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새 연재 “월드와이드웹과 다이너북”을 시작합니다. 과학칼럼은 매주 수요일 업로드됩니다.
(대문그림: 초기 웹 로고. 로버트 칼리오 디자인. 출처: wikipedia)
1.여는 글. 2020. 5. 20.
2.CERN의 꿈과 정보의 소통
(1)부시 보고서와 유럽 내 과학연구의 통합. (2020. 5. 27.)
(2)실험데이터의 수집과 컴퓨터의 사용. (2020. 6. 3.)
(3)인터넷, 월드와이드웹, HTTP. (2020. 6. 10.)
(4)월드와이드웹과 소통. (2020. 6. 17.)
3.앨런 케이의 다이너북
(1)미멕스와 PARC. (2020. 6. 17.)
(2)앨런 케이의 다이너북. (2020. 7. 24.)
(3)미멕스의 꿈과 전지구적 정보의 연결. (2020. 7. 1.)
4.재매개화와 메타매체성. (2020. 7. 8.)
5.마무리 글. (2020. 7. 8.)
과학칼럼은 매주 수요일 업로드됩니다.
김재영 (녹색아카데미)
“웹은 기술적인 창조물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창조물이다. 내가 웹을 고안한 목적은 사회적 효과, 즉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데 도움을 얻는 것이었지, 기술적인 장난감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Tim Berners-Lee (1999)
“당신이 보통의 공책 정도의 크기와 모양으로 된 휴대용 패키지 안에 자기충족적인 지식 처리장치를 갖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만일 그것이 당신의 보고 듣는 감각을 넘어서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또한 수천 쪽 분량의 참고자료들, 시, 편지, 요리법, 그림, 애니메이션, 음악 악보, 파형, 동적 시뮬레이션 등 당신이 상상하고 기억하고 바꾸고 싶어 하는 그 어떤 것도 나중의 검색을 위해 다 저장할 만큼의 용량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Alan Kay (1975)
이 글의 주된 관심은 과학기술과 새로운 문화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하여 월드와이드웹(WorldWideWeb, WWW)과 랩톱 컴퓨터라는 과학기술적 성과물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전개되었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이러한 새로운 매체가 가져온 사회문화적 변화의 의미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통의 연결점과 (하이퍼)텍스트 쓰기의 문제와 매체성 개념을 비판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목표를 둔다.(a)
정보와 채널의 전반적인 디지털화 때문에 개별 매체들 사이의 차이는 사라지고 있으며, 컴퓨터 안에서는 모든 것이 이미지도 없고 소리도 없고 단어도 없는 숫자가 되어버린다. 이른바 ‘디지털 수렴’이다. 그러나 이 말은 매체 자체가 소멸된다는 것이 아니다. 매체가 새로운 방식으로 탈바꿈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생산의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디지털 수렴의 담론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발산의 담론으로 이어진다.(b)
최근 10여년 사이에 일상 속에 깊이 파고들어 생활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80년대 말 어느 입자물리학 연구소에서였다. ‘핵연구를 위한 유럽 평의회’(Conseil Européen pour la Recherche Nucléaire, 이하 CERN)의 컴퓨터 전문가였던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는 1989년에 하이퍼텍스트의 개념과 인터넷망을 이용한 데이터베이스를 처음 제안했다.
하이퍼텍스트는 이미 1960년대에 기존의 텍스트에 머물지 않고 영상과 소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논의되고 있었지만, 이것이 인터넷과 같은 통신망을 통해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은 당시까지 아직 없었다. CERN에서는 다양한 정보들을 인터넷망을 통해 전달하는 시스템에 관심을 가졌고, 버너스-리의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드디어 1991년 8월 6일에 최초의 월드와이드웹이 CERN에서 개통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입자물리학 연구소에서 개통된 월드와이드웹이 이렇게까지 생활 속의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 것일까?
1877년 에디슨이 축음기를 세상에 내놓았을 무렵, 결국 이 소리를 담는 기계가 눈에 보이는 것을 담는 기계(가령 1892년에 선보인 키네토스코프)와 만나 마침내 거대한 영화산업으로까지 발전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다. 하물며 1940년대에 집채만큼 큰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이것이 들고 다니는 랩톱으로 발전하여 모든 사람의 일상적인 활동을 좌지우지하게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랩톱 컴퓨터’라는 표현의 내포적 의미는 실제로 매우 다양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랩톱 컴퓨터는 ‘보는 기계’와 ‘듣는 기계’가 ‘읽는 기계’와 통합된 것을 가리킨다. 특히 휴대성(portability)과 이동성(mobility)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랩톱 컴퓨터는 네트워크상의 이동성과 현실세계의 이동성이라는 이중적 의미에서 디지털 노마디즘을 상징한다.
랩톱 컴퓨터가 단순히 국소적인 공간에서 보고 듣고 읽는 데 사용되는 기계에 머무르지 않게 된 것은 바로 월드와이드웹 덕분이다.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국소적 랩톱 컴퓨터는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지구적 차원의 정보와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월드와이드웹과 랩톱 컴퓨터가 어떻게 기술적 및 역사적 배경 속에서 가능하게 되었으며, 새로운 문화생산의 도구와 장으로 체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이 연구의 주된 목표이다.
다음 절에서는 월드와이드웹이 처음 제안된 입자물리학 연구소 CERN의 배경을 살펴본 뒤, 처음 월드와이드웹의 개념은 입자물리학 연구소 내의 소통을 위해 고안된 개념이었지만, 학구적인 목적으로만 이용되던 이 새로운 소통의 방식이 점점 다양한 수준으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다음으로 1960년대에 제록스 회사의 팔로알토 연구소(PARC)가 만들어진 과정을 살피면서, 특히 앨런 케이와 그가 고안한 다이너북(Dynabook)을 상세하게 논의한다. 다이너북은 개념적이나마 최초의 랩톱 컴퓨터로서, 현대적인 첨단의 랩톱 컴퓨터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가장 여실히 드러내준다.
그를 통해 재매개화와 메타매체성의 문제를 고찰한다. 그 다음 절에서 CERN에서 만들어진 월드와이드웹이 전지구적 규모의 정보 소통체계로 발전한 한 예를 살펴보고, 월드와이드웹과 다이너북에 비추어 재매개화의 논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메타매체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결론을 맺는다.
주석
(a) (하이퍼)텍스트 쓰기는 ‘듣는 기계’와 ‘보는 기계’가 (텍스트를) ‘쓰는 기계’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을 특히 기술철학의 맥락에서 마련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미지-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소리-텍스트’가 어떻게 구성되며 이 세 종류의 매체가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메타적 틀을 찾는 일이다. 기존의 인문학 패러다임이 과학기술의 측면을 정면으로 다루는 접근이 빈약했다면, 이 글은 바로 이것을 기술철학ㆍ기술사의 접근을 통해 극복하려는 것이다. 관련된 논의로 (Atkinson 2005) 참조.
(b) 이 연구는 매체환경의 변화로 인한 사회문화적 변동을 분석하기 위해 특히 (하이퍼)텍스트 쓰기에 주목한다. 이것은 ‘듣는 장치’와 ‘보는 장치’가 (텍스트를) ‘쓰는 장치’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을 특히 기술철학의 맥락에서 마련하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미지와 소리와 텍스트의 단순한 병치를 넘어 연합ㆍ수렴된 형식으로서의 ‘이미지-소리-텍스트’가 어떻게 구성되며, 이 세 종류의 매체가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 고찰하려는 것이다.
참고문헌
- 김재영 (2010). “CERN의 월드와이드웹과 앨런 케이의 다이너북: 최초의 랩톱컴퓨터와 메타매체와 소통”, 탈경계인문학. 3(2): 249-289.
- Atkinson, P. (2005). “Man in a briefcase: The social construction of the laptop computer and the emergence of a type form”, Journal of Design History 18(2): 191-205.
- Berners-Lee, T. & Fischetti, M.I. (1999). Weaving the Web: The Original Design and Ultimate Destiny of the World Wide Web, Harper.
- Kay, A. C. (1975). “Personal Computing”. In: Meeting on 20 Years of Computing Science.. Instituto di Elaborazione della Informazione, Pisa, Italy.
*이 글은 녹색아카데미 웹진을 위해 김재영(2010)을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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