

장회익   그런데 엔트로피의 정체가 뭐냐? 굉장히 알기가 어려운 거지. 요즘은 별로 안 그렇지만 내가 공부할 때만 해도 엔트로피의 정의를 클라우지우스의 정의로만 얘기했지 볼츠만(Ludwig Boltzmann. 1844-1906)의 정의는 교과서에 거의 안 나왔어요. 그래서 클라우지우스의 정의를 따라가는데, 나 자신도 이해가 안 되는 거야. 그래서 열역학을 재밌게 공부하지 못한 이유에 이런 것도 있어요.

클라우지우스의 식으로는 엔트로피의 개념이 잡히지가 않아. 그래도 학자들은 그걸 받아들여서 열심히 했어요. 클라우지우스가 발표하고 나서 한 10년 정도 후에 볼츠만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엔트로피를 다시 규정한 거예요. 알고 보면 대등한 내용이에요.

그것이 볼츠만이 한 엔트로피 표현인데, 볼츠만의 묘지에 가면 제일 위에 수식이 하나만 나와 있죠. $S=klogW$ 여기서 $S$가 무엇을 의미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그리고 엔트로피가 정의되면 엔트로피를 통해서 온도 $T$를 정의할 수 있고, 온도와 엔트로피가 정의되면 에너지 $U$와 결합해서 자유에너지 $F$를 정의할 수 있어요. 

자유에너지 $F$를 $F=U-T·S$ 이렇게 정의하면, 아주 중요한 거의 모든 상태변화는 이 자유에너지가 줄어드는 쪽으로만 간다, 이것이 통계역학적인 상태변화의 기본 원리가 되죠. 이렇게 연결해서 이해하면(심학 제5도. p.284), 통계역학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요.

1.3. 온도는 왜 그렇게 늦게 이해하게 되었나?

장회익   엔트로피 $S$의 정의에서 출발해서 자유에너지 $F$의 정의로 가고, 그 과정에서 온도를 이해할 수가 있게 돼요. 그런데 온도라고 하는 개념이 재밌어요. 우리가 피부로 느낀다고 할 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개념이 뜨겁다, 차다죠. 그만큼 우리한테 친숙한 것이 온도인데, 온도가 뭔지 막상 안 것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들어와서예요. 엔트로피를 통해서, 아! 이게 온도였구나 알게 된 거예요. 굉장히 재밌는 일이죠.

그래서 이제 우리는 온도를 ‘이해한다’는 말을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온도를 느낀다고 말해왔죠. 아마 가장 친숙한 것이 온도였을 텐데 이제 이해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왜 그렇게 온도가 우리한테 친숙한가도 미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온도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하지 않았다면 피부의 모든 세포까지도 온도를 감지하도록 만들어둘 필요가 없는 거지. 왜 모든 피부가 온도를 감지할 수 있게 만들어놨나?

우리의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온도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온도를 파악하는 거죠. 그런데 그것이 과연 뭐냐하고 체계적인 앎의 틀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공부해야할 핵심적인 내용이고, 그것의 가이드가 엔트로피 개념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

최우석   온도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게 없었다라는 것부터 저희가 좀 납득을 해야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단 온도계로 나오는 숫자들이 온도라고 저희가 익히 알고 있고, 분자들이 열심히 운동을 하면 그게 벽을 때린 것이 온도다 이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림 2] 자연의 기본원리 : 동역학과 열역학의 차이

장회익   그것을 분자운동론적 설명이라고 불러요. 온도, 열에 대한 분자운동론적 이해, 그것은 상당히 이루어져 있었어요. 그런데 운동론적으로가 아니라 엔트로피를 통해서 이해를 해야 비로소 온도가 이해되는 거예요. 온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엔트로피를 먼저 이해해야 돼요.

그런데 엔트로피의 정의, 아까 얘기했지만 클라우지우스의 정의는 온도를 아는 것처럼 생각하고 엔트로피를 정의했죠. 이론적으로 보면 엔트로피를 우리가 아직 이해를 못했어요. 그렇게 정의된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를 이해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걸 뒤집어야 돼. 엔트로피가 이해가 되고 그걸 통해서 온도가 이해되고, 그렇게 되면 클라우지우스의 식을 이해하게 되는 거예요. 클라우지우스는 식을 만들어놓고도, 그런 의미에서는 자기도 이해를 못하는 식을 만들어놓은 셈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접근해야할 기본 방식은, 볼츠만의 엔트로피를 먼저 이해하고 온도를 이해하면 거기서 클라우지우스의 정의식이 나와. 그런데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알아야할 중요한 개념이 있어요. 도대체 통계역학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이고, 통계역학에서 ‘상태’라고 하는 것이 뭐냐, 이것을 다시 우리가 파악해야 돼요.

2.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2.1. 통계역학에서 상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두 가지 상태 :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장회익   통계역학에서 ‘상태’는 크게 둘로, 즉 미시상태라는 것과 거시상태라고 하는 두 가지 종류의 상태로 일단 나눠요. 미시상태는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하던 동역학적인 상태와 같은 선상에 있는 상태 개념이고, 거시상태라고 하는 것은 새로 들어오는 개념이에요.

거시상태와 미시상태의 관계 속에서 엔트로피 개념이 정의가 돼요. 그렇기 때문에 통계역학적인 대상의 성격, 그리고 거기서 미시상태는 무엇이고 거시상태는 무엇인지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통계역학에서 꼭 그래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은, 여러 개의 입자(동일한 입자일 필요도 없다)가 함께 모여서 그것이 하나의 대상을 이루는 경우 그것의 성질을 살피는 것이 통계역학의 중요한 부분이죠.

[그림 3] 물(H2O)의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미시상태

장회익   단순히 입자 하나하나에 대해서 통계를 내서 평균치를 낸다, 이런 것을 넘어서는 거예요. 여러 개의 입자로 구성된 대상계가 가지는 물리학적인 성격인데, 그것의 한쪽 바탕이 미시상태예요. 미시상태는 우리가 동역학에서 얘기해온 미시상태이지만, 여기에는 굉장히 혼동할 여지가 있어요.

미시상태라는 개념에 대해서 우리가 흔히 하는 오해가 있어요.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원자 규모의 대상들이 가지는 하나하나의 상태가 미시상태이고, 거시상태는 그걸 다 모아서 본 것이 거시상태겠다하고 머리 속에 선입견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부터 우리가 먼저 깨야 돼. 미시상태도 그 전체 계의 상태야. 그것 하나하나의 상태가 아니에요. 이 전체 계가 가지고 있는 동역학적인 상태가 미시상태예요.

거시상태

장회익   거시상태는 서로 다른 미시상태인데, 외형적인 성질은 전혀 구분되지 않고 같은 것으로 보이는 그 새로운 카테고리의 성격을 가지는 상태가 있어요. 이것이 거시상태예요.

물을 예로 들어보면, 물 1kg이라는 것은 상당히 거시적인 대상이에요. 물 1kg에 H2O 분자가 대개 $3 \times 10^{25} $개 정도 들어있어요. 물 1리터가 이렇게 많은 분자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것도 흥미롭지만, 물 1kg의 미시상태가 뭐냐하면, 이 전체가 가지고 있는 양자역학적인 상태라고 보면 돼요. 이렇게 많은 것들이 가진 상태야. 이 분자 하나하나의 상태가 아니에요. 그걸 구분해야 돼요. 물 1Kg이 가질 수 있는 서로 다른 상태, 구분되는 가능한 세트 하나하나를 지칭하는 것이 미시상태예요.

2.2. ‘양자역학적인 상태’의 수?

최우석   그런데 꼭 양자역학적 상태여야 되나요?

장회익   이상기체 정도일 경우에는 고전역학적인 상태로도 거의 맞기 때문에 크게 상관이 없어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상태는 양자역학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그게 기본이죠. 양자역학적인 상태는 우리가 하나하나 셀 수가 있어. 고전역학에서는 상태 하나하나를 셀 수가 없어요.

최우석   양자역학적인 상태 하나하나를 셀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장회익   양자역학 공부할 때, 수소 원자 안에 있는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상태 중에서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는 상태 한 개야. 그런데 사실은 거기에 스핀이 있기 때문에 상태는 둘이야. 그 다음에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상태는, 이번에는 같은 상태이지만 운동량이 서로 다른 것들이 있어서 상태가 6개인가 8개가 돼요. 그래서 상태 하나하나 수를 셀 수 있어요.

그런데 고전역학에서는 상태의 수를 셀 수는 없어요. 위치와 운동량이 서로 다르면 ‘다른 상태’인데, 얼마나 다르면 ‘다른 상태’냐? 위치가 아주 가깝게 붙어 있는데, 얼마나 붙어 있어야 같은 걸로 봐야 하느냐 다른 걸로 봐야하느냐?. 운동량도 0에 근접시킬 만큼 차이가 있을 때, 각각의 상태가 같으냐 다르냐? 엄격하게 규정할 수가 없어요.

황승미   물 분자를 이루는 원자들의 전자의 배치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할 수 있다는 건가요?

장회익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한 여러 상태들이죠. 그런데 이때는 전자만이 아니라 분자 전체가 움직이는 것도 상태가 돼요. 그렇게 되면 더 복잡해지는데. 어쩄든 간에 이론적으로 양자역학적인 상태는 수로 딱 나타날 수 있어. 상태의 기본 단위가, 아마 책에 나와 있을텐데, 위치와 운동량의 곱이 플랑크 상수가 되는 그것이 하나의 상태 단위가 돼.

고전역학적으로는 위치와 운동량이 다르죠. 위치와 운동량 그래프에 점을 찍는다고 할 때 점을 얼마든지 많이 찍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그런 게 아니라 상태 하나가 차지하는 유한한 면적이 있는데, 그 면적이 바로 플랑크 상수예요. 플랑크 상수 이하가 되는 상태는 없어. 그것이 상태의 단위가 돼요.

그래서 양자역학적으로 상태는 숫자로 나타나고, 고전역학에서는 상태를 숫자로 나타낼 수 없어. 그래서 고전역학에서는 그냥 임의로 이것을 기본으로 하자, 그것보다 아래로 내려가면 같은 걸로 보고 그 밖으로 벗어나면 다른 걸로 보자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도 계산하는 데 큰 불편은 없는데,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서 조금 값이 달라지기는 해요.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딱 정해져 있는 거야. 그것도 양자역학의 흥미로운 점이죠. 그래서 양자역학에서는 상태의 수라는 것이 숫자로 딱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최우석   양자역학에서 $\Psi$함수가 상태함수이고, 상태함수가 위치와 시간에 대한 함수도 있고 운동량과 에너지의 함수도 있습니다. 운동량과 에너지의 함수로 보면 그 함수에서 에너지값이 정수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풀었을 때 정수배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값, 그러니까 말하자면 성향의 값이 정해져있다는 말씀인가요?

장회익   그렇지, 상태함수가 정해져 있지. 첫 번째로 n=1일 때는 이 값, n=2일 때는 이 값… 딱딱 다 나오죠. 상태가 아예 구체적으로 딱딱 나와요. 그런데 시간-위치 공간 상태를 기본으로 정하느냐, 운동량-에너지 공간에서의 상태를 기본으로 하느냐, 어느 한 쪽을 우리가 선택해야 돼요.

그런데 시간-위치 공간을 선택하면 운동량-에너지 공간 쪽이랑 성격이 조금 달라지지만, 통계역학에서 취급할 때는 운동량-에너지 공간의 상태를 기본으로 정해서 상태의 수를 정하는데 그렇게 하면 통계역학적 서술에서는 아무 지장이 없어요. 위치나 시간의 함수보다는.

그래서 미시상태는 양자역학적 상태인데 가장 간단한 경우가 전자 하나일 때예요. 전자가 많으면 전자들마다 상태들이 서로 좀 달라서 조합이 많죠. 서로 다른 여러가지 조합 하나하나가 다 다른 상태, 이렇게 돼요.

그래서 물 1kg과 같은 것이 있으면 가능한 상태의 숫자가 이론적으로는 다 나온다고 보면 되지. 실제 계산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이런 것 몇 개만 있으면 계산이 아주 복잡해져요.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정리가 돼요. 그런 걸 미시상태라고 해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얼음이다 하면 얼음 하나를 이루는 미시상태의 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거시상태는 얼음일 뿐이에요. 물론 얼음도 어느 정도 온도의 얼음인가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물의 거시상태를 크게 나누면 얼음, 물(액체), 수증기 세 가지로 나눠지죠.

물(액체) 상태에 있느냐, 얼음 상태냐, 수증기 상태냐. 얼음, 물(액체), 수증기라는 거시상태 각각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서로 다른 미시상태들이 들어있어요. 거시상태라고 하는 것은 상태의 카테고리야. 얼음이라고 하는 카테고리에 속하는 상태의 군을 얼음이라는 하나의 거시상태, 그리고 물(액체)이라는 거시상태, 수증기라는 거시상태, 이렇게 나눠볼 수 있는 거예요. 대략 이해가 되죠?

2.3. 윷놀이로 미시상태와 거시상태를 이해해보자

장회익   미시상태, 거시상태에 대해서 조금 다르지만 이해에 도움이 되는 재미난 비유가 하나 있어요. 윷놀이가 아주 재미난 비유예요. 윷 4개가 물 1kg이라고 생각해봐요. 윷가락 각각이 분자 하나하나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그런데 윷가락 하나가 가질 수 있는 상태는 앞면(O)과 뒷면(X) 둘 밖에 없어요. 그러면 4개가 가질 수 있는 가능한 상태의 수는 뭐냐?

XXXX : 모두 뒷면인 상태도 하나의 상태예요. 4개가 다 뒤집혀진 경우죠.

XXXO : 이 중에 맨 오른쪽 하나만 앞면으로 가면 이것도 또 하나의 상태가 되죠.

XXOX : 그런데 세 번째 것이 앞면인 것은 네 번째 것이 앞면인 것과 상태가 달라.

XOXX : 두 번째 것만 앞면이 된 상태도 마찬가지로 또 다른 상태예요.

그래서 이런 서로 다른 상태를 모두 합하면 16개가 돼요. 이것을 5개의 카테고리, 즉 도, 개, 걸, 윷, 모로 나눠요. 이 카테고리 하나하나가 거시상태라는 거지. 그러니까 ‘모’라고 하는 거시상태에는 미시상태가 하나 속해 있고, 도라고 하는 거시상태에는 미시상태가 4개 들어있고, 개라고 하는 거시상태에는 미시상태가 6개, 걸은 다시 4개, 윷은 1개의 미시상태를 가져요.

그래서 윷놀이할 때 제일 잘 나오는 것이 개죠. 왜냐하면 미시상태 6개 중에서 아무거나 하나 나와도 개거든. 그런데 모는 특별한 것 하나가 나와야 모이기 때문에 모는 잘 안나오고, 개가 제일 잘 나오고, 도와 걸은 원리적으로는 같고, 윷은 또 모와 원리적으로 같죠. 5개의 거시상태로 16개의 미시상태를 나누는 거야. 패턴은 5개지. 우리는 이 5개의 패턴을 가지고 게임을 하지, 미시상태를 가지고는 하지 않죠. 미시상태는 따지지 않아. 그래서 재밌는 거예요.

윷놀이라는 것이, 거시상태와 미시상태를 잘 결합해서 만든 재미난 게임이에요. 물론 비유에 가깝지만, 실제로 자연계가 그렇다는 거예요. 실제로 자연계에서는 미시상태가 구분이 안 돼요. 그 구분이 안 되는 묶음들이 달라지는 것이 우리 눈에는 변화로 보이는 거예요. 그 묶음들을 우리가 의미있는 물리량으로 설정해서 그것을 거시상태라고 해요. 그렇다면 다른 조건이 다 같을 때 어떤 거시상태가 가장 잘 출현하겠나?

최우석   미시상태가 많은 것들이요?

장회익   그렇지! 그러니까 눈 가리고 제멋대로 흔들어서 뭐가 나왔겠나 맞추라 그러면 ‘개’가 나왔다고 해야 맞을 확률이 가장 큰 거지. 예를 들어서 지금 ‘도’라고 해봐요. 마음대로 변화시킬 때 무엇으로 변할 확률이 제일 큰가? 모나 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개가 될 확률이 제일 크죠. 이렇게 미시상태, 거시상태를 설정해놓으면 미시상태끼리 서로 왔다갔다 할 수가 있어.

누가 와서 임의로 윷가락을 OOXO를 OXOO로 바꾼다고 하면 이것은 미시상태를 바꾼 거예요. 거시상태로 보면 동일하게 개죠. 어떤 특별한 미시상태에 있을 경우에 이것을 휘저었을 때 어떤 것으로 변할 확률이 제일 크냐, 미시상태가 제일 많은 쪽으로 갈 확률이 제일 크다, 이것만 이해하면 엔트로피 개념을 이해하는 거예요.

3. 엔트로피의 정의

3.1. 미시상태의 수, 거시상태 & 엔트로피

장회익   엔트로피라고 하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런 거예요. 하나의 거시상태에 대응하는 미시상태의 수를 $W$라고 우리가 불러요. $W$는 하나의 거시상태에 해당하는 미시상태의 수, 그러니까 모의 경우에는 $W$가 1, 윷도 1, 도나 걸은 $W$가 4, 개는 $W$가 6이에요.

그 $W$에 로그를 붙여. $logW$가 이 거시상태의 엔트로피예요. 어떤 이유때문에 거시상태가 규정이 되면, 그 거시상태 카테고리에 들어오는 미시상태의 수가 일반적으로 굉장히 크지. 그것에 $log$를 붙이면 엔트로피가 되는 거예요. 그 구체적인 예를 봅시다.

[그림 4] 미시상태는 동역학적 상태 전환, 거시상태는 열역학적 상태 전환을 한다.

장회익   [그림 4]를 보면 미시상태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어서 거시상태로는 구분이 안 돼요. 이것들을 거시상태 카테고리로 나누고 이 거시상태에 해당하는 미시상태의 수를 $W_I , W_{II} , W_{III} , W_{IV}$ 로 표시했어요. (여기서 거시상태 I에서 미시상태가 ** 라는 것은 두 개가 한 묶음인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 하나하나가 전체 계의 미시상태를 말하며 거시상태 I에 있다는 것은 이 두 가지 미시상태 가운데 어느 한 미시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미시상태가 6개, 세 번째는 9개, 네 번째는 14개.)

동역학적 상태(미시상태)들이 실제로 이렇게 놓여있을 때 외부에서 어떤 교란을 주면 미시상태들끼리 무작위적으로 왔다갔다 해요. 미시상태들끼리는 전부 확률이 같기 때문에, 미시상태들끼리는 랜덤하게 같은 확률로 서로 전환 돼요.(도, 개, 걸, 윷, 모의 확률은 $\frac{4}{16}, \frac{6}{16} , \frac{4}{16} , \frac{1}{16} , \frac{1}{16}$이지만 해당 윷가락 배열(미시상태)이 나올 확률은 $\frac{1}{16}$로 모두 같아요.

열역학적인 상태 전환을 봅시다. 지금 현재 우연히 $I$ 이라는 거시상태에 있었다고 해봐요(예를 들어 윷놀이에서 도의 상태). 그런데 여기서 이런 *이라는 미시상태들이 왔다갔다 한다면 이것이 우연히 어디가서 상태가 뚝 떨어져서 상태 $II$로 갔다가 $IV$로 갔다가 $III$으로 갔다가 다시 $I$로 갔다가 하다가 어느 순간에 스톱하면, 가능성이 제일 높은 데 가서 떨어질 확률이 크죠.(즉 여기서는 상태 $IV$에 있을 확률이 가장 크다.)

이것이 열역학적인 상태 전환이에요. 그래서 미시상태의 변화는 동역학적인 상태 전환이고, 거시상태의 변화는 열역학적 상태 전환이에요. 열역학적 상태 전환은 어느 카테고리에 가서 떨어지는가 하는 것을 말해요. 우리한테는 거시상태만 보이는 거예요.

3.2. 엔트로피의 정의식

[그림 5] 엔트로피의 정의

장회익   엔트로피의 정의를 봅시다. 1865년에 클라우지우스가 엔트로피를 $dS = \frac{dQ}{T}$로 정의했다고 했죠. 그리고 $dQ$는 열량의 변화인데 이건 에너지 변화 $dU$와 마찬가지야. 클라우지우스는 ‘온도 $T$에서 에너지가 $dQ$만큼 변하면 엔트로피가 $dS$만큼 변하는 것이다’라고 얘기했는데 이게 막연한 거예요.

내가 여기서 ‘한 형상’이라고 얘기했는데 형상이라고 하는 것은 거시상태를 말해요. 얼음, 물, 이런 것들이죠. 볼츠만은 “한 형상(거시상태)에 대응하는 미시상태의 수를 $W$라 할 때, 이 형상의 엔트로피 $S$, 즉 이 거시상태의 엔트로피는 $S = k log W$로 정의”하자는 거예요.

그런데 $W$에 $log$만 붙이면 되는데 왜 $k$를 더 붙였나? $k$는 볼츠만 상수라고 해요. 이 $k$를 붙인 이유는 클라우지우스 때문이에요. 클라우지우스는 엔트로피 정의식 $dS = \frac{dQ}{T}$에서 에너지 $Q$와 온도 $T$로 엔트로피의 단위를 이미 정해버렸어요. 그런데 여기서 $log W$는 단위가 없잖아. 사실 이 식에서 의미 있는 부분은 $log W$뿐인데, 클라우지우스의 정의에 맞게 단위를 맞추려고 상수 $k$를 넣은 거예요. 그래서 볼츠만이 10년만 일찍 했더라면 이 엔트로피 식에서 $k$가 안 붙는 거예요. 그런데 클라우지우스가 먼저 했기 때문에 $k$가 들어가야 했고 불편하게 된 거지.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상대성이론에서 광속도 불필요했던 거야. 시간, 공간의 단위가 같다는 것을 우리가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1이 됐으면 그만이에요. 또 운동량과 에너지가 처음부터 위치-시간 공간의 역공간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플랑크 상수도 필요없는 거예요. 그걸 모르고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단위를 만들었기 때문에 플랑크 상수를 넣어야 맞아 들어가게 된 거예요.

엔트로피도 마찬가지예요. 역사적으로는 항상 모르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해를 하고 나면 무지에서 오는 상수 하나가 붙게 돼서 불편하게 되는 거예요. 어쨌든, 의미만 생각하려면 $k$는 무시해도 돼요. 그래서 $S = k logW$가 무엇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제 알았어요.

3.3. 미시상태와 거시상태의 사례 : 소금물

[그림 6] 미시상태와 거시상태의 사례 : 소금물

장회익   사례를 하나 봅시다. 접시에 소금을 담고 거기에 물을 부었어요(그림 6). 그러면 이것의 거시상태는 대략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어요. 처음에는 ‘섞이지 않은 상태’로 소금은 소금대로 물은 물대로 있는 상태, 그 다음에는 조금 섞인 경우, 그 다음에는 상당히 많이 섞인 경우, 그 다음에는 완전히 소금물이 된 경우. 이것들 이상으로 더 많은 상태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 이렇게 4개의 거시상태를 분류해볼 수 있어요.

우리한테는 거시상태가 관심사지, 김치할 때 어느 소금이 어느 물분자 옆에 있는지 그런 건 상관없잖아요?!(웃음) 각 거시상태에 속하는 미시상태의 수가 각각 다르다 이거야. 일단 ‘섞이지 않은 상태’의 경우 소금이 따로 있는 미시상태와 물이 따로 있는 미시상태가 몇 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10만 개라고 칩시다.

조금이라도 섞이면 미시상태의 수는 월등히 많아져요. 제법 많이 섞인 것이 되면 10의 87 제곱이 되고, 완전히 섞인 상태가 되면, 내가 임의로 넣은 숫자인데 미시상태의 수가 10의 26468 제곱이 돼서, 각 미시상태의 수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있어. 미시상태의 수 $W$가 바로 확률을 나타내요.

그래서 사실은 엔트로피에서는 보통 최종상태(완전히 섞인 상태)만 따져요. 왜냐하면 시간이 좀 지나면 다 최종상태로 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느 정도 평형이 된 것을 따지려면 압도적으로 확률이 큰 마지막 하나만 따지면 돼요. 보통 엔트로피 얘기할 때는 마지막 상태만 얘기하지만, 이론적으로 얘기하려면 다른 상태들도 따져야 돼요.

3.4. 미시상태의 수 $W$와 $logW$

장회익   그러면 $logW$는 뭐냐? 바로 10의 어깨위에 올라간 자리 수(제곱 수)만 읽는 것이 $logW$의 값이야. 상용로그(부록 A.7. p.579)에서 $logW$값은 $W$에서 10의 어깨 위에 있는 자리 수를 읽은 값이에요. 여기에 $k$를 붙인 것이 엔트로피예요.

엔트로피가 크다는 것은 어떤 거시상태(예: 소금이 완전히 섞인 상태)에 있을 미시상태의 자리 수가 크다($logW=26468$)는 것이고, 엔트로피가 작다(예: 섞이지 않은 상태)는 것은 자리수가 작다($logW=5$)는 것을 말해요.

이것이 핵심이지. 그래서 엔트로피는 확률과 관계가 돼요. $W$를 알면 결국 확률을 알기 때문에 $W$를 의미있는 물리량으로 봐도 되고, $logW$를 의미있는 물리량으로 봐도 대등하니까 상관이 없는데, $W$와 $logW$에는 계산상 차이가 있어요.

[그림 7] 엔트로피를 $log$함수로 정의하는 이유

장회익   두 개 이상의 부분계로 구성된 대상계에서 확률을 계산할 때, 예를 들어서 두 세트의 윷을 놓고 한 쪽에서는 ‘도’가 나오고 다른 한 쪽에서는 ‘개’가 나오게 될 확률이 얼마인지 계산하려면 ‘도’의 확률과 ‘개’의 확률을 곱해야 돼. 그런데 곱셈은 계산이 골치 아파요. 그래서 확률에 해당하지만 더하기로 연결되는 게 뭐냐, 그것이 바로 로그 계산이에요.

지금 한 대상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한 쪽 부분에서의 미시상태의 수가 $10^{14}$이고, 다른 한 쪽 부분의 미시상태의 수가 $10^{87}$이라 한다면, 이 대상 전체의 미시상태의 수는 이들의 곱인 $10^{101}$이 되죠. 이처럼 미시상태의 수 즉 놓릴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하려면 이들을 곱해야 하지만, 엔트로피를 계산하려면 각각의 엔트로피 즉 14와 87을 더한 값 즉 101 이 돼요.

미시상태의 수(곱셈 계산) : $W = W_1 \times W_2 = 10^{14} \times 10^{87} = 10^{14+87} = 10^{101}$

로그(덧셈 계산) : $S = k log (W_1 \times W_2) = k log (10^{14} \times 10^{87} ) = k log 10^{14} + k log 10^{87} = S_1 + S_2$

예를 들어 균일한 물체를 둘로 나눈다면 전체의 에너지는 각 부분 에너지의 합이 되는데 그 미시상태의 수 즉 놓일 수 있는 그것들의 곱으로 표시되니 불편하거든. 그런데 엔트로피로 계산하면 두 엔트로피의 합이 전체의 엔트로피가 되죠. 그렇기 때문에 계산을 복합계에서 합으로 나타내기 위해서 $W$가 아니라 $logW$를 쓰는 거예요. 이것이 유용하죠. 그래서 더하는 식으로 확률을 표시하는 방식이 엔트로피이다, 이렇게 되는 거죠.

최우석   미시상태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그 불편을 피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서 로그를 쓰는 건가요?

장회익   곱셈을 하는 불편을 피하기 위해서예요. 이것이 매우 중요하죠. 온도 정의할 때도 그렇고. 두 개의 서로 다른 상태의 엔트로피 계산이 더하기, 빼기로 가야 모든 것이 간편해요. 질량도 에너지도 다 더하기 빼기로 가기 때문에. 그렇지 않고 하나는 곱셈으로 하나는 덧셈으로 가면 이론적으로 굉장히 불편해요. 그래서 로그를 도입하는 거예요. 물론 상용로그만 쓸 필요는 없어요. 자연로그를 써도 돼요. 다 같지만 일반적으로 학계에서는 자연로그를 더 많이 써요. 어쨌든 개념이 이렇다는 것을 이해하면 엔트로피를 이해한 게 되는 거지.

4. 에너지와 엔트로피

4.1.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관계

[그림 8] 미시상태와 거시상태의 산출

장회익   여기서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해요. 일반적으로 엔트로피는 에너지의 함수야. 그러니까 예를 들어 물 1kg이 있다고 해봐요. 같은 물 1kg이지만 그것이 함축하는 에너지는 (얼음, 물, 수증기 같은 거시상태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를 수가 있어요. 온도가 높은 물은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온도가 낮은 물은 일반적으로 에너지가 적고, 얼음이면 에너지가 더 적죠. 수증기라면 에너지를 더 많이 가지고 있을 테고.

대상에 에너지를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서 엔트로피 값이 확 불어나요. 왜냐하면, 쉽게 얘기해서 입자의 운동 상태를 생각해봐요. 위치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운동량을 봅시다. 에너지가 크면 여러가지 서로 다른 운동량을 가질 수 있어요. 에너지가 낮으면, 예를 들어 0이면 운동량이 없어. 그러다가 에너지가 조금 커지면 몇 가지 운동량밖에 못 가져. 그러다가 에너지가 더 커지면 있을 수 있는 운동량의 수가 월등하게 많아져요. 그 얘기는 서로 다른 상태의 수 즉 미시상태의 수가 급격하게 많아진다는 얘기거든. 그래서 에너지를 주면 그 에너지의 함수로 엔트로피는 늘어나요. 

최우석   개별입자들이 갖는 동역학적 상태 수가 많아지고, 그것의 총합인 미시상태의 수도 급격하게 불어난다는 말씀인가요?

장회익   그렇지. 그래서 우리가 구체적인 함수 관계를 일일이 따지기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쨌든 에너지를 가지면 가진 만큼 더 활발하고 여러가지 가능성이 늘어나기 때문에, 같은 물이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가능한 미시상태의 수가 월등하게 늘어나요. 그 의미는 ‘엔트로피는 에너지의 함수다’라는 거예요.

그래서 엔트로피가 $U$의 함수, 즉 $S(U)$의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단위 에너지 변화에 대한 엔트로피의 변화율($ \frac {\partial S}{\partial U}$)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 그러니까 어떤 대상에 에너지를 얼마를 주면 엔트로피가 얼마나 늘어나겠느냐 하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단위에너지만큼 증가할 때 엔트로피는 얼마나 증가하는가? 이것은 대상에 따라서 달라요. 에너지가 서로 다른 두 개의 대상 A, B가 있다고 해봐요. 엔트로피는 에너지의 함수, 즉 $S(U)$죠. A와 B는 이 함수값이 서로 다르고, $ \frac {\partial S}{\partial U}$ 값도 각각 달라요.

이때 같은 에너지를 A와 B에 주었을 때 A와 B 각각의 엔트로피 증가율은 일반적으로 다르죠. 그러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어요. B에 있는 에너지 일부를 A에 옮겼다고 해봐요. 그러면 B의 에너지가 줄었기 때문에 엔트로피도 줄죠. 그런데 A는 에너지가 커졌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늘어났어. 처음에 엔트로피가 서로 차이가 얼마 있었을 테지만, B의 에너지가 A로 이동함으로써 B의 엔트로피는 줄고 A의 엔트로피는 늘어나.

그러면 에너지가 B에서 A로 이동함으로써 이 둘을 합한 엔트로피가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하는 것을 알 수가 있지. 왜냐하면 A의 엔트로피의 변화율($ \frac {\partial S}{\partial U}$)과 B의 엔트로피의 변화율($ \frac {\partial S}{\partial U}$)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에너지는 동일한 양이 B에서 A로 이동했을 뿐이고, 전체 계의 에너지는 변화가 없어요.

만약에 이때 B에서 줄어든 엔트로피와 A에서 늘어난 엔트로피가 동일하다면 전체 엔트로피 변화가 없어요. 그런데 B에서는 엔트로피가 조금 줄었는데 A에서는 엔트로피가 많이 늘어났다, 그러면 이 전체 계의 엔트로피는 확 늘어난 거 아냐. 그러면 이 전체 계의 상태가 있을 수 있는 확률이 확 올라간 거야.

그런데 자연계는 임의의 변화가 있을 때 엔트로피가 높은 쪽으로 갈 확률이 높아요. 그러니까 만약에 A와 B가 접촉해서 에너지가 서로 넘어갈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고 할 경우, 여기서 여러가지 상호작용을 하다보면 에너지가 B에서 A로 일부 이동함으로써 엔트로피가 조금 줄어드는 쪽에서 많이 늘어나는 쪽으로 가려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가만 두면 에너지가 B에서 A로 이동해요. 에너지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만 하면 에너지가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A로 가는 것이 확률이 더 크니까 그쪽으로 가서 머무르게 돼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냐?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맞닿으면 에너지가 어디로 이동해? 뜨거운 데서 찬 데로 가죠. A가 찬 것, B가 뜨거운 것이라고 가정하면, A로 에너지가 가죠. 그렇게 가는 이유는, 그래야 있을 수 있는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에요. 그 현상이 바로 여기에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A가 차다는 얘기는 A의 ‘단위에너지 증가에 대한 엔트로피 증가율’이 크고, B가 뜨겁다는 얘기는 B의 ‘단위에너지 감소에 대한 엔트로피 감소율’이 작다는 얘기지. 또는 달리 얘기할 수도 있어요. 같은 에너지 증가에 대한 B의 엔트로피 감소량은 좀 작고, A의 엔트로피 증가량은 훨씬 커. 그러면 에너지가 B에서 A로 가는 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상은 ‘뜨거운 데서 찬 데로 간다’라는 거죠. 그러면 여기서 뜨겁다는 것은 무엇이고 차다는 것은 무엇이냐? 지금 봤지만, 단위에너지 변화에 대한 엔트로피의 증감율의 차이지.

그러니까 에너지가 증가해도 엔트로피가 많이 증가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것을 뜨겁다고 해요. 에너지가 조금 증가했는데 엔트로피가 많이 커지면 차갑다고 해요. 변화율로 하면 바로 $ \frac {\partial S}{\partial U}$인데, 이 값이 크면 차고 작으면 뜨겁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온도의 정의가 다음 페이지에 나오죠.

4.2. 온도의 정의

[그림 9] 온도의 의미

장회익   $\frac{\Delta S}{\Delta U}$가 바로 에너지가 어디로 가는가하는 중요한 기준이에요. 온도는 $\frac{\Delta S}{\Delta U}$의 역수, 즉 $T = 1 / \frac{\Delta S}{\Delta U}$를 온도라고 해요. 그러니까 $\frac{\Delta S}{\Delta U}$가 크면 온도가 낮고, $\frac{\Delta S}{\Delta U}$이 작으면 온도가 높은 거야. 이렇게 온도를 이해하는 거예요. 온도라는 것이 무엇이냐? 한 대상에서 단위에너지가 증가할 때 엔트로피가 얼마나 증가하려고 하는 성향을 가진 대상이냐가 이것의 온도를 말해주는 거예요.

이제 나이가 각각 얼마나 됐나?(웃음) 그만큼 사는 동안 온도가 뭔지 모르다가 이제야 이 중요한 사실을 안 거야. 그런데 사실은 걱정할 게 없는게, 인류가 몇 억 년 동안 지구에서 살면서 19세기 말 20세기 초가 돼서야 비로소 온도가 뭔지 알게 된 거예요.

온도라는 것은 ‘단위에너지 증가에 대한 엔트로피 증가율의 역수’로 우리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 왜 찬 것과 뜨거운 것이 만났을 때 에너지가, 열이 어디로 이동하는가를 금방 알게 돼요.

4.3. 고립계에서 에너지 총량은 보존, 엔트로피는 증가할 수 있다

최우석   온도는 단위에너지 변화에 대한 엔트로피 변화의 역수이고, 그것이 하나의 물리량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러면 엔트로피의 정의상 뜨거운 것은 낮은 확률에 있는 계이고 차가운 것은 높은 확률에 있는 계이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장회익   거기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의 함수로 어떻게 되느냐예요. 동일한 에너지가 대상에 주입될 때 엔트로피가 얼마만큼씩 올라갈 수 있느냐, 그것이 물질마다 대상마다 다 달라요. 다시 말해서, 대상마다 온도가 다르다는 얘기가 그런 얘기예요. 같은 에너지가 투입될 때 엔트로피가 증가할 수 있는 율이 전부 다 다른 거야.

그런데 같은 에너지가 들어올 때 엔트로피 증가율이 높은 것일수록 차가운 거예요. 왜냐하면 거기는 에너지가 들어오기만 하면 확 빨아당기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그것이 확률이 높은 쪽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로 에너지가 들어왔을 때 엔트로피 변화가 적은 것은 뜨거운 거야. 그것은 오히려 밖으로 내보내려고 해. 내보내서 다른 쪽의 엔트로피를 더 높이고 자기는 낮아야 전체 엔트로피는 더 증가하기 때문이에요.

최우석   이때 저로서는 굉장히 헷갈리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앞에서 이렇게 저렇게 짚으면서 에너지의 의미가 점점 분명해져왔다고 해왔지만 저는 아직도 에너지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뉴턴방정식에서는 운동에너지로 나타나고, 어떨 때는 열이 에너지라고도 하고, 운동량의 네 번째 항이 에너지라는 것도 나오고, 질량이 에너지라고도 나오는데, 엔트로피를 정의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또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회익   여기서 $U$는 내부에너지라고도 해요. 여러 개 입자로 구성된 대상계에서 각각의 입자들이 가지고 있는 운동에너지, 그리고 상호작용을 하면 서로 미치는 퍼텐셜 에너지, 그것의 총합이 바로 그 커다란 물체의 에너지라고 봐요. 그런데 에너지는 보존돼요. 에너지는 이동은 할 수는 있지만 없던 것이 생겨나거나 있던 것이 없어질 수는 없어요. 에너지는 서로 주고받을 수만 있어요.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는 한 에너지 총량은 변하지 않아요.

그런데 엔트로피는 안 그래요. 엔트로피는 더 큰 쪽으로 자꾸 갈 수가 있어요. 이 얘기는 더 혼란한 상태로 간다는 얘기와도 비슷한데, 더 흔한 쪽으로 가는 거지. 질서가 잡혀 있는 것은 엔트로피가 비교적 낮은 것이고, 뒤죽박죽이 되면 엔트로피가 커져요. (대상들끼리)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엔트로피가 다 변하는데, 전체 계의 엔트로피 변화가 큰 쪽으로 가도록 변화할 확률이 커요.

상태가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그러다가 어느 순간 딱 정지시키면 항상 가장 흔한 상황에서 정지가 돼요. 제한된 계 안의 엔트로피는 최대값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무한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가장 혼란스러운 데까지 가면 더 이상 혼란스러운 상태는 없어. 아까 소금물을 예로 들었는데, 소금과 물이 완전히 섞이고 나면 끝이에요.

그러나 소금이 물에 다 섞이기 전에는 완전한 소금물로 향해 가는 거거든. 엔트로피가 계속 증가할 수가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 안의 에너지가 변하는 것은 아니에요. 에너지가 외부에서 들어오거나 나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자체 내에서의 에너지 총량은 변하지는 않아요.

어떤 고립된 계에서 보면, 차단된 내부에서 에너지는 왔다갔다 이동은 하지만 총량은 변하지 않아요. 엔트로피는 변할 수는 있지만 확률적으로는 엔트로피가 커지는 쪽으로 변하고, 저절로 낮아지는 쪽으로는 변하기 어렵지. 혼란스러운 상태인데 흔들수록 점점 더 정리가 된다, 이런 것은 맞지 않는 얘기예요.

황승미   소금처럼 물에 녹는 것이 아니라 모래 같은 것을 섞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을 텐데, 이 경우에는 중력이라는 에너지가 작용해서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로 가게 되는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중력이라는 영향 때문이지. 에너지가 투입된 것은 아니지만, 외력에 의해서 운동을 하다보면 거기에 가장 맞는 쪽으로 가는 거죠.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면 가라앉을 이유가 없는 거예요.

외부에서 특별히 영향을 주면 그 영향에 맞는 것으로 일차적으로 따르게 되지. 우리가 체질해서 골라내기도 하는데, 그것은 외부에서 그만큼 외력을 가해서 동역학적인 이유때문에 고르게 되는 거예요. 체질을 하면 망의 크기보다 작은 것은 체 아래로 떨어지지만, 체 안에서는 다시 또 골고루 섞이게 되죠.

4.4. 한 대상의 실제 엔트로피는 가장 큰 최종 엔트로피만 생각하면 된다?

최우석   엔트로피를 에너지의 함수라고 하면서부터 제가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운데요. 앞에서 개념적으로 엔트로피가 뭔지를 따질 때는 거시상태를 나누는 것이 상당히 임의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소금물이 조금 섞였다, 많이 섞였다 이런 것들처럼. 이렇게 에너지의 함수일 때는 거시상태는 무엇으로 나눕니까?

장회익   그래도 외형적으로는 전혀 차이가 없는 미시상태 군이 얼마든지 있어요. 에너지가 높으면 그 상태에 있을 수 있는 미시상태의 수가 더 많아지고. 여기에서 헷갈리는 이유가 아마 이런 것 같아요. 소금물이 완전히 섞인 상태, 여기쯤 가면 그 에너지 상황에서 최대 엔트로피만을 생각하는 거예요. 그것보다 덜 섞인 것들은 조만간 다 섞일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이제 대부분 생각하지 않아요. 그 상황에서 최대한 혼란스러운 상태로 갔을 때의 엔트로피만을 생각하는 거예요. 그 중간과정은 얼마든지 있지만, 그것들은 잠시 나타나는 중간과정일 뿐이에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가장 많이 섞인 것은 나머지 엔트로피들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월등하게 큰 것들이 있어요. 실제로 이런 대상의 엔트로피가 얼마다 할 때에는 수많은 거시상태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다른 건 다 무시하고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것만 생각하는 거예요. 

최우석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감소한다하는 것의 의미는, 한 거시상태에서 다른 거시상태로 바뀐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미시상태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인가요?

장회익   에너지가 다른 것을 ‘다른 거시상태’라고 보면, 여기서 에너지가 조금 줄어든 한 거시상태의 엔트로피, 그리고 또 에너지가 조금 늘어난 다른 거시상태의 엔트로피, 이렇게 엄격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에 일종의 에너지와 엔트로피가 있을 때 B에서 A로 일부 에너지가 이동했다고 하면, 에너지가 그만큼 줄어든 B 거시상태의 엔트로피로 가는 것이고 A는 에너지가 그만큼 늘어난 그 거시상태의 엔트로피로 가는 거예요.

전체 계의 엔트로피는 B와 A의 엔트로피의 합이에요. 곱이 아니에요. 그래서 그 합이 처음보다 커지면 이 전체 계로서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거니까 그리로 가는 거야. 이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거든. 이 법칙이 엔트로피가 항상 커지는 쪽으로 간다는 얘기는, 전체 계가 어떤 내부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경우 그 상황에서 가장 높은 엔트로피를 가지는 상황으로 간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그것이 달리 얘기하면 있을 수 있는 가장 흔한 상태로 간다, 확률이 높은 쪽으로 간다는 의미예요. 사실 확률 개념 속에 이미 그 의미가 들어 있는 거지. 열역학 제2법칙은 어떻게 보면 동어 반복이지. 확률이 높은 쪽으로 간다, 뻔한 얘기야. 따지고 보면 그래요. 열역학 제2법칙의 의미는 자연에서는 확률이 높은 쪽으로 간다는 거예요.

4.5. 볼츠만의 식 vs 클라우지우스의 식

장회익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거지. 그런데, 그것이 에너지의 함수가 되면 이런 재미난 것들이 생기는 거예요. 온도라는 개념이 생기고, 온도가 높은 데서 낮은 쪽으로 에너지가 쉽게 가고, 차이가 크면 클수록 에너지가 빨리 가죠. 에너지가 그렇게 빨리 간다는 얘기는 그 격차가 크면 클수록 변화의 확률 차이가 커서 낮은 쪽으로 빨리 이동하게 되는 거죠.

본래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가는 여기서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격차가 클 때는 더 많은 양이 더 빨리 이동한다는 것은 확실한 거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frac{\Delta S}{\Delta U}$, 즉 에너지의 변화에 대한 엔트로피의 변화율이 의미 있는 양이고, $\frac{\Delta S}{\Delta U}$가 온도의 역수라는 거예요.

우리가 사실 이걸 먼저 이해했더라면 ΔS/ΔU를 다른 이름으로 정의했을 거예요. 온도가 아니라 냉도라고 했으면 더 단순했을 텐데, 이것도 우리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이런 걸 만들었기 때문에 맞추다보니 이론이 좀 복잡하게 됐죠.

그런데 $T = 1 / \frac{\Delta S}{\Delta U}$ 이 식을 다시 봅시다. 이 식에서 $\Delta S$와 $\Delta U$, $T$의 자리를 좀 바꿔주면 $\Delta S = \frac{\Delta U}{T}$ 이렇게 돼요. 이것이 바로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 정의식 $dS = \frac{dQ}{T}$이에요.(여기서 dQ=dU)

$\Delta S = \frac{\Delta U}{T}$ : 볼츠만의 식

$dS = \frac{dQ}{T}$ : 클라우지우스의 식

그러니까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 정의식은 온도의 정의식에서 나오는 거예요. 엔트로피를 통해서 온도를 정의하면 그 식에서 항을 하나 이동하면 $\Delta S = \frac{\Delta U}{T}$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클라우지우스 식에서는 $dS = \frac{dQ}{T}$ 이것부터 나왔기 때문에 막힌 거야. 온도도 잘 모르겠는데, 이게 도대체 뭘 의미하느냐? 이것만 가지고 알아낼 재간이 없어요.

그런데 $\frac{\Delta S}{\Delta U}$부터 출발해서 온도를 정의하고 여기서 엔트로피 표현을 찾아내면 너무도 논리적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엔트로피 정의식이 나와요.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 식은 바로 볼츠만의 엔트로피 정의에서 온도를 이렇게 정의하면 온도의 정의식에서 나오는 거예요.

4.6. 자연을 이해하는 순서와 방식

황승미   클라우지우스는 온도와 열, 엔트로피의 관계($dS = \frac{dQ}{T}$)를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장회익   글쎄.. 머리는 클라우지우스가 더 좋지, 처음부터 알아냈으니까.(웃음) 머리좋은 사람이 만들어놓은 것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죠. 오히려 불츠만은 조금 머리가 나빴는지 자기가 이해하기 위해서 엔트로피를 정의했기 때문에 우리가 따라가기 쉬운 거예요.

그러니까 상대성이론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아인슈타인은 워낙 머리가 좋아서 4차원도 안 쓰고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지. 우리같이 머리 나쁜 사람들은 4차원을 이해하고나서 보면 상대성이론이 이해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 만든 사람들은 그야말로 논리적으로 보면 정말 엉뚱한 걸 발견한 거예요. 그 사람들은 사실은 머리가 더 좋은데, 그 사람들 이론에 얽매이면 우리는 이해가 안 되지.

그렇게 보면 우리가 자연을 이해해나가는 순서도 꽤 재밌어요. 항상 가장 잘 이해되는 방식으로 발견되는 게 아니에요. 우선은 이해하기 어려운 엉뚱한 걸 먼저 발견하고, 그 다음부터 그걸 이해하려고 애쓰다보면 더 쉽게 이해하는 방법이 생기는 거지.

통계역학을 이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지금 한 30분 내에 이해했잖아요? 그런데 클라우지우스 식으로 통계역학을 하면, 몇 학기 강의를 들어도 통계역학 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거야. 볼츠만의 엔트로피는 내가 통계역학 강의에서 들은 얘기가 아니에요. 후에 내가 문헌을 통해서 알아내서 이렇게 한 것이고, 그 후 내가 가르칠 때에는 볼츠만의 엔트로피를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어요.

최우석   볼츠만이 온도를 이렇게 정의했나요?

장회익   볼츠만이 온도를 이렇게 정의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볼츠만의 엔트로피 정의에 의하면 온도의 정의가 이렇게 나와요.

5. 통계역학과원자론 & 양자역학

최우석   볼츠만 생전에는 양자역학이 완성이 안 됐는데, 그러면 볼츠만이 계산한 엔트로피의 숫자 계산은 양자역학과는 다른가요?

장회익   그렇지. 볼츠만은 고전역학적으로 접근했죠. 그래서 그때는 상태 하나하나를 임의로 나눠서 쓴 거예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더 세분하는가에 따라서 결과에 큰 차이는 없어요. 고전역학에서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지. 같은 상태냐 아니냐를 구분할 방법이, 그저 위치와 운동량을 망으로 해놓고 망을 얼마나 성기게 하느냐 촘촘하게 하느냐였어요. 촘촘할수록 정교한 게 되는 거지.

최우석   통계역학자들은 양자역학을 통해서 미시상태의 수가 정확하게 나온다는 것을 보고 굉장히 기뻐했겠네요?

장회익   놀라운 일 중의 하나라고 봤죠. 우리 책에도 있어요. 원형 모델, 링 모델을 써놨는데. 상태의 수 하나하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얼마다하는 계산이 나와요.(p.227) 상태 하나가 차지하는 공간이 얼마다 하는 게 나와요.

그전까지는 페이즈 공간(phase space, 위상 공간)이라고 해서, 운동량과 위치를 두 개의 직교 좌표에 집어넣어요. 2차원은 아니에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 직교 좌표 안에 하나하나 점이 다른 상태인데, 그 점의 하나하나의 단위를 얼마나 크게 잡아야하는가하는 것을 고전역학적으로는 할 방법이 없어요. 양자역학에서는 플랑크 상수로 하면 돼요. 볼츠만이 그걸 모르고 죽었죠.

최우석   알았으면 엄청나게 기뻤을 것 같습니다.

장회익   더 재밌었겠지.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우울증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최우석   마흐(Ernst Mach. 1838-1916)는 왜 그렇게 볼츠만을 미워했을까요?

장회익   마흐가 미워한 게 아니라, 자기 나름의 철학이 있었던 거예요. 그 당시 19세기 말의 대표적인 철학은, 우리가 직접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모든 것은 다 버려라, 경험 가능한 것만 가지고 학문을 하자, 말하자면 형이상학때문에 엉켜있는 편견들을 다 버리고 정말 꼭 필요한 것만 찾아서 학문을 하자는 정신이 있었고 마흐는 여기에 가장 철저했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원자, 그거 눈에 보여? 믿을 수 있어? 믿을 수 없는 걸 왜 가정해? 이런 식이었지.

최우석   물질이 원자로 구성돼있다는 가정을 해야만 볼츠만의 엔트로피 식이 나오는 것인가요? 그 전에도 기체 분자들이라든가 이런 얘기도 다 나오지 않았나요?

장회익   그렇지. 그런데 그것도 그때까지는 ‘분자설’이었지. 이상기체는 먼저 나오기는 했지만 그것이 원자로 구성됐다는 것은 증거가 없었던 거야.

최우석   그래서 마흐는 그런 것들을 다 배격하려고 했던 건가요?

장회익   그렇지. 지금 우리는 너무도 뚜렷하게 각인이 돼서 그런 입자가 눈에 보이듯이 말하지만, 19세기 말까지는 그거 아무도 입증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걸 왜 믿나, 그건 그냥 매질의 성질이다 그렇게만도 생각할 수가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되면 거기다가 이런 볼츠만의 개념을 도입하기가 좀 어렵지.

최우석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브라운 운동에 대한 논문도 썼다고 하는데, 마흐를 따르던 아인슈타인은 원자론에 대해서는 마흐와는 다른 생각을 했나보죠?

장회익   그러니까 그때 원자론이 상당히 관심거리였죠. 물론 초기에 아인슈타인도 철저한 비판 정신은 마흐에서 많이 받아들였어요. 그렇지만 의미있는 이론을 만들려면 검증 가능한 해결책을 고안해내야했기 때문에, 브라운 운동같은 걸 생각해서 실제로 원자가 있어야만 설명이 되는 그런 이론을 만든 거죠. 당시에 아인슈타인뿐만 아니라 몇몇 사람들이 다 같이 그 무렵에 연구했던 거죠.

최우석   볼츠만이 조금만 더 살았더라면 상당히 각광받았을 것 같습니다.

[그림 10] 볼츠만의 묘. 볼츠만이 정의한 엔트로피 식이 새겨져 있다. 오스트리아 빈. (출처: wikipedia)

장회익   그렇지. 지금은 완전히 원자를 눈으로 보다시피 검증을 하니까 그런데, 그때만 해도 안 됐죠. 지성사를 보면 너무 철처하게 비판적인 정신만 가져서도 큰 발전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아직 좀 믿어지지는 않지만 과감한 가정을 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보는 그런 자세가 필요해요. 그런데 마흐같은 사람은 아주 철저한 비판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아인슈타인만 해도 출발은 마흐에서 했지만, 그 후에는 마흐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이론을 전개시켰어요. 베쏘(Michele Besso)라는 아인슈타인의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고 해요. 마흐라는 당나귀가 아인슈타인이라는 돈키호테를 등에 싣고 상대성이론이라는 강을 건너게 해주었는데, 지금은 왜 마흐를 비판하느냐고 했더니 아인슈타인이 말하기를, 마흐는 해충을 잡아내는 데는 천재지만 새로운 것을 낳지는 못하지 않느냐라고 했다고 해요.

사실 오늘 얘기한 부분은 굉장히 중요해요. 온도를 이해한다는 것까지 우리가 했는데, 굉장히 중요한 얘기예요. 이걸 이해하면 앞으로 무엇을 더 알 수 있나하는 걸 다음 시간에 이어서 얘기할 수 있죠.

최우석   우리가 온도계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엔트로피를 측정하고 있는 건가요?

장회익   온도계에서 엔트로피가 나오지는 않지. 하지만 물과 얼음 사이의 전환이 있는 경우에, 이들 사이의 에너지를 재고 또 물이 0도에서 언다는 것 하나만 알면 물의 엔트로피와 얼음의 엔트로피가 얼마만한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을 아주 간단한 계산으로 찾아낼 수 있어요. 다음 시간에 그거 한번 보면 재밌을 거예요.

(대담영상 6-1 녹취 끝.)

대담 : 장회익, 최우석, 황승미
영상 편집 : 최우석
녹취, 그림 글 편집 : 황승미
전체 제작 :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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