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교로서의 심학제6도
아래 쓴 글이 조금 테크니컬한 면이 있어서 조금 더 풀어 써 보고자 합니다.
결국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변화와 창조라는 생각을 합니다. 장현광은 16세기 조선의 성리학 기반의 학자로서 자연스럽게 주역의 세계관을 전제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성리학이라 함은 12세기 송나라에서 주돈이, 장재, 정이, 정호의 사상을 주희가 집대성한 사상으로서 특히 자연철학에 국한하여 보면, 공자-맹자의 유교와 노장-장자의 도교와 불교가 통합된 세련된 형이상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장현광이 제시한 앎의 틀은 변화의 원리를 알아냄으로써 세상만물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나아갈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심학제2도에서 제시한 고전역학의 세계관(자연철학)과 일맥상통합니다. 결국 21세기까지도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유는 이러한 접근에서 그리 많이 벗어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이 제안하시는 새로운 자연철학은 상대성이론(심학제3도)과 양자이론(심학제4도)과 통계역학(심학제5도)의 이해에 기반을 둡니다. 이 세 가지 새로운 물리학 이론을 토대로 성리학적 자연철학이나 고전역학의 자연철학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열립니다. 우주와 물질과 삼라만상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나아갈지 말해 주는 심학제6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결국 그 물리학의 세 기둥이 필요합니다. 저는 장회익 선생님처럼 깊이 있는 독창적 사유를 하는 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물리학 이론의 해석에 치중하는 물리철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세 가지 물리학의 기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의 의미를 항상 견지하려고 합니다.
흔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만, 심학제6도에서 우주가 어떻게 생겨나고 그 안에서 물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는 길은 상대성이론(특히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양자마당이론 포함)과 통계역학(양자통계역학과 유한온도 마당이론 포함)을 모두 활용해야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물리학이론 자체도 쉽지 않은데 이들을 통합한 이론은 더더욱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문제들이 여전히 논쟁중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물리학과 물리철학에서의 논쟁이 종결되거나 마무리될 때를 기다려야 새로운 자연철학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새로운 자연철학을 연구프로그램으로. 제시하고 점차 그 디테일을 채워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새로운 자연철학에서 나름의 명확한 답을 주어야 하는 문제는 세 가지입니다. (1)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생명과 비생명의 관계는 무엇인가? (2) 의식이란 무엇인가? 의식과 생명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전통적 심리철학에서 논의되는 몸-마음 문제에 대한 적절한 접근은 무엇인가? (3) 앎이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 또는 지식, 인식, 인지, 정보 등을 어떻게 규정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가? 이 세 가지 과제가 각각 심학제7도, 심학제8도, 심학제9도에서 다루어진다고 보면 다소 도식적이긴 해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부적으로 이러한 자연철학 정립에서 자유에너지 개념을 중심에 둘 것인가, 또는 요동 개념을 중심에 둘 것인가, 또는 떠오름(창발) 개념을 중심에 둘 것인가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새로운 자연철학의 여러 버전들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식적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맨 아래에 나란히 심학제1도 (성리학적 자연철학)과 심학제2도 (고전역학적 자연철학)이 놓이고, 그 위에 세 갈래로 갈라지는 네모칸을 만듭니다. 거기에는 각각 심학제3도 (상대성이론), 심학제4도 (양자역학), 심학제5도 (열통계역학)이 들어갑니다. 이 세 네모칸을 모으면서 그 위에 심학제6도 (우주와 물질)이 놓입니다. 이제 홀로 있는 심학제6도의 네모칸 위로 세 가지 갈래를 그립니다. 그리고 심학제7도 (생명), 심학제8도 (주체와 객체), 심학제9도 (앎)이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심학제10도 (온전한 앎)이 맨 위에 놓이는데, 이것이 결국 다시 심학제1도와 심학제2도로 되돌아갑니다.
이 그림이 장회익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그림과 잘 맞아떨어질지 더 논의를 해 봐야 하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저는 이런 구도로 새 자연철학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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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틀을 잡아주시니까 정리가 좀 되네요. 심학 1, 2도가 결국은 제 10도에서 만나는 것으로요. 중간에 만나는 '악마'를 잘 다스리면... ^^;
(농담 : 그림이 비슷하지는 않지만 네모들이 쭉 올라가는 것이 왠지 오*어게임 생각나는데요... -.-)
오*어게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일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의 그림을 스캔하여 열 개의 그림을 제가 생각하는 구도로 배열해 보았습니다. 그림 다루는 솜씨가 너무 부족하여 생각대로 나오지는 않네요.