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그린뉴딜 제안 공모전 낙선기 (1)

시인처럼0

최우석 (녹색아카데미 | 파시브기술연구소)

양평군 군정발전 제안 공모전 포스터

지난 여름 나름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가 사는 지역, 양평의 그린뉴딜 정책을 제안하는 공모전에 응모를 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가 10월말에 발표되었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습니다. 제 제안은 건물의 지붕과 벽 뿐 아니라 길과 둑, 다리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건조물 위에서 햇빛발전을 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을 맞아 지역형 그린뉴딜 사업으로 이러한 방향의 시범사업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에너지전환, 녹색전환을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평소 생각할만한 발상이었습니다. 떨어질 만해서 떨어졌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가 어떤 이유로 거부되는지 그 맥락을 이해해 볼 기회도 되겠다 싶어 낙선기를 정리해 봅니다.

다소 길어서 두 차례로 나누어 써보겠습니다. 첫 편에서는 제가 제안했던 바를 소개하고, 두 번째 글에서는 이 제안이 왜 ‘불채택’ 되었는지 심사결과를 소개하면서 이유를 찾아보겠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에너지전환 아이디어가 외면받는지, 그리고 장차 어떤 방향의 노력이 필요하겠는지 저 나름의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흔한 일에서도 뭔가 생각할 점을 찾자는 뜻으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낙선기 첫 번째 글인 오늘 글에서는 제가 제안했던 내용을 소개합니다.

양평 길·둑·다리 햇빛발전 시범사업을 ‘양평형 뉴딜’ 정책으로 제안합니다.

양평읍 내 길·둑·다리 햇빛발전소 시범사업 후보지와 설치 용량 구상

핵심골자

양근강변길 아래 양평제 약 1km 구간 ‘강둑 햇빛발전소’와 양근대교와 양평대교 남동쪽 측면 합계 약 1.4 km 구간 ‘다리위 햇빛발전소’, 그리고 오빈교차로 부근부터 양근리사거리까지의 양근로 약 1km 구간 ‘길위 햇빛발전소’를 가치투자 시민참여 크라우드 펀딩으로 재원을 조달해 세우고, 이 건설과정을 통해서 군내 햇빛발전소 설계, 건설, 유지관리 인력을 양성하고 전문기업 탄생을 유도하여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창출한다.

요약

기후위기는 시급히 화석연료체제로부터 재생가능에너지 기반 체제로 에너지전환을 이루어 탄소중립의 길로 나아가길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각 지역에서는 획기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향후 닥쳐올 식량위기와 생태계붕괴를 우려한다면 농업 및 생태계와 충돌하지 않는 햇빛발전이 중요한데 건물의 지붕과 벽을 이용한 햇빛발전 이외에 길과 둑, 다리, 옹벽 등의 인공건조물을 이용한 햇빛발전은 그 확산이 너무나도 미미한 실정이다.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서울시가 그간 이러한 흐름을 선도해왔지만 기초지자체들은 그러하지 못했던 터라 모든 건물과 도로, 철로, 기타 인공건조물을 다 발전소로 만들자는 시대적 흐름을 앞서서 선도할 지자체가 요청되고 있다.

양평은 화석연료 중심시대에는 산업을 유치할 수 없던 대도시의 작은 배후지일 뿐이었으나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시대에는 식량산업과 에너지산업을 선도함으로써 생태계 보존과 경제 활동의 조화를 이룰 새로운 시대의 잠재력을 가졌다. 숲과 농지는 보존하고 대신 건물과 길, 그리고 여러 인공건조물을 발전소로 만들자는 새 시대의 지상과제를 앞장 서서 실천할 때 이 잠재력은 꽃을 피울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에너지전환, 녹색전환 시대의 선도 지역을 목표로, 또 건물 발전소와 길위 발전소의 1등 지역을 목표로 ‘강둑 햇빛발전소’와 ‘다리위 햇빛발전소’, 그리고 ‘길위 햇빛발전소’ 시범사업을 양평형 그린뉴딜 사업으로 제안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잠재력과 가능성에 눈을 뜨고 새로운 표준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군민과 외부 인사들이 많이 접할 수 있는 강둑과 다리, 그리고 길을 선정하여 대략 1km 길이 내외의 햇빛발전소를 세우자는 것이다. 그 후보지는 양근강변길 아래 양평제 약 1km 구간 ‘강둑 햇빛발전소’와 양근대교와 양평대교 남동방면 측면 합계 약 1.4 km 구간 ‘다리위 햇빛발전소’, 그리고 오빈교차로 부근부터 양근리사거리까지의 양근로 약 1km 구간 ‘길위 햇빛발전소’이다.

이 세 종류의 햇빛발전소 건설은 가치투자 시민참여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여 진행한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시민참여 운동으로 에너지전환에 투자를 하는 가치투자 기회를 만들고, 여기에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률과 일반 펀드의 위험성 및 비윤리성을 제거한 안전성과 도덕성을 갖추어 시민 투자를 유도한다. 양평군민에 대해서는 지역화폐로 일정 수준의 추가 수익을 더 보장하여 군민 참여 유도와 발전 수익의 양평내 순환도 꾀해볼 수 있다.

길·둑·다리 시범사업에 양평 군내 기업 및 인력의 일정 비율 이상 참여를 의무화하고, 이 인력들이 이 과정에서 기술 숙련을 이루게끔 하여 일자리를 마련하고 양평 햇빛발전 사업의 인재들을 양성한다.

1. 농업 및 생태계와 충돌하지 않는 햇빛 발전

지난 8월 9일에 승인·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1 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는 지난 시기의 연구 보고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보다 빠르게 오른다는 보고를 하여 전세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대응, 즉 에너지전환을 통한 탄소중립의 달성이 너무도 절실해졌습니다. 정부와 각 지자체의 그린뉴딜 정책 역시 탄소중립을 이루는 시점을 앞당기고, 2030년까지 현재의 절반 이하로 급격하게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도록 기존의 계획을 강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효율 향상 조치로 에너지소비량은 감축하고,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은 할 수 있는대로 확대해 가야 합니다. 그러나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가능에너지원을 확대할 때 농업과 생태계를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식량안보의 위기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재생가능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농경지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유력한 탄소흡수원인 삼림을 베어내고 햇빛발전소를 세워봐야 실질적인 탄소배출 감축의 효과는 크지 않으므로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정책 역시 병행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탄소중립을 향한 길은 모든 건물을 발전소로 만드는 것에 더해 모든 길과 둑, 다리 등 인공건조물을 발전소로 만드는 길일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모두 재생가능에너지로 조달하려면 엄청난 면적의 땅이 필요한데 평지가 적은 우리나라는 그것이 가망없는 일이라며 안이한 시각을 부끄럼없이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효율 혁명을 통해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원 기술의 생산효율을 높여가면서 건물마다 지붕과 벽을 최대한 활용하며, 고속도로에서부터 국도, 지방도, 군도 등 가능한 도로들과 여타의 인공건조물들을 빠르게 햇빛발전소로 만들어간다면 생태계를 보존하는 에너지전환이 불가능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21세기의 길은 숲이 살아있고 깨끗한 농업이 경제를 주도하는 양평이 선도해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농경지와 숲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대적으로 햇빛발전을 늘려가는 과제는 어느 지역보다 양평군에게 절실한 과제인 동시에 한 발 앞서 인상적인 사례를 만듦으로써 다른 지자체들을 선도할 수 있는 유력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2. 건물의 지붕과 벽 뿐 아니라 길·둑·다리를 발전소로

이미 길과 둑 등 소위 유휴부지를 이용한 햇빛발전의 사례들은 이곳저곳에서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20년 동부간선도로 약 500m 구간에 ‘태양광 방음터널’을 설치하여 902.8 kW 규모의 길위 햇빛발전소를 세운 바 있습니다 [1]. 

서울시 동부간선도로 ‘태양광 방음터널’ [1]

영동고속도로 수원시 구간에도 1.4 km 길이 방음 터널 구간에 2017년 말 2.6MW 햇빛발전소가 세워졌습니다 [2] [3].

광교 방음터널 상부 햇빛발전소 [2]

물론 이 두 경우는 방음터널이 기왕에 있거나 필요했던 경우라 순수하게 햇빛발전소를 짓기 위해서만 비용을 들인 경우는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길 위가 아니라 길 둑 햇빛발전소도 점차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의 유휴부지 태양광 발전설비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4] [5].

익산포항고속도로 길둑 햇빛발전소 [4]
고속도로 중 길둑 햇빛발전소 예 [5]

이 밖에도 자전거도로에 지붕을 씌워서 햇빛발전을 하는 경우나 호수 또는 잔잔한 바다에 수상 햇빛발전소를 세우는 사례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수상 햇빛발전소는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 정도로 지자체 추진건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양과 속도 모든 면에서 지지부진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생활 공간 가까이에서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가 적습니다.

3. 녹색전환을 선도하는 양평 길·둑·다리 햇빛발전 시범사업

지금 인류 문명은 대전환기 앞에 섰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일대 전환이 필요한 위기 시대에는 새로운 것이 나와 그것을 선도하는 쪽이 새 시대를 끌어나가게 되고 낡은 것에 매여있는 쪽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전환기 시대적 좌표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도 사업이 필요합니다. 물론 한두 건의 개발사업만으로 도도한 흐름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뭇사람들이 두루 접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분다는 것을 느끼고 그것으로부터  앞으로의 방향과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면 한두 개의 작은 사업이 연이은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양평은 화석연료 중심시대에는 산업을 유치할 수 없던 대도시의 작은 배후지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화석연료산업이 많지 않았고 농업과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던 덕분에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시대를 선도하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그 가능성은 식량산업과 에너지산업을 선도하는 것에서부터 열릴 것일텐데, 분산 발전 시대의 에너지산업이 나아갈 길은 바로 “모든 건물과 길을 발전소로!”라는 모토로 집약됩니다.

에너지전환·녹색전환 시대의 선도 지역, 건물 발전소와 길위 발전소의 1등 지역을 양평형 그린뉴딜의 장기 목표로 삼고, 그것을 위하여 ‘강둑 햇빛발전소’와 ‘다리위 햇빛발전소’, ‘길위 햇빛발전소’ 시범사업을 양평형 그린뉴딜 사업으로 제안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잠재력과 가능성에 눈을 뜨고 새로운 표준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군민과 외부 인사들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강둑과 길, 그리고 다리를 선정하여 대략 1km 길이 내외의 햇빛발전소를 건립하여 2030 탄소배출 절반 감축의 표본과 같이 만드는 것입니다. 그 상징적 후보는 양근강변길 아래 양평제 약 1km 구간 ‘강둑 햇빛발전소’와 양근대교와 양평대교 남동방면 측면 합계 약 1.4 km 구간 ‘다리위 햇빛발전소’, 그리고 오빈교차로 부근부터 양근리사거리까지의 양근로 약 1km 구간 ‘길위 햇빛발전소’입니다. 

(1) 양근강변길 강둑 햇빛발전소

양평읍 양평제 강둑

양평읍 양근강변길 아래의 자전거도로 옆 강둑, 양평제에는 남서향 경사면이 대략 1km 가량 펼쳐져 있습니다. 이 경사면의 폭 중 활용할 수 있는 너비를 대충 5m 정도로 보면 단순 계산으로 5,000 m² 가량의 면적을 활용하여 1m²당 200W로 셈하여 약 1MW(메가와트) 규모의 대형 햇빛발전소를 세울 수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보수적으로 보아 햇빛 발전 설비 1kWp 당 연간 1,000 kWh의 전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연간 1백만 kWh, 즉 1GWh(기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큰 규모의 발전소가 될 것입니다.

과거 태양광 발전설비의 설치비용이 높을 때에는 최대한 정남향에 가까운 입지만 고려하였지만 지금과 같이 비용이 낮아진 때에는 남향 뿐 아니라 오전 해를 받을 수 있는 동향, 오후 해를 받을 수 있는 서향의 입지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양근강변길 아래 강둑은 남서향 방면으로 적당한 경사를 이루므로 정남향 못지 않은, 계절에 따라서는 정남향을 웃도는 최적의 입지라 할 수 있습니다.

양근강변길 강둑 햇빛발전소가 실현이 되면 양근리의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군민들과 강상면, 강하면의 군민들이 늘상이 이 햇빛발전소를 접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실감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한강을 따라 곳곳에 강둑 햇빛발전소를 늘려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서울시 강변북로 태양광 발전설비 [6] [7]

서울시는 2018년 위의 그림과 같이 강변북로 햇빛발전소 설립 계획을 발표하여 선도적으로 길과 둑 햇빛발전 사업을 펼친 바 있습니다. 양평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한강을 품고 있는 지역으로서 서울에 이어 남한강을 따라서 이와 같은 햇빛발전사업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근강변길 강둑 햇빛발전소는 이 일의 시작이 될 겁니다.

(2) 양근대교와 양평대교의 다리위 햇빛발전소

독일 케네디 다리 햇빛발전소 [8]
영국 블랙프라이어스 다리 햇빛발전소 [8]

다리 또한 좋은 발전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리의 옆면에 어렵지 않게 햇빛발전소를 만들 수 있고 비용이 더 확보된다면 태양광 패널 지붕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위의 서울시 강변북로 태양광 발전설비 사업에서도 여러 개의 다리에 햇빛발전소를 만들었습니다.

양근대교(왼쪽)과 양평대교(오른쪽)

양평읍에는 양근대교와 양평대교, 두 개의 다리가 있습니다. 위의 강둑발전소 다음으로 저렴하게 햇빛발전소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입지라 생각합니다. 지도로 확인할 때에 양근대교는 약 750m, 양평대교는 약 600m 정도됩니다. 남동향의 측면 부위가 합쳐서 약 1.5km 정도되는데 이 측면을 활용하면 1,500 ~ 3,000 m² 정도의 설치 공간을 확보하여 약 3~600 kW 규모의 햇빛발전소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 추정해 봅니다. 이 두 다리의 측면에 야경 연출용 야간 경관조명이 설치되어 있지만 태양광 모듈과 충돌하지 않도록 공사 중에 위치 조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여력이 된다면 다리 위에 지붕 구조물을 만들어서 다리의 지붕면에서도 발전하는 더 적극적인 계획도 세워볼 수 있겠지만 다리 옆면의 햇빛발전보다는 비용 규모도 크고 검토할 사항도 많아 2차적인 과제로 두고 좀 더 길게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리위 햇빛발전소까지 세울 수 있다면 강둑 햇빛발전소와 함께 양평군의 남한강가 햇빛발전사업의 희망찬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양근로 길위 햇빛발전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길위 햇빛발전은 에너지전환을 위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료로 보면 우리나라 국토면적(100,378 km²)의 약 1.7%가 도로(1,712 km²)라고 합니다 [9]. 지목으로 보아도 2020년 현재 대지 면적이 약 3,243 km²이고, 공장용지의 면적이 1,048 km², 학교용지 312 km², 창고용지 136 m² 등인데 비하여 지목상 도로가 3,386 km²이므로 임야와 농경지 등을 뺀 개발된 지목 중에서는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합니다 [10]. 식량 생산 및 건강한 생태계 유지와 충돌하지 않는 햇빛발전을 위해서는 이처럼 넓은 도로 위의 공간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일 고속도로 태양광지붕 구상도 [11]
독일 고속도로 태양광지붕 시험모듈 [12]

그러나 도로 위에서 햇빛발전을 하려면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고 교통사고나 일상적인 진동 및 충격에도 안전을 유지하는 구조물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고 검토도 다각도로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방음 용도나 기타 용도의 터널 구조물이 있는 곳, 또는 터널 구조물을 병행하여 지을 수 있는 곳이 아닌 경우에는 길위 햇빛발전소를 쉽사리 지을 수 없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선도국인 독일에서도 고속도로에 태양광 패널 지붕을 만드는 형태의 햇빛발전은 이제 실증 연구 단계라고 합니다 [11] [12].

독일의 결과를 우리가 기다리고 있기에는 너무도 상황이 급하므로 우리는 우리 나름으로 길위 햇빛발전의 가능성과 경제성 등을 검토해가야 합니다. 다행히 군도는 고속도로나 국도보다 운행속도도 느리고 통행량도 적기 때문에 고속도로나 국도에 비해서는 적은 비용으로 실현이 가능하리라 예상합니다.

양평 군도 양근로. 왼쪽은 양근로 초입 1km 구간의 시작점에서 양평읍을 본 장면. 오른쪽은 1km 구간 끝점에서 반대로 돌아본 장면.

양평의 군도를 이용한 길위 햇빛발전소를 연구하고 계획, 실현하는 시범사업에는 오빈교차로 부근부터 양근리사거리까지의 양근로 약 1km 구간이 아주 좋은 후보지가 됩니다. 양평읍으로 들어오는 주요한 길목으로서 양평군이 추구하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고, 양평 군민 역시 자주 통행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으로 길위 햇빛발전을 접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변에 상가나 인가가 밀집해있지 않고 일조조건도 탁월하여 규모가 큰 발전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지방도나 군도 수준에서 길위 햇빛발전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연구용역부터 시작하여 다소 길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위 햇빛발전 구조물의 조건과 비용 규모도 산출해야 하고, 길위 햇빛발전소가 교통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두루 연구 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연구과정을 통해서 방안이 서면 이 양근로 1km 구간을 시작으로 양평 내 여러 군도로 길위 햇빛발전을 확산시켜갈 수 있을 것입니다.

4. 가치투자 시민참여 크라우드 펀딩으로 재원 마련

길·둑·다리 햇빛발전 시범사업을 위해서는 사업의 주체와 재원 마련이 중요할 것입니다. 사업의 실무는 최근 설립된 양평군에너지협동조합이 맡을 수 있겠지만 의회와 각급 행정기관, 그리고 금융기관 등의 협력과 조정을 맡을 군 차원의 담당 조직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판단합니다.

주된 재원은 시민들의 소규모 투자로 큰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기후위기 앞에서 에너지전환과 녹색전환을 희망하는 시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국가 및 지자체의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것 이외에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큰 무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독일과 같은 에너지전환 선진국처럼 화석연료 전기나 원자력 전기와 재생가능 전기를 구분하여 구매할 수 있는 나라에서는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라도 재생가능 전기를 구매함으로써 에너지전환을 위한 소비행동을 할 수가 있고 이러한 시민참여구조가 현재의 독일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한전이 에너지원별 전기 판매를 거부하고 있어서 소비행동의 형태로 시민들이 에너지전환에 참여할 길이 막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햇빛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운동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시민도 많지만 적은 투자금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고 특히 산야나 경작지가 아닌 햇빛발전소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도 없어서 투자 형태의 시민참여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평군이 주축이 되어 에너지전환을 희망하는 각성된 시민 및 투자자들이 길과 둑, 다리 햇빛발전에 가치투자를 하고 지속적으로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게 크라우드 펀딩을 한다면 수십억원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은행 이자율을 상회하는 수익에 이러저러한 펀드들의 위험요인과 비도덕성을 제거한 투자 기회는 경제적 동기에서부터 윤리적 동기를 모두 충족시키는 유력한 가치 상품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양평군 거주 투자자들에게는 지역 외 투자자들에게 보장된 수익에 더하여 약간의 수익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도 좋은 유인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때 이 추가 수익을 양평군 지역화폐로 제공하게 되면 양평의 햇빛으로 얻은 발전 수익의 일부를 양평군 안에서 순환되게 하여 지역 발전에 보다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양평 햇빛발전 일자리를 양평으로

길과 둑, 다리 햇빛발전 시범사업이 양평형 그린뉴딜 사업이 되려면 연구·설계·시공·관리의 모든 단계에 양평 소재 기업과 양평군민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과 사람들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여 지속적으로 양평의 햇빛발전사업을 담당해나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선 양평 소재 기업 및 양평군민의 의무참여비율을 일정하게 규정하여 일자리를 만들고, 이 일자리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햇빛발전을 위한 일정한 기술훈련과정을 이수하게 하면 군내 햇빛발전 인력들이 이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하게 양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문헌

[1] “동부간선도로 ‘태양광 방음터널’ 설치 – PV패널 2,736매 연결, 83만kWh 전력생산”. <냉난방공조 신재생 녹색건축 전문저널 kharn>. 2020년 6월 22일자 기사. <http://www.kharn.kr/news/article.html?no=13014>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2] “한국도로공사, 광교 방음터널에 태양광발전 설비 설치”. <솔라 투데이>. 2017년 12월 28일자 기사. <http://www.solartodaymag.com/news/articleView.html?idxno=5902>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3] “도로 위 터널 위에도… 자투리땅 찾아 태양광 발전”. <mbc뉴스 웹사이트>. 2021년 4월 8일자 기사.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43849_34936.html>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4] “고속도로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 만든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웹사이트>. 2021년 4월 8일자 기사.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86030>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5] 최병성 목사 취재 사진. <최병성 목사 페이스북>. 2021년 4월 23일자 포스팅. <https://www.facebook.com/joytree91/posts/5395457820496109>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6] “강변북로에 새로 생긴 발전소? 태양의 도로”. <서울정보소통광장>. 2018년 2월 21일자 기사. <https://opengov.seoul.go.kr/mediahub/14678527>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7] “강변북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위치”. <경향신문>. 2018년 2월 22일자 기사. <https://khanarchive.khan.kr/m/entry/강변북로-태양광-발전설비-설치-위치>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8] “GIANT SOLAR-POWERED BRIDGES THAT INSPIRE BIG INFRASTRUCTURE DEVELOPERS TO THINK GREEN”. <Green Diary>. <https://greendiary.com/giant-solar-powered-bridges-that-inspire-big-infrastructure-developers-to-think-green.html>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9] “우리나라 전체 도로 길이는 얼마나 될까?”. <한국교통안전연구소 블로그>. 2020년 9월 15일자 기사.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autolog&logNo=222089063187>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10] 행정구역별·지목별 국토이용현황. <국가통계포털>. <https://kosis.kr/statisticsList/statisticsListIndex.do?menuId=M_01_01&vwcd=MT_ZTITLE&parmTabId=M_01_01&outLink=Y&parentId=I2.1;I2_8.2;#content-group>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11] “Photovoltaics for highways”. <PV Magazine>. 2020년 9월 1일자 기사. <https://www.pv-magazine.com/2020/09/01/photovoltaics-for-highways/>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12] “Photovoltaic roof for highways”. <PV Magazine>. 2021년 5월 26일자 기사. <https://www.pv-magazine.com/2021/05/26/photovoltaic-roof-for-highways/> (2021년 8월 16일 접속)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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