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가 평균운동에너지라는 말의 의미
열역학을 확장한 열통계역학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온도는 기체 분자들의 평균운동에너지이다.”
이 말의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해 보려 합니다.
https://en.m.wikipedia.org/wiki/Kinetic_theory_of_gases
19세기에 열역학이 차근차근 정립되어 가기 전 이미 뉴턴 시절부터 증기의 부피와 압력과 온도 사이의 관계가 실험을 통해 경험적인 규칙으로 확립되어 있었습니다. 뉴턴 당시 영국의 저명한 화학자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1627-1691)이나 프랑스의 물리학자/식물학자/사제였던 에드메 마리오트(Edme Mariotte 1620–1684)나 자크 샤를(Jacques Alexandre César Charles 1746–1823) 등이 기체의 부피와 압력과 온도의 관계를 실험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P V = R T$$라는 공식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상기체의 상태방정식이라 부릅니다. (여기에서 $P$, $V$, $T$는 각각 기체의 압력, 부피, 온도입니다. 또 $R$는 기체상수라 부르는 일종의 보편상수입니다.)
열역학이 등장하면서 보일-마리오트의 법칙, 샤를의 법칙 등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밝히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이것이 기체분자운동론(kinetic theory)입니다.
용기 안에 있는 기체가 실상 아주 많은 수의 ‘원자’나 ‘분자’나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하고, 이 입자가 뉴턴 방정식 $$\frac{dp}{dt}=F$$를 따른다고 가정합니다.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해 이 용기가 정육면체 모양의 상자라고 해 보죠. 그 상자의 모서리의 길이는 모두 $L$이라 놓습니다.
우선 공간의 세 방향 중 $x$방향만 먼저 보기로 합니다. 입자들의 속도를 $v_x$라 하기로 합니다. 운동량의 변화는 상자의 면에 충돌하여 되돌아오는 것까지 고려하면 $$\Delta p_x = m v_x - (-m v_x )=2m v_x$$입니다.
충돌하여 되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은 $$\Delta t = \frac{2L}{v_x}$$입니다.
따라서 뉴턴의 운동방정식의 좌변은 $$\frac{\Delta p}{\Delta t} = \frac{2 m v_x}{2L / v_x} = \frac{ m {v_x} ^2 }{L}$$이 됩니다.
상자 안에 입자가 $N$개 있다고 하면, 위의 결과를 그대로 곱해서 전체 값을 알 수 있습니다. 즉 $$F = N \frac{ m {v_x} ^2 }{L}$$입니다. 공간의 세 방향이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세 방향의 속도 성분의 제곱을 모두 더하면 속력의 제곱이 됩니다. 입자들의 속력의 제곱하여 평균을 취한 값을 $\overline {v^2}$라 하면, $${v_x} ^2 + {v_y} ^2 + {v_z} ^2 = \overline{v^2}$$입니다. 한편 공간 방향에 따라 이 값이 달라지지는 않을 터이므로 $$v_x = v_y = v_z$$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모두 모으면 $$F = \frac{1}{3} N \frac{ m \overline{v ^2} }{L}$$을 얻습니다.
한편 기체 입자들이 벽에 주는 압력은 단위 넓이당 힘이므로 $$F= P \cdot L^2$$입니다. 이로부터 $$P L^2 = \frac{1}{3} N \frac{m \overline{v^2}}{L}$$이 되고, 이를 다시 쓰면 $$ P L^3 = \frac{1}{3} N m \overline{v^2}$$가 됩니다. $L^3 = V$이므로 결국 $$ PV = \frac{1}{3} N m \overline{v^2}$$가 됩니다.
이상기체의 상태방정식과 비교하면 $$ T \propto \frac{1}{3} m \overline{v^2}$$이 됩니다. 입자들의 평균운동에너지는 $$ \bar{E}_K= \frac{1}{2} m \overline{v^2}$$이므로, 결국 $$ T \propto \frac{2}{3} \bar{E}_K$$가 됩니다.
이 유도결과를 해석하면 기체의 온도는 그 기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평균운동에너지에 비례한다는 것이 됩니다. 그 비례계수를 정하기 위해서는 약간 더 따져봐야 합니다.
이상기체 상태방정식을 입자가 여럿 있는 상황에 적용하면 $$PV = RT$$ 대신 $$PV = \frac{N}{N_A} RT$$라고 써야 합니다. 여기에서 $N_A$는 아보가드로의 수라 부르는 표준적인 입자의 수이며, $$N_A \approx 6 \times 10^{23}$$입니다. 이제 $$k_B = \frac{R}{N_A}$$라 놓으면, 이상기체 상태방정식은 $$PV = N k_B T$$의 꼴이 됩니다. 이를 적용하면 최종적으로 $$ k_B T = \frac{2}{3} \bar{E}_K$$ 또는 $$\bar{E}_K = \frac{3}{2} k_B T$$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온도는 기체 분자들의 평균운동에너지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해명한 셈입니다. 이 계산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뜨겁다는 것은 구성입자의 평균운동에너지가 크다는 뜻이고, 차갑다는 것은 구성입자의 평균운동에너지의 값이 작다는 뜻이 됩니다.
이 유도과정을 이용하면, 구성입자가 아주 많은 수가 아니라 몇 개밖에 되지 않을 때에도 온도는 곧 평균운동에너지라고 정의해 버릴 수도 있을까요?
그리고 더 어렵고 난처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도 상세하게 논의되고 또 대담에서도 계속 이야기 되었으며, 저도 보충적인 자료로 올린 “온도란 무엇일까?”에서 열역학에서 온도는 다름 아니라 $$\frac{1}{T}=\frac{\partial S}{\partial E}$$로 정의된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이 정의는 $$S= k_B \log W$$라 하면 실상 기체분자운동론 나아가 통계역학에서 유도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운동에너지와 혼동하지 않도록 내부에너지를 $U$라고 쓰면 $$\frac{1}{T}=\frac{\partial S}{\partial U}$$가 됩니다.)
그렇다면 평균운동에너지에 비례하는 온도와 이 열역학적 온도의 정의는 어떻게 연관될까요? 쉽게 말해서 $$ \frac{1}{T}= \frac{3}{2} \frac{k_B}{\bar{E}_K} = \frac{\partial S}{\partial U}$$이라 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때 평균운동에너지는 엔트로피 및 내부에너지와 어떤 관계에 있는 걸까요?
먼저 쉽게 드는 생각은 온도가 평균운동에너지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위의 유도과정에서 잘 드러나듯이, 기체를 이루는 아주 많은 수의 입자들이 단원자 분자이어야 합니다. 수소나 산소처럼 두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라면 운동에너지 안에 나란히운동(병진운동)뿐 아니라 회전운동이나 진동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frac{3}{2}$라는 인수가 달라집니다. 그렇긴 해도 여하간 온도가 운동에너지에 비례한다는 것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만일 입자들 사이에 어떤 힘이 작용하여 위치에너지가 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집니다. 위의 유도과정은 단원자 이상기체에만 해당합니다. 또 입자가 아주 많아서 평균속력만 고려해도 크게 오차가 나지 않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입자의 실제 속력은 매우 다양하게 분포할 테니까요.
따라서 온도와 평균운동에너지를 같다고 보는 경우는 매우 특별하고 예외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엔트로피를 내부에너지로 미분한 도함수를 구한 뒤 그 역수를 온도로 정의하는 것은 평형상태에서만 가능합니다. 비평형상태에서는 엔트로피 자체를 어떻게 규정할지 매우 어려워집니다. 비평형상태에서 온도를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불명확합니다. 이 문제를 다룬 것이 다음 논문입니다.
Hwe Ik Zhang & M.Y. Choi (2018) Generalized formulation of free energy and application to photosynthesis. Physica A: Statistical Mechanics and its Applications. 493(1): 125-134. https://doi.org/10.1016/j.physa.2017.10.049
이 논문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열평형 상태가 아닌 빛알 계에 대한 자유에너지를 일반적으로 정식화함
(2) 일차 광합성 과정의 열역학적 측면을 탐색함
(3) 광합성의 에너지 변환을 자유에너지 변환으로 서술함: 빛알들의 내부에너지가 엽록소의 자유에너지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빛알의 자유에너지가 엽록소의 자유에너지로 변환하는 것
(4) 광합성의 효율에 대한 해석적 표현을 유도함: 카르노 효율과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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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상세한 것은 가령 https://is.gd/Huyj7o를 참조할 수 있습니다.
엔트로피 개념에 대해 클라우지우스의 정의와 볼츠만의 정의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데, 실상 엔트로피 개념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유용한 사이트는 아래 스콜라피디어의 해설입니다.
http://scholarpedia.org/article/Entropy
먼저 엔트로피 개념의 역사를 간단하게 요약한 뒤, 물리학에서의 엔트로피 개념을 열역학적 엔트로피, 즉 클라우지우스의 정의를 설명하고 이어서 볼츠만의 정의와 기브즈의 정의를 다룹니다. 그 뒤에 양자역학에서의 엔트로피를 더 논의하고, 블랙홀 엔트로피까지 다룹니다. 수학에서의 엔트로피로서 섀넌 엔트로피, 조건부 엔트로피, 콜모고로프-시나이 엔트로피, 위상수학적 엔트로피를 논의합니다. 다음으로 예술작품이나 컴퓨터공학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압축 엔트로피를 다룹니다.
엔트로피라는 말이 가지는 함축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서 혼동을 일으킬 수 있지만, 신기하게도 이 개념들이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엔트로피 개념을 잘 이해하는 것이 그만큼 유용하리라는 말도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