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데인 시의 도시혁신 실험



도시재생에 관한 녹색평론의 칼럼을 요약하여 소개합니다. 먼 콜롬비아의 도시 메데인(Medellin)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재미나게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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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혁신 실험, 콜롬비아 메데인의 경우”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꿈의 도시 꾸리찌바> 저자.
녹색평론 167호 (2019년 7-8호), 52-61쪽.

원문 요약, 사진 편집과 정리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2019년 8월 9일


콜롬비아 메데인 시는 마약과 폭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였다. 이 도시는 문제가 많은 도시에서 혁신적인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도시들 중의 하나로 4년 전 선정된 바 있다.(영국, 가디언) 당시 메데인 시장 세르히오 파하르도는 베를린, 파리, 뉴욕, 서울의 시장들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시장으로 소개되었다. 그 후 안타나스 모쿠스, 엔리케 페냐로사(현 시장) 등이 이어받았고, 메데인의 혁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그림 1)

<그림 1> 콜롬비아 메데인, Medellin. (사진: Google 지도)


메데인시의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2013년 시티그룹, 월스트리트저널, 도시부동산연구소(ULI)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가 되었고, 하버드대학교 ‘베로니카 럿지 도시디자인상’도 수상했다. 2016년에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았다.

메데인시의 도시 혁신 전략은 ‘도시 침술’과 ‘사회적 도시화(social urbanism)’라는 개념이 융합된 것이다. 도시 침술이란 사람의 몸 한 곳에 침을 놓는 한의학 치료술에 비유한 말로, 도시의 특정 지역에 자극을 줌으로써 주변 지역을 살리는 도시 재생 방법을 일컫는다.

2000년 경부터 지금까지 메데인에서 진행된 중요한 도시혁신 전략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 대중교통으로 케이블카를 이용한 것
  • 교통정책에서 보행자와 자전거를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둔 것
  • 미술과 음악으로 사회를 변화시킨 것
  • 도시공원을 다양하게 조성한 것
  •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과 공원을 가장 가난한 마을에 지은 것

이 정책들을 하나씩 살펴보겠다.


1. 케이블카를 대중교통으로

메데인 도심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산토도밍고 사비오’라는 마을이 있다. 이 언덕 위 마을과 도심 사이는 여러 무장단체들이 나누어 차지하면서 서로 폭력적으로 경쟁하는 지역이다. 산토도밍고사비오 마을은 언덕 위에 고립되어, 마을 사람들이 내려가기에도 도심의 사람들이 올라오기에도 위험했고 길거리를 함부로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도심과 마을을 공중에서 잇는 케이블카가 대중교통으로 채택되면서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메트로케이블 K라인’은 2001년 개발을 시작해 2004년 8월 7일 운행을 시작했다.(그림 2) 왕래가 가능해지면서 운동장, 공원, 도시 와이파이시설 등 기반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고 마을은 조금씩 더 안전해져갔다. 메데인은 이제 관광객도 갈 수 있는 동네가 되었고, 메트로케이블 K라인의 종점역인 산토도밍고 사비오 마을은 현재 관광 필수 코스이다.

<그림 2> 콜롬비아 메데인시의 메트로케이블 K라인 (사진: Globalphotos)

2.교통정책의 우선순위

메데인 시 교통정책의 핵심은 ‘피라미드 뒤집기’이다. ‘피라미드 뒤집기’란 보행자를 첫 번째로 고려하고 그 다음에 자전거와 대중교통, 그리고 자가용은 우선순위의 제일 마지막에 두는 역피라미드 구조의 교통정책을 말한다.

역피라미드 교통정책은 스페인 폰테베드라(Pontevedra) 시의 미겔 페르난데스 로레스 시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이다. 시장이 되기 전에 의사였던 로레스는 1999년 7월 취임한 이래 자신의 고문인 세자르 모스퀘라와 함께 도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거리를 보행자에게 돌려주면서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으며, 현재 다섯 번째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메데인시 교통정책의 특징 중 하나는 지역 여건에 맞춰 다양한 교통수단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데인시가 채택하고 있는 대중교통은 ‘메트로케이블’(케이블카), ‘메트로’, ‘메트로플러스’(간선급행버스), ‘트랜비아’(트램), ‘엔시클라’(공공자전거) 등 다양한데 이들을 통칭해 통합교통시스템(SITVA)이라고 부른다.

[그림 3] 메데인의 통합교통시스템(SITVA) 지도. (출처 : wikipedia)

2004년 ‘메트로케이블 K라인’ 개통 후, 2008년에 ‘J라인’, 2010년에는 ‘L라인’이 개통되었다. L라인은 K라인과 아비생태공원이 연계된 관광 노선이다. 2016년에는 ‘H라인’이 개통되어 트램 ‘트랜비아’와 환승할 수 있게 되었다. 금년 2월에 개통된 ‘M라인’은 다섯 번째 케이블카 노선이며, 양방향으로 49개 케이블카로 시간당 2,500명을 실어나른다.


메데인시에는 ‘메트로플러스’라는 간선급행버스 시스템(BRT)이 현재 2개 축으로 운행 중이고, 1개 교통축은 건설 중이다. 대기질 유지를 위해 작년 12월에는 중국 ‘비야디(BYD)’ 전기버스를 64대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메데인시 공공자전거 ‘엔시클라’는 시의 ‘스마트카드’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보관소 51개에 총 1,300대 자전거가 운영되고 있다.


3.사회를 바꾼 미술과 음악

보테로 광장은 메데인시 구도심 한 가운데 있다. 광장 야외박물관에는 보테로의 조각품 23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광장 앞 안티오키아박물관 3층에는 보테로가 직접 기증한 작품 92점이 전시되어 있다.(그림 4)

뚱뚱하고 동글동글하고 반들반들한 여성들, 남성들, 새와 말같은 동물들이 귀엽고 재미있고 유쾌한 모습을 하고 있다. 콜롬비아 사람으로 세계적인 화가이자 조각가인 보테로는 폭력과 전쟁, 마약으로 어지러운 현실의 삶을 이런 명랑함과 유머로 이겨내고자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림 4> 보테로 광장에서 페르난도 보테로와 그의 작품 (사진: El Pais)


메데인시는 ‘메데인 카르텔’이라는 마약 조직의 근거지였고,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그 조직을 이끌고 있었다. 안티오키아박물관에는 보테로가 그린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죽음”이라는 그림이 걸려있다. 에스코바르는 1991년 체포되었으나 탈옥하였고, 1년 4개월 후 정부군에 의해 사망했다. 그가 체포되던 1991년에만 살인사건이 6,349건이었고 마약, 폭력과 매춘이 메데인시의 일상이었다.

<그림 5>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죽음”. 보테로 작.
(La muerte de Pablo Escobar, Museo de Antioquía, Medellín)(사진: Culture trip)

이러한 메데인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예술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음악이 중요한데, 메데인에는 힙합 학교가 5개나 있다. 아란후에스에 있는 ‘4 엘레멘투스 스쿠엘라(4 Elementos Skuela, 4ESkuela)’가 대표적이다. 학생 수는 약 600명이고 이들 중 40% 정도가 소녀들이며 콜롬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힙합 그룹 ‘크루펠리그로소스’가 운영한다.

‘크루펠리그로소스’의 멤버 수는 22명인데 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며 급여의 10%를 운영비로 기부한다. 수업료는 무료, 입학 제한 연령은 없다. 놀라운 사실은 이 학교가 운영을 시작하고 난 후 아란후에스 지역의 살인율이 80%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후 ABC재단(미국 마이애미)의 지원을 받아 팔미타스, 만리케 등에도 새로운 힙학 학교를 개설하였다.

<그림 6> 4 엘레멘투스 스쿠엘라의 학생들. 힙합은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자립심을 심어준다. (사진: Crew Peligrosos)

4.모든 시민을 포용하는 다양한 도시공원

메데인의 공원은 크게 네 가지 형태이다. 산책을 위한 생태적인 아비공원, 예술과 역사 그리고 대중문화를 즐기기 위한 볼리바르공원, 축제를 열고 가볍게 술을 마시는 곳은 포블라도공원, 마지막으로 휴식과 기분전환을 위한 맨발의 공원.

특히 맨발의 공원은 원래 도시 내 버려져 방치된 공간을 도시재생 방식으로 되살려낸 곳이다.(그림 8) 맨발로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은 일반적으로 교외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데인은 맨발의 공원을 도심에 만들어 언제나 접근할 수 있게 했다. 그 때문에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야외 콘서트 장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림 7> 메데인 ‘맨발의 공원’ (Pies Descalzos Park) (사진: wikipedia)


‘도시에 대한 권리’는 최근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이것은 도시에 거주하는 모든 시민들이 도시생활에 중요한 기반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보장해야한다는 철학이다. 이 철학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국민으로서 가지는 권리와 별도로,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에 대해서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메데인 도심에는 베리오공원이라는 특별한 공원이 있다. 이곳은 장터이자 인력시장이기도 하고, 공연과 만남의 장소이며, 집회 장소도 된다. 또한 이 공원은 ‘자국 내 난민’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베리오공원 대중음악가 협회’가 2010년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이 공원의 음악가, 구두닦이, 노점상 대부분이 ‘자국내 난민’이다. ‘자국내 난민’이란 폭력이나 살인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시골을 떠나 도시로 온 내국인이다.

전통 농부 복장을 하고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늘 있어왔지만 최근 20년 동안에는 이들 대부분이 자국내 난민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의 활동을 공식화함으로써 돕기 위해 협회가 만들어졌고, 메데인 시정부는 베리오공원의 음악가들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제공하고 지원하고 있다. 이 공간은 포용과 우정, 자유와 평화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5.가장 가난한 마을에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세우다

메데인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55개에 속하는 공공도서관이 두 개나 있다. ‘EPM 도서관’은 과학, 산업, 환경, 기술 전문 도서관이다. 공공 에너지회사인 EPM이 건설자금을 댔고, 2005년 6월 문을 열었다.(그림 9)

<그림 8> 메데인의 ‘EPM 도서관’ (출처 : wikipedia)


또 하나의 도서관은 ‘에스파냐 도서관 공원’인데 이 도서관은 메트로케이블 K라인의 종점인 산토도밍고사비오에 자리잡고 있다.(그림 10) 이 건물은 콜롬비아아의 유명한 건축가 지안카를로 마잔티의 작품으로, 경제적으로 가장 열악한 지역에 가장 좋고 큰 생각을 할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메데인의 파하르도 전 시장의 도시정책 슬로건은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가장 교양 있는 도시’였다. 그는 가장 가난한 마을에 교양과 접근성이라는 침을 놓음으로써 도시를 재생시킨 것이다. 사람들이 떠나고 싶어하던 가난한 마을에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 들어서고 기반시설이 갖추어지고 접근성이 높아짐으로써, 그곳은 이제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장소가 되었다.

<그림 9> 메데인의 ‘에스파냐 도서관 공원’ (출처 : wikipedia)

“도시혁신 실험, 콜롬비아 메데인의 경우”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꿈의 도시 꾸리찌바> 저자.
녹색평론 167호 (2019년 7-8호). 52-61쪽.

원문 요약, 사진 편집과 정리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2019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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