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녹취] 6장.우주와 물질 (2) – 2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에서 격주로 진행하는 ‘자연철학 세미나’(온라인) 녹취록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선생님의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자연철학 게시판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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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철학세미나

  • 일시 : 2020년 9월 10일 
  • 장소 : 온라인 (Zoom) 
  • 발표 : 김재영
  • 다룬 내용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6장.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우주와 물질’
  • 발제 : 김재영
    1. 초기 우주의 상전이와 자유에너지
    2. BEH(브라우트-엉글레르-힉스) 메커니즘 
    3. 초기 우주의 상전이 
    4. 람다 CDM 모델 
    5. 자연철학과 우주론
    6. 자유에너지와 양자통계역학

▷ 녹취 시작 

  • 명조체, 구분점 부분 : 장회익선생님.

    고딕체, 구분점 없는 부분, < > 괄호 안 : 질문.


발제 : 김재영

6장. 소를타고집으로돌아가다: 우주와물질 (2) – 2

1. 초기 우주의 상전이와 자유에너지

  • 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점은: 1만 년, 38만 년이 되면 이런저런 것들이 생긴다, 이렇게 변한다고 얘기하는데, 중요한 것은 그 온도가 되면 왜 그렇게 변하느냐, 그 이유이다. 그런데 그 설명이 없다.
  • 1만 년 지났을 때의 온도, 38만 년이 됐을 때의 그런 온도에서 따로따로 있는 경우와 결합되어 있는 경우가 다 가능한 상태이다. 해당 거시상태가 (전자, 양성자 등이) 결합되었을 때의 자유에너지가 그 온도에서는 더 낮으면 변화는 낮아지는 쪽으로 일어나게 된다. 변화는 자유에너지가 낮아지는 쪽으로 가기 때문에, 빅뱅 이후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자유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다.
  • 그 시간의 온도보다 더 높을 때에는 따로따로 있는 것이 자유에너지가 더 낮은 상태이고, 그 이후에는 온도가 더 낮아지는데 그때에는 결합된 상태가 자유에너지가 더 낮은 상태가 되니까 그렇게 변화하는 것이다. 결국 물이 되느냐, 얼음이 되느냐하는 원리와 같은 원리로 우주의 처음부터 모든 것들이 형성되어 나오는 것이다.
[그림 1] 초기 우주의 상전이
  • 그런데 한 가지 별도로 설명해야 할 것은, 그러면 지금 수소 원자들이 여러 개 생겼다고 해보자. 그 다음에 온도가 더 내려가면 그것이 모여서 산소가 되고 또 모여서 철이 되느냐. 그런 결합은 실제로 잘 안된다. 만약에 별이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물질은 수소와 약간의 헬륨 이상으로 결합되기 어렵다.
  • 왜냐하면 자유에너지는 결합된 상태에서 더 낮은데 왜 더 큰 원소로 결합이 안 되냐? 결합이 되는 조건은 자유에너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변화 과정이 에너지 문턱을 넘을 수 있어야 한다. 자유에너지의 로컬 미니멈이 있고, 실제로 최소값은 더 낮은데 그쪽으로 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로컬미니멈에서 실제로 가장 낮은 자유에너지 값인 상태로 넘어가려면 에너지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높아서 쉽게 넘을 수가 없다.
  • 그러니까 원자들이 모여서 더 큰 원자가 되는 것은 장벽때문에 어렵다. 철 상태일 때 자유에너지가 더 낮은 건 사실이지만, 굉장히 좁은 영역의 조건들이 만나야 철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조건들이 형성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못하면 철이 형성되는 변화가 일어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뜨거운 물과 찬 물이 있는데 그 둘 사이를 아주 강력한 절연체로 막아놓으면 뜨거운 물과 찬 물이 그대로 뜨겁고 찬 상태로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그런데 별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별의 중력이 엄청난 압력을 주고 원자들이 그 압력을 받아서 부딪히면서 그때 비로소 자유에너지가 더 낮은 쪽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일단 그렇게 가면 그 후로는 쉽게 흩어져서 다시 수소로 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서 산소가 만들어졌다고 하면, 그 산소는 다시 수소가 되지는 않고 산소로 유지된다. 산소로 혹은 철로 있는 게 자유에너지가 더 낮으니까 그 상태에서 유지가 되는 것이다.
  • 그 다음부터 더 큰 것들은 아까 김재영박사가 말했듯이, 그 큰 원소들이 더 자유에너지가 낮은 쪽이 아니다. 준안정상태(meta-stable)로 모여 있다. 여건이 되면 자유에너지가 더 낮은 쪽으로 쉽게 깨진다. 방사능 물질들이 그렇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된다.
  • 그래서 이 전체 그림이 근본적으로 자유에너지에 의해서 그려진다.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천문학 책이나 물리학 책에서 자유에너지로 이러한 과정을 설명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누군가는 이걸 자유에너지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정식으로 주장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에 지금 이런 현상이 자유에너지 때문에 이렇게 일어난다고 논문을 내면 레퍼리들이 안 받을 거다. 이해를 못하니까. 그만큼 통계역학에 대한 지식이 얕다.

<질문> 아까 발표자료(그림 2)에서 온도대마다 우세한 상태들이 있었는데, 그 온도대에 해당하는 물질의 거시상태를 통해서 얻어낸 게 아닌가? 이런 결과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건가?

[그림 2] 빅뱅 이후 시간에 따른 온도 변화와 물질의 상태(A. Liddle, 2015. Modern Cosmology)
  • [그림 2]와 같은 설명은, 온도가 높으면 활동이 더 활발하니까 결합이 안되고, 온도가 좀 내려가면 덜 활발하니까 서로 결합을 한다, 이런 그림을 가지고 있다. 나름대로 계산을 하기는 했겠지만, 엄격히 얘기하자면 해당 온도에서 자유에너지가 더 낮은 쪽으로 가는 것이 원칙이고 자유에너지를 가지고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아직도 온도에 관해서는 분자운동론 개념에 머물러 있다.

<질문>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각 온도대마다 있을 수 있는 상태들의 자유에너지를 계산하고 그걸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쪽으로(문턱이 없다면) 가는 게 자연스럽다 이렇게 설명을 해야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말씀인 것 같다.

  • 그런데 자유에너지를 거기서 찾아서 해야 하는데. [그림 2]같은 그림이 어떻게 나왔는지 나는 잘 이해를 못하고 있다. 실제로 자유에너지를 가지고 했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했다는 설명을 본 일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이 사람들이 이렇게 계산한 근거를 누가 한번 살펴보고, 그것이 자유에너지로 계산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주는 것인지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질문> 원칙적으로 계산은 다 가능한 것인가?

  • 글쎄…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논문을 직접 본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를 낸 근거에 대한 언급은 항상 빠져 있다. 그래서 그걸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논문들이 실제로 자유에너지를 써서 했는지, 아니면 자유에너지에 준하는 어떤 것으로 계산을 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온도에 따른 변화는 항상 자유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방향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질문> 이런 경우에는 대상계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 지금 여기에서 전자라든가 쿼크라든가 이런 것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포톤(photon)은 그 주변에 있는 배경계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단 이때의 자유에너지를 생각할 때는 압력도 관계가 될 수 있다. 압력이 관계가 될 때는 내가 정의한 헬름홀츠 자유에너지 식에 기브스(Gibbs) (압력)항을 하나 더 넣어서 기브스 자유에너지까지 생각해야할 것이다. 압력을 고려하려면 기브스 자유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상태를 계산해야 한다.
  • 내가 깊이 살펴보지는 못 했는데. 내가 나이도 많고 에너지도 부족해서 지금 할 수는 없지만, 이 전체 과정을 크리티컬 하게 검토해서 어떤 자유에너지를 가지고 [그림 2]와 같은 그림이 나왔고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지 통계역학적으로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어쨌든 내가 이해하는 방식은 우주의 모든 것이 하나의 일관된 그림 속에서 설명이 되려고 하면 자유에너지가 미니멈으로 가는 과정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이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내가 답답하다.

선생님 말씀하신 부분이 초기 우주의 상전이 문제로 이해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그림 3]을 보자. 물질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네 가지 힘, 즉 표준적으로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이 있다.

[그림 3] 상전이와 대칭성 깨짐

온도가 임계온도보다 높을 때에는 대칭성이 있고 통일장이론이 유지되지만, 대칭성이 깨지면 힘들이 분리된다는 것이 표준 이론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붙어 있다가 10-43초에 중력이, 10-35초에 강한 핵력이 떨어져 나온다. 약한 핵력과 전자기력은 붙어 있다가 빅뱅 이후 10-12 초, 온도 1015 K에서 이 분리가 돼서 네 개의 힘이 된다는 것이 표준 이론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은 계산한 결과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이렇게 되어 있고 거슬러 올라가면 옛날에는 하나였겠지 하는 믿음 때문에 나온 설명이다. 그러니까 이게 어떤 논리에 의해서 추출된 것이 아니다.  

[그림 4] 빅뱅 이후 네 개의 힘이 나뉘어지는 때의 온도와 시간 (출처: Quantum Bits)

2. BEH(브라우트-엉글레르-힉스) 메커니즘

소위 힉스 메커니즘, 정확히 말해서 BEH(브라우트-엉글레르-힉스) 메커니즘이라고 하는 것이 여기에 개입한다. 아까 얘기한 것을 다시 보면 시간에 따라 온도가 점점 아주 뜨거운 데에서부터 식어가는데, [그림 5]에서는 로그 스케일로 그려져 있다. 온도와 시간을 통해 모든 얘기를 해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림 2]와 같은 표를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다. 사실은 선생님의 말씀이 약간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금 보여드리는 책은 스티븐 와인버그라는 노벨상을 받은 학자가 쓴 Cosmology라는 책이다. 이 책은 비교적 최근인 2015년에 나왔다. 이 분은 [최초의 3분]이라는 대중 과학책을 썼다. 저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와인버그의 Gravitation and Cosmology라는 책으로 배웠다.

실제로 이 부분이 ‘Thermal history’라고 해서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온도가 어떻게 되느냐를 본다. 엔트로피 s(T)와 에너지 밀도 ?(T)와 압력 ?(T)에 대한 것을 온도의 함수로 쓴다. 그런데 열역학을 쓴다. 사실은 자유에너지 개념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저도 보지 못했다. 단, 자유에너지 대신에 엔트로피, 에너지 이런 것들을 쓰고 있다.

[그림 5] 빅뱅 이후 시간에 따른 우주의 온도 변화(S. 와인버그. 2015. Cosmology)

그래서 그걸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되, 양자통계역학을 쓴다. 페르미-뒤락 통계나 보슈-아인슈타인 통계를 쓴다. 물질의 경우에 페르미-뒤락 통계를 쓰고, 빛 즉 복사일 때는 보슈-아인슈타인 통계를 쓴다. 단위 부피당 갯수같은 것을 꽤 정교하게 계산할 수 있다. 존재하는 쿼크라는가 그런 것들을 다 집어 넣어서 비교적 정확한 계산을 통해, 온도와 시간 사이의 관계 같은 것을 도출해낼 수 있다. 그런 계산의 기본적인 바탕은 모두 양자통계역학이다.

그리고 이쪽에서 유명한 사람이, 수소폭탄에 반대해서 감옥에 갔던 사하로프이다. 이 사람이 이쪽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도 상세하게 계산을 했다. 온도와 시간에 따라서 중성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상세하게 계산할 수 있다. 이런 계산은 손으로 하는 게 아니다. 컴퓨터가 없으면 못하는 계산이다. 그런데 그 옛날 사하로프나 이런 옛날 사람들은 계산기 없이 일일이 다 손으로 계산을 했다고 한다.

양성자와 중성자에 따라서 질량이 어떻게 되는지, 속박에너지(bounding energy)라는 걸 이용해서 계산할 수 있다. 실제로 원자수와 질량수를 가지고 배열을 해보면, 수소부터 쭉 올라가서 철에서 멈추게 된다는 것도 계산으로 나온다.

장회익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자유에너지를 이런 계산에 집어넣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는 실제로 이 문제가 제가 우주론 책에서 말하는 바로는, 흔히 이것을 상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상전이가 아니라 크로스오버(교차)라고 생각한다(그림 6). 실제로 계산 과정을 보면 상전이가 될 수도 있다라는 말이 나오기는 한다.

왜냐하면 물과 얼음의 경우, 물과 수증기의 경우에는 1차 상전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자유에너지를 한번 미분한 것은 불연속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경우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물과 수증기 조차도 제대로 연구가 안 돼있다. 굉장히 연구하기 어려운 첨단 분야에 속한다. 얼음만 해도 상이 10개가 넘는다.

[그림 6] 초기 우주의 크로스오버

그런데 두번 미분한 것이 불연속인 2차 상전이는 굉장히 상세하게 연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자석이 자성을 잃거나 그런 경우다. 이 경우에 적당히 조건을 맞춰주면 2차 상전이인 것처럼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2차 상전이인 것처럼 가정을 하고 논문을 쓰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상전이도 아니고 2차도 아니다라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그냥 크로스오버라는, 즉 단계가 바뀌는 정도까지만 얘기를 한다.

기본적인 계산들은 우리가 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 물리학적인 파라미터나 이런 것들을 모조리 집어넣어서 엄청난 계산을 한다. 실제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컴퓨터없이는 연구를 할 수 없다.

3. 초기 우주의 상전이

[그림 1]을 다시 보면, 왼쪽 그림에서 G는 기브스 자유에너지이다. 고체물리학이나 응집물질물리학에서는 헬름홀츠 자유에너지 보다는 기브스 자유에너지가 유리할 때가 더 많다. 왜냐하면 물질의 종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질 자체가 이동하면 물질의 포텐셜에너지라고 하는 게 포함이 되어야 하는데, 우주론에서도 그렇다.

도식적으로 개념적으로, [그림 1]의 오른쪽 그림(멕시코 모자)의 꼭대기에 있으면 준안정상태(meta-stable)가 된다. 그러면 꼭대기에 있을 때는 아주 불안하지만 설악산 치마바위처럼 딱 걸려있다. 여기서 예를 들어 약간만 바람이 불면 한쪽으로 떨어지는데,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 꼭대기에 있을 때는 모든 게 똑같기 때문에 대칭적이다. 그런데 꼭대기에 있던 것이 떨어지면 어느 한쪽으로 쏠리게 돼서 대칭성이 깨진다. 이것을 ‘대칭성 깨짐’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되는 것이 브라우트-엉글레르-힉스 메카니즘이다.

[그림 1] 초기 우주의 상전이

사실 이것을 가지고 지금도 엄청난 양의 논문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이 포텐셜 함수를 계산한다거나 자유에너지를 계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령 당장 원자와 원자핵의 관계도 정성적으로 얘기할 수는 있지만, 정말로 상세하게 풀어낸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믿음, 원리로서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으로 자유에너지를 일일이 계산한다거나 해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주도면밀하게 밝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 나도 그것이 쉽다고 생각하고 그걸 다 계산해야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기본 방향은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해할 때에 그러한 이해의 틀에서 봐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더 구체적인 데이타를 가지고 거기에 맞게 하는 것 같기는 한데, 내가 보니까 조금 전에 나온 것들은 열역학적인 통계역학으로 가기 전에 열역학적인 관계식을 가지고 대부분 진행을 하는 것 같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해야 현상에 더 맞을 수는 있을 것 같다.
  • 통계역학이 열역학보다 더 늦게 나왔다. 열역학적인 법칙이 통계역학으로 가는 일차적인 가이드가 됐을 것이다. 아까 보여준 계산은 열역학적인 법칙을 주로 써서 한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내 책에는 열역학이라는 말 조차도 넣지 않았다. 우리가 개념적으로 이해하려면 그런 열역학적인 현상이 바로 통계역학적인 것의 현실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래서 개념적으로 보면 역시 어떤 형태의 자유에너지가 최소인 방향으로 간다, 그때 자유에너지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느냐, 압력이 있다면 기브스 자유에너지를 써야 하고, 입자들이 들락날락해서 갯수가 변하면 거기에 또 항을 하나 더 집어넣어서 화학적 포텐셜 개념이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자유에너지 개념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 엄격히 얘기하면 이론적으로 보면 자유에너지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변한다고 해야 전체 그림이 그려진다. 그냥 천문학자들이 해놨으니까 이렇더라 하고 따라갈 수는 없다. 물론 자유에너지를 고려해서 정교하게 다 답을 냈는지 안냈는지 하는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개념의 틀을 어디에 두느냐이다. 그 틀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이다.
  • 중간중간에 경험 법칙을 딱딱 집어넣어서 현실 세계를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원리적으로 얘기하자면 한 두 개의 기본원리를 가지고 연결을 해야한다. 그것이 현재 나타나는 현상을 그것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경험 법칙을 넣게 되는 거지만, 사실은 열역학적인 관계가 통계역학과 기본적으로 연결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이해를 했으니까, 기본 아이디어는 자유에너지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옳다고 본다.
  •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아까 얘기한 이론, 결과들을 한번 더 검토해보고, 어떤 면에서 어디서 열역학의 어떤 공식을 써서 설명하고 있는지 한번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가 한 50년 더 산다면 하겠는데 그럴 수가 없다. 우주론을 하는 쪽에서 자유에너지 개념을 가지고 정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라서 저도 엄두가 안나는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하고 미묘한 부분이 하나 있다. 우선 선생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다. 제가 이번에 우주론 교과서 7~8권(전자도서)을 검색해봤는데, 자유에너지 말을 쓴 책이 단 한 권도 없다.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 변화의 기본원리가 자유에너지이다. 게다가 온도를 얘기하면서 어떻게 자유에너지 개념을 안 쓰냐하는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유에너지 개념을 도입해서 우주의 역사에 대한 얘기를 새로 서술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업일 수 있다. 오래 전에 나온 『자기 조직하는 우주』(에리히 얀치, 1989, 범양사)라는 책이 있는데, 선생님께서도 인용하신 책이 있다. 그 맥락에서 전체 그림을 그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작업일텐데 이상하게 우주론하는 사람들은 잘 안한다.

한 가지 더 언급을 하면 스티븐 와인버그가 아주 악명이 높다. 노벨상도 탔고 입자물리학의 대부이기도 한데, 과학사와 과학철학 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싫어하고 전형적인 ‘shut up and calculate’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와인버그와 대적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어떤 것을 하더라도 와인버그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얘기를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와인버그가 거의 모든 걸 잘 아는 물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철학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미묘한 부분에서 좀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주에 소개드렸던 오키피(Michael O’Keeffe)도 와인버그를 직접 인용하면서 물리학자들이 이런 자연철학인 접근을 도외시하거나 비난한다고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고 서문에 쓰고 있다.

자유에너지 개념을 전면에 내세워서 빅 히스토리를 얘기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도 빅 히스토리 하는 분들이 많다.

<질문> [그림 1]의 그래프가 잘 이해 안 된다. 

  • 왼쪽 그림에서 맨 아래쪽 갈색 선을 (3차원으로) 나타낸 것이 오른쪽 그림이다. 그 위에 녹색 선과 황색 선은 갈색 선과는 다르다.

선생님 책이나 대담을 보면 멕시코 모자의 꼭대기가 쑥 들어간 게 있고 올라온 것도 있다. 왼쪽 그림의 황색 선을 360도 돌리면 빗살무늬토기같은 모양이 나올 것이다. 이때가 온도가 높을 때이다.

  • 온도에 따라서 다른 것이다. 온도가 높으면 제일 위의 황색 선이 되고, 그 다음에 크리티컬 온도가 될 때는 초록 색 선이 되고.

<질문> G는 자유에너지라는 것을 알겠다. 그런데 Q는 무엇인가?

선생님께서는 ‘구조 파라미터’라고 표현하셨고, 그리스 문자 ζ 제타로 쓰셨다. 그런데 보통은 통계물리학이나 응집물질물리학에서는 ‘질서변수’(order parameter)라고 부른다. 대략 이 크기가 처음에는 0이다가(갈색 선에서 가운데 제일 높은 부분)… 가운데 제일 높은 부분은  극대(local maximum), 양쪽에 낮아지는 부분은 극소(local minimum)라고 부른다. 최대 최소 개념이 아니라 그 근처에서 국소적으로 맥시멈, 미니멈이라는 뜻이다. 극대점에서 극소점까지의 거리의 값에 따라서, 가량 질량같은 게 새로 생긴다. 더 상세하게 가면, 좀 더 테크니컬해서 어렵다.

<질문> 구조 파라미터가 0이라는 것이 잘 이해가 안된다. 저희같은 경우에는 그래프가 잘 와 닿지 않아서 이해를 잘 못하겠다.

쉬운 예로 자석을 들 수 있다. 자석은 그 안에 있는 원자들이 하나의 스핀이라고 부르는 작은 자석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자석이 된다는 것은 모든 스핀이 한쪽 방향으로 줄을 선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스핀은 움직이지는 못하고 제자리에서 돌 수만 있다.

그런데 온도가 특정한 임계 온도(퀴리 온도)보다 높아지면 자성을 잃게 된다. 그런 경우에 여기서는 임계온도(critical temperature)가 Tc인데, 이보다 크면 가령 모두가 한쪽으로 쏠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대칭적이다. 그런데 온도가 내려가면 쏠렸던 것이 흐트러진다.

얼음에 비유를 해보자. 물은 분자들이 제멋대로 다닐 수 있는 것이라고 치면, 얼음같은 경우에는 분자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고정된 결정같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빛이 지나갈 때처럼,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반복되는 거리를 생각해보자, 그러면 물은 반복되는 것이 아주 길거나 무한대이고, 얼음은 유한하다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것을 ‘질서변수’라고 부른다. 실제로 구체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질서변수를 어떻게 선택하느냐도 아주 어려운 문제라서 상당히 물리학을 직관적으로 잘 하는 사람들이 하는 연구이고, 교과서적인 이론이 몇 가지 있다.

이 경우에 오른쪽 멕시코 모자를 보면, 온도가 아주 높을 때는 토기처럼 그릇 모양이다. 그러면 항상 가운데에 있을 수 있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대칭적이다, 대칭적인 것은 질서변수가 0이다. 장회익선생님께서는 이것을 구조라고 표현하셨는데, 이때는 구조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신 것 같다. 가운데에서는 질서변수 혹은 구조변수가 0일 때에는 모든 것이 다 고정되어 있고 모든 것이 다 허용된다. 그런데 온도가 낮아져서 갈색 선, 즉 오른쪽 멕시코 모자처럼 되면 어느 한쪽으로 굴러떨어져서 어느 하나가 힉스가 돼버린다.

많이 드는 예가 펜이다. 펜을 이렇게 들고 있으면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 이때는 질서변수가 0이다. 그런데 손을 놓는 순간 어느 한쪽으로 떨어진다. 떨어지면 중심으로부터의 거리 정도(의 변화)가 생긴다. 기초 강의에서는 이것을 질서변수라고 보통 한다.

<질문> 왜 멕시코 모자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공간은 다 꽉 차 있는 거 같은데…

  • 그 안에 뭐가 있다는 게 아니다. 자유에너지를 나타낸 것이다. 자유에너지를 한 차원 낮춰서 그리다보니까 왼쪽 그림처럼 되는 것이다. 자유에너지는 상황에 따라서 다 다르다. 자유에너지가 어떤 형태를 갖출 수도 있고 형태가 없을 수도 있고 다 가능하다, 거시상태는. 그런데 그 거시상태를 나타내주는 자유에너지의 모습을 공간적으로 그려보면 이렇다는 것이다.
  • 실제 거리가 있고 높이가 있는 게 아니다.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다. 어떤 질서, 모양을 가지는지 그냥 파라미터로 표시한 것이다. 그런 질서를 가질 때 자유에너지의 값은 얼마다, 이걸 좌표에 찍으니까 이런 멕시코 모자같은 모양이 되는 것이다. 실제 우주의 물리적 거리, 공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파라미터 공간이다.

<질문> 온도가 높을 때는 구조가 없는 데서 자유에너지가 가장 낮다가, 온도가 낮아질수록 멕시코 모자처럼 구조가 있는 데에서 자유에너지가 가장 낮아지는 쪽으로 바뀌는 이유가 있을까?

  • 그 안에 동역학이 숨어 있다. 그러니까 동역학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가지 상태, 그 상태들이 그러그러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 이런 그림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워낙 복잡하다. 결과적으로 이런 것이 나왔다고 치면 이렇게 된다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 실제로 어떤 현실적인 현상이 어떻게 되는가 설명하려면 동역학을 좀 깔아야 한다. 에너지에 따라서 가능한 상태가 몇 개가 있다, 계산을 해야 다 나오는 것이다.

조금 더 보충을 하면, 저는 물리학과라서 양자마당이론에서 이런 것들을 상세하게 공부했는데. 이런 함수들은 그냥 멋대로 갖다붙인 것이다. 그리스 문자 ? (phi)를 가져와서 멕시코 모자 모양이 나오게 함수를 만든 것이다. 처음 배우는 사람이 질문을 이렇게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하나요?, 이렇게 하는 게 제일 쉽고 풀리니까, 이렇게 대답을 한다.

수학하는 사람들도 비슷하다. 디테일하게는 못다룬다. 개념적으로 익히기 위해서 이렇게 돼있다고 하자 하고서 문제를 푼다. [그림 1]의 모형을 ?4 모형, 장난감 모형, 토이 모델이라고 부른다. 그걸 풀어내기만 하면 기본적인 것을 얻을 수가 있다. 그런 다음에 토이모델로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실전에 한번 적용해보자, 하지만 실전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그림 7] 팽창과 입자 물리학

[그림 7]을 보자. 지금도 인플라톤이라고 하는 팽창을 만들어내는 것이 있는데, 여기에 U(?)라는 함수가 있다. 이 U(?)함수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3천 몇 년 쯤에는 누군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모양을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풀 수 없는 문제로 보고 있다. 그런데 또 최근에 꼭 그렇지도 않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4. 람다 CDM 모델

우주에서 보통의 물질이 4% 정도이고, 나머지 96%를 암흑이라고 앞서 말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4.9%, 25,9%, 69.1% 이런 숫자들이 나온다. 이 숫자들이 어떻게 나왔는가 하는 게 궁금한 부분이다.

[그림 9]와 [그림 10]이 우주상수와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에 대한 그림이다. 우주상수를 이용해서 이런 숫자들을 구할 수 있다. Ωm은 보통의 물질에 대한 것이고, Ωk은 암흑물질에 대한 것이고 ΩΛ는 암흑에너지에 대한 것이다. [그림 10]은 사울 펄머터라는 노벨상수상자가 쓴 아티클에서 가져왔다.

여기서 ΩΛ라고 부르는 것이 진공에너지이다. Ωm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물질의 대한 것이다. 가로축 세로축에 쓰여있는 숫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그림 8] 람다 CDM 모델
[그림 9] 우주상수의 의미와 암흑에너지
[그림 10] 우주상수와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여기서  Ωm, Ωk, ΩΛ 세 값들의 비에 따라서 우주가 달라진다. 빅뱅이 아예 없거나, 아까 우주가 처음에 곡률이라고 있는데 계속 커질 것인지, 아니면 전에 예를 들었듯이 물질이 충분히 많으면 던졌다 하더라도 한참 가다가 다시 떨어질 것이다. 그러니까 물질들이 쫙 팽창하더라도 물질이 충분히 많으면 언젠가는 팽창을 멈추고 다시 오그라들 것이다. 이런 것을 빅 크런치라고 부른다. [그림 10]에서 빨간 선이 있는데 영원히 팽창하는 경우와 언젠가는 다시 오그라드는 경우를 구분짓는 경계이다.

그리고 ‘Flat’이라고 써있는 오른쪽으로 하강하는 선은 곡률이 없는 편평한 우주를 의미한다. 여기서 이 그림은 실제 시공간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지극히 수학적인 파라미터들을 이용해서 만든 그림이다. 그런데 여기에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데이타를 집어넣으면 그림에서 녹색 부분(CMB) 정도 안에 들어간다. 그리고 초신성(Supernovae)이 들어가면 푸른 색 부분처럼 된다. 그리고 초은하단 데이타를 넣으면 그림에서 Clusters 부분이 된다.

[그림 11] 현대우주론의 기본 평면

[그림 11]로 다시 보자. 여러 데이타들을 다 모아서 그려보면 그림의 녹색 점 부분에 딱 걸린다. 이것이 ‘람다 CDM 모델’이고, 콘코던스 모델(LCDM Concordance Model)이라고 보통 부른다. 모든 게 다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바리온 물질 4.9%, 암흑물질 25.9%, 암흑에너지 69.1%라는 수치가 나온다.

5. 자연철학과 우주론

여기서 이상한 것은, 모르는 게 96%라는 것이다. 암흑에너지에 대해서는 현재 거의 전망이 없다. 암흑물질도 그렇고. 그면 자연철학에서는 이런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림 12] 자연철학과 우주
[그림 13] 우주의 역사

우주 이야기는 재미있는 것이, 우주론 하는 사람들은 우주 얘기까지만 한다. 사실 그 다음에 별이 만들어지고 은하, 태양계가 만들어지고, 블랙홀도 만들어진다. 꼬불꼬불한 노란 색 선은 빛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름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졌다. 은하와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고 국소질서가 생성되고 생명이 태어나고 거기다가 심지어 의식까지 나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이것이 다음 장에서 전개될 이야기다. 

이제 오늘 마지막 질문을 드리고자 한다.

앞 시간에 보여드렸던 리안 리스의 ‘자연철학의 계층적 구조’의 기반도 우주이고, 심지어 장현광의 책 제목도 『우주설』이다.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케플러, 뉴턴도 다 우주 얘기를 하고 있다. 우주에 대한 얘기는 세계 전체에 대한 얘기이다.

우주에 대한 자연철학적 질문에 답하는 것은 형이상학(철학)인가 형이하학(물리학/자연과학)인가? 이것이 저의 질문이다. 형이상학, 형이하학은 프란시스 베이컨이 구분했다(그림 14). 형이상학, 메타피직스는 아이스토텔레스의 목적인과 형상인을 탐구하는 것이고, 피직스는 질료인과 유효인(효과인, 운동인)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했다. 이것을 19세기 후반에 일본의 이노우에 데츠지로가 메타피직스를 주역에서(형이상자 위지도 형이하자 위지기) 가져와서 ‘형이상학’으로 번역을 했다.

장회익선생님 책의 부제 ‘철학을 잊은 과학에게 과학을 잊은 철학에게’에서 철학이 형이상학이고 과학이 형이하학, 피직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4] 형이상학/형이하학

여기서 제 질문은, 우주에 대한 자연철학적 질문이다(그림 15). 이런 종류의 우주론적 질문, 우주에 대한 자연철학적 물음에 답하는 것은 형이상학인가 아니면 과학인가, 철학인가 과학인가. 풀리지 않는 의문인데, 지난 20년 넘게 계속해서 고민해온 문제이다.

[그림 15] 우주에 대한 자연철학적 물음

장회익선생님만의 고유한 답안이 있다고 생각하고, 저도 답을 찾고 싶다. 이 대목에서 선생님 말씀을 좀 들어보고 싶다.

  • 내가 딱 그 질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건 아닌데, 떠오르는 얘기를 하면, 내가 보는 자연철학은 그 둘이 다 하나가 돼서, 나눌 필요없이, 합당하게 받아들일 만한 것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철학과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분리하면서 각각이 다른 데로 가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것이 하나의 학문이다. 오히려 동양에서는 ‘학’이라고 했다. ‘학’ 속에는 그 둘이 같이 들어간다.
  • 외형적인 형태가 있느냐, 외형이 없는 것이 있지 않느냐해서 동양에서는 형이상/형이하로 나누었고, 서양에서도 피직스/메타피직스로 나누었다. 이렇게 나누는 것은 지극히 인위적이다. 왜냐하면 일종의 형이상학을 존재론이라고도 말한다. 조금 어감은 다르지만. 존재론이라는 것은 그 존재에 대한 기본 가정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아무렇게나 존재론 따로 있고 과학이 또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연결이 돼서 의미 있는 바탕 노릇을 해야한다.
  • 마찬가지로 형이상학이라고 하는 것은 기존의 좁은 의미의 과학이나 형이하학과 연결돼서 큰 바탕으로 전체가 의미있는 하나를 만들어나갈 때에 그 자체가 또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굳이 나눌 게 아니다. 물론 외형적으로 편의상 나눌 수는 있지만, 이상적으로는 전체가 하나의 앎의 틀 속에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 특히 바탕이 되는 부분만 떼서 본다고 한다면 그것을 철학이다, 형이상학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허공에 떠 있어서는 별 의미가 없다. 어떻게 보면, 이 질문 자체를 가능하지 않게 하는 그런 성격이 있다고 해야 적합한 대답이 되겠다.

발표는 이것으로 마치고 질문을 해주시면 좋겠다.

<질문> 천문학에서는 멀리 있는 것을 더 옛날로 본다. 그런데 허블의 법칙에서는 멀리 있는 것이 더 빨리 움직인다라고 얘기했다. 이것을 바꿔서 얘기해보면 멀리 있는 게 더 옛날이라면 옛날에는 더 빨리 멀어졌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얘기가 아주 이상해지는 것 같다.

미묘한 부분인데, 아까 적색이동을 도플러 효과로 설명할 것이냐 우주의 팽창에 의한 것으로 설명할 것이냐 이런 얘기를 했다(그림 16). 도플러 효과는 속도 ?가 명시적으로 나온다. 후퇴하는 속도가 등장하는데, 우주팽창에서는 이것이 없다. 그냥 팽창하고 있다라고 할 뿐이다.

허블-르메트르 법칙은 우주팽창의 법칙이 아니다. 이 법칙은 은하들이 있어서 더 멀리 있는 은하들이 더 빨리 멀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 질문이, 왜 더 멀리 있는 은하들이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가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심지어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을 정상우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도 있기는 있다. ‘생성 장’이라고 해서 끊임없이 공간이 생겨난다는 변형된 정상상태우주론도 있다.

그런데 제일 쉬운 것은 빅뱅이다. 빅뱅이론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이론이다.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은 하나의 동기이다. 만일 팽창 속도가 거리에 비례한다면 아주 멀리 있는 것은 광속보다 더 빨리 멀어지게 된다. 그런데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광속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말이 안 된다. 그래서 후퇴로 해석을 하면 골치아픈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제는 그 얘기를 싹 빼고, 그냥 스케일 인자라고 부르는 것의 비(?0/?)로 정의를 내려버린다. 그렇게 하면 계산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더 멀리 있는 것이 더 오래된 것은 틀림없다,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 16] 적색이동 vs 도플러 효과

6. 자유에너지와 양자통계역학

<질문> 자유에너지를 얘기해주셨는데. 양자통계역학이 공식적으로 이름과 내용이 통일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확립된 분야이다.) 그렇다면 양자통계역학에서 자유에너지에 대해서 자주 논하는지? (그렇다.) 그렇다면 소개를 해주신 책 Cosmology에서 와인버그같은 사람이 양자통계역학을 써서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자유에너지를 언급하는 부분이 많이 있는지?

없다. 일단 검색 기능을 써서 ‘free energy’로 찾아보면 하나도 안 나온다. 계산 과정을 일부 따라가보면,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입자들을 크게 두 종류로, 즉 보손(boson)과 페르미온(fermion)으로 구분한다. 단위부피당 갯수, 즉 number density라고 하는 것이 지수 자리에 올라가는 factor가 있다. 그것으로 화학포텐셜같은 것을 계산한다. 

양자통계역학은 partition function 분배함수를 계산하는 툴의 밑바탕이 되는 동역학을 고전역학, 즉 맥스웰이나 볼츠만을 쓰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양자역학을 써버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밖에 없어서, ‘양자’라는 말이 붙었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상세하게 보면 좀 얼버무리는 느낌이 있다. 아주 꼼꼼하게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장회익선생님 말씀처럼 명시적으로 자유에너지라는 개념을 집어넣어서 재구성을 하고, 테크니컬한 부분을 과감하게 빼면서 서술을 해보는 작업이 의미 있을 것 같다.

<질문> 궁금한 것은, 분배함수를 구체적으로 정확히 구했다고 전제를 하고, 그 함수를 계산을 좀 더 하면 헬름홀츠 자유에너지까지 계산할 수 있지 않나?

분배함수 G에 로그를 취해서 kT를 곱하면 kT∙logG, 즉 헬름홀츠 자유에너지가 된다.

<질문> 그렇다면 분배함수로 계산했다는 얘기는 결국 자유에너지를 가지고 계산한 것과 같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 분배함수 계산에 성공할 수가 없다. 

<질문> 아니면 와인버그같은 사람은 분배함수가 가져야하는 속성같은 것들이 자유에너지의 특징을 잘 반영한다든가 그런 특징을 계산해서 사용을 하는지?

  • 포톤의 경우에는 분배함수가 깔끔하게 계산이 되고, 따라서 자유에너지가 깔끔하게 나온다. 그런데 사실 통계역학에서 동일입자(identical particle)의 성격을 어떻게 봐야하는가에 따라서 3가지로 나눈다.
  • 하나가 보슈-아인슈타인 통계라고 해서 같은 상태에 여러 개가 들어갈 수 있다는 조건을 만족하는 것. 두 번째는 상태함수가 두 개의 스핀을 바꿔도 같은 것이다하는 가정에 해당하는 것이 한 종류가 있다. 페르미온은 위치를 바꾸면 마이너스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상태에 있는 것들은 단일입자의 경우에는 하나의 자리밖에 못 들어간다. 예를 들어서 전자같은 것들이 그렇다. 포톤은 근본적으로는 보슈-아인슈타인 통계에 만족하는데, 보슈-아인슈타인 통계는 입자 수가 고정되어 있는 경우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포톤은 입자 수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Photon Statistics라고 해서 따로 구분한다. 광의 자유에너지를 계산할 때는 바로 그걸 쓴다. 그렇게 하면 플랑크 곡선이 도출된다. 여기서 다 자유에너지를 쓴다.
  • 그런데 사실은 포톤에 대해서 자유에너지를 쓰기를 대단히 조심스러워하고 겁을 낸다. 왜냐하면 계산해보면 좀 이상한 값이 나온다. 마이너스 값이 나온다. 그래서 포톤의 경우에 자유에너지를 의미있게 쓸 수 있다하고 내놓은 논문이 바로 최무영교수와 내가 한 2년 전에 쓴 논문이다. 그래서 포톤이 우리한테 주는 자유에너지가 얼마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일반화된 포톤의 자유에너지를 썼다.
  • 포톤 자체의 온도에 해당하는 온도를 Tc라고 썼다. Tc는 canonical temperature이다. 이 온도를 정할 수 있다. 항상 포톤 자체가 가장 가능성 있는 분포를 가지도록 해보면 Tc가 나온다. 그래서 그것과 실제로 어떤 대상에 전해질 때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온도와 차이가 있으면 Tc가 의미있는 순 자유에너지(net free energy)를 전해줄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 사실은 그 이론의 연장선, 그러한 일반화된 자유에너지 이론을 통해서 우주론 전체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계산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그 원리에 맞춰서 봐야되느냐 안봐도 되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내가 볼 때에, 김재영박사도 말했지만, 우주론 하는 사람들이 자유에너지 개념을 명시적으로 얘기를 안 하고 있다. 그저 그때그때 적당히 맞는 열역학적인 모델을 만들어서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해서 맞는 설명을 할 수 있겠지만, 원론적으로 우주가 어떤 원리에 의해서 전개되어 나가고 있는가하는 애기를 하려면, 역시 자유에너지가 가장 간단한 개념이다.
  • 자유에너지가 온도의 함수니까, 온도에 따라서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자유에너지는 다를 수 있고, 자유에너지가 다르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양자역학적인 상태함수이고, 양자역학적인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아까 얘기한 상호작용의 형태를 전제해야하고, 상호작용과 양자역학적인 상태를 정확히 산출해낸다면 자유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맞춰서 계산을 해낸다는 것은 물론 이상적인 것이지만,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 원리는 이렇고 계산은 어려워서 못 하기는 하지만 그 안에 깔린 원리는 이렇다하는 얘기는 할 수 있다.
  • 자연철학 책에서는 그런 정신으로 서술을 한 것이다. 우주에서 모든 것이 변하고 결합이 되고 흩어지는데, 온도만 일단 주어지면 온도가 굉장히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그 온도만 주어지면 그 상태에서 가장 낮은 자유에너지 상태로 간다, 이런 원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그런 큰 그림을 가지고 작업을 한 사람이 많지 않다. 우주론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래서 나는 자유에너지 관점에서 우주론을 전부 한번 재검토를 해봐야한다고 본다.
  • 그리고 뒤에 나오지만, 생명과 인간, 특히 생명을 구성하고 있는 이차질서는 다 자유에너지를 가지고 설명을 했다. 그것 이전에 천체의 모습이라든가 물질도 기본 원칙은 자유에너지다. 그렇게 설명하려면 상호작용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리가 4가지 기본 상호작용을 얘기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모일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돼서 어떤 답이 나오는가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문제가 현실적으로 딱딱 답을 도출해내기에는 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그 속을 흐르는 아이디어의 줄기를 파악하게 해주는 것은 자유에너지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9월 10일 세미나 전체 2:39:00 중에서 2:20:40까지 녹취)

녹취: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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