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에 걸쳐 에너지전환칼럼에서는 열회수배수장치의 원리와 종류 등에 대해서 소개를 합니다.
이중관형 열회수배수장치
이중관형 열회수배수장치는 열회수효율이 가장 좋은 장치입니다. 급수(상수)관 가운데에 배수(하수)관이 자리하여 차가운 급수가 배수관 전체를 감싸고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앞서 본 접합관형은 관과 관을 접합하였기 때문에 관 두께가 꽤 두껍고 관끼리 맞닿지 않는 부분이 많아 접촉표면을 넓히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중관형은 차가운 급수가 배수관 표면 전체를 감싸고 열을 빼앗는 구조이기 때문에 열교환이 일어나는 표면적이 넓고 관의 두께도 필요 이상으로 두꺼워지지 않아 열회수에 최적화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Bries / DSS의 Shower Pipe
이중관형 열회수배수장치 제품의 개발은 유럽, 특히 네덜란드가 앞서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의 파시브하우스 연구소의 열회수배수장치 인증제품 목록에는 온통 네덜란드 제품들 뿐입니다. 이 가운데 이중관형 열회수배수장치의 원형과도 같다 할 수 있는 제품은 네덜란드의 Bries사가 만들고 네덜란드의 DSS(Dutch Solar Systems)와 독일의 Wagner Solar사가 판매하고 있는 샤워파이프(Shower Pipe)라는 제품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하나의 파이프처럼 보이지만 내경 50mm 규격의 배수관을 내경 63mm의 급수관이 안에 품고 있는 이중관입니다. 차가운 급수는 측면에 나 있는 아래 입구와 윗 출구로 연결하게 되어 있습니다. 2,015mm 길이 제품의 열회수효율은 67%로서 급수의 온도 10 ℃, 배수의 온도 35 ℃일 때 열회수 후 급수의 온도는 16.75 ℃입니다[1]. 상당히 높은 효율입니다. 수직으로 설치하게 되어 있어 배수구 아래로 2m 이상 높이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DSS의 사이트를 보면 500 유로를 조금 상회하는 가격입니다(부가세 제외 가격).
Q-Blue의 Showersave
역시 네덜란드 회사인 Q-Blue사는 Showersave라는 이름의 이중관형 열회수배수장치만 전문적으로 만드는데 이 회사의 제품들은 진일보한 측면들이 있습니다. 2100mm 길이의 QB1-21 제품은 앞의 샤워파이프와 거의 비슷한 구조로서 69%의 열회수효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QB1-21C라는 제품인데 앞의 QB1-21의 배수구 입구에 사이클론(Cyclone)이라는 기구를 부착하여 배수가 강하게 회전하도록 합니다. 이 때문에 배수가 배수관의 벽면에 붙어 빙빙 돌면서 빠져나가게 됩니다. 같은 양의 물이 빠져나가더라도 관 전체로 쭉 빠져나가게 되면 벽에 열을 전달하지 않고 가운데로 빠져나가는 물이 꽤 될텐데 사이클론은 최대한 열교환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소용돌이 유도장치를 통해서 QB1-21C는 1%의 열회수효율을 추가로 얻어내었습니다.
QB1-21D도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이중관 2개를 한 쌍으로 나란히 이어서 최대 78%까지 열회수효율을 높였습니다. 위와 같은 경계조건에서 열회수 후 급수의 온도가 19.5 ℃나 됩니다. 비용이 곱절이 된다면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기는 합니다만 버려지는 열을 최대한 되찾아 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Q-Blue사는 Multivert라는 상업시설용 시리즈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중관을 4개, 6개, 8개, 10개까지 조합하여 구성할 수 있습니다. 배수량이 많은 조건에서 열회수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샤워를 많이 하는 수영장, 스포츠센터, 아파트, 호텔, 병원, 요양원, 또는 산업설비 등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샤워세이브 제품 역시 모두 수직으로 서 있어야 합니다. 짧은 것이 1.5m에서 긴 것은 2.1m까지 되니 샤워시설이 있는 곳의 한 층 아래에 설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비용 지하실이 있는 다중 이용 시설이나 주택에서는 환영할만하지만 그렇지 못한 조건에서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캐나다의 Ecodrain은 이 점에서 대단히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Ecodrain의 A1000
에코드레인사의 A1000은 이중관형이라기보다는 구조적으로는 접합관형에 더 가깝기는 하지만 격벽 하나를 두고 빈 틈 없이 전체에 걸쳐 열교환이 일어난다는 이중관형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중관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점은 좀 두고 고민을 더 해보아야 할 것 같네요. A1000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수평에 가깝게 설치한다는 점입니다. 앞서 소개한 접합관형들과 위의 이중관형 열회수배수장치 모두가 수직으로 세워야만 하기 때문에 설치 공간 문제가 큰 제약이 되었던 반면 에코드레인사의 A1000은 약간의 경사만 줄 수 있다면 수평으로 놓을 수 있으므로 열회수를 위해 1개 층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단층집에도 설치할 수 있고 지하실이 없어도 모든 층의 배수의 열을 회수할 수 있어 지하실이 없는 근래의 한국 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높습니다. 아쉽게도 A1000의 열회수 효율은 40%를 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중관형 열회수배수장치의 특성과 활용
전체적으로 이중관형 열회수배수장치는 열회수효율을 극대화한 형태이지만 접합관형과 같이 수직으로 설치하는 제품이 대부분이라 설치에 제약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에코드레인의 A1000은 수평으로도 설치할 수 있지만 1층의 바닥에 설비를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주택에 그리 편리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그러나 아파트나 상업시설, 공용건물 등과 같이 설비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있는 큰 건물에는 어렵지 않게 이중관형 열회수배수장치를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배수량이 많다면 Q-Blue사의 Multivert와 같은 대용량 제품도 쓸 수 있고, 원리가 워낙 간단하므로 국내에서 제작하여 쓰는 것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2019년 9월 19일
녹색아카데미 / 파시브기술연구소 최우석
주석 [1]
파시브하우스 연구소의 열회수배수장치 효율 측정의 표준경계조건은 다음과 같다. 급수량과 배수량 동일, 급수 온도 10 ℃, 샤워꼭지 물온도 40 ℃, 배수 온도 35 ℃, 무시해도 될만한 배관 길이, 실내 기온 20 ℃, 샤워 시간 6분, 흐르는 물의 속도 8 리터/분. 테스트 기관마다 표준 유속에 차이가 있으므로 효율을 볼 때에는 유속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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