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문명이야기 (19) 도시와 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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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인 피조물의 회합이나 비길 데 없는 군주의 왕좌라기보다는 애트나 산의 표면, 불칸(로마 신화에서 불과 대장장이의 신)의 법정 같다. … 이렇게 끊임없이, 끈질기게 기침 소리, 침 뱉는 소리가 나는 곳은 하늘 아래 없으리라. … 이 끔찍한 매연이 우리의 교회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우리의 궁전을 낡아보이게 하며, 우리의 옷을 더럽히고 물을 오염시키며, 비와 상쾌한 이슬조차도 이 더러운 수증기를 포함하고 있어서, 아무 데나 검고 끈끈한 얼룩이 지게 만든다.”

존 이블린. 1661. <Fumifugium, or, The inconvenience of the aer and smoke of London dissipated together with some remedies humbly proposed by J.E. esq. to His Sacred Majesty, and to the Parliament now assembled>.

16-17세기 런던의 석탄 연료 사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대규모로 대기오염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런던은 언제나 검은 연기 장막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멀리서도 런던의 위치를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매연 때문에 당시 런던의 상류층은 서쪽 지역, 그 중에서도 웨스트민스터 지역에 거주하였다. 영국에서는 주로 서풍이 불기 때문에 매연을 동쪽으로 날려보냈기 때문이다.

[그림 1] “런던 국회의사당” 끌로드 모네. 1899-1901년. 이 시기 런던을 방문했던 모네는 템즈강과 국회의사당 건물을 그리면서, 런던 스모그로 인해 산란되는 빛의 효과를 표현했다. (출처: wikipedia)

1257년에도 영국은 매연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당시 엘리노어 왕비는 노팅엄 궁전 주변의 마을에서 때는 석탄 매연때문에 궁전을 떠나야 했다. 엘리노어 왕비의 아들인 에드워드 I세가 대기오염을 조사하는 위원회를 처음으로 구성하고 1285년에 소집하였으나 1306년이 되어서야 석탄 사용을 금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대체 연료가 없었기 때문이다.(Zheng Zhao. 2016: 120)

중세 시기 런던의 대기질은 흑사병이 발생하고 나서야 개선되었다. 감염병으로 영국 인구의 25%가 사망하자 노는 경작지가 늘어나고 나무가 다시 자라면서 장작이 다시 싼 연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석탄 대신 다시 나무를 사용하면서 대기질이 조금 나아진 것이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I세 시기(1558-1603)가 되면 나무는 다시 부족해지고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면서 대기질은 다시 나빠졌다(Zheng Zhao. 2016: 120).

석탄을 사용하기 전에도 매연 문제는 심각했다. 농가 대부분에 굴뚝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실내에서 장작을 태우면 매연이 집안을 가득 메웠고, 눈과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켰다. 장작이 석탄으로 바뀌면서 대기오염뿐만 아니라 실내 공기오염도 훨씬 더 심각해졌다.

[그림 2] “London Fog” 스텔라 랜킨(Stella Rankin. 1915-2009). 런던스모그가 일어났던 1952년 직후인 1953년 작품. 스모그로 가득찬 런던 가로수들의 모습이 기괴해보인다. (출처: ArtUK)

19세기 산업화를 통해 도시가 발달하고 확장되면서 대기오염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산업과 난방 그리고 조리에까지 석탄을 유일한 연료로 사용하면서 도시의 매연 문제는 점점 더 악화되었고, 안개로 유명한 런던은 매연(smoke)과 안개(fog)가 섞여 만들어지는 스모그(smog)의 대명사가 되었다. 

런던은 1952년 ‘런던 대스모그’(Great Smog of London)가 발생하기까지 지속적으로 대기오염이 악화되어 갔다. 1873년 12월에는 안개가 너무 심해서 500명이 사망했고, 1880년 2월에는 3주 동안 스모그로 사망한 사람이 2000명이 넘었다. 1840년에서 1900년 사이 영국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사망한 사람의 수가 140만 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3] 대기역전층. 대기오염 사건은 기온이 고도에 따라 상승하는 대기역전 상태일 때 더 많이 발생한다. (출처: European Environment Agency)

영국 대기정화법은 1952년 런던스모그 사건 이후인 195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만들어졌다. 겨울이면 대기 (복사)역전층이 생겨 자주 대기가 정체하고 난방으로 석탄사용량도 늘어 매년 이때 대기오염이 심하다.

1952년 겨울에는 역전층이 거의 1주일 이상 지속되고 대기가 정체하면서 매연에 포함된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오존, 분진 등이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결국 런던 시민들이 이러한 심각한 오염물질들을 마시게 되었다. 이 스모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사망한 사람은 4,000명 이상, 이후 생긴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10,000명 이상이었다.

[그림 4] 1952년 런던스모그 당시, 횃불을 들고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 자신의 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스모그가 심해 템즈강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사진: Trinity Mirror/Alamy. 출처: The Guardian)

20세기 초 전차와 자동차, 버스 등이 등장하면서 거리와 대기가 좀 더 깨끗해질 것이라고 사람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내연 엔진은 석탄과는 다른 유형의 오염물질을 만들어냈다.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그리고 중금속과 휘발성 유기독성물질 등 다양한 물질들이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되어 배출되었고, 이들은 과산화물과 오존을 생성시켜 또 다른 스모그, 즉 광화학스모그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도 산을 끼고 있는 지형이라 대기역전층이 자주 형성된다. 1943년 로스엔젤레스에서 광화학스모그가 처음으로 발견되었고, 195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눈이 따끔거리는 날이 한 해 중 절반 이상이 되었다. 1980년대 말 미국 도시 중 광화학스모그가 발생하는 도시가 100개 되었고, 샌프란시스코는 광화학스모그가 발생하는 날이 한 해 중 200일 이상을 기록했다. 

[그림 5] 광화학스모그. 1943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2차세계대전 중이었던 당시, LA 시민들은 짙은 안개에 콧물이 흐르고 목이 따끔거리는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을 침공한 줄 알았다고 한다. (출처: WIRED)

1970년 미국은 대기정화법이 개정되면서 환경보호청에 오염을 규제할 수 있는 강제 권한이 생겼으며, 연방 대기질 기준을 제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1970년 4월 22일 제1회 “지구의 날”에 대기질과 환경 보호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큰 계기로 작동했다. 당시 미국 인구의 10퍼센트가 이 시위에 참가했다.

현재 전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폐에 손상을 가하는 질병이며, 대기오염이 심할 경우 감염자는 이 질병에 더 취약하다. 실제로 대기질이 나쁜 지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다. 대기오염은 폐와 호흡기 질환, 암, 심장병과 당뇨병 등을 악화시켜 이미 매년 전세계적으로 약 7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WHO).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봉쇄와 격리 조치들로 잠시 대기질이 개선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 사태 이후 현대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바꾸어나갈 수 있을지 심각한 고민과 논의, 연구가 필요하다.

[그림 6] 대기 미세입자의 유형과 크기. 세로축: 입자의 유형, 가로축: 입자의 크기. µm. (출처: wikipedia)

참고자료

“그림으로 읽는 문명이야기”에서는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세계사>를 읽어가면서 환경문제와 기후위기 상황 그리고 석유에 기반한 현대도시문명을 다시 생각해봅니다.‘그림으로 읽는 문명 이야기’는 매주 수요일 업로드됩니다.

발췌, 요약: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2020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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