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문명 이야기 (3) 식량을 얻는 방식 : 농경



대문 그림 : 프란시스코 데 오레야나의 아마존 탐험. 1539~1542. 포르투갈 어부 António Pereira가 1546년에 그림. (출처 : wikipedia)

“그림으로 읽는 문명이야기” 모두 읽기 링크


프란시스코 데 오레야나(Francisco de Orellana. 1511~1546)는 1542년 아마존 유역을 탐험하면서 굶어죽을 뻔했다. 스페인 탐험가이자 정복자(conquistador)였던 그는 아마존 유역에 처음 들어간 유럽인이었다(그림 1).

그가 아마존으로 들어간 이유는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페루의 밀림 속에서 엘도라도를 찾던 곤살로 피사로(Gonzalo Pizarro, 잉카 제국을 정복한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동생) 탐험대가 먹을거리가 없어지자 오레야나 등을 아마존 하류로 보낸 것이다.

이들 일행은 강으로 300킬로미터, 내륙으로는 알 수도 없을만큼의 거리를 들어가는 동안 먹을 것을 찾을 수 없어 잡초와 허리띠, 신발을 끓여먹어야했다. 굶주림 끝에 이들은 마치파로(Machiparo) 시에 쳐들어갔다. 주민들을 쫓아내고 오레야나 등이 마을에서 찾은 것은 어마어마했다. 옥수수와 민물 거북이가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해 동안 먹을 수 있을 만큼 쌓여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마을에서 약탈한 것을 배에 싣고 아마존 강을 계속 따라갔다. 그러나 식량은 곧 떨어지고, 중간에 나타나는 마을에는 접근도 할 수 없었다. 이들이 약탈자들이라는 것이 이미 소문이 나 가는 마을마다 무기를 던지며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토록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웠던 아마존 유역과 열대우림 속에서 원주민들은 어떻게 식량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이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나일 강의 범람을 이용했던 것과 마찬가지 방법을 이용했다. 아마존 강도 나일 강처럼 일정한 시기에 범람했기 때문이다.

어느 곳이나 매년 동일한 땅에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다. 아마존 유역의 사람들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한정된 땅에서 농사를 지어야 했다. 해마다 강이 범람하고 나면 안데스산으로부터 토사가 내려와 기름진 새로운 흙이 안데스 유역으로 흘러드는 자연의 순환을 이용한 것이다.

이들이 스스로 거름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아마존 유역의 전형적인 얇고 메마른 토양이 아닌 검은 흙이 아마존 유역의 땅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검은 흙은 도자기나 조개껍데기같은 생활쓰레기, 숯과 재 그리고 동물시체, 음식쓰레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원주민들이 만든 거름으로 밝혀졌다.

오레야나가 아마존 강에서 죽을 고생을 한지 372년 후, 1914년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858~1919) 미국 대통령이 아마존 강에서 비슷하지만 아주 다른 고생을 하게 된다. 루스벨트는 아마존 강의 지류 중에서 가장 나중에 탐험된 두비다 강(지금은 루스벨트 강으로 불린다)으로 브라질 탐험가 캉지두 롱동(Cândido Rondon)과 함께 탐험했는데 이들은 겨우 목숨만 건질 수 있었다.

롱동은 전문가였고 정글 여행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으나, 한 사람은 물에 빠져 죽었고, 루스벨트의 아들도 물에 빠져 죽을 뻔했고, 일꾼 중 한 사람은 살해당했고, 그 살인자는 밀림에 내버려졌다. 루스벨트 탐험대는 아마존 강을 48일 동안 통과하는 동안 오레야나의 경우와는 달리 사람 사는 곳을 한 곳도 만나지 못해 먹을 것을 전혀 구할 수 없었다. 탐험이 끝난 후 루스벨트의 몸무게는 26킬로그램이나 줄어있었다고 한다.

텅 빈 신세계라는 유럽인들의 잘못된 인식과는 달리 1914년보다 1542년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 유역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농사 방식은 집약농업이었다. 다른 모든 문명과 마찬가지로 좁은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집약적인 농경이다.

인류 역사의 99%는 수렵과 채집을 통해 먹을거리를 마련했고 그 양은 풍족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1만 2천 년 전쯤 농경이 나타났다. 기후변화, 인구 증가 등 여러가지 이론에 따르면 인류는 더 이상 수렵과 채집만으로는 늘어난 인구를 먹일 충분한 식량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경은 아마존 유역의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수렵과 채집에 비해 노동시간도 많고 기후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안정성도 떨어지고, 수확기 외의 시기를 위해 보관도 해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많다는 것이 농경의 장점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명이 농경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흔히 자연을 변경시키지 않는 ‘자연스러운’ 일로 오해되지만, 농경은 매우 인간적인 일이고 인류의 문명에 의해 개발되었다. 최근 농사와 목축을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태우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아마존 유역의 농경에 대해 살펴보았다.

참고자료

  • <오래된 신세계>, 숀 윌리엄 밀러 지음. 1995; 조성훈 옮김, 2013. 너머북스 : p.33-40.
  • <녹색세계사>, 클라이브 폰팅 지음. 1991; 이진아/김정민 옮김. 2007. 그물코. : 4장.


“그림으로 읽는 문명이야기”에서는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와 녹색문명을 고민해봅니다.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세계사>를 읽어가면서, 현재의 환경문제와 기후위기 상황 그리고 석유에 기반한 현대도시문명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그림으로 읽는 문명 이야기’는 매주 수요일 업로드됩니다.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2019년 12월 4일.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