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나?

기후변화와 민주주의, 생태권위주의에 대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후위기는 매년 심각해지고,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해결 방법이 모아지는 것 같지도 않을 때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의견을 모으고 협의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인가, 회의가 드는데 나만 혹은 우리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의구심, 생태 독재와 생태권위주의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에 대해 고민과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COP26을 즈음하여 민주주의와 기후변화를 다룬 간결한 기사가 나와있어서 가져와보았습니다. 글 말미에 읽어볼만한 국내 기사와 중국에 대한 카본브리프의 긴 분석 기사 링크를 붙여두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원문 보기 : “The big idea: Is democracy up to the task of climate change?” Rebecca Willis. 2021. 11. 1. The Guardian.

선출된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람들은 권위주의적인 방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게 옳은 것일까?

어려운 진실을 인정할 때가 되었습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실패하고 있습니다. 세계 정상들은 글래스고 정상회담(COP26)에서 만나 수사로 가득한 약속을 늘어놓고 있지만, 어느 정부도 모두가 동의했던 목표에 부합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우리 모두의 미래에 대단히 중요한 목표 말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들, 예를 들어 영국같은 나라에서는 뭔가 해야한다는 동의는 최소한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그리고 미국같은 나라에서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두고 격렬한 정치적 논쟁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맞닥뜨리면서 사람들은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베테랑 지구과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은 자신의 신념을 생태권위주의(eco-authoritarianism)에 쏟고 있습니다. 그는 기후변화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잠시 보류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러브록은 이런 말을 드러내놓고 했지만, 지난 수년 동안 기후 정책과 정치학을 연구하면서 나는 러브록과 비슷한 주장을 암암리에 하는 사람들을 너무 자주 보았고 충격을 받아왔습니다. 빌 게이츠는 그의 격하게 긍정적인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에서, 선의를 가진 기업의 계몽된 투자 전략으로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이나 표는 구할 필요도 없다고 게이츠는 은근히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을 좋게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중국은 민주주의적인 책임이 매우 적어서 지도자들이 강력하고 대중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이런 모든 해석에 담긴 공통된 논지는, 대중은 신뢰할만 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중은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도 없고, 너무 이기적이고 너무 근시안적이니 전문가들이 결정하도록 하는 게 더 낫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태권위주의 쪽의 제안들이 내놓는 것은 해답보다 해결해야할 문제가 더 많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우리가 민주주의 너머로 옮겨갈 수 있는가? 누가 전문가를 정하는가?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제안에 대한 증거는 가지고 있을 수 있겠지만, 누가 얻고 누가 잃을 것인가에 대한 매우 사회적인 결정을 그들이 어떻게 내릴 것인가? 과학자들은 누구의 권위 하에 조절할 것이며, 정확히 어떻게 그 조절이 이루어질 것인가? 법률은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 정치적이고 사회적이 법적인 변화와 관련된 복잡한 현실에 대해서는 그들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뿐입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권위주의적인 국가들이 더 잘 해냈던 것도 아닙니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V-Dem 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독재 정부는 기후 행동에 있어서 상당히 꾸물거립니다.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힘을 고려해보면, 우리는 이런 경향을 중국이 뛰어넘을 방법을 찾기를 희망하게 됩니다.

[그림 1] 연구 결과 : *민주주의는 지속가능목표 13 “기후행동”을 성취하는 데 필수적이다. *민주주의 제도는 더 야심찬 기후 정책들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기후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년에 1.79% 감소한다. *시민의 자유는 환경 시민단체의 힘을 키운다. 시민의 자유가 1% 높아지면 그 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05% 감소한다.
“The Case for Democracy: Do Democracies Perform Better Combatting Climate Change?” V-Dem Institute. Policy Brief. 2021. 5. 11.(출처 : V-Dem.net)

그러나 기후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을 어떤 정치적인 롤모델로 생각하는 것은 무모한 일일 것입니다. 윤리적인 모호함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민주주의 체제가 흠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다른 대안들을 잘 들여다보면 그 대안들은 모두 허물어집니다. “다른 모든 정치제도를 제외하면,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제도다”라는 핵심을 찌르는 처칠의 말에 반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생태권위주의에 대해 아주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대중이 무신경하고 잘 알지도 못하다는 그림을 보여주는 데이타는 없습니다. 오히려 세계 여러 곳의 다양한 연령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런 관심은 정부와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깊은 불신, 정치적 행동의 실패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우리는 기후에 대해서 냉소적이지만 걱정하고 있으며, 높아지고 있는 기후 영향에 직면하여 정치인들이 결단성 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어서 당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너무 민주주의적인 것이 문제일까요, 아니면 민주주의적이지 않기 때문일까요? 필요한 증거와 영향력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시작해봅시다. 시민들, 전문가들, 그리고 정부가 의미있는 대화를 한다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요?

지난 해 코로나19가 닥치기 바로 전에, 나는 바로 이런 놀라운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영국 기후 의회'(Climate Assembly UK)는 국회의 위임을 받은 ‘시민’ 의회로, 108명의 시민 대표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몇 번의 주말에 걸쳐 이들은 기후 과학과 영향, 행동에 대해서 배웠고, 전문가들과 그리고 시민 의원들이 서로 토론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 권고안들에 대해 투표했습니다.

시민 의회가 내놓은 결과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일관적이고 광범위한 제안들이었습니다. 이 제안들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만든 것입니다. 이런 과정들은 우리의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더 낫게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똑같이 서로로부터 필요한 것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시민 의회는 이제 스코틀랜드, 프랑스, 덴마크와 미국 몇몇 주와 여러 작은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숙의 민주주의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투표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넘어 정보를 가지고 나누는 대화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후를 위해 민주주의가 더 잘 작동하게 하는 것이 곧 사람들로부터 더 많이 듣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석유 거대기업들이나 항공사같은 경제적인 이익 주체들로부터는 덜 들어야 합니다. 이들은 현재의 고탄소 체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최근 기업들은 무역법에 의거해 정부를 고소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적으로 선출된 의회가 통과시킨 기후 정책 때문에 자신들의 이익에 손상이 생겼고 따라서 그것은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림 2] 화석연료 기업들이 그들의 미래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이유로 정부를 고소할 수 있는 메카니즘에, 유럽 의회 의원들이 반대의사를 표시하며 시위하고 있다. (출처 : The Guardian)

미국 과학자 마이클 만(Michael Mann)은 이것을 두고 “새로운 기후 전쟁”이라고 자신의 책에 썼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방식이, 입법을 늦추고 방해하기 위해 더 복잡하고 더 교활한 시도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만에 따르면, 핵심적인 전략은 사람들의 관심을 큰 회사가 작동하는 방식으로부터 개인적인 쪽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현명한 선택을 하고, 우리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것이 먹히지 않을 때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가 속해 있는 정부를 비난하게 하고, 기후위기를 다루는 민주주의 능력에 신뢰를 허물어뜨리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없애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더 강화하는 것입니다. 기후변화를 전문가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개인의 희생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과 국가간의 새로운 종류의 사회적 계약이라는 협상으로 보아야 합니다.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Amitav Ghosh)는 기후와 관련된 현재의 곤경을 두고 “대혼란”(great derangement)이라고 말합니다. 위기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 현실과 마주하기를 우리는 집단적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대중들과 민주주의를 건너뛸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보기에 궁극의 대혼란입니다.

레베카 윌리스는 랭캐스터대학의 ‘에너지 기후 거버넌스’ 교수이며 <Too Hot to Handel? The Democratic Challenge of Climate Change>(2020)를 썼습니다.

원문 보기 : “The big idea: Is democracy up to the task of climate change?” Rebecca Willis. 2021. 11. 1. The Guardian.

위의 글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의역한 곳이 많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위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번역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더 읽어볼만한 기사

“기후위기가 전 세계 정치 체제를 바꾼다” 조천호. 2020. 10. 16. 한겨레신문.

“[탈구조주의 철학에서의 기후정의] (7)생태민주주의와 기후정의” 신승철. 2020. 10. 2. 생태적 지혜.

“Analysis: Nine key moments that changed China’s mind about climate change” Jianqiang Liu. 2021. 10. 25. CarbonBrief.


*알림

스킨 문제로 이곳에서는 댓글 달기가 되지 않습니다.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과 공부모임 게시판에서 의견을 쓰실 수 있으며, 녹색아카데미 페이스북 그룹트위터인스타그램 등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