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자전거를 더 안타거나 못탄다. 날씨도 도로 여건도 자전거를 타기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겨울철에는 출퇴근과 등하교에 에너지가 더 많이 들고 운동도 부족하게 된다.
2013년부터 겨울자전거연합 주최로 ‘겨울자전거회의’(Winter Cycliyng Congress)가 매년 겨울 열리고 있다. 2020년 회의는 핀란드 요엔수에서 지난 2월 5~7일에 열렸다.
겨울철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건강과 에너지면에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겨울에도 자전거를 계속 타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적, 도시계획적 노력과 기술이 필요한지, 그리고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측면의 문제도 논의한다.
핀란드 요엔수는 자전거 도시
이번 회의를 주최하는 핀란드 요엔수의 경우, 시민들 중 약 20%가 자전거로 직장에 가거나 학교에 간다. 겨울에는 좀 줄어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 도시에 비해 훨씬 자전거를 많이 탄다. 영국의 경우 겨울이 되면 자전거 타는 인구가 1~2%로 떨어진다.
8만 명인 요엔수 시 인구의 4분의 3이 도심으로부터 자전거로 20분 거리에 살고 있고, 도시 지형은 아주 평평하다. 가까운 통근 거리와 함께 이런 지리적 조건은 매우 중요하다. 자전거 타기는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반시설 등 여건이 자전거 이용을 선택하는 데 더 결정적이다(요엔수의 도로기반시설 담당자인 바르티아이넨(Juha-Pekka Vartiainen).
겨울에도 사람들이 계속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하려면 도시기반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요엔수의 자전거 통근 전통은 오래되기도 했지만 자전거타기를 위한 도시의 기반시설을 계획하고 만들어온 전통도 매우 깊다. 요엔수 시의 도로는 대부분 1950년대 이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매우 넓고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겨울 자전거 타기는 훌륭한 예방보건 방법이다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교육제도로도 이미 칭송받고 있지만, 예방보건에 관해서도 조언을 구하는 방문을 받고 있다. 현대 도시인들은 활동량이 부족하고 비만인구도 증가하고 있는데, 핀란드는 이 문제를 자전거 타기 등 야외활동을 늘려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핀란드 사람들의 건강은 세계에서 가장 나쁜 축에 들었다. 80%에 달하는 육식 기반 식생활과 엄청난 흡연 때문에 심장병 질환 비율이 매우 높았다. 2000년 대 초반이 되면 국민 건강이 크게 좋아지는데, 바로 야외 활동 정책들 덕분이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등하교를 자전거나 걸어서 하도록 하고 있으며 수업시간에도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포함시킨다. 서서 쓰는 책상을 비치하기도 하고 의자 대신 커다란 공을 사용하기도 한다.
전 교육부 장관이었고 지금은 건강과 보건을 담당하는 키우루 장관(Krista Kiuru, 보건부 산하 가족사회부)은, 질병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정부가 집중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시민들이 건강을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곳은 병원만이 아니라 교통, 통근하는 시간, 운동시설 등 일상 생활을 하는 모든 장소일 수 있으며 정책이 실현될 곳도 바로 그곳이라는 것이다.
겨울 자전거 타기를 위해서 어떤 도시기반시설이 필요할까.
완전히 분리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야 한다. 눈이 도로를 덮게 되면 자전거 도로 표시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요엔수 시의 경우 눈이 오면 우선 제설 트랙터가 자전거 도로의 눈을 치운다. 이 제설차에는 날이 달려 있어서 눈이 남은 도로에 홈을 만드는데, 이 홈이 있으면 도로가 덜 미끄럽다. 그런 다음 도로에 작은 모래를 뿌린다. 염(염화칼슘)은 타이어를 상하게 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요엔수 시의 도로관리책임자. Ari Varonen).
기온이 매우 낮아서 도로의 눈이 얼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기온이 오르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낮에 눈이 녹고 밤에 다시 얼면서 빙판길이 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요엔수 시민들은 겨울에도 일반 타이어로 자전거를 탄다. 모래가 뿌려지기 전일 수도 있으므로 빙판길에서는 체인을 감는 것이 안전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하려면 장기간에 걸쳐 자전거 관련 시설에 돈을 들여야 한다. 요엔수 시의 시장과 정치인들은 걷거나 자전거 타기로 하는 통근 정책에 확실히 기울어 있다.
요엔수 시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이산화탄소 순배출제로, Net-zero)을 하기로 약속했다. 교통부문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근 정책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핀란드 정부도 2030년까지 자전거와 걷기 등 자동차 없는 출퇴근, 등하교 비율을 30%로 올리는 데 재정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 핀란드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서약했다.
참고한 기사 원문 보기
- “Winter wheelies: Finland blazes trail in keeping citizens cycling and healthy”. The Guardian. 2020. 2. 7. Peter Walker.
- “Why Finland leads the field whet it comes to winter cycling”. The Guardian. 2020. 2. 8. Peter Walker.
글: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2020년 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