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에너지 전환을 이끌어가는 여성들의 힘

1967년 이스라엘의 점령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수많은 고통과 위험과 죽음 속에 살아오고 있다. 그 중 에너지 빈곤도 포함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도록 이스라엘이 제약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팔레스타인 지역 시민단체 네트워크(PENGON)가 태양광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삶의 질과 지역 자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Friends of the Earth. 2019년 8월 26일
원문 보기 : “People Power in Action : Women leading Palestine’s energy transformation”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는 사람들 다수가 극도의 에너지 빈곤을 겪고 있다. 1967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후, 지역공동체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에너지 공급 권한을 박탈당했다. 이스라엘은 독성폐기물을 팔레스타인 지역에 버리고 있으며, 상수원을 몰수하고, 자연보호를 빌미로 팔레스타인 땅을 파괴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환경 부정의, 아랍어로 ‘나크바’(nakba; 불행, 재앙)의 주요 원인은 이스라엘이 이 지역의 에너지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대부분 높은 값으로 수입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역 인구의 거의 절반이 빈곤 상태이며, 이들에게 높은 에너지 비용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다. 에너지 공급은 늘 부족하고 불안정적이다. 수많은 공동체들이 하루에 몇 시간밖에 전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 집안 일과 농사 일로 부담이 두 배인 농촌 여성들이 이러한 에너지 부족으로 더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림 1] 팔레스타인의 에너지 전환을 이끌어가는 여성들 (영상보기 – 이미지 클릭)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2003년, 지구의벗-팔레스타인지부와 팔레스타인 환경시민단체 네트워크(PENGON)는 재생가능에너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지역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에너지 능력(capacity)를 높이고 깨끗한 에너지 생산수단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정, 소농장, 학교같은 비영리기구에서 조명, 기계, 물 펌프 등을 필요한만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훈련과 격려를 통해 마지다(Majida), 라스메야(Rasmeya)와 같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에게 힘을 되돌려주고 있다.

여기 힘을 되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기 전에 우리는 어둠 속에서 살았습니다.”

– 사이이드 아쉬타야(Saeed Ishtayah). 요르단밸리 비트 하산.
[그림 2] 야멜라 하사즈나. 알바스마 센터아랍여성연맹 Beit sahour지역 지부에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수경재배를 하고 있다.
(사진 : Sussein Zohor/PENGON, 2018)

태양광발전은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가족들의 근심을 덜어주었다

가자지구에서는 상황이 더 절박하다. 2006년 이스라엘 폭격기가 발전소를 포격한 뒤 지역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이전 용량의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170만 명 이상이 매일 전기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루에 전기없이 지내는 시간은 최소 10시간 이상이다. 현재 가자지구로 들여오는 연료로는 전기 수요의 20%만 감당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하루에 전기를 쓸 수 있는 시간이 3~4시간밖에 안되는 지역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3] 마지다 스페이타와 그의 아이들

격리된 가자지구의 베두인 공동체에 속하는 다른 많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마지다도 양을 길러 우유와 치즈를 만들어 판다. 이 일을 하려면 냉장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운 날씨때문에 양젖을 시원한 곳에 보관해야하기 때문이다. 마지다에게는 아이들이 넷인데, 이들 중 셋은 앞을 못본다. 어둠 속에서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녀는 토로했다. 에너지 부족으로 그녀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분노했다.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나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왜 세상이 이 모양일까?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흘러가는 걸까?”

– 마지다 스페이타


마지다의 가족은 PENGON의 가자지구 태양광프로젝트로 직접 도움을 받은 270가구 중 한 집이다. 지역에 전기가 들어오면서 마지다 가족들의 삶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 마지다는 아이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잘 보살펴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되어서 저는 아주 편합니다.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어요. 애들이 음식이나 물, 옷이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불을 켤 수 있습니다. 불을 켜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 줄 수 있어요.”

– 마지다 스페이타
[그림 4] 라스메야 알리 지마시(Rasmeya Ali Jmassi). 가자지구.

라스메야와 그 가족들도 삶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

“나는 천식으로 가슴에 통증이 있습니다. 더운 날에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아 집에 있을 수가 없었어요. 이제 환풍기를 설치했고 전기로 집에 공기를 불어넣을 수가 있습니다. 천식은 많이 좋아졌고 통증도 사라졌어요.”

“내 딸은 핸드폰이나 배터리로 조명을 켜서 공부했습니다. 그 불로는 공부하기 힘들었죠. 밤에는 배터리가 다 돼서 전기불 없이 지내야했어요.”

– 라스메야


이제 라스메야의 딸은 저녁에도 조명을 켜고 공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림 5] 태양광발전기로 만든 전기로 선풍기를 돌려 낮의 뜨거운 열기를 식힐 수 있다.

4년 전에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되었고, 베두인 여성들은 그 전기로 쉐이커같은 기계 제품을 사용하여 좋은 유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쉐이커를 이용해서 치즈를 만듭니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직접 손으로 하느라 두 시간 넘게 걸렸지요. 태양광발전기가 만든 전기로 이제는 쉐이커, TV, 작은 냉장고, 충전기와 조명 모두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라스 알 아우자
[그림 6] 요르단 밸리, 라스 알 아우자(Ras Al Auja)의 한 여성. 태양광발전으로 만든 전기로 기계를 사용하여 유제품을 만든다.

요르단강 서안지구(the West bank)에서는 태양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요르단밸리지역에서는 전기가 부족하거나 아예 전기없이 사는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13%(약 216,000명)에 달한다. 이스라엘 정부의 건설을 제한하고 있어서,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고 요청하지도 못할 뿐더러 농업용 에너지 기반시설을 건설해달라고 할 수도 없다.

마안개발센터(Ma’an Development Center)와 팔레스타인 수문학 그룹(PHG, Palestinian Hydrology Group) 등 PENGON 구성원들은 650개 가구와 소농장에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공급했다.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공동체의 참여와 리더쉽을 이끌어내기 위해 훈련 과정을 운영했다.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여성들이 더 힘들고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되기 쉽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ENGON은, 여성이 자신의 기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성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림 7] 사이이드 이쉬타이야(Saeed Ishtaysh). 비트 하산의 농부.(Beat Hassan)

더운 날씨가 계속 되면, 사이이드의 농장에서는 심각하게 물이 부족해진다. 이제 그와 그의 농장 동료들은 펌프를 이용해서 농장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 

“태양광에너지를 이용해서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습니다. 봄이 되기 전에는 비가 잘 안와서 농사짓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펌프로 농지에 물을 댈 수 있습니다. 태양광발전기로 농부 50명 이상이 물을 사용하고 있어요. 물을 퍼올리기도 쉽고, 비용도 많이 줄였습니다.”

– 사이이드 이쉬타이야


베이트 카드 퍼머컬처 센터(Beit Qad Permaculture Center)에서는 여성들, 남성들, 농업을 배우는 학생들을 위한 능력함양 워크샵을 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퍼트리고 있다.

“베이트 카드 농장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 실험은 사용가능한 모든 자연적인 자원을 사용합니다. 이 농장에 공급되는 태양에너지도 포함해서 말이죠. 매달 전기 비용이 예전에는 1500니스(약 415달러)였는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나서는 0니스가 되었습니다.”

– 하산 아부 알로브(Hassan Abu Alrob)
[그림 8] 베이트 카드 농장.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베이트 카드 농장에서 사용하는 설비 대부분 태양에너지를 사용한다. 태양에너지로 펌프를 이용해 물고기 연못에 물을 공급하고, 약초를 말리고, 유제품을 만드는 설비도 이용할 수 있다. 태양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양도 더 잘 보살필 수 있게 되었고, 기계를 이용하여 착유와 사료 공급을 하고 에어컨과 조명도 쓰고, 생산한 유제품과 약제도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시의 전기 네트워크에 연결된 계량기를 농장에 달았습니다. 여름 동안 농장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많이 생산된 전기는 시의 전기 설비로 가고, 겨울에 우리 농장의 발전량이 부족하면 시의 네트워크에서 받아 쓸 수 있습니다.”

– 하산 아부 알로브


이렇게 함으로써 농업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속가능한 농장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는 여성들을 위한 소규모 농업기술 워크샵도 포함된다. 워크샵에서 가르치는 소규모 농업기술로는 수직 농장, 재활용 박스 텃밭, 파이프와 통을 이용한 텃밭, 그리고 우물이나 탱크같은 작은 수원을 이용해 유기농장을 만드는 것 등이 있다.

[그림 9]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웨스트 뱅크, 가자지구, 골란고원). 2018년 당시. (사진 : wikipedia)

라바고냐(Lavagornya) 학교를 위한 에너지 자치

태양에너지로 만든 전기는 학교와 같은 비영리 기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다. 크렘잔(Cremzan)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장벽에 가까워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다. 이곳에 라바고냐 학교가 위치하고 있고, 학생 수는 270명이다. PENGON 구성원인 예루살렘응용연구소(ARIJ, Applied Research Institute of Jerusalem)가 설치한 태양에너지 시스템은 학교 운영비 상당 부분을 아껴주고 있다.

“전기 비용은 학교 예산에서 비중이 큽니다. 한 달에 1500니스(Nis, 약 415달러)정도 되죠. 태양광패널을 설치한 후 절감되는 비용을 학교 직원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몰수될까봐 항상 걱정인데,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한 이후 이 지역에서 학교의 위치가 좀 더 확고해졌습니다.”

– 모하마드 카라카 (Mohammad Qaraka)

“우리 프로젝트의 제1 목표는 팔레스타인 환경을 개선하고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올바른 방식으로 물과 환경 자원을 사용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제인 힐랄(Jane Hilal). ARIJ의 물환경연구소장


젠더 정의 없이는 기후 정의도 없다

깨끗한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은 팔레스타인에서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 부정의를 풀뿌리에서부터 타파하고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다. PENGON의 목표는 여성들과 남성들의 지위와 능력을 높여 에너지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것 이상이다. 로비와 지지 활동을 통해 전국적으로 깨끗한 에너지 사용을 주류로 만들고, 이로써 에너지 정책 자체를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PENGON은 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역 공동체들이 긴급한 환경 문제들이 생겼을 때 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매뉴얼을 만들어 에너지 정책에서 젠더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젠더 통합)를 이룰 수 있도록 하였으며, 지역 정부와 개발 위원회의 협력을 통해 젠더 주류화 효과는 더 강화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깨끗한 에너지 프로젝트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계획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 프로젝트를 더 빨리 실행할수록 우리가 이스라엘 정부에 내는 돈은 더 빨리 줄어들 겁니다.”

– 자히 다마키(Zahi Damakhi). 요르단밸리 비트 하산의 농부


깨끗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가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의 여성들과 공동체들은 지도자로서 자신들의 위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People Power Now!

[그림 10] 바스마 지아카만(Basma Giacaman). 알바스마 센터 아랍여성연맹 이사, 태양에너지시스템 매니저.
(사진 : Hussein Zohor/PENGON)

PENGON 사례는 2019년 ‘아틀라스 오브 유토피아'(Atlas of Utopias)에 등장하는 33개 사례 중 하나이다. ‘아틀라스 오브 유토피아’는 물, 에너지, 식량, 주거 등에서 지역공동체가 전환을 선도한 사례를 보여주는 지도이다. 웹사이트에서 전환 중인 여러 도시들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Friends of the Earth. 2019년 8월 26일
원문 보기 : “People Power in Action : Women leading Palestine’s energy transformation”

2019년 9월 2일
번역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