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 5.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1/2)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의 다섯 번째 이야기. 계절별로 에너지 독립을 위한 환경 조건은 많이 다르다. 장마가 있는 여름과 해가 짧은 겨울, 에너지 독립에 가장 힘든 시기는 어떻게 지내는지, 비용도 많이 들고 유지관리도 힘든데 계통연계형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구체적인 에너지 독립 수치와 기록들을 소개한다.

2019년 7월 25일
최우석(녹색아카데미)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1. 에너지살림
2. 내 똥이 검은 흙 되어 밭에 들어가다
3. 봄철 실내 공기질은 덤
4. 하수독립, 버릴 것 없는 물살림
5-1.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1/2)
5-2.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2/2)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1/2)


2017년 여름은 에너지독립에 아주 힘든 시기였다. 6월부터 찾아왔던 더위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뜨거우리 만치 더운 날에는 햇살도 강하기 때문에 냉방장치가 있다면 실내는 별 걱정없이 쾌적하게 유지할 수가 있다. 하지만 당시 여름처럼 비가 많은 때에는 에너지살림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에너지독립하우스 1호와 2호의 월별 합산 발전량을 비교해보면(그림 1), 7월 발전량은 전년 대비 93kWh가 적었고 8월 발전량은 8월 23일까지 174kWh가 적었다. 봄에는 극심한 가뭄이 올 정도로 맑은 날이 많아서 전년 보다 185kWh나 더 많은 전기가 나오더니 7월 중순 이후로 8월까지는 전기 가뭄이 들었다.


덕분에 2017년은 이전 해에 비해 여름에도 우리 전기가 아닌 한전의 계통전기를 꽤 많이 빌려썼다. 7월에는 에너지소비량이 발전량을 넘어섰고, 8월에도 소비량이 발전량을 웃돌았다. <그림 2>를 보면 11월에서 2월 사이 겨울철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는 주홍색 발전량 그래프가 진녹색 에너지소비량 그래프보다 상당 수준 높다.

이처럼 독립전기만 가지고 에너지살림을 하려면 발전량과 에너지소비량이 같아서는 안 된다. 발전량이 소비량보다 비교적 여유있게 많아야 한다.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어 낸 후 실제 소비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에서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태양광 전지판에서 직류로 발생한 전류로 태양광 인버터에서 230V 내외의 교류로 변환할 때에도 손실이 생기고 전선을 타고 흐르는 와중에도 손실이 생긴다.

더 크게는 배터리 인버터를 거쳐 배터리에 저장이 될 때에, 배터리에서 다시 실내로 공급될 때에도 적지 않은 손실이 생긴다. 손실만 생각한다면 햇빛에서 전류가 발생한 즉시 사용하는 것이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쓰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다. 그런데 발전량이 소비량을 크게 넘어서기는커녕 소비량을 밑돌게 되면 손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여름이 오기 전까지 평균 90%를 넘어서던 평균 에너지독립률이 8월 23일에는 88% 가량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물론 가을이 되면 다시 90% 이상으로 회복될 테지만 2016년 여름 85~87% 사이였던 독립률이 2017년 여름 75~77% 수준으로 내려간 것은 뼈아픈 일이다.(그림 3)

에너지독립하우스 1호는 2013년 봄에 공사를 대략 마무리 짓고 입주하였다. 입주 직후부터 에너지독립 살림이 시작되었다. 그 해 여름에는 특별히 전기가 끊겨 고생한 기억이 없다. 냉방기도 달지 않았고 장마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그 해 겨울에는 눈오고 해가 없어 전기가 끊어졌던 밤이 몇 차례 있었다. 그래도 작은 캠핑용 부탄가스 난로를 켜면 다소 부족하나마 난방이 되었다. 한동안은 에너지독립하우스 견학 강좌에서 그 해 겨울에 쓴 19개 부탄가스통을 보여주면서 파시브하우스의 겨울철 난방에너지 사용량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에너지독립하우스 2호는 2013년 늦가을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2014년 이른 봄에 입주하였다. 2호 역시 입주하면서부터 에너지독립 살림을 시작하였다. 이 때에도 여름에 몇 차례 전기가 끊어져 불편을 겪었다. 2호도 첫 해 여름은 냉방기를 설치하지 않고 지내보기로 하였기 때문에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냉장고가 꺼지는 문제는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2014년 늦은 가을에는 1호와 2호의 에너지독립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였다. 새로운 종류의 배터리와 독립형인버터로 시스템을 한층 더 좋게 바꾸어 시험해보려는 차원이었다. 그 해 12월까지도 저장된 전기가 부족할 때를 위한 백업시스템 없이 두 집이 지내었다. 겨울이 되어 몇 차례 정전이 되자 에너지가 끊어져 겪는 어려움보다 언제 또 정전될지 모른다는 심적 부담이 더 무겁게 왔다. 그 해 여름 2호에서 태어난 갓난아이도 있어 마음의 불안함의 크기는 훨씬 더 컸다.

경유 발전기에서부터 바이오매스 발전기까지 여러가지 장치들을 고려해보다 결국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한전의 계통 전기를 백업시스템으로 쓰기로 하였다. 그렇다고 명색이 에너지독립하우스라고 이름 붙여놓고 한전과 정식 수급 계약을 맺기는 꺼림직하여 공사할 때 받았던 임시전기를 연결하였다. 트랜스퍼스위치라는 기기를 이용하여, 우리집 전기가 나오거나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쓸 때에는 백업용 한전 전기를 전혀 쓰지 않다가 우리집 전기가 떨어질 경우에만 계통전기를 연결하여 빌려쓰는 방식이다.

이 때부터 처음에 엄격하게 규정하였던 에너지독립하우스의 정의를 그대로 쓸 수가 없어서 ‘독립률’이란 개념을 만들고 정의를 수정하였다. 우리 두 집에서 얻어낸 태양전기를 ‘독립전기’라고 하고, 한전의 계통망에서 흘러들어오는 전기를 ‘계통전기’라 했을 때 전체 에너지사용량 중 독립전기의 비율이 ‘에너지독립률’이다. 이 에너지독립률이 연평균 90% 이상 되는 집을 에너지독립하우스라 다시 정의를 하였다.(2호의 조리용 LPG 가스에너지는 제외하고 계산한다.)

<그림 4> 테슬러 에너지 사업 홈페이지(왼쪽)과 이케아 가정용 태양광+저장설비 사업 홈페이지(오른쪽)


1월부터 12월까지 1년 평균을 내게 되면 다시 90% 이상으로 독립률이 오르겠지만 2017년 여름 독립률이 낮아진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한국이 여름 기후가 더 혹독해지고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우리 집 배터리 관리가 잘 되지 못하여 배터리 성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어려움은 점점 더 심해지겠지만 재생가능에너지와 관련한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테슬라의 파워월과 같은 가정용 리튬이온전지를 이용하면 배터리 관리로 인한 어려움은 크게 줄어들어, 머지않아 일반 대중들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다음 회에 계속)


[작은 것이 아름답다](최우석, 2017)에 실었던 글을 조금 고쳐 소개합니다.
다음 회 예고 :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 5.에너지독립의 여름과 가을 (2/2)” (마지막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