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지평 보충 3 (드브로이)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0-03-10 21:31
조회
4049
(3) 파동함수가 의미하는 것은? (이어서)
프랑스의 루이 드브로이(Louis de Broglie 1892-1987)는 양자역학 또는 양자이론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지만, 이상하게도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림 출처: Károly Simonyi (2012). A Cultural History of Physics. )
위의 연표는 1880년부터 1990년 정도까지 널리 알려진 양자물리학자들을 생몰연대를 맞추어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눈금 하나가 5년입니다. 누가 동시대에 살았는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맨 위부터 보면 미국의 기브즈, 오스트리아의 볼츠만, 프랑스의 피에르 퀴리, 영국의 켈빈(윌리엄 톰슨), 러시아의 멘델레예프가 20세기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프랑스의 푸앵케레도 1912년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 뒤를 독일의 뢴트겐, 오스트리아-네덜란드의 에렌페스트, 네덜란드의 로렌츠가 따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이 나와 있는 <물리학의 문화사>라는 책의 저자 카롤리 쉬모니는 초록색으로 표시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자연스럽게 플랑크와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눈에 띕니다. 그 사이에 도드라지는 인물이 바로 드브로이입니다.
약간 어색한 비교이지만, 독일의 파울리, 하이젠베르크, 영국의 디랙, 헝가리의 위그너(위네르 예뇌), 폰노이만(너이만 야노시), 일본의 도모나가, 유카와, 러시아의 란다우가 20세기 물리학을 주도한 양자물리학자들이 신기하게도 1900-1908년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참고로 유관순은 1902년생이고 이상(김해경)은 1910년생입니다.
1892년생인 드브로이는 양자물리학의 초기 세대인 플랑크, 아인슈타인, 보어, 조머펠트의 뒤를 이으면서 1900년 이후에 태어난 그 후속 세대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드브로이는 1929년에 "전자의 파동적 성질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37살의 나이지만, 하이젠베르크나 디랙 같은 사람들에 비하면 오히려 조금 늦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업적이란 것이 1924년(32살)에 드브로이가 박사학위논문으로 발표한 그 이론에 대한 것이란 점입니다.
당시 노벨상 위원회는 이론적인 업적보다는 실험적 발견을 훨씬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업적도 "이론물리학 여러 영역에 세운 공로"라고는 되어 있었지만, 상대성이론은 중심에 있지 않았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206-7쪽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드브로이의 업적을 단순화시켜 말하면,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을 통해 빛의 경우에
\[ p = \frac{h}{\lambda}\]
임을 알게 되었으니, 이 수식을
\[ \lambda = \frac{h}{p}\]
라고 쓴 뒤에, 전자의 경우에도 이 식이 적용된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빛은 19세기 내내 일종의 파동이라는 것이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그 운동량이 파장의 역수라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지만, 그 수식을 그대로 전자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주장하면서, 그러니까 전자도 일종의 파동이고, 운동량에 따라 달라지는 파장을 지닌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물질파'입니다. 그리고 이 주장은 장회익 선생님의 서술과 충돌합니다. 드브로이는 물질이 파동의 속성을 지닌다고 말할 뿐 아니라 물질이 실상 파동임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아주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드브로이는 이 주장을 대충 한 것이 아니라 1920년 무렵부터 4년여에 걸쳐 계속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켜 얻어낸 결과이고, 120쪽이 좀 넘는 분량의 박사학위논문과 이를 축약하여 학술지에 발표한 내용도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엄청난 내용이었습니다.
이 논문을 읽은 아인슈타인이 "그는 거대한 장막의 한 귀퉁이를 들어올렸습니다."라고 평가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그로부터 5년 뒤 노벨물리학상까지 주어졌습니다. 그 공로도 다름 아니라 "물질의 파동적 속성을 발견한 공로"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요? 드브로이도 1929년이 노벨상 위원회도 슈뢰딩거 방정식의 파동이 진짜 파동이 아니라는 걸 몰랐던 것일까요?
프랑스의 루이 드브로이(Louis de Broglie 1892-1987)는 양자역학 또는 양자이론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지만, 이상하게도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림 출처: Károly Simonyi (2012). A Cultural History of Physics. )
위의 연표는 1880년부터 1990년 정도까지 널리 알려진 양자물리학자들을 생몰연대를 맞추어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눈금 하나가 5년입니다. 누가 동시대에 살았는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맨 위부터 보면 미국의 기브즈, 오스트리아의 볼츠만, 프랑스의 피에르 퀴리, 영국의 켈빈(윌리엄 톰슨), 러시아의 멘델레예프가 20세기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프랑스의 푸앵케레도 1912년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 뒤를 독일의 뢴트겐, 오스트리아-네덜란드의 에렌페스트, 네덜란드의 로렌츠가 따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이 나와 있는 <물리학의 문화사>라는 책의 저자 카롤리 쉬모니는 초록색으로 표시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자연스럽게 플랑크와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눈에 띕니다. 그 사이에 도드라지는 인물이 바로 드브로이입니다.
약간 어색한 비교이지만, 독일의 파울리, 하이젠베르크, 영국의 디랙, 헝가리의 위그너(위네르 예뇌), 폰노이만(너이만 야노시), 일본의 도모나가, 유카와, 러시아의 란다우가 20세기 물리학을 주도한 양자물리학자들이 신기하게도 1900-1908년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참고로 유관순은 1902년생이고 이상(김해경)은 1910년생입니다.
1892년생인 드브로이는 양자물리학의 초기 세대인 플랑크, 아인슈타인, 보어, 조머펠트의 뒤를 이으면서 1900년 이후에 태어난 그 후속 세대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드브로이는 1929년에 "전자의 파동적 성질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37살의 나이지만, 하이젠베르크나 디랙 같은 사람들에 비하면 오히려 조금 늦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업적이란 것이 1924년(32살)에 드브로이가 박사학위논문으로 발표한 그 이론에 대한 것이란 점입니다.
당시 노벨상 위원회는 이론적인 업적보다는 실험적 발견을 훨씬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업적도 "이론물리학 여러 영역에 세운 공로"라고는 되어 있었지만, 상대성이론은 중심에 있지 않았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206-7쪽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슈뢰딩거가 제시하고 있는 새 방정식은 드브로이가 제안한 파동을 서술하는 것이기에 '파동방정식'이라고도 부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브로이가 말한 이른바 '물질파'가 무엇인지를 해명한 것은 아니었다.
이 방정식을 만들어낸 동기는 그동안 입자라고 여겨졌던 존재물(전자)도 '파동성'을 가진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고, 또 이 방정식을 만족하는 이른바 '파동함수'의 수학적 형태도 찾아냈지만, 정작 이 파동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었다. 우선 한 가지, 이것이 수면 위의 파동이나 음파와 같이 실제로 시공간을 점유하는 물질의 파동이 아님은 곧 확실해졌다. 이것에 연루되는 대상은 파동적으로 행동하지만 그 위치를 측정해보면 빛의 경우에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한 점에 충돌하는 입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드브로이의 업적을 단순화시켜 말하면,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을 통해 빛의 경우에
\[ p = \frac{h}{\lambda}\]
임을 알게 되었으니, 이 수식을
\[ \lambda = \frac{h}{p}\]
라고 쓴 뒤에, 전자의 경우에도 이 식이 적용된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빛은 19세기 내내 일종의 파동이라는 것이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그 운동량이 파장의 역수라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지만, 그 수식을 그대로 전자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주장하면서, 그러니까 전자도 일종의 파동이고, 운동량에 따라 달라지는 파장을 지닌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물질파'입니다. 그리고 이 주장은 장회익 선생님의 서술과 충돌합니다. 드브로이는 물질이 파동의 속성을 지닌다고 말할 뿐 아니라 물질이 실상 파동임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아주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드브로이는 이 주장을 대충 한 것이 아니라 1920년 무렵부터 4년여에 걸쳐 계속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켜 얻어낸 결과이고, 120쪽이 좀 넘는 분량의 박사학위논문과 이를 축약하여 학술지에 발표한 내용도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엄청난 내용이었습니다.
이 논문을 읽은 아인슈타인이 "그는 거대한 장막의 한 귀퉁이를 들어올렸습니다."라고 평가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그로부터 5년 뒤 노벨물리학상까지 주어졌습니다. 그 공로도 다름 아니라 "물질의 파동적 속성을 발견한 공로"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요? 드브로이도 1929년이 노벨상 위원회도 슈뢰딩거 방정식의 파동이 진짜 파동이 아니라는 걸 몰랐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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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푸앵케레 --> 푸앵카레
왠지 추리물이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슈뢰딩거의 방성식은 파동이 아니라 확률이라는 거죠? 확률파동방정식?! ^^;
다음 글을 좀 더 열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파동이 아니라 확률인가 하는 물음은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물질파 (드브로이) --> 파동역학과 파동방정식 (슈뢰딩거) --> 확률 (보른) --> 상태함수]라는 흐름 중에서 장회익 선생님의 강조는 '상태함수'에 있습니다. 예측적 앎이라는 것을 전체적인 틀 안에 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양자역학의 표준적인 형식체계에서는 당연히 "파동이 아니라 확률"이라고 말해도 안전하고 정확합니다.
더 상세한 이야기는 따로 글로 만들어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