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인 삶, 웰빙, 삶의 만족도

친환경적인 삶은 곧 덜 쓰고 불편하고 힘들다는 느낌과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친환경적인 활동을 하고 생태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생활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만족도는 친환경적인 행동과 깊은 관련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적인 활동의 내용이 각자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거나 부정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거나 동기부여가 적기 때문이다.

원문 보기 : “Going green is all about what you gain, not what you give up.”
Kate Laffan 2019. 8. 21. Aeon.

매거진 뉴리퍼블릭 6월호 칼럼 중 이런 기사가 있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당신이 희생해야만 한다.” 미국 신문 Metro에서도 이런 칼럼을 실었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포기하겠는가?”

런던에서 환경심리학을 연구하는 나에게 이런 류의 헤드라인은 가혹한 선택을 하라고 내미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개인이냐 사회냐, 웰빙이냐 윤리냐. 환경을 걱정하며 하는 행동들이 곧 개인의 희생과 이런 식으로 등치되는 것이 염려스럽다. 

한편으로는 ‘영국사람 대다수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덜 쓸 생각이 없다’(스카이 뉴스)같은 기사도 나온다. 환경담론의 프레임이 달라진다고 이런 기사가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

개인적인 웰빙에 위협을 주기보다는 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 더 만족스러운 삶을 만든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적인 물건을 사고 재활용하고 환경을 지키고 보호하자는 활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신의 삶에 더 만족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들이 다수다.

친환경적인 행동과 삶의 만족도 간의 관계에 대해 사회심리학자 마이클 슈미트(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와 그의 동료들은 매우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연구대상으로 삼은 친환경적인 행태 39개 중 37개가 삶의 만족도와 긍정적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슈미트의 2018년 연구를 더 살펴보자. 긍정적인 관계가 가장 강력하게 나타난 부분은 돈과 시간, 노력이 많이 드는 활동이었다. 투입이 많은 활동이 삶의 만족도를 더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칫솔질할 때 물을 잠그는 것보다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친환경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삶의 만족도를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이시 앤 리치와 그의 동료들(트로브대학, 멜버른)은 더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자발적으로 삶을 단순하게 사는 사람들’ 혹은 ‘스스로 검소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 삶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전혀 손해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노력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이 얻는다는 것을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고 있다.

이들 연구결과들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조사항목(삶의 만족도)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실제로 살아갈 때와 삶에 대해서 생각하고 느낄 때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인 행동들이 다양한 웰빙 유형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조사함으로써 이러한 차이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내가 수행한 연구이다.

특히 나는, 사람들이 경험할 때 느끼는 감정과 연관되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웰빙'(hedonic wellbeing)과 목적의식이 반영되는 ‘행복을 추구하는 웰빙’(eudemonic wellbeing)의 차이를 구분하여 조사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친환경적인 행동 중에서 어떤 것들은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예를 들어 차가 막히는 도심을 운전하는 것보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쪽이 더 기분이 좋다. 한편으로는 재활용처럼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은 기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더 심한 경우로, 찬물 샤워는 누구나 느끼겠지만 고통을 줄 것이다.

친환경적인 행동이 우리의 목적의식과 어떻게 관련이 있을지 비교해보자. 환경심리학자 팀 캐서교수(일리노이 녹스컬리지, 물질주의와 웰빙에 대한 권위자)에 따르면 친환경적인 행동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자율성에 대한 욕구, 연결되어 있음(relatedness)과 역량에 대한 욕구를 채울 수 있다.

이 항목들은 모두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웰빙의 핵심 요인들이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옳은 일’로서 친환경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행동들은 모두 사람들의 (행복 자체를 추구하는) 목적의식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나는 이런 아이디어들을 설문지를 이용해 조사(영국인 5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

결과 :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이나 불안의 정도는 자신의 친환경적 행동 여부와 무관하게 나타났다. 사람들은 친환경적인 행동에 참여함으로써 기쁨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친환경적인 행동에 참여할 때 감정적인 소모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 결과는, 친환경적인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활동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에 대한 연구들과 내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사람들은 친환경적인 행동은 곧 희생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더 녹색의 삶을 살수록 심리적으로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무엇이 이 명백한 유익함을 이끌어내는지 우리는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 하인즈 웰쉬와 얀 퀼링(Heinz Welsch, Jan Kühling, 올덴부르크대학, 독일)에 따르면, 사회적 규범을 따르고 긍정적인 자기이미지를 만들고 사회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 모두가 삶의 만족도에 기여한다.

친환경적인 행동을 짐스러운 것으로 규정하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희생해야만 할 것이다’라는 윤리적인 호소를 하기보다는, 각자 개인적으로 관련이 있는 환경 이슈를 제시함으로써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는 다르다. 따라서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언가를 포기해야하고 덜 쓰고 살아야한다는 식의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친환경적인 삶이 곧 더 열악한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삶을 열어줄 수 있다는 방향으로 촛점을 바꾸어야 한다.

이런 긍정적인 메세지는 각자의 웰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친환경적인 행동들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웰빙과 미래 세대들의 웰빙도 보호할 수 있다.

[그림 1] 정체된 도로 속에서 차로 출근하는 것보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쪽이 훨씬 더 즐겁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웰빙’과 ‘행복 자체를 추구하는 웰빙’은 만족도의 성격이 다르다.

원문 보기 : “Going green is all about what you gain, not what you give up.”
Kate Laffan 2019. 8. 21. Aeon.

번역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2019년 8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