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랍 기술을 이용한 빗물공원

비가 거의 오지 않는데 한번 내리면 홍수가 나는 도시가 있다. 스페인 남동부지역에 위치한 알리칸테. 이곳에 몇 년 전 빗물공원이 생겼다. 그 후로는 비피해를 입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원은 빗물저장소이자 비가 오지 않는 대부분 시기 동안에는 소중한 도시공원으로 기능한다. 알리칸테의 빗물공원 라 마르할은 수 백 년 전 이 지역을 아랍 사람들이 지배했을 때 개발되었던 빗물관리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원문보기 : “The rain in Spain: how an ancient Arabic technique saves Alicante from floods”
Stephen Burgen in Alicante 2019. 8. 15. The Guardian.

알리칸테는 스페인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이지만 어쩌다 오는 비는 항상 홍수를 만든다. 몇 달 동안 내리지 않다가, 비가 오기 시작하면 도시를 파괴할 정도로 내린다.

적어도 새로운 공원을 만들기 전에는 비 피해가 심각했다.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도시 저지대(산 후안, San Juan)에 큰 공원을 조성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공원의 이름은 라 마르할(La Marjal). 스페인 말로 ‘연안 습지’라는 뜻이다. 이 공원은 전형적인 도시공원이지만 자연적인 저수지의 기능도 있다. 빗물을 저장하고 재사용하는 것이 이 공원을 만든 첫 번째 목적이다.

<그림 1> “La Marjal” 공원. 빗물이 저지대에 조성된 라 마르할 공원으로 모이도록 설계되었다. (사진 : La Marjal)

이 공원은 알지브(aljibe)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알지브는 수 백 년 전 스페인의 아랍 건축에서 사용하던 기술인데, 건물 지하에 공간을 마련하여 빗물을 모으고 저장하는 기술이다.(그림 2)

라 마르할 공원은 알지브와 기능은 동일하지만 야외에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 라 마르할 공원에 모여든 빗물은 근처에 있는 빗물처리장으로 옮겨지고, 도로와 공원을 청소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림 2> 알지브. 수 백 년 스페인 지역의 아랍 건축물에서 사용되던 빗물 저장 기술. (사진 : wikipedia)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물을 관리하려다 보니 고대의 기술을 다시 찾아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알리칸테와 바르셀로나에 건설한 이런 빗물 저장 시설은 21세기형 알지브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호르헤 올씨나 교수(Jorge Olcina, 알리칸테대학, 분석지리학)

800년 넘게 스페인지역을 통치하면서 아랍 지배자들은 빗물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기술의 권위자가 되었다. 그러나 아랍 세력이 17세기 초 이 지역에서 쫓겨나면서 이들의 기술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림 3> 2017년 큰 비가 온 후 라 마르할 공원의 모습. 이 공원의 빗물 저장 용량은 올림픽수영장 18개 정도 된다.
(사진 : JLC Creativos Agency)

라 마르할 공원은 과거 아랍 통치자들이 개발한 알지브 원리를 사용한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수관거 용량을 초과하면 넘치는 물은 이 공원으로 흘러들게 됩니다. 라 마르할 공원이 저장할 수 있는 빗물 용량은 올림픽수영장 18개 정도이지만, 최대 용량의 30% 이상 넘어간 적은 없습니다. 유래없이 큰 비가 내렸던 2017년에도 30%를 넘지 않았습니다.(그림 3)” – 아멜리아 나바로(Amelia Navarro, 알리칸테 물관리국 지속개발부서장)

지중해 식물들로 공원을 채웠고, 곧 텃새와 철새들 그리고 작은 동물들의 찾아와 그들의 서식지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2015년 문을 연 후 약 90 여 종의 새들이 공원에 살고 있다. 도시의 시민들에게 라 마르할 공원은 오아시스같은 존재이다.

“모기 유충을 먹는 물고기를 저수지에 넣어서 모기가 생기는 걸 방지합니다. 그리고 산소를 주입해서 조류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 아멜리아 나바로

폭우가 발생하고 수위가 올라가면 경보가 울려 사람들이 공원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런 다음 공원은 빗물이 제거될 때까지 폐쇄된다.

<그림 4> 라 마르할 공원의 생태계. 2015년 문을 연 후 공원은 90여 종 새들의 서식처가 되었다. (사진 : Aguas de Alicante)

라 마르할 공원을 짓는 데 2년이 걸렸고(2013~2015) 건설비용으로는 총 370만 유로가 들었다. 이 수치는 일반적인 콘크리트 저수조 건설비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매년 유지 비용도 5만 유로밖에 안된다.

레안드로 델 모랄 교수(세비야대학 인문지리학)에 따르면, 이런 공원은 효율적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결책임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도시 물관리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소극적이다. 실질적인 변화를 보이는 곳은 마드리드, 카디즈 그리고 세비야뿐이라고 델 모랄 교수는 안타까워 한다. 

5년 마다 발표되는 스페인 물관리 계획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 10~15% 정도 물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높아지면 증발과 식생 호흡량이 늘어나 손실되는 물의 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비가 많이 온다고 하더라도 사용할 물은 부족해질 것이며, 물부족 문제는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레안드로 델 모랄 교수는 지적한다.

<그림 5> 큰 비가 내렸을 때 라 마르할 공원의 모습. 넘치는 빗물은 이 공원으로 흘러든다. (사진 : Juan Carlos Soler)

“새로운 물관리 기반시설이 필요했는데 그건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우리는 기존의 물 네트워크를 개선했습니다. 빗물이 한 지점으로 모이도록 만들었고, 이 기능은 90% 정도 작동합니다. 낭비되는 물이 거의 없는 거죠.” – 프란시스코 바르투알. 알리칸테의 물관리국장

그러나 물은 점점 부족해지는데 정치인들은 환경 문제를 도외시한다. 스페인의 농업은 GDP의 3%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물 사용량은 전체의 80%에 달한다. 한편 스페인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유권자 다수를 차지한다.

물은 수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스페인의 주요 강들은 댐 수 백 개로 가로막혀 있고, 대도시들은 이런 댐들의 물에 의존하고 있다.

“농업에서 사용되는 물 사용량을 지금 줄여야 합니다. 물부족 문제가 닥치고 난 후에는 너무 늦어요. 그렇지만 정치권은 이 문제를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지요.” – 레안드로 델 모랄 

라 마르할 공원처럼 물을 저장하고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여러가지 대안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행이라면, 오래된 관습은 잘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번역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2019년 8월 19일

원문보기 : “The rain in Spain: how an ancient Arabic technique saves Alicante from floods”
Stephen Burgen in Alicante 2019. 8. 15. The Guardian.

<그림 6> 라 마르할 공원. 가끔 발생하는 대홍수에 대비하기 위한 빗물 저장 공원. 2015년 완공. (사진 : Aguas de Alica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