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철학세미나 녹취] 6장.우주와 물질 (2)-1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에서 격주로 진행하는 ‘자연철학 세미나’(온라인) 녹취록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선생님의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자연철학 게시판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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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철학세미나

  • 일시 : 2020년 9월 10일 
  • 장소 : 온라인 (Zoom) 
  • 발표 : 김재영
  • 알림 : 9월 10일 세미나는 2시간 40분 진행이 되었습니다. 오늘 업로드한 녹취록은 앞부분 1시간에 대한 녹취입니다. 나머지 부분도 곧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다룬 내용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6장.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우주와 물질’

발제 : 김재영

1.적색이동 
2.천체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여러가지 방법 
3.세페이드 변광성과 주기-광도 관계 
4.천체까지의 거리 구하기: 변광성과 주기-광도 곡선은 어떻게 이용되는가 
5.적색이동 vs 도플러 효과 논쟁 
6.현대 우주론 (람다-CDM 모형) 
7.투명한 우주와 우주배경복사 
8.우주의 역사


▷ 녹취 시작 

  • 명조체, 구분점 부분 : 장회익선생님.

    고딕체, 구분점 없는 부분, < > 괄호 안 : 질문.

발제 : 김재영

선생님의 ‘자연철학 이야기’ 대담을 보면 명확하게 말씀해주시기 때문에 그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림을 많이 넣어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다. 선생님께서는 대담에서 일반상대성 이론 부분을 비교적 적게 다루셨는데 그 내용을 조금만 더 추가하겠다. 그리고 약간의 역사 이야기를 하겠다.

1. 적색이동

선생님의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6장의 제목이 ‘우주와 물질’이다. 지난번 세미나에서 아인슈타인의 논문 얘기를 했었다. 아인슈타인은 1917년에 일반상대성 이론의 우주론적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1917년이니까 굉장히 선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무려 5년 앞선 1912년에 베스토 슬라이퍼(Vesto M. Slipher)가 미국에서 논문을 발표한다. 제목은 “The radial velocity of the Andromeda Nebula” Lowell Observatory Bulletin, vo. 1, pp.56-57. (September 17, 1912)

아시다시피 퍼시벌 로웰은 명왕성을 발견한 사람의 고용주였다. 로웰은 아마추어 천문가였는데, 화성에 있는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겠다고 사비를 털어서 천문대를 지었다. 그 천문대에서 발행하는 저널에 슬라이퍼의 논문 “안드로메다 성운의 지름방향 속도”가 실렸다.

별에서 오는 빛은 원래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로 온다. 그런데 [그림1]을 보면, unshifted, redshifted, blueshifted가 있다. 스펙트럼 중간중간에는 검은 선이 있는데, 이 선은 양자이론을 만들어준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던 선이다.

[그림 1] 적색이동(redshift)

프라운 호퍼가 19세기 말에 이선을 발견을 했고, ‘프라운 호퍼 흡수선’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재밌게도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오는 빛들이 모두 빨강으로 치우쳐 있다. 다른 경우에는 파랑 쪽으로 치우치는 일도 있다. 슬라이퍼가 어떤 것은 빨강 쪽으로 어떤 것은 파랑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도대체 왜 이럴까 고민을 했고, 이게 다름 아니라 성운이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라고 해석을 했다.

1870년대에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도플러가 쌍성에 대해서 연구를 했었다. 다가오는 것들은 파장이 짧아지고 멀어지는 것은 파장이 길어진다는 가정을 제시한다. 재밌는 것은 프랑스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1842년에 나왔다. 그리고 그로부터 6년 뒤에 프랑스의 이뽈리뜨 피조도 거의 똑같은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도플러 효과라고 부르지 않고 도플러-피조 효과라고 부른다.

도플러 효과는 제일 흔하게 앰뷸란스로 설명할 수 있다. 앰뷸란스가 다가올 때는 사이렌 소리의 파장이 짧아진다. 즉 진동수가 늘어난다는 뜻이고, 음으로 치면 음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앰뷸란스가 다가왔다가 멀어질 때 음이 늘어지면서 낮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음만 들어도 가까이 오는지 멀어지는지 알 수 있다.

성운에서 오는 빛에 대해서도 똑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성운은 우주에 떠있는 별들 사이에 뭔가 희끗희끗 보이는 별인지 아닌지 모르는 것들이었다. 영어로 nebula라고 부른다. 라틴어로 ‘안개’, 그러니까 하늘에 떠 있는 안개라는 뜻이다. 성운에서 오는 빛 중에서 빨강은 780nm쯤 되고 보라는 350nm쯤 되기 때문에, 파장이 긴 쪽이 빨강이다. 파장이 짧은 쪽이 보라색인데,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파랑, blue라고 불렀다.

거의 비슷한 상황을 에드윈 허블이 1929년 쯤에 발견한다.

[그림 2] 적색이동, 허블, 우주팽창

그림 2에서 virgo는 처녀자리이다. Una Major는 큰곰자리, Corona Borealis는 남쪽왕관자리, Bootes는 목동자리, Hydra는 큰뱀자리이다. 여기 있는 성운인지 뭔지 모르는 이것을 Cluster galaxy라고 부르고 있다. 정확하게는 조금 이따가 다시 나오겠지만, 일단 거리 측정을 먼저 보자. 처녀자리는 16 메가파섹(Megaparsecs)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길이 자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생략하겠다. 16정도의 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머지 큰곰자리, 남쪽왕관자리, 목동자리, 큰뱀자리까지의 거리는 각각 200, 290, 520, 820이다.

그런데 그때, 빨강 쪽으로 치우친 정도가 [그림2]를 보면 거리가 멀수록 더 크다(노랑 화살표). [그림 2]의 그래프를 보자. 세로축이 빨강치우침 혹은 적색이동이고, 가로축이 거리이다. 이 둘이 대충 비례한다.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져간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것이 허블의 법칙이다. 정확하게 1928년에 허블이 이 얘기를 했고 1929년에 논문을 발표했는데, 1926년에 이미 벨기에의 사제 조르쥬 르메트르가 이미 발표를 했다. 그래서 르메트르-허블 법칙이라고 하는 게 더 맞다.

2. 천체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여러가지 방법

이제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멀리 있는 별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잴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선생님 책이나 대담에서 적게 다루어지고 있어서 보충하는 의미에서 포함시켰다.

[그림 3] 천체까지의 거리 측정 방법

대략 보면, 달처럼 가까이 있는 것은 레이다같은 것을 쏘아서 거리를 잴 수 있다. 그런데 더 멀리 있는 태양계 내의 천체들은 연주시차라는 것을 이용한다. 봄에 본 것과 가을에 본 것의 각도 차이를 통해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1파섹(parsec)은 연주시차가 1초(1도의 3600분의 1)가 되는 거리를 말한다. 1파섹은 대략 3.26광년 쯤 된다. 메가파섹은 파섹의 백만 배(10의 6제곱)를 말한다. 3.26광년의 100만 배니까 3백만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거리를 말한다.

더 올라가보자. 멀리 있는 별을 분광스펙트럼에 따라서 OBAFGKM으로 분류한다. 이것은 처음에 A, B, C, …로 분류했던 것을 온도라든가 다른 특성으로 다시 분류하다보니 순서가 좀 바뀌게 되었다. 보통 이걸 외우기 쉽게 하기 위해서 Oh, Be, A, Fine, Guy, Kiss, Me 이런 식으로 외우기도 했다.

그리고 더 가면 변광성 얘기가 나오는데, 좀 이따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하겠다. 1990년대에 나온 가속팽창 이론은 초신성을 이용한다. 그 중에서 변광성을 이용한 거리 측정 방법을 설명해보겠다.

3. 세페이드 변광성과 주기-광도 관계

헨리에타 스완 리빗이라는 사람이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성을 발견했다. 18세기에 이미 존 구드리크라는 천문학자가 케페우스 자리에서 변광성을 발견한다. 보통의 별의 밝기가 바뀌는 이유는 별 두개가 쌍성으로 있을 때 서로 돌면서 겹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변광성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세페이드 변광성은 그게 아니라 진짜 별 자체가 꿈틀꿈틀하면서 밝기가 바뀐다. 밝기가 변하는 주기가 아주 일정해서 이걸 이용하면 변광 주기가 겉보기의 등급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림 4] 세페이드 변광성과 헨리에타 스완 리빗
[그림 5] 세페이드 변광성까지의 거리

그러면 이렇게 관측을 통해서, 매번 밝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변광 주기만 알면 겉보기 등급을 알 수 있다. 겉보기 등급을 알면 (절대등급을 아는 변광성의 밝기와 주기를 통해서) 다른 천체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리빗은 1700개 이상의 외부 성운같은 것을 이용해서 통계적인 데이타를 만들었다. 그렇게 되면 변광성만 찾으면 주기를 알아낼 수 있고 거리도 알아낼 수 있다.

[그림 6] 할로우 셰플리의 연구.

할로우 셰플리가 은하의 크기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밝혀내고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해서 은하의 구조를 밝혔다. 그런데 1927년에 셰플리와 커티스의 논쟁을 벌인다. M31이라는 작은 성운을 두고, 셰플리는 자신이 밝혀낸 은하의 구조 내에 들어있는 또 다른 성운이다라고 주장하고, 커티스는 칸트가 박사학위논문에서 이미 얘기했듯이 “섬 우주”다라고 주장한다.

선생님의 책 표지에 보면 “철학을 잊은 과학에게 과학을 잊은 철학에게”라고 쓰여있는데, 임마누엘 칸트의 박사학위 논문이 바로 우주론, 천문학을 다루는 내용이다. 자연과학에 가깝다. 칸트는 자신의 논문에서, 사변적으로 관측 데이타 없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수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섬과 같다.

[그림 7] 셰플리와 커티스의 대논쟁

1920년에 미국국립과학원에서 “The Great Debate”라고 이름붙인 학회를 연다. 여기서 거리를 측정해보니 거기서 변광성이 나온 것이다.

1923년, 허블이 변광성을 이용해서 안드로메다 성운(M31)까지의 거리를 재봤더니, 450kpc(킬로파섹), 약 90만 광년 정도 나온다. 우리 은하가 30만 광년 정도라고 했으니까, 그보다 훨씬 더 멀리 있는 것이다. 결국 안드로메다 성운이라고 불렀던 것은 성운이 아니라 우리 은하와는 동떨어진 아주 멀리 있는 또 다른 은하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림 8] 에드윈 허블, M31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하다.

<질문> 변광성이 밝았다 어두워졌다 하는 이유는?

명료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태양과 같은 별이기는 한데, 쉽게 말해서 그 지름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이다. 별이라는 것은 지구처럼 땅덩어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대부분이 수소이고 헬륨이 조금 있고 다른 것들도 아주 조금 있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것들은 기체이기 때문에 벗어나려고 한다. 즉 팽창 압력이 있다. 그런데 잡아당기는 중력도 있다.

별은 표준적으로, 기체의 팽창 압력과 중력이 평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를 한다. 그런데 그 자체가 몇 가지 원리로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또 다른 형태의 변광성으로 펄서라는 것이 있는데, 이 별은 아주 빠르게 자전하면서 밝기가 변한다. 펄서의 경우에는 밝기 변화 주기가 1000분의 1초 정도로 짧다. 그런 건 아마 중성자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맥동 변광성은, 맥박처럼 맥동한다.

  • 아까 변광성 그래프를 다시 보자. Type I, II가 둘 다 맥박에 의한 것인가? 둘이 어떻게 다른가?

절대등급과 변광주기 사이의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대략 보면 타입 I은 나이가 좀 많은 별이고 타입 II는 나이가 좀 작은 별이라고 한다. 별들의 종류가 다른 것이다.

  • 그런데 타입 I인지 타입 II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별에서 오는 스펙트럼의 색깔을 이용해서 알 수 있다. 별에서 오는 별빛의 전반적인 색깔을 보는 것이다. [그림 3]에서 OBAFGKM을 보면, O는 상당히 파란 색이고 M은 빨간 색이다. 주계열에서 보면 적색거성, 백색왜성인지 등을 판단을 할 수 있다. 타입 I은 청백색이 많고 타입 II는 붉은 색이 더 많은 것으로 대략 분류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말씀 드리면, 리라이(RR Lyrae)라는 것이 있다. 거문고자리에 있는 변광성을 말한다. 거문고 자리에 있는 알파 별이 직녀성인데 변광성이다. 어떤 별이 무슨 변광성인지 판단하려면 별의 색깔부터 판별을 해야한다. 요즘은 거의 완벽하게 분류되어 있다.

[그림 9] 주기 광도 곡선

4. 천체까지의 거리 구하기: 변광성과 주기-광도 곡선은 어떻게 이용되는가

  • 여기서 제일 핵심적인 것은 변광성을 가지고 어떻게 멀리 있는 천체까지의 거리를 알게 해주느냐인데, 이것을 조금 더 설명을 해야할 것 같다. [그림 8]을 보자. 우리가 여기서 가정하기를 두 가지 타입의 변광성이 있다, 변광성에는 (대략) 두 가지 밖에 없다고 본다. 그 중의 어떤 변광성이냐하는 것은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색깔로 보면 안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 그렇게 되면 [그림 8]에서 세로축 Luminosity는 절대등급이다.
    여기에 함축된 물리학은: 변광성이라고 하는 것은 변화하는 주기와 그것의 밝기 자체의 일정한 관계밖에 없다, 밝기가 다른 것들끼리 똑같은 주기를 가질 수 없다, 주기가 얼마면 그 주기를 가지는 별의 밝기는 물리학적인 이유때문에 딱 결정이 된다, 이런 특성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다.
  • 왜 그러냐? 물리학적으로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할텐데, 어쨌든 그 정도의 주기를 가지고 변하려면 그 전체의 별의 크기가 어느 정도 커야 그 주기를 가진다하는 물리학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강조해야 할 것은, 똑같은 밝기라도 멀리 있으면 약하게 보일 것이고 가까이 있으면 더 밝게 보인다. 거리에 따라서 달리 보인다.
  • 그런데 이 주기는 멀든 가깝든 다 똑같다. 그게 중요하다. 그러니까 아주 멀리 있는 것도 약하게는 보이지만 주기는 같다. 우리가 디지털, FM(Frequency Modulation)을 신봉하는 이유는 주변 여건이 왠만큼 달라져도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동수가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 주기는 멀든 가깝든 간에 잡아낼 수 있다. 주기만 잡아내면, 주기-광도 곡선을 이용해서 절대밝기를 알아낼 수 있다. 주기만 알면 절대등급, 그러니까 모두 동일한 거리에 있다고 가정했을 때의 밝기를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별이 실제로는 이렇게 약하게 보인다(겉보기 등급)라고 한다면 그 별이 멀리 있다는 뜻이고, 그것이 똑같은 절대밝기를 가지고 있는데 더 밝게 보인다면 더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 절대밝기를 비교해서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변광성을 통해서 천체까지의 거리를 아는 것은. 문제는 그 변광성이 어느 은하에서 오는 것이냐만 확인하면 된다. 그러니까 각 은하마다 변광성들이 더러 있는데, 그 은하에서 변광성만 하나 잡아내면 그 변광성의 주기는 잴 수가 있고 그것의 겉보기 밝기를 관측할 수 있으니까 그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굉장히 신빙성 있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근거는 [그림 8]의 주기-광도 곡선이다. 두 개의 타입 중에서 어느 타입인지만 알면 주기와 광도간의 관계는 물리학적인 이유때문에 굉장히 신뢰성 있게 알 수 있다.
  • 그래서 대단히 멀리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려면, 다른 어떤 은하까지의 실제 거리를 다른 방법으로 재고 그것과 주기-광도 곡선을 이용해서 계산해낼 수 있다. 그래서 굉장히 멀리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를 변광성을 이용해서 상당히 신뢰할 수 있을만큼 알 수 있다. 변광성이 없으면 이런 얘기를 못한다. 천체까지의 거리를 재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신빙성 있는 방법이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하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

<질문> 관측이 되는 변광성이, 우리에 대해서 굉장히 빠른 상대속도로 움직이면, 그쪽에서의 시간 간격과 우리 위치에서의 시간간격이 다르게 나타나지 않을까?

  • 그렇지 않다. 주기는 차이가 없다. 주기와는 관계가 없다. 속도와 파장은 변한다. 아까 얘기했지만, 변광성의 주기-광도 곡선을 이용하면 어떤 천체가 얼마만한 거리에 있는지만 알 수 있다. 그 다음에 그것이 어떻게 움직인다, 우리를 향해서 오느냐 아니면 멀어지느냐 하는 움직임은 주기-광도 관계와 무관하다. 어떤 별에서 오는 스펙트럼의 패턴은 기본적으로 다 같다(그림 2). 별에서는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이 주로 나오기 때문에 스펙트럼은 같다.
  • 문제는 그 수소의 스펙트럼이 일정한 파장을 가지기는 하지만, 그 전체 스펙트럼이 빨강 쪽으로 혹은 파랑 쪽으로 치우치는 것 뿐이다. 기본적인 스펙트럼의 패턴은 모두 같다. 그러나 실제로 관측되는 것은 [그림 2]에서 노란 화살표만큼 전부 밀린다. 멀리 있는 별에서 오는 빛의 스펙트럼일수록(히드라) 더 많이 빨강 쪽으로 치우친다. 이 치우친 정도를 이용해서 그 별이 멀어지는 속도를 알 수 있다. 이것은 멀어지는 속도를 알게 해주는 것이고, 변광성은 그 천체까지의 거리를 알게 해준다.
  • 특정한 거리에 있는 천체가 멀어지는 속도를 재보면, 거리가 멀수록 빨강 치우침이 더 크다하는 것을 밝혀낸 것이 허블의 중요한 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도플러 효과에 의해서 속도를 알 수 있는 것, 또 하나는 변광성의 주기와 겉보기 등급을 관측해서 그 천체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부터는 다른 얘기를 좀 해보도록 하겠다. 지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일단 거리를 어떻게든간에 알아낸다. 그리고 멀리서오는 별의 빛의 흡수선들이 빨간 색 쪽으로 치우친 정도, 적색이동을 통해서 얼마만큼 멀어지는가를 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후퇴속도(recession velocity)와 해당 천체까지의 거리가 거의 비례하는 관계를 나타낸다.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더 많이 멀어진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현재 정설은 풍선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모든 공간이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천체들이 서로서로 멀어진다고 본다(그림 10).

[그림 10] 보편적 팽창

5. 적색이동 vs 도플러 효과 논쟁

적색이동 또는 적색편이, 일본어로는 적광편이라고도 하는데, 빨간 색 방향으로 치우쳐 이동한다는 뜻이다. 한국물리학회에서 순우리말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빨강치우침’이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었는데 잘 수용이 안돼서, 다시 천문학계에서 쓰는 적색이동을 많이 쓰고 있다.

여하튼 적색이동은 원래의 파장 λ0에서 관측된 파장 λ의 비로 표현한다. [그림 11]에서 ‘적색이동의 정의’ 식은 그냥 정의이다. 이런 치우침이 왜 생기느냐에 대한 세 종류의 설명, 즉 도플러 효과, 우주 팽창의 효과, 중력 적색이동이 있다.

도플러 효과는 어떤 물체가 진짜로 멀어지거나 가까이 올 때 생기는 현상이다. 그런데 좀 이따 나오게 될 우주팽창은 스케일 인자 혹은 규모 인자라고 부르는 𝑎를 이용해서 설명한다. 𝑎0/𝑎의 비와 도플러 효과에서 나오는 속도의 비 𝑣/𝑐가 좀 헷갈려서 천문학이나 물리학교과서에는 이렇게 설명한다. 실제로 움직임에 의해 생기는 도플러 효과와 달리, 우주팽창에 의해서 생기는 것은 공간이 늘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 빅뱅 우주론에 대한 흔한 오해 중의 하나이다.

재밌는 것은 2014년에 다시 또 논쟁이 있었다. 적색이동을 해석하는 문제에 있어서, 도플러 효과냐 우주팽창에 의한 것이냐 둘을 같은 것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2012년에 있었다. 이 문제를 소개하는 이유는, 물리학자 혹은 천문학자들이 대중 강연을 많이 하는데, 이들 강연을 보면 과학에 대한 소박한 믿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림 11] 적색이동 vs 도풀러 효과

과학은 이제까지 승승장구 진보해왔고, 옛날에는 어리석게도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라고 착각했고, 그런데 코페르니쿠스가 등장해서 태양이 중심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셰플리가 우리가 은하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허블이 우리 은하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식으로 점점 단선적으로 누적적으로 진보하는 과학에 대한 믿음이다.

그래서 나사나 많은 물리학자들, 천문학자들이 대중 강연에서 자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자신들이 쉽게 설명해주는 것처럼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철학적인 요소가 들어가야하는 부분이다. 이런 내용을 설명하는 이유는, 적색이동을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해석의 문제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아까 장회익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그냥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에 따르면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빨리 후퇴한다, 이것은 법칙이다, 왜 그러냐, 그냥 받아들여라 하면 그냥 진리의 선포로서의 과학이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 대한 것, 실제 과학을 하는 과정은 훨씬 더 복잡하다. 변광성들 몇 천 개를 관측하고 절대 등급과의 관계, 겉보기 등급과의 관계를 다 통계적으로 계산하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서 또 집어넣어서 다시 계산하고, 이러한 아주 복잡한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가려지기 쉽다.

게다가 이것은 여담인데, 지구 내에서 진화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창조과학이라고 부르는 것도 있다. 이 사람들은 단지 진화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진화, 즉 빅뱅우주론 자체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온 우주가 6천 년 전에 신이 만든 것으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때 공격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지금도 몇 천 명이 모여서 학회를 하고 논문도 열심히 발표한다. 이게 웃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는 소위 주류 학회에 못지 않고, 자금도 풍부하다. 이런 학회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과학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그런 논문들을 읽어봤는데, 바로 이 부분을 공격한다.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천체까지의 거리를 재는 것은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고, 변광성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고 불확실성도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그런 것을 법칙으로 받아들이고 우주의 역사를 138억 년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사람들의 어리석은 믿음일 뿐이다라고 얘기한다. 이 가짜뉴스같은 가짜과학이 생각보다 견고하다는 언급을 해두고 지나가겠다.

<질문> 그러면 우주팽창을 부정하면 우주의 역사 얘기도 다 부정되는 것이고 도플러 효과를 부정하면 우주 팽창론이 부정되는 것인가?

조금 다르기는 한데, 창조과학에서는 그런 기반들을 없애려고 한다. 이런 데서 시도하는 게, 탄소나 우라늄, 지르코늄을 이용하는 방사성원소 연대측정에 집요하게 반대한다. 사실은 공룡의 뼈, 화석같은 것은 3천 년 정도 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지난번 시간에 나왔던 켈빈(윌리엄 톰슨)이 물리학자로서 태양이 모두 석탄으로 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열역학법칙으로 계산했을 때 태양의 나이가 기껏해야 2천만-4천만 년 정도 밖에 안됐다고 하면서 다윈이 틀렸다고 학회에서 주장했다. 켈빈은 핵융합에 대한 이론, 그 이름도 나오기도 전에 모른 채로 행복하게 돌아가셨지만, 지금 보면 역사적으로 큰 오명을 안게 된 셈이다.

<질문> 아까 적색이동이 도플러 효과로 일어난 것이냐 우주 팽창에 의한 것이냐 논란이 있다고 했는데, 둘 다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나?

그렇다. 실제로 많은 경우에 은하단, 이게 좀 어려운 부분인데, 우주 팽창에 의한 것은 공간이 늘어나서 생기는 것이다. 공간이 늘어나면 멀리서 오는 빛의 파장이 쭉 늘어나기 때문에 파장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도플러 효과는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방식이다. 은하라든가 구상성단 같은 천체가 실제로 멀어지는 것이다. 공간은 가만히 있는데 천체가 멀어질 수 있다. 그러면 둘 중 어느 것이냐, 둘 다 가능한 것 아니냐? 실제로 가령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 쪽으로 약간 다가오고 있어서 적색이 아니라 청색이동을 한다.

멀리 있는 초은하단 중에서 일부는 약간의 청색이동과 관련될 수 있는 데이타가 있다. 전체적으로는 적색이동을 하지만 약간 청색이동을 하는 천체도 있다. 만일 도플러 효과가 아니라 우주팽창 때문이라고 하면, 그냥 우주가 팽창하면서 생기는 결과는 도플러 효과와는 맥락이 좀 다르다. 카이저(Kaiser, 2014. [그림 10])의 논문은 새로운 종류의 주장이다. 요즘 천문학이나 우주론에서는 도플러 효과와 우주팽창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질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는데, 지금 찾아보니, 이 책이 몇 십 년 전에 나온 책인데도 적색이동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내용이 있다. 중력으로 인한 적색이동이라는 주장도 있고 도플러 효과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지금까지도 논란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재밌는 것은 1990년대 쯤 되면 그 논란이 종식된다. 1990년대 이전 교과서에는 도플러 효과와 중력 얘기가 다 나온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에 제가 천체물리학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강의할 때 썼던 교과서에는 도플러 효과가 아니라고 써 있었다. 그런데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카이저는 2014년 논문에서, 기존의 상대론적 우주론에 대해서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해석의 여지가 있는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 이 논문을 쓴다고 말하고 있다.

<질문> 우주가 팽창한다라는 전제가 없으면 우주의 역사가 138억 년이라는 계산은 나올 수가 없나?

지금부터 그 내용을 설명하려고 한다.

6. 현대 우주론 (람다-CDM 모형)

여러가지가 있는데, 선생님께서 람다-CDM 모형이라고 하신 현대 우주론 모형을 설명하겠다. 여기서 CDM은 Cold Dark Matter를 줄인 말이다. 온도라는 것은 원래 엔트로피와 내부에너지의 비율에 관계된다. 조금 더 확장하면 그것을 구성하는 분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면 뜨겁고 느리게 움직이면 차갑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2] 람다-CDM 모형

여기서 cold라는 것은 차갑다라는 뜻이고 CDM은 차가운 암흑물질이라는 뜻이다. Hot Dark Matter, Warm Dark matter(미지근한 암흑물질)도 있다. 그리고 그리스 문자 L에 해당하는 람다 Λ를 덧붙여서 람다-CDM 모형이라고 부르는 모형이다.

1990년대 이전에는 람다-CDM 모형이 아니라 그냥 우주론의 표준 모형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에는 람다-CDM이라고 많이 쓴다.

우주의 나이를 138억 년으로 많이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13,799,000,000년(137만 9천 9백만 년)이다. 그런데 불과 4년 전만 해도 137억 년으로 알려져 있었다. 새로 플랑크라는 새 우주망원경이 올라가서 관측한 결과 138억 년으로 수정되었다. 이런 사실에 따르면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은 전체 물질의 4%밖에 안된다. 나머지 96%는 전혀 모른다.

‘암흑’이라는 말이 좀 어렵다. 영어로는 ‘dark’인데 어둡다고 하지 않고 ‘암흑’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모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모르는 물질, 즉 암흑 물질이 23%이고, 73%는 물질도 아닌 ‘암흑 에너지’이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 상수와 관련될 수도 있는 어떤 종류이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합한 96%를 전혀 모르고 있다.

[그림 13] 우주의 역사

그림 13을 보자. 약 138억 년 전에 빅뱅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시간 스케일이 이상한데, 로그로 생각하면 좋다. 1013, 106 … 이렇게 돼있는데, 여기서 10을 다 빼버리고 제곱 자리만 쓰면 조금 더 쉽다. 지금 138억 년 정도 됐는데, 처음 중요한 일들은 다 100만 분의 1초 사이에 일어난다. 3분 정도 되면 다 끝난다. 3분이라는 것은 현재의 스케일이기 때문에 사실은 그렇게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다.

그리고 장회익선생님 책에 상세히 나오지만 시간과 온도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38만 년 전에는 모든 것이 빛이었던 상황이었는데, 빅뱅으로부터 38만 년이 되기 전에는 온도가 대략 시간의 제곱근의 역수 정도로 바뀐다. 그리고 물질이 조금 더 우세하게 되면 온도가 시간의 3분의 2제곱 정도로 달라진다.

여하튼 3분 이내에 모든 것이 진행되는데, 그때는 ‘쿼크-글루온 플라즈마’ 상태였다고 한다(그림 13). 쿼크-글루온 플라즈마 그림에서 초록색 용수철처럼 생긴 것이 빛이다. 빛알, 포톤, 광자라고도 한다. 그리고 쿼크-글루온 플라즈마 사이를 광자들이 마음대로 다닌다.

그러다가 쿼크 3개가 모여서 양성자나 중성자를 이룬다. 그러다가 빅뱅 이후 3분 쯤이 되면 중성자나 양성자들이 묶이면서 원자핵이 된다. 원자들이 1만 년 쯤 지나면 전자를 포획해서 원자가 된다. 이전에는 빛이 지나다니다가 다른 물질들을 만나서 멀리 못 가는데, 원자가 만들어질 때쯤 되면 빛이 굉장히 먼 거리를 방해받지 않고 날아갈 수 있다. 갑자기 우주 전체가 투명해졌다고 말한다. 이때를 ‘재결합 온도’라고도 하고, 이때부터가 우리가 보는 우주이고, 그 흔적을 ‘우주배경복사’라고 부른다.

[그림 14] Phases of Cosmic Expansion (1)

그리고 10억 년 쯤 되면 별이 만들어진다. 별이 만들어지면 핵융합을 하면서 수소, 헬륨, 리튬 쭉 올라가면서 만들어진다. 그렇게 올라가다가 철 정도부터는 안만들어진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무거운 원소들은 초신성이 폭발할 때 만들어진다. 그래서 흔히 얘기하기를 우리는 별에서 온 먼지(star dust)라고 한다.

1990년대부터는 새로운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림 14에서 왼쪽 위에 보면 ‘Dark Ages’라는 글씨가 있다. 여기서부터 별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전에 빅뱅이 10-33초 정도 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1020배 이상 지수함수적으로 공간이 커져버리는 그런 사건을 도입해야만 한다는 가설이 나왔다. 확인된 적은 한번도 없다.

[그림 15] Phases of Cosmic Expansion (2)

맨 왼쪽 급팽창 시기(그림 15)에는 스케일 인자 𝑎가 지수함수로 되어 있고, 그 다음 빛이 우세한 시기(Radiation-Dominance)에는 온도의 역수배가 된다. (그림 15에서 R과 𝑎는 같은 것이다. 둘 다 스케일 인자.)

그림 14에서 식은 1922년 무렵에 알렉상드르 프리드만이라는 러시아 수학자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풀어서 만든 것이다. R 위에 점 두개는 시간으로 두 번 미분했다는 뜻이다. 가속도와 비슷하다.

G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나오는 그 G, 뉴턴 상수이다. 𝝆(로우, Rho)는 우주 속에 있는 먼지들의 에너지 밀도를 의미한다. P는 그 먼지들의 압력이다. Λ는 우주 상수이다. 이 방정식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일반상대성 이론 얘기할 때 조금 더 소개하겠다.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는 여기까지만 배웠다. 그런데 그 무렵에, 우주가 사실은 감속이 아니라 가속팽창한다는 얘기가 등장했다. 지금은 이제 정설이 됐지만, 당시에는 말이 안된다고 했었다. 이제는 암흑 에너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7. 투명한 우주와 우주배경복사

  • 아까 봤던 [그림 13]를 다시 보자. 1만 년 정도 됐을 때부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주가 투명해졌다는 얘기, 이걸 이해하는 데 있어서 왜 중성 원자가 되면 우주가 투명해지느냐, 그 부분을 조금 더 이해해야 한다.
  • 그 전까지는 플라즈마 상태라고 했다. 표시는 안 했지만 전자도 다 있고. 전자와 다른 것들이 다 섞여서 서로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다가 전자들이 원자핵에 갇혀버리게 된다. 여기서 원자는 대개 수소 원자이다. 거의 대부분이 수소 원자이고 헬륨이 약간 있고, 무거운 원소는 없다. 무거운 원소는 별 속에서 만들어지니까.
[그림 16] 우주의 역사와 운명
  • 그렇게 되면 그 전자는 빛과 상호작용을 거의 못한다. 특별한 경우에 상호작용을 해서 이온화되기도 하지만, 중성화되면 빛과 (원자 안에 있는) 전자 사이에 상호작용을 거의 안 한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빛이 방해를 받지 않고 간다. 그전까지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전자들이 꽉 들어차 있어서, 그 전자와 빛이 부딪히면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빛이 없어지기도 하면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빛이 멀리까지 갈 수가 없다. 중성 원자가 생기면 그렇지 않고. 이걸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요즘 대학교 물리학, 천문학 연구실에 가면 [그림 16]같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런 포스터를 많이 제작하는데, [그림 15]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포스터이다. 아까 급팽창이 있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이 왼쪽에서 네 번째 동그라미이다. ‘visible’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빛이 흘러간다는 것이다. 중간에 전자같은 게 있으면 빛이 가다가 전자를 만나면 서로 상호작용을 해버려서 양전자가 나온다든가, 양성자를 만나면 때리기도 해서 빛이 멀리 못 간다.

농담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데, 빛이 너무 수다스러운 거다. 빛이 가다가 누굴 만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얘기를 하는 거다, 잘 지냈냐 하면서. 그래서 빛이 오래 못 간다. 그런데 양성자들이 전자와 만나서 중성이 되면 빛과 상호작용할 방법이 없다. 빛이 지나가도 신경을 안 쓴다. 이런 원자핵들이 있으면 빛이 계속 가는데, 또 누구랑 놀고 싶지만 못 놀고 쭉 가는 거다. 그러다보니 빛이 온 우주에 퍼져버린다.

[그림 17] 기본 입자와 상호작용

그리고 온도가 점점 내려간다. 지금은 영하 270도 캘빈 정도의 흑체복사에 대응되는 빛이 온 우주에 아주 골고루 퍼져있는 상황이다. 이 내용이 선생님의 책과 대담에서 얘기된 펜지어스와 윌슨이 전파망원경으로 우연히 발견한 우주배경복사이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생각도 못했는데 선물처럼 노벨상을 받았다.

사실은 선생님의 자연철학의 맥락에서 보면, 마지막 원 TODAY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그림 15).

<질문> 빛이 다른 것들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광자가 전자와 부딪혀서 에너지를 전해주고 없어진다든가 그런 건가?

그렇다. 원자 안에 원자핵이 있고, 원자핵 주변에 전자들이 있다. 원자 안에는 쿼크로 만들어진 양성자, 중성자들이 있다. 이런 것들이 양전자와 전자가 만나면 빛이 되고, 빛과 계속 상호작용을 한다. 만나고 부딪히고 다른 걸로 바뀌는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 이런 과정들에 대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표준화되어 있고, 요즘에는 힉스입자가 발견돼서, 더 승승장구 하고 있다.

8. 우주의 역사

38만년이 되기 전까지는 빛들이 꽉 차있다. 그래서 우주가 불투명하다. 그러다가 물질들의 밀도가 높아지고 빛이 그 사이를 무사통과하는 상황이 된다.

<질문> 38만 년 이전에 나왔던 빛은 지금 안 남아 있나? 그 빛들은 우주배경복사에 안 포함되어 있나?

38만 년 이후 중성자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나온 빛이 아니라 그 전에 빛이 우세한 시기에 돌아다녔던 빛은 지금 안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 말씀처럼 하면 38만 년 이후의 빛은 남아 있는 것이다. 그 이전이라도 잡아먹히지 않은 것들은 남아있을 수 있다.

  • 그 전까지는 빛이 순간순간 생겼다 없어졌다 반복한다. 빛이 물질로 바뀌고 물질이 빛으로 바뀌고. 그 이후부터는 달라진다. 빛과 전자는 전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 그런데 전자들이 원자핵에 들어가면, 밖에서 보면 중성이 된다. 전기적인 영향을 못 미친다. 특별히 원자를 뚫고 지나가면 다르지만, 그것은 전체 공간에 비하면 비율이 아주 작으니까 실제로는 거의 그냥 자유 공간을 지나가는 셈이 된다. 그래서 38만 년 이후에 나온 빛들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그때의 분포와 지금 분포가 동일하게 오지만 우주가 식었기 때문에 플랑크의 흑체복사곡선에서 온도가 낮은 쪽으로 변했다, 이렇게 보면 된다.
[그림 18] 초기 우주의 크로스오버

<질문> 빛의 온도를 알면 그 빛이 언제 적 빛인지 알 수 있나?

빛의 온도를 (직접) 알 수는 없다.

<질문> 그러면 2.7K는 무엇의 온도인가?

빛들은 그냥 가만히 두면 흑체복사라고 부르는 종류의 에너지 분포(종 모양)를 나타낸다. 빨,주,노,초,파,남,보 파장별로 분포가 다르다. 곡선 하나하나가 특정 온도에 일대일로 대응이 된다. 전체적인 에너지 분포를 보면 온도를 알 수 있다. 특정한 입자 하나의 온도를 말할 수는 없고, 온도의 분포를 말할 수 있다. 앞에서 나왔던 개괄상태, 거시상태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온도가 내려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종류의 이벤트들이 있다(그림 18).

그림 19을 보자. 처음에 온도가 1015보다 더 높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1015 – 1012 캘빈 사이 온도에서는 전자, 쿼크, 빛알, 중성미자 등 이런 것들이 다 제각기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1012 캘빈 정도의 온도가 되면 쿼크들이 모인다. 쿼크 3개 모여서 양성자, 중성자 같은 것이 된다. 그러다가 온도가 1010 캘빈 정도 되면, 이때가 1만 년 – 38만 년 사이 정도 되는데, 상황이 양성자와 전자가 모여서 원자핵을 만든다. 그리고 아직 빛알과 중성자는 제멋대로 다닌다. 그러다가 10000 캘빈 정도 되면 그때부터 물질이 더 많아진다.

[그림 19] 빅뱅 이후 시간에 따른 온도 변화(Andrew Liddle, 2015. Modern Cosmology)

이렇게 온도와 시간을 가지고 우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는 것이 현대 천문학에서 하는 일이다. 비교적 정확하게 밝혀서 교과서, 강연, 다큐멘터리 같은 데서 얘기를 하고 있다.

  • 여기서 내가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점은, 그런 온도에서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가 하는 설명이다.

… [자연철학세미나 녹취] 우주와 물질 (2) – 2에서 계속

녹취: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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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0일 세미나는 2시간 40분 진행이 되었습니다. 오늘 업로드한 녹취록은 앞부분 1시간에 대한 녹취입니다. 나머지 부분도 곧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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