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스터데이』 - 가벼운 줄거리 소개 (스포일 있음) (가볍게 책/영화클럽 2024-시즌2-1회)
[안내] ‘가볍게 책/영화클럽 시즌2’ 1회 - 예스터데이
영화 「예스터데이」(대니 보일, 2019) 간단 줄거리입니다.
주인공 잭 말릭은 싱어송라이터고요, 마트에서 일을 하면서 자기 음악을 해나가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엘리 애플턴은 잭의 어릴적부터 친구이자 매니저이기도 하고 잭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엘리는 학교 선생님, 아마 수학선생님이고요. 나중에 나오게 되지만 잭도 원래 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음악 한다고 학교를 관둔 것 같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잭이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한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발생합니다. 당연히(?!) 잭의 공연은 별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잭은 이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버스에 치이게 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순간에 전세계가 동시에 정전이 돼버렸었고, 그때 교통사고가 난 거였습니다.
잭은 이 사고로 앞니도 부러지고 기타도 망가집니다. 퇴원 기념으로 친구들이 기타를 선물하는데 이때 친구들이 한 곡 쳐보라고 하죠. 이때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를 연주하며 부릅니다. 다들 노래가 너무 좋다며 이런 멋진 곡을 언제 만들었냐고 묻죠.
놀랍게도 비틀스를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비틀스만 사라진 게 아니라 코카콜라와 해리 포터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왜 코카콜라와 해리 포터를 골랐을까요? 이렇게 사라진 게 게 더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영화에서는 이 정도만 나옵니다.)
이제 유명해질 일만 남았는데요. 잭은 라이브 까페에서 비틀스 노래를 부르다가 독립 프로듀서의 눈에 띄게 되고, 앨범을 하나 만들게 됩니다. 이 앨범을 마트 손님들한테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방송에 나가게 됩니다.
이 방송을 무려 애드 시런이 보고 바로 전화를 합니다. 애드 시런은 자신의 러시아 투어에 오프닝 공연을 맡아 달라고 하고, 이때 잭은 비틀스의 ‘백 인 더 USSR’을 멋지게 부릅니다. 이제 애드 시런의 매니저가 잭의 음악, 그러니까 비틀스의 음악을 알아보고는 잭을 채갑니다. 이제 그야말로 월드 스타가 돼버립니다.
비틀스의 노래이지만 비틀스를 아무도 모르니, 잭은 스스로 가책은 느끼지만 상황에 떠밀려 계속 갑니다. 노래가 기억이 안 나서 음악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답사하기도 하고요. 나름 애를 씁니다. 그런데 월드투어 첫 공연에 비틀스를 기억하는 두 사람이 나타나 위기감을 고조시킵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반대로, 두 사람은 비틀스를 기억하고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에 잭은 자신의 노래가 직접 만든 노래가 아니라 비틀스의 노래라는 걸 공개하고 저작권도 포기하고 노래를 그야말로 다 풀어버리게 되는데요. 이유는 스스로를 속이는 게 싫어서인 것도 같고, 존 레논을 찾아가 만난 후에 그렇게 결심한 것도 같고, 엘리 때문인 것도 같고, 비틀스는 인류 모두의 문화 유산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도 같고,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예스터데이’는 언뜻 보면 비틀스 음악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억지로 스토리를 만든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요. 제 개인적으로는 그런 목적으로도 영화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작품을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검색을 해보니 이 영화에 대한 악평이 참 많더군요. 그만큼 비틀스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
그리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작가와 작품, 작품을 읽고 듣는 사람들, 기록과 문화, 문명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만든 사람이 사라져도, 그 사람의 개인적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몰라도 그 작품을 우리는 즐길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가? 어떤 작품, 문화, 역사를 기억할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기억은 하지만 끊임없는 변형과 재창조, 리메이크된 음악과 이야기, 기계와 기술이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도 같습니다.
컴퓨터 같은 기기를 거쳐야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일차 정보(?)보다 월등히 많아진 현대의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해야)하는가? 전세계적으로 문명이 일원화되고, 지역이나 나라 고유의 문명이 사라지고, 수백 년 전 수천 년 전 혹은 수만 년 전 인류의 문명이 어떤 기록도 없이 사라지고 흔적만 남은 것처럼 우리의 문명도 그렇게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것들도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볍게 책/영화클럽 2024년-시즌2-1회"는 오늘 저녁 8:30입니다. 참가는 이 글 맨 위 안내 링크 참조. 책읽기 모임, 장회익저작읽기 모임 줌 주소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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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 중에 빼먹은 것 하나는, 인류의 문명은 일종의 지속적인 변주 아닐까 하는 겁니다. 새로운 것을 덧붙여 가면서 변주를 하는 거죠. 비틀스든 어떤 것이든 사라져도 개인이나 인류의 생존에 크게 문제될 건 없겠지만 앞의 것이 사라지면 바로 그 사라진 것의 변주는 있을 수 없습니다. 생태계에서 한 존재가 사라지면 그 존재 주변의 망(web)에 구멍이 생기는 것처럼 문명도 그런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최근에 녹색아카데미 온라인책읽기 모임 '책새벽-월'에서 읽은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한 구절도 생각이 나네요. "과거가 미래를 밝혀주고 미래가 과거를 밝혀주는 것,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정당화인 동시에 역사의 설명이다."(p.169) 그리고 한편으로 가장 생명력 있고 인류의 생존에도 중요한 기록 형태는 역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