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핵발전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안전문제와 환경문제도 있지만 기후위기와 맞물리면서 핵발전은 더욱 논쟁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EU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가 발의되었고, 프랑스에서는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발표가 나왔고 국내 대선에서도 주요 사안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대통령은 핵발전을 확대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는데, 지난 2월 10일 원자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10년 내에 원자로 6기를 새로 지을 것이며, 8기를 추가 건설하는 계획도 검토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마크롱대통령은 취임 전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5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발표는 그의 공약에 완전히 배치되는 것입니다.

프랑스에서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는 총 56기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으며, 1위는 미국(93기)입니다. 56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프랑스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70%에 달합니다. 마크롱은 원자력발전을 2050 넷제로 달성의 수단으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그림 1] 세계 핵발전소 현황. 2022년 1월 7일 현재 (출처 :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링크로 가시면 원자로 각각에 대한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핵발전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최근 EU의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핵발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적으로 분류하는 규정)가 발의되어 앞으로 4개월 동안 논의될 예정입니다. 이 안은 27개 EU 회원국 중에서 20개 나라가 반대하거나 EU 의회의 과반수(353명)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됩니다.

핵발전을 찬성하는 프랑스와 반대하는 독일 사이에 특히 갈등이 높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신규 원전에 대한 투자가 친환경적인 것으로 분류되려면 2045년 전에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자금 조달 계획도 세워져 있어야 하며, 2050년까지 안전하게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이 해당 국가 내에 있어야 하는 등의 조건 등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은 아이리쉬 타임즈에 실린 칼럼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핵발전이 왜 기후위기 해결책이 될 수 없는지 더블린시립대학교의 사드 오닐 교수(Sadhbh O’Neill)가 아이리쉬 타임즈에 기고한 글입니다. 기후위기와 핵발전 문제는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중요한 문제인만큼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가독성을 위해 의역한 부분이 많으며 아일랜드에 해당되는 마지막 문단과 핵융합에 대한 내용은 생략하였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원문을 확인해주세요.


“Even if nuclear power was safe it would not solve the climate crisis” Sadhbh O’Neill. 2022. 2. 15. The Irish Times.

핵발전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관련해 논쟁이 있습니다. 핵발전은 심각한 안전성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 그 문제는 접어두고, 현재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하게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야한다는 과제에만 집중해보겠습니다.

상상해봅시다.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목숨도 희생할 수 있고, 무한정 쓸 수 있는 예산도 있고, 핵발전소를 설계하고 짓고 운영할 수 있는 전문가들도 모두 있다고 해봅시다.

시간

이렇게 담대한 상상을 모두 해보아도 극복할 수 없는 가장 명백한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입니다. 영국의 사이즈웰 B 핵발전소(Sizewell B nuclear power station)를 사례로 봅시다. 이 발전소 계획은 1969년에 처음으로 발표되었고, 몇 가지 설계안이 통과된 후 최종 결정되는 데 5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시공되는 데 7년이 걸렸고 1995년에서야 전력망에 연결되었습니다. 계획이 승인 된 후 전기를 생산하는 데까지 26년이 걸린 것입니다.

핵발전에 우호적인 프랑스는 새로운 원자로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 계획은 2023년쯤 제출될 것이며 목표 전력 생산 시기는 2035-37년입니다. 총 15년 정도 걸리는 사업인데, 이 기간 동안 UN의 계획에 따르면 우리는 매년 탄소 배출량을 최소한 7.6%씩 감축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에게는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핵발전에만 의존하는 전략으로는 기후 재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핵폐기물 문제도 있습니다. 핵폐기물은 단순히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해결 방법이 없는 오염을 일으키는 지속적인 원천입니다.

미국에서는 1940년대 이래로 핵폐기물을 발전소 부지에 쌓아 놓고 있습니다. 핵폐기장을 받아들여주는 지역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 80년이 지났습니다.

[그림 2] 국가별 원자로 운영 햇수. 2016년 기준. 미국의 원자로가 가장 노후되었으며 평균 나이 36년이다. 러시아연방과 EU 국가들의 원자로 평균 운영 햇수 31년이다. 아시아에서 빠르게 원자로가 신규로 지어지고 있으며, 중국의 원자로 평균 나이는 8년 이하이다. (출처 : CarbonBrief)

복잡한 기술

핵발전소 수준의 복잡한 기술을 포함하는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공청회도 열어야 하고, 제도적인 승인도 받아야 하고, 세부적인 계약과 조달도 해야 합니다. 지역주민의 반대는 여기서는 고려하지도 맙시다. 더블린 시에 루아스선(Luas lines; 더블린의 경전철시스템) 두 개를 만드는 데 13년이 걸렸습니다. 전철보다 더 빨리 핵발전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이제 이 문제를 생각해봅시다. 기후변화를 해결할 만큼의 수준으로 핵발전소의 역할을 확대하는 문제입니다. 학술 저널 Energy Policy에 실린 니콜라우스 뮬너(Nikolaus Muellner) 등의 리뷰 논문(2021)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데 핵발전이 기여하는 정도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현재 핵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발생되지 않은 혹은 회피된 배출량으로 계산; prevented or avoided emmissions)는 전세계 온실가스(global greenhouse gas; GHG)의 2-3%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점은, 새로 지어지는 핵발전소와 수명 연장 등을 감안해보면 이 수치가 2040년까지 더 감소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기술적인 문제들 그리고 우라늄-235 공급량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현재 핵발전 기술을 확대하려는 시나리오에 장애가 된다고 이 논문의 저자들은 지적합니다. 제 시간에 새로운 핵발전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뮬너 등의 연구에 따르면, 고속증식로는 우라늄-235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2040-2050년 이전에 상용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기후변화, 오염문제, 에너지 안보 등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들입니다. 이 문제들을 다루려면 우리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전체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나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는 간단한 방법은 없습니다.

전기 생산

서섹스대학교의 벤자민 소바쿨 교수(Benjamin Sovacool)는 흥미로운 연구(Nature Energy 5, 2020)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소바쿨교수가 지난 25년 동안 123개국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과의 연관성을 조사해보았더니, 국가적인 대규모 핵발전 프로그램이 탄소 발생량을 의미있게 줄이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소위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negative emission technologies)도 적정한 기간 내에 확대해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분산된 전기 생산, 수요자 측면의 관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이 기후위기 측면에서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나 가장 비용 효율적인 해결책이라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증명되어오고 있습니다.

핵발전과 화석에너지와는 대조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는 훨씬 더 작은 규모로, 즉 가정이나 지역에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전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혜택(co-benefits)도 생깁니다.

2022년 현재 전세계에서 가동 중인 핵발전 원자로는 총 442개이며, 여기서 393 기가와트의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전세계 총 전기 생산량의 11%에 해당합니다.

어드밴스드 연료(advanced fuel)나 소형모듈형원자로같은 부상 중인 핵발전 기술로는 2030년까지 우리가 이뤄내야 하는 에너지 시스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전세계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10년 내에 핵발전 원자로 14,500개가 필요합니다.

기사 원문 보기 : “Even if nuclear power was safe it would not solve the climate crisis” Sadhbh O’Neill. 2022. 2. 15. The Irish Times.

번역, 정리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참고자료

“Macron restarts France’s ‘nuclear adventure’ with plans for six reactors” Daily Briefing. 2022. 2. 11. CarbonBrief.

“EU, 원자력 발전 ‘녹색에너지’로 규정한 그린택소노미 확정 발의” 박효재. 2022. 2. 3. 경향신문.

“[뉴스AS] ‘EU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 어떻게 들어갔나” 최우리. 2022. 1. 4. 한겨레신문.

“EU, “원자력발전·천연가스, 그린 택소노미 포함” 초안 마련” 정은혜. 2022. 1. 2. 중앙일보.

“Mapped: The World’s nuclear power plants” 2016. 3. 8. CarbonBr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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