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11년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11년이 지났습니다. 이 사고는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일본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의 지진과 해일로 해당 지역에 위치하고 있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파손, 침수, 폭발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사고 등급은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중 최고 단계인 7등급이었으며 이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1986년)와 동일한 등급입니다.

지진과 쓰나미로 약 2만 명이 사망했고 실종자는 약 2,500명이었습니다. 사고 당시 피난구역으로 지정되었던 원전 인근 지역 중 30%는 ‘귀환 곤란 구역’으로 지정돼 아직도 사람이 살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중 일부 지역을 ‘특정 부흥재생 거점구역’으로 정해 그동안 집중적으로 제염작업을 수행해왔으며, 이번 봄부터 귀환자를 수용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생활 기반 시설이 아직 부족하고 빈집이나 비어있는 구역이 많아 귀향을 해도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 1] 일본 주변의 판 분포도와 2011년 3월 11일 본진 진원지, 여진역, 지진의 발생 구조. (출처 : 위키피디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어떻게 일어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지진은 일본이 근대적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진도는 7, 모멘트 규모(리히터 규모)는 9.0-9.1이었습니다(규모와 진도의 차이는 링크 참조). 지진으로 인해 송전선로와 변전시설 등이 먼저 끊기고 손상되면서 외부전력이 차단되었고, 지진이 발생한지 약 50분 후에 덮친 해일로 발전소가 침수되었습니다. 해일은 설계 당시에 예상했던 최대 높이 5미터를 훨씬 넘긴 13~15미터였고, 발전소 지하에 설치된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침수되면서 원자로 냉각시설이 가동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림 2] 일본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 당시 츠나미 높이. A: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건물, B: 츠나미 최대 높이, C: 지표면 높이, D: 해수면 높이, E: 방파제.(출처 : wikipedia)

제1원자력발전소는 블랙아웃 상태가 되었고 냉각 펌프가 가동되지 못해 원자로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여 원전전원 완전상실 사고(SBO; Station Black Out)가 선언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은 SBO에 대비해 8시간 동안 노심 냉각이 유지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지만 비상 발전기마저 침수되어 완전히 전력이 차단된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원자로 1~3호기(4호기는 분해점검 중이었고, 5-6호기는 정기검사로 발전점검 중이었다)의 냉각수가 모두 증발하면서 지진 다음 날인 3월 12일에는 노심 온도가 1,200도까지 올라가면서 제1방호벽인 펠렛, 제2방호벽인 피복관, 제3방호벽인 철제 원자로 압력 용기(두께 20cm)도 녹아내리면서 구멍이 뚫렸습니다.

[그림 3]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의 구조. (출처 : Mohammed Alkhaldi, Suffolk University)

핵연료가 1,200도를 넘으면 그 안에 있는 지르코늄이 반응을 일으키게 되고 수소가 발생합니다. 이 수소는 격납용기 내의 수증기와 함께 고온고압 상태를 만들고 수소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1, 3, 4호기에서 이 일이 일어났습니다.

3월 12일에 1호기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지붕과 벽이 날아갔고 원자로가 외부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3월 13일에는 원자로 냉각을 위해 해수 주입을 시작했지만, 3호기의 노심온도가 2,800도까지 올라가 노심용융이 시작되었고 결국 다음날인 14일 수소 폭발이 일어나면서 방사성물질이 대량 유출되었습니다. 15일에는 4호기에서도 수소 폭발이 일어나 방사능이 직접 유출됐습니다. 이날 오전 2호기에서는 격납용기가 터지면서 냉각수가 유출되었고 지하수를 통해 방사능이 누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4]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과정 개요 (출처 : Mohammed Alkhaldi, Suffolk University)

일본 정부는 3월 11일 원전 3km 이내 주민을 대피시켰고 원전 10km 반경 내 주민은 실내에 거주하도록 하였습니다. 3월 12일 주민대피령은 원전 반경 20km로 확대되어 약 18만 5천 명이 대피하였습니다. 3월 25일에는 원전 반경 20km가 의무 대피 지역으로 지정되었고, 30km 이내 주민들도 대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5] 일본 도호쿠 지역 방사능 오염 2020년 예측 지도. 일본 3,400개 지역에 대해  2014~2017년 동안 조사, 분석하여 예측하였다. 우리나라의 세슘-134, 세슘-137의 안전 기준은 모든 식품에 대해 100Bq/kg이하이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3년에 370Bq/kg에서 강화된 기준이다. (출처 : The Atomic Age/University of Chicago)
[그림 6] 일본 도호쿠 지역 방사능 오염 예측 지도. 2011~2111년. 일본 3,400개 지역에 대해  2014~2017년 동안 조사, 분석하여 예측. 우리나라의 세슘-134, 세슘-137의 안전 기준은 모든 식품에 대해 100Bq/kg이하이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3년에 370Bq/kg에서 강화된 기준이다. (출처 : The Atomic Age/University of Chicago)

후쿠시마 원전 폐로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사고 발생 19일째가 되는 2011년 3월 30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1~4호기를 영구적으로 폐쇄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폐로 작업은 일본 정부와 원전 운영자인 도쿄전력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며 2050년까지 마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원자로 내 핵연료 잔해(핵연료 파편) 제거와 오염수 제거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가 핵분열하면서 내놓는 열을 식히기 위해 원자로에 계속 지하수를 주입하고 있으며 이는 모두 방사능 오염수가 되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26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 해역으로 방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2023년 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기 위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계획을 제출했습니다. 계획은 원전이 있는 해안에서 1km 떨어진 바다까지 해저 터널을 뚫고,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이용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 뒤 희석하여 방류한다는 내용입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이를 승인하면 이번 6월부터 공사가 시작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월 14~18일 동안 오염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현장 검증을 수행했습니다. IAEA는 오염수 방류 결정 자체를 반대하거나 승인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 이번 조사가 방류 여부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매우 의문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번 조사단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던 리디 에브라르 IAEA 사무차장은 기자회견에서, 원자력 안전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결정하는 것은 각 나라의 규제 기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IAEA는 원자력 안전과 관련하여 안전 기준과 안전 확보를 위한 지원을 하는 것이지, 승인이나 반대를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조사단은 기구 내 전문가와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캐나다, 호주, 베트남, 아르헨티나 그리고 마샬군도 등 11개국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조사단은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방문해 ALPS,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방사성물질 확인 과정, 오염수를 희석하는 설비 등을 시찰했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ALPS로 처리한 오염수 샘플 채취 장소를 입회하여 샘플을 수집(50L)했으며, 이 샘플 분석은 오스트리아와 모나코의 실험실에서 이루어집니다.

조사단이 검토한 사항은 이외에도 오염수의 방사선 특성과 오염수를 방류하는 과정에서의 안전성, 환경 모니터링, 인체와 생태계 보호와 관련된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와 승인, 검사, 평가에 대한 규제 등입니다. 조사단 중의 일부 인원은 3월 말까지 현지에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와 논의를 계속 이어갑니다. 현장 검증과 관련된 보고서는 4월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추가로 악영향을 발생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무소 책임 관리자를 맡았던 사토시 사토(Satoshi Sato, GE 원자력 사업부의 수석 엔지니어를 역임) 컨설턴트 엔지니어는 이번 그린피스 발표에서, 다음 사항을 근거로 들며 도쿄전력의 현재 원전 폐로 계획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1. 핵연료 잔해 제거 계획의 비현실성(원자로 1~3호기의 핵연료 파편(debris) 약 10억 그램. 로봇팔이 한번에 제거할 수 있는 양은 1그램.)
  2. 후쿠시마 원자로 건물의 손상
  3. 지하수 유입과 폐로 작업으로 인한 방사성 오염수의 증가(2020년 기준 하루 평균 140톤 발생. 2022년 2월 기준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 저장된 방사능 오염수는 약 129만톤)
  4. 오염수 저장 수조의 고준위 방사성 슬러리 폐기물 발생(액체성 방사성 폐기물이 여러 물질과 혼합돼 걸쭉한 상태로 변한 상태)

특히 후쿠시마 원전의 핵연료 파편은 원전 근로자 연간 방사선 피폭량 한계인 50mSv(밀리 시버트)의 약 40배에 달하는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폐로 작업은 더욱 어렵습니다. 체르노빌 원전의 경우에는 이 파편 제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콘크리트로 전체를 덮었습니다.

핵연료 파편이 남아있는 원자로 건물의 안전 상태도 문제입니다. 2021년 11월에 촬영된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상태를 보면 기둥 균열 등 콘크리트 구조물 곳곳의 손상이 심각합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원자로 건물의 구조에 대한 어떠한 평가나 위험성 측정 결과도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사토시 사토에 따르면 지진이 다시 발생할 경우 구조물이 견뎌낼지 의문이며, 건물이 무너진다면 추가로 폭발이 일어나 대참사가 일어날 우려도 있습니다. 핵연료 파편 제거도 중요하지만 원자로 건물 구조의 건전성 평가와 1, 2호기 내의 사용후핵연료도 신속히 이동시켜야 한다고 사토시 사토는 지적했습니다.

[그림 7]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핵연료 파편(fuel debris)과 사용후 핵연료(spent fuel pool) 위치와 현재 상황. (출처 : Agency for Natural Resources and Energy. Japan)

그린피스는 도쿄전력의 오염수 관리 능력, 특히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기능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ALPS는 이온교환수지로 만든 분리막을 이용해 물속에 용해된 스트론튬-90, 세슘-137, 아이오다인-129, 코발트-60, 안티모니-125 등 양전하를 띤 이온성 핵종을 제거하는 설비입니다.

일본은 이 설비를 2회 이상 반복해서 사용하면 이온성 오염물질 60여 종을 국제 ‘방류 허용기준’ 이하로 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반대와 논란이 많습니다. ALPS로 처리한 후에도 수십 종의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남으며 이 설비로 걸러지지 않는 심각한 방사성 물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탄소-14로 된 이산화탄소와 유기물, 삼중수소(트리튬)가 결합된 ‘삼중수'(HTO)는 전하를 띠지 않기 때문에 이온교환수지의 분리막으로 걸러낼 수 없습니다.

[영상 1]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확산 예측 모델링. Yi Lie et al, 2021. National Science Review (출처 : SciTechDaily)

도쿄전력의 방류 계획에 따르면 오염수에 포함된 64종의 방사성 물질은 한해 수만에서 수십조 베크렐에 달하는 방사능을 방출하게 됩니다. 심지어 방류 계획 기간 30년 동안의 방사능 배출 총량에 대해서 정확히 제출된 수치도 없다고 반 히데유키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는 말합니다. 환경단체와 시민 사회는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이 추진 중인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은 중단되어야 하며, 다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무라 히데아키(저널리스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 총리 관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정치인과 관료, 도쿄전력 간부, 전문가 들의 대응과 지휘 과정을 취재해 ⟪관저의 100시간⟫(2015. 후마니타스)이라는 책으로 펴냈습니다. 이 책에는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사고 당시에는 지금 우리가 아는 것처럼 사태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원자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분초 단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계획에서 벗어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인간이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기술을 탄생시키고 사용하는 것은 인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이란 인간의 사회적 활동을 통하고서야 비로소 그만한 가치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인간의 행위를 고찰하지 않고 기술 자체의 문제를 논하는 것은 공허하다. 이 책에서 다룬 ‘1백 시간’ 동안 사람들과 조직들이 어땠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점 또한 부각될 것이다.”

참고자료

글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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