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북극에서 얼어붙다』와 MOSAiC 원정대

[사진] MOSAiC 아이스 캠프. 2020년 4월 10일 (출처 : https://mosaic-expedition.org/expedition/drift/)


“연구 캠프를 설치하려면 얼음 섬 하나를 골라야 한다. 얼음 속에서 배를 고정할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유빙이, 또한 우리의 기반시설을 지탱할 수 있고 1년 내내 안정성을 확실하게 제공할 수 있는 거대하고 훼손되지 않은 유빙이 필요하다. … 적어도 1미터는 되어야 한다.

얼음 섬은 위성사진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두께가 얼마나 되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두께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썰매에 GEM(ground-effect machine, 지면 효과식 기계)을 싣고 얼음 위를 달리거나 헬리콥터에 이엠 버드(EM-Bird, 해빙 두께를 측량하는 기구)를 장착하고 유빙 위를 날며 측정해야 한다. … 하지만 얼음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유비의 적재 능력과 안정성을 평가하려면 … 인간이 직접 유빙에 발을 내디딘 뒤 빙하 핵(ice core)을 끌어당겨 보아야 한다.”
– 『북극에서 얼어붙다』. 마르쿠스 렉스 등. 2024. 동아시아. p.52.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중 책밤-화-시즌6에서 『북극에서 얼어붙다』(마르쿠스 렉스, 마를레네 괴링. 2024. 동아시아)를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다학제 다국적 북극 탐사 프로젝트인 모자익 원정(MOSAiC; Multidisciplinary drifting Observatory for the Study of Arctic Climate)에 대한 책으로, 겨울 기간 동안 북극 지역을 탐사한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 1] MOSAiC 프로젝트 탐사 경로 (출처 : Rabe et al. 2022. Elementa.)

탐사 기간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10월로 약 1년이었고, 탐사 경로는 위 그림과 같습니다. 겨울 동안 북극해 얼음은 쇄빙선으로도 뚫고 나가기가 너무 어렵고, 그래서 지금까지 겨울철 북극 중심부의 복잡한 기후를 조사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겨울 기간 동안 북극의 대기와 해양의 상태를 관측하는 것입니다.

지구가열화, 기후변화 과정에서 북극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전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가열화되고 있는 곳이 북극입니다. 때문에 1년 내내 북극의 대기, 얼음, 해양 등의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매우 필수적인데, 모자익 원정(MOSAiC expedition) 프로젝트가 이 일을 해낸 것입니다.

이 탐사에서 특이하고 재미있는 것은 전체 경로 중에서 북극 한 가운데를 가로지를 때 동력을 사용해 항해를 한 것이 아니라, 유빙에 배를 고정하고 주변에 관측 시설도 설치한 채로 북극의 얼음 바다를 ‘표류’(실선)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림에서 점선은 항해 구간이고 실선은 표류 구간입니다.

이 표류 탐사 방법은 약 120여 년 전 노르웨이의 극지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Fridtjof Nansen)이 시도한 방법입니다. 거대한 북극 유빙이 시베리아해에서 북극 한 가운데를 지나 그린란드해까지 떠내려온다는 사실을 난센이 발견한 것입니다. 난센은 자신에 설계하고 건조한 배 프람 호를 타고 1893년 북극해 횡단을 시도했으나 1년이 지난 후에는 배를 버리고 걸어야 했고, 3년이 지난 1896년 여름 영국탐험대를 만나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림 2] 프리드쇼프 난센 (출처 : wikipedia)

아래는 MOSAiC 프로젝트의 개요를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탐사와 관측 과정과 방법을 시뮬레이션 해서 간략하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를 유빙에 고정하고, 관측소와 장비들을 어떻게 설치하고 어떻게 관측하는지 보여줍니다.

[영상 1] MOSAiC Expedition 개요 (3분 39초. 영자막)

약 1년에 걸친 탐사 과정은 탐사대원들이 작성한 블로그와 매일의 일정을 따라가며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요. 아래 그림 중간에 있는 날짜를 아래 위로 스크롤 하면 당시 폴라르슈테른 호의 위치가 왼쪽 지도에 나타나고, 오른쪽에 사진과 탐사 활동 설명이 뜹니다. 『북극에서 얼어붙다』도 탐사일지처럼 날짜 별로 글이 적혀 있는데요. 책을 읽어가면서 이 팔로우 페이지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 3] MOSAiC 탐사 팔로우 페이지 (출처 : https://follow.mosaic-expedition.org/)

다음 그림은 북극의 물리해양학적 요소들로, 이 탐사에서 관측한 내용들입니다. 

[그림 4] 북극의 물리해양학적 관측 개요 (출처 : Rabe et al. 2022. Elementa)

자세한 내용은 다음 논문에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연구 방법, 탐사 방법, 관측 대상 등이 설명되어 있고요. 필요하거나 궁금한 부분만 보셔도 좋고, 그림도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Benjamin Rabe et al. “Overview of the MOSAiC expedition: Physical oceanography.” Elementa: Science of the Anthropocene (2022) 10 (1): 00062. https://doi.org/10.1525/elementa.2021.00062

다음은 이 탐사에서 관측한 북극의 대기 특성들입니다.

[그림 5] 북극의 대기 관측 개요 (출처 :  Shupe et al. 2022. Elementa.)

대기에 대한 관측 대상, 방법 등을 설명한 글은 다음 논문을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Matthew D. Shupe et al. “Overview of the MOSAiC expedition: Atmosphere.” Elementa: Science of the Anthropocene (2022) 10 (1): 00060. https://doi.org/10.1525/elementa.2021.00060

아래 영상은 MOSAiC 프로젝트를 이끈 마르쿠스 렉스 교수의 강연입니다. 탐사를 마친 지 10일 후 이루어졌습니다.

[영상 2] 마르쿠스 렉스 교수의 강연. (약 1시간. 영자막)

‘책밤-화’ 시즌6 『북극에서 얼어붙다』는 현재 2회 진행했고 p.63까지 읽었는데요. 지금 폴라르슈테른 호(우리말로 하면 ‘북극성 호’가 되겠습니다. ^^)가 정박할 거대한 유빙을 찾는 과정이 진행되는 중입니다.  탐사 ‘대장님’의 꼼꼼하고 감수성 풍부한 글이 차분하면서도 흡입력이 강합니다. 아래 글은 이 과정의 긴장감과 고민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뽑아본 것입니다. 앞으로 책을 읽어가면서 흥미롭고 중요한 자료들과 공유하면 좋을 글을 발췌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모임 참가 안내는 녹색아카데미 뉴스레터를 참고해주세요. 다음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녹색아카데미 뉴스레터 – 2024년 6월

“내 마음속에서 특별한 얼음덩어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재빠르게 무르익는다. … 우리가 원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줄 특별한 얼음덩어리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안정성을 제공하며, 이로 인해 겨울이 흘러가는 동안 체류 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 있는 얼음덩어리가 필요하다 … ‘특별한 눈송이’가 필요하다. … 눈송이처럼 독특한 성질을 지닌 얼음덩어리다.

그런데 수십 장의 위성사진에서 볼 수 있는 광대한 북극의 풍경 가운데, 작은 유빙 하나가 유난히 시선을 끈다. 이 얼음덩이리의 크기는 약 3.5×2.5킬로미터이며, 다른 모든 유빙처럼 대부분 어두워 보인다. 하지만 이유빙의 북쪽 영역에는 1×2킬로미터 크기의 핵이 자리 잡고 있다. … 이것이 과연 내가 찾던 ‘특별한 눈송이’일까? …
… 깊은 밤, 이 유빙으로 진로를 택하기로 결정한다. 다음 날 저녁 단체 회의에서 … 발표한다. 하지만 발표하는 과정에서 이 해역에 있는 전형적인 섬들을 차례로 살펴보고, 이 유빙에서 저 유빙으로 가는 지그재그 코스를 정한다. 그렇게 해야 결국, 밝은 핵을 지닌 유빙으로 가게 된다.

나는 얼음 전문가와 북극곰 감시원으로 이루어진 팀과 함께 이륙한다. … 유빙은 꽤 크다. … 유빙의 동쪽에는 개빙 구역 수로가 있다. 이곳은 연구 캠프를 설치하기에 알맞은 장소가 될 것이다. 배의 한쪽에는 오래된 얼음이 달라붙어 있고, 다른 쪽에는 바로 그곳 수로에서 형성된 새로운 얼음이 형성되니까. 참으로 완벽하다!
그런데 과연 유빙은 우리가 머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두꺼울까? 나는 얼음 두께를 측정하기 위해 세 지점에 착륙하기로 결정한다. … 4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다.

배로 돌아오니 아카데믹 페도로프호에 있는 러시아 동료들이 보낸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해 있다. … 우리와 마찬가지로, 어느 유빙이든 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모든 유빙의 상태는 똑같다. 너무 얇고 너무 불안정하다. 

이 모든 유빙이 직접 탐사 했던 모든 유빙과 똑같이 얇다고 가정해야 한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어도 우리 원격 탐사 전문가들이 내놓은 이론은, ‘특별한 눈송이’, 그러니까 특별한 유빙을 찍은 위성 이미지에 나온 밝은 지역이 실제로 더 두껍다는 내 생각을 뒷받침한다.

나는 모든 것을 단번에 결판내려 한다. 이 주변의 다른 유빙을 탐색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 지그재그 코스를 취소한다. … 특별한 유빙으로 곧장 가는 코스를 택한다. 이 유빙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다. 밤새 배를 몬다.”
– 『북극에서 얼어붙다』 마르쿠스 렉스. 2024. 동아시아. p.52-63.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greenacademy.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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