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친 『End Times』 – 리처드 하인버그와의 인터뷰


오늘 소개할 글은 리처드 하인버그의 글을 번역해 정리한 것입니다. 하인버그는 지난 6월에 출간된 『End Times: Elites, Counter-elites, and the Pathe of Political Disintegration』의 저자인 피터 터친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고, 그 내용을 저널 Resilience에 게재했습니다.

피터 터친은 진화생물학자였고 지금은 자신의 연구 분야를 역사동역학(Cliodynamics)으로, 자신을 복잡성 과학자로 부르고 있습니다. 터친은 이 책에서 엘리트와 엘리트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양산되면서 이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동시에 부의 불평등도 심해져 양극화가 진행되면 그 사회가 붕괴할 가능성이 커짐을 수학적, 분석적, 역사적인 방법을 이용해 연구하였습니다. 이 인터뷰 글에서는 주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사례가 언급되지만,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는 특성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가독성을 위해 의역한 부분이 많으므로 더 정확한 내용은 아래 링크로 가셔서 원문을 확인해주세요.

원문 읽기 : “Are These the End Times?” Richard Heinberg. 2023. 7. 19. Resilience.


피터 터친(Peter Turchin. 1957~)의 최근 작 『종말: 엘리트, 반-엘리트, 그리고 정치적 붕괴의 길』(End Times: Elites, Counter-elites, and the Path of Political Disintegration. Peter Turchin. 2023. Penguin Press)이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메시지는 떠오르고 있는 전지구적인 복합위기(polycrisis)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관련 있다.

터친은 원래 진화생물학자로, 곤충과 이들의 조직의 개체군 동역학의 패턴을 밝히기 위해 대규모 데이타셋을 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터친은 지난 25년 동안 이 방법을 이용해 인간 사회의 시계열적인 변화를 분석했고 이 연구에 역사동역학(cliodynamics여기서 clio는 역사의 여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터친 자신은 스스로를 ‘복잡성 과학자'(complexity scientist)라고 말한다. 현재 코네티컷 대학교의 명예교수이고, 빈의 복잡성 과학 허브 프로젝트의 리더이자 옥스퍼드 대학교의 연구교수이다. 터친의 최근 책에 대해 이메일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


하인버그 : 이렇게 중요하고 시기 적절한 책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시다시피 몇 년 동안 당신의 연구를 지켜보았고 최근 낸 저의 책 『파워: 인류 생존 한계와 전망』(Power: Limits and Prospects for Human Survival)에서도 당신의 책에 대해 논했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이 역사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 개발한 데이타 중심적이고 수학적인 방법은 설명력이 아주 뛰어난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이후)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저소득층은 궁핍해진 반면 엘리트들(예를 들어 억만 장자)과 엘리트가 되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예를 들어 법조계 출신들)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자세히 보여준 바와 같이, 이러한 전개는 복잡한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역사적 패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전개될 경우 결과는 늘 좋지 않습니다. 『End Times』에서 당신이 한 분석을 보면 이것이 2020년대 미국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좋은 그림은 아니죠. 그리고 사실, 우리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정치적인 악의가 도처에 번지고 있는 증거들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책을 보면 로널드 레이건 시절 포퓰리스트 공화당 지지자들이 그를 숭배했던 끔찍한 아이러니가 생각납니다. 레이건 지지자들 대부분이 노동자계층 사람들이었지만, 공화당이 주도한 고소득층 감세같은 것들이 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계속 허물어갔죠. 사실 지금 미국 경제는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빼앗아 부자들에게 주는 “부의 펌프”(wealth pump)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지적했듯이, 민주당 지도자들은(엘리자베스 워렌과 같은 사람들 예외로 하고) 노동자계층의 경제적 이익으로부터는 거의 눈을 돌리고, 교육 수준이 높고 고임금을 받는 도시 유권자들에게로 점점 더 돌아서고 있습니다.

두 정당이 이렇게 변해오면서, 이 나라의 정치적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그런 정책, 즉 부자들에게는 더 높은 세금을 매기고 최소임금은 높이는 것과 같은 정책을 펼치는 사람은 정부 리더들 중에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 로엔하르트의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현재 몇몇 포퓰리스트 공화당 정치인들(마르코 루비오와 J. D. 밴스 등)이 수퍼-부자들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것이 중요한 변화라고 보십니까? 이것이 이 나라의 정치를 더 낫게 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터친 : 사실 2016년이 되면 민주당은 노동자 계층의 정당에서 “10%”, 즉 성공하고 교육을 잘 받고 도시에 사는 미국인들의 정당으로 탈바꿈을 거의 완료합니다. 토마스 프랭크(Thomas frank)의 책 『Listen, Liberal』(2016)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1%의 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해왔고 나머지 90%의 미국인들에 대해서는 그냥 내버려두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임금이 정체하거나 줄어들면서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노동자들의 불만이 쌓여왔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이 불만을 처음으로 이용해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죠. 아시다시피 현재 수많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노동자 계층의 정당으로 공화당이 재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성공할지, 수십 년 동안 반-노동자계층 정책을 펼쳐 온 자신들의 역사에 반하는 이런 일에 그들이 얼마나 진심인지는 두고 보면 알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이러한 움직임은 이 나라의 정치적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내가 『End Times』에서 자세히 논했듯이, 우리가 처한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1970년대부터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뺏어서 부자들에게 나눠주는 사악한 ‘부의 펌프’를 멈추는 것입니다.

가장 명백한 것은, 부의 펌프를 멈출 수 있다면 (1970년대까지 그랬던 것처럼) 대다수 미국인들의 임금이 경제 성장과 함께 다시 증가하리라는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한다면 초부유층들과 고학력 엘리트 지망생들의 과잉 생산이 역전될 것이라는 겁니다.

저의 책에서도 설명했듯이, 부유층과 엘리트 지망생들의 과잉 생산이 빈곤화와 결합될 경우 이것은 정치적 불안정을 촉발시키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부의 펌프가 멈출 때까지 미국은 계속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혼란 중 어느 시점에서든 현재의 “차가운” 내전이 뜨거운 내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으로 회오리쳐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인버그 : 『End Times』는 경제, 정치 시스템, 군대, 미디어, 그리고 교육 시스템 등 사회 구조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기능 장애가 미국, 혹은 전체 인류, 혹은 이번 세기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유일한 위기는 아닐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후 변화를 걱정하고 있고, 생태학자들 다수도 자원 고갈과 지속적인 인구 증가의 결과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화석연료에서 에너지를 뽑아내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의 규모를 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생태적 발자국이든 지구행성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이든) 우리는 지구의 장기적 수행 능력을 초과시켰습니다. 이것이 함의하는 바는 충분히 경악스럽습니다. 사회 붕괴라는 주제가 미국에서 특히 더 임박하고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하십니까?

터친 : 생태적 위기와 정치적 위기는 별개가 아닙니다. 식량 가격 급등은 혁명을 일으키는 공통된 방아쇠라고 할 수 있으며 기타 정치적 폭력 상황을 발생시켜 왔습니다. 최근인 2010-12년 아랍의 봄에서도 이런 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더 최근에 일어난 2023년 프랑스 폭동 사태에서도 그렇듯이, 전지구적인 위기를 해결하려면 더 큰 규모의 인류 협력, 즉 전지구적인 규모로 인류가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 내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해체 상황은 필요한 규모에서 협력해낼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를 보면 가장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진짜 위기이든 아니든, 전지구적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것은 서로 다른 정치적 분파들이 서로에 대항해서 사용하는 분열적인 이슈들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인버그 : 중국은 특히 1990년대 이후로 부의 불평등이 급속하게 심해져왔습니다. 중국에서 엘리트 층이 과잉 생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를 드러내는 신호라고 할 수 있을까요? “종말(end times)”이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늦게 일어날까요? 아니면 중국은 다른 궤적을 그리면서 종말로 다가가게 될까요?

터친 : 중국은 미국(그리고 서유럽)에 비해 훨씬 더 최근에야 예전의 “불화의 시대”로부터 벗어났습니다. 제 연구 그룹의 위기 데이터베이스(CrisisDB, 과거에 위기에 빠졌다가 벗어난 100개 이상의 사회를 분석한 데이타베이스)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당신이 언급한 부정적인 경향에 대처할 시간이 아직은 있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중국의 ‘종말(End Times)’은 미국보다는 몇 십년 더 늦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대 중국에 대한 역사동역학 분석이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 않았음을 말해두어야겠습니다. 더 견고하고 실증적인 답을 하기 위해서는 분석이 더 필요합니다.

하인버그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미 전세계적으로 경제적, 지정학적 파장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당신은 소련에서 성장하셨으니까, 분쟁에 대해 대부분의 미국 비평가들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역사적 분석과 관점을 결합해본다면, 이 주제에 대해 책에서 말하지 않은 내용 중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터친 : 마침 제 블로그에 게재하려고 하는 글들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 같습니다.

하인버그 : 미국인으로서, 저는 대단히 슬펐고 우려스러웠는데요. 당신은 2020년대에 미국 내에서 정치적 폭력 사태가 더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202쪽에서, 당신은 21세기 후반부에 일어날 다음 번 사회적 붕괴를 피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 우리의 현재 위기를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라고 썼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신은 정치적 엘리트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기적으로 양극화와 폭력으로 치달아가는 경향을 줄이기 위해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터친 : 제가 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과학자로서 제 일을 계속 하는 것입니다. 사회 동역학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우리 사회를 “종말(end times)”로 몰아가는 구조적 요인들을 이해하는 데 큰 진전을 일궈냈지만, 우리 이론과 모델 그리고 데이터는 더 개선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러한 이해야말로 우리를 이러한 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개혁과 정책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일입니다. 과학을 개선시키는 것을 넘어, 우리는 이런 것들의 함의에 대해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광범위하게 공공 토론을 해야합니다. 

보통 시민들은 이러한 주제를 두고 스스로 교육을 하고, 가능한 방법들에 대해 토론을 하고, 사람들을 위해 널리 이롭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배 엘리트들에게 압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지배 엘리트들이 자신의 좁고 근시안적인 개인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리처드 하인버그 (Richard Heinberg)

미국의 저널리스트, 교육자. ‘포스트 카본 인스티튜트'(Post Carbon Institute)의 선임 연구원. 에너지, 경제, 생태적 이슈, 석유 고갈 등에 대해 강연하고 책을 쓴다. 저서로는 『파티는 끝났다』, 『파워다운』, 『블랙 아웃』, 『파워』 등 다수가 있다.

번역, 정리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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