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24일에 열린 2019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제레미 리프킨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강연의 요지는 인류가 현재 환경위기와 경제위기라는 두 가지 위기에 처해 있으며, 두 가지 위기를 모두 극복하고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10여 년 내에 세 가지 기술혁명을 통해 새로운 문명으로의 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 글은 강연 전문을 요약한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 “두 개의 위기, 미래를 위한 선택”
강연 전문 보기 : 2019 아시아미래포럼 특별강연 2019.10.23~24.
요약, 정리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두 개의 위기
지난 20년간 전세계적으로 GDP 성장률은 하락하고 있으며, 밀레니엄 세대는 구조적 실업을 겪고 있고 노동사회에서 자리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률 하락, 생산력 감소는 앞으로 20년 간 더 심해질 것이다.
오늘날 전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는 산업혁명 전의 선조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만, 전세계 인구의 45%는 하루에 5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명의 부를 합치면 전세계 인구 절반의 재산과 같다. 우리가 인류 경제를 잘못된 방식으로 꾸려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런데 우리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난 200년 동안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화석연료를 마구잡이로 꺼내쓴 결과 지구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너무 높아지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구 밖으로 나가야할 태양 복사열을 이산화탄소가 막으면서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우리는 현재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겪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상 여섯 번째 멸종 시기에 우리가 도달해있다고 경고하지만 뉴스 헤드라인에서는 이런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류가 살아온 20만 년 동안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앞으로 7~80년 동안에, 즉 여러분의 자녀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지구에 서식하는 동식물 종의 절반이 멸종할 수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0년 남짓, ‘면도날처럼 짧은 시간’ 뿐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새롭고 설득력 있는 세계적 경제 비전, 그 비전을 실행할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개발국과 선진국 모두 신속하게 탄소기반 문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질문해야 한다. 역사상 위대한 경제적 혁명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위대한 경제혁명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밝혀내면 그로부터 새로운 길을 탐색할 수 있는 로드맵과 나침반을 얻어낼 수 있다.
역사상 혁명적인 경제 패러다임 변화는 최소한 일곱 번 정도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인류학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들에 일정한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어느 시점에 문명을 가로지르며 세 가지 결정적인 기술이 등장하는데 이는 범용 기술 플랫폼, 즉 기반시설을 만들어내는 쪽으로 수렴해갔다. 이 기반시설은 사회시스템과 권력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고 경제활동과 삶의 방식과 거버넌스를 움직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시켰다.
세 가지 기술 혁명 중 첫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이다. 이 혁명을 통해 우리의 경제활동과 사회활동 그리고 거버넌스는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두 번째 기술 혁명은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에너지원은 새로운 경제 및 사회 활동과 거버넌스에 좀 더 효율적인 동력을 제공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혁명은 매우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세 번째 기술 혁명은 새로운 이동과 물류 운송 방식이다. 첫 번째 기술혁명인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이동 및 물류 방식과 만나게 되면 문명 전반에 걸쳐 전체적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게 된다.
우리는 현재 화석연료 문명 시대의 종말에 다가가고 있다. 중동 등 석유를 팔아 경제를 꾸리던 나라들이 실패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화석연료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지난 29년간 우리는 소통의 혁명을 경험했다. 월드와이드웹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이 에너지 인터넷인 ‘디지털 유틸리티 전력망’과 융합되면서, 이제는 대기업과 정부뿐만 아니라 개인도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 자력으로 태양 혹은 풍력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용하고 남은 에너지는 전력망에 재공급할 수 있다. 두 인터넷은 이렇게 만난다.
세 번째 인터넷인 ‘디지털 운송 인터넷’은 이제 앞의 두 인터넷과 만난다.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는 이동수단, 물류 시스템은 공유를 기반으로 서비스되면서 항후 10년 안에 도로, 철도, 수상 및 내수면에서 자율적으로 운행될 것이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디지털 재생에너지 인터넷, 디지털 운송/이동 인터넷 등 세 가지 인터넷은 모든 에너지 동력을 관리하고 사회를 움직여 사물인터넷이라는 플랫폼 위로 놓이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에 건물은 신경계 역할을 한다. 낡고 투박하고 중앙집중화된 오늘의 데이터 센터들은 구식이 되고, 모든 건물들이 효율적인 접점(node)가 될 것이다. 각 건물은 태양, 풍력, 지열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하는 소형발전소가 되고, 건물이 전기자동차 충전소가 된다.
건물은 전기를 저장하는 수단(storage outlet)으로서 전력망에 에너지를 보내고 필요할 때는 전력 인프라로서 기능할 수도 있다. 재해 등 비상사태가 벌어질 경우 바로 전력망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른 이웃한 커뮤니티와 함께 분산적이고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에너지와 운송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혁명이다. 1차와 2차 산업혁명은 중앙집권적, 하향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소유권과 지적 재산권이 있었다.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은 추출, 운반, 정제, 배송에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투자 수익율을 높이기 위해 수직적으로 규모를 확장해야 했다. 1차와 2차 산업혁명에서 만들어진 플랫폼은 더 큰 집단들 속에서 경제활동을 해야했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시장을 구성하도록 했다.
3차 산업혁명의 인프라 구조는 굉장히 다릅니다. 중앙집권적이 아니라 분산적이고, 지적재산권에 갇히지 않고 투명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합니다. 어떤 공간을 오픈하면 네트워크 현상이 생기는데, 이것은 소통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이다. 수평적으로 확장될수록 더 분산되고 더 공평하고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참여하게 되며, 이러한 현상은 우리를 세계화에서 현지화로 이끌 것이다.
3차 산업혁명에는 단점들도 역시 존재합니다. 다크넷(저작권이 있는 디지털 파일의 불법 공유를 가능하도록 하는 네트워크)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망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어떻게 정부가 3차 산업혁명 두뇌 혹은 인프라를 이용하여 선거 등에 개입하여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일을 막을 것인가하는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
거대 인터넷, 통신전기회사들이 사물인터넷을 차지하여 우리의 일상경험을 상품화시키는 일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사이버테러로부터는 어떻게 우리를 보호할 것인가. 이러한 다크넷의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국제적인 예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상이변이나 테러범죄 등이 일어날 때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떠나 탈중앙화할 수 있다.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 전기차 등으로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작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이 한계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사업 운영에서 한계비용이 급락하면 시장자본주의는 급격히 느려지게 된다. 시장에서는 판매(시작)과 구매(종결) 사이에 스타트-스톱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간접비용, 광고, 마케팅, 창고가용성 등 거래를 느려지게 만드는 요소들이 모든 거래에 존재한다.
그러나 디지털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노드로 작동하는 모든 빌딩, 이들 모두는 시장에서 네트워크로 옮겨가고, 거래와 시장 자본주의에서 흐름(flows)로 옮겨간다.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 자본주의다. 이 새로운 세계에서는 한계비용이 낮아지면서 24시간 주7일 동안 흐름이 멈추지 않기 때문에 시작과 정리 개념이 사라진다.
특정 한계비용은 너무 낮아져 한계비용 제로에 가까워지고, 우리는 공유경제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 수억 명이 매일 자신이 만든 음악을 공유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로 노래와 춤을 만들고 몇 개월 만에 수십 억 명의 관객에게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혁명이다. 음악과 영상, 뉴스를 공유하고, 인터넷으로 대학 강좌를 듣고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위키피디아를 통해 우리는 지식의 민주화를 경험 중이다. 한계비용 제로지만 이것은 GDP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는 에너지도 공유한다.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고정비용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들 고정비용은 원자력보다 훨씬 낮고, 석유와 천연가스보다도 훨씬 낮다.
유럽에서 이러한 사실들을 나는 발견했다. 유럽은 현재 탄소배출 제로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세 명의 유럽위원회 의장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나는 중국의 리더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리커창 총리는 내 책 <제3차 산업혁명>을 읽고, 오늘 내가 하는 이야기와 동일한 이야기를 중국정부에 참고하라고 전했다고 한다.
유럽과 중국간의 대화도 이루어졌다. 중국 언론에 의하면 현재 만들어진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에는 유럽과 중국간에 공유된 이야기들로부터 벤치마킹한 것들이 많다고 한다. 내 생각에 앞으로 큰 역할을 할 주자는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은 소통 혁명의 선두주자이고 문화의 아이콘이다.
한국은 이제 에너지와 모빌리티 쪽으로 좀 더 집중해야 한다. 한국은 여전히 중앙집권화되고 옛날 방식의 에너지 체계인 원자력발전, 화석연료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이러한 방식은 곧 쓸모없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가 다른 어떤 전통적인 에너지보다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기존의 화석연료 에너지원을 고집할수록 쓸모없는 시설은 늘어갈 뿐이다. 대형은행인 시티그룹은, 화석연료 시대가 저물어감에 따라 100조 달러 규모의 화석연료 관련 설비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생가능에너지 가격이 떨어질수록 채굴하지 않는 석유가 생길 것이며 결국 정유공장, 파이프라인, 주유소 등 관련 자산들의 가치는 사라지고 가동도 멈추고 연관된 산업들도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상 가장 큰 거품인 탄소거품(화석연료 관련 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되어 있는 상태)이다. 나의 최근 책 <그린 뉴딜>에서 나는 재생가능에너지 가격의 급락으로 2028년이면 화석연료 문명이 붕괴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는 곧 화석연료 문명을 고집하는 나라들이 쇠퇴할 것이라는 뜻이다. 시장이 이것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3차 산업혁명이라는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국가들은 생존하고 번영하게 될 것이다. 사회 전체적인 효율성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탄소 문명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지구와 지구상의 인간아닌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바로 새로운 세대의 리더이다. 하지만 빨리 움직여야 한다. 15년 안에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80년 후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환경 재난이 일어날 것이다. 모든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미 유럽과 한국의 젋은 세대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 우리의 실천이 필요한 때다.
제레미 리프킨. “두 개의 위기, 미래를 위한 선택”. 2019아이사미래포럼
강연 전문 보기 : 2019 아시아미래포럼 특별강연 2019.10.23~24.
요약, 정리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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