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지는 온수의 열을 되찾아오다
이 글은 지난 2019년 8월 29일에 게재되었던 칼럼글 열회수배수장치(DWHR)의 원리에 대하여와 거의 같은 내용의 글입니다. 2019년 10월 18일부터 <파시브기술 이야기>라는 큰 제목 아래 파시브기술을 소개하는 글을 녹색아카데미 웹진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뉴스레터에 동시 기고하고 있습니다. 연속되는 글의 맥락에서 열회수배수 기술을 비교적 짧게 다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어 같은 내용의 글을 제목 바꾸어 다시 게재하니 양해 바랍니다.
열회수배수
주거 공간에서 쓰이는 에너지의 상당량은 열을 내는 데에 쓰입니다. 난방열과 급탕열, 조리열 등이 있죠.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난방열과 급탕열은 열손실을 줄여 필요로 하는 양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단열 성능을 높이고 창호를 개선하면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량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인덕션 렌지를 이용하면 공기를 덥히는 데로 낭비되는 열손실을 줄여 조리에 필요한 에너지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1] 급탕열도 처음 배관 설비를 계획하고 시공할 때에 합리적 공간 설계로 배관 길이를 줄이고 배관 단열을 잘 하면 불필요한 열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온수가 쓰이는 수도꼭지 바로 앞에 순간온수기를 달아서 온수를 이용해도 불필요한 배관 손실을 거의 없앨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탕열에 대해서는 주목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버려지는 열입니다.
집에서 온수를 가장 많이 쓸 때는 아마 샤워할 때일 겁니다. 이 때의 물온도를 생각해보죠.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보통 샤워기에서 나오는 온수의 온도는 38 ~ 40°C 쯤 되고, 사람의 몸에 닿았다가 하수구로 흘러들어가는 물의 온도는 35 ~ 37°C 가량 된다고 합니다. 쾌적함을 위해 따뜻한 물을 만들어 샤워를 하지만 그 열의 거의 90%는 우리 몸을 살짝 스친 뒤 하수구로 버려집니다. 그 자체로 아깝기도 하고 쓰지 못하는 열을 발생시키기 위해 계속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있으니 절박하기도 합니다. 이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를 줄일 방법이 없을까요? 열회수배수(Drain Water Heat Recovery; DWHR) 기술이 여기에 대한 답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겠습니다. 왼쪽은 일반적인 샤워시스템의 그림입니다. 한국의 경우 겨울철 0.5~1m 깊이 땅 속의 온도가 6~8°C 쯤 되고 여름철에는 15~16°C 쯤 되므로 아래 그림은 한국의 겨울철 상황과도 잘 맞습니다. 겨울철에 보통 6°C 정도로 들어오는 상수도 물을 보일러나 전기온수기를 통해 55°C 정도로 데운 뒤 이를 찬물과 섞어 38 ~ 40°C 정도로 맞추어 샤워를 하는 것입니다. 이 때 급탕에너지는 샤워에 쓰일 물 양의 70% 가량되는 물을 6°C에서 55°C로 49K만큼 올리는 데 쓰입니다.
오른쪽 그림의 경우에는 열회수배수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이와 다릅니다. 하수구로 빠져나가는 35°C 온수로부터 차가운 상수가 열을 빼앗아 6°C가 아닌 19°C가 되어 들어옵니다. 19°C 상수는 급탕장치로도 공급되고 직접 샤워기로도 공급됩니다(시스템 구성에 따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 때에는 샤워에 쓰일 물 양의 60% 가량되는 물을 19°C에서 55°C로 36K만큼 올리는 데에 급탕에너지가 쓰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찾기 힘들지만 1회 샤워에 35리터의 물을 쓴다고 가정하면 왼쪽 그림의 경우에는 35kg*0.7*1kcal/(kg·K)*49K 만큼의 급탕에너지가 필요하고, 오른쪽 그림의 경우에는 35kg*0.6*1kcal/(kg·K)*36K 만큼의 급탕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결과는 1,200kcal (1.395kWh) 대 756kcal (0.879kWh)로서 열회수배수장치가 설치된 경우 37% 가량 급탕에너지가 적게 듭니다.
열회수배수의 원리와 적용
열회수배수 기술의 원리는 싱거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들어오는 찬 물이 나가는 따뜻한 물의 열을 빼앗아 들어오게 하수와 상수 간 열교환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옆의 그림은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관으로 하수관을 만들고 구리 상수관으로 하수관을 칭칭 감은 형태의 수직형 열회수배수장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수와 하수 자체는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서 구리관을 통해 열 교환이 활발히 일어납니다. 관이 충분히 길다면 상수가 관의 시작 부분부터 끝 부분까지 고르게 열을 회수하게 되므로 상당히 많은 양의 열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Renewability Energy사의 Power-Pipe라는 제품의 개념도인데 제조사의 주장으로는 10°C의 물이 약 25°C 가량 되어 들어온다고 합니다.
열회수배수기술을 이용한 열회수배수장치들의 형태는 꽤나 다양합니다. 제품마다 회수율도 다양한데 독일의 파시브하우스 연구소 인증 제품들의 예를 보면 열회수효율 42% 제품부터 최고 78% 제품까지 있습니다. 물론 78% 열회수배수장치를 설치했다고 해서 그 집의 급탕에너지 전체가 78%까지 절감되는 것은 아닙니다. . 최고 수준의 샤워용 열회수배수장치가 설치된 것을 가정하고 제가 에너지 성능 계산을 맡았던 집을 대상으로 건축물 에너지 모사 프로그램인 PHPP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더니 분배 손실분을 제외한 순수 급탕에너지의 38% 가량이 절감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집에 42% 열회수배수장치를 적용하면 21% 가량이 절감되었습니다. 물론 단 한 사례이기 때문에 조건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통의 가정집에서 급탕에너지는 난방과 냉방 다음 세 번째로 많은 양을 차지합니다. 파시브하우스와 같은 저에너지주택에서라면 급탕에너지의 양은 단연 1위입니다. 이를 반영구적인 장치 설치만으로 줄곧 20~40% 가까이 줄일 수 있으니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열회수배수장치는 건물을 새로 짓거나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지 않아도 하루 이틀 정도의 욕실 공사만으로 설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있는 건축물에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즉각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손 안의 기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물론 아직 국내에는 시판 중인 제품이 없지만요.
보통의 가정집에서 급탕에너지는 난방과 냉방 다음 세 번째로 많은 양을 차지합니다. 파시브하우스와 같은 저에너지주택에서라면 급탕에너지의 양은 단연 1위입니다. 이를 반영구적인 장치 설치만으로 줄곧 20~40% 가까이 줄일 수 있으니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열회수배수장치는 건물을 새로 짓거나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지 않아도 하루 이틀 정도의 욕실 공사만으로 설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있는 건축물에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즉각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손 안의 기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물론 아직 국내에는 시판 중인 제품이 없지만요.
조건에 따라 열회수배수장치로부터 나온 예열된 상수를 연결하는 방식은 세 가지입니다. 샤워기나 수전으로만 연결할 수도 있고, 급탕장치로만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 좋기로는 샤워기나 수전, 그리고 급탕장치 양 쪽 모두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의 경우가 가장 효율이 좋습니다.
어디에 열회수배수기술을 적용하면 좋을까요? 가정의 샤워 시설은 열회수배수장치와 궁합이 아주 잘 맞습니다. 샤워 시설이 있는 공공·상업 시설에도 효과적입니다. 목욕탕, 호텔, 기숙사, 체육관, 수영장, 헬스센터, 병영시설 등 큰 규모로 열회수배수장치를 설치해서 에너지절감효과를 볼 수 있는 시설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온수로 머리를 많이 감는 미용실에도 유용합니다. 온수로 세척, 세탁을 많이 하는 식당이나 여타 업소, 산업시설, 농산물가공 시설 등에도 유용할 것입니다.
열회수배수기술의 원리와 효과에 대해서는 아래의 Power-Pipe 제품 원리 설명 동영상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영어로 말하고 있습니다만 그림만 보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19년 8월 29일
최우석 (녹색아카데미, 파시브기술연구소)
주석
[1] 전기로 조리를 할 때 낭비되는 화석연료 일차에너지에 대한 고려는 빼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전체를 고려한다면 화석연료 전기로 조리를 하는 것은 화석연료 자체를 태워 조리하는 것보다 낭비가 심합니다. 그러나 태양광 전기로 조리를 한다면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게 됩니다.
핑백: 열회수배수기술, 탄소배출없애기를 향한 손에 잡히는 해결책 – 파시브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