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이주

치아파스, 멕시코. 북쪽으로 가는 철도 노선과 이주민 쉼터를 확인하는 이주자들. (사진: AUGUST 28, 2019. 사진: Meridith Kohut for The New York Times Magazine. 출처: ProPublica)

1. 기후위기와 이주

지난 2월 2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강경 이민정책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으로 분리되었던 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테스크포스 팀을 꾸린다고 합니다. 또한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약 40조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는데,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미국이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의 독재와 분쟁에 깊이 관여해온 역사가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바이든은 취임 직후부터 이민정책에 완화할 것이라고 언급해왔고 행정명령도 내려지면서 더욱 더 많은 중앙아메리카 사람들이 미국을 향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해 11월, 2주 간격으로 발생한 초대형 허리케인 에타와 이오타로 온두라스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1932년 11월 8일 쿠바에 닥쳤던 허리케인을 제외하면 가장 늦게 온 대규모 허리케인이라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심해진 엘니뇨 현상때문입니다. 온두라스 사람들은 살던 곳을 떠나와,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거쳐 미국까지 이르는 대규모로 이주 행렬(caravan)을 만들고 있습니다.

the vertical border”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후변화, 전쟁, 분쟁, 기아 등 다양한 이유로 이주를 선택한 사람들이 중간에 만나는 모든 이민국 공무원, 경찰과 군인과 같은 공권력을 통칭해서 이르는 말입니다. 이 사람들은 총으로 무장한 복장으로 이주자들을 ‘막고 서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직 국경” 혹은 “서있는 국경”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그림 1] “The vertical border” 과테말라 안보군들이 경계중이다. Zacapa, Guatemala, on Jan. 19, 2021. Photo: Johan Ordonez/AFP via Getty Images. (출처: The Intercept)

멕시코는 팬데믹 이전부터 군대를 동원해서 이주민들을 막아 왔고, 과테말라는 최근 몇 달 동안 진짜 군인들을 동원해서 대응했습니다. 온두라스, 살바도르, 니카라과 사람들(성인)은 과테말라에 들어가는 데에 여권이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검사 음성 결과를 제출해야 합니다. 과테말라는 “중지 상태”(state of prevention)을 발동하여 망명할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조항을 보류했습니다. 난민 행렬이 국민의 건강과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최근 경찰들과 군인들은 이주민 약 4천 명을 온두라스 국경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통해 미국 국경으로 가는 이주민들의 경로는 군사화되고 있습니다. “수직 국경”을 피해 수만 명의 이주민들과 보호시설을 찾는 사람들이 멕시코를 지나면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흩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내몰리는 곳은 더욱 고립되고 위험한 지역입니다.

2. 기후변화와 정치적 상황 변화가 이주에 미치는 영향

역사적으로 인류는 아주 좁은 기후대에 모여 살아 왔습니다.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은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살기 좋은 기후대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함께 좋은 기후를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중앙아메리카와 수단, 메콩 삼각주 등의 지역은 난민, 이주민 문제가 심각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더 강력해진 가뭄, 홍수, 허리케인 등이 반복적으로 겹쳐서 발생하면서 농사는 실패를 거듭하고, 기아는 만연해지고, 일자리는 부족하고, 정치적 분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2] 기후변화에 따른 거주지역 적합도 변화 예측. (A)현재 (B) 2070년 (C)는 A와 B를 비교한 그림. 붉은 색일수록 적합도가 크게 나빠지고 녹색일수록 적합도가 크게 좋아짐을 의미한다. (출처: Chi Xu et al. 2020. PNAS)

프로퍼블리카와 뉴욕타임즈와 퓰리처 재단이 기후변화와 이주 문제를 결합하여 이주가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었습니다(2020. 7).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주 문제를 더욱 정교하게 그려보면서 준비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디로 갈 것인가’를 예측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나리오는 중앙아메리카를 대상으로 한 예측 모델입니다. 결과는 기후와 크게 상관없이 매년 이주민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기후가 변화함에 따라 이주민의 규모는 대폭 증가합니다. 극한 기후 시나리오 대부분에서 향후 30년 동안 이주민 3천 만 명 이상이 미국 국경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중요한 점은 국경 봉쇄 여부가 이주 정도와 중앙아메리카 주요 도시들의 밀집도, 여건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즉 정치적인 대응이 극적으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국경을 완화하는 경우와 강화하는 경우 각각에 대해 2050년까지의 예측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경을 완화하는 시나리오, 즉 이주민들을 막지 않으면 산 살바도르나 과테말라 시티, 멕시코 시티와 같은 도시에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합니다. 기후변화로 농사에 실패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구호물자와 보조금을 얻고자 도시로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계속 미국을 향해 올라갑니다. 이주민의 수는 2025년에는 매년 70만 명, 2050년이 되면 매년 15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국경을 강화하여 이주민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시나리오에서는 중앙 아메리카 도시들의 경제 성장과 도시화는 더뎌집니다.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농촌을 채우고, 출생률이 증가하면서 인구 밀도는 높아집니다. 빈곤과 기아는 더욱 심해지고 기후는 더 덥고 건조해집니다. 이 경우 수천 만 명이 절망적인 상태가 되고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듭니다. 비참한 상태가 만연해지고 인구 다수가 헤어날 수 없는 최악의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월드뱅크에 따르면 이미 8백만 명이 중동지역과 유럽, 북미로 이주했습니다. 아프리카 사헬지역에서는 가뭄과 농사 실패가 만연해지면서 수백 만 명의 농촌지역 사람들이 해안지역과 도시로 줄을 이어 이동하고 있습니다. 폭염 기후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게 되면서 앞으로 세계 인구 지도까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널 PNAS(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최근(2020. 5. 4.) 게재된 혁신적인 연구에 따르면, 향후 50년 동안 상승하게 될 지구 기온은 지난 6,000년 동안의 상승폭을 합한 것보다 더 큽니다. 사하라와 같은 폭염 지역은 현재 지구 표면의 1% 이하지만 2070년이 되면 육지 면적의 5분의 1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인류가 수 천년 동안 살아온 기후 적정 지역 밖에 인구의 3분의 1이 살게 됩니다.

다수는 폭염으로 고통을 받으며 굶주림과 정치적 혼란을 참고 버틸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이주하게 될 것입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2100년이 되면 인도와 중국 동부지역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중 몇 시간만 외부에 나가있어도 “가장 건강한 사람들조차 죽음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기온이 상승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주는 이주민들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는 곳에도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북반구에 있는 미국이나 다른 여러 지역들에서는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노동 연령대의 새로운 사람들이 투입되는 것은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득을 얻어내려면 선택을 해야 합니다. 북반구에 있는 나라들은 국경을 열어 이주민들을 받아들임으로써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는 지역이 받고 있는 압박을 완화해줄 것인가, 아니면 국경을 봉쇄하고, 수억 명의 사람들이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 곳에 갇혀있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그림 3] 온두라스, 산 페드로 술라를 떠나는 이주자들. 2021년 1월 15일 이른 새벽. 이들은 과테말라와의 국경까지 걸어간다. (출처: Climate Home News)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의뿐만 아니라 요동치는 정치적 힘들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준비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광범위한 변화가 일면서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 등의 기관에서는 최악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기후변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들에서 정부가 실각하고 전쟁 상태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냉혹한 정책들이 이미 실현되고 있습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으로부터 유럽으로, 중앙아메리카에서 미국으로 난민들이 이어지고 있고, 이주를 반대하는 반발세력들이 전세계적으로 민족주의 정부가 들어서도록 몰아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이주하게 되는지 더 잘 이해하고, 다가올 더 큰 변화에 대해 심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실질적인 준비를 해야합니다.

* 남의 나라, 심지어 다른 대륙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 상관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도 나타났듯이 세계는 연결되어 있고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에도 잠재되어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기사로 정리해보았습니다. – 번역, 요약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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